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완전히 심장이 정지하고 뇌까지 소실되었습니다. 사망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간호사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 의학적 기적이 일어나 소생한 겁니다. 아, 노제 간호사, 채혈을 부탁해." - P264
내 팔에 바늘이 박힌다. 혈관에서 벗어났는지 아프다. "노제 간호사, 또야?" 의자에 앉아 있는 의사도 어이없는 얼굴이었다. "혹시나 신참?" "네, 네・・・ 노제라고 합니다." - P264
노제라는 여자 간호사가 채혈에 재도전. "실은 어제부터 갑자기 배속되어서..…." "상부도 왜 이 애를 배속시킨건지. 일손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건.…." 의사는 그래도 노제한테 맡겼다. 풋풋해서 좋네. 그런 감상을 나는 삼켜버렸다. 주사는 또 빗나갔다. 초보자에 가깝다. - P265
"수치도 정상. 죽었다고 볼 수 있는 상태에서 6일 만에 건강한 몸이 되다니, 역시 기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군요." "기적이라 경제적인 기적이 일어난 적은 없는데 되살아나다니." 시선을 노제에게 향했다. "사랑의 기적은 일어날까?" 내 쓸데없는 말에 여자 간호사가 미소 지었다. - P265
"당신 파트너 기기나 씨에게 고맙다고 하세요. 왼쪽 팔과 오른쪽다리를 연결하는 주식은 근사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잘한 처치를 했을 뿐입니다." 의사가 감탄의 말을 해서 왼손을 바라보았다. - P265
"칼날을 맞부딪치며 싸우는 검사이면서 치유도 할 수 있는 생체계 주식사는 칼과 주식에 의한 부상 치료에 관해서는 주식 의사에 필적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치료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지요." - P266
손이 움직여 간호사의 손을 잡았다. "우오. 큰일이다. 기기나의 치료는 실패야. 내 의지와는 반대로멋대로 간호사 씨를 만지네?!" "두뇌 이외에 이상은 없는 것 같군요." 간호사는 웃는 얼굴로 내 얼굴을 뿌리쳤다. - P266
나는 베개로 머리를 되돌리다가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혼수상태 때 옛날 꿈을 꿨어. 마지막에 검은 손톱이나를 이쪽으로 끌어당긴 것 같았는데…." 병실 문 근처에서 의사가 멈춰 섰다. "글쎄요? 붕괴한 정신을 스스로 복귀시키기 위해 과거에서부터재구성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한순간 생각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 된다는 걸 의사 본인도 깨달은 모양이다. "몸조리 잘 하세요" 하고 틀에 박힌 말을 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 P267
"팔이나 발은 주식 치료겠지만 죽지는 않았다고 해도 죽음 근사치 상태에서 소생한 건 역시 설명할 수 없어" 라고 중얼거리며, 의사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 노제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P267
"참 시끄러운 여자 기자는 경비원이 막았는데 아는 분이세요?" 말투는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기자, 아-아젤말이로군. 여기를 찾아내다니 대단한 후각이야." "교복을 입은 아가씨도 왔었어요." "내가 바람피우는 상대 중에 학생이 있던 적은 없는데." 금방 생각났다. "그렇군. 학원 학생이야." - P268
"내 여자친구는 지브냐라고 하는데, 정말로 대단한 여자야. 전에 바람피운 일이 들통나서 내 목을 십자 굳히기로 공격하며 현장이 어디냐고 다그치기에, 그래서 못 견디고 소파에서 해선 안 될 일을 했다고 자백했어." - P268
"지브는 나와 함께 의자로 가서 지금 곧 그 의자를 태워버려 라고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어. 정말로 태웠어. 지브는 타오르는 의자를 보면서 "아까우니까 의자를 태우는 건 이번만으로 끝냅시다 라고 말을 이었어. 진짜 무서웠어." 노제가 참지 못하고 웃었다. - P269
