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한 장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이억배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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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판형에 표지 속 인물들이 저마다 손에 든 책 한권 한 권이 정겹다. 하나하나의 미소가, 들고 있는 책들이, 책장 구석구석 살피는 재미까지 표지에서만 꽤 긴 시간을 머무른다.

곳곳에 자라난 나무들과 그 나무에서 꽃피운 다양한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적한 시골, 당장 뛰어들고픈 바닷가, 다양한 동물들이 한데 어울어진 정글 숲속, 눈이 쌓이고 빙판을 지치는 호숫가에서도, 전신주가 호랑이 놀이터가 환상적인 그림책 공간이 되었다.
사람과 동물, 도깨비도 한데 어우려져 신명나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옹기종기 모여 얼굴을 파묻으며 함께 책을 보는 토끼들, 아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미소짓는 할머니,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책 읽어주는 어른, 시골 턱마루에 앉아 집안에 책을 쌓아두고 읽는 작가님? 모두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책을 즐긴다. 어디에나 책이 있고, 책이 있는 곳에 이야기꽃이 피어나며, 정다운 미소가 함께 한다. 무엇을 생각하든, 무엇을 상상하든 생각주머니 속의 모든 이야기가 환상적인 그림으로 구현된 듯하다.
왼쪽 의성어, 의태어로 꾸민 파란 글씨의 이야기도 그림과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 인물을 그림에서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림 한 장 한 장을 찬찬히 머무르게 하는 이번 이억배선생님의 책도 솔이의 추석 이야기처럼 포스터북으로 출간되면 한 장씩 한 장씩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다양한 수업에 활용하기도 좋을 것 같다. 정겨운 그림체로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한 장 한 장 그림책이다.

-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 써보기
- 의성어, 의태어로 문장 만들기
- 장면에 어울리는 이야기짓기
- 옛이야기 찾고 조사하기
- 내가 읽은 책 찾아보기
- 나만의 이야기나무 만들기
- 계절별 이야기 꾸미기
- 나의 모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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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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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는 연필소묘와 절제된 채색 느낌이 정갈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꽃들 사이에 슬픈 듯하면서도 엷은 미소를 띈 마트료시카가 놓여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하면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듯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인생이라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긴 여정처럼 마트료시카는 어느 먼 나라, 어느 상점을 지나 어느 집에 도착한다. 마트료시카를 받아든 아이는 하나이면서 일곱인 마트료시카를 하나하나 꺼내며 추억이 깃든 사진이 있는 액자 앞에 가지런하게 놓는다.
어둠 속에서 서로를 품었던 일곱은 빛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하나하나가 가진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나비를 갖고 있는 첫째부터 조그만 입도 없는 일곱째의 모습까지 발견한다.
작가가 첫째에게 준 '제일 너른 품과 가장 큰 꽃그늘 깊은 .주름 그리고 큰 손' 가장 큰 내 모습은 나와 타인 모두를 따뜻하게 이해하고, 배려하며, 걱정하기도 하고, 베풀줄 아는 마음을 가진 커다란 포용력을 가진 존재로서의 모습이다. 그 안에는 비바람을 맞으며 온갖 고통을 견딘 나와 뒷모습이 쓸쓸했던 어느 시절, 볼이 터질듯 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으리라.
나는 어디메쯤일까...
며칠간의 산책 중 잃어버린 입도 없는 일곱째. '한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저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나의 내면아이가 부재했을 때. 다시금 그 내면아이를 찾아 꼭 안아주었을 때. 그 시기를 거치는 동안 나는 성장하고 성숙한다.

유은실작가님의 그 동안의 작품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이들을 통해 진짜 삶, 진정한 어른의 모습, 세상을 살아나가는 다양한 군상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순례주택에서 순례씨가 그랬듯, 만국기 소년과 이유정 이야기 속의 다양한 인물들이 그랬듯 그들의 이야기 속에 수많은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작은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그 하나하나가 마트료시카가 품은 모든 모습처럼 '나'였고 '나'이며 '나'일 것이다.

