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1950년대 초에, 내 독서량은 그리 많지않았지만, 내가 읽은 책은 (적어도 끝까지 읽은 책은) 대개 에르빈 슈뢰딩거의 것이었다. - P13

이 책은 생명의 참된 신비를 이해하려는 강력한 시도를 담고 있으며, 심오한 통찰로 이 세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우리의 앎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놓은 한 물리학자의 작품이다. - P13

인류의 사상에 큰 충격을 가한 많은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은 거의 자명한 진리의 지위에 오를 주장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나 많은 무지한 사람들이 그 주장을 맹목적으로 무시한다.
(중략).


1991년 8월 8일
로저 펜로즈 - P14

유전 메커니즘

2장

존쟈는 영원하여라.
우주를 수놓은 살아 있는 보물들을
법칙들이 지키고 있으므로.

괴테


고전물리학자의 예상은 전혀 사소하지 않으며, 오류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유기체와 유기체가 경험하는 모든 생물학적인 과정들이 극도의 ‘수원자 구조를 가져야 하며, 우연적인 ‘단일 원자 사건들이 너무 큰 중요성을 얻지 못하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이다. - P41

왜냐하면 고등한 종(species)의 성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구성하는 세포 각각도 온갖 종류의 원자를 ‘천문학적인‘ 개수만큼 포함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생리학적 과정은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든 세포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계하든 거기에 엄청나게 많은 단일 원자와 단일 원자 과정이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혹은 30년 전에는 그렇게 보였다). - P42

오늘날 우리는 이 견해가 오류라는 것을 안다. 곧 보게 되겠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원자 집단이, 정확한 통계적인 법칙성을 보이기에는 너무 작은 집단이 살아 있는 유기체 속에서 일어나는 매우 질서 있고 규칙적인 사건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P42

유전 암호문서(염색체)


 나는 유기체의 패턴(pattern)‘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같은 뜻으로 ‘4차원 패턴‘ 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 단어는 성체가 된, 혹은 특정 발생 단계에 있는 유기체의 구조와 기능을 의미할 뿐 아니라, 수정란에서부터 성숙하여 증식을 시작할 때까지 유기체의 개체발생 전체를 의미한다. - P43

염색체 섬유의 구조가 암호문이라는 말의 의미는 과거에 라플라스가 상상했던 무한한 정신, 즉 모든 인과연결을 즉각 알 수 있는 정신은 그 구조를 보고 그 수정란이 적절한 조건에서 발생하면 검은 수탉이 될지 혹은 점박이 암탉이 될지, 파리나 옥수수, 철쭉, 딱정벌레, 쥐 혹은 인간 여성이 될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P44

하지만 암호문이라는 표현은 사실 너무 협소하다. - P44

세포분열(체세포분열)을 통한 몸의 성장 

염색체는 개체발생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⁸ 유기체의 성장은 반복되는 세포분열로 일어난다. 


8. 개체발생은 개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일어나는 발생으로, 지질학적인 기간에 일어나는 종의 발생을의미하는 ‘계통발생‘ 의 반대 개념이다. - P45

체세포분열에서 모든 염색체가 각각 복제된다


 염색체는 체세포분열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염색체는 복제된다.
염색체 두 벌이, 암호문 두 부가 모두 복제된다. (중략). 핵심은 두 개의 딸세포가 모세포의 것과 완전히 동일한 염색체를 두 벌 모두 빠짐없이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체세포는 염색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완전히 동일하다.¹⁰


10 내가 이 간략한 요약에서 예외적인 모자이크형의 경우를 무시하는 것을 생물학자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예컨대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경우, 수정 후 초기단계의 세포분열시 21번염색체의 비분리로 인하여 어떤 세포는 21번 염색체가 3개로 총 47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또 다른 세포는 정상적인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세포군이 혼재한다는 의미에서 모자이크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유사한 유전자 이상으로 모자이크형 터너 증후군도 있다-옮긴이). - P46

감수분열과 수정(배우자 합체)

개체발생이 시작된 직후에 한 집단의 세포들이 나중에 이루어질 이른바 배우자(생식세포), 즉 정자세포나 난자세포의 생산을 위해 예비된다. 배우자는 성숙한 개체의 증식활동에 필요하다 - P47

반수체 개체들

 언급해야 할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이 얘기는 우리의 논의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염색체 한 벌 속에 ‘패턴‘의 암호문이 정말로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전략). 수벌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수벌의 체세포는 모두 반수체이다. 원한다면 수벌을 거대한 정자라고 불러도좋다. 모두가 알듯이 실제로 수벌이 수행하는 평생의 유일한 임무는 정자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 P48

