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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재판 ㅣ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 3
김태호 지음, 이로우 그림, 김길수 감수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평점 :
고급진 그리스로마신화가 탄생했다.
반짝이는 금빛 타이틀 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화 속 신들 캐릭터는 무엇? 깔끔한 그림과 흥미로운 방식의 전개! 그야말로 그리스로마신화 종합선물세트다. 어려울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1. 인간이 신들을 재판한다?
원고 프로메테우스와 피고 제우스.
인간을 만들어낸 프로메테우스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제우스를 고발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명의 탄생과 신비로움을 경시하고 세 차례의 전쟁으로 신들까지 없애려한 제우스를 심판하는 인간 강심자 판사. 막강한 힘을 가진 신들을 나약한 인간이 심판한다는 이야기 설정과 원고와 피고의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 증인으로 나온 신들의 이야기,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에 대한 기대감까지 여태껏 보지 못한 그리스로마 신화 컨셉이다.
2. 각자의 입장에서 듣는 신과 인간의 이야기
참고인으로 나온 가이아가 들려주는 세상과 신의 탄생 이야기. 세상을 창조하고, 자연의 신과 다양한 신들의 탄생,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제우스로 이어지는 왕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몰입하도록 한다. 특히 제우스를 구출해 내는 아이와 바윗덩어리 바꿔치기 작전과 형제들을 구해내는 크로노스 토하는 약 먹이기 작전은 깔끔하게 만화형식으로 나타내어 이해하기 쉽고 가독성이 뛰어났다.
프로메테우스, 제우스가 자신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세 가지 전쟁 : 티탄과의 전쟁, 거인족과의 전쟁, 티폰과의 전쟁. 세 번의 전쟁 후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 될 수 있었지만 생명을 경시한 그의 죄는 재판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 여자 판도라를 만들고 열어서는 안될 상자를 주어 인간을 벌하려 했던 제우스의 꼼수, 대홍수와 새로운 인간의 탄생에 직접 데우칼리온과 피르하 이야기까지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야기가 몰입감 있다.
인간은 불이 전해지자 욕심이 생겼고, 전쟁을 일으키고 죽이고 빼앗기 시작했다며 욕심에 빠진 인간들을 모두 대홍수로 없애고 새로운 인간들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하는 제우스. 이에 올림포스산에 평생 감금하는 무기징역을 명하는 강심자 판사. 화가난 제우스 자신이 일으킨 폭풍우 속에서 서로 돕고 배려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 제우스는 결국 인간을 더 지켜보기로 하고 판결을 따르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원고 프로메테우스는 이 재판을 통해 신과 인간 모두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길 바랐다. 이 책을 관통하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도 "모든 생명의 존엄성"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만연한 혐오, 차별 문제를 떠올리며 그리스로마신화 '신들의 재판'의 시선에서 현대사회를 짚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3. 세련된 삽화
적재적소에 배치된 삽화도 볼만하다. 신들의 특징을 잘 살려 현대적으로 표현해 다가가기 쉬웠고, 제우스가 소년에서 소녀로 청년으로 거대한 신으로 변해가며 자신을 변론하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했다. 만화형식으로 풀어낸 중간중간의 이야기요소 또한 지루하지 않게 흥미로운 장치로 훌륭하게 삽입하였다.
4. 계보에서 찾아라
책 뒷쪽에 있는 계보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자칫 많은 인물들로 인해 헷갈려서 이야기가 혼동될 수 있는데 계보를 보고 인물들의 흐름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5. 캐릭터카드
앞면에 등장인물의 이름, 모습, 신상에 관한 정보가, 뒷면에 인물이 한 일, 사건의 인과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놓아 책을 읽기 전 인물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읽는 중에 인물들의 계보를 직접 놓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읽고 난 후에 카드로 이야기를 되짚어볼 수 있고, 그리스로마신화를 인물별 사건별로 정리해도 좋겠다. 코팅된 카드로 되어있어 소장하기에도 편리하고 책을 구입할 때마다 카드 모으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어느 그리스로마신화보다 책에 빠져 읽은 아이도 재판형식을 빌어 쓴,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와 신들의 왕 제우스를 다른 신들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짧은 후기를 남겼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