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이 MMORPG에서는 현실 세계와 매우 유사한 수준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대다수의 게임 사용자가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주요 목표는 ‘성장‘이다. 좀더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남들보다 강해지는 것이다. - P67

해당 게임에서는 캐릭터들이 일종의 ‘직업‘을 갖는데, 각 직업에는 등급이 있어서 등급이 올라갈수록 캐릭터의 능력치도높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변신 카드‘
라고 부르는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하다. 각직업 등급에는 이름이 있는데, 특히 ‘영웅‘이라는 등급은 각 직업이 가질 수 있는 등급 중 최상위 등급이어서 해당 등급을 얻으면 캐릭터의 능력치가 대폭 높아진다. - P68

 사용자는 게임을 열심히 할수록 다양한 변신 카드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변신 카드는 아직 등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얻는다. - P68

이렇듯 영웅 변신 카드는 사용자에게 열심히 게임을 한 대가로 주어지는 큰 보상인 동시에 획득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야구나 축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큰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시점과 기준을 미리 알면 보상이 주어진 이후에 성과가 떨어지는 것이 보상을 충족했기 때문인지 아니면직전에 너무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 P69

우리는 분석 대상 게임에서 영웅 변신 카드를 우연히 획득한 캐릭터들이 해당 아이템을 획득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 각각 한 달 동안의 게임 활동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 P69

우리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실험군에 속한 캐릭터들의 영웅 변신 카드 획득 전/후 게임 활동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측정함과 동시에 대조군에 속한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동일 기간 게임 활동량의 변화를 측정했다. - P70

분석 결과는 흥미로웠다. 영웅 변신 카드를 획득한 집단은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게임에 더 자주 접속했으며,
게임 내에서의 활동량도 늘었다. - P71

 물론 이것은 게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관측되는 현상일 수 있으므로 모든 상황에서 그럴것이라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인센티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되는 실마리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P71

그렇다면 반대로 페널티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할까?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을 ‘손실 회피 성향assaversion bias‘ 이라고 부른다. - P72

그렇다 하더라도 PK는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뿐만 아니라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콘텐츠다.  - P73

반면에 PK는 사용자 사이에 경쟁심이나 호승심을 자극해게임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PK를 당한 캐릭터들은 이후에 게임 활동이어떻게 바뀔까?  - P73

회귀 분석 기법을 사용했는데, 분석 결과에 따르면 PK로 피해를 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오히려 이탈률이 약 7%p정도 낮았다. 다시 말해 PK를 당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 P74

후속 분석의 결과는 이전과 달았다. 악명 높은 캐릭터에게서 반복적으로 PK를 당한 캐릭터들은 이후 게임활동 지표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즉, PK가 게임 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적당한 페널티는 사용자가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끔 자극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 P75

한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공통의 이익을위해 혹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체를 구성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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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라는 말은 이제 일상어가 됐다. 쇼핑 중독, 성형 중독, 운동 중독, 카페인 중독, 일중독 등 의학적으로 중독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P229

행위 중독으로 공식 인정된 것은 ‘도박 중독‘이다. 도박 중독은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개정한 <정신장애의 진단및 통계편람 5판 DSM-5>에서 중독성 장애로 인정됐다(이전에는 충동조절장애의 하위분류인 ‘병적 도박‘으로 분류됐다.) - P230

프로게이머와 인터넷 중독자의 경계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뇌 영상촬영 결과에 따르면 프로 게이머의 뇌는 ‘좌측 대상회‘가 활성화되고,
게임중독자는 ‘좌측 시상‘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좌측 대상회는 계획을세우고 결정하고 조정 · 판단을 할 때 사용하는 부위다. 프로게이머들은정해진 시간과 규율에 맞춰 플레이를 업무처럼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좌측 시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부위다. 게임중독자들은 논리적 사고보다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 P230

인터넷게임 중독 사례 중에서 청소년층의 심각성을 다루는연구가 많다. 특히 남녀의 비율을 보면 남자가 월등히 높다. - P231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가정의 아이들도 게임에 몰두하려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아이 손을 붙잡고 병원을 찾은어머니에게 대뜸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게임보다 재미있는 걸 줘보세요. 어머니는 아이에게 인터넷게임 대신 공부를 시키고싶은 거잖아요." - P231

어떤 아이의 부모가 찾아와서 한 얘기가 인상 깊었다. "가족끼리 사이판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아이가 인터넷게임을 안 해서 놀랐어요."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게임 중독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 P232

