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에세이가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같은 것을 보고 나와 작가의 시점이 다름을 볼 수가 있고,

내가 무심히 지나친 것을 작가의 글에서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시간이 하는 일>은 지금의 내 시간이 참으로 버겁고, 무겁고,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쳐야 하는지 모르는 가장 절실한 나의 시선을 잡았다.

책을 펴면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사진과 함께 에세이의 일부가 적혀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자꾸 들여다봐야지. 물어봐야지. 살펴봐야지

어디 잘못 꽂힌 마음은 없는지,

잃어버리고 사는 마음은 없는지,

잘 살고 있는지..

나는 이 글귀가 내게 절실했나 보다.

그렇다 지금 이렇게 버거운 시간의 중심은 나에게 있었다.

왠지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에 대해 말해줄 것 같다.

산다는 것은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고, 각자의 세월이 있고. 먹고사는 소소한 이야기가 있다. 때론 기쁨이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때론 지옥 같은 괴로움이 있기도 하다.

삶이 그저 평범하고 따뜻하게 나에게 머물고 가면 얼마나 좋겠나..는 꿈을 꾸어보지만 늘 전쟁이고, 늘 아픔이 더 많은 것이 산다는 것, 그리고 세월이다.

<시간이 하는 일>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 그리고 당신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러한 삶에 대해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표현했다. 무난하게 오르막을 오르고 그 뒤에 급경사의 내리막을 걸을지, 가파른 오르막을 걷고 그다음에 완만한 내리막을 걸을지는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의 차이. 어떤 것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내가 절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었지만 없어도 살아지고, 익숙해지고, 괜찮아졌다고 독자를 다독인다. 그저 그거밖에 보이지 않아서 겁을 먹었을 뿐이라고 말해준다.

너무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지금, 나는 이것이 해결이 안 되면 그다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작가의 글을 보면서 지금 이게 아니라도 또 다른 우회의 길이 나타나겠지. 보이겠지. 또 생각을 하게 되겠지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나는 내가 경험해온 그것들이 다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놓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하는 일>이 말한다. 소중한 것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가더라도 나는 괜찮을 것을 말이다.

굴곡이 없으면서 잔잔하게 이어지는 글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글 속에 나타나는 작가의 삶을 보면서 나도 역시 평범하지만 하루하루 잘 살고 있구나라는 확인을 하게 된다.

글이라는 것이 그렇다. 잔잔하게 젖어오는 것. 나는 그것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글이 좋다.

그 잠시 머무름 속에서 나의 삶의 방향을 다시 짚어보는 시간이 좋다.

<시간이 하는 일>은 내가 잠시 머무름을 주는 글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 걱정인형처럼 내 고민을 털어놓는 책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나만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은 삶의 일부분이다. 고민은 내가 하는 일에서도 생기고, 주변인과의 관계에서도 생길 때가 있다. 때론 나 자신과의 갈등에서 생길 때도 있는 고민들을 어떻게 부딪혀야 할까?

고민에 끌려다니며 서 고민의 결과를 찾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고민과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그것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 나을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후자처럼 어떤 고민과 갈등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의 선택이다. 이런 결과를 원하는 독자는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을 통해 담담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은 어릴 적 연례행사처럼 사던 다이어리를 떠올리게 한다.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혀있던 짧은 명언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뜻을 나름대로 이해할 때도 있었고, 그 명언을 남긴 사람이나 책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었고, 떄론 좋은 문구를 적어 친구에게 편지로 전할 때도 있었다. 이것은 명언의 짧은 글귀에서 느껴지는 뜻을 무의식중에 알아지기 때문이다.


한 줄의 명언이 무슨 영향이 그렇게 줄까?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간 속에서 때론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 때론 자신을 직시할 수도 있고, 또는 타인이나 상황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걱정을 달고 산다. 걱정만 한다. 그러나 그것을 직시하기보다는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걱정에 대해 내 속의 마음과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기 바쁘다. 고민을 마음속에 담아본들 걱정과 불안감만 더 커질 텐데 쉽게 놔버리지도 못한다.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은 이런 걱정에 대해 챕터별 각각 20개의 명언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있다.

