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헛기침을 하고 당구대에서 내려왔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건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증언이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되는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아니, 이해가 안 되는 건 당신이지! 사야카는 속으로 분개했다. - P228
"어제 만찬 때 자리를 떠난 유코씨를 쫓아 선생님도 식당에서 나가셨죠. 그 후에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저는 모릅니다. 선생님 말씀을 믿는다면 별 이야기는 나누지 않으셨던 모양이지만, 그거 정말입니까? 실은 유코 씨에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신 거아니에요? 어쩌면 직접적으로 애정을 표현했을지도 모르죠. 유코씨는 쌀쌀맞게 거절했고요. 그때 사이다이지 가문에 바치던 선생님의 충성심이 크게 사그라들었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무, 무슨 소립니까, 이런 무례한!" 다카자와는 발끈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더니, 화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들고 있던 노란 당구공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 P229
6장
사라진 사람
1
게임룸에서 의사 다카자와 나오토가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은지 얼마 후, 야노 사야카와 고바야카와 다카오는 다시 전망실로 자리를 옮겼다. 널찍한 공간에는 사야카와 다카오 말고 아무도 없었다. - P231
"만찬 자리에서 쓰루오카 가즈야가 꺼냈던 ‘비밀‘이라는 말의 의미야. 그건 분명 23년 전에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가 살해당한 일을 가리키는 거겠지. (중략). 그렇게 생각하면 고로 씨가 쓰루오카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긴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 지금까지 협력해 준답례로 말이야. 동시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고로 씨가 쓰루오카에게 남기는 일종의 유언이라고 볼 수도 있어." - P232
다카오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세 개 세우며 말했다. "세번째는 ‘그때와는 달라‘ 라는 마사에 씨의 말이야. ‘그때‘가 언제였을지 궁금했는데, 역시 23년 전 사건을 가리키는 거겠지.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은 일치단결해서 과거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은폐했어. 하지만 이번에도 그러기는 어려워. 그래서 마사에 씨가 에이코씨에게 ‘그때와는 달라‘ 라고 타이른거야." - P233
사야카는 코끝에 걸친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즉,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대부분 23년 전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 있었던 거로군요." "그런 셈이지." "이번에 쓰루오카 가즈야가 살해된 것도 과거의 살인사건과 관계가 있을까요?"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 P234
"나는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 특히 고로 씨가 왜 도시로 씨가 살해당한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단한 건지 납득이 잘 안 돼. 당시 다카자와 선생이 생각한 대로, 사이다이지 가문에는 이 사건이 일종의 스캔들이었겠지. 게다가 진범이 이미 죽었다면 굳이 경찰을 불러일을 키워봤자 별 의미도 없어. 확실히 그런 사고방식에 공감은 가. 그래도 역시 완벽하게 납득되지는 않아. (후략)." - P235
"그것도 그러네요. 그렇더라도 결국은 경찰을 부르지 않았으니, 고로 씨는 그걸로 만족했던 것 아닐까요? 바다로 사라진 범인의 정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지도..…………." (중략). "고로 씨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정체를 밝힐 필요가 없었다. 그런 관점이지." - P236
"그래. 고로 씨와 쓰루오카는 벼랑 앞에서 범인과 대치했어. 두 사람은 범인의 정체를 알았지. 하지만 범인을 벼랑에 홀로 남겨 놓고, 다리를 건너서 돌아왔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고 거짓말한 거야. 그런 가능성도 일단 생각은 할 수 있겠지."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 일부러 진실을 감추다니. 설마..………….. 숨을 삼키는 사야카 앞에서 다카오는 담담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 P237
"확실히 말이 되긴 하네요. 그럼 범인은 대체 누군데요?" "그걸 아는 사람은 고로 씨와 쓰루오카 가즈야, 그리고 범인 본인뿐이었을 거야. 그러나 고로 씨가 죽은 순간, 쓰루오카와 범인 단둘만 남았지." - P238
2
