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두어 번을 더 두드리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오한과 기특, 영수와 0수는 문 앞에 선 사람을 살폈다.
얼굴에 피멍부터 눈에 띄었다. 노인이었다. 이십 대가 아니었다. 그러니 김다울도 아니었다. 그 사람은 영수가 맞닥뜨렸던바로 그 누군가였다. - P146

노인은 그들이 이주민이 아니라 방문객임을 단번에 알았다. 이주민이라면 이렇게 늦은, 혹은 이렇게 이른 시각에 올 리는없었다. 이주민이라면 저 먼 곳에 저렇게 오랫동안 차를 세워둘리도 없었다. - P147

하지만 노인은 그들에게 어쩐 일이냐는 아주 형식적인 질문을 던진 후로는 귀를 닫았다. - P148

노인의 등대를 나오자마자 영수가 말을 던졌다.
"괴담이 다 괴담은 아니었어."
"나 진짜 귀에서 피났음." - P149

하지만 그런 감정이 가장 낯선 사람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된, 인간 영수를 걱정하고 있는 복제인간 0수였다.
‘진짜 안 말려도 되려나?‘
0수는 혼자 앞으로 걸으며,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자꾸 둘을 돌아봤다. - P151

23

(전략).
0수와 오한, 영수와 기특은 가까운 등대부터 하나씩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 노인들이었지만 모두가 그 노인 같진 않았다. 멀리서 온 방문객을 흔쾌히 반겨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예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 P153

영수가 먼저 입을 열어야 했다. 영수는 사실 E구역으로 오고싶어서 휴가까지 내서 살펴보러 왔다고, (중략).
하지만 이십 대가 집 안으로 사라질 즈음, 영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기특이 큰 목소리로 불렀다.
"김다울!!"
그러자, 이십 대는 걸음을 멈췄다. 돌아봤다. 그 깊은 눈 속에 놀라움이 쿵, 잠깐이지만 분명히 그 이름에 반응했다. (중략).
"오예, 김다울이 맞긴 하고!"
기특이 중얼거렸다. - P154

"나는 내 기억 판지도 몰랐어. 그러니까 궁금할 수는, 더욱 없었지."
0수가 발을 뺐고.
"나는 가자니까 따라왔는데."
영수가 우물거렸을 때, - P156

. 누가 먼저 씻을까 셋이 한참 떠들고 있을 때, 오한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앞뒤 없이 말했다.
"내가 영화감독이 꿈이었다고 말했던가?"
물론 말하지 않았다. 지금껏 오한은 모두의 무관심을 한 몸에받던 캐릭터였으니까.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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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B구역은 멀었다. 머니까 차를 타고 갔다. 자율주행이 가능했지만 직접 운전을 했다. 이참에 운전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 P91

‘새끼 아니고 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그러니까, 자살 시도했던 새끼가 몹시 짜증이 났지만 웬걸 얼굴에 제법 아름다운 구석이 있어서 매력은 좀 있네 싶었는데, 옆에 있던 모자 쓴 새끼는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특을 터치하고 어딘가 기특과 공감대마저 형성되고 있어서 얼굴만 괜찮아봐라 하는데 쌍둥이니까 당연히 얼굴은 똑같이 괜찮고, 근데 졸라 까칠하면? 그래도 시작하는 덴 상관없지 싶었는데, 다정하기까지. 이러니 기특이 어찌 안 반해. - P93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또다시 자살 시도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모자 쓴님이 한 말이니 믿고 싶었지만, 기특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되나? 뭘 어떻게 해? 안 떠나면 되지.‘ - P94

기특은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아침이었다. 뜬 눈 앞에 동시에 등장한 님과 새끼를 기특은 잠시 헷갈렸다. 하지만곧 님을 찾는 재미에 설레었다. - P95

"그 나이에 B요?"
알고 보니 오한이라고 부르는 동료는 오십 대 하고도 중반이었다.
‘그 나이 정도면 D 에 살아야 정상. 지병이 있다면 E로도 갔을텐데 어떻게 B에 살지? 도대체 몸뚱이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얼마나 악착같이 잘 살겠다고 오버했으면 저래?‘ 싶었지만, (후략). - P96

기특은 더 말해봐야 기분만 더러워질 것 같고, 어디로 가야 되는지 행선지나 물었다. 하지만 동료는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대신에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일단 직진." - P97