걱정인형의 고민이라던가, 생각에 관한 명언,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지게 되는 고민을 말하는 명언이라던가. 마음을 다독여 걱정과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명언, 때론 체념하고 때론 이루어지고, 그럼으로써 마음을 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누구보다 내가 더 중요함을 깨우치게 하고, 내일은 내일이 오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음을 명언을 통해 독자에게 들려준다.


물론 사람과의 대화에서 고민의 답을 얻을 수도 있고, 말을 통해 느끼는 감정으로 우리는 삶의 지침이나 고민 또는 갈등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누군가의 대화도 때론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삶은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그 혼자만의 결정에는 많은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고요함이 필수일 수도 있다. 이때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는 적재적소에 맞는 팁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에 있는 간단한 명언의 나의 일상에 접목시켜 보았다.

늦은 공부를 시작한 필자는 느슨해지려는 나를 느끼기 시작할 때 이런 명언을 찾아보았다.


'해야 한다면 바로 하라.' 이것은 성공을 위한 조언이다.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방법은 일이 있는 그때 즉시 몸을 움직여 하는 것이다. 1분씩 자꾸 미루다 보면 그 일을 처리하기 힘든 시간이 1분씩 늘어가는 것과 같다. -수춘리


필자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나도 모르게 이러한 시간이 내 앞에 나타났다. 중년, 제2의 인생이라는 단어가 무척 오래 있다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문득 그 길의 위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 목표를 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무슨? 어디서?라는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사람은 목적 없이 세상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어떠한 목표를 정하고 착실하게 살아 나가야 한다. 아무런 목표 없이 그날그날을 산다면 동물이나 다를 바가 조금도 없다. -알베르 카뮈


그래. 시작해보자. 늦은 공부를 시작했으니 이것을 통한 목적과 목표를 세워보자. 그리고 방향성을 찾아보자.

이렇듯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의 짧은 글에서 필자는 또다시 중년의 좌절에서 새로운 목표의식을 가져보게 된다.

큰 가르침이라는 것은 없다. 하지만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의 명언에서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찾아서 읽어보자.

아마도 내가 갖고 있는 해결점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교훈과 방향을 알려주는, 그래서 그 덕분에 고난과 역경을 조금 더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내 주변의 지인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이다.

사람 대하기도 조심스러운 요즘, 이 책 한 권 속에서 깊이와 터닝포인트의 한 점을 찾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틸 스탠딩
래리 호건 지음, 안진환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삶이 움직이는 동안 부딪히게 되는 정치적 이슈는 그저 하루 뉴스의 헤드라인처럼 아.. 그런 건가.라는 느낌으로 알뿐이다. 이런 필자의 성향이기 때문에 미국 정치인의 이야기를 읽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한국 사위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이라는 문구는 광고성을 앞세운 하나의 전략으로 인식하면서도 무슨 연유로 한국 사위를 운운하는가 찾아보게 된다.


거의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스틸 스탠딩>을 읽어가면서 아.. 정치란 이런 것이어야 하는구나. 국민들. 시민들의 앞에서 거대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마인드는 이러해야 하는구나.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정치 조직에서도 이런 멋진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는구나라는 생각의 변화를 갖게 된다.


미국의 정치와 한국의 정치는 상당히 다르고, 미국의 주지사라는 위치와 한국 지방 자치제의 위치는 상당히 다르지만,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의 색 역시 다르지만, 한 국가, 조직, 지방자치, 또는 사적인 조직을 통틀어 어떤 마인드로, 어떤 시선으로 시대를 바라보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통된 답은 <스틸 스탠딩>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다.


래리 호건은 사실상 정치적 활동이 활발한 집안에서 성장을 했고, 어린 나이부터 정치에 대해 빠른 안목을 갖게 되었던 만큼 뼛속까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에 대한 이해는 솔직히 말하면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차치한다. 대신 그가 어떤 시사점을 가지고 정치판에서 신념을 갖고 움직이고 달리고 있는가에 주목하면서 읽어본다면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된다.


래리 호건은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성장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정치를 잘 몰랐던 시절에 인식될 수밖에 없는 세력 간의 정치 행태에 젖어들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래리 호건이 주장하던 '초당파적..."이라는 단어는 무척 새롭고 흥분되게 하는 행동이고 신념이다.

