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돼지야, 어디 가니? 빨간콩 그림책 20
후안 아르호나 지음, 지모 아바디아 그림, 브론테살롱 옮김 / 빨간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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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용과 특징

<아기돼지야, 어디 가니?>는 스페인 작가 ‘후안 아르호나’의 작품이다.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 그림책이 이래도 되는 건가?

그림책이란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통통 튀고,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편견은 이제 버리자.

치밀한 구성과 추리, 고민과 반전에 이르는,

소설과 드라마의 요소를 잘 갖춘 그림책이 여기 있다.

그리고 열고 닫고 다시 돌아가 또 읽고 번거롭게 재미있다.



아기돼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러 사람을 만난다.

농부에겐 밤새 암탉을 노리는 여우를 쫓아냈다 말하고

가게 주인에겐 도둑을 쫓아냈다고

기사에겐 도깨비를 쫓아냈다고

시장에겐 둑을 쌓았다고

왕에게 공주를 구했다고 말한다.

그래, 이쯤되면 뻥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밤새 이 일을 다 했다고?



그런데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내용도 반전이지만 책 자체로도 반전이다.

사람들이 준 선물과 왕의 훈장까지 착용한 채 잠든

아기돼지의 배를 열어보면,

진짜(!)

우리가 두 손으로 직접(!)

열어봐야 한다!

아기돼지 배를!!!

그 속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되잖은가.


2.구성

돼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구성이다.

처음엔 해뜰무렵, 돼지가 집으로 돌아가고

마지막엔 돼지가 집에 도착한다.

횡으로 연결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그림책을 옆으로 쭉 이어 붙여도 재미있겠다.



만나는 인물의 배치가 자연스럽고 좋다.

숲이 있는 근교에서 도시 중심으로 들어가는 구성이 치밀하다.

농부, 가게 주인, 기사, 시장, 왕.

만나는 사람의 변화와 높은 관직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구성도 익숙하다.

장소는 횡으로 이어지고

인물은 종으로 연결된다.

낮은 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높은 탑에 갇힌 공주로 연결된다.



앞선 인물에게 받은 선물을 들고, 착용하고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그림도 훌륭하다.

사람과 인공 구조물은 조금 섬세하게 그렸고

동물과 식물, 자연은 단순하지만 특징을 잘 살렸다.

덕분에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하기 쉽다.

3.총평

그림책은 그림으로 된 책인 줄만 알았는데

되짚어 보고, 돌려보고, 깊이 분석하고, 인물을 탐구하고

그림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고,

이야기의 방향과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고

펼쳤다 접었다 하며 읽어야 했다!

그림책이 아니라 한장한장이 궁금하고 즐거우며

하나하나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아기돼지의 사소한 거짓말이 커다란 거짓말이 될 거라 짐작하고 읽다 보면

쉽사리 타인을 믿지 못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며

내가 보고 싶은 면으로만 보는 편협한 사고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말과 행동만으로 쉽게 판단하지 말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무엇보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들을 생각도 없다면, 이해할 수도 없다.

아차, 또 다시 읽어보니 아기돼지의 말에 주어가 없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 부분또한 책을 직접 읽길 바란다.

- - - - - - - - - - - - - - - - - - - -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사실이 있는 그대로의 일이라면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사실은 상자 속에 들어 있기에

작은 구멍을 통해서 사실을 봐야 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진실은 달라진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읽으니

아이들은 아기돼지를 의심하기보단,

이야기를 들어주며, 뭔가 대단한 일을 했을 거라 짐작하면서 읽는다.

당연한 결말인 듯 예상하며 읽으면서도

서너 번 다시 읽으면서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아빠와는 왜 생각이 달랐는지를 나누는 점도 좋다.

유아에서부터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귀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것은 거짓말쟁이 아기돼지의 이야기일까요?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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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은 울면 안 돼? 문지아이들 172
박주혜 지음, 서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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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지 물어볼 때가 많죠? 우리도 그런 말을 듣고 살았고요.

우리는 어릴 적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요? 대통령과 과학자부터 시작해서, 선생님과 공무원, 그냥 회사원까지, 쪼그라드는 내 성적처럼 꿈도 점점 쪼그라들었지요.

어쩌면 쪼그라들었던 건 꿈이 아니라 내 자존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기준에, 내가 미치지 못하는 걸 알고 스스로 주눅들고,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으니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살라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또 꿈을 물어봅니다.


