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이 잘 안 들어오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인 줄 알았다.

철저한 훈련과 노력의 결과로 홈런 70개를 치는 것과, 스테로이드나 유전학 기술 덕분에 강화된 근육의 도움으로 홈런 70개를 치는 것은 엄격히 다르다. - P43
운동선수의 성취에 대한 존경심이 줄어들거나 존경의 대상이 운동선수에서 의사로 바뀐 것은 강화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반응을 의미한다. - P44
이 관점에 따르면, 강화는 인간의 주체적 행위 human agency를 훼손하기때문에 인간성을 위협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인간의 행위를 전적으로기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 및 도덕적 책임과 상치된다는 관점이다. - P44
그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러한 기술이 일종의 과도한 행위 주체성을 다시 말해 우리의 목적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 본성을 비롯한 자연을 개조하려는 프로메테우스적 열망을 대표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인간의 기계화가 아니라 자연과 본성을 정복하려는 충동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인간의 능력과 성취가 우리각자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관점을 놓치고 있으며 심지어 그런 관점을 파괴할 수도 있다. - P45
삶을 주어진 선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재능과 능력이 전적으로우리 행동의 결과는 아니며 완전히 우리의 소유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능력을 개발하거나 발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는 해도 말이다. - P45
이 같은 관점을 완전히 배제하고서는 인간의 활동과 성취에서 어떤점을 존경하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 P45
그런데 이 두 선수가 운동능력을 강화하는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선수에게서 더 심한 환멸을 느끼는가? 스포츠의 이상에서 어느측면이, 즉 노력과 재능 중에 어느 쪽이 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여기는가? 어떤 이들은 노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 P46
그러나 스포츠의 핵심은 노력이 아니라 탁월한 성과다. 그리고 탁월한 성과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타고난 재능을 보여주는데 있다. 그 재능을 가진 선수의 행위는 아니다. - P46
이런 관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스포츠에서건 인생에서건 성공이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얻어야 할 무언가라고 믿고 싶어 한다. - P46
우리는 이러한 심리적 불편함에 직면하여 노력의 도덕적 중요성을 부풀리고 타고난 재능의 의미를 평가절하한다. - P46
방송에서는 흔히 운동선수가 이룬 위업 자체보다는 그가 힘든 고난과 장애를 극복한 가슴 아픈 이야기, 부상, 힘들었던 성장 과정, 또는 고국의 정치적 혼란을 딛고 우승하기까지의 눈물겨운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 P47
만일 노력이 스포츠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이상이라면, 강화는 훈련과 피나는 노력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노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 P47
유전공학으로 경기력이 강화된 운동선수의 진짜 문제는, 자연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계발하고 발휘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인간 활동으로서의 스포츠 경쟁을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 P47
타고난 재능을 계발하는 것과 인공적 기술로 그것을 변질시키는 것을 가르는 구분선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초기 육상선수들은 맨발로 뛰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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