메릴랜드의 터무니없는 세금에 대해 반하는 행동과 그것을 위해 주지사로 나서게 되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검소하고, 진실되게 유권자들과 메릴랜드의 시민들을 만나서 행동하는 모습은 생각지도 않는 여운을 남겨준다.


래리 호건의 부인인 유미 호건과 딸들의 언급은 상당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미국의 개념이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그들의 생활 방식이지만, 어쩌면 이런 래리 호건의 일련적인 의식에서 나오는 결과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래리 호건이라는 사람은 참 진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진국이라는 말이 딱 맞겠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의 정치. 특히 선거전을 앞둔 미국의 정치는 말장난, 인신공격, 어린아이들보다도 못한 유치찬란한 말싸움으로 이루어지는 고집불통의 안하무인격인 그런 존재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미친놈 같은 행태는 정치의 문외한인 필자조차 저거 뭐 하는 행태냐고 비웃을 정도인데 그에 대한 생생한 정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코로나 19로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래리 호건이 보여주는 이슈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무엇을 위해 주지사의 직함의 파워를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가를 알게 된다. '한국 사위'라는 단어에 포함된 한국과 미국 메릴랜드 주의 협력은 이제는 전 세계가 아우르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현시점에서 각국의 정치가들이 어떤 행동을 보여주고 실행하는가를 분명하게 깨우치는 한 예로 볼 수 있다.


<스틸 스탠딩>은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정치인의 삶과 신념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독자와 다른 신념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다.

정치, 미국, 네거티브라는 것을 떠나서 제대로 된 정치는 무엇인가를 충분히 보여주는 책이다.

더구나 최근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정치판과 리더의 어긋난 정치 신념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충분히 감안하게 되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도 예전에 비해서는 정치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유권자 스스로 무엇이 현재의 이 나라와 지역을 위하게 되는 것인지 현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래리 호건의 굳건한 신념을 가진 정치인의 등장이 꾸준하고 넓게 지속된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의 미래는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래리 호건이 밝히고 있는 여러 에피소드, 이를테면 래리 호건이 암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든지, 한국 여자 유미 호건과의 만남과 결혼을 얘기한다던지. 볼티모어 폭동에 대한 대처나 워싱턴의 정치 분열 등등,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여기 서평에서 의미가 없다.

<스틸 스탠딩>을 읽고 진정성 있는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거나 국가의 직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이 용기 있고 소신 있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면,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시민과 국민들이 알아본다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고, 아직도 여전히 서있는 래리 호건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앞에서 우리는 참 힘이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우리는 이것을 이겨내고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래리 호건같이 올바른 신념을 꿋꿋하게 실천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스틸 스탠딩.. 여전히 서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의 철학과 사장의 주류였던 제자백가 중 하나인 도가는 노자와 장자에 걸쳐 이루어진 사상으로 무위자연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가라는 의미는 상당히 심오하지만 현실과 떨어진 사상이 아닌가라는 선입견에 도를 추구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함도 있다.

복잡한 현대를 살면서 어느 시기부터 '비움' '덜어냄' 또는 '미니멀리즘'이라는 트렌드로 좀 더 단순하고 간결함을 찾고 있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 속에서도 도가의 '비움'이라는 것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은 '도가'의 의미를 상당히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자의 비움공부>에서 말하는 비움을 보자.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쓸데없는 것으로 가득 채우고 있지 않는가라는 점이다. 즉, 채워지기 전의 본연의 마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비움이라고 한다.

좀 더 나아가 비움을 통해서 한 단계 성숙한 인간으로의 성장을 얻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현대인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비움'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으로 채우고 가꾸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참 어렵다.

나는 아직도 내 속이 채워지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고, 살면서 공허하다고 하는데 이미 채워져서 내 본연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데?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내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위해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등등의 고민이 덜컥 나선다.

