코로나19가 끝나면서 다시 많은 이들이 해외 여행길에 나서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여행이라는데, 우린 아직 대부분 '관광'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패키지를 통해 중요 지점을 '찍고' 거기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많은 이들의 여행이다(나 역시 별로 자유롭지 않다). 자유 여행을 하는 이들도 꽤 있겠지만 TV를 틀면 패키지 여행 광고가 여전히 많은 것을 보면 아직 패키지 여행이 보편적 여행 방법인 것 같다. 물론 패키지 여행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느끼려면, 여행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려면, 여유를 가지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왜 그런 사회를 꾸미게 되었는지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한 두 개의 도시만을 여유롭게 방문하는 여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가능할지, 가능해야만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은 나름 역사와 지리와 현재 삶의 모습을 병치시켜 그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본격적 역사 기행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단지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유명 유럽 도시만을 방문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내 기준으로 볼 때 나름 품격 있는 여행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도의 사전지식을 가지고 도시를 방문한다면 그래도 그 도시의 겉모습 뿐만 아니라 속 모습도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시민은 "관광 안내서, 여행 에세이, 도시의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보고서, 인문학 기행, 그 무엇도 아니"라면서 겸손해 하지만, 난 "조금씩은 그 모두"인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말하듯 그의 이야기가 "제일 중요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그 도시에 문외한인 사람이 읽고 가면 좋을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시간 날 때 조금씩 읽으려고 곁에 두었다가 자꾸 손이 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것이 유시민의 힘이리라. 도시 방문의 최초 길잡이로서, 유시민을 곁에 두어도 좋을 것이다. 거기에 자기 자신의 관심사를 추가하여 더 공부한다면 여행 전에 준비할 지식으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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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아시안게임은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아직도 여운이 남는 경기는 지난 토요일에 벌어진 배드민턴 여자 복식의 안세영과 중국의 천위페이가 벌인 결승전이다. 경기 중 무릎 부상이 있었지만, 안세영은 아픔을 이겨내고 버텨서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사를 찾아보면 평소에도 그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지가 그려진다. 재능에 노력을 더하니 이런 결실을 맺는다. 


안세영은 나보다 훨씬 어리지만 삶에 대한 자세와 역경을 극복하는 노력에서 배울 것이 많은 스승이다. 스포츠는 경기 후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결정된다는 점에서 잔인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쟁해서 결과가 나오니 공정하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승리하지 못한 패자도 상대가 더 잘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기, 그런 경기에서 인생을 배운다. 패자이지만 투혼을 발휘한 천위페이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경기 관련 기사 하나: "안세영, 그때는 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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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낡은 테이프, 피아노, 풋풋함, 추억, 노래, 마음, 라디오, 길거리, 말들, 미안함, 부러움, 그리움, 울음, 웃음, 하염없이...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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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홀로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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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이희재는 우리가 오늘날 사는 세상을 올바로 '번역'하기 위한 전복적 '틀(frame)' 또는 '시각'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조악하게 요약하자면, 세계는 영미 금권주의자들(그의 표현에 따르면 "금벌")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겨볼 내용이 많은데, 특히 이들이 어떤 식으로 언어를 장악하고 상업 언론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관점을 세상에 퍼뜨리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베네주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본다.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베네주엘라에 대한 내용은 이렇다. 석유라는 황금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영합주의'(소위 '포퓰리즘') 정책을 펴 국민들에게 돈을 마구 퍼준 결과, 경제는 망가지고 오히려 민생은 나빠졌다. 하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은 책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베네주엘라는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지만 소수 상류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철저히 자기들 위주로 나라를 이끌어갔습니다. 석유를 팔아서 번 돈은 외국인과 소수 부호가 독식했습니다. 대지주들이 독점한 농지는 비효율적으로 방치되었습니다. 식량 자급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나마 생산된 농산물도 가공하기보다는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들면 그렇게 했습니다. 그냥 외국에서 싼값에 식량과 식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자국 산업을 일으키고 자국민을 위한다는 발상은 없었습니다. 비백인 원주민과 혼혈은 이등국민 취급을 받았습니다.... ...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절대 다수의 서민은 카라카스 같은 대도시에서 빈민으로 목숨을 겨우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을 백인 상류층이 독식했지만 차베스는 사회에 투자했습니다. 차베스는 수천 개의 병원을 지었고 의사를 열두 배나 늘렸습니다.... 학교도 많이 지어 문맹률을 뚝 떨어뜨렸습니다. 국민 영양 상태도 좋아졌습니다.... 빈곤율은 1999년 70%였던 것이 20%로 급감했습니다.

   ...

   국민을 위해 많은 돈을 쓰면서도 차베스 정권은 나라빚도 크게 줄였습니다. 2003년 국민총생산의 47.5%였던 나라빚이 2008년에는 13.8%로 격감했습니다. 그 뒤 세계 경제불황으로 공공지출을 더 늘리면서 나라빚이 조금 더 늘어났지만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베네수엘라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영국과 미국의 나라빚은 국민총생산의 100%가 넘습니다....

   ...

   차베스의 사회주의와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차이점은 차베스는 다수 국민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지만 영미 사회주의는 소수 금융자본이 대를 이어 금권을 세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차베스의 사회주의가 성공하면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존립이 위태로워집니다. 금권자본가들만을 섬기지 않고 다수 국민을 섬기는 사회가 나타나면 더 이상 다수 국민을 쥐어짤 명분이 없어지니까요. 영미 금융 사회주의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진보지 <가디언>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부패한 전직 베네수엘라 장관의 칼럼을 실으면서 위험한 차베스 사회주의를 까고 헐뜯었지요. (45~5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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