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런데 영희, ‘운명의 장난‘은 항상 양면적이야. 늘 지그재그로 가는 것 같아. 나쁜 쪽으로 간다 하면 금방 ‘아, 그것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군‘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일이 생기거든. 협소공포증이 생겨 엘리베이터 걸을 그만두고 나서 나는 정원 장식용품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했고, 거기서 죽은 우리 남편을 만났지. 재작년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우린 53년을 같이 살았어. 남편을 만난 건 내 삶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어.˝ -p.30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은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그리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p.41

‘준영아,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말했단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It 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ot to have loved at all)˝ 라고. 짧은 동안이나마 그렇게 온 마음 다해 사랑할 수 있었던 연숙이를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렴ᆢ.‘ -p.46

엘리엇(T.S.Eliot)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악을 행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적어도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까‘라고 말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악을 행하는 게 낫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p.109

민숙아,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인데,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다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그래서 삶은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여 넘어지고, 또 어떤 때는 크든 작든 행운을 맞이하여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아마 너는 네 운명자루에서 검은 돌을 몇 개 먼저 꺼낸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보다 더 큰 네 몫의 행복이 분명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115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내가 남의 말만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한 것은 몽땅 다 망했지만,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 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p.120

˝괜찮아! 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p.131

●스스로와 사이가 나쁘면 다른 사람들과도 사이가 나쁘게 된다. (발자크)
●다른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에리히 프롬)
●‘너만이 너다‘ (셰익스피어) -p.137

글이란 하나의 ‘나눔‘이다. -p.143

어른이 젊은 사람에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이에게 주는 형식적인 말들. 그게 아니었는데...... 그런 껍데기 말을 하기보다는 너의 그 깜깜한 세계에 내가 함께 들어갔어야 했는데...... . 암흑 같은 세상에서 무서워 떠는 네 손을 잡고 ‘괜찮아‘ 하며 보듬어 안아 주었어야 했는데...... . 내가 네가 되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구나. -p.174

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신체적 불편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생산적 발전의 ‘장애‘로 여겨 ‘장애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못 해서가 아니라 못 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p.179

영어 속담에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라(Count your blessings)˝라는 말이 있다. 누구의 삶에든 셀 수 없이 많은 축복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말이다. -p.180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말한다.
˝이름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그 어떤 이름으로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을˝
맞다. 향기 없는 이름이 아니라 향기 없는 사람이 문제다. -p.187

두 개의 독에 쥐 한 마리씩을 넣고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한 후 한쪽 독에만 바늘구멍을 뚫는다. 똑같은 조건 하에서, 완전히 깜깜한 독 안의 쥐는 1주일 만에 죽지만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독의 쥐는 2주일을 더 산다. 그 한 줄기 빛이 독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되고, 희망의 힘이 생명까지 연장시킨 것이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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