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적글적거리며, 비가 온다.
정말 책 제목대로 읽어야된다 생각하며 읽지 않는다.


부조화가 생기면 이 부조화를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려는 압력이 발생한다.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압력의 강도는 부조화의 크기에 비례하는 함수이다. - P41

현재 논의의 대상이 되는 부조화가 주위 환경에 관한 특정 지식에 대응하는 인지 요소(환경적 요소) 와 어떤 행동적 인지요소 사이에 발생한 것이라면, 이 부조화는 환경적 요소에 부합하도록 행동적 인지 요소를 수정함으로써 제거될 수 있다. 이렇게 부조화를 제거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이 행동적 요소가 표상하는 행위나 감정을 수정하는 것이다. 인지 - P42

우리의 행동이나 느낌은 새로운 정보에 맞게 자주 수정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소풍을 떠났다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곧바로 방향을 바꾸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많은 흡연자들은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담배를 끊을 것이다. - P42

행동을 바꿈으로써 행동적 인지요소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때로는 상황을 변화시킴으로써 환경적 인지요소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 P42

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해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은 물리적 환경보다는 사회적 환경일 경우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 P43

어떤 사람이 자기집 거실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이 사람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껑충 뛰어서지나간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 사람이 어느 특정한 지점을 뛰어넘는다는것에 대한 인지요소는 이 지점이 거실의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높이도다르지 않고 특별히 더 약하지도 않고 어떤 점에서도 특별하지 않다는 지식과 분명히 부조화를 이룰 것이다. - P43

만약 어느 날 저녁 그의 아내가 외출한 사이에 자기가 뛰어넘는 지점에구멍을 낸다면, 그는 이 부조화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바닥에 구멍이 있음을 아는 것은 그가 구멍이 있는 지점을 뛰어넘는다는 지식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짧게 말하면, 그는 실제로 환경을 바꿈으로써 인지요소를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부조화가 제거된 것이다. - P43

 이 방법은 정신병으로 여겨질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비를 맞고 서서 계속 비에 젖고 있다면, 아무리 강한 심리적 압력을 동해 비가 오는 사실을 잊으려 하더라도 분명히 그 사실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 P44

또 다른 경우로, 인식의 실재는 그대로 유지되긴 하겠지만 그것에 대한 인지요소를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 P44

일반적으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타인의 지지나 동의를 얻어 사회적 실재를 형성하는 방법은 인식 변화의 압력에 직면하였을 때 많이 사용하는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부조화의발생과 그에 따른 인지 요소 변화의 압력이 다양한 사회적 처리과정 (socialprocesses)을 이끌어 낸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 P44

부조화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지요소 중 어떤 것이 바뀌어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부조화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새로운 인지요소를 추가함으로써 부조화의 총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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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다가가지만 손은 점점 가지않는다.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흥미롭지는 않다.


고바야시 마호의 마지막 말이 귓전에 되살아났다. 나 혼자가 아니에요…………. 마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나는 알고있다. 자기를 죽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것..……….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고바야시 마호는 공범자일 뿐이다. - P281

"가나에씨."경감의 가차 없는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왜 목욕을 하려고 한 겁니까?"
"전, 전, 아무것도 몰라요. 잠이 깨서, 여기에 와서, 그리고,
그랬더니…………." - P282

"확실히 말씀하세요. 왜 여기에 온 겁니까?"
"우연히 잠이 깼다가 몸에 땀이 배서 목욕을 하려고 왔어요."
"이 시간에 말입니까? 살인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아침목욕을 하려고 했단 말입니까?" - P283

"고바야시 씨가 살해되었다면서요?" 후루키 변호사가 긴박한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느릿한 어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두 분은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경감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두 분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 P284

"사건에 대해 짐작이 가시는 분, 어젯밤에 무슨 소리를 듣거나 뭔가를 목격한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사소한거라도 괜찮습니다." 경감이 빠르게 내뱉었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해조사 중인 현장에서 또 한 사람이 살해됐으니 경찰의 실수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 P284

"주방에 있던 아이스피크가 범행에 사용된 걸 보면 숙박객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경감이 가학적인 표정으로 모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오유키가 반론을 제기했다.
"아이스피크를 가져간 게 마호 씨 자신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게 무슨 뜻이죠?" 경감은 도전적으로 물었다. - P286