15

오한과 0수는 각종 휴가와 연차를 모두 합쳐 살아온 동안 가장 긴 휴가를 냈다. 두 달이 조금 넘었고 짧은 계절 하나가 겨우될 시간이었다. - P98

기특의 차는 올드 스타일에 낢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법 태가 났다. 말했듯이 기특은 레트로를 좋아했고 마침 레트로가 다시 유행이기도 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 P99

"제가 첫 번째로 판 기억을 가진 사람이 거기 있다는 거죠?"
0수가 오한에게 다시 확인했고 오한은 고개만 끄덕였다.
기특이 불쑥 물었다.
"C구역 가봤어들?" - P100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객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인생에서 방관자가 될 수 있냐고. 손 놓고 우리 인생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있냐고 없죠? 근데 여행을 가면 남의 인생의 객이 되어서 그들의 인생을 구경할 수 있는 거야. (중략). 인생에서 방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그래서 여행이 좋은 거야."
"와, 개똥철학 오지네." - P101

영수의 죽음을 위해서 태어난 수, 영수의 기억을 편집한오한, 0수의 죽음을 막으려는 기특. 그들은 그렇게 이어져 있었다. - P104

오한이 드디어 기억의 위치를 알려줬다. 첫 번째 기억은 C구역의 끝, D구역과 경계 짓는 어느 산 중턱 요양병원에 있었다. - P105

16

(전략).
그중 몇이 넷을 쳐다봤다. 외부인인 게 이렇게 바로 티가 나나? 넷은 의아했지만 곧 알아차렸다.
그곳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그들밖에 없었다. - P107

"바람에 나무 흔들리는 거. 그거 보는 거지?"
기특이었다. 영수를 좋아하겠다고 무작정 선언한 후로 그 마음을 착실하게 실천 중인 스물.
사소한 이해의 기척도 알아채는 기특은 타인을 헤아릴 때도똑같이 예민했다. - P109

영수는 기특을 새삼 봤다. 영수는 기특에게 왜 그런지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 걸 왜 좋아하는지를, 몹시 또 잘,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어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쉽게 입이열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영수의 시선은 계속 기특에게 머물러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요?" - P109

17

(중략). 직원 중에 해도연이라는 사십 대 여성이 있는지도물었다.
해도연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직원은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부서긴 한데 청소관리과 직원이라고. - P111

오한은 열린 병실 문 앞에 섰다. 오한이 있는지도 모르고 해도연은 병실 청소에 열심이었다. (중략). 정확히는 오한의 얼굴을 봤다. 누가 왔는지가 아니라, 얼굴의 형태만 확인하려는 것처럼.
"금방 끝내고 나갈게요."
흥미 없는 얼굴이었는지 더는 오한을 쳐다보지도 않고 해도연은 짧게 말했다. - P112

해도연은 침대를 정리하고 어질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았다. 청소를 제대로 끝마쳤나 둘러보다가 방에 없던 물건을 본 것마냥 오한을 새로이 발견했다.
오한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해도연은 병실을 빠져나갔다.
‘유명하다더니 기가 센 걸로 유명한 거였나?‘ - P113

영수를 그냥 두면 한세월 동안도 저러겠다 싶어 오한이 영수를 종용해댔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 것만도 부담이었던 건지 영수는 오한의 말을 자르며 엉겁결에 대답했다.
"아, 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어떻게든."
영수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논의는 끝났다. - P115

18

(전략). 직원복을 입은 해도연이 입원 병동 4층으로 올라갈 때 따라갔다. 막상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야 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전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일단은 해도연을 좀 알아보자 싶었다. - P117

영수는 빌라 초입에서 기다렸다. 해도연은 방호복 위로 사이즈가 넉넉한 크로스백을 메고 나타났다. (중략).
해도연은 어느 동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도연은 크로스백에서 뭔가를 꺼내 오가는 사람들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 P118

해가 떨어졌다. 해도연은 유인물을 건네며 휴대폰 플래시로 상대방의 얼굴을 비춰 언성을 높이게 했다. - P118

해도연은 주 7일을 똑같이 보냈다. 매일 그렇게 살았다. 남편도 아이도 없는 듯했다. - P119

해도연은 가족이 없는 사람이었고, 가족 혹은 친척 누가 자살을 했는지 몰라도 근무일이 이틀이나 늘어난 주 7일 근무자였으며, 퇴근 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 P119

영수는 해도연이 찾는 그 얼굴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굴저렇게 찾는 건지.
"잃어버린 자식이라도 찾나?"
다가가서 모르는 척 유인물을 받아볼까? - P120