최근 스마트폰도 새로운 중독의 범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학문적인 연구나 개념 정립이 미흡하지만 스마트 사회로진입하면서 인터넷보다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싶다. - P232

청소년들은 시시각각 울리는 카톡 감옥에 스스로 갇혀 있으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하이퍼 커넥티드(잉연결)‘에빠져 있다. 게다가 ‘팝콘브레인‘ ‘디지털 치매‘ ‘카페인(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줄임말) 우울증‘ 등의 신조어들도 하나씩 등장했다. - P233

 드론을 사생활 침해에 쓸 것인지, 유해가수가 가득한 공장에서 기계를 스캔하는 데 쓸 것인지를 고민하자는 거다. 디지털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주인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해답은 우리에게 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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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 기일이 다가오지만, 책깔피는 움직일 의지조차 없었다.








우리는 가족에서부터 성별, 민족성, 섹슈얼리티(sexuality, 성적 욕망이나 심리, 이데올로기, 제도나 관습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적인 요소들을 포함)와 같은 요소에 기반을 둔 집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 P33

이러한 분열과 재편성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순환의 주기에서 나타난다. 선거철에는 사람들이 정당의 시정방침에 따라 분열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국가를 위해 화합할 필요가 있다. 관습적으로, 정치 경쟁에서 패한 후보는 과거의 정치적 적수들을 통합하여 공통의 국가적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에 그의 힘을 쏟아부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 P34

2000년대 초반 이후의 선거 운동에서는 선거에서 이기기위해 사회적 집단 내부의 균열을 이용하려는 또 다른 양상이나타나고 있다. 이 ‘도그 휘슬(dog-whistle, 개에게만 들리는 호루라기라는 뜻으로 상황을 아는 사람에게만 뜻을 전할 수 있는 정치적 화법을 말함) 정치는 분열을 조장하는 이슈에 관심을 집중시켜 집단의 분열을 일으킨다. - P34

이 전략은 효과적이다. 사회의 균열을 확장하고, 전통적인동맹 관계에서 특정 집단을 분리해 선거에서 승리를 끌어낼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가 끝났을 때, 그 균열이 스스로 메워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패한 쪽은 상처를 입고, 사람들의 화합을 다시 도모할 수 없거나 도모할 의지가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 P36

비교적 최근의 예로는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들 수있다. 정계에서 백인 사회 집단은 가장 강력하면서 가장 무시당하는 집단 중 하나다. 대선 기간 중(이때는 개를 부르는 호각이때때로 확성기 소리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 집단을 노골적인 목표로 삼은 배경을 살펴보면 꽤 흥미로운 것을 알 수 있다. 백인 정체성에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후보 선호도에 특정 영향을 미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P37

미국 유권자층은 대부분 백인, 기독교 신자 및 노동자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에는 이 사회적 집단들이 대립 구도에놓인 당파적 관계를 의미했을 수도 있다. - P38

2016년 대선은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두고두고 회자되겠지만, 사회적 영향력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선거는 미국의 양당체제가 붕괴의 길로 가는 확실한 이정표가되었다. - P39

정치 단체와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집단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구성원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정체성과 관심사를 가지는 것이나, 배구팀의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우선순위와 관점,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 P40

정체성 위협은 과거 조상들이 포식자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경험했던 것과 같은 생리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위협에 우리의 정신을 집중시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반응인 싸움 혹은 도망의 태세를 갖추도록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은 아마도 여러분의 조상이 위협을 감지하고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데 뛰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 P41

우리는 정체성 위협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집단에 대한 위협, 집단 내 개인의 위치에 대한 위협, 그리고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위협.  - P41

클린턴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들을 ‘개탄스러운 자들로 낙인찍어 그에 대한 표심이 줄어들기를 바랐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의 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소위 이 ‘개탄스러운 자‘들은 자신을 위해 이 표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이용했다. 기득권에 의해 소외되는 집단의 개념을 아우르기 위해 그들이 가진 정체성의 의미를 바꾼 것이다. - P43

한 실험에서 젊은 남성 집단, 특히 강한 남성성을 보이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정체성의 타당성 혹은 긍정적 특수성에 위협을받거나 이상적인 구성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에 위협을 받는경우, 여성에 대한 공격성도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44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깊은 연대감을, 다른 사회적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미움과 불신과 적대감을 품게 될 때, 우리의 사회적 자아는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다. 편협한 사회적 집단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심화시키는 행동은 내부에서도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 P45

우리는 같은 집단에 속한 일원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호감을지니고 화합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집단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대해 집단의 일원들이 생각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면? - P48