"그럼 한 가지 묻겠습니다. 그 도둑은 도대체 어디로 침입했죠? 현재 조사한 바로는 출입구는 모두 닫힌 상태입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여러분의 방을 통과해 가야 하는데 아무리둔감한 인간이라도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면 알아차리지 않겠습니까?"
"무례하군요. 어떻게 둔감하다는 표현을." 소스케가 몹시화를 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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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모두가 모두의 멘토다

마틴 챌피, 해밀턴 스미스, 요한 다이젠호퍼
Martin Chalfie, Hamilton O. Smith, Johann Deisenhofer - P131

마틴 챌피 교수님, 2010년에 교수님의 멘토이신 로버트 펄먼Robert Perlman이 교수님의 강연을 소개해주셔서 제가 교수님을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멘토가 있다는 것과 멘토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 P133

부모님은 든든하게 나를 지원해주셨습니다. 아버지는 기타리스트였고 나는 3형제 중 장남이었습니다. 내가 열두 살쯤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기타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아버지는 매우흥미로운 방식으로 기타를 가르쳐주셨는데, 그게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 P133

그저 기타를 어떻게 연주하는지를 보여주셨지, 단 한 번도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시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나를 지지해주셨던 아버지의모습이 항상 놀랍고 감동적이었습니다. - P134

과학 분야에는 다양한 멘토들이 있습니다.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진정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P134

 수업을 시작하면서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강의에는 교과서가 없네. 대신 내가 여름 동안 파리에 있는 카페에서 메모를 잔뜩 해두었지." 그 말을 듣고나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건데!‘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 P134

교수님은 4층에서부터 1층까지 걸어 내려가서 도서관 사무실로 가셨습니다."이 친구한테 열쇠가 필요하다는군. 열쇠를 내어주길 바라네." 이렇게 마음을 써주시는 모습은그때까지 다른 교수님들에게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 P135

나에게 로버트 펄먼은 최고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습니다. 그때나는 경험이 부족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3년만에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 P136

 누군가가 나에게 기꺼이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준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그분은 함께일하기 참 좋은 분입니다. 답답한 문제들도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펄먼 교수님은 분명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멘토 중 한 분입니다.  - P136

그때 브레너 교수님은 본인의 연구 활동을 진행하면서 박사후연구원을 받아주셨습니다.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은 일종의 ‘독립계약자‘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P137

진 한편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연구해야 할지, 언제까지 논문을 준비해야 할지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그 시기에연구소에 있던 많은 사람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반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에게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 P137

브레너 교수님이 내 멘토이기는 했지만 그분의 멘토링은내가 마음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방식이었습니다.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명단을 들여다보면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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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읽어간다.








스티븐 레빗 Steven D. Levitt이 쓴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Freakonomics》을 보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인센티브에 반응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 P53

 따라서 사람들의 행태를 이해하려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P53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행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하이파라는 도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 P54

이 어린이집은 일정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주고 오후 퇴근시간이 되면 부모들이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가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골머리를 앓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에서는 부모들이 규정된 시간보다 10분 늦을 때마다 3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부모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기 시작했다. 얼핏 생각하기에 앞에서 설명한 인센티브에 의한 행동에 반대되는 결과다. - P54

더 흥미로운 것은그다음에 발생한 현상이다. 어린이집에서 벌금제의 문제점을 깨닫고 다시 원래대로 벌금제를 없앴지만, 부모들은 계속 더늦게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한다. 벌금제로 인해 사라진 죄책감은 회복되지 않았는데 벌금만 사라졌기 때문이다. - P55

하지만 1장 끝부분에서 몇 가지 예시를 들었듯이 자연과학과 달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수행하기 어렵다. 가령 어떤 회사에서 보상과 성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측정하기 위해 실험하겠다며 임의로 직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쪽 집단에게만 높은 보상을 주고 1년 뒤에 업무 성과를 측정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보상받지못하는 집단에 속한 직원들은 크게 반발할 것이고 의도한 결과를 얻기도 힘들 것이다. - P56

따라서 인과 추론 분석의 핵심은 ‘내가 추정하고자 하는 원인 변수만 다르고 다른 조건은 평균적으로 같은 집단‘을 적절히 찾아내는 것이다. - P58

우선 표면적으로만 살펴보면, 우리는 종종 유명 야구 선수들이 FA 자격이 주어지기 직전에는 성적이 좋다가 FA 이후 성적이 나빠지는 바람에 이른바 ‘먹튀‘ 논란을 겪는 경우를 보곤한다. - P60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총 171 명의 국내 프로 야구 선수에 대해 FA 전후 경기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FA 계약 전후 각 선수의 경기력 변화를 분석했을 때 투수는 총 19개의경기력 관련 측정 변수 중 17개에서 타자는 20개 중 13개에서FA 이전에 비해 이후 수치가 평균적으로 하락했다. - P61