 사진이 아닌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 정밀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지?‘
하지만 그뿐, 영수는 그림 속의 그 얼굴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 P121

"(전략). 두 번째 기억에서 첫 번째 기억의 단서를 찾을지? 어떻게 생각해요?"
오한이 의견을 구했고, 뾰족한 수가 없었던 영수와 수는, 의견이랄게 없는 기도, 그 의견에 찬성했다. - P122

19

거주지 등록법에 따라 E구역은 가장 나이가 든, 바이러스 감옆에 가장 취약한 자들이 살았다. E구역은 바닷가에 흩어져 있었다. - P123

"E구역은 완전 바이러스 덩어리라 E구역에 들어갈 때부터 방호복 절대 한순간도 벗으면 안 되고, 또 그 뭐야, E구역에 대해서 들어봤지? E구역 괴담들? 응?"
기특은 E구역 괴담에 대해서 들려줬다. E구역에는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정말 E구역에 뭐가 사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 P124

"내가 듣기로는 도망 못 가게 평생 가둬놓고 이야기 들려준다던데, 자기 젊었을 때 이야기. 계속 반복해서."
"와 소름, 귀에서 피 나겠다."
오한의 대놓고 놀리는 말에 영수가 맞장구쳤다.  - P125

"정말 우리 뭐라고 해? E구역에 왜 왔다고 해?"
"노인들만 산다니까, 아무래도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고 해야하지 않겠어?"
"아무래도 그렇겠지?"
영수와 수가 말을 주고받았다. - P127

"......계속 궁금했는데, 우리가 찾는 기억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 딱 들어보면 그냥 아나? 감으로?"
"편집자들이 표식을 남긴다. 자신이 편집한 기억은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0수가 대신 답했고, 기특은 오한에게 직접 물었다. - P128

"노래?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노래? 누구 노래?"
설명이 부족하다는 듯 기특이 다시 물었다.
"우소하."
자신이 편집한 기억에서는 항상 배경음악으로 우소하라는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고 오한은 말했다.  - P129

"잊히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야. 그리고"
오한은 이어 말했다.
"부모님 만나러 왔다고 할 수 없어. 우리가 만나러 가는 사람은 이십 대니까."
갑작스레 비가 쏟아졌다. - P129

20

(전략).
‘내가 팔아버린 기억들이란 게 도대체 뭘까?‘
‘그 기억들을 듣게 되면 나는 정말 달라질까? 그 기억들을 되찾게 되면 속에 가득 찬 이 무력감이 사라지게 될까? 그럼 나는 스스로 죽는 일에 대한 생각을 거두게 될까? 그런 생각이 줄어들기는 할까?
0수는 문득 기특을 봤다. - P130

운전 초보가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기특은 겁이 났는지 큰 목소리로 오한에게 말했다. 욕이 섞여 있었다.
"씨발 진짜! 이제는 믿을 때도 되지 않았어요? 왜 매번 주소를안 알려줘? 어서 주소좀 알려달라구요!"
그제야 오한은 주소를 불렀다.  - P132

"등대라면서?"
기특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오한에게 물었다.
"등대 그거 저기 먼 바다에서도 보여야 되는 거 아냐? 그런 거잖아? 비 좀 온다고, 비가 좀 많이 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등대 불빛이 어떻게 안 보여? 주소 제대로 안 거 맞아?" - P133

기특은 서둘러 차 문을 잠갔다. 차 문마다 있는 잠금장치가 찰칵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수는 다시 놀랐다. 기특은 와이퍼도 꺼버렸다.
다시 비가 모든 걸 차단했다. - P134

숨소리마저 신경이 쓰이는 그때,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0수는 옆을 쳐다봤다. 영수였다. 영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휴대폰의 모난 부분이 도드라지게 꽉 쥐었다.
‘저런 용기가 어디서 날까? 정말 두려움을 못 느끼는 건가?‘
0수는 의아함을 넘어선 경이로움의 시선으로 영수를 봤다. - P135

영수는 누군가의 몸에 올라타 휴대폰을 쥔 주먹으로, 그 폰의 모난 끝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내리치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을 빛이 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손전등이었다. - P136

다그치던 기특의 질문에 답을 찾고 있던, 멍청한 얼굴을 하고있던 영수가 순식간에 다른 얼굴을 했었다.
‘너를 만나고 처음 본 낯선 얼굴.‘
영수는 지금 다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 P136

