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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울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6
앙젤리크 빌뇌브 지음, 마르타 오르젤 그림, 정순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2월
평점 :
꿀시사회에서 감성적인 PPT장인 이진숙선생님의 (매번 감탄하는) 그림책 이야기에 폭~ 빠져 있다가 만난 <내 이름은... 라울>
이진숙선생님 말씀 중에 이름은 소망을 담아 짓고, 그렇게 되라는 의미로 이름을 부른다는 말씀에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두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에도 잘 자랄 수 있게 작명소에 가서 몇개의 이름을 가지고 와서 아이의 얼굴에 대고 수십번 읊고 난 후 제일 좋은 이름으로 결정했더랬다. 나의 소망이 그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며..
그 소망과 더불어 우리의 이름은 정체성, 자존감, 관계 속에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셨다. 꿀시사회 이후로 이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보다는 타인이 더 많이 부르는 내 이름. 나는 내 이름의 뜻대로 살고 있는지,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지, 고민했는지...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지, 공동체 속에서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고뇌 끝에 만나게 된 <내 이름은... 라울>
표지에서 알 수 없는 표정의 라울, 눈썹은 웃고 있는듯 화난듯. 하지만 미소짓고 있는 라울의 얼굴표정이 흥미롭다. 표지에서는 모든 것을 깨달은 표정같기도 하다.
친구들이 라울~ 부르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기분이 나빠지며 못생겼다고 느껴지기까지.. 게다가 어디론가 확 사라지고 싶다는 라울.
친구 자코트는 라울이라는 이름은 세상의 모든 호수에서, 모든 숲에서, 모든 산에서, 모든 동굴에서..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라며 왜 그런지 아냐고 묻는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내가 올 테니까."
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꼭 안는다.
라울은 자신의 이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린 시절 소설 속에, 위인의 이름과 같아서 이름이 불려지기 싫어했었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짖궂은 남자아이들이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와서 내 이름이 흔하지 않고 예쁘다고 한 누군가의 칭찬에 이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들이 불러주는 내 이름이 어쩐지 멋져보이기까지 했다. 자코트가 라울에게 그랬듯 말이다. 콤플렉스를 떨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그 후 아이들과 지내며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의 이름은 더 가치있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스승으로 말이다. 스승과 제자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직업을 갖게 된 것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된 제자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그들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 그들이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해준다는 것. 그것이 이름을 불러주면 서로에게 달려가게 되고 꼭 안이주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엄마로, 자식으로, 친구로, 동료로, 스승으로, 불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 모두의 이름이 빛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