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도 추악한 짐승이다. 연고자 없는 노인에게 기생하는 습성이 있어, 그들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겼고, 사후에는 재산을 가로채왔지. 지금까지 최소 세번은 그랬다는 걸 알고 있다. 세 번째 범행 후 ‘어쩌면 저 부부…………‘ 하고주위에서 숙덕거리자 냉큼 모습을 감추고 계속 숨어 지냈지만 이 덴스케가 놓칠줄알고? 당신 두 사람도 목숨으로 갚도록‘ - P328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 건가?" "고용주의 지시로 CD-ROM에 녹음한 음악을 컴퓨터로들었습니다." - P328
‘통보는 이상이다. 당신들의 죄목에 대해 간결하게 정리했는데, 실태는 전부 파악하고 있어. 어떻게 비밀을 알아냈느냐고? 인터넷의 바다에서 수집했지. 소문만 찾아낸 게 아니라 확실히 검증도 했고 증거도 있다. 컴퓨터 세계의 패자인 내게는 뛰어난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재력이있기 때문에 가능했지. 각자의 죄를 더욱 상세히 알고 싶다면 본인에게 물어보도록 저승길 선물로‘ - P329
구로세와 모바라 쓰토무가 방에서 나가려는 순간, 이변이 생겼다. 이시무라가 윗몸을 좌우로 흔드나 싶더니 무너지듯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 P329
‘그런 줄도 모르고 들떠 있던 당신들 초대 메일에 적어놓은 대로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아닌가? 이곳은 강한 자의자의적 행동이 어디까지나 용인되는 울트라 자유주의 국가. 인생에 승리한 당신들이 아주 좋아하는 자업자득의 세계. (후략)‘ - P330
경련이 멈춘 이시무라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남보다 무거운 침묵이 한동안 다이닝을 지배했다. - P331
"저기에 독이 들어 있었던 거예요. 이시무라 선생님, 커피를 한모금 마시자마자 몸부림치기 시작했어요." 그 말을 듣고 커피를 시킨 사람들이 겁을 집어먹었지만신체적 이상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 P331
"설탕 종지에 독이 들어 있었다면 수상한 건 주방에서 저걸 가져온 당신 부부야. 어떻게생각해봐도 그렇잖아. 당신부부도 우리처럼 비난받았지만 그건 우리를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위장이고, 덴스케의 수하일지도 모르지." - P332
"아닙니다. 여러분이 음료를 다 마시고 자리를 떠난 뒤, 저설탕 종지가 테이블 위에 그냥 방치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독을 넣은 거겠지요." - P332
"뻔하지 않습니까, 구로세 씨, 덴스케라는 작자가 조용히나타나 넣은 거지요. 우리를 몰살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선언했잖습니까." "여기에 덴스케가 있다고?"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한 명씩 죽일 작정이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게 분명합니다." - P333
"선생님 시신은 나중에 방으로 옮겨서 안치하겠습니다. 여러분, 괜찮다면 저를 따라오세요. 함께 행동하는 게 좋습니다." - P333
"역시 이런 것이었군." 후타쓰기가 혀를 찼다. "오지 못한동생도 이 섬에 있는 것처럼 말했으니 덴스케 본인이 마이크 앞에 앉아서 말하는 건 아닐 줄 알았어." - P333
"칫, 덴스케의 컴퓨터를 여기저기 만지고 말았어. 범인이지문을 남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겠지만 경찰이 화를 내겠군." - P334
"아니, 그 방법밖에 없지만 이 상태에서 경찰을 부르면 그들도 아까 그 메시지 내용을 알게 됩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마구잡이로 비난한 그 메시지 말이에요. 당신도 심한 소리를 들었는데, 괜찮다는 말이지요?" - P334
"저희 부부에 관한 고발은 근거 없는 날조입니다. 부디 경찰에 연락해주십시오." 단호히 말했지만 그 이마에는 비지땀이 맺혀 있어 격렬한동요가 눈에 보였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걸도록 하지요." - P335
"그럼 저희는 이 섬에 갇힌 겁니까? 저희를 태워준 배를어떻게든 다시 부를 수 없을까요?" - P336
"그래요. 하지만 어려울 거예요. 여기 올 때 선장인지 사공인지, 그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저 섬 근처에는 묘한 해류가있어서 평소 접근하는 배가 없다‘고요. 저는 라운지 창문으로 쭉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말 한 척도 지나가지 않았어요." - P336