우리가 한 사회적 집단의 일원이 되고 그것을 내면화할 때,
스스로 고정 관념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그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음속으로 이미지를그리고, 그 이상ideal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 P48

이러한 문제는 소규모 기업이 점점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주발생한다. 기존의 직원들은 사회적으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있고, 기업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이미 확고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 P48

사회적 집단의 경계에 대한 감시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그 집단과 나 자신을 얼마나 동일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타 집단을 지지하기 위해 지금 소속되어 있는 집단을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쉬운가에도 달려 있다. - P49

 사람들은 자신이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집단에서 누군가가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을 향해반응을 보인다. 비상식적인 행동이 집단 내에서 새로운 ‘규범‘
이 되면 구성원의 자격이나 지위가 위협받거나, 집단을 통해 얻는 존경과 가치가 훼손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P49

 여러분이 다른 두 사람과 함께 공을 주고받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생각해 보자. 그 둘이 여러분에게 공을 던지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처음 두어 번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곧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게임에서 배제되는것이다. - P52

이러한 게임에서 나타나는 배척(게임 참여자에게 꿈이 전달되는 투구 비율로 추정됨)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대인관계 (공격 후은 친절 그리고 개인의 자존감, 감정 등) 척도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흥미로운 점은 배척의행위가 어디에서 발생하는 그 효과는 같다는 것이다. - P52

이 연구는 배척이 그 자체만으로 너무 고통스러운 행위이기때문에 배척의 행위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뒷순위로 밀려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배척을 당하는 순간 우리가 어떤 사회적 집단에 속해 있는가에 주목한다. - P53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특히 그것이 중압감이 크거나 힘든일이라면 우리는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처음 몇 주 동안은집단 구성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걱정한다. - P53

 이 경우에는 집단이 그녀를 거절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집단의 일원들이 자신을 업무적으로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해도 사회적으로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그 집단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생각했다. - P54

따라서 사람들은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배척을 피하기 위해 집단의 가치에 순응하고 그것을 내면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할 것이다. - P54

다시 말해,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집단의 전형에 우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하는 문제가 우리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집단의 전형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취하거나, 집단을 위한 ‘이상‘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다. - P55

는 우리에게 득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일례로, 한 연구에따르면 남녀 공학에 다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들 사이에는 학업 성취도와 인기 간에 반비례 관계가 나타난다. 이는 백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학생들의 인종이 다양할수록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 P55

연구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집단에 순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고, 다른 구성원들이 규칙을 어겼을 때 그것을 가장 능동적,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이들은 집단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 P56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모순이 되는 상품을 구매할 때 이러한 행위에 대해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생일 선물로 첼시 상품을사는 토트넘 팬은 이후 토트넘 관련 옷을 더 많이 사거나 다음경기에 더욱 적극적인 응원을 보인다는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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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보는 곳에서 출판된 책이다.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인가‘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불의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가‘
‘존 스튜어트 밀의 《논리학 체계》 발췌문을 읽고 평하라‘

질문만 읽어도 머리가 아프겠지만 2018년 과학계열 대학을 지망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치른 대입자격시험 ‘바칼로레아‘의 시험문제다. 프랑스는 매년 6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학진학의 관문인 이 시험을치른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200년 넘게 이어졌다. - P5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통과한다. 합격률이 80퍼센트에 달한다. 역사적인 사실과 논증 등을 활용해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적어나가는지를 평가하는데, 불합격자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줘 합격률을 높인다. - P6

바칼로레아가 치러지는 날 프랑스 국민들은 ‘올해는 어떤 시험문제가 나올까‘ 궁금해하고 토론회장에는 학자와 시민들이 모여 시험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들은 인문학에서 삶의 답을 찾고 있다. - P6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기자 조지 앤더스는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라는 저서에서 인문학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돈이 되고 고용을 창출하며 혁신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브루킹스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미국의 전공별 고소득자를 살펴보니 철학·정치학·역사학 전공자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것이다. - P7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펴내게 된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빡빡한삶에 지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통해 자기성찰과 치유의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동시에 인문학에 대한 지적 갈증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작용했다. - P7

《퇴근길 인문학 수업》에는 문학·역사·철학은 물론 신화·음악·영화 · 미술 · 경제 · 과학 · 무기 · 심리치유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사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래서 필진도 다양하다. 문화창작부교수에서부터 정신과전문의, 한문학자, 소설가, 영화평론가, 경제학자,
군사전문기자, 철학자, 중국차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 P8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글쓰기 기술도 소개했다. 박완서의 《나목》, 카프카의 《변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해부하고, 근대로의 전환기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벌어진 혁명이 던지는 의미도 살폈다. 동성애와 사이코패스 같은 논란의 주제도 다뤘다. - P9