우리 아들은 꼬마 기관차 ‘토마스’가 되고 싶었고 조카는 ‘공룡’이 되고 싶었죠. 뭐가 될지 아이가 스스로 정하고, 그렇게 말해도 허허 웃을 수 있었는데.

어느 덧 아이들 머리가 커가기 시작하니, 꿈을 물어보고, 아직 정한 게 없으면 공부하다 보면 꿈이 생길 거라고 말하는 못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정작 난 그렇게 꿈을 이루지도 못했으면서요.




<여덟 살은 울면 안 돼?>는 우리가 무엇이 되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박(?)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멋지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힘이’는, 뭐가 되고 싶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한참을 고민합니다. 티라노사우르스를 골랐다가 블록도 고르는데, 이거 쉽지가 않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말하면 된다던 짝꿍 민지는 ‘치킨’을 골랐고, 그래서 안심하던 힘이. 그런데 민지는 ‘치킨’집 사장이 되고 싶다고 해서 힘이는 당황합니다. 그래서 발표하라는 선생님의 질문 앞에, 그저 울지요. 당황한 선생님은 금요일까지 생각해서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뭐가 될지, 뭐 생각하고 살았나요? 아니 지금 우리는 뭐가 될지 생각하며 사나요? 그냥 사는 거지요. 살면서 그렇게 내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는대로 생각하면 생각을 사는 데 맞추지만, 생각하는 대로 산다면 우리 삶은 우리 생각대로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교문 앞에서 힘이를 기다리던 엄마는, 첫날 울었다는 힘이 말에 차분하게 말해줍니다. 엄마도 뭐 될지 고민하다가 그냥 엄마가 되었다면서, 이거 멋지지 않냐고 합니다. 이 책은 엄마가 키를 쥐고 있었군요! 뭐가 될지 딱히 정하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사람이 여기 있었으니까요. 힘이는 이름처럼 엄마 덕분에 힘이 납니다. 힘이가 납니다, 펄펄.


힘이는 솔직하고 동물을 아끼며, 참 고운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조차 어른들의 잣대로 훌륭한 직업-따지고 보면 잘난 체하고 돈 많이 버는-을 고르라고 하며어른들의 잣대로만 나누고 자르고 가두어 둡니다. 뭐든지 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조건을 달고 자르면서 뻔한 아이로 자라나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꿈, 장래희망, 그럴싸한 직업을 갖는 일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갖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좀 울면 어떻습니까? 울면 안 되는 법도 없는데요. 속상하고 힘들면 좀 웁시다.





그리고 학교와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아이들이, 남보다 더 잘난 모습을 만드는 데에 몰두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한 걸 하면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는 노는 게 직업이고, 놀면서 배우며, 놀면서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호모 루덴스 아닙니까?





책을 통해 작가가 하려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동물을 아끼며, 친구와 행복하게 지내고, 자신에게 솔직한, 좋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좀 울어도 되고, 힘들면 한숨을 푹 쉬면서 엄마에게 안겨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애어른으로 크지 않고, 어린 아이로 오래오래 지내면 좋겠습니다.




읽는 내내 흐뭇한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진 책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어른으로서, 좋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좋은 책으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주신 작가님과 출판사에 고맙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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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은 울면 안 돼? 문지아이들 172
박주혜 지음, 서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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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고 힘들 땐 좀 울어도 돼. 뭐가 되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나 자신으로 살자.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훌륭하게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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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 선사 시대에서 우주 시대까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류 인싸이드 과학 2
프랑수아 봉 지음,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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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프랑수아   /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 김수진  / 풀빛)


우리는 사피엔스다스스로 ‘슬기롭다 이름 지은   부끄럽긴 하지만, ‘슬기’ 덕분에 우리는다른 생물들과 다른 지위로 살았다그것이 자연에 좋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우리 사피엔스가 유일한 인류였던  아니지만유일하게 남은 인류다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데니소바인  다른 인류가 있었지만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통해서 사피엔스의 인지혁명 덕분이었다고 한다그리고 가상의 실재를 믿는 사피엔스의 특징 덕분이라고 덧붙인다개괄적인 사실은 <사피엔스> 통해서 배울  있다하지만 사피엔스의삶은 어땠는가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어떻게 다르며 전의 하빌리스에렉투스와는 무엇이 다른가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가?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우리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만이 아니라 정말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아니 ‘살았는지 알려준다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에렉투스하빌리스와의 차이와 특징사피엔스들의 생존과 방식그리고 자신을 ‘외면화하는 과정과 방식을 통해서사피엔스가 어떻게의사소통 했는지를 알려준다


쉽게 말하자면, <사피엔스>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주요 특징과 특질을 다룬다면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사피엔스의 인류학적 특징집단과 이동그들의 네트워크와 사고의 외면화 과정에 대해서 보여준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이상희의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사이쯤 있는 책이라   있겠다.


