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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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구려의 기상이 대단했음을 알게 된 것은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책 속에서 그저 중국 대륙까지 뻗어나갔던 용맹한 고구려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구려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인 벽화를 발견한 것은 100년전의 일이라고 한다. 그동안 기록이 남았을 터인데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역사지식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좀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사진이나 그림으로 쉽게 보고 설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사진자료를 눈으로 확인함도 見이라고 하고 싶다.
그만큼 사진과 그림 자료가 꼼꼼하고 철저하다는 말이다.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혀 내려가는 내용 또한 편하다.
작가의 여러 이력 중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라는 경험이 이렇게 이해하기 쉬운 글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구려가 멸망한지 1300년이 지나서야 후세에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100년전의 일이다. 이에 큰 기여를 한것이 바로 고구려 고분 벽화의 발견이다.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에서는 고구려 고분 벽화의 역사와 그 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고구려의 생활 풍속, 당시의 생활속에 젖어들었던 불교 문화의 수용, 그리고 토속신앙이라 볼 수 있는 사신의 세계, 고구려인들이 믿었던 신앙중의 하나인  하늘 세계에 관한 이야기등 5단위로 나누어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고구려 고분 벽화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라는 주제 속에 각각의 또다른 주제를 설명한다라고 하면 정확하겠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분포지가 북한과 중국일대라 사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은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에 실려있는 사진자료와 그림자료는 고구려 고분 벽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보충자료이다.
 

고구려사람들은 벽화를 왜 그렸을까. 고구려 사람들은 죽은 후 그러니까 사후의 세상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무덤을 꾸미는 데 정성을 들였다. 무덤 주인의 생전 사회적 지위와 재산등은 죽어서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화강암을 다듬어 탄탄한 무덤을 만들고 무덤안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 귀족들의 집을 그대로 재연하였다. 여기에는 귀족들이 사용했던 생활품과 장신구등이 보관되었고 노예나 가축등을 본따 만든 토기를 넣어두기도 했다. 무덤의 주인이 생전에 해왔던 일이나 기록등을 벽화로 남긴다. 여러번의 채색도 하고 금가루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후세의 사람들이 연구를 해도 아주 기가막힐 정도의 기술을 보유했음 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인들은 불교를 숭상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연꽃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남을 믿었다. 또한 고구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그것들이 자신들을 지켜 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상상하여 만든 사신, 즉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이렇듯 고구려 벽화에는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기 때문에 후세의 사람들이 충분히 연구하고 기록을 찾아내는 노력으로 고구려란 어떤 나라였다..라는 것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준 아주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비록 드라마를 통해 고구려를 봤지만 고구려에 대한 역사지식을 정확히 정리하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책을 발견했다고 자랑하고 싶다. 책의 내용상 교과에도 충분히 자료로 삼을 수 있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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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을 리뷰해주세요
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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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중국 견문록 중의 하나이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와 함께 세계적인 기행 문학으로써 가치가 높다는 <표해록> 

하지만 고전에 대한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서양의 표류기나 여행기등은 선뜻 읽기를 원하면서 우리나라의 여행록은 사실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였다. 알마에서 나온 <표해록>은어린이의 시각에서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최부는 제주도 경차관으로 부임하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급히 고향 나주로 향한다. 하지만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바다를 표류하다 겨우 중국 땅에 닿았지만 해적들에게 봉변을 당한다. 갖은 매를 맞고 가진 것을 다 뺏기고 돛까지 부러진 채 바다 한가운데 버려진 후 다시 표류를 하게 되고 이어서 닿은 곳이 중국의 절강성이다. 이곳에서도 최부 일행은 곤경에 처한다. 왜구로 오해를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최부는 조선의 관원임을 입증하고 겨우 살길을 얻는다. 조선으로 돌아오기 위해 최부 일행은 양자강 이남에서 부처 황하를 건너 만리장성을 넘고 요양과 의주로 해서 한양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최부 일행이 지나온 시간은 폭풍우를 만나 14일동안 표류를 하고 중국에 닿아서도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는 8000여 리 길, 135일이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배가 난파의 위험에 처햇을 때, 중국에서 해적을 만나 곤경에 처했을 때, 왜구로 오해 받아 위험했을 때,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땅에서 최부 일행이 조선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은 조선 선비로서 자부심을 갖고 강인함과 뛰어난 통솔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책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최부의 예를 지키는 행동는 아이들이 조선 시대 당시의 유교적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최부는 아버지의 상중이라는 큰 이유 때문에 모든 편의를 얻을 수 있었을 때도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예를 다하는 모습은 요즘의 어린이들이 선뜻 이해하기는 버겁겠지만 부모에 대한 공경은 끝이 없음을 알려 준다.