다산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을 옳고 그름과 이득과 손해, 네 가지로 구분했다. 가장 좋은 것이 옳은 것을 따르다 이득을 얻는 것이고, 가장 나쁜 것이 그른 것을 쫒다 손해를 보는 것이라 했다. - P178

다산의 육촌 처남인 홍의호는 예조판서로 있었고, 강준흠과 이기경은 다산이 유배에서 풀리는 것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마음을 돌린다면 다산이 유배를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아들의 생각이었다.
다산은 아들의 제안에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홍의호에게 편지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나, 강준흠과 이기경에게 애걸하는 것은 3등급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4등급으로 떨어지게 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 P179

다산은 이 편지를 쓰고 난 후 2년 뒤에 유배에서 풀려났다. 비겁하지 않은 쪽을 선택해 16년을 버텨온 유배 생활을 2년더 했을 뿐이다. - P180

 유배 생활 중 다산이 가장 걱정한 건 자식의 교육이었다. 아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아버지 다산은 아들을 직접 가르칠수 없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성장하는 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항상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늘 독서를 강조하고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가르쳤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곳곳에 독서와 근검을 강조하는 문구가 나온다. - P180

 다산은 아들이 폐족의 후손이 되어 뜻을 세우는 일을 포기할까 걱정했다. - P181

다산의 아들은 과거에 응시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로 벼슬길에 나아갈 수 없는 아들에게 청운의 뜻을 꺾지 말라니 무슨 의미인가? 다산은 과거 공부에 대해 근심하지 않고, 벼슬길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걸 다행이라고 했다. 다산은 글을 알면서도 과거 공부로 인해 폐단이 생기는 것보다는 근본을 세우고 학문에 뜻을 두는 걸 다행이라 여겼다. 오히려 공부하기에 더 좋은 기회이니 힘써 참된 공부에 몰입하라는 것이었다. - P181

 불의를 보고도 스쳐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의롭게 살면 너무 피곤해진다‘는 현실론적 판단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옳은 것을 따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전이나 위인전에나 나오는 거라고 쉽게 넘기려 한다. - P182

이 글은 다산이 52세인 1813년 8월, 다산초당에 있을 때 제자 윤종심에게 써준 글이다. 가난을 걱정해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할까 걱정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가난을 걱정해 자신의 뜻을 꺾지 말라고 당부한다. 많이 가진 것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가난을 두려워할 필요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 P183

또 다른 제자 정수칠써준 글에는 "제비 새끼가 알에서 나오에게면 날벌레들이 들판에 가득하며, 하늘이 만물을 낳을 때 먹을 것도 함께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 P183

되돌아보자. 먹고사는 문제를 핑계 삼아 불의를 선택해 누군가를 배반하거나 거짓에 동조한 적은 없는지. 동료의 의로운 투쟁을 방관한 적은없는지. 사소한 이익에 양심을 팔았던 적은 없는지. - P184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도리를 강조한 다산은 스스로 세운 원칙을지키며 살았고, 아들과 제자들에게 항상 올바르게 살라 강조했다. - P184

주홍글씨라는 단어는 ‘낙인이 찍혔다‘는 뜻으로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주홍글씨>에서 비롯된 용어다. 과거 1만 년 동안 의학계에서 주홍글씨로 표현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한센병‘이었다. - P215

한센병에 대한 기록은 성경의 <구약>에서도 찾을수 있는데, 기록에 따르면 사회적 격리, 차별과 낙인은 그들에게 당연한 형벌이었다. - P215

문둥 환자는 옷을 찢고 머리를 풀며 윗입술을 가리우고 외치기를 부정하다 부정하다 할 것이요. 병 있는 날 동안은 늘 부정할 것이다. 그가 부정한즉 혼자 살되 진 밖에서 살찌니라.

