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낭만 취미살이 - 직업 유목민 12인의 나답게 사는 법
정원 지음 / 피그말리온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2017년 8월 29일>

* 실용낭만 취미살이 by 정원 - 삶을 즐기는 환상적인 지구인들 이야기

평점 : ★★★★

실제 읽은 날 : 2017.08.29

살면서 인생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공허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외롭다 생각도 들기도 하며,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인생 반년 살아보니 나의 인생을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인생뿐 아니라 나를 객관적으로 놓고 보게 된다.

'너가 잘 하는 것이 뭐니?'

'너 남은 인생 반년 무얼 하며 살거니?'

'너의 생활이 즐겁니?'

'넌 미칠만큼 열정을 가져 본 적 있니?'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다 보면 고개가 가로 저어진다.

썰물과 밀물처럼 수시로 마음을 휘젓고 다니는 저 물음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는 나는 변화점을 찾기 위해 '실용낭만 취미살이'라는 집어들었다.


<직업 유목민 12인의 나답게 사는 법>이라는 작은 제목을 가진 이 책!

'직업 유목민'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세상이라는 지도 위를 떠돌지만, 매 순간 내일도 거기에서 일을 하며 여전히 머물 것처럼 집중하는 이들을 일컫는다는 작가의 이야기..

좀 복잡한 듯한 단어풀이지만, 느낌으로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다.

소개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굳이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인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사는구나.' 라는 시기심과 부러움이다.

특별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이들의 생활법..

보통의 일반인들에게는 느낄 수가 없는 색깔들이 가득하다.

그들의 모습은 어느 특정한 색이 아닌 다양한 색상들로 자신들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무컨셉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제주사는 부부, 자신에 맞는 채식을 추구하는 블로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도예작가, 레시피를 고집하지 않는 책빵 수업 강사, 사람 냄새 풍기는 동네 커피집 사장등등..

같은 것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들에게 가까이 지낸 이들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정감이 풍겨온다.

긍정적이고 열려있는 생각들을 나누는 자리에서 풍기는 그런 인향이 베어있다.


(P.24) 둘 다 취미와 일의 구분이 별로 없어요. 좀 더 정확하게는 그런 프레임으로 세상 보는 법을 잘 모른다고 할까요. 시기적으로 필요한 것이 생기면 만들거나 구하고, 해 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해요. 그게 돈을 버는 일이 되기도 하고요. 노는 일, 쉬는 일, 돈 버는 일 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어요.


(P.69) 심장이 움직일 때 손이 움직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손이 움직이고 손이 새로운 일을 찾는 순간이 제 심장이 뛰고 제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P.84) 그곳에서 나는 자연을 알아가고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어떤 직업을 갖고 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어요.

끌림이 있는 것에 집중하고 생각하고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함께 무엇인가를 실행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 뿐이지요.

어떤 때는 내가 정확하게 무얼 하며 사는 사람인지 규정하여 말하기가 힘들기도 해요.


(P.174) 우리는 모두 같은 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만들기가 되어야 해요. 어찌 보면 틈새예요. 커피집을 하는 데 커피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장들이 얼마 없다는 거. 그런 게 눈에 들어와야 해요.

그러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아이덴티티를 혼동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어요.


12명의 자유로운 생각과 생활을 지닌 짧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그릇같은 책이기에 쉽게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읽은 문장을 또 읽고 또 읽고.. 책을 뒤로 빼지 못한다.

몇 장으로 압축되어 있는 그들의 삶을 휙휙 넘기면서 빠르게 읽는 것이 왠지 미안스럽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이다.

그들의 인생 마인드까지 오롯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짤라가며 책을 본다.

그들의 인생을 읽으며 내 인생의 채울 점을 찾아본다.


내가 무엇을 대단하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해보고 싶은 것을 참지 않고 해 보는 것..

그것이 운동이면 운동을, 악기면 악기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으면 더 시간을 들여 해 보는 것!

혼자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중년의 나이를 가지고, 주부라는 직업과 엄마라는 직함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범위와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졌다는 느낌이 많다.

