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이!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자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치는 마침내 이 여자들이 칸즈위안의 애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니, 애인은 맞지만 ‘렌털 애인‘이었다. 렌털 애인은 회색 지대를 맴도는 특수 업종으로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만난 고객에게 돈을 받고 데이트를 해주는 것이었다.  - P150

자치는 지난 주말 칸즈위안의 행적을 떠올리며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과 반응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 P150

다음번 췬완행 열차가 역으로 들어오자 여자가 손을 흔들며 열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P151

전체적인 생김새는 다르지만, 얼굴 윤곽, 입술, 귀가 그 표본병 속 여자와 몹시 흡사했다.
그러자 지금의 이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해답이 자치의 뇌리를 스쳤다. - P151

예쁜 외모를 가진 여자가 이 도시에서 자력으로 생존하고자 할 때 렌털 애인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된다. - P152

렌틸 애인은 단골손님에게 자기 속사정을 자연스럽게 들키게 되고, 손님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그녀를 상대로 아주 수원하게 범행을 벌일 수 있다. - P152

왼쪽을 보니 그 여자가 긴 좌석의 제일 오른쪽 자리에 앉아휴대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중략).
그녀는 범인의 허점을 포착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 P153

망자의 고백 2

이런 걸 쓴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작했으니조금 더 쓰려고 한다. 어차피 인생도 무의미한 것이니까. 안 그런가? - P154

나는 그날 아위안과 집에 오지 않고 하고 종이 울리자마자근처 서점으로 달려갔다. <혼진 살인 사건>을 새로 사서 아위안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용기를 내어 점원에게 물었지만 타이완책은 팔지 않는다며 코즈웨이베이나 몽콕에 가서 찾아보라고 했다. - P159

"수경이랑 마스크도 써. 고춧물이 튀어도 문제없을 거야. 그위에 두건을 쓰면 놈들이 우릴 알아보지 못하겠지. 내가 며칠동안 다페이 뒤를 밟으면서 언제 어디서 공격해야 아무도 모르게 손봐줄 수 있는지 다 알아놨어. 오늘을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돼." - P161

아위안이 칭찬하듯 내 어깨를 툭툭 쳤고, 나는 계면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우린 여느 중학교 1학년 개구쟁이들처럼 진심에서 우러난 웃음을 지었지만 내가 웃는 이유는 그 또래 아이에게 걸맞지 않은 것이었다. - P164

약자를 학대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도덕과 교훈이 무엇이든, 질서와 법률이 어떻든, 강자는 이런 쾌감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이다. - P165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모두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인간은 태생적으로 강자가 되길 바라는 종족이며, 약자를 착취함으로써 쾌감을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궁극적이고 원시적인 의의일 것이다. - P166

아이잉이 휴대폰을 보았다. 저녁 6시 55분. 약속 시간까지 5분이 남아 있었다.
(중략).
고객에게 자신이 이 만남을 간절히 바란다는 인상을 주고싶지 않았다. 상대에게 특별한 호감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그녀는 늘 약속 시간 1분 전에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 P169

올해 스무 살인 그녀는 약 1년 전 애인 렌털업에 뛰어들었다. (중략).
아이잉은 오래전 부모와 연락을 끊었다. 아빠가 몸이 아파실직한 뒤 엄마도 아빠와 아이잉의 남동생을 돌보느라 일하지못하고 공공 임대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금만 가지고 생계를 꾸려야 했다. - P170

어릴 적부터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며 학원에 다닌 남동생은 학교 성적이 좋았지만,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란 아이잉은 중학교에 올라가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반항심이 생겼고 부모에게 더더욱 눈엣가시가 되었다. - P170

비록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전문대학 입학 자격을 얻은 그녀는 2년제 광고 미디어 과정에 지원했다. (중략).
하지만 아무리 높은 뜻을 세워도 가난한 현실을 바꿀 수는없었다. - P171

. 그래서 고민 끝에 독한 마음을먹고 렌털 애인 일을 시작했다. (중략).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수입이 점점 줄어들다가 스물일고여덟쯤되면 한참 지난 이월 상품으로 분류되어 헐값이나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P171

돈이 전부인 요즘 세상에 가난은 흉이지만 매춘은 흉이 아니다. - P172

 그녀의 유일한 철칙은 첫 데이트에서 호텔로 직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P172

