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할 빚 때문에 끝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농부의 장례식장에 갔었다. 나는 울부짖는 미망인의 하소연을 들어 주는 것밖에는 달리 해줄 수있는 게 없었다. <당신이 내 입장이었으면 어떤 기분이 들었겠는가?>(・・・……)다른 여러 국가의 농민들도 자살한 농민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우리는 덤핑, 급증하는 수입농작물, 정부예산의 부족 등의 문제를 다같이 떠안고 있다. ・・・・・・) 국제 곡물 가격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많은저개발 국가들에 기아가 만연해 있다는 보도를 방송에서 접하고 나는 여태큰 시름에 잠겨 있다. (Rosset, 2006, p. xiii에서 인용, 강조 표시는 원문 그대로다) - P23
2003년 9월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 무역 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릴 때 배포된 팸플릿에 실린 글의 한 대목이다. 이 팸플릿을 작성한 한국농민 이경해 씨는 국내에서 농민회를 결성하여 농민 운동을 펼쳤고, WTO를 맹렬하게 비판하며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을 일깨웠다. - P23
이경해 씨가 팸플릿에서 지적한 대로, 저가 식품은 발전과 동일시될 수 없다. 국제 곡물 가격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정책들이 세계 대부분의 소농들의 발전을 방해했고, 여전히 방해하고 있다.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 P24
정통파 개발 이론가들은 소규모 농업을 곱게 본 적이 결코 없었다. 너무 노동집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들에 따르면, 농민의 신체는 공장 노동을 해야 더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농민들을 비생산적인 농업 부문에서 해방시켜 공장에 투입해야 한다. - P24
저가 식품은 증가하는 비농업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식료품 가격 상승을 막아 도시 이주민이 초기에 받는 저임금을 상쇄해준다. 농민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부를 지방에서 도시로 재분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 인구의 도시 이주가 증가할수록 ㅡ도시에 일자리가 있다면 도시로 이주하지 않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ㅡ 생활 수준 향상을 경험하는 이들도 증가할 것이다(Lewis, 1954; Johnston과 Meller, 1961) - P24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면 기대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 발상을 보여 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 P25
개도국들의 비농업 부문이 농업의 <굴레>에서 해방된 잉여 노동 인구를 충분히 흡수할 만큼 빠르게 성장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난민신세가 된 농민들을 흡수하기 위해 하나의 공업 부문을 구축하는 것은 이미 확립된 기반 시설들이 - 특히도로,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전력 공급,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시스템 등 -있음을 전제로 한다. - P25
명심하자! 미국 같은국가에서는 소규모의 가족 농장들이 <경제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싹쓸이당하지 않았다. - P25
세계적으로 농업 종사자의 수는 25억 명으로 추산되며, 세계은행 발표(2007, p. 1)에 따르면 개도국 빈민은 네 명 중 세 명 꼴로농촌에 거주한다. 이보다 더 빈민에 우호적이고 개도국들의 필요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개발 전략은 생각해 내기 어렵다. 간단히 말해, 농업에 들인돈은 잘 쓴 돈이다. 농업의 규모가 아무리 작다 해도 그러하다. - P26
개도국들에서 농촌 빈민을 무시하는 현상은 국제 정책에서 <도시 편향>의 증거로 지목받아 왔다. 마이클 럽튼에 의해 널리 알려진 <도시 편향>이라는 용어 (Michael Lupton, 1977)는 제2차 세계 대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개발 및 국제 농업정책을 담당한 집단들이 빈국의 농촌 지역 계층에게 자원을 적게 할당하고 그들에게서 잉여 자원을 추출하려는 편향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 P26
민주주의 국가라면 투표권자들 가운데서도 중요 부분에 속한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정책이 지속되지 않게 하는 메커니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 말이다. - P27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는 인구의 80퍼센트가 농어촌에 살고 있음에도 정부 예산의 80퍼센트가 도시 지역으로 쏠리는 실정이다(Patel, 2009, p. 241).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의 농어촌 지역민들은 지리적으로도 권력 중심부에서 소외되어 있는 데다, 서로 격리되어 있어 단체 행동을 행사하기 어렵다. - P27
대한민국, 타이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에서는, 공산주의 반란이 농어촌에 근거를 두고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감지한 정치적 엘리트들이 역사적으로 자국 소농들의 이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Bezemer와 Headey, 2008, p. 1348). - P27