그렇게 한정적인 대인관계이다 보니 자꾸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작아진다. 작아지는 믿음이 혼자 하는 것을 막아댄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작아지니 지금 하고 싶어해서 시작한 요가나 우쿨렐레들도 자꾸만 두려움이 앞선다.

내가 의지할 만한 누가 있어야 할텐데..

그 사람 그만두면 나는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들이 나의 두려움을 크게 만든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뭐 어때.....!!!" 라는 배포가 생긴다.

"우쿨렐레 연주하는 데 노래 못 부르면 뭐 어때!"

"요가하는데 몸이 나무막대기처럼 부러질 듯 뻣뻣해서 폼 안나면 뭐 어때!"

"글을 작가처럼 멋드러지게 써내려가지 못하면 뭐 어때!"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손 솜씨가 별로 없어서..하지 말까? 하다가

"내가 화가가 아닌데, 그림 좀 못 그리면 뭐 어때!"


내가 하고 싶다면 그냥 시작해보자, 이들처럼!

어디 가고 싶으면 그냥 가보는 거고, 무엇을 하고 싶으면 그냥 해보는 거고..

그렇게 나를 다른 이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나의 마음에 맞춰 시작해보자.

그러면 내 인생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런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삶이 허전하다 느끼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좀 더 내 인생을 나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는 기적을 꿈꾸는 이들의 두 손에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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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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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7일>

* 영초언니 by 서명숙 - 지금 영초언니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

* 평점 :★★★★

* 실제 읽은 날 : 2017.08.24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런데, 그런 대한민국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공정함은 누구 집 개의 이름인지, 부정청탁으로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임명되고, 그런 이들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며 살기에 바쁜 국민들은 그런 것은 전혀 모르는 날들..

우리는 잊고 살았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누리기 위해 누군가의 앞에 서서 달려간 이들의 용기를, 그들의 외침을, 그들의 행동을..

그때보다 많은 것을 누리는 시대인데도 우리는 몸을 최대한 숙이고 납짝 엎드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칠까 싶은 개인주의,

남들보다 부족한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무서운 소심함,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니까..하는 방관주의...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천영초'라는 인물이 다가온다.

불의한 국가권력에 맞섰던 이들의 이야기들, 그 중에서도 그 시대의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천영초'라는 '센 언니'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 이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워지고 잊혀져버린 우리의 아픈 이야기를 읽는다.

2017년 지금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 운동권 대학생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읽어야한다.


제주도의 서명숙상회 딸 '서명숙'은 한낱 대학교의 학보사마저도 외부검열이 심해 스스로 자기검열이 들어가야 하는 생활,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선배와 동기들을 보면서 이제껏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뜬다.

고대신문사 뒤풀이에서 만난 '천영초'와의 인연으로 같이 자취를 하며 생활하는 서명숙.

노동야학의 교사 활동, 가라열이라는 여학생 모임, 가라열 멤버인 혜자언니의 시위대 주동등.. 대학가에 자유의 공기는 점점 사라져갔고 호흡 곤란 증세는 심해진다.

혜자 언니의 시위대 주동의 계기로 '천영초'는 미행조가 붙기 시작하고, 자유시위를 계획하던 그들은 붙잡혀 가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폭력, 강제구금을 당하고, 나중에 천영초와 서명숙을 비롯한 여학생들은 구치소에 갇히게 된다..


(P.109)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엄주웅이 사랑한 대상은 '서명숙'이라는 특정한 여학생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암울한 시대에 불의한 국가권력과 감히 맞장을 뜨려는 자가 끊어내야 하는, 포기해야 하는, 남겨두고 떠나야만 하는, 그 모든 그리운 것들의 한 조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삐딱하게 보이는 객기가 넘치고 용기가 넘치는 때가 있었다.

에너지가 철철 넘쳐 뭐든 달려들어 해낼 수 있겠다는 열정이 있을 때 성적 맞춰 들어간 과가 적성에 맞지 않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서울로 올라갔고, 서울의 대학교들을 돌아다니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연히 보게 된 학생들의 민주화운동들의 사진들을 마주한 순간..

나도 그들처럼 세상을 위해 나를 쓸 수 있을까?