오늘 고객인 데이비드-물론 가명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연락용으로 따로 만든 것이었다-와는 첫 만남이 아니었으므로 호텔에 갈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 - P173

렌털 애인이라는 직업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저녁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고 종종 이렇게 훌륭한 음식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 P174

"일찍 들어가는 게 좋지. 어차피 오버나이트 결제했잖아."
데이비드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렌털 애인은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밤을 함께 보내는 오버나이트는가격이 꽤 비쌌다.
아이잉은 반대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데이비드의 체격을 보면 오늘 밤 잠을 재우지 않을 것 같았다. - P175

"어......?" 객실에 들어가 방 안 광경을 보는 순간 아이잉의몸이 얼어붙었다. 방 안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중략).
"다・・・・・・ 당신들......."
"경찰입니다." 창가에 서 있던 남자가 다가오며 아이잉의 눈앞으로 경찰 신분증을 들어 올렸다. "홍콩섬 총구 강력반 쉬유이 경위입니다." - P176

"탄아이잉 씨, 놀라지 마세요. 렌털 애인 일을 한 것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닙니다." 쉬유이는 차분하게 말했지만 아이잉은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본명을 밝힌 적이 없었고, 고객들은 그녀를 ‘신디‘로만 알고 있었다. - P176

"우리가 수사하려는 건 아이잉 씨가 아니라 이 사람입니다."
쉬유이가 샤오후이에게 태블릿을 건네받아 아직 얼떨떨한 표정의 아이잉 앞으로 내밀었다. 태블릿에 칸즈위안의 사진이떠 있었다.
"・・・・・・ 앤디?" 아이잉은 조금 정신이 들었다. - P178

아이잉은 ‘앤디‘가 다른 고객들과 달랐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남자들은 대개 섹스가 유일한 목적이고, 섹스가 갈급하지 않은 사람은 직장이나 생활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며 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앤디는 두번의 데이트에서 섹스를 화제로 올린 적이 없고, 자기 얘기도 거의 하지 않았다. - P179

사실 아이잉은 앤디에게 상당히 호감이 있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고객이었다. 돈 잘 쓰고 말수 적고 성적인 서비스를원하지 않고, 데이트할 때도 추근대지 않고 매너가 좋았다. - P179

쉬유이는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고 그녀에게서 더 얻어낼만한 유용한 정보가 없다고 판단한 뒤 비로소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남자가 범행을 실토하게 하려는데 탄아이잉 씨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 P181

조금 전까지도 주눅 든 얼굴로 떨고 있던 아이잉이 갑자기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뜬금없는 비난에도 쉬유이는 화를 내거나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경찰과 시민 사이에 신뢰가 사라진 요즘 세태에 강하게 맞서봤자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P182

"대중과 언론은 자살한 남자가 범인일 거라고 예상하지만우린 작은 단서 하나도 소홀히 넘길 수가 없어요. 공범이나 진범이 법망을 피해 도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요." 쉬유이가 태블릿을 다시 집어 들고 다른 사진을 찾았다. - P183

"우린 탄아이잉 씨가 범인의 다음 표적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요." 쉬유이가 이 가설을 제일 마지막에 얘기한 건 먼저 아이잉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제3자가 알려주는 사실보다 자신이 추론한 가설을 더 신뢰하기 마련이다. - P184

쉬유이는 아이잉과 기본적인 작전 계획을 세우고 서로 연락할 방법을 점검한 뒤 샤오후이와 아싱에게 장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쉬유이는 경찰이 정보원에게 지급하는 보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이잉은 순수한 정의감으로 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 P186

그런데 불과 사흘 뒤 아이잉에게서 연락이 왔다. 칸즈위안이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 내일 만나자면서 함께 밤을 보낼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아이잉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쉬 경위님, 그러자고 해요? 거절해요? 나한테.. ... 하려는 걸까요?" - P187

쉬유이는 고민했지만 역시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없다고 판단했다. - P188

"아이잉 씨." 샤오후이가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저녁을 먹는 동안 충분한 자료가 확보된다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데이트를 일찍 끝내도 돼요. 아이잉 씨를 위험하게 만들지 않을게요."
샤오후이의 말에 아이잉도 안심했다. - P189