21

오한의 그만하라는 외침에 영수는 정신이 들었다. - P137

(전략).
그 물음에 오한은 웃었다. 갑작스러운 웃음이 모두를 불편하게 했다.
"누가 소중한 기억이래? 나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럼요?"
"값나가는 기억이라고 했지." - P139

"볼 것도 없이 연애했던 기억이야."
기특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지는 말도 확신에 차 있었다.
"그것 말고는 사고팔고 할 것도 없어. 친척 너는 그런 기억을 팔아치워버려서 죽네 마네 우울한 거고, 모자 너님은 앞으로 이제 만들어가면 되고, ・・・・・・ 나랑."
기특의 말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 P139

그들이 두 번째 빛을 향해 몇 걸음 옮겨놓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금 새로운 빛이 드러났다.
"등대가 도대체 몇 개야?"
기특이 의아해했고, "등대가 아닌 거예요." 영수가 답했다. - P141

기특이 영수와 보폭을 맞추는 동안 오한은 두 사람을 앞질렀다. 0수는 뒤로 더 처졌다.
빛이 다가와 있었다. 빛은 넷을 충분히 밝힐 만큼 가까이 있었다. 어느 거주지 앞이었다.  - P143


"그 사람, 이름은?"
0수가 물었고, 오한은 영수를 보며 답했다.
"김다울." - P143

원래 김다울은 A구역에 살았다. 정확히는 A구역에 위치한 집안에서 살았다.
김다울은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집안에서 태어났고, 집안에서 자랐다. - P144

김다울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부모는 결국 B구역으로 이동 조치 될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다울과 함께 살며 언젠가는 살아 있는 경험을 남겨주고 싶었던 부모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 P144

부모는 브로커를 통해 알게 된 회사로 가서 김다울과 함께 타인의 기억들을 살폈다. (중략).
B구역으로 떠나던 날 부모는 새로운 기억을 갖게 된 김다울의 달라진 눈빛을 분명히 보았다. 어떠한 인상적인 경험도 가져본 적 없었던 김다울에게 그들이 심어준 기억의 파장은 컸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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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한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0수가 쌍둥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영수와 0수를 동시에 보고도 오한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P68

오한은 돌아봤다.
"우리가 근무하는 기억을 누가 사요?"
(중략).
"팔 수 있을 정도의 기억이라면 당신한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거였겠지. 안 그래?" - P69

놀란 얼굴을 한 수를 오한은 봤다. 그리고 0수 옆의 영수를봤다. 똑같이 놀라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오한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인간은 기억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니까." - P70

영수의 호들갑에 0수도 깼다. 오한은 정확히 영수를 보며 말했다.
"있어."
"....."
"두 번이나."
‘내가 기억을, 그것도 두 번이나 팔았다고?‘ - P72

11


"몇 달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십삼 년 전인데? 하나는 매매가 이뤄진 텀이 짧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당신의 기억을 사들이고 한참 뒤에 판매가 이뤄졌어. 어쨌든, 당신이 기억을 팔아버린 시점은 둘 다 십삼 년 전이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P73

"제가 기억을 팔았다는 정보 말고 더 알 수 있는 게 뭐예요"
"누가 편집했는지는 나와 있네."
"누구예요? 편집자가?"
오한은 영수와 수를 바라보고는 먼저 호흡을 골랐다. 대단한 발견을 알리듯 말했다.
"나예요. 물론 나도 몰랐지만." - P74

앞서 있던 수가 돌아봤다. 오한은 목소리를 키워 부러 영수가 아닌 0수에게 물었다.
"궁금하지 않아? 당신이 무슨 기억을 팔았는지?"
"알 방법이 없다면서요."
"브로커는 알아요. 구매자가 누군지. 그 브로커는 내가 알고 어때?" - P75

0수가 되물었다.
"하지만 구매자가 꼭 그 기억을 가진 사람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구매는 했지만……………."
"그렇죠. 누군가에게 선물로 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뭐 어쨌든, 브로커는 알고 있어. 그 브로커는 내가 잘 알고."
"그 사람이 하는 말 중에 내가 판 기억이 어느 건지 어떻게 알아요?" - P76

오한은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편집자들은 표식을 남겨요. 내가 편집한 기억은 내가 알아."
"어떤 표식인데요?"
오한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나도 데려가요." - P77

영수와 0수는 근처 24시 카페를 들렀다. 곧 아침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씻고 옷도 갈아입고 아침도 먹고 무엇보다 출근을 해야 했지만, 영수도 수도 생각에 잠겨 커피만 들이켜고 있었다. - P77