지금 저 시대처럼 처절하게 민주주의를 외쳐야 하는 시대라면 나는 저들처럼 앞에 설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깊이 고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저 객기에서 나온 영웅심리뿐인 망상이었음을, 나에게는 나를 버릴 만한 용기도 정의도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런 후 나는 평범함 무리속에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고, 도전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며 나를 지켜내기 바빴다.

무리와 다른 소리를 내게 되면 집중을 받게 되는 것을 알게 되고,

집중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이들과 척을 두는 일도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고,

무리와 다른 이에게는 기회보다는 손실이 따르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평범하고 튀지 않으려는 소심함이 커졌다.

무엇이 진실인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두려워 쉬쉬 하던 나, 그리고 많은 사람들..

그렇게 나만 바라보던 시선을 사회로 돌리게 만든 사건이 '세월호 사고' 였었고, 그에 뒤따른 '최순실' 사건이었고, 까면 깔수록 알 수 없는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공개되는 정치권에 대한 비리들..

나 혼자 조용히 살자..고 하기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촛불을 들고, 세월호를 추모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초언니>, 이 책을 만났다.

누가 영초언니를 미친듯이 싸우게 만들었을까?

누가 이들을 도망자라 만들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만들었을까?

왜 이들은 그렇게 행동을 했음에도 비겁함을 택했다고 말해야만 했을까?

자유라는 것을 향해 열심히 뛰어간 것 밖에는 없는데, 그것이 그토록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는지..

그 두려움에 이기지 못한 것에 왜 그토록 비겁해했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자유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버린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있을 수 있었음을..

그들이 행동함으로 우리 또한 민주적인 촛불 의식을 할 수 있었음을..

그때의 처절함과 고통들이 담담하게 적혀 있는 이 이야기를 훗날 내 아이에게도 담담히 손에 쥐어주려 한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 세대보다 앞선 세대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한 이들을 기억해야 지금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영초언니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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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7년 8월 27일>

* 잠 1 by 베르나르 베르베르 - 흥미롭고 멋진 잠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

* 평점 : ★★★★★

* 실제 읽은 날 :2017.08.26


그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방대한 지식에 대한 놀라움, 생각지도 못한 주제와 스토리의 전개, 스피드하게 읽히는 이야기들..

읽으면서 존경스러움을 더한다.

이번 책 역시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곡선을 그려냈고, 읽으면서도 재미에 대한 염려는 하강곡선을 그려냈다.

다양한 주제로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에는 '잠'이란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며,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잠이란 놈 때문에 하루의 바이오리듬이 틀어져버려 엉망이 되는 날들이 하루 걸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인 '잠'...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방법을 배우러 소설 속으로 들어가본다.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면?>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 속의 자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자크 클라인은 신경생리학과 의대생이다.

항해사인 아빠와 수면과 꿈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 엄마를 두었었지만, 아빠를 사고를 잃는다.

엄마의 영향으로 건강하고 건전한 성장을 한 자크.

엄마는 그에게 잠을 잘 자는 방법, 잠자는 시간을 효율적이게 활용하는 방법,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등을 알려주며 잠과의 각별한 인연을 만들어준다.

카롤린은 자크에게 '비밀프로젝트'를 알려주며 실험을 보여주지만, 실험도중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기고 만다.

그 날 이후 아무런 말없이 자크의 인생에서 사라져버린 엄마..

엄마를 잃고 망가지는 생활을 하는 그는 수면 5단계에서 20년 후의 자신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엄마를 찾을 방법을 듣게 되어, <꿈의 부족> 세노이족을 찾아나선다..


(P.43~44) "이게 1단계야. 느리고 아주 얕은 잠이지.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회복되기 시작해. 옆에서 누가 말을 하면 다 들리고 이해도 되지만 대답하기는 싫어져."

"이 다음은 2단계, 느리고 얕은 수면이다. 여전히 말소리는 들리지만 의미는 이해가 안 돼. 단어들이 시끄러운 소리로 변하거든."

"이제 세 번째 단계야. 느리지만 깊은 잠이지.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온몸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져."

"밑에 한 층이 더 있어. 4단계. 느리고 아주 깊은 수면이야. 우리 몸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단계지. 이때 질병에 대항하는 저항력이 생기고 성장을 돕는 물질이 생성돼. 낮에 배운 것을 기억에 저장하는 것도 이 단계야.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면 중요하지. 이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해."


