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 M. 로건의 장편소설 홀리데이를 읽었다. 근사한 프랑스 별장으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난 네 명의 친구와 그들의 가족. 그러나 휴가는 별장만큼 근사하기는커녕 악몽이 되어버렸다. 의심과 다툼, 폭력으로 인해.

 

다양한 인물의 시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케이트라는 인물이 주로 서술을 담당한다. 케이트는 남편 이 불륜 중이라는 의심에 괴롭다. 남편의 핸드폰에서 코럴 걸과의 대화를 보고 케이트는 알게 된다. 불륜 상대가 함께 여행 온 자신의 친구 세 명 로언, 제니퍼, 이지 중에서 있다는 것을.

 

케이트는 거의 정신병에 걸릴 정도로 모두를 의심하고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게다가 세 명 모두 의심할 여지가 충분해 케이트를 더 미치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케이트가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됐다. 누구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점점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 생각에 지배당해 그릇된 행동을 할 수 있다.

 

홀리데이는 심리 스릴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중간중간 다른 인물의 시점을 빌려와 그들의 마음 역시 보여주는데, 마음 편히 여행에 온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솔직히 이럴 거면 왜 여행을 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 있고 날카로운 상태의 이들은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태로 아슬아슬한 대화를 이어간다.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갈등의 불씨가 모여 결국 폭발하고 마는 후반부에는 충격적인 여러 진실이 밝혀진다. 몇 가지 반전 끝에 만난 결말은 속이 시원했다. 끝까지 참으면 두꺼운 분량 안에 감추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 드디어 모든 진실을 남김없이 알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전 유튜브 너덜트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상대적 박탈감에 관한 것이었다. 이직해 통근 거리가 멀어져 독립을 알아보는 친구가 월세가 비싸다고 불평한다. 이를 두고 다른 친구는 3년째 취업을 못 해 눈치 보이고 최근 부모님의 다툼이 늘었다고 눈총을 준다. 또 다른 친구는 부모님이 이혼해 집에 부모님이 함께 있는 시간조차 없다며 타박한다. 우스꽝스럽지만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이 갔다.

 

마찬가지로 방금 다 읽은 백온유 작가의 페퍼민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전작 유원이 마음을 강하게 두드리는 작품이어서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다행히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

 

시안해원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되는 소설이다. 절친이었던 이들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고, 시간이 흘러 현재에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해원은 숨 막히는 학원과 서운한 게 많은 남자친구로 고민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반면, 시안은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엄마 외에 어떠한 고민도 할 수 없다.

 

시안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그 삶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긴 시간 동안 엄마를 돌봐와서 능숙해진 그 일상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해원이 엄청나게 행복한 인생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해원도 큰 상처가 있고 이를 꼭꼭 묻어둔 채 밝은 척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의 크기는 비교할 수 있다. 해원의 평범한 불행은 시안에게 상처가 되었다.

 

시안이 독을 품고 해원에게 하는 행동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가시를 잔뜩 세운 고슴도치처럼 상대를 찌르지만 결국 제일 아픈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시안은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호러 소설도 아닌데 비명을 지르며 소설을 읽을 지경이었다.

 

결말이 살짝 아쉬웠지만 페퍼민트로 인해 백온유 작가의 이름이 머리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벌써 세 번째 작품도 기대하게 된다.

 

어울리지도 않는 불행한 표정으로 해원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150)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슬픔을 최선의 선생님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덕분에 나는 아주 조금 가벼워졌는지도. (194)

 

엄마는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몸을 벗어 잠시 개켜 놓고 엄마의 영혼 옆에 나란히 누워 보고 싶다. (2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들을 만나 맥주를 마시던 중 운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세 명 다 장롱면허에 가까운데 운전 연수부터 한문절TV에 올라온 사고 영상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집에 와서 책을 읽다가 원래도 많지 않았던 운전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야쿠마루 가쿠의 장편소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이다.


대학생 마가키 쇼타는 친구들과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갔다가 여자친구의 문자를 받는다.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라는 메시지를 보고 쇼타는 지하철이 이미 끊겼기에 운전해서 여자친구의 집에 가기로 한다. 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사람을 치어 죽게 만들고 감옥에 간다.