"그러고 보니 소렐 씨는 공성주식사지요? 사무소도 있고." 선반을 밀던 손과 걸어가야 할 발이 멈췄다. "그런데?" 내가 물어보자 노제가 호흡을 반복했다. 몇 번인가 두 어깨가 오르내린 뒤에 돌아본다. 입가에는 약한 미소가 있었다. "아뇨. 제 주위에서 좀 난처한 일이 있어서요." - P270
"마침 교대인 모양이군." 반지를 낀 손가락, 검은 사제복을 입은 소매에 이어 중년 남자의옆얼굴이 보였다. 몰딘 추기경장이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물건을 잡아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노제가 나갔다. 교대하듯 몰딘 추기경장과 비서관 헤로델이 들어온다. - P271
"흔해 빠진 거지만 병문안선물이야." 헤로델이 왼팔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병실 선반 위에 놓았다. 과일과 장미와 안개꽃 꽃다발이었다. 꽃다발은 병실에 어울리지 않게 화사했다. 몰딘은 살짝 웃고 있었다. 헤로델은 내 손과 발을 만졌다. - P271
"기기나 씨의 응급처치로 거의 완치된 데다가 최고급 주식 의사에게 치료도 받아서 오히려 전보다 더 상태가 좋을 정도야." 거기에서 여유 있는 웃음. "산재 처리가 안 되었다면 청구서를 볼 수가 없었겠지만." "그렇군." 나는 오른손 손가락을 구부려 헤로델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헤로델이 몸을 꺾고 콜록댔다.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 P272
몰딘 추기경장과 아즈 의원 암살 미수 사건은 공개되었다. 저격수 브레난테의 시체와 주탄의 입수 경로로부터 배후 관계가 신속하게 수사되었다. 수사 결과, 계시파 교회의 최강경파 올켄티우스장로가 증인 심문에 불려갔고 추궁을 당했다.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기소도, 실형도 피했지만 장로의 정치적 실각은 확실해졌고 강경파는 우두머리를 잃었다. - P272
사건 뒤에 국민 여론에서도 전쟁 지지론은 대폭으로 후퇴했다. 몰딘 추기경장과 아즈 의원 두 명 주도에 의한, 성지 할양에 관한 두 나라의 잠정 회담이 새롭게 열리게 되었다. 봄이나 여름에는 정식 조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정보통이 신문에서 밝혔다. - P273
"언젠가 이 빚을 갚아." 내 가벼운 말에 헤로델은 입을 다물었다. "그 점을 포함해서 나는 가스 군과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네." 몰딘 추기경장이 헤로델에게 시선을 향했다. "병원 앞에 차를 세워뒀으니 환자들에게 폐가 될 거야. 먼저 차를움직여주지 않겠나? 사람 없는 병원 주차장 쪽이 좋겠지." 헤로델이 끄덕이고 나에게서 떨어졌다. - P273
"이번에 가유스 군과 기기나 군의 활약 덕분에 나, 몰딘 추기경장과 아즈비터 하원의원이 목숨을 건졌어. 그리고 무엇보다 회담이성사되어 무고한 백성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은테 안경 안쪽에서 지적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거듭 고맙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은데." "일이니까요." - P274
그래, 여기부터가 진짜 싸움이었다. "그럼 그때 약속대로 두 가지 정도 물어보겠습니다." 진실을 알 기회는 지금을 제외하면 없다. 크게 숨을 들이켜고 배에서부터 토해낸다. 말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배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영광스런의 피를 이은 몰딘 추기경 회의의장 예하." - P275
"내가 아는 몰딘 추기경장은 만났을 때부터 암살 미수 사건의 종결까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분명 제논 칼 다리우스라는 변장 명인 12억장이 연기한 것이겠죠." 몰딘 추기경장이 처음으로 진심으로 감탄하는 얼굴을 보였다. "정답." 간단하게 긍정한다. 곤란한 적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 P275