(P. 60) "소설과 시, 그림, 그리고 음악은 너 자신만의 꿈을 요리하기 위해 필요한 최상의 재료들이야. <신선한> 식재료들이지."

" 하지만 TV는 정반대라서 보면 안 돼. 패스트푸드와 똑같아서 <씹을 필요도 없는>, 지나치게 인공적인 맛이 가미된 꿈밖에 꿀 수 없게 해. 너의 창의력이나 미학적 감각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원초적 감정만 일깨울 뿐이지. 네 꿈속에서는 너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야지 절대 남의 것을 베끼면 안 돼. 이것을 네꿈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해."


역시나 나는 나보다 아이들이 중요한 부모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카롤린이 자크에게 하는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걸 보면 말이다.

TV를 무의식중에 아이에게 보게 하는 나를 반성하게 만들던 문장.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책 읽어주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실행육아서였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나처럼 윗 부분들의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단순한 소설로만 보기에는 힘들다.

성장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왜 아이들에게 잠이 중요한 건지 쉽게 알게 해주니 더할 나위없이 좋은 육아서이다.

또, 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매일이 왜 그렇게 피곤하고 찌부둥한 이유를 모르겠는 이들에게도 그 해답이 되어줄 만한 조언서이다.

잠이라는 영역을 과학으로 분석해놓은 과학책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우리 일생의 3분의 1을 자는 시간을 쓸모없이 보내지 않고,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수면 4단계와 역설수면단계까지 갈 수 있는 잠의 조절력이 생긴다면 좀 더 나은 휴식을 취하며 그 다음 날에도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더 나아가 잠의 세계를 탐험하는 <꿈의 탐험가>단계까지 가능하다면 어떠한 변화들이 쏟아져 나올까?

무척이나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SF공상영화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1'은 흥미롭고 멋진 잠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이다.


좋은 음식을 먹고, (한 달에 최소한 여덟 번은)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고,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잠들기 전에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 책을 조금 읽어 봐요. 흥미로운 소설만 한 수면제가 없죠. 소설을 읽는 동안 꿈에 나타날 첫 장면이 만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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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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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4일>

저스티스맨 by 도선우 - 현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목소리를 읽다

평점 : ★★★★

실제 읽은 날 : 2017.07.17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는 의도, 생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말하는 음악이나, 책이나, 영화등등을 따라가는 작업도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한 부분이다.

물론, 작가와 똑같이 밟아나갈 순 없지만 말이다.

이 소설은 읽기 시작하면서 '잭슨 폴록'이 누구인지 찾아 보는 것으로 작가에게 다가간다.

잭슨 폴록 작품들과 이 소설의 이야기는 어떠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을까?

작가가 '잭슨 폴록'의 작품을 차례의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는 꺼내지 않았지만, 그의 생각을 글에 나타난다.

'흡사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같았다.'.....라고!

살인범이 피해자를 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피가 튀는 흔적과도 똑같은 선과 면이 나타나 있는 잭슨 폴록의 작품을 찾아 본다.

작은 휴대폰 크기로 그 작품들을 본다. 그리고, 느껴본다.

사방으로 튀어 있는 다양한 사이즈의 방울들 혹은 튄 흔적들이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악의의 발현인지...

나에게 또 모든 인간들에게 저런 사정없는 무늬들의 악의가 내재되어 있을지....

만약 모든 인간에게 악이 내재되어 있다면 동시에 선도 내재되어 있다면 선이 이겨 악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연쇄적이고 연결점이 있다는 글이 '저스티스맨'이라는 닉넴의 누리꾼이 운영하는 카페에 올라온다.

연쇄살인 사건 일곱 건의 공통점, 사건의 근본 동기, 구제적 연관성등을 브리핑해 놓은 그의 글은 회원들의 신뢰뿐 아니라 연쇄살인범을 악을 처단하는 사회적인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평범한 영업직의 20대 직장인이 어느 날, 잠시의 실수로 '오물충'이 되어 버린다. 그가 의도한 바가 절대 아니나, 원본 사진부터 개인 정보까지 속속들이 털린 그는 더이상 그가 속했던 사회뿐 아니라 가족과도 있을수가 없었다. 그 후로 그의 행적은 묘연해지고, 연쇄살인범의 첫 번째 피해자는 최초로 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이다...