첫째, 대개 FA 자격이 주어지는 시기는 신체 능력의 전성기가 지난 이후인 경우가 많다. 국내 프로 야구에서 FA 자격을 얻으려면 정식 프로 야구 선수로 등록된 후 최소 아홉 시즌을 뛰어야 한다. 만약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선수로 입문했다면 30대 초반의 나이가 되어야 비로소 FA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 P62

둘째, FA를 앞둔 선수들은 되도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무리할 수 있다. 만약 적어도 한 시즌 이상 무리한 활동을지속했다면 FA 이후에 부상이나 피로 누적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몇몇 연구가 있다. - P62

프로 야구 선수만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2019년《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유럽 리그에서 활동 중인 축구 선수들의 신규 계약 직전 연도와 그 전년도 경기력을 추적해 비교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주요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분야 선수들은 신규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연도에서 그 이전 연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관측되었다. - P63

셋째,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FA 직전에 지나친 긴장감을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목표를 이루고 나면 긴장이 풀어지며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 P63

이유야 어쨌든 관측된 결과만 놓고 보면 높은 보상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리는 듯하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선수들이 높은경기력을 유지하게 하려면 FA 같은 높은 보상을 주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어린이집 벌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인센티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 P64

따라서 만약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높은 보상을주면 태만해질 테니 보상을 주지 않겠다.‘라는 전략을 취한다면자칫 높은 보상을 기대할 수 없으니 선수들은 애초에 노력조차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선수들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P64

그렇다면 프로 스포츠 사례처럼 높은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성과에 끼치는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보상 자체가 사람들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없을까? - P64

그의 연구에 따르면복권 당첨자들의 상당수는 당첨 이후에도 자기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소비 수준이 이전에 비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신중했으며, 당첨금 대부분을 저축하거나 재투자하는 데 사용했다. - P65

물론 이 연구는 스웨덴의 일부 당첨자에 관한 사례 분석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쩌면 스웨덴은 이미상당한 수준의 복지제도를 갖춘 국가이므로 금전적인 보상이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을 수 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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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본 소설책 ‘침묵의 교실‘을 읽을 때는, 물론 한창 추리소설을 읽었을 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혹은 어느 구절이 이상한지 근거 없이 본능적인 느낌이 왔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야마쿠라다. ‘
"늦지 않았군."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미행은?"
"떨쳐냈어. 아마 그럴 거야."
"거짓말이라면 아이 목숨은 없어.
"알아. 나 혼자 왔어. 어린애 술래잡기 같은 노릇은 이제 그만해줘." - P84

"돈가방을 들고 공원 안으로 들어와 오십 미터 직진하면 무라야마 저수지 제방이 시작된다. 그 앞에서 도로 오른쪽으로 빠져."
"제방 앞에서 오른쪽으로 말이지."
"제방 한쪽이 경사져 있으니까 헷갈리진 않을 거다. 도로에서벗어나도 방향을 바꾸지 마. 제방을 따라 걸어, 그럼 곧 펜스가보일 거고 거기서 돌계단을 내려가." - P84

"신호를 보내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그 순간의 즐거움으로 남겨둬. 앞으로 십분, 아니오분 안에 경내로 와."
"무리야. 최소한 칠 분은 필요해."
"쓸데없는 소리 지껄일 시간은 없을 텐데? 자, 아빠의 마지막 파이팅이야, 헤매지 말고." - P85

일분 이십 초 경과각석 같은 간격으로 놓은 계단이 완만한 호를 그리며 경사면을 따라내려간다. 나무줄기에 가려서 아래쪽은 보이지 않았다. 조심조심 발을 디뎌봤다. 생각보다 급경사다.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점점 가속이 붙어서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했다. 앞으로 내민 발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돌계단에 닿지 않았다. 아니 닿지 않는 게 아니라 마침 거기서 돌계단이 끊기면서 질척한 적토가 노출돼 있었다. - P86

무모한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몸을 낮추고 손전등과 슈트케이스를 한 손에 들고 왼손으로 철망을 붙잡으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중히 걸음을 내디뎠다. 적토로 된 경사면이 층계참처럼 불룩 튀어나와 있다. 관목이 앞을 가로막아서 펜스를 따라곧장 나아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우회했다. - P87

