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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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염유창 작가의 장편소설 《마이너스 인간》을 읽었다. 주인공 '시윤'은 업무로 인해 주차장 침수 재난을 겪은 여덟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게 된다. 당연히 인터뷰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고, 시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주차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총 아홉 명이고 그중 한 명이 익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생존자들은 구명정 엘리베이터 위에 있었고 정원은 여덟 명이었다.


폭우가 잦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더 긴장감 있게 소설을 읽어 나갔다. 만약 내가 똑같은 재난 현장에 놓인다면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지 못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의 인물들도 죽음의 위기에 놓였을 때 감추고 있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에 혀를 차게 되면서도 저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고 비난할 권리가 우리한테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돈이 필요해 시작한 인터뷰가 어느새 진실을 쫓고 범인을 찾는 자리로 변하게 되고 시윤은 지하주차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헤친다. 사람은 아홉 명인데 정원이 여덟 명인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죽음의 투표를 벌인다거나 투표 자체를 없애기 위해 계획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단 의심이 서로를 아프게 찌르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 소설 역시 서바이벌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소설을 읽다 보면 현실에서 다소 동떨어진 설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섬에 초대된 여러 사람 중 살아남는 것은 단 한 명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면 이 소설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로 몰입을 높였다. 아무리 배려심이 깊어도 자신의 목숨까지 양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설은 딜레마 상황을 계속 제시하면서 이럴 때 독자는 어떻게 할 건지 질문을 계속 던진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개성 있는 인물들, 잘 읽히는 문장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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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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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샬럿 버터필드의 장편소설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을 읽었다.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바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38세가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슬픔에 빠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넬'은 그런 게 아니라 예전에 만난 예언가가 자신이 38세의 나이인 2024년 12월 16일에 죽게 된다고 말한 걸 20년 가까이 믿어왔던 것이다. 자신이 죽을 날짜를 안다는 사실에 사로잡힌 넬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왔고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 5성급 호텔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음날 체크아웃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직원에 의해 깨어난다. 당연히 살아 있는 채로.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의 원제목은 'The Second Chance'다. 넬은 원제목처럼 2024년 12월 17일부터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일단 자신이 죽는다는 확신이 너무나도 강했던 그녀가 보낸 편지를 수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보는 내가 수치심이 들 정도였다. 가족들을 걱정시키는 건 물론 과거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이 참 흥미로웠다.


계좌도 핸드폰도 집도 없는 자연인이 된 넬은 차근차근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지 정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넬과 나의 MBTI가 완전히 반대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모든 선택이 놀라웠다. 모험을 싫어하고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서 그런지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넬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가진 게 없음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독립심을 가지는 것도 보기 좋았다.


책을 덮으면서도 넬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넬이라면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 설정을 만들어낸 책이었다. 39세를 즐길 수 있게 된 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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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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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을 삼키던 달희가 용기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멋지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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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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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연정 작가의 장편소설 《저승 우체부 배달희》를 읽었다. 주인공 '달희'는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렵다. 단짝으로 지냈던 '하은'이와 어느새 멀어졌지만 그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켜버리는 아이다. 그렇게 자신을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라고 생각하던 어느 날, 갑자기 저승에서 편지를 전달하는 배달부의 역할을 맡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달희가 나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공감도 되고 안쓰러웠다.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놓아버리는 그 모습을 보며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달희가 배달부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저승의 망자는 딱 한 번, 이승에 있는 한 명에게 편지를 전달할 수 있다. 달희는 떠난 사람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VR 기기를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슬프긴 해도 아이들이라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영상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상이 끝날 즈음에는 교실이 눈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소설에도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이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부분을 보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어머니는 아이 걱정으로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아이는 미안한 게 너무 많아 자신의 감정을 꽁꽁 감추는 그 모든 부분이 정말 슬펐다. 달희의 진심 어린 위로와 함께 모자의 사랑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장면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신을 조연 취급하던 달희가 저승 배달부라는 미지의 달에 깃발을 꽂은 것처럼,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청소년 소설, 《저승 우체부 배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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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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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요시 리카코의 장편소설 《배틀 아일랜드》를 읽었다. 술집 '아일랜드'의 단골 여덟 명은 마스터와 함께 무인도에 세 가지 물건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챙길 것인지 수다를 나눈다. 그런데 마스터가 실제로 무인도를 상속받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바로 다음 주에 모두 세 가지 물건을 챙겨 여행을 떠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크루즈는 사라지고 마스터의 영상이 남아있다. 살아남은 단 한 명에게만 10억 엔을 주겠다는 것이다.


《배틀 아일랜드》는 오랜만에 새벽까지 읽은 자극적인 재미의 작품이었다. 평화로운 나의 삶과는 정반대의 극한 상황이라 더 몰입이 되고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설정이 좋았다. 서로 협조를 하려는 것도 잠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자 남은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며 이야기는 극한의 끝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시점이 매 장마다 바뀌는 것도 신선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으면서 선하게 보였던 이 사람이 실제로 속으로 생각한 것은 이렇게 추악한 것이었구나 하는 충격도 같이 있었다. 특히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몇몇 사람의 시점은 정말 섬뜩했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애초에 나는 무인도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람도 싫고 일도 싫어 무인도에 가고 싶긴 하지만 호텔이 있어야 된다(?) 그럼 무인도가 아니다. 무인도보다는 대화 금지 섬에 가서 대화 금지 호텔에 가면 좋지 않을까. 만약 무인도에 어쩌다 가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가장 첫 번째로 죽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더러운 꼴 오래 보지 않고 빨리 죽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배틀 아일랜드》가 흥미로웠던 것은 결말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비튼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인물 설정으로 예상과 다른 전개를 보이는 것이 좋았다.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길이 흥미를 더욱 키웠다. 서바이벌 류의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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