<장자의 비움공부>에서 100편의 관련 옛 글이 있다. 쉽게 풀이가 되어있지만, 그 속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이에 저자는 차분한 글로 독자에게 비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백옥이 안합에게 말하길 '자신의 얕은 재부만 믿고 상대방에게 맛서려 한다면 위태로울 수 있으니 이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당랑거철, 사마귀가 발을 치켜들고 수레에 대항한다는 고사를 통해서 인간도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을 꼬집는다.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더 강한 상대에게 덤비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역질문에 독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인간관계를 실패하는 이들은 자신보다는 타인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역린이 있다. 인간관계가 실패한 경우 자신이 상대방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봄도 좋지 않을까?

재경이 나무를 깎아 북 받침대를 만든 것을 보고 사람들은 신의 솜씨라고 극찬을 한다. 노나라 임금이 어떤 기술로 이를 만들었는가 물어본다. 재경이 말하기를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을 하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작하는 것이 몇 번이나 될까? 늘 바쁘고, 시간에 쫓기는 것이 마치 현대의 시간 속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자는 비움의 하나로 마음을 차분히 하라는 것을 말한다. 삼국지의 뛰어난 전략가인 제갈공명 역시 마음을 차분히 하는 것이 학문의 기본이라고 하였다. 마음을 차분히 하는 것. 요즘 말로 멘탈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어떤 것을 시작하고 결정하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내가 시작한 것은 내가 끝내야 하는 것이 맞으며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정신력이 필수이다. 이 정신력을 강하게 하는 것은 바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됨을 저자는 말한다.

<장자의 비움공부>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주체의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필수인 현대인들에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서 삶과 인간, 비즈니스, 관계 등에 충분히 적용하고 응용하는 안목을 갖게 한다.

취업이 안돼서 고민인 독자에게는 요임금이 자주지보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한 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준다. 일자리만 있다고 무조건 덤벼서 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나라의 왕을 주겠다고 해도 그것을 거절하는 자주지보의 결정을 보면서 비록 작은 일이고 벌이가 적다고 해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꾸준히 하다 보면 재능도 발견하고 없는 능력도 생길 것이라 한다.

'비움'이라는 의미가 이렇게 크게 적용되는지를 <장자의 비움공부>를 통해서 알게 된다. 의식적으로 비우자고 하면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쟁취하려고 하고, 기억하려고 하고 놓치지 않으려고 버둥거린 것을 의식하게 된다.

나만의 생각으로 나의 비움을 말하자면, 말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고 말을 하면서도 놓지 못한 욕심에 스스로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여전히 벌어야 하고, 여전히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기대를 하게 되고, 여전히 더 많은 재산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빗대어 말하자면, 유리창을 깨진 채로 방치했더니 온갖 사고가 일어나지만 유리창만 새것으로 바꾸면 범죄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작은 일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큰 것에 욕심을 내고 있지는 않을까?

큰 사람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장자의 비움공부>가 가르쳐주듯이 작은 내 마음의 욕심과 근심과 무조건적인 모방을 비워봄은 어떨까? 그러면 흐릿하던 내 앞날에 대한,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한 불확실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식으로 살고 있나요?
이종혁 지음 / 서울셀렉션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에게 '상식으로 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본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고,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상식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또는 '무엇을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일까요?'라고 묻는다면 시원한 답을 내놓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진다.

상식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하고 정의 내리고 있다.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는 것을 보자.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그 무엇일 것이다.

<상식으로 살고 있나요?>를 읽어가면서 나는 과연 상식을 알고 상식에 맞게 살고 있었나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이종혁 교수는 '차이나는 클라스' '다큐 프라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 등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해오고 있는 커뮤니티 전략가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트렌드를 쫓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알고 당신이 알아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때론 트랜디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그것을 버리고 눈앞의 트랜디, 콘텐츠만 쫓고 있다.

이종혁 교수가 상식의 예를 들어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면 현대인의 트랜디 중의 한 가지가 친환경이다. 친환경 실천의 하나로 에코백 사용을 예로 들면서 에코백을 여러 개 사서 쓰면 그것이 과연 친환경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한다. 이것은 친환경이 아니다. 낭비하지 않고 이미 가진 것을 오래 잘 쓰는 게 친환경에 가깝다고 한다. 상식은 이런 포인트를 잘 잡고 균형을 이루어가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상식으로 살고 있나요?>은 '의' '식' '주' '인' '생'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삶에 맞는 상식을 되물어보고, 생각하고, 독자에게 일침을 하고 있는 상식 이야기이다. 각각의 챕터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무엇이었는가. 내가 어떤 왜곡을 갖고 있는가를 되짚게 된다.