"이건 무선 이어폰이에요. 왼쪽 귀에 끼우고 머리로 가려요." 샤오후이가 애플 에어팟과 비슷한 크기의 무선 이어폰을 건넸다.
"너무 눈에 띄지 않아요? 이러다 들키면…………." 아이잉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건 눈에 띄어야 자연스러워요. 휴대폰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해요. 이어폰은 아무리 작아도 안 보일 수가 없어서 감추려 할수록 더 들키기 쉬워요. 감추려는 의도가 뻔한 이어폰을 들켜버리면 변명할 수가 없잖아요." 아싱이 말했다. - P190

"이어폰과 마이크가 이 보조배터리에 연결되어 있어요. 배터리에 유심칩이 있어서 휴대폰 기능도 해요. 우리가 이걸로 아이잉 씨의 위치를 계속 추적할 거예요. 혹시 말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긴급 상황이 오면 배터리 옆에 있는 버튼을 3초간 눌러요. 그러면 우리가 신호를 받고 즉시 손을 써서 아이잉씨를 구할게요." - P191

약속 시간 5분 전, 아이잉이 타이쿠싱 한가운데 중정으로 가서 ‘앤디‘의 연락을 기다렸다. (중략).
중정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는데 저편의 의류 매장 쇼윈도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있는 아싱이 시야에 들어왔다.  - P192

"응....... 나 왔어. 중정의 인형 조형물 앞에 있어………..
99이어폰에서 아이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쉬유이는 차량안에서 모든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2분 뒤 칸즈위안이 영상에 나타났다. 아이잉이 그를 보고 다가가 반갑게 팔짱을 꼈다. - P193

칸즈위안과 아이잉은 오향쇠고기, 오이냉채, 샤오룽바오, 탄탄면, 닭고기탕, 돼지고기완자 등 꽤 많은 음식을 주문했다. 짜장면과 콩국만 주문한 아싱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아싱도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샤오룽바오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팀장이 보고 있으니 마음대로 시킬 수 없었다.
"요즘 바빠?" 닭고기탕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종업원을 보며아이잉이 칸즈위안에게 물었다. - P194

"재택근무가 가능해?"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재택근무가 흔해졌으므로 아이잉이 이렇게 묻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응. 집에서 일해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지만." - P194

"홍콩에 월세가 안 비싼 곳이 어디 있나?" 칸즈위안이 씁쓸하게 웃었다. "오래된 아파트도 괜찮다면 조금 싸게 얻을 순있겠지."
"고민해볼게. 자기 집에서 가까이 살면 자주 볼 수 있잖아."
수줍게 미소 짓는 아이잉의 연기가 쉬유이도 속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 P195

"거기..." 칸즈위안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야."
"뭐? 어머, 세상에! 집이 가까워? 범인을 본 적은 없지?"
칸즈위안이 시선을 조금 떨어뜨리며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왜 그래?" - P196

칸즈위안이 비통한 표정으로 말없이 아이잉을 응시했다. 그순간 그녀는 경찰의 말이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뻔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살인마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눈동자를 스치는 한 가닥 이상한 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 눈빛이 스치는 순간 그의 표정이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 P197

그 후 아이잉은 살인 사건에 대한 화제를 다시 꺼낼 적당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 P198

"어쩔 수 없군. 플랜B로 갑시다." 쉬유이가 아이잉에게 말했다.
플랜 B란 호텔에서 칸즈위안이 샤워를 하는 동안 그의 소지품을 뒤지는 것이었다. 칸즈위안이 그날 밤 바로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은 적으므로 결정적인 물증은 찾기 힘들겠지만, 그의 옷이나 지갑을 뒤져 사진을 찍은 뒤 기회를 봐서 도망치거나 적당한 핑계를 대고 거래를 중단하기로 작전을 짰다. - P198

"차 가져왔어. 호텔에 가서 마시자." 칸즈위안이 아이잉의손에 깍지를 꼈다. "파크레인에 예약해놨어."
쉬유이가 속으로 탄식을 터뜨렸다. 파크레인은 코즈웨이베이의 4성급 호텔이었다. - P199

두 사람은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타이쿠싱을 천천히 걸으며 쇼핑센터를 둘러보았다. 칸즈위안은 가전 매장에서 피부 활력증진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미용 기기를 아이잉에게 선물했다. 아이잉은 2천 홍콩달러가 넘는 기계를 받고 무척 기뻐했지만 자기 임무를 잊지는 않았다. - P199

"7번 출구에서 인터체인지로 내려갔습니다."자치가 무전기를 통해 보고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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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끊임없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내려다보는lookdown 우리 일상은 이미 기술의 식민지가 되었다. 반대로 미술관은 "올려다보는lookup" 경험의 보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 P250

