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쿠라다. ‘ "늦지 않았군."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미행은?" "떨쳐냈어. 아마 그럴 거야." "거짓말이라면 아이 목숨은 없어. "알아. 나 혼자 왔어. 어린애 술래잡기 같은 노릇은 이제 그만해줘." - P84
"돈가방을 들고 공원 안으로 들어와 오십 미터 직진하면 무라야마 저수지 제방이 시작된다. 그 앞에서 도로 오른쪽으로 빠져." "제방 앞에서 오른쪽으로 말이지." "제방 한쪽이 경사져 있으니까 헷갈리진 않을 거다. 도로에서벗어나도 방향을 바꾸지 마. 제방을 따라 걸어, 그럼 곧 펜스가보일 거고 거기서 돌계단을 내려가." - P84
"신호를 보내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그 순간의 즐거움으로 남겨둬. 앞으로 십분, 아니오분 안에 경내로 와." "무리야. 최소한 칠 분은 필요해." "쓸데없는 소리 지껄일 시간은 없을 텐데? 자, 아빠의 마지막 파이팅이야, 헤매지 말고." - P85
일분 이십 초 경과각석 같은 간격으로 놓은 계단이 완만한 호를 그리며 경사면을 따라내려간다. 나무줄기에 가려서 아래쪽은 보이지 않았다. 조심조심 발을 디뎌봤다. 생각보다 급경사다.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점점 가속이 붙어서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했다. 앞으로 내민 발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돌계단에 닿지 않았다. 아니 닿지 않는 게 아니라 마침 거기서 돌계단이 끊기면서 질척한 적토가 노출돼 있었다. - P86
무모한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몸을 낮추고 손전등과 슈트케이스를 한 손에 들고 왼손으로 철망을 붙잡으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중히 걸음을 내디뎠다. 적토로 된 경사면이 층계참처럼 불룩 튀어나와 있다. 관목이 앞을 가로막아서 펜스를 따라곧장 나아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우회했다. - P87
이분 경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방금 전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손진등을 비췄다. 다행히 이번 돌계단은 직선이라 아래까지 훤히 보였다. 여전히 급경사가 이십 미터쯤 이어졌지만 그 끝은 평탄한 풀밭이었다. 단숨에 뛰어내려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래야만 했다. - P87
슈트케이스를 왼손에 바꿔 들었다.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돌계단을 힘껏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 걸음째 발에 뭔가 걸리며 균형을 잃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 P87
몸을 웅크려 어떻게든 충격을 덜어보려고 애쓰는 게 고작이었다. 몸이 튕겨날 때마다 어깨와 뒤통수, 허리, 등이 딱딱한 돌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구르는 속도와 떨어지는 속도가 분간이 가지 않았다. - P88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렸다. 눈을떴지만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뺨은 기이하리만 치차가웠고, 질척한 흙과 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P91
싸늘한 밤기운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등 뒤쪽에 손전등이 켜진 채 있었다. 아픈 부위를 조심하며 몸을 틀어기어가서 손전등을 주웠다. 내 손가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시 한번 이마를 닦아 확인해보니 흥건했던 것은 땀이 아니라 피였다. - P92
조금 진정되자 내 위치를 확인했다. 쓰러져 있던 곳은 경사면과 풀밭 사이에 있는 배수로 근처였다. 물소리는 거기서 들려왔다. 이마의 상처는 콘크리트 배수로 모서리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 P92
열두시 이십분!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는 전율했다. 그 순간부터 한 시간 가까이 정신을 잃은 셈이었다. 범인은 오 분 안에 신사 경내로 오라고 했고, 그 시간 안에 오지 못하면 아이의 목숨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열 배도 넘는 시간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말았다. - P92
천천히 슈트케이스를 열어봤다. 돈은 무사히 있었다. 무사히? 이런 생각을 한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돈이 무사하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범인에게 건네는 편이나았다. 돈이 내 수중에 있는 한 시게루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아이의 목숨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버렸다. - P93
"사야마 공원이면 아아, 다마 호수 근처 말이군요. 그런데 왜 지금까지 연락을 끊은 겁니까?" "죄송합니다." "어쨌든 사정을 설명해주시죠. 돈은 무사히 건넸습니까?" ・・・・・・ 아니, 그게 사실." "그게 사실, 뭡니까?" "죄송합니다. 범인과 접촉하지 못했습니다." - P95
"미끄러져서 모리를 부딪치고 정신을 잃었다고요? 애들 심부름도 아닌데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범인한테 그런 말을 하면 믿어줄 것 같습니까? 이런 일이생길지도 모르니까 어디로 가는지 그렇게 말해달라고 한 거 아닙니까. 벌써 한 시간이 지났어요. 만약 인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부 당신 때문이에요. 이런 젠장." 한 시간 반 전에 내가 했던 말이었다. - P96
암담한 심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손전등도 없이 암흑을 뚫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통증이 심해서 쉬며 걷다보니 이십 분 넘게 걸렸다. 돌계단을 오를 때는거의 기다시피 했다. 육천만 엔이 든 슈트케이스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 만약 누군가 나타나서 달라고 했다면 기꺼이내줬을 것이다. - P96
돌아가는 길은 모두 텅 비어 있어서 한껏 속도를 올렸지만 기분은 한없이 바닥으로 침몰했다. 집에 도착해서 어떤 얼굴로 도미사와 부부와 대면해야 할까. 그 생각뿐이었다. - P97