나선계단을 올라오는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고 전망실에 사이다이지 아쓰히코와 미사키가 나타났다. 미사키는 의자에 앉아 있는 사야카를 보고 기쁜 표정으로 다가왔다. - P238
한편 미사키는 천진난만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다카오에게 다가갔다. "우와, 탐정님은 그림책 같은 것도 읽나요?" 그러자 다카오는 빼려야 뺄 수가 없게 됐는지 그림책을 서가에 돌려놓지 않고 양손으로 펼친 채 대답했다. "어, 아아, 물론이지. 어른도 그림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거든. 그러는 미사키는 뭘 하러 왔니? 역시 책을 읽으러? 아니면 파리를 잡으러 왔으려나?" - P240
아까 탐정이 말한 바에 따르면, 23년 전에 도시로 씨를 살해한 범인이 이번에 쓰루오카를 살해한 범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쓰히코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23년 전에 그는 아직 에이코와 결혼하지 않았으므로 사이다이지 가문의 일원이 아니었다. 과거의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해도 되는 존재다. - P241
"이, 이, 이런 벌 받을 놈이 다있나!" (중략). "어쩌고 저쩌고고, 『모모타로』는 도깨비를 퇴치하는 이야기야. 파리를 퇴치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 P243
"아하, 알았습니다. 이거 사이다이지 출판에서 간행한 그림책이로군요. 아이고, 실례했습니다. 자사 상품을 더럽혔으니, 조만간 사장 자리에 오르실 분이 화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사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탐정이 순순히 사과하자 차기 사장도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 P244
"어쨌든 사이다이지 출판의 창업자이신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모모타로 전설에 특별한 애착을 품고 계셨던 건 틀림없어. 미사키, 사이다이지 출판에서 제일 처음 출간한 책이 그림책이라는 거 아니? 그래, 물론 『모모타로야. 그 후로도 우리 회사는 다양한 형태로 『모모타로』를 계속 출간해 왔지. 너희 증조할아버지는 그만큼향토애가 강한 분이셨던 거야." - P245
미사키의 말에 아쓰히코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물론 도깨비섬 전설에 영향을 받은 거야. 분명 너희 증조할아버지께는 이 비탈섬이 도깨비섬이었겠지." - P246
3
(전략). 아무래도 23년 전에 일어난 일이 이번 사건의 핵심일 듯했다. 그건 다카자와의 증언으로 확실해진 바다. 하지만 사이다이지 가문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 일에 관련된 질문을 할 수는 없다. - P246
다행히 독이 든 카레로 사이다이지 가문을 전멸시키려 한 사람은없었던 모양이었다. 대화에는 전혀 활기가 없었지만,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히 식사가 끝났다. 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 P248
에이코가 보기에는 야노 사야카라는 젊은 여성 변호사조차 용의자 중 한 명일 것이다. 용의자의 방에 자기 딸을 하룻밤 더 재운다는 선택지는 없으리라. ‘아니, 잠깐만그런 밑밥 자체가 에이코의 교묘한 연기이고, 사실 에이코는 범인을 이미 알고 있다. 또는 에이코가 쓰루오카를 죽인 범인이다. - P249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사야카의 추리다. 사야카가 자신의 미덥지못한 뇌세포를 총동원해 생각해 본 바에 따르면, 23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고려할 수 있는 인물은 한 명뿐이다. 바로 3남매 중 둘째, 사이다이지 게이스케다. - P249
"범인이 아들 게이스케였으니까." 사야카는 침대 위에서 그 이름을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유일무이한 추리인 것 같기도 했고, 중대한 뭔가가 잘못된 것 같기도 했다. 사이다이지 게이스케는 23년 전, 중학교를 갓 졸업한 15세였으니 몸집은 성인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도시로 씨를 찔러 죽이고 숲으로 도망칠 만한 체력도 있었으리라. - P250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흠칫 놀라 눈을 뜨자 사야카는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중략). "쩝, 지금까지 계속 잤지만." 사야카는 자조하듯 중얼거리며 일단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샤워를 할까 화장실에 갈까 망설이며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결국 화장실이 먼저라고 판단해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화장실은 복도 끝에 있다. 2층으로 통하는 기묘한 계단과는 반대 방향이다. - P251
어두침침한 복도 저편에 사람 형체가 보였다. 그 사람은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 P251
‘분명 나선계단이야!‘ 사야카는 그렇게 짐작하고 나선계단으로 뛰어갔다. 문제는 위냐 아래냐다. 수수께끼의 인물이 어느 쪽으로 향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사야카는 층계참에서 귀를 기울였다. 희미하기는 했지만 분명 발소리가 들렸다. ‘위쪽이다!‘ - P252