예술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만 오락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는 오락을 추구한다. - P251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1951년 "교양 있는 척하는 속물은 예술 작품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주기‘를 요구한다"고 한탄한다.⁵³ - P251

53 Theodore Adorno, Minima Moralia: Reflections from Damaged Life (New York: Verso, 1974), 216. - P356

포르노로 대체된 섹스

(전략).
2014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질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였다.⁵⁵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다섯 배나 많이 검색되었다. 그런데 매개된 여가 활동에 대한 열의를 드러내는 징후는 따로 있다. - P252

55 "A Little Look at a Big Year," Google Year in Search pamphlet, 2014. - P356

 철학 교수인 리처드 카니는 학생들이 데이트 앱과 만남 앱을 열심히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썼다. 그는 "성적 접촉이라는 명백하게 신체적이고 정서적인 활동이디지털에 의해 매개되었다"는 사실에 내재된 역설을 지적했다.⁵⁶ - P252

56 Richard Kearney, "Losing Our Touch," New York Times, August 31, 2014, SR4. - P356

그런데 정말 소외일까? 매개된 성욕에 몰두하는 사람들(주로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젊은 세대)은 그렇게 경험하지 않는다. <성 연구 저널Journal of Sex Researc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남자 대학생의 67퍼센트가 포르노를 "자신의 성욕을 표출하는 수용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⁵⁷ - P253

57 Joseph Price, Rich Patterson, Mark Regnerus, and Jacob Walley, "How Much More XXXis Generation X Consuming? Evidence of Changing Attitudes and Behaviors Related to Pornography Since 1973," Journal of Sex Research 53, no. 1 (2016): 12-20.
IDEDAl 17 2023 - P356

물론 포르노는 수백만 명의 욕정을 가상으로 채워주며 오랫동안 번성해왔다. 또한 포르노 배우뿐 아니라 누구나 온리팬스와 같은 사이트에서 수익형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 - P254

한 20대 여성은 <GQ>에 포르노에서 본 성행위를 따라하겠다고고집을 부리는 남성들에 대한 글을 썼다. "그걸 성행위라고 부르는 것은 공정치 못한 것 같다. 그것은 3D 인간과의 자위라고 하는것이 옳을 것이다."⁶⁰ - P254

60 Siobhan Rosen, "Dinner, Movie, and a Dirty Sanchez," GQ, February 2012.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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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기술로 매개된 쾌락

우리는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필터를 적용하고,
육체적·정신적 결점을 제거해서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모습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대신 여기에는 희생이따른다. 매치닷컴에는 희미해진 향수 냄새가 없고,
틴더의 알고리즘에는 연인의 피부가 주는 느낌이 없다. - P218

사라이 시에라는 혼자 여행을 했지만 21세기적인 의미에서 혼자였다. 그녀는 고향에 있는 모든 지인과 끊임없이 연락을 했다. 오늘날의 많은 여행자가 그렇듯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소통이 현지인들과의 소통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았다. - P220

그러나 시에라는 2013년 1월 21일 돌아오는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중략). 그녀의 친구와 가족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시에라가 여행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의존했던 기술 때문에 자신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지는 않았는지, 혼자 여행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위험에 무감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 P220

삶의 많은 쾌락이 그렇듯이, 이제 여행도 여행 경험을 계획 · 기록·기억하는 기술을 통해 매개되는 경우가 많다. - P221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 같은 기기와 거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와 앱 등 매개 기술이 우리 삶에 포화되고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끼어듦으로써 인간의 경험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 P221

항공 업계에서는 불연성 소재로 좌석 쿠션을 만들거나 통로에 비상등을 추가하는 등 재료와 구조를 바꿔서 항공기의 위험을 줄이는 복잡한 과정을 "치명성 제거 delethalization"라고 부른다. 디지털시대의 쾌락도 비슷한 치명성 제거의 과정을 거쳤다. 개인의 쾌락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퍼지고 전시된 적은 없었다.  - P222

데이터로 축소된 쾌락


쾌락은 별난 존재다. 제러미 벤담은 쾌락이 인류의 통치권자"중 하나라고 선언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쾌락이 ‘삶의 파수꾼‘이라고 믿었다. - P223