1장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남방의 유인원에 불과했던 존재가 어떻게 지구 전지역으로 퍼지고 사피엔스의 지위에 올랐는지를 보여준다그저 인지혁명만의 결과가 아니라도구와 불의 발견에 따른 적응의 결과가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같은 호미니드  안에서 일어난 공진화 덕분이라는 결론을 보여준다매우 인상적인 결론이 아닐  없다스스로의 노력으로 진화할  있다는 의미이니까.




2장에서는 사피엔스가  지구를 장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기후 변화에 따라서 이동하게  영악한(?) 사피엔스는 이동한  지역의 지리적생태적 특정에 금세 적응하고스스로를 보호하고 불리기 위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그리고 다른 곳에 이미 완전히 적응한 다른 집단과 만나 교류하기도 한다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것도  때문이다재미있는사실은 남성 네안데르탈인과 여성 사피엔스가 낳은 아이는 없고남성 사피엔스와 여성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부분이 의아하고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3장에서는 우리를 8  전의 사피엔스 혹은 네안데르탈 무리로 데려다 준다그들의 일상과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생각지 못한 악취와 만날  주의하길 바란다그리고 3  전의 사피엔스를 만났을 때는 개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기존에 알던 이론과 다르게개를 키우기 시작한목적이 사냥만이 아니라 이동하기 위함도 있었다는 점이다썰매개의 기원은 수만 년은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4장에서부터 자신을 외면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있다 시작은 ‘죽음 관해 다루는 사피엔스들의 모습인데당시의 시신은 치창하여 묻었고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이 조심스러웠다그러나  지역에서의 매장 방식은  지역만큼이나 다양하기에 시신 처리와 매장 방식을    지역의 매장 문화가 달랐지만결국 죽음을 걱정하고 염두에 두고 살았다.




5장에서는 장신구를 다룬다그러나 남은 장신구는 시신에 있는 것일 뿐이기에그들이 자신을 꾸민 방식가령 문신이나 치장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몸치장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집단에서의 지위를 보여주고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정보를 알리기 위해 치장했다는 설이 인상깊다하긴 지금도 우리는 서로의 옷과 치장을 보며 상대를 파악하니그때의 인간과 지금은 별반 다르지 않은  같다.




6장은 벽화를 다룬다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굴 벽화는당시 인간이 동굴에 그리기 좋아해서그린  아니다밖에 그린 것은 남아 있는  별로 없고동굴 깊숙이 매우 사적이고  집단만의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 남긴 것이다비밀스럽고 사적이기에 깊숙이 그렸고그것이 남아 있기에 동굴 벽화를 보고 당시의 일반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게다가 시기별로 그림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도 독특하다하지만 그림 실력이나 의미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은현재의 시대를  많이 반영하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그리고 벽화는 결국 당시 인간과 집단의 규칙을 가르쳐주는 목적이 컸다.




마지막 7장은 신석기로 진입한 인간을 보여준다기후의 변화 덕분에 다양해진 자원그로 인한 인구의 증가와 농사건축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퍼져나간다. (우리가   느리지만구석기가수백 만년이고신석기가 불과 1  정도임을 감안해야 한다.) 정착하기도유목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간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지배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적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데이런 방식은 하룻밤 만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222)


우리는 스스로 공진화하는 존재다환경에 영향을 받지만이를 이겨내고  버텨내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총균쇠> <지리의 > 환경적지리적 영향을 강조했다면그에 영향을 받지만  이겨내고진화할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닫는다.


(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고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지배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적, 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데, 이런 방식은 하룻밤 만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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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멧돼지 꿈터 그림책 7
이서연 지음 / 꿈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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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멧돼지(글/그림 이서연)





1.사랑스러운 그림이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물감이 종이에 흠뻑 젖은 듯해 포근하다. 물감이 종이를 참 사랑해야만, 종이에게 흠뻑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 나올 만한 그림이다. 그림에서 자연은 인상을 잘 나타내며, 인물의 모습은 세밀하다. 자연은 멀리서 보는 듯하지만, 사람은 가까이서 보는 듯하다.


우리는 늘 곁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지만, 정작 곁에 있는 자연은 멀리서 보는 듯하다. 작가의 그런 의도가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포근하며 따스한 자연과 세밀하고 뚜렷한 사람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잘 어울린다.