감수분열의 막대한 중요성

 개체 증식 과정에서 정말 운명적이라 할 만큼 중요한 사건은 수정이 아니라 감수분열이다. 염색체 한 벌은 아버지에게서, 다른 한 벌은 어머니에게서 온다. 우연도 운명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 - P49

만일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동일한 염색체에서 나오는 두 특성은 항상 함께 전달될 것이다. 두 특성 중 하나를 받는 자손은 다른 하나도 반드시 받을 것이다. 반면에 서로 다른 염색체에서 나오는 두 특성은 50대 50의 확률로 분리되거나, 예외 없이 분리될것이다. 두 특성이 동일한 조상의 상동염색체 각각에서 나올 때, 두상동염색체는 결코 함께 전달될 수 없으므로, 두 특성은 예외 없이분리된다. - P51

이 예측들은 완벽하게 입증되었다. 완전한 검증이 이루어진 사례들(주로 초파리)에서 조사된 특성들은 정말로 염색체의 개수(초파리의 경우 4개)와 동일한 수의 서로 무관한 집단들로 분리되었다.
각각의 집단 안에서 선형의 특성 지도를 만들 수 있었으며, 그 지도를 통해 집단에 속한 임의의 두 특성 사이의 연계 정도를 정량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특성들이 염색체 상의 특정 위치에 있다는 것, 그리고 염색체의 막대 모양이 암시하듯이 그 위치의 분포가선형이라는 것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52

유전자의 최대 크기

 방금 우리는 유전적 특성을 담은 가설적인 물질을 가리키는 의미로 유전자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이제 우리의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점을 강조해야 한다. - P53

첫 번째는 그 물질의 크기(또는 최대크기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이다. 다시 말해서 ‘그 물질이 있는 자리를 얼마나 작은 공간으로 국한할 수 있는가‘ 이다. 두 번째 점은유전적 패턴의 영속성에서 추론할 수 있는 유전자의 영속성이 될것이다. - P54

다른 추정 방법은 현미경 관찰에 기반을 두기는 하지만 사실 직접적이라 할 수 없다. 초파리의 특정 세포(침샘세포)는 어떤 경우에엄청나게 확대된다. 따라서 그때 염색체도 거대하게 확대된다. 그확대된 염색체 속에서 당신은 섬유를 가로지르는 어두운 띠들이 밀집한 패턴을 식별할 수 있다. - P54

작은 수

내가 언급하는 모든 사실들과 관련해서 통계물리학이 갖는 의미(혹은 통계물리학을 살아 있는 세포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 사실들이 갖는 의미라고 해야 할 것 같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나중에 이루어질 것이다. - P55

영속성

이제 매우 중요한 두 번째 질문을 논하자. 유전적 특성들은 얼마나영속적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영속적인 특성을 담고 있는 물질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사실 특별한 연구 없이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우리가 유전적 특성을 얘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것의 영속성이 거의 절대적임을 보여준다. - P56

그 기적은 자신의 존재 전체의 기반을 바로 이런 종류의 기적적인 상호작용에 둔 우리가 그 상호작용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확보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지식이 그 첫 번째 기적을 거의 완전히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번째 기적은 아마도 인간의 이해 능력 밖에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의 탐구 능력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슈뢰딩거는 회의적이다. 그의 입장을막연히 종교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견해로 치부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자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인간이 인간을 과학적으로, 다른 동물을 이해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것은철학적으로 볼 때 그 자체로 모순일 수 있다. - P57

델브뤼크 모델에 대한 논의와 검증

5장

빛이 자기 자신과 어둠을 드러내듯이,
진실은 진실과 거짓을 나누는 기준이다.

스피노자, 『윤리학 2부』, 정리 43


유전물질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이런 사실*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우리의 질문에 대한 매우 간단한대답이 나온다. 비교적 적은 개수의 원자들로 구성된 분자 구조들은 유전물질이 항상 노출되어 있는 열운동의 흐트러뜨리는 힘을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까?