도서 코너에도 휴게 공간에도 사람은 숨어 있지 않았다. "말도 안 돼・・・・・・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야카의 의문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수수께끼의 인물은 전망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P253
7장
술래잡기의 반대
1
사야카는 여우에 홀린 기분이었다. 방금 정체 모를 누군가가 나선계단을 올라 전망실로 향했다. 하지만 지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전망실 어디에도 수상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 P254
사야카는 자조하듯 중얼거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계단을내려가기 전에 전망실 불을 꺼야 할 것 같아서 벽에 있는 스위치를내렸다. 그때였다. "끄억" 갑자기 어딘가 먼 곳에서 짤막하게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쿵쿵쿵 바닥을 세게 내딛는 듯한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렸다. 사야카는 바로 나선계단으로 뛰어갔다. - P255
"저, 저기요, 스님. 일어나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전부 제탓인가요? 아니죠? 제발 부탁이니까 눈좀 떠 보세요. 저기요. 스님!" 이대로 스님이 죽으면 변호사로 살면서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 P256
"응? 계단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그랬던가……………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스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계단에서 떨어질 때 머리를 찧은 게 아니에요. 소승이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머리를 때렸어요. 그래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자는바닥에 쓰러진 소승의 옆구리를 세게 한 번, 아니 두 번, 잇달아 걷어차고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혹시 두 분은 수상한 자를 못 보셨습니까?" - P258
"틀림없습니다. 소승을 습격한 건 도깨비였어요." 스님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략). 하지만 스님은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분명 빨간도깨비였습니다. 음, 계단을 굴러떨어지는 도중에 얼핏 봤지만, 틀림없어요. 그건 빨간도깨비였습니다." - P259
"그야 그렇죠. 얼굴이 빨간 도깨비였을 뿐입니다. 복장은 전체적으로 거무스름했을 거예요." "빨간도깨비 가면이라도 쓴 거겠죠. 어디로 도망쳤는지는 아십니까, 스님?" "아니요. 그건 잘 모르겠군요. 나선계단을 뛰어올라 2층으로 가거나, 아니면 1층 현관으로 가서 밖으로 도망치거나 둘 다 가능할것 같은데........" - P260
"스님을 습격한 빨간 도깨비는 쓰루오카 가즈야를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과 동일 인물일까요?" "글쎄요, 과연 어떨까요. 여하튼 어제오늘 일이니 당연히 동일 인물의 소행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의 소행 아닐까, 솔직히 그런 생각도 들어요. 범행 수법도 많이 다른 것같으니......." - P261
도라쿠 스님이 당황한 목소리로 사야카를 불렀다. "어어, 이보시오. 혼자서 너무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어디에 어떤 자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멀리는 안 갈 거니까." "아니, 보살님은 괜찮아도 소승이 괜찮지 않은데...………. 이봐요. 소승을 혼자 두지 말아요....... 실은 허리를 다쳤는지 아까부터 일어서려고 해도 전혀 일어설 수가..." - P262
그리고 빨간도깨비는 도라쿠 스님의 머리를 때린 후, 다시 이 창문을 통해 저택 밖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된 걸까. 사야카는 머릿속에 그 광경을 그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서, 설령 그렇더라도 빨간도깨비는 이미 멀리 갔을 거야…………" 사야카는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P263
사야카는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잡은 채 눈을 크게 뜨고 나무를 유심히 관찰했다. 동그란 불빛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굵은 나무줄기 옆에는 도깨비 한 마리가 강풍에 몸을 흔들흔들하며 서 있었다. 사야카는 놀란 나머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빠 빠 빨간・・・・・・ 빨간도깨비⋯⋯⋯⋯⋯." 아니, 물론 진짜 도깨비는 아니다. 빨간도깨비 가면을 쓴 검은색 옷차림의 사람이다. 어쨌거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 P264
2