개도국이라면 국제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취하기에 앞서 우선 자유 무역을 무기력하게 하거나 왜곡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자유 무역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모든 정책을 폐기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 P28
개도국에서 농업에 반대하는 도시 편향은 선진국 세계의 농업에 유리한편향의 산물이기도 하다(Bezemer와 Headey, 2008, p. 1350; Kay, 2009, p. 114). 선진국에서는 농장 노동자 1인당 매년 미화 6,000~1만 달러까지지불할 수 있다(Bezemer와 Headey, 2008, p. 1350). 반면, 일반적인 아프리카 정부에서는 농장 노동자 1인당 매년 미화 10달러 이하를 지불한다(Bezemer와 Headey, 2008, p. 1350). - P29
비교 우위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있다. 각국이 모두 똑같은 상황에 있지않으므로 평등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그들에 대해 뭔가 특별한 것(각종 자연적인 이점들을 지닌다. - P29
더 최근에는 한 국가의 저렴한 노동력이나 느슨한 환경 법령과 같은 현상들을 언급한다. 이것은 비교열위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용어가 아닐까? - P29
더 밀접한 것은, 예컨대 미국 같은 국가가 그들의 농민에게 다른 세계에 대한 비교 우위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인 것이다. 오늘날 비교 우위는 직접적인 지불, 보조금, 관세 같은 것을 통해 만들어질 수있다. 요컨대 부유함이 능력인 것이다. - P30
국경이 무역을 위해 열리기 전, 수출농산물 양은 일반적으로 개도국에서 생산된 농업 수익의 대략 10퍼센트로 책정된다. 이 수출 수익의 막대한 과반 이상은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수의 대형 농장으로 간다. 반대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90퍼센트의 이익은 개도국) 소농들의 손으로 활로를 개척한다(Rosset, 2006, p. 82). - P30
그렇다면 이들 국가(개도국)가 교환의 대가로 포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그들이 선진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을 포기한다. 바로 시장접근성이다. 그들(개도국)의 토지 대부분을 소유한 일부 지배계층에게 (해외의) 더 큰 시장 접근성을 주는 대가로, 이들(개도국) 정부는 그들의 소작농민을 엄청난 보조금과 기술력의 도움을 받는 대규모의 서부 농민들과 직접 경쟁하도록 맞붙인다. - P30
만약 전 세계의 소농이 더 시장 중심적으로 바뀐다면 경쟁력 있게 살아남으리라는 이러한 지적이 예컨대 세계은행 (2007) 같은 곳에서 발표된 바 있다 - 믿음도 존재한다. 이러한 전략은 <재전환reconversion〉이라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 P31
북미 자유 무역 협정NAFTA에 가입한 후 구조 조정을 겪어야 했던 당시멕시코 농민들의 경험을 살펴보자. NAFTA는 최대 1500만 멕시코 소농들을 내몬 것으로 알려졌다(Bello, 2009, p. 49). 흔히 드는 예로, 신자유주의 기획자들은 강제적인 지위 해제로 소농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보는 반면, 근근이 먹고살 만한 농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진>이후에 그들의 노동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사람은 훨씬 적었다. - P31
우선,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 옥수수 농지 1헥타르당 약 미화 210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데 비하여, 비전통적인 품목들은 일반적으로 헥타르당 훨씬 더 높은 금액이 필요하다. - P31
또한, 국제적이고 기술적인 생산 표준에 관한 장벽들도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식품은 미국 농무부USDA - 공인된 포장 기지 거쳐야만 한다. 식품 사슬의 추가적인 연결 관계들은 수출 시장를에서 사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늘린다(Bello, 2009, p. 49~50). - P32
이어지는 기준들을 감독하는 대부분의 인증 기관들은 부유한 국가에 위치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프리머스랩은 멕시코 북서부의 과일과 채소의 68퍼센트를 인증한다(Narrod 등, 2008, p. 361). - P32
생산 표준을만족하는 필요한 투자(예를 들어, 장비나 건물)를 제공하지 못한 소작 농민들은 다른 나라에 있는 기관에 의해 벌금이 부과되며, 이런 이유로 수백, 수천의 아프리카 소작 농민들이 농업 사업에서 빠져나가게 될 전망이다. (어쩌면 케냐 농민들은 제외된다. 박스 2.1 참조) (Fuchs 등, 2009, p.49), - P32
하지만 현지의 현실은 이런 철학을 배반한다. 이는 대부분의 농부가 비합리적(나는 열심히 일하는 집단을 <비합리적>이라고 부름으로써 폄하할 생각은 없다)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잘 자리 잡은 이 농민들에겐 필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 P33
정부의 보조금과 관세. 어떻게 이처럼 무역을 왜곡하는 노골적인 관행이 WTO 같은 기관들이 책임지고 통제하고 있음에도 계속되고 있는가? - P33