*분자가 양자역학적인 이유로 안정적이라는 사실. - P97

이 장의 후반부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주로 독일 물리학자델브뤼크에게서 유래한) 이런 일반적인 생각을 유전학적인 사실들과 상세히 대조함으로써 검증하는 데 할애할 것이다.  - P98

이 이론의 유일성

 생물학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장 깊은 뿌리를 파헤치고 양자역학에 기초해서 이론을 세우는 게 정말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일이었을까? 감히 말하건대 유전자가 분자라는 추측은 오늘날 상식이다. - P98

양자역학은 자연에 실제로 있는 모든 종류의 원자 집단을 근본원리들에서 출발하여 설명하는 최초의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이틀러-런던 결합이론은 양자이론의 특수한 한 측면이다. 원래 양자이론은화학결합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되지 않았다. - P99

몇 가지 전통적인 오해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정말로 분자 외에는 원자로 구성된 영속적인 구조가 없는가? 예컨대 수천 년 동안 무덤 속에 있던 금화도 거기에 새겨진 인물의 특징을 보존하지 않는가? - P99

이런 고찰을 통해 우리는 내가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점에 도달한다. 분자와 고체와 결정은 사실상 다르지 않다. 현재의 지식에서 보면 그들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 교육은 이미 오래전에 낡아버렸으며 실제 사태에 대한 이해를 흐려놓는 전통적인 견해들을 고수하고 있다. - P100

물질의 여러 ‘상태‘

 이 모든 주장과 구분이 완전히 틀렸다고까지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때때로 실용적인 목적에 유용하다. 그러나 물질 구조의 참모습을 고려한다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경계선은 아래의 두 ‘등식‘ 사이에 그어져야 한다.

분자= 고체 = 결정
기체 = 액체 = 비결정 - P101

기체와 액체 사이의 연속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임계점 ‘근처에서‘ 움직이면 모든 기체를 불연속성 없이 액화시킬 수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 얘기를 상세히 다룰 수는 없다. - P102

비주기적 고체

 작은 분자는 ‘고체의 생식세포‘라 부를 만하다. 그 작은 생식세포에서 출발해서 큰 연합체가 형성되는 방식은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동일한 구조를 세 방향으로 계속 반복하는 지루한 방식이다. 결정은 이 방식으로 성장한다. - P103

작은 암호문 속에 압축된 내용의 다양성

‘어떻게 그 작은 물질 조각, 즉 수정란의 핵이 유기체의 미래 발생 전체에 관한 복잡한 암호문을 포함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흔히 제기되었다. 충분히 많은 가변성(‘이성질체‘)을 가지고 있어서 작은공간 안에 복잡한 ‘결정(決定)들‘의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물질구조는 자신의 질서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는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질서 있는 원자들의 연합체뿐인 것으로 보인다. - P104

모스 부호는 (.-과 .. - 처럼) 구성 요소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이성질체 변화만 가능한 유전자 분자를 모스 부호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 P104

물론 현실에서 원자 집단의 ‘모든‘ 배열 각각이 가능한 분자를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 나아가 유전 암호문은 그 자체로 발생을 일으키는 작용인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전 암호문을 임의로 조합된 기호들에 비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P104

사실들과의 대조: 안정성의 정도, 돌연변이의 불연속성

 이제 드디어 우리의 이론과 생물학적인 사실들을 대조할 차례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우리의 이론이 유기분자가 지닌 고도의 영속성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다. 이성질체 전이를 위해 필요한적당히 큰(평균 열에너지 k7보다 훨씬 큰) 문턱 에너지가 화학에서 알려진 일반적인 문턱 에너지의 범위 안에 있는가?  - P105

자연적으로 선택된 유전자의 안정성

 이온화 작용이 있는 광선을 이용하면 자연적 돌연변이율을 높일 수있다는 사실 앞에서 어떤 사람은 자연적 돌연변이의 원인이 토양과 공기가 지닌 방사능과 우주복사선에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P107

드물게 일어나는 자연적 돌연변이를 열운동의 우연적 요동의 산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연이 돌연변이를 드문사건으로 만들기에 적당한 문턱 에너지 값들을 분자들이 선택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지 말아야 한다. - P107

온도는 불안정적인 유전자보다 안정적인 유전자에더 큰 영향을 끼친다 

(전략) 즉 돌연변이율은 증가했다. 이 계산은 실험적으로 검증될 수 있고, 실제로 초파리를 이용해서 그 곤충이 견딜 수 있는 온도 범위 내에서 검증되었다. 첫눈에보기에 결과는 뜻밖이었다 - P108

X선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식

 (전략). 첫째, (X선 투입량과돌연변이율의 비례관계를 볼 때) 돌연변이는 단일한 사건의 산물이다.
둘째. (정량적인 실험 결과들 그리고 돌연변이율이 이온화 정도에 따라결정되고 파장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볼 때) 그 단일한 사건은 변의 길이가 대략 원자 사이 거리의 10배인 정육면체 부피 안에서 일어나는 이온화, 혹은 그와 유사한 과정이다. - P109