우여곡절 끝에 조선에 도착한 최부는 8일만에 임금에게 보고서를 써 올린다. 이것은 최부 혼자서 쓴 글이 아니라 최부를 수행했던 아전 정보, 김중, 이정, 손효자가 틈틈히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하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꼼꼼하게 기록하는 면은 아이들 역시 본받으리라 믿는다. 당시 조선은 중국과 군신의 관계였기 때문에 조선이 중국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최부는 조선의 꼿꼿한 선비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국에 대해 모든 것을 눈으로 빠짐없이 보았다. 중국 사회 내부의 실상과 경제 상황,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생생하게 보거나 실제로 체험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최부는 후에 조선에 적용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인정한 견문록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어봤다는 것이 후손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비록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읽기에 모자람이 없다. 더구나 원문에 가까운 해석을 싣고 이어 <다듬어 쓴 이의 말>이라는 해석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어나 문장 또는 시대적 배경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기에 고전의 지루함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점에 장점이 있다.

에도 시대의 일본이 <표해록>의 가지를 알아보고 '당토행정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널리 읽혀졌다고 한다. 부끄럽다.
한사람 한사람이라도 더 읽어 우리의 자산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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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뇌의 기발한 비밀 즐거운 과학 탐험 15
요나탄 린드스트룀 지음, 김순천 옮김, 박문호 감수 / 웅진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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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뇌 과학의 시대'라고 한다. 과학이 발달 할수록 뇌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과학자들은 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밝혀진 것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영역이며 호기심의 대상이다.
뇌는 생각한다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보고, 듣고, 먹고, 냄새를 맡고, 생각을 하고, 사물을 만지는 모든 행동에 관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뇌의 역활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웅진주니어에서 나온 ≪똑똑한 뇌의 기발한 비밀≫은 이런 뇌에 대해 조목조목 원리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요나탄 린드스트룀이란 다소 어려운 이름을 가진 작가는 스웨덴의 유명한 고고학자이며 천문학자이다. 더구나 생물학까지 두루 섭렵하였기 때문에 뇌에 대한 그림까지 직접 그리면서 꼼꼼한 설명을 하고 있다.
뇌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하는 것일까.
말랑말랑한 분홍색 기계인 뇌는 뇌는 작은 뉴런이 모여있는 것이라고 한다. 사물을 보는 것, 냄새를 맡는것, 소리를 듣는 것등은 공기속에서 원자가 진동 활동을 하여 뇌에게 신호를 보내고 그것을 뇌가 접수하고 해당되는 신경섬유에게 할 일을 지시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뇌의 역할이 먼저 시작되는 곳은 눈이다. 뇌는 눈으로 본 것을 판단하여 먹기도 하고 옷을 입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도록 지시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일을 하는 복잡한 뇌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스로 체험하는 다양한 실험을 책 곳곳에 설명한다. 한쪽 눈을 감고 눈꺼풀을 자극한다던지, 친구와 손을 겹친 후 손가락을 자극하는 것 같은 간단한 실험도 설명하고, 책에 있는 그림으로 뇌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에 대한 간단한 실험을 충분히 가르쳐주고 있는 책이다.

광자라던지, 시세포, 신경섬유, 분자, 원자등 과학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과학이야기라고 해서 어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뇌는 24시간 그리고 인간의 평생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한다. 그렇게 쉼없이 일하기 때문에 뇌의 맨 뒤쪾에 도착한 신호들을 구석구석으로 보내고 필요 없는 신호도 가려내는 일을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뇌는 상상도 하고 사물을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우리 몸의 감각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상황과 몸이 느끼는 상황등 뇌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뇌가 반응하는 것을 읽었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자.
무의식은? 무의식도 뇌가 주관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에도 '의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확히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못내리고 있다.
과학의 범위 안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의식의 세계라고 볼 수 있는 텔레파시, 꿈, 죽음을 겪었던 사람등의 일은 아직 설명할 수가 없다. 과학적 원리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풀어지지 않은 뇌에 대한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있다.

과학이라는 것은 파고 들수록 더욱 흥미진진 해진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하나를 해결해야 하는 순서처럼 ≪똑똑한 뇌의 기발한 비밀≫을 의문점과 해결, 그리고 또 다른 의문과 해결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읽어갈수록 뇌에 대한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예전같으면 무의식의 세계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절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분야인데 그것을 과학 연구로 풀려고 하는 모습에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과학도 변함을 알 수 있다.
 