(P.17) 그도 그렇게 스스로 인식하는 자신의 모습보다 남들이 일러주는, 이를테면 가족이라든가 선생들이 평가하는 인격이 오롯한 자신의 모습인 걸로 알고 살아가게 되었고, 그러는 동안 그는 내면에서 억눌린 채 수평으로만 팽창하는 본연의 자아를 인식하지 못했고, 몰랐고, 오로지 끊임없이 무언가가 엇나가고 빗나가는 그때의 나날들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P.22) 그가 그런 자신의 처지를 적확하게 인지하고 비관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었던들, 그가 바꿀 수 있는 환경이란 없었다. 그나마 영업직이니 그가 설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을 뿐 다른 직장이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설령 있었다고 해도 그에겐 과감하게 사직서를 던지고 떠날 용기가 없었다.

그는 그냥 그렇게 살았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부르면 대답하는 일이 그에겐 가장 편하고 흔한 일상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요점을 추릴 필요도 없다. 위의 문장에 그대로 나와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남의 시선으로 살고 있는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착한 아이가 되어 있고,

나는 내성적인 아이가 되어 있고,

나는 글재주가 있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내성적인 아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저 나 어릴 적 엄마의 사고로 너무 빨리 철이 들어 버려서 그런 것 같은데, 나도 흥도 참 많은 것 같은데, 나도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아이였던 것 같은데..

내가 무얼 잘하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40년, 과연 그 세월동안 진짜 나로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지만, 그 역시 알 수가 없다.

물론, 내 자신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타인에 대해 너무 쉽게 결정을 내린다. 나와 무엇인가가 다르면 틀린 것이 되어 버리고, 적이 되어 버린다.

무리라도 있을라치면 순식간에 많은 인원이 적이 되어 돌아서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를 두려워한다.

혼자서 많은 이들을 대적하려면 힘이 세야 하니까, 힘을 약한 개개인의 우리는 무리를 찾아 스며 들고, 무리와 비슷해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나를 잃어간다.

나를 찾을 기회도 없이, 내가 원하는 인생을 찾을 겨를도 없이, 다른 이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내기 위해 그렇게 나를 숨기며 산다.

나 뿐만이 아니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거의 그렇게 사는 것이다.


(P.68) 그는 후배 수사관과 식당에 앉아 설렁탕의 당면을 건져내면서, 그러니까 세상에 문제가 없는 가정이란 없는 거고, 누가 더 그 문제를 잘 감추거나 견디고 지내는가에 따라 행복의 지표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거라며, 또 그러니까 너만 시도 때도 없이 잠복근무에 외박이 잦아 가정이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이 다 그런 각자의 사연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나, 요컨대 문제는 문제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얼마나 잘 단속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라고 설파했다.


(P.136)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은밀한 암투에 그들이 왜 그리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실생활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개인의 존재 가치를 그곳에서 새로이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 그것은 먹고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인간의 최대 욕망이었으므로, 인터넷상에서 시작된 인간 관계라고는 해도 그 세계가 실생활에서 완전히 괴리된 공간은 아니었다.

...........

(p.137) 운영자. 표면상으로는 수많은 임원과 함께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카페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실 핵심적인 결정 권한은 오롯이 그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간혹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임원 혹은 회원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지만 결국 떠나는 건 개인이지 집단일 수 없었다. 운영자는 실상 옳고 그름을 떠나 그에게 완전히 붙어 움직이는 사람들이 존재했으므로 개인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형태는 개인이었지만 집단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이어서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었던 책이었다.

쉼없이 읽다가 호흡이 껄떡거려지면 앞의 문장이 사그리 잊혀져버리는....

그래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처음 문장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책날개에 나온 작가의 모습을 몇 번이나 째려봤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 적응이 되니 긴 호흡의 글에서 주는 강렬함이 매력적이다.

마치 사회고발하는 대자보를 보는 느낌처럼 말이다.

이 책은 최근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낸다.