X선 유발 돌연변이율은 자발적 돌연변이율과 무관하다

다른 몇 가지 점도 이론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론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정한 돌연변이체는 평균적으로 안정적인 돌연변이체보다 훨씬 높은 X선 유발 돌연변이율을보이지 않는다. - P110

가역적인 돌연변이 

몇몇 돌연변이는 양 방향 모두, 즉 자연적인 유전자에서 특정 돌연변이체로 가는 전이와 그 반대 방향의 전이가 모두 연구되었다. 연구된 사례들에서 자연적인 돌연변이율은 양 방향이 거의 동일한 경우도 있고 크게 다른 경우도 있다. - P111

가역적인 돌연변이

 몇몇 돌연변이는 양 방향 모두, 즉 자연적인 유전자에서 특정 돌연변이체로 가는 전이와 그 반대 방향의 전이가 모두 연구되었다. 연구된 사례들에서 자연적인 돌연변이율은 양 방향이 거의 동일한 경우도 있고 크게 다른 경우도 있다 - P111

전체적으로 볼 때 델브뤼크의 ‘모델‘은 검증을 매우 잘 통과하며, 따라서 우리는 정당하게 그것을 이후의 논의에서 계속 사용할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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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겠습니까?"



첫아이인 당신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원대한 꿈을 가진 생면부지의 억만장자가 최초의 화성 영구 정착지에서 살아갈 사람들 중 한 명으로 그 아이를 선택했다고 상상해보라. (중략).
무조건 반대하기 전에 당신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 임무에 어린이를 모집하는 이유는 어른보다 화성의 특이한 조건, 특히 작은 중력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5

당연히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어린이를 화성으로 보낸다는 이 계획은 완전히 미친 짓으로 보인다. 도대체 어느 부모가 이를 허락하겠는가? 이 계획을 추진하는 회사는 화성에 대한 우선권을 놓고 다른 회사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지도자들은 아동 발달에 관한 세부 내용은 전혀 모르고, 아동의 안전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회사는 부모의 승인을받았다는 증명도 요구하지 않았다. 어린이가 부모의 승인을 받았다는 칸에 체크만 하면, 그 어린이는 화성으로 날아갈 수 있다. - P17

새천년으로 넘어올 때, 미국 서해안의 테크 회사들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인터넷을 이용해 세상을 확 바꾸어놓을 제품들을 만들었다. 기술 낙관주의가 널리 퍼지면서 이 제품들은 우리의 삶을 더 쉽고 더재미있고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 P17

하지만 기술 산업은 단지 어른의 삶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었다. 아동의 삶까지 변화시켰다. 1950년대 이래 아동과 청소년은 텔레비전을 많이 보아왔지만, 새로운 기술들은 이전의 그 어떤 것보다도 휴대하기 쉽고 개인화되고 매력적이었다. 부모들은 이 사실을 일찍부터 알아챘는데, 나는 2008년에 두 살짜리 아들이 내가 처음 산 아이폰의터치 앤드 스와이프 touch-and-swipe 방식 인터페이스에 통달했을 때 그것을 알아챘다. - P18

회사들은 자사 제품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혹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그러한 영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어떤 데이터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 제품들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증거가 점점 쌓이자, 회사들은 주로 부인과 애매모호한 설명과 홍보에 열중했다.³ - P18



머리말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겠습니까?"

3. 예컨대 프랜시스 하우건이 페이스북 파일에서 폭로한 내용에 대한 메타의 다음 반응을 보라. Zuckerberg, M. (2021, October 5). Facebook.www.facebook.com/zuck/posts/10113961365418581. 또한 인스타그램 사용이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이라는 마크 저커버그의 주장에 대한 나의 반박도 참고하라. Fridman.
L.(2022, June 4. Jonathan Haidt: The case against social media. Lex Fridman Pod-cast #291 (video), YouTube, www.youtube.com/watch?v=fOun-11L8Zw&ab_chan-_ncl=LexFridman, - P439

지금까지 테크 회사들에 가한 법적 제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에서 실행된 주요 제약은 1998년에 제정된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 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으로, 이것은 결국 대다수 나라도 채택한 규범의 기준이 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은 계정을 개설하면서 자신의 데이터와 일부 권리를 회사 측에 제공하겠다는 계약에 서명하려면 반드시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인터넷 성인‘의 유효 연령이 만 13세로 정해졌는데, 아동의 안전이나 정신 건강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유들로 그렇게 되었다.⁵ - P19