“지난 시간이 생생하게 각각의 얼굴을 가지고, 겹겹이 쌓여 있는 것 같다.
내 안의 아이와 청소년을 잘 품어야, 내 밖의 아이와 청소년을 품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크고 넉넉한 품으로, 내 밖의 어리고 여린 존재들을 품고 싶다.”
-유은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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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분수가 된 것처럼 펑펑 울어 버린다면 웅진 세계그림책 229
노에미 볼라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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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지렁이가 흘리는 눈물이 분수가 되어
비둘기 친구들이 몰려와 튜브도 타고 컵에 눈물을 받고 세재를 묻혀 솔로 청소까지 한다. 개구리는 우산을 받쳐들과 오리는 스노쿨링 마스크를 착용하기까지 했다. 지렁이는 으아아아아앙! 하며 울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 눈물을 즐기고 있는 이 상황은 뭘까.

📔면지이야기
타조, 거미, 악어, 개미, 나비, 오리, 뱀 동물 뿐만 아니라 외계인, 꽃, 별, 나무, 돌맹이까지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모두 슬픈 표정으로. 이들은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이 눈물 모두 모으면 바다가 될지도 모르겠다!

📗책 이야기
거미와 거미줄만 쳐진 물이 말라버린 커다란 튜브욕조에서 지렁이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독자로 하여금 지렁이가 울지 않도록 다독인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렁이는 눈물을 터뜨린다.

우는 이유는 다양겠지만 어쨌든 잘 울어야한다며 다른 동물친구들과 잘 우는 방법 이야기를 시작한다.
표지에 나왔었던 분수처럼 펑펑 운다면 친구들과 비둘기들이 몰려들어 그들 나름대로 눈물 분수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내 눈물로 인해 다른 친구들이 행복하다니!

눈물로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하다. 눈물의 짠 맛으로 간 볼 필요없이 음식을 할 수 있고, 청소, 강아지 씻기기, 겨울에 눈물이 얼면 스케이트도 가능하다. 게다가 불도 끌 수 있다.

세상에 울지 않는 것은 없다. 바위도!!
모든 것은 눈물로 세상과 연결된다. 개구리는 울어야 배가 뻥 터지지 않을테고 구름이 울어야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수확한 배로 잼을 만들어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울어야 텅 빈 튜브욕조에 물을 채워 물놀이를 할 수 있으니까!!

📘우는 것에 대한 고찰.
매미, 개구리를 비롯한 동물들도 울어야 짝짓기를 해서 번식도 하고 어떤 동물들은 울음으로 자신의 구역을 경계짓기도 한다. 구름도 울어서 비로 쏟아내야 대지에 온갖 생명체들에게 삶을 주고 며 화창한 햇살과 무지개를 만날 수도 있다. 우리 사람도 눈물 콧물 범벅되어 실컷 울고나면 쌓였던 나쁜 감정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속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다른 이의 눈물에 공감하기도 하며 함께 울기도 한다. 눈물을 참지 말고 잘 울어보자!

잘 우는 방법이 가득한 발칙하고도 속 시원한 그림책 '네가 분수가 된 것처럼 펑펑 울어 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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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릴리 범범 사계절 그림책
박정섭 지음, 이육남 그림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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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임년 호랑이해에 또 하나의 유쾌한 호랑이 그림책을 또 만났다. 독특한 이야기 구성이 늘 기다려지는 박정섭 작가님의 이야기에 선 굵은 이육남 작가님의 그림과 만나 신명나는 그림책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알게된 부동산 상식들. 그와 함께 조심해야할 여러 가지 술수들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하루벌어 하루사는 노동자들의 고단함이 소금장수에게서 묻어나와 왠지모르게 짠하면서도 남같지 않다. 특히 적은 돈 모아모아 집 하나 마련해보겠다고 토선생같은 사기꾼의 레이더에 잡혀 보기좋게 사기를 당하는 것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렇게 소금장수는 호랑이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되는데 가진 재주라고는 피리 연주!
피리소리와 호랑이의 춤사위가 찰떡인 삘리리 범범이 연주되고 호랑이들은 그 연주에 무아지경으로 빠지는데...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전국방방곡곡 소문이 나면서 소금주머니가 돈주머니가 되고 호랑이들도 금덩어리 하나씩 꿰차며 소금장수를 잡아먹고 돈도 함께 챙기기로 한다. 우리의 소금장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큰 판형과 굵은 필체,요즘 우리 시대 핫한 이슈인 부동산 문제를 풍자와 해학이 담긴 글과 그림으로 꼬집은 부분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

