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해서 때마다 꺼내보며,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도록도 좋지만 ... 생각보다 많은 양의 책을 미술사쪽에도 가지고 있었다.그중에는 초판 출간이 오래된 것도 계속 해서 재판 개정판 수정판 등이 나오는 책들도 상당하다. 이곳에 몇권을 정리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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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살짝 완화되어 동네 뒷산에 올랐다. 진달래 ,산벚,개나리 등은 '應是綠肥紅瘦 (푸른 잎만 무성해지고 붉은 꽃은 반드시 시든다.) 했듯이 이미 붉은 자리에 녹음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발밑을 찬찬히 보니 떨어진 지난 낙엽들 사이로 피어난 솜나물, 타래붓꽃,맑은대쑥,청미래덩굴,흰젖제비꽃,선제비꽃,할미꽃,조개나물꽃,민들레,괭이밥꽃,긴병꽃풀,현호색 ... 다 기억해 불러줄 수도 없게 많은 꽃들이 피어있다. 노린재나무,고광나무,야광나무,비목,딱총나무,으름덩굴,산목련,산철쭉,때죽나무,쥐똥나무,조팝나무,층층나무,콩배나무,돌배나무,팥꽃나무,산옥매,겹홍도,만첩빈도리,만첩홍매,박태기,매발톱나무, ...키 작은 나무들도 그리 이쁘게 자리하고 있었다.그 위로 큰 키의 소나무,졸참,갈참,상수리,신나무,참나무,밤나무,주목 ...등이 의젓하게 새들을 품고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눈여겨보니 그 하나하나의 식물들이 이룬 하모니가 숲이었다. 산을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각각의 것들은 이제 한데 뭉치어'울긋불긋 꽃동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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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현대사, 일본정치사상사 등 관련 책들은 5칸 책장 한면을 다 차지하고도 남았다. 동아시아 3국사는 나의 주요관심 분야였고 출간된 책들과 자료들이 더없이 많고 풍부하다. 그중 선별하여 읽는 것도 즐겁고 유익한 일이었다. 여러 학자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교양인들의 책들을 읽었는데, 일반 대중교양서로써 가토 요코 교수의 책들은 훌륭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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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숙한 소년도 꽤나 개구쟁이 같은 일면이 있어서, 열다섯 살 무렵에는 아직 정원을 뛰어다니고 배나무와 대추나무에 오르는 데에 열심이었다는 추억이다.그 일은 쉰 살 무렵 성도에서 유배살이할 때 지은 <백우집행百憂集行>에 보이는데, 역시 그 추억은 노년의 애처로움과 대비되어 있다.

 

億年十五心尙孩    생각하면 나이 열다섯엔 마음 여전히 어렸고,

建如黃犢走復來    튼튼하기는 누런 송아지 같아 이리저리 내달렸지.

廷前八月梨棗熟    뜰 앞에 8월이라 배와 대추 익으면,

一日上樹能千廻    하루에 천 번씩 나무에 오르곤 했다네.

卽今倏忽已五十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벌써 쉰 살이 되니,

坐臥只多少行立    앉거나 눕는 일만 많아지고 걷고 서는 일은 적구나.

强將笑語共主人    억지로 우스갯소리를 가져다가 주인께 올리며,

悲見生涯百憂集    평생 온갖 근심이 모여든 것을 슬피 바라본다오.

入門依舊四壁空    문에 들어서니 예런 듯한데 사방의 벽은 비었고,

老妻覩我顔色同    늙은 아내는 나를 보는데 얼굴빛이 같도다.

癡兒不知父子禮    바보 같은 자식 놈은 부자간의 예절조차 알지 못하고,

叫怒索飯啼門東    소리치고 성내며 밥만 찾다가 문 동쪽에서 우는구나.

 

끝 구절은 너무 애달파 차마 다 읽지를 못하겠다.   ㅡP.85~86

 

*****

'현대 일본의 중국학을 주도한 세계적인 중국문학자'이며, '고금의 문헌에 해박하고 고증에 뛰어났으며, 직관력이 남다르고 문체가 평이하면서도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다는 요시카와 고지로의 두보강의 책이다. 두보의 시를 이렇게 강독한 것으로 읽어보니 감동이 배가 된다. 저자처럼 나도 같이 늙어가는 배우자와 철없는 자식을 눈앞에 두고 나이 오십 넘어 회한이 드는 시의 말미에선 가슴이 덜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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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유의미하고 영감을 주는 에릭 홉스봄의 책들을 정리하다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고 경외하는 데이비드 하비. 그의 책들은 다른 판본들이 다같이 있었다. 이 참에 그의 책들도 정리한다. 요즘 책장을 비워내면서 마치 지난 세월의 기억을 지워가는 느낌이다. 아니,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지나간 삶을 비워낸다고할까? 책들을 살펴보아 깨끗하고 사용가능하면 이곳 중고샵에 보내고 있다. 또 누군가의 삶을 채워가겠지. 요즘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남아돌고 있어서 이것도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어느새 수 천 권이 정리되었다. 그 중에 유난히 발목을 잡는 것들을 이곳에 정리하여 기록해보는 중이다. 언젠가 내가 죽어 누울 관에 책을 한 권 넣을 기회를 준다면 무엇을 넣을 것인지 생각하는 중이다. 요즘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책에 대한 미련과 집착과 애정이 정상범위를 벗어난 지 오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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