5.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다음을 참고하라. Jargon, J. (2019, June 18). How 13 became the internet‘s age of adulthood. WallStreet Journal. www.wsj.com/articles/how-13-became-the-internets-age-of-adulthood-11560850201. 2023년에 갑자기 양당 모두 소셜 미디어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주와 유타주가 주목할 만한노력을 기울였으며, 미국 의회에서 여러 가지 법안이 통과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10장에서 다룬다. - P439

일부 회사는 담배와 전자담배 산업 회사들처럼 행동하는데, 자사제품을 중독성이 매우 강한 형태로 설계한 뒤 미성년자 대상 마케팅을 제한하는 법을 요리조리 피해가려고 한다. 이 회사들의 행태는 유연 가솔린 사용 금지에 저항한 석유 회사들의 행태에 비교할 수 있다. - P20

물론 오늘날의 거대 소셜 미디어 회사와 20세기 중엽의 거대 담배회사는 큰 차이가 있다. 소셜 미디어 회사는 어른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들면서, 정보와 일자리, 친구, 사랑, 섹스를 찾는 일을 돕고, 쇼핑과 정치적 조직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수천 가지 방법으로 삶을 더 편리하게 해준다. 대다수 사람은 담배 없는 세상에서살면 행복할 테지만, 소셜 미디어는 담배보다 훨씬 가치 있고 유용하며 심지어 많은 어른이 애호한다. - P20

하지만 미성년자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뇌에서보상을 추구하는 부분은 일찍 발달하는 반면에, 전두피질(자기 통제와 만족 지연, 유혹에 대한 저항에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은 이십대중반이 되어야 완전히 발달하며, 사춘기 직전의 아동은 발달 과정에서 특히 취약한 시기에 있다. - P20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에 태어난) 다음 세대인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⁹ 이른바 Z세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려준다. - P21

9. 퓨 연구 센터는 1997년을 Z세대가 태어난 첫해로 꼽지만, 나는 1997년은 조금 늦다고 생각한다. 2014년에 캠퍼스에 들어온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새로운 행동들이 분명히 나타났다. Parker & Igielnik (2020)를 참고하라. 진 트윙이는 1995년을 1세대‘가시작된 첫해로 꼽았다. 나는 절충안을 취해 1996년을 Z 세대의 첫해로 선택했다. 물론각각의 세대를 구분하는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웰이가 2003년에 출판한 책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 Generations』에서 보여주었듯이 각각의 세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 P440

Z세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돌려 흥미진진하고 중독성이 강하고 불안정하며, 그리고 (곧 보여주겠지만) 아동과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대체 우주로 오라고 유혹하는 ‘포털‘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사춘기를 보내는 역사상 최초의 세대가 되었다.  - P22

따라서 2세대는 급진적인 새로운 성장 방식, 즉 인류가 진화한 소규모 공동체의 현실 세계 상호 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성장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대상이다. 이것을 ‘아동기 대재편Great Rewiringof Childhood‘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것은 마치 이들이 화성에서 성장하는 첫 세대가 된 것과 비슷하다. - P23

아동기 대재편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단지 아동의 일상과 마음에 큰영향을 미치는 기술 변화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두 번째 원인도 있다.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현실 세계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제약하려는 추세가 바로 그 원인인데, 이것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파국적 결과를 낳은 변화였다. - P23

* 내가 이야기한 과잉보호와 기술 사용, 정신 건강 추세들은 영어권 국가들인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모두에서 대체로 비슷한 방식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났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증거가 있다(Rausch & Haidt, 2023, March 참고). 나는 서양의 선진국 대부분 혹은 전부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주의와 사회적 통합수준과 그 밖의 문화적 변수에 따라 차이는 있을 것이다. 나는 전 세계의 나머지 지역들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그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추세에 관한 글을 ‘애프터바벨After Babel 서브스택Substack(작가가 자신의 글을 게시하는 온라인 구독 기반 서비스 플랫폼)에 올릴 것이다.-원주 - P24

나는 1980년대를 ‘놀이 기반 아동기‘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전환이 시작된 시기로 간주하자고 제안하는데, 이 전환은 대다수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소유한 2010년대 중반에 가서야 완료되었다. - P24

 그래서 이 책에서는 연령대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려고 한다.


아동: 0~12세.
청소년: 10~20세.
십대: 13~19세.
•미성년: 18세 미만인 모든 사람. 나는 가끔 ‘아이kid‘라는 단어도 사용할 텐데, ‘미성년‘보다 덜 공식적이고 덜 전문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 P25

아동과 청소년의 나이에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의도적이다. 10~12세 아이는 아동과 청소년 사이의 영역에 있으며, 그래서 흔히 ‘트윈tween‘이라고 부른다.(이 시기를 ‘초기 청소년기early adolescence‘라부르기도 한다.) - P25

이 책에서 내가 주장하려는 핵심은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이 이 두 가지 추세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에 있다는 사실이다. - P26

여기서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후략).