앰버박스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이 별로 없다. 해당 조치들은 WTO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므로, 부국들은 시장을 왜곡하는 온갖 조치들을 녹색의면사포로 포장하여 그래서 자랑스레 그 조치들이 교역 관계를 왜곡한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위장해 왔다. - P35
미국, 유럽 연합, 일본이 전 세계 그린박스 비용의 87.5퍼센트를 차지한다(Maini와 Lekhi, 2007, p. 176). 이들 <결별> 지불(지불은 생산 수준과 독립적이며, 그러므로 교역 비왜곡적이라고 불린다)은 무제한의 수준까지 존재할 수 있다. - P36
반면에 가격은 덜왜곡된 시장에서 농민들에게 적게 생산하거나 다른 것을 생산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므로 그린박스 조치는 시장을 왜곡한다. 이것은 심지어 생산의 비용이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까지도 (과잉) 생산하고 이익 얻기를 계속하도록 허락함으로서 농민이 시장 신호에 대해 눈감게 한다. - P36
한 연구는 농업 부문 관세의 50퍼센트 감소가, 개도국 국내 총생산량을 미화 400억달러만큼 늘려 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추정한다(ABARE, 2001). - P37
저가 식품은 수백만의 소규모 농민들 중 수십, 어쩌면 수백 정도를 업계에서 내몰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괜찮다고 확신할 수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세계화된 세상에서 식량 독립적인 상태로 남는다는 것은 불필요하다. 정말로,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식량 독립은 노동 및 자원 할당의측면에서는 총체적인 비효율을 낳는다. - P37
그들은 그들의 식량안보를 대부분의 경우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 가능한 미 농업생산품에 의존함으로써 보다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Bello, 2008, p. 452에서 인용).> - P37
미국의 수출에 관해 농업 및 교역 정책 기구IATP가 이끌어 낸 계산은 다음과 같다. 1997년과 2003년 사이 수출품 중, 미국 농민들의 평균 판매가격이 생산비 이하였던 비율은 전체 밀의 37퍼센트, 전체 대두의 11.8퍼센트, 전체 옥수수의 19.2, 전체 목화의 48.4, 전체 쌀의 19.2퍼센트였다(IATP, 2005, p. 2). - P38
예를 들어, 영국 정부가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방글라데시의 수출 약 75퍼센트가 섬유에 집중되어 있고, 그 수출품의 90퍼센트 이상은 미국 및 유럽 시장을 향한다(부분적으로 이는 방글라데시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다) (British Council, 2009). - P38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연합 같은 곳들에 비해 교역 제제로부터 잃을 것이 더 많다. 후자에 비해 전자에게 교역 정책에 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하기 때문이다(Rosset, 2006, p. 42). - P39
방금 막 논의했다시피, 비록 유연성의 상실정도는 공정한 분배와는 거리가 멀지만, 서로 다른 나라의 시장들이 점점더 상호의존적이 되어감에 따라, 정부는 민주적으로 잘 아는 국내 정책기관을 설립할 유연성을 잃어 가고 있다. - P39
이 모든 것의 최종적인 결과는 식량 의존이다. 1950년과 1970년 사이, 어떤 곡물 수입도 받아들이지 않던 개도국들은 세계 수입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Friedmann, 1990, p. 20). - P41
중독은 미국에서 오는 수입품으로부터 시작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뉴턴 가격 보조 프로그램 때문에 엄청난 양의 밀 재고를 갖고있었다. - P41
미국 정부는 개도국들에 밀을 <무료 판매>, 즉 미 공법480호(<식량 원조>로 알려진)에 따라 높은 보조율로 제공했다. - P41
1950년과 1976년 사이, 1인당 밀 소비량은 개도국에서 6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밀이 없는 시리얼의 일인당 소비량은 20퍼센트가 증가한 반면, 근본작물(많은 개도국의 전통적인 주요 작물)은 20퍼센트 감소했다. - P42
우선, 미국은 그들의 밀 과잉 재고량을 처리하고자 했다. 그것은 자국 농장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되었으며, 편리하게도 외교정책과 인본적인 목적이 섞여 동시에 벌어졌다. 미국 정부는 마셜플랜을 통해, 교역을 증대시킬방법으로 미래의 수입업자들이 당장 달러화가 부족해도 상관없도록 외교 원조를 만들어 냈다. 1954년이 원조는 미 공법 480호를 통한 식량 원조를 그 방법으로 채택했다. 이어 제3세계 국가들은 저가 식품을 반겼고, 미국정부로부터 보조받는 밀 수입품에 힘입어 도시 근로 계층을 생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해리엇 프리드먼 - P42
생산품이 값싼 수입품으로 손쉽게 교체될 수 있는 부문에서 직접적인자금을 빼낸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그럴듯하다. 그러나 값싼 수입품의 물줄기가 다 말라 버리면 어찌해야 하는가? - P42
시장이 저비용의 농산품을 공급하리라는 신뢰는 해를 거듭할수록 생겨날 가망이 사라진다. 소비에트 연방이 1972년과 1973년 사이 유래 없는 규모의 곡물을 미국으로부터 사들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주목해 보자.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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