이분 경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방금 전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손진등을 비췄다. 다행히 이번 돌계단은 직선이라 아래까지 훤히 보였다. 여전히 급경사가 이십 미터쯤 이어졌지만 그 끝은 평탄한 풀밭이었다. 단숨에 뛰어내려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래야만 했다. - P87

슈트케이스를 왼손에 바꿔 들었다.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돌계단을 힘껏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 걸음째 발에 뭔가 걸리며 균형을 잃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 P87

몸을 웅크려 어떻게든 충격을 덜어보려고 애쓰는 게 고작이었다. 몸이 튕겨날 때마다 어깨와 뒤통수, 허리, 등이 딱딱한 돌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구르는 속도와 떨어지는 속도가 분간이 가지 않았다. - P88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렸다. 눈을떴지만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뺨은 기이하리만 치차가웠고, 질척한 흙과 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P91

싸늘한 밤기운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등 뒤쪽에 손전등이 켜진 채 있었다. 아픈 부위를 조심하며 몸을 틀어기어가서 손전등을 주웠다. 내 손가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시 한번 이마를 닦아 확인해보니 흥건했던 것은 땀이 아니라 피였다. - P92

조금 진정되자 내 위치를 확인했다. 쓰러져 있던 곳은 경사면과 풀밭 사이에 있는 배수로 근처였다. 물소리는 거기서 들려왔다. 이마의 상처는 콘크리트 배수로 모서리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 P92

열두시 이십분!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는 전율했다. 그 순간부터 한 시간 가까이 정신을 잃은 셈이었다. 범인은 오 분 안에 신사 경내로 오라고 했고, 그 시간 안에 오지 못하면 아이의 목숨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열 배도 넘는 시간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말았다. - P92

천천히 슈트케이스를 열어봤다. 돈은 무사히 있었다.
무사히? 이런 생각을 한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돈이 무사하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범인에게 건네는 편이나았다. 돈이 내 수중에 있는 한 시게루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아이의 목숨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버렸다. - P93

"사야마 공원이면 아아, 다마 호수 근처 말이군요. 그런데 왜 지금까지 연락을 끊은 겁니까?"
"죄송합니다."
"어쨌든 사정을 설명해주시죠. 돈은 무사히 건넸습니까?"
・・・・・・ 아니, 그게 사실."
"그게 사실, 뭡니까?"
"죄송합니다. 범인과 접촉하지 못했습니다." - P95

"미끄러져서 모리를 부딪치고 정신을 잃었다고요? 애들 심부름도 아닌데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범인한테 그런 말을 하면 믿어줄 것 같습니까? 이런 일이생길지도 모르니까 어디로 가는지 그렇게 말해달라고 한 거 아닙니까. 벌써 한 시간이 지났어요. 만약 인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부 당신 때문이에요. 이런 젠장."
한 시간 반 전에 내가 했던 말이었다.  - P96

암담한 심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손전등도 없이 암흑을 뚫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통증이 심해서 쉬며 걷다보니 이십 분 넘게 걸렸다. 돌계단을 오를 때는거의 기다시피 했다. 육천만 엔이 든 슈트케이스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 만약 누군가 나타나서 달라고 했다면 기꺼이내줬을 것이다. - P96

돌아가는 길은 모두 텅 비어 있어서 한껏 속도를 올렸지만 기분은 한없이 바닥으로 침몰했다. 집에 도착해서 어떤 얼굴로 도미사와 부부와 대면해야 할까. 그 생각뿐이었다. - P97

차소리를 듣고 가즈미가 마중나왔다. 아내는 내 모습을 보고눈이 휘둥그레졌다. 옥외등에 비친 얼굴이 새파랬다.
"아아."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어디서 이렇게 다쳤
"별것 아냐." 인질이 된 시게루의 처지를 생각하면.
가즈미의 부축을 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 P97

"거짓말쟁이!"
문이 열리기 기다렸다는 듯이 미치코의 욕설이 날아들었다.
미치코는 소파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핏발선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녀의 서슬에 겁을 먹고 우뚝 멈췄다.
나와 미치코 사이에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불꽃이 일었다.
"왜 혼자 돌아왔어!" 두 팔을 마구 내저으며 미치코가 말했다. - P98