1. 체화된 embodied 방식으로 일어난다. (후략).
2. 동기화된synchronous 방식으로 일어난다. (후략).
3. 주로 일대일 또는 일대다 방식의 의사소통으로 일어나며, 한순간에 단 한 가지 상호 작용만 일어난다.
4. 진입과 퇴출이 높은 공동체 내에서 일어난다. (후략). - P26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상 세계‘는 불과 지난 수십 년 동안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다음 네 가지 특징을 지닌 관계와 사회적 상호 작용을가리킨다.

1. 비체화된disembodied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몸이 필요 없고 오직 언어만 필요하다는 뜻이다. (후략).
2. 비동기화된 asynchronous 방식으로 일어나며 그 정도가 매우 심한데, 주로 텍스트 기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영상 통화는 동기화된 방식으로 일어난다.)
3. 수많은 잠재적 청중을 상대로 방송을 하면서 일대다 의사소통이 아주 많이 일어난다. 다중 상호 작용이 병렬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4. 진입과 퇴출 장벽이 낮은 공동체 내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면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그냥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공동체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관계는 보통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P27

*성별에 대한 주석이 약간 필요할 것 같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평균적으로) 서로 다른플랫폼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며, 경험하는 정신 건강과 정신 질환의 패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따로 구별해 추세와 과정을 다루는 내용이많다(특히 6장과 7장). Z세대 사이에서 논바이너리non-binary(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나는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바이너리 젊은이의 정신 건강이 또래 남성과 여성보다 훨씬 나쁘다고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Price-Feeney et al., 2020 참고). 이 집단에 대한 연구는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현재도 드물다. 나는 기술이 논바이너리 젊은이에게 특별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길 기대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연구들은 대부분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된다. 예를 들면, 네 가지 기본적인 해악은 성 정체성에 상관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 - 원주 - P29

 소셜 미디어 사용은 정신 질환을 초래하는 원인인데,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가지 방식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또 남자아이들이 조금만 다른 경로를 택하더라도 정신 건강이 어떻게 나빠질 수있는지 설명한다. 아동기 대재편이 어떻게 이륙 실패failure to launch‘ 비율을 증가시키는지 보여줄 것이다.(여기서 이륙launch‘이란 청소년기에서많은 책임이 따르는 성인기로 무사히 전환하는 것을 가리킨다.) - P30

나는 임상심리학자나 미디어 연구자가 아니라 사회심리학자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정신 건강 붕괴는 한 분야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긴급하고도 복잡한 주제이다. 나는 도덕성과 감정과 문화를 연구한다. - P31

나의 두 번째 책인 『바른 마음 The Righteous Mind』은 도덕성의 진화심리학적 기반에 대한 나 자신의 연구를 소개한다. 이 책은 공동의 의미와 목적을 느끼게 하는 도덕적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왜 선량한 사람들이 정치와 종교때문에 분열되는지 그 이유를 탐구한다. - P32

하지만 나를 청소년의 정신 건강 연구로 직접 안내한 것은 세 번째 책이었다. 내 친구 그레그 루키아노프 Greg Lukianoff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뭔가가 매우 빠르게 변했다는 사실을 맨 처음 알아챈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왜곡된 사고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그것을 알아챘다. - P32

우리의 생각은 일부만 옳았다. 일부 대학교 강좌와 학계의 새로운 추세¹⁴는 의도치 않게 정말로 인지 왜곡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에 이르자 많은 나라에서 모든 교육 수준과 사회 계층과 인종의 청소년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 P33

14. 그 예로는 트리거 경고 trigger warning(어떤 소재나 주제에 대해 심리적 외상을 갖고 있는사람을 배려해 미리 경고하는 것), 안전한 공간, 혐오 범죄 대응팀의 증가를 들 수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애틀랜틱>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루었다. - P440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이 심한 반면, 스포츠 팀이나 종교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대면 활동에 시간을 더많이 쓰는 사람이 가장 건강했다.¹⁵ 하지만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의 증거는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해, 우리는 부모들에게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바탕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 P34

15. Twenge, Martin, & Campbell (2018). - P440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2023년)은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 그중에서도 특히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 아주 해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뿐만 아니라 실험 연구까지-훨씬 더 많이 나왔다.¹⁶ - P34

16. A. Haidt (2023, February 22). - P440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내는한편, 어른에게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거의 다 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른이 충동적 기분에 따라 언제라도 몰입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냈지만, 그 세계에서 아이들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다. - P35

그 기본적인 개혁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 금지.