(전략). "도・・・・・・ 도깨비・・・・・・ 빨간 도깨비가..………… 저기에." 사야카는 주저앉은 채 손전등 불빛으로 창문을 가리켰으나 다카자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략). 몇 초 후, 그는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없는것 같은데, 이봐, 정말로 본 거야, 빨간도깨비를?" - P265
"응? 남자였어?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면서?"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남자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사야카는 어둠을 비추는 동그란 빛에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 P266
"젠장, 마침내 나타났구나, 이 수상한 놈아!" 소리를 지르자마자 다카오는 창틀을 뛰어넘어 저택 밖으로 몸 을날렸다. 눈앞의 빨간도깨비와 맨손으로 맞붙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런 그를 비웃듯 동그란 불빛 속에서 빨간 도깨비의 모습이 사라졌다. - P267
밉살스럽게 말하면서도 사야카는 앞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저멀리 앞쪽에 도망치는 빨간 도깨비의 모습이 보였다. 주변은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숲이다. 빗발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태풍이 부는 밤이라 달빛은 없다. 그래도 빨간 도깨비를 놓치지 않고 추적할수 있는 건, 그가 불빛으로 어둠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빨간도깨비의 모습이 어둠 속에 그림자놀이를 하듯 떠올랐다. "이상한데." - P268
사야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평범한 의견을 꺼냈다. "분명 자기발밑이 보이지 않으면 위험해서 도망치기가 힘드니까 그런 거겠죠." "그럴까? 내가 빨간도깨비라면 도깨비불을 밝힌 채 도망치는 바보 같은 짓은 절대로 안 할 것 같은데………… " - P268
"도깨비 뒤집기 벼랑‘ 빨간도깨비는 그곳으로 향하는 것 아닐까요?" (중략). "그렇지. 실은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이야. 아무래도 ‘도깨비 뒤집기 벼랑‘으로 향하는 것 같아." - P269
"전혀 다르죠. 지금은 도깨비가 도망치고 있으니까요 (*일본어로 ‘도깨비‘와 ‘술래‘는 발음이 ‘오니‘로 같다). 오히려 ‘술래잡기의 반대버전‘이라고 해야겠죠." - P270
"봐, 통나무 다리는 저기 있어. 그나저나 다카자와 선생 말처럼 정말 불안해 보이는군. 빨간도깨비는 단숨에 다리를 건너간 것 같은데……………. 우리는 어떻게 할까?" "어, 어떻게 하다니……………." 다카자와의 이야기에 따르면 통나무다리 건너편에는 단애절벽 밖에 없다. - P271
"아무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죠. 빨간도깨비가 바위 뒤편에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그러게. 그럴 위험성은 아직 남아 있어. 서로 너무 떨어지지 말고살펴보자." - P272
뿔이 달린 빨간도깨비 가면이었다. 두 사람이 쫓아온 빨간도깨비가 여기서 가면을 벗어던진 게 틀림없었다. 빨간도깨비는 분명 여기 있었다. 그럼 도깨비 가면을 벗은 수수께끼의 인물은 어디로사라졌을까. 적어도 이 바위밭에는 아무도 없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한 가지이리라. 사야카의 귓속에 아까 들었던 절규가 되살아났다. - P273
"그, 그 빨간도깨비는 도깨비 가면을 벗고 벼랑에서 바다에 떨어졌다. 아까 우리가 들은 비명은 그자가 떨어질 때 지른 거였다. 그런 거겠죠?" 사야카의 질문에 다카오는 벌떡 일어나서 벼랑 끄트머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군. 발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내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23년 전 사건 때와 완전히 똑같은 전개인데, 정말로 그럴까?" 탐정은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P274
3
"그, 그렇지만...... 23년 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사야카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중얼거리자 몇 미터 앞에서 다카오의 심술궂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P275
"과연. 확실히 그건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다리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만이 23년 전과 다른 점은 아니야. 날씨도 과거와는 전혀 다르지. 뭐, 됐어.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자. 사실은 돌아가는길에 저절로 밝혀질 거야." - P276
그것은 운동화 자국으로 보였다. 사이즈는 250밀리미터 정도일까. 얼핏 보기에는 남자 신발 같지만, 여자도 못 신을 사이즈는 아니다. 사야카는 발자국만으로 빨간도깨비의 성별을 단정하는 건 경솔한 짓이라고 판단했다. 다카오도 그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발자국의 방향이야. 범인의 발자국은 전부 길을 올라가는 것뿐이지. 길을 내려가는 발자국은 하나도 없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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