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저 사람은 왜 줄서지 않고들어가는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더 좋아하나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중에서 - P56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
이런 상황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한 놓이동산에서까지 돈으로 등급을 나누다니 ‘돈만 있으면 시치기해도 된다.‘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기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 P58
경제 전문가들도 "돈으로 시간을 사는 행위는 근로, 금융 등 일상 전반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¹ - P58
익스프레스 티켓과 비슷한듯 다른듯한 서비스
놀이동산의 ‘익스프레스 티켓‘ 이슈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 P59
돈을 더 지불하면 웹툰을 미리 볼 수 있고, 택시를 더 빨리 잡을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영상을 광고 없이 더 빨리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불쾌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림2). 그런데 왜 유독 놀이동산의 익스프레스 티켓만큼은 기분이 나쁘다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 P60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략). 2021년 금융 플랫폼 토스가 인터넷 서비스를 츨범했다. (중략). 이와 함께 진행되었던 독특한 이벤트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순번을 받은 이용자가 친구를 이 서비스에 초대하면 순번이 올라갈 수있게 했다(그림4). 예를 들어, 대기번호가 800번이었던 사람이 친구를 초대하면 300번으로 올려주는 식이다. - P63
하지만 이 이벤트는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사전 신청을 했던한 이용자는 자신의 계좌 개설 순서가 2주 만에 3만 등이나 밀렸다고 밝혔고,⁴ 이런 식으로 순번이 밀린 이용자들에게 이 이벤트는 논란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 P64
4장
4엄형준, 조희연, "게임하듯 대출·투자 ‘파격 마케팅‘...사행성 조장 ‘경고등‘, 세계일보, 2021년 9월 28일,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927514069. - P256
마찬가지로 음식점 앞에서 줄을 서 있는데 유명 연예인이라고 먼저 들여보내거나,⁷ 대학 병원에서 관계자의 친인척이라고 예약이 밀려 있는 병실을 잡아주거나,⁸ 미용실에서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을 단골이라고 바로 옆에 자리를 만들어 동시에 머리를 하게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 P64
7 김용현, "나 노홍철인데 넷플릭스 아시냐‘ 예능서 ‘연예인 특혜‘ 논란", 국민일보, 2021년 12월 148일, https://m.kmib.co.kr/view.asp?arcid=0016570016. 8 박소연, ‘빽‘ 있으면 하루, 없으면 1년? 병원 대기시간 ‘빈부격차‘", 머니투데이, 2013년 10월 27일,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3102511240632623. - P256
개인 사업장에서 업주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고, 불법적인 행위도 아니다. - P65
고객을 배려하는 줄서기 디자인
디자인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서비스 내 줄 서기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를 해소하는 방법도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 P65
차라리 투명하고 깔끔하게 서비스를 분리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호텔이나 공항, 은행 등의 VIP 전용 서비스처럼 말이다(그림6). 이 경우, VIP 서비스가 일반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요소는 없어 문제의 소지가 없다. 오히려 빨리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보면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저렇게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해봐야겠다‘라는 기대를 품게 해 서비스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P66
새치기가 허용되는 ‘예약‘ 개념 접목
사람들은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에게 새치기당한다고 느끼면 불쾌감이 들지만, 정당하게 새치기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미리 예약한 손님이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부지런하게 노력해서 예약했고, 자신은 미처 그렇게 못 했기에 어느 정도 납득되는 것이다. - P67
기다리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 제공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덜 지루하고 특별하게 디자인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투어‘는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테마로 한 어트랙션이다. 긴 대기 줄을 기다리는 동안 동선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영화의 뒷이야기나 명장면, 배우들의 놀이기구 안내 영상 등을 틀어주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P68
돈이 아닌 다른 지불 방식 마련
온라인서비스에는 ‘오퍼offerwall‘이라는 개념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사용자에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지급하고 그 포인트로 앱 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전략이다. - P68