영수는 왜 오한이 영수와 수를 재촉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재촉하는 이유를 몰라 신경이 쓰였다. 그때,
"오한 씨도 데려가야겠지?"
0수가 물어왔다. 망설임 끝에 영수가 답했다.
"......아마도." - P78

12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집 앞에 누가 있다. 스무 살 정도 되었을까?
"여기 살아?"
스물이 물었다. 영수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그나마 조금 가려져 있었다. - P80

"나를 남과 여 이렇게 얄팍하게 구분할 생각 말고 좀 넓게 거시적으로, 그러니까, 에이아이와 인간 뭐 이 정도 경계에서 봐줬으면 좋겠어. 나는 에이아이는 아니니까, 그냥, 음...... 인류라고 생각해줘."
스물의 느닷없는 선언에 영수와 수는 어리둥절했다. - P81

"니가 공개적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바람에 경찰이 찾아왔었어. 경고해주러, 남은 가족이 셋이 안 되나 봐?"
‘그렇다! 맞다! 셋이 안 된다. 남은 가족은 엄마와 누나뿐.‘ - P84

영수가 들였으니 응대도 영수가 했다. 방에 들어온 스물은 좀 조용해졌다.
"어디서 왔어요?"
"......멀리서."
"밖에 차 본인 거예요?"
"......어." - P83

영수는 창문을 좀 열까 싶었는데 스물이 영수에게서 시선을돌리더니 난데없이 창 쪽을 바라봤다. 바라보기만 하고 말이 없으니 창을 빨리 열라는 신호인가 싶어 영수는 일단 엉덩이를 들었는데, 스물은 창밖에 아는 나무라도 있는 건지 여전히 말이없고,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왜 저러는지 도저히 가늠이 안 될즈음, 스물은 앞날을 예보하는 말을 해버렸다.  - P84

"나 지금 반했다."
스물의 이름은 기특이었다. 성은 기요, 이름은 특, 기특. 기특은 진짜 스물이었다. - P84

13

기특에겐 1년이 남았었다. 1년 후면 기득 또한 자살 페널티에 책임을 져야 했다. 아직은 만 스무 살 전이라 제외되었을 뿐이었다. 기특은 엄마와 둘뿐이었다. 그 엄마가 죽은 것이었다. - P85

기특은 엄마의 무기력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아니, 엄마를 통째로 이해하고 싶었다.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특은 서둘러 나이를 먹었다. - P86

지금까지라도 살아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어차피 인생 혼자니까, 게다가 이제는 다 컸으니까 괜찮다 괜찮다고 달랠 수 있었지만, 기특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기특은 잠에서 깨지 않는 엄마에게 따졌다.
"・・・・・・ 엄마, 이거 무슨 생일 이벤트야? 누가누가 오래 자나 같은거? 아님 뭐, 선물이야? ……………이런 선물이 어딨어, 생일을 이렇게 망치는 게 어딨어..…………. 이러면 내 어른은 첫날부터 너무빡세잖아." - P87

파티는 한 번으로 줄었다. 엄마의 생일도 공무원의 방문 날에도 파티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엄마가 없으니 거주지 변경을 불안해할 이유가 없었다. - P87

기특은 혼자가 된 외로움을, 그 몹시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려고 했다. 밖으로 나돌면서 아무에게나 반했다. 기특은 쉽게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 되어갔다. - P88

기특은 성급하게 대상을 정했고, 정하고 나면 곧 애정했다. 애정할 대상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었다. - P88

기특도 언젠가는 연인보다 친구가 오히려 더 오래가고 깊은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겠지만, 언젠가는 기특에게도 그런친구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기특은 친구의 우정보다연인의 애정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 P89

기특은 한 번도 A구역을 떠난 적이 없었다. 타 구역에 사는가족들이 있다면 가끔 다른 구역을 오가기라도 했겠지만 기특한테는 그럴 일이 없었다.
A구역에 남아 있는 가족도 이제는 없으니 떠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가볼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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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철의 장막* 서편의 유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서 문학 전통은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옮긴이 주) 철의 장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블록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블록을 가르는 상징적인 경계를 지칭하는 말로, 그 서쪽은 자본주의 블록에 속한 유럽을 의미한다. - P19