2.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 금지.


3.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

4. 감독하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한다. - P36

「행복 가설」을 쓰면서 나는 옛날 사람들의 지혜와 이전 세대들의 발견을 매우 존중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휴대폰 기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본다면, 옛날의 현인들은 어떤 조언을 할까?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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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한국·일본에서 일어난 작품 규제‘


2015년 3월 17일,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이하 MACBA)의 바르토메우마리 관장이 다음 날 개막을 앞두고 있던 그룹전 「짐승과 주권」의 개최중지를 결정했다. 이네스 두작의 출품작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이외설스럽다는 이유였다. 이 작품은 나치 친위대의 헬멧이 깔린 바닥 위에서, 전 스페인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 볼리비아의 여성 활동가인 도미틸라 가라, 그리고 한 마리의 개가 벌거벗은 채 후배위로 겹쳐성교하는 모습을 그린 입체 작품. - P116

하지만 당시관장이었던 마리는 "이 작품은 부적절하며, 미술관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표명했고, 작품을 실제로 본 것은 개막 하루 전인 16일이 처음으로, 마지막 순간에 작품을 몰래 반입시켰다며 큐레이터 팀을 비난했다.
이네스 두작은 곧바로 작품 차용증 사진을 인터넷상에 공개했다. 작품 사진이 게재된 차용증에는 2월 25일 자로 관장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 P117

전시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치적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 P117

바르셀로나 현대미술 관장 마리는 결국, 개막 다음 날인 22일에 사임했다. 그러나 사임하기 직전에, 수석 큐레이터 발렌틴 로마와 프로그램 책임자인 폴 프레시아도를 관장의 권한으로 해고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보복성 인사로밖에 볼 수 없는, 뒤끝이 개운치 않은 이야기다. - P118

새로운 회장을 요구하며, 사퇴한 국제 미술관 위원회 3인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으로부터 반년 이상이 지난 2015년 11월, 국제 근현대 미술관 위원회(이하 CIMAM)의 이사를 맡은 3인의 미술관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 P118

 CIMAM은 ‘세계 미술관 의회(ICOM)‘의 산하조직으로, 직역하면 ‘현대미술의 미술관 및 컬렉션을 위한 국제적 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이다.
공식 웹 사이트의 설명¹⁵에는 ‘근현대미술의 수집 및 전시에 관한 이론적. 논리적. 실제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회의‘라고 기재되어 있다. - P119

2장 뮤지엄

15 http://cimam.org/cimam/about/ - P573

3인의 관장니 사임 시에 발표한 성명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현대의 모든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미술관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정부의 방침이나 사회 다수파의 의견, 그리고 그것들과 상이한 의견에 대한 법률 논의가허용되고 장려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은 새로운 착상이나 가능성을 사회에 도입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이며, 그로 인해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에 있어 CIMAM의 중요 과제란, 가능한 한 논의의 장을 옹호하면서, 행동의 윤리적 규범을 아티스트, 큐레이터, 관객에게 알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따라서 이사직을 사임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회원으로는 남아, CIMAM이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지도력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되찾기를 바랄 것입니다. (후략).¹⁶  - P120

16 Statement of Resignation from three Members of the Board of the InternationalCommittee of ICOM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 (CIMAM)09.11.2015. http://cimam.org/in-response-to-the-resignation-from-three-members-of-the-board-of-cimam/ - P573

 2015년 12월 2일, 전 바르셀로나 미술관 관장이었던 바르토메우 마리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으로 내정되고, 그 달 14일에 부임한 것이다. 12월 3일 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술관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면접을 통해 MACBA의 기획전 문제에 대해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라는 설명을 들었으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¹⁷고 한다. - P121

17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에 스페인 출신 마리 씨가 내정」 『동아일보』, 2015년 12월 3일자. http://japanese.donga.com/srv/service.php3?biid=2015120349878 - P573

이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보도한 요시카와 미카의 리포트 「광주 비엔날레 2014 특별전 전시 거부 사건」²⁰과 오카모토 유카의 에세이 「2014광주 비엔날레 ‘검열‘을 둘러싸고」²¹, 그리고 케이트 코로치가 딜레탕트 아미에 기고한 「세부를 넘어서: 광주 비엔날레의 검열」²²과 『한겨레』(일본어판)²³, 『코리아 헤럴드』²⁴ 등 여러 웹 저널리즘을 근거로 사건을 되짚어보자. - P121