"우선, 대역을 여섯 명이나 준비해야 할 정도로 위기를 느끼고, 또 편집증적으로 주의 깊은 예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해도 카이쿠요우 본인도 아닌 상대를 위해 암살 위기가 있는 장소에 가는것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내 취미로서 불가능한 범위는 아니야." "저도 그 시점에서는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단 머리 한구석에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 P276
"심리학으로 말하면 오른손잡이가 본 적 있는 장소를 떠올릴 때에 안구는 왼쪽 위로 움직입니다." 오른손으로 내가 봤을 때 왼쪽 위를 가리켰다. "마찬가지로 덥고 추운 감촉 같은 체감에 관련된 일을 떠올릴 때는 오른쪽 아래로. 음이나 소리에 관련된 걸 떠올릴 때는 왼쪽 아래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오른손으로 각각의 방향을 가리켰다. - P276
"그때의 예하에게 누군가가 ‘목소리‘로 연기를 위한 사실을 가르쳐준 것이 아닐까, 그런 의심이 생겼습니다. 기억을 완벽하게 외우더라도 사고나 반응까지는 연기할 수 없습니다." 몰딘 추기경장은 긴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깍지 끼었다. "그럼 눈앞의 내가 진짜라는 증거는? 이 자리에 있는 내가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 P277
"굳이 말하자면 장난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몰딘 추기경장은 본인이 스스로 폐막을 고하지 않으면 극으로서 마무리가 안 된다고 생각할 터. 그리고 나와 대역인 제논이 진실을 말한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자기였던 인간의 말을 당신이 배신하면 극의 각본이 통하지않게 됩니다." 의자에 앉은 추기경장은 파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손으로 작게 박수를 쳤다. - P277
"그리고 자신의 연기에 목숨을 건 긍지를 갖는 제논 군이 들었다면 아마 재도전을 하고 싶어하겠지." - P277
"몰딘 예하, 어째서 당신은 스스로를 암살하려고 한 것입니까?" 나와 몰딘, 두 사람 사이에는 빙하처럼 차가운 고요함이 달라붙었다. 추기경장의 우아한 미소는 전혀 변함없었다. 단 희미한 기쁨의 목소리를 혀에 싣는다. "잘도 눈치 챘군. 이건 내 예상 이상이야." - P278
"그렇게 생각한 논리가 궁금한데, 어떻게 된 걸까?" 그냥 두려움이 아닌 공포감이었다. 나는 오그라들 것 같은 내 마음을 격려하고 말을 계속했다. "암살자들은 예하의 행동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7중 대역을 세우고 혼란시킨 기밀회담의 일시와 장소까지 파악했습니다. 이건 내통자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P278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축제 때나 호텔 체재 시가 아니라 가장 호위가 단단한 나와 기기나, 동맹 측 공성주식사가 있을 때 행해졌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암살은 실패하고 당신이 바라듯이 정적과 용황국에 해를 끼치는 자들을 소탕했습니다." 조건에서 나오는 예상은 하나. "즉 당신 자신이 일부러 정보를 흘리고 암살을 실패시키기 위해 날짜를 조정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P279
"내통자는 내가 아니야." 효과를 시험하듯이 천천히 고했다. "내통자는 가스 군의 오랜 친구 헤로델 군이다." 굉음. 열어놓은 창문 쪽에 있던 내 몸에 열풍이 닥쳐왔다. 한 발짝 내밀어 몸을 지탱했다. 병원 전체에 울리는 것 같은 폭음이었다. - P279
"말도 안 돼, 헤로델이 죽고, 헤로델이 배신했다고?!" 나는 느닷없는 친구의 죽음에 혼란스러웠다. 의미를 모르겠다. "지금 폭발은 헤로델 군이 가스 군에게 주려던 과일과 꽃다발이 폭발한 거겠지." 창에서 떨어지지 않는 나를 보며 몰딘 추기경장이 말을 던졌다. 돌아보니 중년의 성직자는 헤로델이 들고 온 것과 교환한 듯한 사과를 깨물고 있었다. - P280