신중하게 선별된 문학 전통에기초한 교육에는 몇 가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전체 인구 중 5~10퍼센트에 해당하는 교양 있는 사람들과 그 밖의 사람들 사이의 구분은 신사 숙녀의 대화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 P19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언어와 그리스·로마 문학 위주의 교과 과정을 갖춘 특별한 학교에서 8년 내지 9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 P20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러한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이 가끔씩 제기되곤 했다. 교과 과정에서 물리과학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고 그러한 주장은 보통 고전어 대신 현대어를 가르치자는 요구와 결합되었다. - P20

과학에 대한 비과학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방법 개선책에는 거의, 어쩌면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 P21

미국에서는 유럽식 문학 전통을 기초로 한 교육이 거의100년 전에 사라졌다. 더 정확히는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 P21

그러나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학교에서 얻은 경험은 과학 공부를 문학이나 예술, 음악 공부와 같은 기반 위에 올려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었다. - P22

학교나 대학에서 한 과학 공부와 문학 공부가 학생의 머리에 똑같은 종류의 잔여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분명하다. (중략). 물론, 자연과학에서 사례를 뽑을 필요는 없다. - P23

이는 서구 문화가 과학을 소화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루이 14세시대에 과학 아카데미가 세워졌을 당시에는, 교양 있는 사람이 과학의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이론에 접근하기가 오늘늘보다 훨씬 쉬웠다. - P23

오늘날에도 비슷한 방식의 시도는 적지 않았지만,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해가 갈수록 커져 갔다. 화려한 탁상 실험은 더 이상 과거처럼 교양 있는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즐겁게 해 주지 못한다. 대규모 공학은 거의 매일 그것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P24

과학과 공학을 훈련받은 뒤 과학의 진보에 관한 전반적인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훌륭한 잡지가 몇몇 나와 있으며, 가끔 유용한 책이 출판되기도 한다. - P25

지난 10~15년 동안 미국 대학에서는 교과 과정 내 물리과학과 생명과학의 자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했다 - P25

지구 중심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우주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우주로의 변화가 서구 문화에 미친영향은 누구나 알고 있다. 쿤 교수는 과학사의 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천문학 분야 자체와는 동떨어진 학자들의 태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가 다시 그것에 영향을 준 일련의 연결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 P27

 그보다 나는 이 책이 제시한 과학에 대한 접근이, 미국 문화에서 과학 전통이 문학 전통과 나란히 설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접근이라는 확신을 표명하고자 한다. - P28

 내가크게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는 과학이 우리 시대의 문화에 동화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브라이언트 코넌트 - P28

1장. 고대의 2구체 우주


코페르니쿠스와 근대적 정신코페르니쿠스 혁명은 사상의 혁명, 즉 우주에 대한 관념과 인간과 우주의 관계에 대한 관념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 P3

1543년,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는 천문학 이론의 정확성과 단순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종전까지 지구에 부여되었던 많은 천문학적 기능들을 태양에 넘겨주자고 제안했다. 그의 제안 전까지 지구는 별과 행성의 운동에 대한 천문학자들의 계산에서 고정된 중심이었다. - P3

그러나 천문학의 혁신은 그 혁명의 유일한 의미가 아니다.  - P4

 17세기 동안, 코페르니쿠스 천문학과 다른 과학들 사이의 화해 과정은 현재 과학혁명으로 알려진 전반적인 지적 격동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 P4

이 책은 코페르니쿠스 혁명의 이러한 완전히 분리되지않는 세 가지 - 천문학적, 과학적, 철학적 의미 모두를 다-룬다. - P5

코페르니쿠스 혁명은 그것의 과학적, 역사적 귀결 덕분에 과학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사건에 속한다. 그러나 이 혁명은 그 특정한 분야를 초월하는 또 하나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 P7

과학의 근본 개념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것은 과학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각각의 새로운 과학 이론은 선행 이론에 의해 제공된 지식의 단단한 핵심을보존하고 거기에 무언가를 덧붙인다. - P8

 과학은 오래된 이론을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하면서 진보한다. - P8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여러 면에서 전형적인 과학 이론이기 때문에, 그 역사는 과학적 개념들이 발달하고 선행개념을 대체하는 과정을 일부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과학외부에 미친 영향을 놓고 볼 때,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전형적이지 않다. - P9

원시 우주론 속의 하늘

이 책의 대부분은 천문학적 관찰과 이론들이 고대와 근대초의 우주론적 사고, 즉 우주의 구조에 대한 인간의 이해 방식에 미친 영향을 다룰 것이다. - P10

