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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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소재를 현실적인 공간에 데려와 만드는 멋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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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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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아 작가의 장편소설 《인어의 꿈》을 읽었다. 자연스레 인어 공주가 생각나는 제목이다. 왕자를 사랑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극적 이야기. 이번 작품에서는 인어를 훨씬 현실적인 공간에 데려왔다. '이나'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바다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진 인어로, 인간 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육지로 올라왔다. 이나는 브로커 '은수'의 도움을 받아 룸메이트 '시현'을 만나게 된다.


인어와 인간이 같은 곳에 살면 벌어질 법한 소동은 잠시, 이 소설은 집에 대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바로 시현이 전세 사기를 당하면서 살 곳이 없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바다에서는 이나가 살 곳을 잃고, 육지에서는 시현이 살 곳을 잃는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이 소설은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끌어와서 엄청나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이 되어 육지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다. 이나의 적응기는 고통스럽게 그려진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먹는 것도 하나 하나 새롭게 배워 가는 이나가 안타까우면서도 대견스럽기도 했다. 마치 인간으로 치면 이사나 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우주로 떠나 살게 되는 일에 가까울 것이니.


《인어의 꿈》은 인간과 인어의 연대를 그리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맞춰 나가는 과정이 비단 인간과 인어 사이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종족이면서도 왜 그렇게 싸우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일까.


은수나 소렌의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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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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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쉬베크의 장편소설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을 읽었다. 주인공 '퍼트리샤'는 32년 전에 잃어버린 동생 '매들린'을 그리워하고 있다. 매들린은 스웨덴에서 인턴을 하던 도중 실종되었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더는 동생을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던 와중 퍼트리샤는 소포에서 자신이 예전에 동생에게 준 목걸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진실을 찾으러 스웨덴의 낯선 마을 유셰르로 떠난다.


'책'을 다룬 책을 좋아한다. 이번 책 역시 제목부터 독서 모임이 나와 읽고 싶었다. 퍼트리샤는 유셰르에서 모나의 호텔에서 머무르며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교류를 쌓는다. 처음에는 동생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고 시작한 교류였지만,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며 어느새 좋은 친구 사이가 된다.


소설은 퍼트리샤가 동생을 찾아 스웨덴으로 온 현재 이야기와 매들린이 스웨덴에 있었을 때의 과거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32년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매들린이 나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괜히 조마조마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소설은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은 퍼트리샤와 매들린의 이야기에도 집중하지만 그 외에 모나를 비롯해 도리스, 마리안네, 에리카 등 매력적인 인물을 내세워 마을 사람들도 조명한다. 호텔을 계속 운영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힘이 부치는 모나와 그런 엄마를 응원하고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에리카의 이야기도 좋았다. 모나의 친구들 마리안네와 도리스도 이런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소설의 끝은 극적인 자매 상봉으로 마무리짓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위로를 빼놓지 않는 이런 결말이 더 마음에 든다.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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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아르테 오리지널 30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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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의 장편소설 《블랙워터 레인》을 읽었다.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블랙워터 레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나와 새 단장을 하고 나온 작품이다. 사실 6년 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읽은 지 모르고 다시 읽었다. 초반 전개가 무언가 익숙해서 찾아본 결과 알게 되었다.


주인공 '캐시'는 숲속으로 난 지름길로 차를 몰다 차 안의 여자와 눈을 마주친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대로 지나치고 다음 날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패닉에 빠진다. 큰 충격을 받은 캐시는 점점 이성을 잃기 시작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을 겪는다.


이미 한번 읽었지만 세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의 뒷면만 보아도 가스라이팅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가 있다. 분명히 누군가 캐시를 속이는 것은 분명한데 그게 누구인지가 끝까지 헷갈렸다. 남편 '매튜'와 친구 '레이첼', 직장 동료 '존, 죽은 여자의 남편 '알렉스'까지 수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약속을 잊어버리고 주차한 위치를 까먹는 등 캐시의 숨통을 조여오는 그 모든 것들이 소름 끼쳤다. 사람 한 명을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제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캐시는 모든 진상을 깨닫고 반격에 나선다. 마치 주말 드라마에서 비밀이 밝혀진 후 주인공이 각성하듯, 이 작품도 초반부의 답답함을 견디고 나면 사이다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나에게도 고질적인 기억력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가방 문 활짝 열린 채로 다닐 때가 많다는 것. 그 와중에 안에는 아이패드 같은 고가의 물건이 들어있을 때도 있으니 도대체 왜 이 모양인지 싶다. 돌아다니는 당근 무료 나눔 수준이다. 이런 상태라면 가스라이팅 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어떤 물건이든 아주 손쉽게 넣거나 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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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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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읽었다. 4년 전에 《사랑 없는 세계》를 읽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작품이다. 두 작품의 작가가 동일하다는데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두 소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일을 바라보는 그 진지한 자세는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임업'에 집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백수가 된 주인공 '유키'는 영문도 모른 채 가무사리 마을로 끌려간다. 임업에 취업하는 조건으로 나라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그린 채용 제도에 신청된 상태였던 것이다. 1년 동안 연수생 생활을 하게 된 유키는 오자마자 휴대전화도 뺏기고 마땅한 교통편도 없었기에 마을에 감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일 고된 노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키는 조금씩 가무사리 마을의 매력을 알아간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게 나를 투영시키기 때문에 초반부의 전개에 경악스러웠다. 휴대폰 중독자인 내가 그런 곳에 간다면 하루도 못 견딜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힘이라고는 없는 몸뚱어리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키는 정말 대단하다. 처음에는 툴툴거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엿한 산 사람이 되었던 그에게 본받을 점이 참 많다.


《사랑 없는 세계》에서 각종 과학 지식으로 독자를 공격했다면 이번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은 임업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과정을 가르치면서도 초기에 임업과 농업이 주로 이루어졌다고만 알려주지 임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유키를 구박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요키'나 같이 일하는 '이와오', '사부로' 등 매력적인 인물이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키운다. <우드잡>으로 나온 영화도 궁금하다. 그 멋진 작업들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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