"역시 고성능 폭약이 들어간 과일을 받는 취미는 나한테도 없어서 말이야. 도중에 보통 과일과 교환했어. 헤로델 군의 선물은 본인에게 맛보게 했다. 아마 자극적인 맛이었겠지." 사람들의 혼란을 배경 음악으로 들으며 몰딘의 말이 울렸다. 나는 아직 사고가 정리되지 않는다. "어・・・ 째서지? 헤로델이 당신을, 나를 배신할 이유 같은 건 없어?!" - P280
몰딘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통자였던 그에게 속아 신용하는 연기를 하며 반대로 이쪽 정보를 강경파에게 흘려 유도했다. 적을 통제하기 위해서 키운 건데 피에로가 등장할 장면이 끝난 이상 신속하게 무대에서 퇴장시킨것뿐이다." "죽일, 죽일 필요는 없었어." 나는 비통한 소리를 냈다. "법의 심판을 받게 했어야 해!" - P281
"지금이라면 헤로델 군은 죽은 호위들과 함께 암살이라는 비극의희생자가 되고 유족 연금도 나와. 그리고 더욱 강경파 배척을 위한추궁 재료가 돼준다. 그 자신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죽어야만 했다." 몰딘 추기경장이 진상을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유스 군이 말한 진상은 조금 빗나갔어. 헤로델 군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는 너무 위험했다." - P281
"그래, 암살자인 닌자, 코우가도 내수하다. 큐라소 오프트 코우가라는 12익장 중 한 사람인데 신분을 위장하여 강경파에 일부러 접근시켰다. 닌자의 각유파가 대륙에 건너와 있다면 의심하는 건어려워. 또한 암살자 그 자체를 통제하지 않으면 이런 거친 일은통제할 수 없어." - P282
"남은 건 소심하고 입만 살았을 뿐,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는 강경파를, 내가 큐라소 군을 사용하여 부추기는 거다. 주식 저격수 브레난테 군은 큐라소 군 하나로는 내 냄새를 맡을지도 몰라서 그걸 지우기 위해, 긴박감과 진실미를 내기 위한 덤이다." 몰딘의 웃음이 짙어졌다. "나를 죽이려는 암살계획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 자신이 세우고 완전히 실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압도당했다. 말로 표현하자면 무시무시하다. - P282
나는 물어봐야만 한다. "일부러 우리를 이용한 이유는 뭡니까? 아즈비터 의원이 말한것처럼 7 도시 동맹이 다에프 선까지 물러난다면 황국은 무엇을 지불하는 겁니까?" 몰딘 추기경장이 오른손을 들었다. "너희를 이용한 것은 첫째로는 배신자인 헤로델 군에게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계회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헤로델 군 측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생각하게 할 장기말이 필요했다." - P283
"두 번째는 가유스 군과 기기나 군이라는 외부 인간을 넣음으로써 사건에 제3자의 증언이 더해진다. 정말로 놀라는 인간이 있으면 진실미는 늘어나" 가운뎃손가락이 올라간다. "세 번째는 헤로델 군에게 들은 바로는 가유스 군은 국가 권력에거역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고 용자도 아니야." 네번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올라갔다. - P284
"그리고 마지막 이유와 황국이 지불할 대가는 비밀이다. 훗날을 위한 즐거움으로 남겨두지." "쓸모없이 복잡하고 무의미한 책략이군요." "내 취미다. 사람이 짜내는 배신과 음모, 투쟁과 죽음. 그리고 사랑 너무나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내 등골에 오한이 지나갔다. - P284
내가 고발하면 나라는 혼란에 빠진다. 나한테, 그리고 지브한테도 고난이 닥칠 것이다. "나는 츠에베른 용황국뿐만이 아니라 우코우토 대륙, 이별까지시야에 넣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이 남자는, 몰딘은 위험했다. - P285
무서웠던 것이다. 나 혼자만의 판단으로 뭔가를, 역사를 좌우해도 좋을지 몰랐던 것이다. 쥐고 있던 주먹이 펴졌다. 칼자루가 울리는 소리. 올려다보니 어느 틈엔가 병실 문이 열려 있었다. 문 그늘에 마장도 손잡이를 쥔 오른손만이 보였다. 칼 소리는 그늘에 숨어 있던 공성주식사가 칼을 칼집에 넣는 소리였던 것이다. - P285