영유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과 글이 좋다. 흉내내는 말, 특히 소리 흉냇말과 동작 흉냇말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읽기도 재미있고 생생한 표현도 살아 있다. 아이들이 흉내내는 말을 통해서 표현력을 기르기에 아주 좋다. 덩달아 부모님이 읽어주는 재미도 있다. “꼬르륵~ 꼬르륵!” 아마도 꼬르륵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을 웃게 할 마법의 주문이 될 듯하다.




그림에 짜임새가 있고 앞의 그림과 뒤의 그림을 견주어 보면서 무엇이 변하고 달라졌는지 알기 쉽게 되어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후반에서 감자를 맛있게 먹는 장면은 여러 번 되돌아 읽어도 계속 재미있고 흐뭇하다. 숲에서 잔치를 한다면 딱 저 모습일 것이다.


또한 그림으로 묘사한 장면들이 재미있다. 투박해 보이지만 섬세하며, 상황을 매우 깊이 묘사한다. 괴물의 실루엣이 보이는 장면에서는 두근두근하고, 방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할 때는 놀라지만, 아궁이에 끼인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꾀죄죄한 멧돼지의 모습은 처연하여 재미있다.




배고픈 멧돼지 말고도, 배고픈 숲속 동물들과 모두 함께 감자를 나눠 먹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이 따뜻해진다. 두런두런 모여 앉아 감자를 먹으며 무슨 말을 나누고 어떤 생각을 할지 이야기를 나눠도 재미있겠다.



2.정말 아름다운 내용이다.


산골 마을에 사는 미호와 미소. 부모님이 일 나간 사이, 작은 방안에 단 둘이서 감자를 먹는데 낯선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려고 한다. 부지깽이로 찌른다. 멧돼지는 놀라고 화가 나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자 부엌 아궁이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끼어버린다. 두 자매는 끼어버린 멧돼지를 구해주고, 꾀죄자하고 배고픈 멧돼지에게 감자를 건넨다. 때마침 찾아온 배고픈 숲속 동물들에게 감자를 대접한다.




감자는 땅에서 났다. 모두가 함께 먹을 만큼 넉넉하고, 게다가 가을이잖은가? 먹을 게 넉넉한 이 시기에, 숲속 동물들 배에선 모두 꼬르륵 소리가 난다. 먹거리가 사람에게만 있었나 보다. 자연과 숲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 열매는 사람만 누렸나 보다.


배고픈 수많은 생명을 대신해 멧돼지가 방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배가 고프다고, 좀 나눠 먹자고 말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문은 닫혀 있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감자 냄새는 그렇게 풍겼으면서 말이다. 온 숲에.


단둘이 문을 닫고 작은 방에 있을 때, 미호와 미소에게 멧돼지는 ‘괴물’이었다.

문을 열고 끼어버린 멧돼지를 구한 후 마주했을 때 ‘배고픈 멧돼지’였다.

문을 닫고 보면 제대로 볼 수 없다. 문을 닫고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바라보면, 그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마음의 눈을 뜨고 바라본다면, 또 모두가 친구다.




문을 열고 제대로 보았을 때, 비로소배고픈 한 마리의 멧돼지가 서 있고, 꾀죄죄하고 서글퍼 보인다.


요즘은 영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영상에 길들여진다. 엄마 품에서 차분하게 읽는 그림책, 그림 하나하나를 손으로 꾹꾹 짚어가며 보고 읽는 맛을 느끼기도 전에 핸드폰을 잡는다. 그림 하나의 소중함을 잃고, 손쉽게 접하는 자극적인 영상에,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자극적인 화면에만 길들여질까 두렵다.


하.지.만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있지만, 우리가 보고 듣는 핸드폰 속 세상은

창호지에 살짝 뚫어놓은 구멍일 뿐

대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마음을 열고 바라볼 때라야만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문을 닫고, 우리끼리만의 세상에서 맛난 감자를 먹는 사이

방문 넘어에서는 배를 곯고 고통을 앓고 희망을 잃는다.


우리가 작은 창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이

빙하가 녹고

북극곰은 길을 헤매며

수많은 야생동물이 사라져간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처럼 작은 창의 세상에서만 살지 않길 바란다.

문을 열고 나와 세상과 마주하며

곯고, 앓고, 잃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 좋겠다.

녹고, 헤매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랑하면서 지켜주면 좋겠다.


어쩌면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진 감자나 조금 나눠 먹도록 하자.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산골 마을 작은 집에 미호와 미소가 살아.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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