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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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란 작가의 장편소설 《영혼을 단장해 드립니다, 챠밍 미용실》을 읽었다. 챠밍 미용실은 다른 미용실과는 다른 특별한 곳이다. 밤이 되면 망자들이 찾아와 단장을 한다. 자신을 기다리는 산 사람을 꿈에서 만나기 전에 멋지게 꾸미는 것이다. 주인 '챠밍'은 망자를 꾸며주는 대가로 구슬을 받고 이는 그녀의 숙면을 돕는다.


힐링 소설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었다. 한 여자가 들어와 머리를 하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목이 마르고 초조한 상태의 여자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끔찍한 결과가 뒤이어 따라온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망자의 사연보다 챠밍과 도깨비, 그리고 '의명'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에피소드형 책의 제목이 장소인 경우 특히 손님의 사연이 주를 이루고 마지막에 모두를 아우르는 주인의 사연이 밝혀지며 소설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소설은 챠밍이 중심이 되어 그녀의 시점을 온전히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았다.


이 소설은 충분히 감동적이면서도 서늘하고 섬뜩한 감정을 안겨주기도 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챠밍이 '판'과 거의 노예 계약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된 사연이 챠밍 미용실과 기가 막히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왜 미용실을 열게 되었는지부터 미용실 이름이 챠밍이 된 이유까지 모든 것이 과거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힐링 소설보다 이런 서늘한 소설이 더 취향에 맞는 것 같다. 섬뜩함 아래 작은 희망을 남겨 놓는 것까지 완벽했다. 언젠가 머리를 은색으로 염색해 보고 싶은데 죽어서 챠밍 미용실에 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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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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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미 교야의 장편소설 《꽃다발은 독》을 읽었다. 기억술사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작가의 작품이다. 기억술사는 라이트 노벨 느낌이 살짝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추리 소설의 경계로 완전히 넘어온 느낌이다. 탐정 '기타미'가 결혼을 앞둔 '마카베'에게 오는 협박 편지의 범인을 쫓는 이야기다.


주인공 '기세'는 선하고 정의감 있는 성격으로 예전에 과외를 해주었던 마카베가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움에 나선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탐정에 의뢰까지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여유 있는 집안에 살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협박 편지가 온다면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협박 내용에 사실이 섞여있다면. 마카베는 예전에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기에 그 사실이 약혼자에게 밝혀질까봐 전전긍긍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가족과도 친구와도 멀어졌기에 다시 한번 외면받을까 두려워진 것이다. 기타미는 차근차근 범인의 후보를 좁혀 나가며 사건의 진상을 조금씩 밝힌다.


소설은 빠르지 않게 진행되지만 충분한 몰입감을 준다. 마카베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마카베를 원망할 만한 사람들을 추리고 사건 관계자나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며 퍼즐을 하나씩 맞춘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설 때까지 퍼즐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완성된 그림을 보았을 때 충격 그 자체였다. 소설은 여러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막무가내식 반전이 아니라 앞서 숨겨둔 복선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결말까지 만족스러웠다. 속시원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하게 되는 좋은 결말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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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4
헬렌 라일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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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라일리의 장편소설 《문이 열리면》을 읽었다. 1943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미묘한 관계에 놓인 백만장자 '나탈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이모 '샬럿'이 총에 맞은 채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목처럼 여러 문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첫 장면부터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는 주인공 '이브'로 시작한다. 이브는 나탈리의 이복 언니로 다른 가족과 다르게 나탈리의 돈에 의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오늘도 꼭 해야할 말이 있어 나탈리의 집에 도착한 그녀는 한참동안 그앞에서 고민한다.


오래전에 쓰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브는 샬럿이 엽총으로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자 몹시 동요하며 그릇된 행동을 한다. 범인을 지레짐작하여 이를 감싸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쉽게 범인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 의심스러운 구석을 만들고 여러 반전을 준비하여 누가 범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최후반부에 등장한 범인은 충격적이었다.


경찰 '맥키'의 수사를 따라가며 소설을 읽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모든 것을 허투루 보지 않고 여러 단서와 증언을 얻어 추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이 크리스토퍼 맥키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한 범인도 충격적이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결말이기도 했다. 파격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오래 전에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왜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이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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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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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 《나목》을 읽었다. 정말 유명한 대가이지만 그녀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닿았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PX에서 일하는 '경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PX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 되었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이렇게 오래된 소설을 지금 읽어도 재밌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경아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능숙하다는 것이었다. 초상화부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미군들을 상대로 영업하면서 영어로 소통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화가들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움이 없다. 경아의 근무 일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그런데 집에서 그녀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달릴 정도로 무서워하고 그녀의 엄마에게는 무기력이란 단어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있다. 경아가 어떤 말을 해도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죽은 나무처럼 가만히 있으니 이 집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초상화부에 '옥희도'라는 새로운 화가와 전공 '태수'가 들어오게 되면서 경아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무언가 크게 결핍되어있던 그녀는 그 빈자리를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두 사람과의 교류를 지속한다. 이 관계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무척 궁금했기에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경아의 마음은 쉴 새 없이 오락가락 갈팡질팡한다. 어느날은 지극히 이성적이었다가 또 다른날은 열병에 사로잡힌듯 크게 달뜨는 모습을 작가는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것은 전쟁의 아픔이었다. 잘 사는 듯 보였던 그녀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고, 그 구멍을 만든 원인은 결국 전쟁이라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현재도 전쟁 중인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문득 놀랍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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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거함 생각학교 클클문고
장아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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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미 작가의 장편소설 《마음 수거함》을 읽었다. 중학생 '잎새'는 초등학생 때 친구에게 외면받은 적이 있다. 그 후로 친구의 말이나 행동에 눈치를 보게 된 잎새는 자책하는 날이 늘어간다. 절친 '하윤'과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어느 날, 이모의 작업실에 놀러간 잎새는 상자를 하나 발견하고 집으로 가지고 간다. 그건 바로 이모가 쓴 동화에 나오는 마음 수거함이었고 잎새는 실제로 지우고 싶은 마음들을 하나씩 적어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마음 수거함은 최근에 읽은 작품 중 가장 아이들의 눈높이와 맞닿아 있었다. 오랜만에 본격적인 판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을 만나 반가웠다. 마음을 수거하는 공장은 마치 디즈니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귀여운 느낌이었다. 나의 부정적인 마음들도 저렇게 수거해서 옅어지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표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글이든 말이든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아차릴 수 없다. 잎새가 항상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을 하나씩 꺼낼 때 비로소 다음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표현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생각나 더욱 공감이 가는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 반 교실에도 마음 수거함을 놓아두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마음이 정화되면 더 행복한 반이 되지 않을까. 혹시 부정적인 마음이 한데 뭉쳐 깜깜이가 탄생해 내가 잡아먹히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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