"아직 시게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잖습니까. 저희는야마쿠라 씨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예요. 이러시면 저희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제발 머리를 드세요."
나는 머리를 들었다. 바로 앞에 도미사와 고이치의 눈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99

"아무리 그래도 약속 장소만이라도 알려줬어야 했습니다."
다시 되풀이됐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범인이 우리 집 전화를 도청하고있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랬던 겁니다. 내게는 그걸 부정할만한 근거가 없었다고요."
다케우치가 이를 악물고 숨을 내쉬었다. - P100

"정말 그랬을까요? 잘 생각해보시죠. 만약 범인이 이 집 전화를 도청했다면 유괴한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라는 걸 진즉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범인은 아이를 잘못 데려갔다는 걸 모르고있었습니다. 즉 도청 운운은 새빨간 거짓말, 우리를 교란하려는 공갈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당신은 범인 계략에 빠지고 만 접니다." - P100

거실에 멀뚱히 서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내가 수화기를 잡았다.
"야마쿠라다. 당신인가?"
"나다." 그였다. "왜 오지 않았지?"
"사정이 있었어. 당신이 시킨 대로 뛰어서 신사로 가고 있었어. 그런데 돌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르다 기절하고 말았어. 정신 차리고 급히 달려갔지만 당신은 없었어. 용서해줘. 불가항력이었어."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이 통할 것 같아?" - P101

"잘못했어. 뭐든 할게 돈을 더 요구해도 좋아. 일억 엔을 준비할게. 이번엔 정말 시키는 대로 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기회? 기회 같은 건 이제 없어."
"뭐?"
"난 성질이 급하다고 했지. 이제 협상은 끝났어. 아이는 죽었다."
・・・・・ 죽었다고?" - P102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나는 평소와 똑같이 출근했다. 하루더 쉬라는 가즈미의 권유를 듣지 않은 건 시답잖은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사건 후유증으로 기가 죽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 P102

위로해주는 사람은 아내뿐이었지만, 미치코와 얽힌 암울한기억이 내 정신을 가혹하게 후벼파서 괜히 아내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아내는 아무 잘못이 없었지만, 토요일 이후로 나는자책감에 사로잡혀 거의 질식 상태였다. - P103

"경찰이 왔다는군."
"지금, 회사에 말입니까?"
장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기나미 서 형사면 자리에 없다고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양반들은 영 불편해서요."
"아니, 경시청 수사 1과라고 했네."
"경시청이라고요?"
"구태여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뭔가 새로운 진전이 있다는뜻 아니겠나?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네." - P104

VIP룸은 이름 그대로 중요 인물을 접대하는 방으로 특히 클라이언트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인테리어에 엄청난비용을 들였다. 바꿔 말하자면 이런 주식회사의 경영 전략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 사람이 보면 주눅들만하게 공간을 꾸몄다는 뜻이다. 장인은 일부러 형사를 그 방으로 안내한 것이다. - P104

"경시청 수사 1과 경부 구노입니다. 이번 아동 유괴 살인 사건 수사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앉으시죠."
"바쁘실 텐데 실례하겠습니다." 구노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경찰 특유의 고압적인 말투는 아니었다. "시게루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으셨군요. ‘ - P104

"아닙니다. 사실 오늘은 그 일로 야마쿠라 씨에게 사과하려고 왔습니다. 스기나미 서 형사가 사건 당일 밤 야마쿠라 씨의 행동을 질책했던 모양입니다만, 그건 근거 없는 비난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비난?"
"부검 결과가 나와서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사망 시각을 추정한 결과, 피해자는 금요일 밤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살해됐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P106

"그렇다면 제가 사야마공원에 육천만 엔을 들고 갔을 때는・・・・・
"시게루는 그 몇 시간 전에 이미 싸늘해져 있었죠. 설령 야마쿠라 씨가 돌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지 않고 약속장소로 제시간에 갔다 하더라도 아이는 무사히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야마쿠라 씨가 시게루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실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약속을 깨뜨린 건 범인입니다." - P106

분명 논리적으로는 구노의 말이 옳았다. 내가 계단에서 발을 헛딛지 않았더라도 아이는 살아돌아올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삼자의 눈으로 본 결과론이자 객관론이었다. - P107

책임이란 결국 주관적인 것이다. 객관론이란 책임 회피의 한편법에 불과하다. - P107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자조적인 심정으로 생각했다. 스기나미서의 다케우치라면 다른 이유를 들어 내 책임을 추궁하려고할 것이다. 미행을 중단시켜서 범인을 코앞에서 놓치게 만든 나를 규탄할 것이다. 돈을 건네기 전에 인질이 죽었을 경우, 차선의 목표는 범인 체포일 수밖에 없다. - P108