인간 몸의 다른 기관들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 온 몸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뇌의 기능과 뇌의 활동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예전에 봤던 영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느 유명한 과학자의 뇌를 축출해서 실험용액에 넣고 여러가지 튜브를 연결하니 모양은 쭈굴쭈굴한 뇌이지만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려던 그런 영화였다.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막연한 공상과학이 아닌 뇌 자체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기관인 것이다.

겨우 주먹 두 개 크기에 불과하지만 뇌가 하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보다도 더 많은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리고 미래에도 연구는 계속 될 것이다. 두개골 안에 자리잡은 기관이라는 단순명료한 답을 벗어나서 더욱 많은 일을 하는 뇌에 대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말했듯이 의식과 무의식에서 무의식은 어쩌면 또다른 의식으로 나타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학 숙제인 것이다.
과학에 흥미를 갖고, 문제점을 생각하고 해결해나가는 그런 멋진 과학자들이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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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선생님을 위한 비밀 선물>을 리뷰해주세요
클라라 선생님을 위한 비밀 선물 문원아이 11
라헐 판 코에이 지음, 강혜경 옮김, 정경희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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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무서움의 상대이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이런 버거움이 아이들 눈앞에 나타나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울기만 할까? 무서워서 악몽을 꿀까? ≪클라라 선생님을 위한 비밀선물≫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죽음과 아이들이라는 소재를 보면 너무한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것은 어른인 나의 선입견이다. 왜? 아이들은 죽음을 생각하면 안되나?
죽음이 무섭다고 어른들이 쉬쉬하고 비밀로 한다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야하나? 나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클라라반 선생님의 아이들이다. 초등학교 4년 내내 같은 반, 같은 선생님의 인연으로 만났다. 늘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던 클라라 선생님이 어느날 아프단다. 그리고 죽는다고 한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죽는다고 하면 어린 아이들도 당연시 여길지 모르겠다. 나이들면 죽는다. 돌아가신다라는 것은 무의식중에 알게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제까지 같이 공부하고 웃고 하던 클라라선생님이 아파서 치료를 받았지만 죽는다라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큰 충격이 된다. 클라라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아이들에게 못다해준 책을 읽어주고, 아직도 남아있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아이들 역시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처럼 슬프지만 선생님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준비를 한다. 

아이들과의 마지막을 아주 멋있는 여름 휴가지에서 보낸다.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은 교실을 바닷가의 모습으로  꾸민다. 야자수를 실어오고 파란색 천을 펴놓고..이제 곧 다가올 영원한 이별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좋은 기억과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다. 교실안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서로를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봐주지를 않는다. 율리우스의 엄마는 펄쩍 뛴다. 아픈 모습으로 그것도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학교에 나타난 선생님이 못마땅하다. 이유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실과 똑같다. 율리우스 엄마가 학부모회 운운하면서 말하는 모습은 그래..바로 우리다. 선생님은 항상 온전해야 하는 모습이길 원하는것. 똑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할 수 없는 우리네의 현실과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곁에 있다는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피하고 싶고 아닌척 하고 싶은 것이다.

엄마는 거실로 돌아가자 텔레비젼을 켜고 채널을 빠르게 돌려 코믹영화를 찾아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건강하고, 삶에서 소망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는, 그런 영화를.(191)
아이들은 선생님이 가보고 싶은 나라를 소개한 책을 작별 선물로 정했었다. 하지만 죽음을 말하는 오랜 여행은 또 다른 의미임을 아이들은 깨닫는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좀더 두려움 없이 가야한다. 이것이 아이들의 무의식중에 떠오르는 생각이다.아이들은 얼토당토 않지만 어쩌면 너무너무 기발한 생각을 한다. 어른들에게 비밀로 한다. 그리고 준비한다.

클라라 선생님이 죽음을 앞둔 사실을 보면서 율리우스 역시 주변에서 죽음을 알게 된다. 읽는 독자들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율리우스의 엄마는 이모의 죽음앞에서 굉장한 무서움과 끔찍함을 기억속에 남겼다. 그리고 아기 율리아를 뱃속에서 잃었다. 친구 엘레나는 햄스터가 죽자 무덤을 만들고 금잔디를 매번 갖다준다는 말을 듣고 엄마의 가방에서 율리아의 초음파 사진을 몰래 꺼내와 무덤을 만들어 준다. 어른들은 죽음에 대해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갖는다.  이해되지 못했던 이야기를 거슬러 거슬러 가다보면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어른들은 죽음에 대한 무서움을 전혀 아닌 듯 표현한다. 하지만 정말 무서웠던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 조차 무서웠던 것이다.