원시 우주론에서, 하늘은 단지 땅의 경계를 제공하기 위해 개략적으로만 그려진다. 그곳은 신비스런 인물들로 채워져 그들에 의해 움직이고, 그들의 영적 서열은 보통 당면한 지상의 환경으로부터의 거리와 함께 올라간다. - P11

이집트와 비슷한 우주론의 단편들은 인도와 바빌로니아처럼 기록이 남아 있는 모든 고대 문명에서 발견될 수 있다. 현대의 인류학자들이 조사한 현대 원시 사회들에서도 다른원시 우주론들이 나타난다. - P13

우주론에 의해 충족되는 심리적 요구는 상대적으로 균일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충족해 줄 수 있었던 우주론은 사회마다 또는 문명마다 엄청나게 달랐다. - P13

적어도 최근 세기에 우리는 더 기계적인 설명을 고집해 왔다. 더더욱 중요하게, 지금 우리는 우주론이 자연의 행동에 대한 많은 세부적인 관찰들을 설명할 수있어야만 그에 만족할 것이다. 원시 우주론들은 자연이 작동하는 개략적인 스케치에 불과해서, 그 작동의 극히 일부분만이 우주론에 통합되어 있다. - P14

우주론이 심리적으로 만족스러운 세계관뿐 아니라 매일의 일출 위치 변화와 같은 관측 현상에 대한 설명도 제공해야한다는 요구는 우주론적 사고의 힘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 P14

그것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우주론의 건설을 천문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위임하도록 했는데, 그들은 현대 우주론이 믿을 만한 것이 되기 위해 만족해야 하는 수많은 상세한 관찰들을 알고 있다.  - P15

(전략).
그것들은 다음과 같은 천문학자의 질문들에 아무런 답도 제공하지 못한다. 은하수, 태양, 행성 목성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 이러한 빛의 점들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후략). - P16

태양의 겉보기 운동

기원전 1000년 이전부터(아마도 훨씬 전부터), 바빌로니아인들과 이집트인들은 태양의 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관측을 시작했다. (중략), 그러한 막대를 그노몬(gnomon)이라 불렀다. - P17

기원전 첫 천년동안, 바빌로니아인, 이집트인, 그리스인, 로마인들은 태양일(solar day)을 더 작은 간격으로 잘게 나누기 위해 원시적인 지상 시계, 특히 물시계를 사용했는데, 이로부터 우리의 현대적 시간 단위인 시, 분, 초가 유래했다.*

* 천문학적인 목적에서 별들은 태양보다 더 편리한 시계를 제공한다. 그러나 별에 의해 정해지는 시간 척도에 따르면, 겉보기 태양일의 길이는계절에 따라 거의 1분 가까이 달라진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겉보기태양 시간의 이러한 작지만 중요한 불규칙성을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를 무시할 것이다. 이러한 변동의 원인과 그것이 시간 척도의 정의에 미치는 영향은 상세 부록의 1절에서 다룬다. - P19

지점(solstices)과 분점(equinoxes)의 현대적 이름들이가리키듯이, 지평선을 따라 일출이 앞뒤로 오락가락하는운동은 계절의 주기에 대응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대인들은 태양이 계절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 P21

태양의 일간 운동이 하루를 정의해 주듯이, 계절 순환의길이-춘분과 다음 춘분 사이의 간격-는 기본적인 달력의 단위인 1년을 정의해 준다. 그러나 1년은 하루보다 측정하기 훨씬 더 어려운 단위였기 때문에, 유용한 장기 달력에 대한 요구는 천문학자들에게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했으며, 16세기에 불거진 그 문제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 P22

그러나 계절의 순환에 필요한 날은 정수가 아니다. 365일로 이루어진 1년 또한 너무 짧았고, 40년 후 이집트 달력은 계절과 10일이나 어긋나게 되었다. - P23

위에서 논의한 모든 관찰은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천문학자에게 보였을 태양의 모습을 근사적으로 보여 준다.  - P24

 이집트의 최남단 지역에서 그노몬의 그림자가 보여 주는 연간 운동은 그림 3에 그려진것과 같다. 남쪽으로 더 멀리 또는 북쪽으로 더 멀리 여행한다면 태양의 운동에 관한 또 다른 변칙적인 관찰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고대에 관찰되지 않았다. - P25



별들의 운동은 태양보다 훨씬 단순하고 더 규칙적이다. 그러나 그 규칙성은 그렇게 쉽게 인식되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밤하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반복되는 연구에서 별이 하늘 어디에 보이든 각각의 별을 골라내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26