"유괴범은 상당한 지능범입니다. 카폰을 이용해서 수사진을방심시켜 미행 반경을 넓힌 점. 중요한 지시를 내릴 때는 반드시 공중전화를 이용했다는 점. 경찰의 뒤통수를 치는 대단히 지능적인 수법입니다.
(중략) - P108

(중략)
말하자면 야마쿠라 씨는 최면술 피험자와 동일한 입장에 놓었던 거예요. 그는 최후의 순간에 야마쿠라 씨가 자신의 지시대로 행동하도록 조건을 만들어나간 겁니다." - P109

"정확한 지적입니다. 그래서 범인은 사야마 공원을 약속 장소로 지정한 겁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지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만, 최종 장소로 지정한 히카와 신사는 히가시무라야마 시와 도코로자와 시 경계, 바꿔 말하면 도쿄와 사이타마 현의 경계 바로 앞입니다. 혹시 1984년에 일어난 구리코 모리나가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 P109

 하지만 결국 경찰의 실수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오사카, 교토, 효고의 합동수사본부와 사가 현경 사이의 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게 원인이었죠. - P110

(중략)
범인은 이런 사례를 사전에 연구해서 도부 현에서 지역간 연결 고리가 약한 곳을 알아뒀을 겁니다. 만약 계획대로 포위망이 뚫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거래 지점을 현 경계로 설정하고 현금을 입수한 후 사이타마현으로 넘어가서 추적을 따돌릴 심산이었던 겁니다." - P110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공중전화부스라면 그 시간에 다른사람이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인적이 드문곳에 있는 공중전화부스라면 아마도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만 걸렸을 겁니다.
(중략) - P111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계산된 거였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딱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치명적인 실수라고요?"
"오늘 찾아뵌 또 하나의 이유가 그겁니다. 열한시 반에 사야마공원 주차장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범인은 어디 있었을 것 같습니까?" - P111

"....저처럼 카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만일 수사의 손길이 범인의 신변에까지 미쳤을 경우, 카폰을 썼다면 통화 기록이 범행 증거로 남으니까요. 그런 위험을 무릅쓸 바에는 공중전화를 쓰는 게 낫겠죠." - P112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이부유엔치 역 주변을 거듭 탐문한 결과, 금요일 심야에 역 근처에서 낯선 골프 차량이 정차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여러 사람의 증언이 일치하니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골프라고요? 무슨 색이었나요?" - P112

"설마요. 그렇다면 아이를 오인할 리가 없죠."
"업무상의 적일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야마쿠라 씨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인물이 떠오르면 알려주십시오. 골프 차량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서 그 방면으로도 수사할 생각입니다." - P113

"형사에게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왜 그런 짓을 했지?"
"이건 제 문제니까요."
장인은 미간을 찡그렸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 P114

"그게 가족 문제라면 어떻겠습니까?"
"가족 문제?"
"미우라 야스시의 주소를 가르쳐주십시오." 다짜고짜 말했다. "아버님이 흥신소를 통해 미우라의 동정을 알아보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장인은 동요한 표정을 무방비하게 드러냈다. - P114

"최근 여기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맞네. 올여름부터 도내에 살고 있어 주소는 그러니까∙∙∙∙∙∙장인이 책상 가장 아래 서랍을 열어서 부스럭부스럭 안을 헤집었다. 그러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걸 의식했는지 갑자기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P115

"여기 있군." 장인은 신상 보고서 같은 서류철을 꺼내더니 바로 서랍을 잠갔다. "나카노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네. 자네 말대로 아직도 골프를 타고 다니는 모양이야."
"보여주십시오." - P115

"어쨌든 성급한 행동만은 참아. 그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면 나한테도 알려주게. 경찰에는 내가 전하겠네. 자네는 그 이상 참견해서는 안 돼."
장인답지 않게 소심한 태도다. 아직도 미우라에게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걸까. 그런 마음을 굳이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 - P116

"아가씨는 누구지? 미우라하고는 어떤 관계야?"
"나? 난 비 오는 밤에 야스시 씨가 주워온 아기 고양이 야옹야옹." 눈을 반짝이며 고양이 시늉을 낸다. 아무래도 머리가 이상한 여자인 모양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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