레위기 13:45-46 - P215

 일제강점기에 들어서야 선교사들이 이들의 생활과 치료를 위한 수용시설을 만들었다. 조선총독부는 격리, 수용의 목적으로 이들을 잡아다 섬에 가두었는데, 이 섬이 바로 소록도다. - P216

의학적 주홍글씨는 또 있다.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이다.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알려진 AIDS는 1990년대국내에 혐오스럽고 끔찍한 불치병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동성애자들의 문란한 성관계가 원인이며 종교적으로는 인간의 타락에 대한 신의 강력한 단죄이므로 끔찍한 천형이라 하기도 했다. AIDS가 의학의 능력 밖인 불치병이라 한들 병은 병일뿐이다. 그런데 왜 종교적·도덕적 낙인까지 찍어가며 그들을 단죄했을까. - P217

AIDS에 대한 두려움은 의료계에서도 존재했다. 2000년대 초 모 대학병원에 정신과 질환을 앓던 AIDS 환자가 입원하려 하자 정신과 병동의료진들은 환자를 못 받겠다며 입원을 거부했다. 그러나 교수님의 설득으로 환자는 입원할 수 있었다. - P217

 현대의학에서는 AIDS를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당시의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했다. - P218

한국 사회에도 정신과 질환에 의학적 주홍글씨가 찍혀 있다. 정신과 질환은 WHO의 ICD-10 (국제질병분류 제10개정)에서 F코드를 달고 있다. 병원 치료를 받을 경우 사보험의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보험회사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와 서류에 적힌 만국 공통의 공식적인 질병명이 필요하다. - P218

일부 사보험에서는 F코드 치료 경력이 있으면 보험 가입을 제한하기도하며, 정신과 치료는 보험금 지급이 아예 안 되는 경우도 많다.  - P218

"정신과 기록 때문에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나요?" 나의 답변은 이렇다. "대통령 선거에 나가면 반대 측 진영에서 물고늘어질 수 있습니다. 수배 중인 범죄자가 되어 경찰이 병원에 영장을 들고 오면 어쩔 수 없이 진료기록을 내놓아야 합니다." - P219

 그런데 정신병이라는 낙인 탓에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내 가족 중에도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털어놓는 것 이상의 위로는 없었다. - P219

본인이나 가족이 내과와 관련된 병에 걸리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주위에서도 문병을 오고 위로도 건넨다. 그러나 정신과 질환은 다르다.
‘미쳤다‘ ‘정신 나갔다‘라는 모욕적인 표현이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인식을 대변한다. - P219

 조현병환자가 벌인 강남역 살인사건 등 심각한 사회부적응 사건이 터지면 이같은 인식은 더욱 굳어진다. 실제 중증환자를 정신과 병원이나 정신요양원으로 보내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경우가 많다. - P220

그러나 아직도 질병의 분류기준은 의사 중심이다. 의사들 간의 소통과 상호동의를 거친 진단 및 치료 처방의 근거를 찾기 위한 진단분류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우울증 진단은 우울감, 무기력증, 불면등의 증상을 ‘우울증‘이라는 진단 하나로 수렴해버린다. - P220

F코드를 붙이기 싫어하는 환자들은 "네가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아니고 체질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있는 거야" "인간관계에서 좀 어긋나서 그래"라는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 이것이야말로 코드를 붙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객중심적인 접근이다. - P221

▪︎2016년 9월 28일, 입원상의 서류미비로 정신과 전문의 67명이 정신보건법 위반 행위로 입건, 그중 37명이 기소됐다. 그들은 2017년 5월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 이후, 2018년 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 P221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입니다. ‘
2017년 9월 작은 클리닉을 오픈하면서 현수막과 대표전화의 자동 응대 첫인사 문구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슬로건이다. 정신과 문턱이 낮아지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병원의 공식 명함에도 노란색 바탕에 이 문구를 크게 적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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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는 것이 좋을 건데 귀가 아파 그러지 못 하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실패로 좌절하거나 세상의 칭찬에 으쓱해져 한눈팔지 말고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
구스타프 말러 - P244

예술가들의 일생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들이 영위하는 평범한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장에서 소개할 구스타프 말러의 삶은 그중에서도 조금 유별났습니다. - P247

제가 말러를 이해하게 된 계기는 그의 가곡을 연주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사실 그의 가곡을 반주하려면 그가 교향곡에서 자주 사용했던 관현악 기법을 이해해야 하고, 그 이해까지 가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말러의 음악은 처음에 빠져드는 것이 어렵지 한번 매력을 발견하고 나면 당최 헤어나오기어려운 마성의 음악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말러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출구가 없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P248

 그의 진지하고 철학적인 성정에 비추어보면 어울리지도 않은 자리였거니와 그가 만족할 만한 자리도 아니었지만, 말러는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없이 그곳에서 지휘자로 생업을 이어갔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그는 스스로 자신의 최초 작품이라고 말했던 칸타타 <탄식의 노래>를 발표합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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