우리는 옷을 매번 사면서도 매번 입을 옷이 없다고 한다. 찢어지고 낡아진 옷이 아닌 옷이 옷장 그득히 있는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한다. 입을 옷이 없는 것은 우리의 몸이 변하기보다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 자주 변해서 그런 것이다. 입었을 때 편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옷을 찾고 똑같은 옷을 몇 벌을 사서 입어보자. 그리고 옷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해보자. 이러한 삶은 결국 변치 않는 나의 마음을 지속하는 방법이 아닐까?

요즘은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닌 먹기 위해서 사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본다. 어느 채널을 돌리거나 먹는 것 위주의 콘텐츠가 너무 많다. 반면 이렇게 많이 먹어놓고 건강 유지를 위해서 또 다른 건강식품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많이 먹어대는데 건강하라고 하는 것은 또 무슨 억지일까?

몸의 기능도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도 24시간을 움직이면 지치는데 몸 역시 24시간 기능을 하면 지치지 않을까?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훨씬 넘게 섭취를 하고 몸이 쉬어야 한다고 하면 그게 맞을 말일까? 입은 쉬고 있지만 몸속에 있는 위장과 대장 등 소화기관은 24시간 내내 움직이게 하는 게 쉬는 것일까?

소식은 겸손한 식사라고 한다. 어른들이 나이가 들수록 입맛이 없어 소식한다는 말을 하지만 입맛보다 소화할 수 있는 만큼 먹는 것이다. 내 건강이. 내 몸이 받아들이고 감당할 만큼 먹는 것이 건강한 식사이다. 잔뜩 먹어놓고 건강을 위해 어느 날부터 단식을 한다, 절식을 한다 하지 말고 남기지 않는 만큼 마음껏 먹어보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식사만 해보자. 그것이 소식이고, 그것이 내 건강을 위해 상식적으로 하는 식사 방법이다.

'친환경' '공유'라는 말이 이젠 익숙하다. 이 익숙한 단어가 적용되는 것이 '공용 이동 수단'이다. 길을 걷다 보면 군데군데 공용 이동 수단이 있는 것이 보인다. 앱을 켜서 결제를 하고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참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편리함을 위해서 우리는 당연한 것을 하나 버리고 있음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내 발로 움직이는 걷기는 아주 좋은 이동 수단이 된다. 길을 걷고, 때론 길에 떨어진 은행을 피하는 걸음을 걷고, 또 때론 걷다가 향기 좋은 빵 냄새에 이끌려 맛있는 빵을 사는 것이 소소한 행복인데, 우리는 빠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면서 이런 삶의 소박함을 지나칠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환경, 공유라는 트렌드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물질적 공격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공유 자전거를 유지 보수하고 나르는 트럭들이 길을 달리게 되며, 공유 자전거 거치대를 세우기 위해 보도를 점령하게 되어 인도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공용 킥보드를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세워두는 바람에 차가 지나가지 못하는 불편함이 생겨나고, 걷는 사람들에게도 이리저리 피하게 하는 불편함을 준다.

즉 어떤 이에게 편함은 또 다른 어떤 이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상식으로 살고 있나요?>는 약간 불편함을 있더라도 나와 타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상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트렌드를 열심히 쫓아간다고 해도 나의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눈으로 쫓아가는 것이지 내 몸이, 내 정신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식화되어 있는 그것이 진짜의 상식인지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비상식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나만의 규정으로 내 삶을 되돌아본다면 트렌드를 아득바득 쫓아갈 일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덩달아 따라 하고 허무함을 느끼는 일도 없지 않을까?

상식 있는 소통이 나를 비롯한 이들의 본질을 찾아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빠른 시간 속에 살면서 나에 대한 가치, 나의 본질을 찾는 것이 어쩌면 더 귀한 삶을 사는 것이 또 다른 트렌드가 되어가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