현대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대다수 별자리들의 이름은고대의 신화 속 등장인물을 따서 지어졌다. 어떤 것은 바빌로니아의 쐐기문자 점토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그 몇몇은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졌다. - P27

 아마도 고대의 양치기나 길잡이는 매시간 하늘을 쳐다보며 정말로 그에게 익숙한 신화 속 등장인물들을 ‘보았을 수도 있다. 가끔 우리가 구름이나 나무의 윤곽에서 사람 얼굴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 P28

그림 5는 별의 운동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들과 별들이 하늘을 함께 도는 동안, 북극성은 정말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있다. - P30

북반구의 중위도 지역에서 천극은 정북 방향의 지평선에서 대략 45° 위에 있다(극의 고도는 관찰자의 위도와 정확히 같으며, 이는 위도를 측정하는 한 방법이 된다). 따라서 극에서 45° (또는 관찰자의 위치에서 극의 고도) 안에 있는 별들은 지평선 아래로 절대 떨어지지 않으며 맑은 밤이면 어떤 시간에도 볼 수 있다. - P33

(전략). 그 별들은 밤 내내 항상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별들은 극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 일주권의 점점 더 적은 부분이 지평선 위에 남게 되며, 그 경로의 볼 수 있는 부분을 원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 P35

정동과 정서에서 뜨고 지는 별들은 여전히 지평선의 같은 지점에서 나타나고 사라지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그 별들은 지평선에 더욱더 수직에 가까운 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며, 최대 고도에 도달한 별은 더욱더 관찰자의 머리 바로 위에 있게 된다. - P37

움직이는 별로서의 태양

별과 천극은 매시간 그리고 매일 밤 같은 상대적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하늘의 지도, 즉 별자리 지도 위에서 영구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 P38

그러나 별자리 지도는 별처럼 항상적인 상대 위치를 유지하는 천체의 위치를 찾는 것 외에도 다른 용도가 있다. 별자리 지도는 달이나 혜성, 행성처럼 별들 사이에서 그 위치가 천천히 변하는 천체의 운행을 묘사하는 데도 사용할 수있다. - P41

 그림 9는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저녁마다 관찰되는 태양의 위치를별자리 지도상에서 보여 주고 있다. 태양은 잇따른 두 번의 관찰 동안 지도의 같은 위치에 있진 않지만, 멀리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 P42

만약 태양의 위치를 날마다 표시해서 저녁마다 계속되는 위치를 표시한 그 점들을 연결하면, 1년 뒤에 [처음의 점괘 다시 만나는 부드러운 곡선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황도라 불리는 곡선으로, 그림 8의 별자리 지도상에서는 점선으로 그려져 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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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의 거짓말 - 당신의 트레이너가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헬스와 피트니스의 진실과 오해
지나 콜라타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6년 전에 유행했던 코로나로 인해 대봉쇄가 일어난 사람들에게 생긴, 헬스의 유행이 이제는 끝나간다. 초기에는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몸짱이란 단어가 부상하듯 했지만 곧 헬창이라는 단어에 밀려 사어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현상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 말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운동에 관한 내용이 아닌, 그보다는 좀 더 국소적인, 운동과 관련된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초기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한다.

 내용에 앞서 책을 읽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읽는 시간에 비해 내용은 부실하다는 생각이 적지 않게 들었다. 사담이 너무 많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쓸데없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 정도였다.



 각설하고 책에서는 헬스는 하나의 유행처럼 뜨고 진다는 점은 최근의 현실에 그러고 있어 인상 깊었다.

 또 기억에 남은 내용은 달리기에 관한 것이었다. 3㎞를 12분에 달리는 것이 정말 건강한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기준은 일반인에게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왜냐하면 대상의 성별, 나이를 포함하여 그 모든 것들과 무관하게 고정되었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인상 깊은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서 그 외 내용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사담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했고 단점이기도 했다.

 절판이 된 지금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서 보라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대신 도서관에 있다면, 또 머리 아픈 것이 싫다면 읽어보는 것이 어떤지 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가벼우니까.



 일을 하느랴 시간도 없고 그러면서도 책은 계속 구매하면서 줄어드는 공간을 늘리기 위해 독후감도 채 쓰지 않은 상태로 친구에게 이 책을 주고 난 다음 기억나는 것대로 적으려고 하니 힘들다.

 시간 날 때마다 좀 더 틈틈히 적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를 실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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