"단 한 가지 오산이 있다고 하면 가스 군과 기기나 군이 예상이상으로 강했던 것이라고 할까." 몰딘이 숨을 토해냈다. "예정으로는 어느 쪽 한 사람이 죽고, 감정적으로 강경파를 탓하는 일반인이 한 명나와야했다. 닌자들도 전멸 직전까지 될 예정은 아니었다." 몰딘 추기경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 P286
내 말은 몰딘에게 생채기조차 입힐 수 없다. "그럼, 내 쪽에서도 하나만 의미를 가르쳐주지 자네가 기기나 군옆에 있는 이유를." 예상도 하지 않았던 화제가 나왔다. "그것은 자네가 스스로의 결함을 그로 보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주위 인간 모두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결함이고 단절이기도 하다는 걸 이해 못 하고 말이야." 몰딘의 말이 병실의 공기를 메웠다. - P287
단 한 사람의 예리한 두뇌가 만든 자리 앞에 패배했다. 머리가 창틀에 닿았다. 창 밖에서는 아직 헤로델이 차 안에서 화장되고 있었다. 그제야 소방차와 경찰차량의 경보가 가까이 왔다. - P288
"주군,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시다니,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낮고 내리깐 듯한 목소리였다. "큐라소 군은 즐기는 마음이 좀 결여된 면이 있어. 내 말에 가유스군이 고뇌할 거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유쾌하지?" "닌자에게 유희를 이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봅니다. 특히 이번엔 우리 부대도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 P289
기기나는 걸어 나갔다. 마음속에 동요 같은 건 없고 몰딘은 열린차문 너머로 기기나가 걷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우리를 잘도 이용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여기 올 것을 간파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과연. 의외야. 의외. 안경 군보다 날카로운지도 몰라." 몰딘은 감탄한 것처럼 옆에 있는 큐라소에게 설명했다. 기기의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저 얼빠진 가유스는 그 얼빠진 놈은 도중에서 어렴풋이 눈치챘으면서도 네놈의 계획을 무시했다." 기기나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 P290
"그 남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정도로는 머리가 좋지 않아. 축제와 과자에 기뻐하는 소녀의 미소를 긍정한다는 말을 대역에게 대신시킨 네놈의 신념을 단순히 믿고 싶어했다." 몰딘 추기경장은 겁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열린 차 문 너머로 전사에게 대꾸한다. "그 배려에는 감사하고 있어." "그것만으로는 엄청나게 요금이 부족해." - P290
"내 직감인데 네놈은 위험해. 그 목의 반 정도 받아야겠다." 길 위를 압도할 정도의 살기가 부풀어 오른다. 길을 가로질러 가던 들고양이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큐라소는 순식간에 반응. 허리에 차고 있던 마장도에 손을 대며 주군 앞으로 날아갔다. 기기나의 오른손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에는 손잡이와 칼날이 연결되고 도롱도가 탄생. 돌진하고 있었다. 응답하는 것처럼 들이대는 닌자의 칼. - P291
아스팔트에 모서리부터 떨어져 무거운 소리를 내며 차문이 쓰러졌다. 장갑차에 버금가는 차를 가볍게 절단한 도룡도 날은 몰딘 추기경장의 목 앞에서 정지했다. 기기가 자기 의지로 멈춘 것은 아니었다. 기기나의 어깨에서부터 팔, 온몸에는 혼신의 힘이 담겨 있다. 거대한 칼날 끝은 몰딘의목 앞에서 섬세하게 떨렸다. 칼끝은 목에 닿았고 피부를 눌러 빨갛게 만들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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