21 『あいた』218호, 2015년 2월 20일 발행
22 http://www.dilettantearmy.com/facts/beyond-detail
23 정대하, "허수아비 박근혜 그림‘ 결국 닭으로 바꿔 출품」, 2014년 8월 8일 자.
24 이우영. Gwangju Biennale marred by politics, "The Korea Herald, 2015년 8월 18일 자.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140818000811 - P573

허수아비가 된 대통령

작품의 제목에서 짐작되듯, <세월 오월>은 세월호 침몰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중략).
그 외에도 종군위안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정은 위원장 등도 그려져 있어, 요컨대 이 작품은 광주 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발적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에 내재하는 정치적·사회적 모순이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고발을 담고 있다. - P122

(전략). 그러나 특별전협력 큐레이터 중 한 명이, 한창 제작 중이던 작품의 해당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광주시의 공무원에게 보여주고 만다. (중략). "이 그림 때문에 중앙정부로부터 광주시로 내려오는 예산이 삭감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결정된 예산이 그런 이유로 깎일 리가 없다."며 거절했지만, 두 번째 방문에는 홍성담도 한발 물러나 대통령의 얼굴을 흰색으로 지우거나, 닭의 얼굴로 수정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두 큐레이터는 닭 얼굴 쪽에 동의했다. - P124

 홍성담은 "임원의 수정 요구를 고스란히 작가에게 전달이나 하고, 그게 큐레이터가 할 짓인가?"라고 분노하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특별전의 개막 하루 전인 8월7일, 오현국 부시장은 윤장현 시장과 의견 조율을 끝낸 사안이라며 ‘전시를 불허한다‘는 성명을 냈고, 비엔날레 재단은 개막 당일인 8일에 ‘전시 유보‘를 발표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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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요즘 들어 피동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피동문이란 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을 말한다. (중략). 영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장 형태다.
우리말에서도 이 같은 피동형이 쓰이기는 하나 그리 흔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 P93

영어의 영향을 받아 피동형 문장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는 동사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능동문과 피동문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데 익숙해 있다. - P93

최근에는 피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여지다‘ ‘모여지다‘ ‘쓰여지다‘ ‘짜여지다‘ ‘바뀌어지다‘ 등처럼 ‘피동사+어(아)지다‘ 형태의 이중피동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피동의 뜻을 강조하려는의도로 볼 수 있으나 무의미하게 피동을 겹쳐 쓰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 P94

13 가급적
능동형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에서 보듯 피동형으로 문장을 쓰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글의 힘이 떨어진다.  - P95

인간에 의해 초래된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로 자연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다.


‘-에 의해 되다‘는 영어식 관용구(be동사+과거분사+by~)를 그대로 옮긴 듯한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경우‘-에 의해‘를 쓰면 피동이 될 수밖에 없다.

→ 인간이 초래한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로 자연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다. - P96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실력을 평가한 결과60%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되는 것은 조사의 대상이지 조사 결과가 아니므로‘로 조사됐다‘는 피동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부분 ‘로 나타났다‘로 바꾸면 된다.

1.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실력을 평가한 결과 60%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실력을 조사한 결과60%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P97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되면 남북 교류도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화(化)하다‘가 ‘그렇게 되거나 되게 하다‘는 뜻이므로 가능하면
‘-화하다‘를 ‘화되다‘로 쓰지 않는 게 좋다. 사전에서는 ‘화되다‘는 표현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하면 남북 교류도 더욱 구체화할 것이다. - P98

14

이중피동을
피하라



요즘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이중피동 남발이다. ‘부르다‘의 피동인 ‘불리다‘를 예로 들면 피동을 강조하는 ‘우‘를 붙인
‘불리우다‘에 다시 피동을 만드는 ‘지다‘를 덧붙여 ‘불리워지다‘
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무 의미 없이 피동을 겹쳐 쓰는 것으로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하는 일이다. - P99

모여진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여질 것으로 보여진다.

‘모여진‘ ‘쓰여질‘ ‘보여진다‘는 ‘모인‘ ‘쓰일‘ ‘보인다‘의 이중동이다.

→모인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 P99

검찰은 ㅇㅇㅇ씨가 주식 수십만 주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이 주식이 로비에 쓰여졌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쓰여졌는지‘는 ‘쓰였는지‘의 이동이다. 능동인 ‘이 주식을 로비에 썼는지도‘로 해야 주체와 행동이 분명해진다.

→검찰은 ○○○씨가 주식 수십만 주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입수, 이 주식을 로비에 썼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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