오늘날 우리는 가상현실의 지배를 받고 있다. - P224

 자신을 추적하는 일에 열심인 사람들은 슬립사이클Sleepcycle이나 베드포스트Bedpost와같은 앱을 통해 수면과 성생활을 모니터링한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최근 먹은 음식의 사진을 올리고, 핀터레스트Pinterest에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꿈꾸는 집의 사진을 올린다. - P224

 모든 시대에는 쾌락과 그것을 통제하려는 활동이 공존한다. 역사적으로 쾌락의 통제는 종교 기관, 국가, 가족 등에의해 이루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 P224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서 많은 사람이 그 차이를 인식조차 하지 않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쾌락 원칙을 받아들였다. 오늘날의 쾌락 원칙은 기술 사용 그 자체의 즐거움, 즉 우리가 원하는 많은 것을 즉시 얻게 해주는 날렵한 기기와 영리한 앱 그리고 그런 기술들이 촉진하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 P225

점점 더 많은 쾌락이 간접적인 쾌락이 되어가고 있다. 점점 더많은 쾌락의 경험을 스크린으로 소비하게 되면서 촉각, 후각, 미각, 장소 감각보다 시각과 청각이 중시된다. - P226

쾌락(그리고 그에 대한 기억)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 미각, 후각과도 연결되어야 더 강렬해진다. - P227

기록되기 위한 여행과 픽셀화된 예술


새로운 장소를 이해하려면 그곳의 냄새를 맡아야 한다.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낯선 땅의 기묘한 냄새와 새로운 소리를 경험하는 것이다. - P227

오늘날 위로의 저장소는 감각 기억이 아니라 어디를 가든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 속의 사진들이다. 우리에게는 위로가 필요치않다. 인스타그램이 있으니까. - P228

관광은 여행과는 다르다. 애머스트대학교의 문학 교수 일란 스타반스와 <아비투스Habitus>의 편집자 조슈아 엘리슨은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것, 방향 감각을상실한 혼미한 상태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고 관광은 안전하고 통제된 것, 미리 정해진 것이다."⁵ 현대의 기술은 관광업의 이상적인 시녀다. - P228

5 Ilan Stavans and Joshua Ellison, "Reclaiming Travel," New York Times, July 8, 2012. - P354

관광객은 예측 가능성과 편리함을 원한다. 여행자는 불안이 음악의 꾸밈음처럼 여행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여행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 P229

편안하고 안전하게 야생의 야외를 탐험하려는 이런 역설적인 충동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공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려는기술 회사의 욕망과 잘 맞아떨어진다. 기술 회사들은 우리가 이런 플랫폼들이 조성하는 세계관을 받아들여주기를 원한다. - P231

새로운 곳에서 경이를 경험하라고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파인더리의 감수성은 수세기 동안 여행자를 움직여온 감수성과는 다르다. 주문형 디지털 기술이 없는 세상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감수성인 것이다. - P232

여행을 이렇게 엄격히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모험의 기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눈표범을 잠깐이라도 보려고 티베트를 몇 달 동안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단조롭다. 진짜 모험가가 되려면, 아마존에서 카약을 탄 최초의 미국 10대가 되거나 K2 정상에 오른 최초의 80대 사서가 되어야 한다.  - P233

대부분의 사람은 ‘영웅‘이 아니고 영웅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탐험을 하지 않는다. - P234

고프로의 설립자가 <뉴욕타임스>에 말했듯이 "우리는 사진가를 위한 착용형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을 촬영하는 착용형 카메라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¹⁴ 고프로는 여행자의 눈에 보이는 것을 찍는 대신 훨씬 더 흥미로운 대상, 즉 여행자 자신을 보여준다. - P234

14 Nick Bilton, "A Camera of Daredevils Gains Appeal," New York Times, October 22, 2012, B1. - P254

새로운 장소들을 우리 눈이 아니라 화면 속의 축소된 이미지로 보는 데 익숙해지면 우리는 우리 앞의 새로운 경험 대신 일상적인 세계와 그 기기에 매어 있게 된다. 그런 이미지를 끊임없이 소비하다 보면 일종의 시각적 피로, 많은 작가가 묘사한 "현실에 대한 실망"이 나타난다.¹⁸ - P236

18 Alexandra Molotkow, "New Feelings: Reality Disappointment," Real Life, November 8,
2021. - P254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진이 여행의 욕구를 대체할지 모른다고 걱정해왔다. 올리버 웬들 홈스는 1859년에 출판된 《대서양에서의 탐사soundings from the Atlantic》에서 사진과 사진기라는 새로운 기술이 너무 대단해서 이제는 여행이 쓸모없어질 거라고 했다. - P237

