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었다.그런 사람조차 기어이 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동네가 있었다.품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대접하는 사람,나의 상처가 아픈 만큼 남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사람이고 싶었다.품위는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가진 것 없는 자가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방어선이었다.나는 매사에 '내돈을 써야 하는 일인가'만 생각하는 사람,폭력적인 시선으로 남을 쳐다보는 사람, 남의 차에 가래침을 뱉는 사람,욕설을 퍼붓고 악을 쓰는 사람이 결코 되고 싶지 않았다.나뿐 아니라 누구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다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런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품위와 교양과 인격이 다른 환경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태도였다.피곤하고 지친 나머지 끝내 화만 남은 이들에게는 인간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했다.나는 이웃들을 좋아할 수 없었지만 차마 미워할 수도 없었다."P.83~84

 

"아둥바둥'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그것은 '무언가를 이루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양새'라는 의미였다.돌이켜보니 아둥바둥 살아본 적이 없었다.그렇게 사는 것을 비참한 일로 여기면서 건성으로 살고 있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그동안 가족들은 나의 몫까지 아둥바둥 살았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몸부림을 밟고서 서울행 기차를 타고,학교를 다니고,집을 구하고,글을 썼을 것이다.p.104

 

*** 가끔 이렇게 한 문장 한 단어마다 강한 감정의 덩어리가 뭉쳐서 명치끝을 짓누르는 듯한 글을 만난다. 그럴때마다 그 글을 읽으려 시도했던 것을 후회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다 읽어버리는 자신을 질책하곤 한다. 나는 그 깊고 어두운 터널을 운 좋게 통과해서 밝은 빛이 아쉽지 않은 장소에서 아쉬울 것 없는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다.무엇이 달라졌을까? 이 책의 저자는 '글쓰기'라는 작업으로 '아둥바둥'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두 권과 이 책이 '공교롭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관계성(?)이라는 우연을 경험했다. 그 두 권은 양동신의 『아파트가 어때서 』, 크리스티아노 비앙키의『모델 시티 평양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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