차소리를 듣고 가즈미가 마중나왔다. 아내는 내 모습을 보고눈이 휘둥그레졌다. 옥외등에 비친 얼굴이 새파랬다. "아아."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어디서 이렇게 다쳤 "별것 아냐." 인질이 된 시게루의 처지를 생각하면. 가즈미의 부축을 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 P97
"거짓말쟁이!" 문이 열리기 기다렸다는 듯이 미치코의 욕설이 날아들었다. 미치코는 소파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핏발선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녀의 서슬에 겁을 먹고 우뚝 멈췄다. 나와 미치코 사이에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불꽃이 일었다. "왜 혼자 돌아왔어!" 두 팔을 마구 내저으며 미치코가 말했다. - P98
"아직 시게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잖습니까. 저희는야마쿠라 씨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예요. 이러시면 저희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제발 머리를 드세요." 나는 머리를 들었다. 바로 앞에 도미사와 고이치의 눈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99
"아무리 그래도 약속 장소만이라도 알려줬어야 했습니다." 다시 되풀이됐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범인이 우리 집 전화를 도청하고있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랬던 겁니다. 내게는 그걸 부정할만한 근거가 없었다고요." 다케우치가 이를 악물고 숨을 내쉬었다. - P100
"정말 그랬을까요? 잘 생각해보시죠. 만약 범인이 이 집 전화를 도청했다면 유괴한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라는 걸 진즉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범인은 아이를 잘못 데려갔다는 걸 모르고있었습니다. 즉 도청 운운은 새빨간 거짓말, 우리를 교란하려는 공갈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당신은 범인 계략에 빠지고 만 접니다." - P100
거실에 멀뚱히 서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내가 수화기를 잡았다. "야마쿠라다. 당신인가?" "나다." 그였다. "왜 오지 않았지?" "사정이 있었어. 당신이 시킨 대로 뛰어서 신사로 가고 있었어. 그런데 돌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르다 기절하고 말았어. 정신 차리고 급히 달려갔지만 당신은 없었어. 용서해줘. 불가항력이었어."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이 통할 것 같아?" - P101
"잘못했어. 뭐든 할게 돈을 더 요구해도 좋아. 일억 엔을 준비할게. 이번엔 정말 시키는 대로 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기회? 기회 같은 건 이제 없어." "뭐?" "난 성질이 급하다고 했지. 이제 협상은 끝났어. 아이는 죽었다." ・・・・・ 죽었다고?" - P102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나는 평소와 똑같이 출근했다. 하루더 쉬라는 가즈미의 권유를 듣지 않은 건 시답잖은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사건 후유증으로 기가 죽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 P102
위로해주는 사람은 아내뿐이었지만, 미치코와 얽힌 암울한기억이 내 정신을 가혹하게 후벼파서 괜히 아내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아내는 아무 잘못이 없었지만, 토요일 이후로 나는자책감에 사로잡혀 거의 질식 상태였다. - P103
"경찰이 왔다는군." "지금, 회사에 말입니까?" 장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기나미 서 형사면 자리에 없다고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양반들은 영 불편해서요." "아니, 경시청 수사 1과라고 했네." "경시청이라고요?" "구태여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뭔가 새로운 진전이 있다는뜻 아니겠나?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네." - P104
VIP룸은 이름 그대로 중요 인물을 접대하는 방으로 특히 클라이언트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인테리어에 엄청난비용을 들였다. 바꿔 말하자면 이런 주식회사의 경영 전략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 사람이 보면 주눅들만하게 공간을 꾸몄다는 뜻이다. 장인은 일부러 형사를 그 방으로 안내한 것이다. - P104
"경시청 수사 1과 경부 구노입니다. 이번 아동 유괴 살인 사건 수사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앉으시죠." "바쁘실 텐데 실례하겠습니다." 구노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경찰 특유의 고압적인 말투는 아니었다. "시게루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으셨군요. ‘ - P104
"아닙니다. 사실 오늘은 그 일로 야마쿠라 씨에게 사과하려고 왔습니다. 스기나미 서 형사가 사건 당일 밤 야마쿠라 씨의 행동을 질책했던 모양입니다만, 그건 근거 없는 비난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비난?" "부검 결과가 나와서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사망 시각을 추정한 결과, 피해자는 금요일 밤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살해됐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P106
"그렇다면 제가 사야마공원에 육천만 엔을 들고 갔을 때는・・・・・ "시게루는 그 몇 시간 전에 이미 싸늘해져 있었죠. 설령 야마쿠라 씨가 돌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지 않고 약속장소로 제시간에 갔다 하더라도 아이는 무사히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야마쿠라 씨가 시게루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실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약속을 깨뜨린 건 범인입니다." - P106
