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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대해부 - 매경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주요 그룹 오너 3세 이야기
매일경제 산업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재벌이야기는 드라마 소재로 종종 등장합니다. 아니..거의 전 드라마의 소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남자주인공 항상 재벌집 훈남입니다. 성격 좋아.. 능력 있어.. 자신감 충만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 때론 까칠한 성격이 보이지만 까도남이라는 단어로 매력 한 귀퉁이를 차지해.. 이런 남자들은 캔디처럼 꿋꿋하고 밝은 여성들만 만나게 됩니다. 왜? 그 여자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어야 하니까..
이런류의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나 대신 차지하는 저 높은 곳의 생활과 지위와 역할까지 대리만족을 하게 되죠. 또 한편으로는 '사람 팔자, 참...'이라는 약간의 섭섭함, 아쉬움, 부러움도 표현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팔자는 정해져 있나 보다. 어쩔 수 없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부모에게 자란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드라마 후기를 적으려는 것이 아니므로 요기까지만 하고요~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재벌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는 책이 있어서 구구절절 서론을 시작했습니다.
<재계 3세 대해부>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사는 이제 3세대가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을 만들어낸 이병철 회장,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1세대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2세대를 대표하고 있죠. 1세대가 맨땅에서 맨주먹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이들이라고 하면 2세대는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한 세대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사람은 바로 차기 주자 3,4세대입니다.
이들은 기반이 잡혀 있는 경제를 발판으로 경쟁력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세계로 확장해야 하고, 그들의 탄탄한 경제 기반을 사회적 발전에까지 펼쳐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세계가 변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국민의 시선과 의식도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재계 3,4세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주시하고 있는 눈들이 많습니다. 재벌가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하고,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왜냐고 그들이 묻는다면 딱 한마디 '노블리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 이겠죠?
<재계 3세 대해부>의 소갯글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재계 3세 대해부》는 한국 주요기업 오너 3세들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들이 직접 만나 취재한 생생 정보를 담았다. 출생부터, 교육과정, 현재의 위치, 그리고 비전까지 상세히 다룬다. 재계 3,4세들의 성장 과정과 현재 갖고 있는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받아온 각사의 경영수업과 일상생활 등을 엿볼 수 있다.
TV 드라마 속의 피상적인 재벌 3.4세들이 아닌 옆에 있는 재벌 3,4세의 모습을 여기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대충은 그들의 성장배경을 알고 있지만(물론 가십을 통해서이지만) 그래도 그 중 하나, 재계 3.4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이 발동합니다.
이 책에는 17개 그룹의 3,4세대 차기 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20년 한국의 재계를 이끌게 될 대표적 뉴리더라고 표현을 합니다. 대표적인 뉴리더가 누구일까요? 아마 독자들도 어지간히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삼성가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SK그룹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성환 SKC 전략기획실 부장 LG그룹의 구광모 LG전자 차장, 범LG가로 불리는 LIG 그룹의 구본상 LIG.LIG넥스원 부회장 GS그룹에서는 (주)GS 사업지원팀장을 맡은 허용수 전무, GS 칼텍스의 허세홍 전무, 두산그룹의 방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한진그룹의 기내식. 객실 승무본부장을 맡은 조현아씨, 경영전략본부장인 조원태씨, 등등, 17개 그룹의 모든 가계도를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학연이 대단합니다. 거의 비슷한 고등학교, 같은 대학 출신 또는 MBA 출신이 대부분입니다. 제목이 <재계 3세 대해부>라고 했지요? 그럼 좋고 그름을 해부했으면 좋았으련만, 어째 책을 읽어갈수록 여러 군데의 기사를 모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까요? 그들의 스펙은 대단합니다. 배경을 탄탄하게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한국의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그 위치에서 태어났으니 그들의 학업은 최상, 최고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야 당연하죠. 부모가 그룹의 총수로 있는데 그 밑에서 경영수업(여기서 말하는 경영수업이라는 것은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말 같은데 어째 최말단 직원부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충 읽어봐도 부장급부터 시작하는 것 같네요)을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평범한 집안도 똑같습니다. 아버지가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하고 있다면 하다못해 방학 중에 아르바이트라도 아버지 회사에서 시킵니다. 자녀가 싫다고 하면 아버지의 업종과 관련된 다른 곳에 인턴으로 일하게도 합니다. 자녀가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해도 결국 아버지가 정해준 일자리가 있다면 당연히 가겠죠. 요즘처럼 실업률이 최강일 때 일자리 싫다고 마다하면 이거야말로 생각 없는 민폐일 테니까요.
<재계 3세 대해부>라는 제목에는 아무래도 쓴소리를 많이 해야 했다고 봅니다. 1세대, 2세대의 그룹 총수들이 한국의 경제를 이끈 것도 사실입니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대가 변하면 그들의 자세와 생각도 변해야 합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듣고, 보는 이야기가 많거든요. 그리고 국가의 경제, 국가의 정치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거든요.
이 책을 만든 매일경제 산업부 팀들은 이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이 책은 이러한 재계 3.4세 경영시대를 각 기업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매일경제 기자들이 힘겹게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들이 공식적인 루트뿐 아니라 개인적인 인맥, 여러 날의 뻗치기(기자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용어로 VIP 인사를 만나기 위해 집 앞이나 회사 앞, 호텔 로비 등에서 여러 시간 기다리는 것을 뜻함)를 통해 얻은 취재를 바탕으로 책이 꾸려졌습니다. (중략) 국민들의 시선이나 기대감도 예전과는 다릅니다. 결국 스스로를 절차탁마하고. 내부 엘리트를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 키워내는 등 지배구조에서도 일대 개혁이 필요합니다. (중략) 모두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들이 이들을 직접 만나 얻어낸 성과물들입니다.
사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이 나오게 된 짧은 소감을 꼼꼼하게 읽게 됩니다.
이 책이 어떤 의미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주제를 독자들에게 표현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지 머리말과 지은이의 소감을 꼼꼼하게 먼저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습니다. 경제부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뛰는 열혈기자들은 이 경제의 주축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더 나은 한국과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하는지 일반인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제계 3세들이 기업내에서 어떤 평판을 듣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히 그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기본 자질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것을 굳이 언급해서 그것이 타인보다 더 잘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재계 3,4 세대들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모습을 적극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들이 경영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없다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그룹을 경영하기 위한 순서대로 배우고 익혀왔습니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 앉을거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그러면 그들이 어떤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나. 어떤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나. 그리고 해결을 위한 그들의 행보는 무엇인가에 대해 언급이 있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대해부라는 말에 걸맞게 정말 해부를 했었으면 좋았을껄이란 느낌이 어째 찜찜하게 남아있습니다. 노사문제가 있는 그룹이나. 폭행사건으로 도덕적 자질이 의심되었던 사건, 현대차와 현대그룹간에 있었던 반목, 뻔히 보이는 몰아주기 경영 등등..
물론 이들이 지금 펼치고 있는 사업의 성과는 잘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행보를 했는지 알아둘 필요도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과 결론의 여파는 아무래도 국민들에게 파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재벌이라는 위치는 국민과 함께 상생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구가 읽으면 좋다라는 권유는 별 두개입니다. 경영에 관한, 경영자스토리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들이 재계를 정리하기 위한 내용을 원하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