'절대로 굽히지 않고 맞서는 것', 그게 바로 율리우스의 계획이다(143)
그래...맞서는 것.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면서 선생님과의 슬픈 이별에 굽히지 않고 싶었나보다. 슬픔에 주저앉기 보다는 남은 시간을 선생님을 추억하고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유럽에서 가볼 만한 여행지 100곡>이라는 선물은 결국 편안하게 추억하면서 아름답게 떠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차가 되었다.
뚜껑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과나무로 꾸며져있고, 선생님을 태우고 구름 위로 떠다닐 열기구가 있고, 선생님의 오랜 여행길에 그려진 음표들을 보고 천사들이 노래를 불러 줄 것이다. 그리고 그려진 바다와 물고기를 보면서 선생님은 여행중에도 아이들을 떠올릴 것이다.

죽음이 남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받아들여야한다고, 그래야만 남은 인생을 슬픔이 아닌 추억과 기쁨으로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앞에 죽음이 왔는가? 아니다.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추억 운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은 무섭다고 한다. 죽음은 두려운 존재라고 한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섭고 피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은 죽음이라는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죽음의 어두움보다는 긴 여행이라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밝고 긍정적이게 나의 마지막을 떠올려 보는 것.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이렇게 해야한다.라고 바로 내릴 결론은 없다. 각자의 몫인걸. 하지만 아이들이 클라라 선생님과의 이별 선물을 준비하는 것에 많은 의미가 있다.
누구든지 죽음을 맞이해야 하지만 빨리 온다안온다의 차이인걸. 아이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고 나서 그 다음의 평범한 과정인 것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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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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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중국 견문록 중의 하나이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와 함께 세계적인 기행 문학으로써 가치가 높다는 <표해록>
하지만 고전에 대한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서양의 표류기나 여행기등은 선뜻 읽기를 원하면서 우리나라의 여행록은 사실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였다. 알마에서 나온 <표해록>은어린이의 시각에서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최부는 제주도 추쇄경차관으로 부임하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급히 고향 나주로 향한다. 하지만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바다를 표류하다 겨우 중국 땅에 닿았지만 해적들에게 봉변을 당한다. 갖은 매를 맞고 가진 것을 다 뺏기고 돛까지 부러진 채 바다 한가운데 버려진 후 다시 표류를 하게 되고 이어서 닿은 곳이 중국의 절강성이다. 이곳에서도 최부 일행은 곤경에 처한다. 왜구로 오해를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최부는 조선의 관원임을 입증하고 겨우 살길을 얻는다. 조선으로 돌아오기 위해 최부 일행은 양자강 이남에서 부처 황하를 건너 만리장성을 넘고 요양과 의주로 해서 한양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최부 일행이 지나온 시간은 폭풍우를 만나 14일동안 표류를 하고 중국에 닿아서도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는 8000여 리 길, 135일이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배가 난파의 위험에 처햇을 때, 중국에서 해적을 만나 곤경에 처했을 때, 왜구로 오해 받아 위험했을 때,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땅에서 최부 일행이 조선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은 조선 선비로서 자부심을 갖고 강인함과 뛰어난 통솔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책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최부의 예를 지키는 행동는 아이들이 조선 시대 당시의 유교적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최부는 아버지의 상중이라는 큰 이유 때문에 모든 편의를 얻을 수 있었을 때도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예를 다하는 모습은 요즘의 어린이들이 선뜻 이해하기는 버겁겠지만 부모에 대한 공경은 끝이 없음을 알려 준다.

우여곡절 끝에 조선에 도착한 최부는 8일만에 임금에게 보고서를 써 올린다. 이것은 최부 혼자서 쓴 글이 아니라 최부를 수행했던 아전 정보, 김중, 이정, 손효자가 틈틈히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하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꼼꼼하게 기록하는 면은 아이들 역시 본받으리라 믿는다. 당시 조선은 중국과 군신의 관계였기 때문에 조선이 중국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최부는 조선의 꼿꼿한 선비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국에 대해 모든 것을 눈으로 빠짐없이 보았다. 중국 사회 내부의 실상과 경제 상황,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생생하게 보거나 실제로 체험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최부는 후에 조선에 적용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인정한 견문록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어봤다는 것이 후손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비록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읽기에 모자람이 없다. 더구나 원문에 가까운 해석을 싣고 이어 <다듬어 쓴 이의 말>이라는 해석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어나 문장 또는 시대적 배경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기에 고전의 지루함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점에 장점이 있다.
에도 시대의 일본이 <표해록>의 가지를 알아보고 '당토행정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널리 읽혀졌다고 한다. 부끄럽다.
한사람 한사람이라도 더 읽어 우리의 자산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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