분명 논리적으로는 구노의 말이 옳았다. 내가 계단에서 발을 헛딛지 않았더라도 아이는 살아돌아올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삼자의 눈으로 본 결과론이자 객관론이었다. - P107
책임이란 결국 주관적인 것이다. 객관론이란 책임 회피의 한편법에 불과하다. - P107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자조적인 심정으로 생각했다. 스기나미서의 다케우치라면 다른 이유를 들어 내 책임을 추궁하려고할 것이다. 미행을 중단시켜서 범인을 코앞에서 놓치게 만든 나를 규탄할 것이다. 돈을 건네기 전에 인질이 죽었을 경우, 차선의 목표는 범인 체포일 수밖에 없다. - P108
"유괴범은 상당한 지능범입니다. 카폰을 이용해서 수사진을방심시켜 미행 반경을 넓힌 점. 중요한 지시를 내릴 때는 반드시 공중전화를 이용했다는 점. 경찰의 뒤통수를 치는 대단히 지능적인 수법입니다. (중략) - P108
(중략) 말하자면 야마쿠라 씨는 최면술 피험자와 동일한 입장에 놓었던 거예요. 그는 최후의 순간에 야마쿠라 씨가 자신의 지시대로 행동하도록 조건을 만들어나간 겁니다." - P109
"정확한 지적입니다. 그래서 범인은 사야마 공원을 약속 장소로 지정한 겁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지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만, 최종 장소로 지정한 히카와 신사는 히가시무라야마 시와 도코로자와 시 경계, 바꿔 말하면 도쿄와 사이타마 현의 경계 바로 앞입니다. 혹시 1984년에 일어난 구리코 모리나가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 P109
하지만 결국 경찰의 실수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오사카, 교토, 효고의 합동수사본부와 사가 현경 사이의 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게 원인이었죠. - P110
(중략) 범인은 이런 사례를 사전에 연구해서 도부 현에서 지역간 연결 고리가 약한 곳을 알아뒀을 겁니다. 만약 계획대로 포위망이 뚫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거래 지점을 현 경계로 설정하고 현금을 입수한 후 사이타마현으로 넘어가서 추적을 따돌릴 심산이었던 겁니다." - P110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공중전화부스라면 그 시간에 다른사람이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인적이 드문곳에 있는 공중전화부스라면 아마도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만 걸렸을 겁니다. (중략) - P111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계산된 거였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딱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치명적인 실수라고요?" "오늘 찾아뵌 또 하나의 이유가 그겁니다. 열한시 반에 사야마공원 주차장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범인은 어디 있었을 것 같습니까?" - P111
"....저처럼 카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만일 수사의 손길이 범인의 신변에까지 미쳤을 경우, 카폰을 썼다면 통화 기록이 범행 증거로 남으니까요. 그런 위험을 무릅쓸 바에는 공중전화를 쓰는 게 낫겠죠." - P112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이부유엔치 역 주변을 거듭 탐문한 결과, 금요일 심야에 역 근처에서 낯선 골프 차량이 정차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여러 사람의 증언이 일치하니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골프라고요? 무슨 색이었나요?" - P112
"설마요. 그렇다면 아이를 오인할 리가 없죠." "업무상의 적일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야마쿠라 씨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인물이 떠오르면 알려주십시오. 골프 차량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서 그 방면으로도 수사할 생각입니다." - P113
"형사에게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왜 그런 짓을 했지?" "이건 제 문제니까요." 장인은 미간을 찡그렸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 P114
"그게 가족 문제라면 어떻겠습니까?" "가족 문제?" "미우라 야스시의 주소를 가르쳐주십시오." 다짜고짜 말했다. "아버님이 흥신소를 통해 미우라의 동정을 알아보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장인은 동요한 표정을 무방비하게 드러냈다. - P114
"최근 여기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맞네. 올여름부터 도내에 살고 있어 주소는 그러니까∙∙∙∙∙∙장인이 책상 가장 아래 서랍을 열어서 부스럭부스럭 안을 헤집었다. 그러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걸 의식했는지 갑자기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P115
"여기 있군." 장인은 신상 보고서 같은 서류철을 꺼내더니 바로 서랍을 잠갔다. "나카노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네. 자네 말대로 아직도 골프를 타고 다니는 모양이야." "보여주십시오." - P115
"어쨌든 성급한 행동만은 참아. 그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면 나한테도 알려주게. 경찰에는 내가 전하겠네. 자네는 그 이상 참견해서는 안 돼." 장인답지 않게 소심한 태도다. 아직도 미우라에게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걸까. 그런 마음을 굳이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 - P116
"아가씨는 누구지? 미우라하고는 어떤 관계야?" "나? 난 비 오는 밤에 야스시 씨가 주워온 아기 고양이 야옹야옹." 눈을 반짝이며 고양이 시늉을 낸다. 아무래도 머리가 이상한 여자인 모양이다. - P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