전래동화 '춤추는 호랑이'가 역동적인 먹선과 노란색과 붉은색의 조화로운 구성에 고유한 우리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K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상모를 돌리며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예사롭지 않은 호랑이들, 눈이 부리부리한 (봉산탈춤에 본 듯한 취발이)탈을 쓴 소금장수와 그의 패랭이 모자, 옛 우리 음식과 옷들이 오늘날의 것과 잘 버무려진 그림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작가님이 만든 배경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삘릴리 범범 함께 흥얼거리게 된다.
호랑이와 소금장수, 토끼의 마성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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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게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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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과 오른손이 파란색 연필을 들고 있는 표지부터 재미있다. 서로의 손과 연필을 그려주는 발상이 신선하다. 특히나 왼손으로 그린듯한 오른손이 들고 있는 어눌한 연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앞면지에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그리고 이어진 "더이상은 못 참아. 오늘은 기필코 말할 거야." 연필을 꽉 쥐고 있는오른손의 모습에서 뭔가 비장하면서도 단단히 화가 난듯한 분위기에 먼저 압도된다. 그 동안 왼손에서 서운한 것이 많았던듯 '왼손에게'라고 꼭꼭 눌러쓴다.

대부분의 물건을 집고 사용하는 것도, 글씨를 쓰는 것도, 요리를 하는 것도 죄다 오른손이다. 오른손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을 기점으로 그 동안 쌓였던 묵혀두섰던 둘 사이의 감정들이 폭발하고 만다. 격해지는 감정에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과 함께 돌이킬 수 없을 듯한 감정의 골이 생긴다. 이 난국을 두 손은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내 왼손과 오른손은 어떤가 하고 동시에 펴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왼손에 비해 오른손이 더 고생을 많이 한듯 주름이 더 깊다. 울퉁불퉁하게 뼈마디가 튀어나온 곳도 보인다.
일전에 칼에 손을 베어 오른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적이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머리에 샴푸질하는 것도, 글씨를 쓰는 것도 모두 왼손차지가 되었다. 뼈속깊이 오른손잡이인 내게 왼손 사용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비로소 그때서야 오른손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왼손은 핸드폰을 잡고 있을 뿐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쁜 건 오른손이다. (컴퓨터였다면 동등했을텐데!)

하지만 왼손은 세밀한 뭔가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오른손이 편하게 자판을 누를 수 있도록 핸드폰을 화면이 잘 보이는 각도로 맞춰주고 흔들리지 않도록 꽉 잡아주기에 편안하게 입력을 할 수 있다. 머리를 감을 때도 묵묵히 샤워기를 잡아주고, 뜨거운 냄비를 들 때도, 상자를 옮길 때, 악기를 연주할 때도 왼손은 항상 최선을 다한다.
우리 주변에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가정이, 사회가, 국가가 잘 굴러가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누군가가 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지만 그들이 당장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불편한 경험을 해 보지 않으면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표지를 다시 보니 서로를 연필로 그리며 이어지는 왼손과 오른손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뒷표지 오른손의 작은 하트사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그러이 감싸주는 포용이 따뜻한 사회의 시작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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