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 록 은행이 국유화되고 은행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선 지채 일 년이 되기도 전에, 전 세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유로 긴 줄을 섰다. 2007년 6월 29일, 애플Apple이 아이폰 iPhone을 출시한 것이다. 젊은 독자들은 아이폰이 가져온 변화를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이폰 출시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존재하기는했지만, 블랙베리 Blackberry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 P67
아이폰도 블랙베리와 마찬가지로 업무와 의사소통의 수단을 주머니 속에 넣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폰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리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아이폰이나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면 버튼 하나로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우버Uber 같은 택시 호출 서비스도 없었을 것이다. - P67
핏빛Fitbit 같은 웨어러블 기술의 등장은 스마트폰 없이는 불가능했거나, 아니면 개발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회의장으로 걸어가면서 급히 서류를 편집하거나, 극장 좌석에 앉은 채 술을 주문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 P68
하지만 인류의 행복을 위한 이러한 장족의 진보조차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의 등장이라는 또 다른 변화 앞에서는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 P68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이동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부피가 크고 배터리 수명이 짧은 컴퓨터라는 기기에 국한되어있었기 때문에 파급 범위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마트폰의 등장, 그리고 특히 학생과 청년층 인구의 광범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오늘날 페이스북은 보편성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되었다. - P69
주변인들에게 나의 일상생활에 대해 자랑하고 싶다면 페이스북이 제격이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정치에 대해 토론하거나 미국 대통령의 속내를 알고 싶다면 트위터 Twitter가 적당할 것이다. 또한, 친구나 유명인 또는 어느 쪽도 아닌 타인의 사진 수천 장을 보며 여러분 식단의 심미적 상태에 대해 낙담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안성맞춤이다. - P69
이를 나쁜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온라인 환경에서 우리의 사회적 본능(주위를 둘러보고, 본 것을 통해 학습하고, 타인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발현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정보와 상호작용에 대한 갈망은 우리를후퇴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 P70
과도한 경쟁과 규칙에 얽매인 비현실적인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의식 절차와 추문에 휩싸인 귀족들은 루이 14세를 견제할 겨를이 없었다. 태양왕 루이 14세 시대 이후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이들의 궁정 생활은 우리에게도다소 친숙한 면이 있다. - P70
한편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영국과 미국에서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각각 85퍼센트와 77퍼센트였으며, 이는 2011년의 5퍼센트와 35퍼센트에서 상당히 상승한 수치다. - P71
예를 들어, 인간은 끊임없이 비교 대상을 찾으려는 본능을통제할 수 없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애슐리 윌랜스AshleyWhillans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욱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일관성 있게 믿는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는 집단의 무리를 따라잡기 위해 (이들도 똑같은 걱정을하겠지만) 더 많은 친구와 더 높은 호감, 더 많은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허우적거린다는 것이다. - P71
사회적 정체성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시도는 전혀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 대전과 그 후 냉전시기에는 양측의 선전물이 예술의 형태로 발전하며 상대의 의심을 더욱 부추겼다. - P72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을 조종할 수 없다면, 이들이 어느 정도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봐야 한다. 상품을판매하려는 자들에게 서비스 사용자의 관심을 파는 것이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의존하고 있는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 P72
이러한 연구에서, 일상적인 행동의 영향력은 존재하긴 했으나 미미했다. 또한, 동일한 사람이 어떤 콘텐츠를 더 많이 공유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더 높아진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우리는 친구와 우리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주는데까지만 기꺼이 반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P74
하지만 투표를 했다고 밝힌 친구들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영향이 있었다. 투표 가능성이 0.39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 P75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고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친구들에게자신이 선거에 참여했다는 것을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투표 완료! voted‘ 스티커를 게시하며 얼굴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 스티커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만 배부되었다. - P75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열 명 정도의 가까운 친구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2010년 선거에서 이러한 개입으로 증가한 전국의 투표수가 34만 표에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76
한편, 페이스북 연구자들은 공유라는 행태가 가진 부정적인측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이라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 P77
연구자들은 허위 정보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수고를 덜어내는 한편,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특정 소문이 거짓임을 밝히는 스놉스(Snopes, 온라인 팩트 체크 사이트)의 링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을 때, 해당 링크가 어떻게 퍼지는지 조사한 것이다. - P77
반면, 공유 횟수가 많은 가지는 더 멀리 뻗어 나간다. 부수적인 공유를 통해서도 각각의 가지가 생성되는데, 이 가지들 또한 즉시 사라지거나 더멀리 확산될 수 있다. - P78
그 결과, 소문의 확산은 빠르게 진행되지만, 반박의 효과 또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평균적으로 약 10분 안에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반박문을 읽게 되면, 이것은 소문의 확산을 막거나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진실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P79