익스프레스 티켓 논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줄곧 논란이 되어왔다. 같은 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불편해하고, 또 다른이들은 아무렇지 않아 한다. 경제학자, 윤리학자, 법학자들도 저마다 다른 의견을 펼친다. 돈으로 새치기권을 사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 별문제가 아니라는사람, 나아가 시간과 돈의 소유권을 창의적으로 설계한 사례‘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¹⁴ - P69
14 Flyntz, Matthew E.. "Mine! How the Hidden Rules of Ownership Control Our Lives." Law Libr. J. 113 (2021): 160. - P256
서비스 측에서도 그런 기대를 하고 찾아오는 고객에게 사소한 디자인 설계 때문에 실망감과 불쾌감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위에 제시한 방법들이 서비스 내 줄 서기 상황을 완벽하게 개선할 순 없겠지만, 소외되는 사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내 갈등이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기대한다. - P69
11장 AI 목소리는 우리의 판단을 어떻게 흐리는가
"무조건 군의 뜻에 영합하여그 뒤의 해로움을 생각지 않으니 너는 간신이고! 또한 아첨으로 주군의 눈을 가려 나라를 말아먹으니 너는 망국신이다!" 영화 <간신> 중에서 - P150
AI 음성비서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
AI 음성비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아마존 알렉사를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네이버 클로바, SKT 누구, KT 기가지니, 헤이카카오 등 많은 기업이 자사의 AI 음성비서를 내놓았다. AI 음성비서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음성으로 기기와 상호작용을 해 사용자의 눈과 손이 자유로워지고, 소통 방식도 빠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¹ - P152
11장
1Carey, Bjorn. "Smartphone speech recognition can write text messages three timesfaster than human typing." Stanford News, 24 Aug 2016, https://news.stanford. edu/2016/08/24/stanford-study-speech-recognition-faster-texting/. - P266
사용자에게 복종하는 말투
심지어는 사용자의 성희롱성 발언에도 이를 공손하고 유순하게 받아들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³ ‘손님은 왕이다!‘라는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온 서비스의 기본자세를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 P153
3Cosslett, Rhiannon Lucy. "I tried to sexually harass Siri, but all she did was give mea polite brush-off." The Guardian, 22 May 2019,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9/may/22/sexually-harass-siri-virtual-assistants-women. 00 Ch서는 ‘17장 왜 온통 여성 Al뿐인가‘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 P266
사용자가 우울하거나 화날 때도 기분을 맞춰주고 긍정적으로 대해주니 충성스러운 하인을 가진 느낌이 들 수있다. - P154
경쟁자를 밀어내기 위한 꼼수
AI 음성비서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헤이 AI! 민감성 두피에 좋은 샴푸 추천해줘." 음성비서는 특정 제품을 추천해주고, 사용자는 그 제품이 마음에 들면 주문과 구매를 요청한다. - P154
많은 경우, 자사 제품 혹은 자사에 유리하거나 후원받은 제품을 먼저 추천하고, 자사와 제휴를 맺은 스토어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경향이 있어 ‘경쟁사‘ 제품은 상대적으로 사용자에게노출되기 어려운 구조이다.⁵ - P154
5 김현우. "음성인식 비서가 추천한 물건만 팔릴 수도", 중앙일보, 2018년 2월 28일, https://news. koreadaily.com/2018/02/27/economy/economygeneral/6038078.html. - P266
무력하게 만들고 좌지우지 조종하기
AI가 주도적으로 알아서 많은 것을 해준다면 신경 쓸 일이 줄어 편해지겠지만 그만큼 AI가 결정해주는 대로 따르는 삶을 살게 되고, 더 시간이 지나면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점점 인간은 무기력해질 수 있다. - P155
목소리에는 볼륨, 피치, 속도, 유창성, 발음, 조음, 강조가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변화를 주고, 은밀하게 설득할 힘이 있다. - P156
또한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기를 바라는 약관이나 마케팅 수신 동의 같은 내용은 일부러 무미건조하게 빨리 읽어버리도록 할 수도 있다.*
*보험 광고 등에서는 이미 행해지고 있는 방법이다. - P156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가 AI 음성비서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있다.¹⁰ - P157
10 Knight, Will., Goode, Lauren. "Google Assistant Finally Gets a Generative AlGlow-Up." WIRED, 4 OCT 2023, https://www.wired.com/story/google-assis-tant-multi-modal-upgrade-bard-generative-ai/. - P267
13장 ‘뽑기‘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사랑하는 내 딸이 황금 티켓을 얻을 수 있게초콜릿을 모두 사버렸죠. 수천 개, 수만 개를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중에서 - P170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사행심을 부추기는 상품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큰돈은 아니기에 별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물론 당시 내게는 큰돈이었지만). (중략). 마침내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개입해 스티커의 종류별 개수를 균일화하고, 스티커별 생산 가격 차이도 없애도록 했다. 결국 스티커로 생긴 문제는 해소되었으나 해당 스티커의 인기까지 사그라졌다.³ - P172
13장
3맘초무. "클립보드로 주소 복사 스티커 한 장에 300만 원!? 컬렉터들의 로망 빅꾸리만 스티커의세계", 데카르챠매거진, 2014년 6월 30일, http://deculture.co.kr/archives/1695. - P269