오늘날 여행 작가들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같은 곳을 찾은 관광객이 유명한 성의 사진을 찍고는 싶지만 힘들게 정상에 오르고싶어 하지는 않는 것에 주목했다.²² - P237

22 Bernd Stiegler, A History of Armchair Travel, translated by Peter Filkins (Chicago: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0), 110. - P355

우리가 매개하기로 선택한 모든 쾌락이 그렇듯이 사진은 실제의 예측 불가능성과 번거로움보다 더 만족스러워 보인다.  - P238

이렇게 참을성 없는 관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화가 파울 클레는 1920년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관람객은 스치듯 본것(안타깝게도 그들은 종종 그렇게 한다)으로 작품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²⁶ 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이 작품하나에 소요하는 시간은 평균 15~30초다.²⁷ - P239

26 Paul Klee, Creative Confession and Other Writings (London: Tate Gallery Act Editions, 2014), 10.
27 Stephanie Rosenbloom, "A Museum of Your Own," New York Times, October 12, 2014, TR1. - P355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편리함이 과거를 개선한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예술 대중화의 일환이라고 여긴다. 여러 면에서 맞는 말이다.  - P240

하버드대학교의 미술사학자 제니퍼 L. 로버츠는 학생들에게 한작품을 세 시간 동안 살핀 후에야 그 작품을 분석하게 한다. 이런 방식에 회의적이었던 학생들은 이후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들여 작품을 보면 얼마나 많은 것이 드러나는지 느끼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로버츠는 "시선을 두었다고 looking 해서 보았다는seeing 의미는아니"라고 했다. ³³ - P241

33 Roberts, "The Power of Patience," 43. - P355

그러나 미술관에서 우리의 행동은 온라인에서의 행동과 닮아가기 시작했고 많은 미술관이 기꺼이 이런 융합을 권한다.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예술 작품을 촬영하거나 라이브 콘서트를 녹화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은 그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 P242

하지만 기술은 기억을 증강시키지 않는다. 사실 기억을 둔화시킨다.  - P243

연구를 이끈 린다 헨켈은 이것을 "사진 손상 효과pho-to-impairment effect"라고 부르며 "카메라의 ‘눈‘은 ‘마음의 눈‘이 아니"라고 경고했다.³⁷ - P243

37 Linda A. Henkel, "Point-and-Shoot Memories: The Influence of Taking Photos onMemory for a Museum Tour," Psychological Science 25, no. 2 (2014): 396-402. 다음도 참고하라. . Julia S. Soares and Benjamin C. Storm, "Does Taking Multiple Photos Leadto a Photo-Taking-Impairment Effect?," 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 29 (July 2022):2211-18. - P355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무질서하게 기록된 방대한 양의 디지털 사진 때문에 오히려 기억을 되새기고 되살리는 것에 방해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 P243

사진은 기억 복원에 극히 우수한 "회상의 단서를 제공한다. 물론 사진을 볼 시간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³⁸ 이제 사진을 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P244

38 Simon Bowen and Daniela Petrelli, "Remembering today tomorrow: Exploring thehuman-centered design of digital mementos,"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Studies 69, no. 5 (May 2011): 324-37. - P355

복제가 진정성과 독창성의 의미를 변화시킨다고 우려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발터 벤야민은 1936년 에세이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기술적 변화, 특히 기계적 복제가 새로운 관점인 "진보적 반응"(그가 붙인 이름이다)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⁴⁴ - P245

44 Walter Benjamin,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inIlluminations: Essays and Reflections, edited by Hannah Arendt (New York: Schocken, 1968), 217-42. - P356

문화를 보여주는 매체는 우리에게 비평가가 되라고 격려할 뿐, 비판적 판단이나 집중된 관심은 요구하지 않는다. - P245

벤야민은 인내심 부족이 결국 예술의 "오라"를 파괴하고 우리를 사색으로 이끄는 겸손을 없앨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술의 오라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 P246

2011년 화려하게 출범한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에 대한 반응이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대한 구글 스트리트 뷰 수준의 투어를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미술관을 탐험하고, 수백 점의 예술 작품을 믿기 힘들 만큼 확대해 감상해보세요!"라고 격려한다. - P247

대중에게 고해상도의 예술 작품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픽셀화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다. - P247