"끔찍한 얘기지만……… 그 기묘한 메시지는 저희를 한꺼번에 죽이지 않고 한 명씩 죽이겠다고 했어요. 설탕 종지에독을 타면 모두 줄줄이 죽을 수도 있을 텐데요. 범인의 의도에 반하지 않나요?" - P337
"어쨌거나 뭐에 독이 들어 있을지 알 길이 없으니 돌아갈배편이 올 때까지 먹거나 마실 수 없겠어요." - P338
"독은 이시무라 씨가 드신 커피에만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설탕에 섞어놓았겠지요. 얼마든지 독을 탈 수 있었을텐데 다른 요리와 음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진공 포장된 식자재와 캔, 누가 조작한 흔적이 없는 병 음료만 사용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 P338
"주방이 사람으로 넘쳐도 불편할 테고, 오히려 사각지대가 생길 것 같군. 매번 희망자를 포함해 네 명 정도가 요리하도록 합시다. 하루야마 씨,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군요." - P339
"저희 부부를 의심하는 거겠죠. 아까도 ‘덴스케의 수하일지도 모른다‘고 하셨고." - P339
"최근까지는 지방관광여관에서 일했습니다.저희 둘 다조리사 자격증이 있어서 일자리를 못 구해서 어려운 적은 없었습니다. - P340
"여기에는 언제 왔나?" "그저께입니다. 이틀에 걸쳐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흐음, 고용주와는 전혀 접촉하지 않았나?" "전혀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 P340
"허튼소리예요." 모델은 바로 반박하며 가녀린 어깨로 씩씩거렸다. "당신은 모르는 바다, 정말인가?" "예. 부모를 닮아 덤벙거리긴 하지만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아 사람을 치는 짓은 하지 않아요." - P341
후타쓰기는 팔짱을 끼고 항변했다. "제 명예도 더럽혔어요. 그것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덴스케는 인터넷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는데, 기적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뿐이지 현명하지는 못하군요. 아까 말한 것처럼 정말 그런 계획을 세웠다면 무방비한 저희를차례로 죽이면 될텐데. 같잖은 사형선고를 하면 저희는 경계할 테고 자기는 불리해질 뿐이잖아요." - P342
"당연히 없었지. 즉효성 독극물이 몸에 퍼졌는데, 맥도 멈췄고 동공도 풀려 있었어. 삼킨 것을 토해내게 할 단계는 이미 지나버렸고 심장 마사지를 해도 소용없었을 거야." - P343
"그런 방도 있어요? 모바라 씨, 이곳은 원래 어떤 시설입니까?" 우도의 질문에 남자는 "글쎄요" 하고 자신 없게 대답했다. "IT 계열 회사가 연수원을 겸한 휴양시설로 세웠는데 실적이 악화되어 포기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 P343
"그‘라고 하는 걸 보니 역시 남자인가?" 후타쓰기가 물었다. "남자 말씨를 써서 그렇게 믿었을 뿐, 여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344
수색해보자는 제안은 아니었다. 모두들 얼굴에 지친 기색이 완연해 위험한 수색을 할 체력도 기력도 없어 보였다. 구로세는 망설이지 않고 결단했다. - P344
"속도 편하네." 에노키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저는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네요. 밤새 깨어 있을지도 몰라 "라운지에 모여서 이야기나 나누며 밤이라도 새자고요? 그런 짓을 하면 내일은 뻗어버릴 거요.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방에서 쉬어야 해요." - P345
"그저께 이곳에 도착하고서 종업원으로서 시설 상태를 파악해두려고 건물 안을 구석구석 돌아보았어요. 호기심도 거들어서 자세히 봤는데 누가 숨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인기척도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요. 백 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지만 범인은 건물 안에없을 겁니다. 괜찮다면 제말을 믿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 P345
‘도어체인을 걸어두면 괜찮을거야. 덴스케가 만능열쇠가지고 있다 해도 들어오지 못 해. 방에 숨어있는 게 제일안전해.‘ - P346
이리하여 그들 여덟 명이 해적섬에서 보내는 첫째 날이끝났다. 둘째 날 아침이 찾아왔을 때 그들은 일곱 명으로 줄어 있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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