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 없음‘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실 상당히 재미있다. 그야말로 보통의 여행에서는 절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각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언젠가부터 원래라면 평생 발을 디딜 일이 없었을 장소에 지금 서 있다는 실감을 할 때 느끼는 약간의 취기마저 좋아졌다.
난 이미 틀렸다. 힘들다고 안 되겠다고 뿌리치기에는. 나는 그들의 삶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그냥 그들을 지키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이 글을 참 쓰기 싫었다. 책으로 내는 것은 더욱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나 내가 찾은 방법은 끊임없이 그들의 삶을 알리는 것이고 책으로 또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마도 분명히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서점 구석진곳에 꽂혀만 있어도 좋고, 도서관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도 괜찮다.어쩌다가 우연히라도 누군가의 눈에 들어 읽힐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지치면 마음도 좁아지나 봐푸짐한 맘모스빵처럼다시 마음이 넉넉해지려면아무래도 조금 쉬어야겠지?
우리 엄마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엄마가 아니었다.정리 정돈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완벽하지도 않고, 늘 맛있게 요리를 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들은언제나 내 안에 사랑스럽게 남아 있다.우리들을 위해서 부족하지만 노력하려고 애쓰시던 모습은결코 잊지 못할 거다.
나는 요즘도 종종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이를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그를 떠올리면 꽃에게 물을 주고, 화산을 쑤셔주고, 활화산에서 밥을 해먹는 어린 왕자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몸을 동그랗게 구부려 아주 작은 별을 껴안은 채 우주 공간에 떠있는 모습만생각난다. 꼭 그러고 있을 것만 같다.오늘도 나는 수평선을 향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