기술은 매우 빠르게 미술관에 침투했다. - P249

반 고흐 몰입형 체험은 전 세계 여러 도시의 관람객들이 프로젝션으로 벽 크기의 해바라기를 보거나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속을 거닐게 한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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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려면 역시 재능이 필요할까?"
"그럼 그것 말고 또 뭐가 필요하죠?"
카이 쇼코는 문고본을 덮고 나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 P62

"노력과 환경으로 적성을 뒤집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나요?"
그녀가 또다시 문고본을 펼쳤다. 버릇일까. - P62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말이 배 안으로 도망치지 않도록목을 긴장시키며 대답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평생 무리니까. 그러니까 난 그걸믿을 수밖에 없어."
"포기하는 게 현명할걸요." - P63

"뭐 노력하는 건 자유니까 내 의견 따윈 신경 쓰지 말고잘해봐요."
카이 쇼코는 뒤로 꺾었던 목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리고 몇 번이나 문고본을 펼쳤다 덮기를 되풀이했다.
"질문은 이제 끝인가요. 더 이상 대답하기 귀찮으니까돌아가주세요." - P64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격, 흔들림 없는 눈동자, 단호한 말투, 그리고 비굴할 만큼 보수적인 발언. 이것이 항상의연한 태도의 괴짜 ‘카이 쇼코‘와의 첫 대면이었다. - P66

죽은 사람이 유령이 되어 세 룸메이트 중에서 자신을 살해한 범인을 고른다는 얘기다. 규칙은 선택한 인간을 저세상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것. 그중에는 자신의 연인도 포함되어 있다. 범인을 꼭 맞힐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누구를 데려가고 싶은가‘라는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그런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 P68

"흐음. 내용은 어쨌든 생산력은 있나보군.‘
"쓸데없는 ‘은‘을 두 개나 붙여줘서 고맙다." - P68

"쓰고 싶은 이야기는 엄청 많아.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소재가 왕창 떠올라. 그걸 형태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많은양을 쓰게 되거든."
"오-. 굉장한걸.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들으면 네 목을조를지도 몰라."
"하지만 전부 처음 떠올랐던 것처럼 잘 써지진 않아." - P69

"딱히 모험 얘기만 쓰는 건 아니지만... 으음, 라이트벨 쪽엔 별로 응모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별로 읽어본적도 없고, 라이트노벨 하면, 뭐랄까, 편집자가 좀 더 귀여운 여자애를 등장시키라고 요구하거나 조금 잘 팔리면 속편을 쓰라고 닦달하거나, 뭐 그런 느낌이거든."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뭐 어때. 그래서 팔릴수만 있다면." - P70

내 말에 바보는 시시하다는 듯이 "뭐가?"라고 말하며 눈썹을 치떴다.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에는 소설가가 넘쳐나거든?"
"스케일 쩌네."
"어쩌면 저 위에도 소설가가 떠 있을지 몰라." - P72

바보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럴 수 있다면 뭐 하러 이런 고생을 하겠냐."
그건 그래. 바보가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컨트롤러를집어던진 후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중략).
"...근거는?"
"없어. 이 근거성애자야."
바보가 나를 비웃었다. (중략).
‘어쩌면‘에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바친 나는 다른 사람의말에 몹시 회의적이었다. - P73

다음 날, 내게 손짓하는 카이 쇼코에게 엉거주춤 다가가자 그녀는 나를 손수건으로 써먹었다.
음, 그 과정이라도 얘기해볼까. - P73

소설을 쓴 노트와 컴퓨터로 뽑은 원고다발, 그리고 바보에게서 받은 소설 잡지가 들어 있는 가방은 몹시 무거웠다. 1차 심사 통과가 한계인 원고다발을 대여섯 개나 쑤셔넣는 바람에 가방은 불룩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한 걸음걸을 때마다 가방끈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 P75

긴 비탈길을 올라서 평평한 평지를 걷고 있을 때, 아마도 비탈길 아래 있는 편의점에서 구입했을 해시포테이토를먹고 있는 카이 쇼코가 보였다. - P76

기대를 가슴에 품고 머뭇거리며 카이 쇼코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후 어째서인지 카이 쇼코는 남은 해시포테이토를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 P77

우리는 그 눈빛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서로의 전신을 관찰하듯 시선을 움직였다.
카이 쇼코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당신, 헌팅하는 건가요?"
"어라?"
"어라라뇨?"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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