획일된 교육관에 묻혀져 버리는 개인들의 생각들과 재능,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성, 인터넷 속의 가상 세계에서만 날뛰는 비겁한 손가락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관점이 팽배한 현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목소리를 낸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막힘이 없다.

강자가 아닌 약자를 위한 책이다.

약자들을 대신해 버럭대주니 가슴 어느 한 쪽이 후련해지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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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2017년 8월 9일>

데드하트 by 더글라스 케네디 - 삶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만나야 할 책!

평점 : ★★★★★

실제 읽은 날 : 2017.07.09


너무 더운 여름이다.

날은 너무 덥고, 몸상태는 썩 좋지 않아 약을 먹고 있고..

이런 때에는 나를 붙잡고 뒤흔드는 책들보다 쏙 빠져서 못 나올 정도의 흡입력이 강하고, 가상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책들을 손에 쥔다.

내 경우에는 말이다.

책의 표지나 뒷부분을 확인하지 않아도 새겨진 작가의 이름만 보고 집어올 수 있는 책,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다.

<빅 픽쳐>를 포함하여 저자의 다른 책들도 여러 권 읽었으나, 감히 <데드하트>를 대표작의 반열로 넣어야 한다..라고 말해본다.

뭐, 살짝 '비트레이얼'이 생각나기는 하지만...^^

스토리의 매끄러움, 문장의 강함에도 망설임이 없어 후련함까지 갖췄다.

책을 잡고 멈출 수가 없었다...라는 문구를 이런 때 사용하는구나...깨닫는 경험도 실로 오랫만인 것 같다.


신문기자 닉 호손은 10년의 기자생활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낙후된 도시만을 찾아 머물며 대충대충 신문기사를 쓰며 산다. 3번째 사표를 던진 닉 호손은 우연히 문명이 닿아보이지 않는 광활한 여백의 지도를 보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다.

여행길에서 울라누프라는 마을에 사는 앤지를 만난다. 여자와의 만남을 가볍게 여기던 닉 호손은 혼수상태로 앤지에게 끌려가 올라누프로 들어간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어 자신들만의 법과 관습이 있고, 도망칠 수 있는 환경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의 또 다른 세상의 울라누프 마을.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 이 곳에서 닉은 앤지와 결혼을 한 채 살아간다.

일상적인 삶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된 삶의 소중함.. 그것을 찾기 위해 닉은 앤지의 언니인 크리스탈과 탈출을 계획한다.

 

(P. 204) 사람들은 힘든 노동에 더욱 큰 목적이 있는 척하며 삶을 견딘다. 노동이 그저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더욱 큰 목적이 있는 척한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일할 뿐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초라한지 마주하지 않기 위해 일할 뿐이다. 계속 바삐 일하다 보면 우리의 삶이 절망적으로 무가치하다는 사실과 우리 스스로 빠져든 막다른 길의 깊은 수렁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P. 284) 세월은 계속 가속도가 붙으며 흘러갔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시간낭비를 즐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망, 가족, 애정관계 따위를 인생의 동력으로 삼았지만 나는 달리 살고 싶었다. 내 동년배들은 인생의 안정을 가져다줄 성공의 터전을 구축하길 원했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늘 흐리멍덩하게 살며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적게 벌어 적게 쓰고, 맥주를 마시고, 오다가다 만난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성공에 대한 관심이 없어 시간이 마냥 흘러가도록 방치했다.

  이제 예전생활보다 더욱 의미 없는 일상에 갇힌 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며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P.339) 다시 시작하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애크런이나 그곳의 일자리로 돌아가지는 않겠다. 이번에는 막다른 길로 가지 않겠다. 내 자신이 만든 막다른 골목으로 가지 않겠다. 무모한 방황도 하지 않겠다. 나는 덧없는 희망에 매달리고, 힘든 의무나 관계를 피하며 인생을 허비해 왔다. 나는 소속도 없었고, 9개월동안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만큼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 왔다. 아무도 나를 아껴 주지 않았다.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때..

단조로운 하루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읽는다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스펙터클한 모험은 닉에게 맡기고,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내가 누리는 하루하루의 기적을 놓치지 말자.

분명 내가 보내는 하루들이 다 같아 보여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있는 하루들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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