그러나 페이스북 연구진이 조사한 소문 폭포의 물줄기 중에서는 단 15퍼센트만이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나머지 소문은 진실 여부의 확인 없이 계속해서 퍼져나갔다. - P79
페이스북이 사용료를 징수할 것이라는 내용의 밈, 또는 그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나쁜 목적으로 사용자의 데이터를사용하겠다는 밈 등의 거짓이 전반적인 진실에 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 P80
하지만 거짓의 양과 이것이 확산되는 속도는 사회적 환경에서 배워나가는 우리의 능력을 갉아먹는다. - P80
유르착이 이야기한 것처럼 ‘과대 표준화ypernormalization‘ 가 확립되면, 우리는 무언가의 대안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 P81
과거에는 음모론자들의 영역으로 치부되었던 것이 최근 들어 간과하기 힘들 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히브렉시트 국민 투표와 2016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거짓의 양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 P82
미국과 영국의 정보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가짜 뉴스의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이 증거는 우리의 사회적 자아가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인터넷 기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P82
보안국과 사법 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이 소셜 미디어 상의 허위 콘텐츠 양산에 책임이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가짜 뉴스를 게시하는 계정 대부분이 보유한 ‘실제‘ 팔로워 수는 극소수, 또는 0에 가깝다. - P83
특정 시점이 지나면, 새로운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이 모든 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거짓이며,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P83
이러한 현상은 브렉시트 국민 투표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EU 탈퇴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는 러시아 트롤들은 EU 잔류 캠페인을 깎아내리는 가짜 뉴스를 게시했고, EU를 탈퇴했을 때의 이익과 잔류했을 때의 불이익에 대해 과장하여 떠들어댔다. - P83
아래의 전단은 영국이 EU를 탈퇴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결과를 약술한 것으로, 영국의 각 가정으로 배포된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것은 영국의 공무원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언은 분명하고 객관적이었으며, EU 탈퇴 캠페인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 P85
사실에 기반을 둔 뉴스는 가짜 뉴스 뉴스의 출처는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에 따라 어떤 것을 읽고 어떤 것을 믿을지 선택한다. 즉,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사실에 가장 잘 부합하는 뉴스를 고른다는 것이다. - P86
교수의 이론이 맞다면, 분석적 집단은 그들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짜뉴스를 믿을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과 달랐다. 그는 ‘뉴스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진짜 뉴스와 가짜뉴스를 더 쉽게구별했다. 심지어 뉴스 헤드라인이 그들의 이념과 부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러한 경우, 진짜 뉴스와 가짜뉴스의 구별이 더욱 용이했다. 즉,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속는것은 동기에 기반한 추론 때문이 아니라 추론의 부재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 P87
만약 랜드 교수의 연구가(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황량한풍경에 한줄기 햇살을 드리우는 격이라면, 우리의 사회적 자아는 이미 아무런 방어막도 없이 남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우리가 보는 정보를 목적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조작하는 행위가 만연하다는뜻이다. - P87
가령 ‘회사에서 보낸 하루‘라는 게시물보다 ‘바베이도스 Barbados에서 보낸 멋진 휴가 #blessed‘라는 제목의 사진이나 ‘승진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우선시하며 사회적 비교에 대한 사용자들의 욕구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 P88
2014년, 페이스북은 수많은 사용자와 논평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실험의 내용은 개인적 정보를 과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에서조차 가히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 P88
그 결과, 행복한 내용의 게시물을 본 집단의 경우 그들도 행복한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본 게시물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연구가 대중에 알려지자 페이스북은 이러한 실험을 했다는 것, 혹은 사람들의 감정을조종하려 했다는 것을 이유로 크게 비난을 받았다. - P89
이 데이터는 2015년 5천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서 불법 수집된 것이었다. 이에 전직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직원 크리스토퍼 와일리 Christopher Wylie가 내부 고발자로 나섰는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데이터는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악용하고 그들 안에 있는 악마를 목표로 삼는데‘ 이용되었다. 목표는 분명했다. 잠재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그들의 정체성과 공포를 이용한 광고를 보여주어 표심을얻고, 클린턴 지지자들에게는 투표 본능을 억누르는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동원된 방법 중 가장 정교한 방법일 것이다. - P90
진들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불법 수집된 데이터의 사용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사람들은 이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소셜 미디어의 힘이 너무 크고 통제하기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 주장을 무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 P91
이제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닙니다‘라는 광고를 실제로 내보낼 만큼 위협을 인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인들과 각국 정부는 페이스북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페이스북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페이스북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 P92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은행을 규제할 방식을 마련하지 못했다. 플랫폼과 은행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은행이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추적이 쉽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부각된 사회적 자아가 민주적 제도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이미 진흙탕이 된 민주주의를 더욱 탁하게 만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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