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사상이란? 18세기는 결국 무신론자들의 적인 이신론자,보수주의자,부르주아,왕정주의자에 불과한가?혹은 조금 싸움꾼이랄 철학자들도 소수 포함되어 있을까? 사실 주류 사료편찬의 그림엽서의 이면에서 우리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고약한 사상가들을 발견한다. 이들은 중구난방으로 죄의식에서 해방된 관능을 찬양하는가 하면 신의 죽음을 예고하고,토지의 공유화를 주장하며,귀족들의 목을 사제들의 창자로 졸마매자고 부르짖고,철학적 방탕과 육체적 향연을 찬양하고,가난한 자들과 민중을 위한 철학을 하자고 고취하며,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는가 하면 쾌락주의까지는 아닐지라도 행복주의 도덕을 가르치고 인간의 정의에 희망을 건다.

 

 

나는 이들을 계몽 시대 급진주의자들이라고 부르는데,왜냐하면 그들은 급진적 사상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급진적 사상이란 무엇인가? 쉽게 마르크스가 그의 『헤겔 철학 비판 서설 』에서 내놓은 정의를 차용하도록 하자.요컨대 급진적이다(être radical)라 함은 사물을 뿌리에서부터 보는 것이다.어디에 뿌리들은 있는가?이른바 볼테르의 세기에 뿌리들은 여럿이 있지만 그래도 기독교와 왕정이 그 핵심으로 보인다.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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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일은  표지를 보고 이런저런 오해로 시작되었다. 표지 구성에 저자명을 도서명보다 위에 커다랗게 원문으로 적어놔서 언뜻 책 제목이 '미셸 옹프레'인 줄 알았다.(모든 것이 내가 과문한 때문이다)그 부제가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인 줄 알았다. 표지 디자인이 또한 강렬하다. 글루밍 블루에 가까운 하늘 아래 고딕한 교회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이고, 그 앞에 마치 '스카이 댄서'를 닮은 팔이 묶인 듯한 남성인형풍선이 줄에 매여 위로 떠있다. 도대체 이 책 뭐지? 저자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른 채 덥썩 집어든 책인데, 나같은 일반 독자에게 친절한 구성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데, 난관은 표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읽어도 더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되는 역자서문부터 아포리즘 형태의 서술인가 싶게 어리둥절하게 하는 본문 내용 앞에 그냥 한숨만 나올 뿐... 이 모든 것이 다 이 사상가와 철학이라는 분야에 너무나 과문한 나의 탓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그래도 기왕 읽은 것이니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재독을 하고 삼독을 하고 ...그제서야 대강 무슨 얘기인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런 뒤에서야 저자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감각기계인 육체와의 합일을 강조하며 미학에 바탕을 둔 새로운 윤리학을 제안하는 그는 반역의 철학자이고, 열렬한 니체주의자이며, 정신분석 없는 철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자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삽질을 하며 사는 건 지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다. 얼마나 더 살아야 이런 허영과 허세와 어리석음에서 자유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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