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동심원 19
안오일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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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짧은 시어 속에 담긴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참 예쁜 글의 하나입니다.

말 한마디, 단어 한마디, 그리고 표현 한마디에 아이들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동시죠.

 

안오일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동시집에 리트머스 종이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잘 흡수한 동시들을 가득 담으려고 했어요.

붉은색이면 붉은색, 푸른색이면 푸른색, 정확하게 거짓 없이 아이들의 고민과 꿈과 상상을 담으려고 했지요.

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색깔이 나오든 그건 당당한 자기만의 색깔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살짝 귀엣말을 해 주고 싶어요. (시인의 말 중에서)


<사랑하니까>는 45편의 詩를 3부로 나누어서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자그마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늘 똑같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죠. 하지만 때론 가슴속에 있는 슬픔을 작은 가슴으로 꼭꼭 누르고 있기도 합니다.

 


세탁기

 

다그닥다그닥 터걱. 드드드드 텅텅

터질 것처럼 울어 대는 세탁기

수평이 맞지 않아서라고 한다

 

기울어진 곳에 받침대를 놓으니

그제야 위이이이잉

얌전하게 돌아간다

 

형에게만 늘 기울어져 있는 엄마

수평적이지 않아 불어터진 내 불만은

들리지 않나요?


가슴이 뜨끔한 엄마들이 계시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면서도 엄마는 알게 모르게 큰아이와 작은 아이에 대한 사랑 표현이 똑같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엄마의 사랑은 똑같죠. 하지만 형은 형이라서 챙겨줬던 것이 작은 아이에게는 참 불만이었나 봅니다.

어린 가슴에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저도 우리 작은 아이를 슬그머니 바라보게 됩니다.

혹시 이 엄마가 너에게 기울어진 세탁기처럼 보여지는 것 아닐까...라는 반성과 함께 말입니다.

 


우리 엄마는

 

엄마 얘기 나오면

제일 먼저 나서며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는,

하며 자랑하는

 

엄마 얘기 나오면

마지막까지 남아서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는,

하며 자랑하는

 

수영이의 웃는 얼굴 보는

내 마음 아파요

 

사실은

아빠랑 동생이랑

셋이서만 산다는 걸

나는 알거든요



말할 수 없어요

 

나는 만날 선생님께 야단맞는다

준비물을 안 챙겨 온다고

 

하지만 난 말할 수 없어요

말 안 통한다고

글 못 읽는다고

떠나면 어떡해요

베트남에서 온 새엄마

 

차라리 야단맞을래요

또다시 엄마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정말 슬픔을 가진 어린 친구들이 많습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가족 간의 관계나 구성에 대한 변화가 참 많아요. 조손 부모도 이젠 당연시되는 사회이고, 한부모 가정도 당연시된 그런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엄마도 낯설지 않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해한다고 해도 그 속에 아무것도 모르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우리 조금만 시야를 넓히고, 마음을 넓혀서 가슴속에 슬픔을 가지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듬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른으로 참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드는, 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고 말하는 이 시간이 참 미안해지는 동시입니다.

 

<사랑하니까>는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동시가 많습니다.

안오일 작가는 청소년 시집 <그래도 괜찮아>를 읽고 알게 되었는데요~청소년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를 통해 독자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보여주었답니다.

그런 안오일 작가가 이번에는 어린이들의 시선을 그려낸 시집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함께 느껴보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함께 느껴보는 좋은 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어른으로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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