이 같은 뽑기 마케팅은 온라인에서도 흔하게 활용된다. 이벤트성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룰렛 돌리기, 알 깨기 리워드, 복권 할인쿠폰, 이모티콘 뽑기 등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뽑기를아예 전면에 내세운 온라인 플랫폼도 있는데, 5000~7000원으로 랜덤박스를 구매하면 화장품, 운동기구, 스피커부터 명품 가방, 세탁기, 노트북까지 랜덤으로 얻을 수 있는 랜덤쇼핑 플랫폼이다(그림4). 이 서비스에서도 고가품 당첨을 위해 과도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있고, 많은 커뮤니티에 관련 후기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¹³ - P174
왜 뽑기에 열광하는가
뽑기 상품은 왜 인기가 많을까? 그 이유를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가 찾아냈는데, 이때 그가 했던 동물 실험이 유명하다. - P175
이외에도 "오늘만 할인된 가격에 (뽑기를) 할 수 있다"라거나 "20개 한정!"이라는 희소성을 강조하는 문구도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좋은 상품을 뽑았을 때는 분위기를 확실히 띄워주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 다른 이들의 축하를 받게 해주기도 한다. - P176
뽑기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준비된 상품의 수량이 적고 뽑힐 확률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고객에게 헛된 기대만 품게 하는 미끼 상품이다"라는 비판적 의견이 있는가 하면,¹⁴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다"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 P177
결국 뽑기에 대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행성 가득한 상술이라는 비판적 입장과 재미있는 마케팅의 한 방식일 뿐 절제를 잘해야하는 것은 소비자 몫이라는 우호적 입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 P177
뽑기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
먼저 게임산업에서는 뽑기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다. 2023년 유럽의회에서는 게임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 동안 관행처럼 행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조작적 디자인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이를 ‘도박‘으로 규정해 엄격한 규제를 시행 중이고, 영국과 독일, 스페인,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문제성을 인지하고 규제 법안을 준비 또는 진행하고 있다.¹⁶ - P178
16 Laskowski, Karol and Marcin Prxybysz. "Loot box regulation in the EU-loadingstatus." Dentons, 28 Jun 2023, https://www.dentons.com/en/insights/guides-re-ports-and-whitepapers/2023/june/28/loot-box-regulation-in-the-eu-loading-status. - P269
스타벅스 마케팅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이슈가 되었고 증정품 물량 부족 문제에 대한지적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단순히 품귀라는 이유만으론 처벌하기어렵다"라는 의견과 "공정거래법상 증정받을 수 있는 인원과 기간을명시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엇갈린다.¹⁹ - P179
19 엄민우, "스타벅스 레디백 품귀가 ‘처벌할 일‘ 아닐 가능성 높은 까닭", 시사저널e, 2020년 7월 29일,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778. - P270
온라인 랜덤쇼핑 서비스의 경우는 처벌을 받았다.²⁰ 다양한 사은품을 넣어 보낸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론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제품만을 넣어 보냈고, 상품을 넣는 방식도 랜덤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짓·과장 광고를 한 업체들은 각각 3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19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 P179
20 김혜선. "소비자 기만 ‘랜덤박스‘ 영업정지 3개월, 아직 버젓이 판매 중인 이유", 월요신문, 2017년8월 17일, http://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41. - P270
222024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에서 뽑기 확률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로 116억 원의 과징금을 게임사에 부과했다.²²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매긴 역대 과징금 중 최고액으로, 게임에서의 뽑기 확률을 투명하게 하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 P180
22 황지윤.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조작 넥슨, 116억 과징금・・・ 역대 최고액", 2024년 1월 3일,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general/2024/01/03/VW3PORBGFND-J507EA315S3JS2E/. - P270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뽑기를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절제가 가능하고 건강한 소비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별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미성숙하거나 정신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이 같은 전략에 순식간에 휘말리곤 한다.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보고 생활이 어렵고 불행해진다면, 이는 서비스 측도 원치 않는 결과일 것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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