음주 운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그래서 마가키를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사고 후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다 뻔뻔스럽게 느껴졌다. 4년 10개월이라는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가지만 그 시간이 지나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가해자의 관점에서 쓴 소설이다. 누가 봐도 지탄받아 마땅한 일을 저지른 자의 심리를 촘촘히 묘사하며 속죄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결국 영원히 속죄할 수 없는 걸까.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복잡했다. 범죄자여도 범죄를 저지른 측면 말고 수많은 다른 면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부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억울한 마음과 죄스러운 마음이 섞인 복잡한 내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결론이 참 좋았다. 도망치지 말고 속죄하라는 것, 그게 용서의 발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눈물이 맺혔다.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 중 한국에서 가장 크게 사랑받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지만, 이번 작품 《어느 도망자의 고백》이 새로운 대표작이 되기에 충분한 좋은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뉘우침의 눈물일까. 아니면 자기 앞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눈물일까. (107-108쪽)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테니 지금 말할게. 우리 가족은 너 때문에 불행해졌어. 그런데 가장 불행한 건 우리도, 더욱이 너도 아니야.” (225쪽)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340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터 메이의 장편소설 블랙하우스를 읽었다. 서두에 미리 밝히고 싶다. 이 작품은 하반기에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다! (7월부터 현재까지 총 17권을 읽었다) 루이스 섬의 낡은 보트 창고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된다. 몇 달 전 발생한 살인사건과 유사했기에 이를 조사하던 형사 핀 매클라우드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블랙하우스는 온전히 새로운 작품은 아니다. 형사가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 과거를 파헤치는 작품은 꽤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뛰어난 묘사와 이야기 전개로 순식간에 독자를 책 안으로 데리고 온다. 이 책이 주는 강력한 몰입감은 독자를 루이스 섬으로 초대하는 게 아니라 압송하는 것 같았다. 핀 매클라우드의 옆에 꼼짝없이 바로 서서 그 모든 이야기를 눈과 귀로 보고 듣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진행되는 이 소설은 과거 이야기가 특히 고통스러웠다. 핀이 왜 그렇게 이곳을 떠나고 싶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많은 일이 있었고 추억도 많았지만 핀의 과거에는 비극이 참 많았다. 그 비극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영향을 주고 있었고, 마을을 탈출하여 묻어두었던 비극을 현재에 만난 핀이 안타까웠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입체적 인물을 그려낸 것도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이다. 누군가는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 누군가는 진실한 친구로 생각한 인물이라든지, 과거의 빛나던 모습이 사라진 채 초라한 현재를 보이는 인물 등 이야기와 인물 설정이 모두 놀랍다.

 

결말에 이르러 또 한 번 추악한 비밀이 드러나며 이 소설은 정점을 찍는다. 만만히 보면 큰코다칠 수 있는 소설이다. 앞으로 피터 메이를 주목하게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루이스 섬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 2편과 3편도 반드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시모치 아사미의 소설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나가에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나가에의 심야 상담소의 작가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속편인 만큼 구성은 똑같다. 두 부부가 모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면서 일상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전작이 대학생 때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결혼한 두 부부에 아이까지 있는 시점이다.

 

네 명이 모여 식사하다가 음식에 대한 특성이 나오면 화자 후유키 나쓰미가 연관된 일상 이야기를 꺼내고, 나가에가 이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예를 들면, 연어 술지게미 절임을 만들 때 나가에는 담백한 맛을 좋아하여 재운지 하루 된 것을 먹고, 나가에의 아내 나기사는 간이 제대로 밴 것을 좋아해서 재운지 이틀 된 것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나쓰미는 쌍둥이가 하루씩 차이 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쌍둥이가 있는데 한 명은 피아노를 월요일, 수영을 수요일에 다니고 다른 한 명은 피아노를 화요일, 수영을 목요일에 다닌다는 것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법도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픽업이 불편할 테니 같은 날 다니는 게 훨씬 일반적인 상황일 것이다. 이야기를 듣던 나가에는 상황만 듣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멋지게 추리한다. 그야말로 안락의자 탐정 같다.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다양한 종류의 술, 미스터리까지 즐길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나가에의 추리는 듣다 보면 뭔가 구멍이 있는 것도 같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명석한 두뇌의 나가에보다 연상법의 대가 나쓰미가 더 흥미로웠다. 어떻게 표현 하나에서 일화를 저렇게 떠올리는 건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피아노 선생님이 문득 떠올랐다. 설명하실 때 항상 비유를 활용하는데,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을 칠 때 혈당측정기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날카롭게 치라는 식이다.

 

무거운 작품을 연달아 읽다 보면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소설이 끌리는 것 같다. 금요일 오후 이 리뷰를 쓰고 있는데, 나도 이 소설을 따라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 미스터리가 없어 아쉽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