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요즘은 사오정이 여러 의미로 떠오른다. 이미 케케묵은 의미가 되었지만, 사오정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 나라 장년층 직장인들을 자조적으로 일컫던 말이기도 했다. 우리에겐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사오정이 워낙 유명하고 친숙하니 거기서 따온 표현이었다. 그런데 중국소설 서유기 속 사오정은 아주 다르다. 오승은의 서유기를 공동번역한 홍상훈이 전집 부록으로 쓴 <그래서 그들은 서천으로 갔다>라는 책 속에 사오정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 중에서 조금 옮겨본다.

 

"사오정은 원래 옥황상제의 가마 시중을 드는 권렴대장이었다.그러나 반도대회 때 실수로 유리잔을 깨뜨리는 바람에 옥황상제가 팔백 대를 때려 아래 세상으로 쫓아내고 추악한 몰골로 만들었고, 또 이레마다 한 번씩 검이 날아와 옆구리를 백번도 넘게 찌르고 돌아가는 벌을 받고 있었다."

 

"사오정의 이름에서 '사 沙'는 '생각하다'라는 뜻을 가진 '사 思'와 발음이 통하였고, '정 淨'은 그 자체로 '깨끗하다'는 뜻이니, 그의 이름은 반도대회를 어지럽힌 죄업을 씻기 위해 청소와 정리 정돈을 깨달으라는 풍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정'은 또 '극락정토 極樂淨土'를 뜻하기도 하니,결국 그가 청소하고 정리정돈할 대상은 바로 '마음'이다.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는 삼장법사 일행 가운데 서천으로 가서 도를 구하겠다는 의지를 가장 독실하게 지키는 존재로 묘사된다. 다만 "검은 듯 푸른 듯 칙칙한" 그의 알굴에서 분명히 묘사되어 있듯이 그는 삼장법사로 대표되는 수행자의 마음 가운데 '토덕 土德'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온화하고 묵묵이 헌신하는 모습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다.그는 말없이 삼장법사의 변덕을 보완해주고,이따금 비꼬며 쏘아붙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저팔계의 투정을 들어주고, 손오공의 진심과 능력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존재이다. 이렇듯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오행-도를 향해 수련하는 마음-의 내적인 조화를 도와주는 튼튼한 끈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 각기 강한 개성으로 뭉친 삼장법사와 사제들이 끝까지 분열되지 않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에게 사오정같은 존재가 매우 절실하다. '어른이 필요한 세상'이라고 회자되는 걸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보았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 속 캐릭터 '아저씨'가 절묘하게도 사오정 세대였다. 나 역시 그 사오정 세대다. 하지만 난 서유기 속 사오정과는 거리가 너무 멀게 살고 있다. 그래서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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