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본질을 파고드는 사유
:은유사전

진부한 은유는 진부한 생각을 낳는다.
율라 비스 - P232

예를 들면 국어사전에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이것만 봐서는 실제로 내가 하는 공부의본질이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학문‘이나 ‘기술‘이 무엇인지 모르면 ‘공부‘의 개념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233

관계없는 두 단어
연결하기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문득‘이라는 말은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을 지칭한다. 그런데 ‘문득(聞得)
‘은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이고, 문득(問得)은 ‘물어봐서 알게 되는 것‘이다 - P234

강민혁 작가는 <자기배려의 책읽기>⁵⁶에서 읽기를 ‘정신의 관절‘에 비유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뼈와 뼈를 잇는 관절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정신의 관절은 독자의 정신세계와 저자의 정신세계를 이어준다. 이것이 바로 메타포(metaphor), 즉 은유의 위력이다. 메타포는 사유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다. - P235

56. 강민혁(지음), 《자기배려의 책읽기》 (2019), 북드라망

이성복 시인은 어느 시에서 ‘스스로 비유를 만들 수 있는 것만이 자신의 앎‘이라고 했다.
‘남이 만든 비유를 차용하는 것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⁵⁷ - P236

57. 이성복(지음), 《무한화서》 (2015), 문학과지성사

일단 여러분의 앎의 범주를 벗어나야 메타포가 시작된다. 인식의 범주 안에서는 아무리 연결해보려고 애써도 무릎을 칠 만한놀라운 메타포가 나오지 않는다. 경계를 넘나들며 전혀 다른 분야와 ‘잡종교배‘를 할 때 색다른 배움과 놀라운 사유가 일어난다. - P236

메타포는
배움의 대포

의인화와 역지사지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먼저 추상명사 하나를 정한 다음,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욕망을 동사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 하면 어떤 동사가 떠오르는가? - P237

마찬가지로 아이디어 역시 익숙한 기존의 것을 낯선 방식으로조합해볼 수 있다. 흔한 것의 흔치 않은 결합이라는 점에서 은유와 비슷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 메타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연결할 재료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타포나 아이디어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기 때문이다. - P239

4
대충 보니까
대충 생각할
수밖에

내 아이들에게 당연히 컴퓨터를 사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사줄 것이다.
빌 게이츠 - P78

‘읽기‘와 ‘보기‘는 다르다. 읽기는 사유를 가능하게 하지만 보기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언어, 즉 나의 사유체계에 없는 언어와 만날 때 우리는 그 언어의 의미를 해석해본다.  - P79

나는 산만하고
너는 바쁜 세상이다

종이로 읽는 것과 스마트폰 SNS로 읽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종이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 - P80

노르웨이에서도 비슷한 결과였다. 대학원생 50명에게 단편소설을 읽히고 나서 테스트한 결과, 종이책 쪽이 킨들 쪽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소설의 전반적인 틀이나 개요를 묻는 질문에는 두 집단의 차이가 미미했지만, 사건의 발생 시점이나 세부사항은 종이책 쪽이 2배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 P80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매체를통해 무언가를 읽을 때 딴짓으로 이어질 확률이 무려 85%로 종이 매체 (26%)보다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SNS는 그만큼 독자를유혹하는 요소가 많고, 한 번 잘못 누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렵다. - P81

디지털 읽기는 뇌가 정보를 분류하는 위치 단서(locationalcues)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에 딥 리딩(deep reading)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¹⁴ - P81

14. "수시로 광고 뜨고 문자 오고... 디지털 읽기, 이해력 떨어뜨리는 요소 많아", <조선일보>, 2016년 3월 19일자

‘F자형 읽기‘는
리딩이 아니라 스캐닝

덴마크 출신 전산학자인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 박사는 디지털 읽기의 특징을 ‘F자형 읽기‘라고 말했다.¹⁵ - P82

15. "디지털 읽기 특징은 F자형 읽기 - 창간 96 특집/ 읽기 혁명‘, <조선일보>, 2016년5월 21일자

닐슨 박사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한 줄 한 줄 문장 끝까지 읽는 사람도 디지털 매체에서는 빨리 읽기 위해 페이지 왼쪽에만 시선을 둔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매체로 100단어를 읽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4.4초에 불과했다. - P82

더욱 심각한 것은, 어느새 F자형 읽기에 익숙해져 종이책을 읽을 때도 이해가 잘 안 된다는 사실이다. 피상적 이해에서 그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는 좌절감을 느끼고 종이책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 - P83

사색의 종말

30년간 뇌의 정보처리와 사고방식에 대해 연구한 호주의 교육심리학자 존 스웰러(John Sweller)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뇌는 장기 기억력과 단기 기억력이라는 2가지 기억력에 의존하는데, 인터넷으로 읽을 때는 단기 기억력에 폭발적인 정보가 들어가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산만해진다.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의 뇌는 고차원적인 이해와 사고력을 담당하는 장기 기억장치가 활성화된다." - P84

온갖 방해기술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원하는 정보를 찾아 읽고 구조화할 수 있을까? 얼마나 대단한 의지와 집중력을 발휘해야 탐색하고 사색해 지식을 창조할 수 있을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 P84

이미지와 영상이 텍스트를 압도해버린 세상이다. 이러한 시대에 왜 우리는 여전히 책, 특히 종이책을 읽어야 할까? - P85

띄엄띄엄 읽거나 훑어보면 사고가 얕아지고 단절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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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윤리적 사고와 이론

처음 세 장에서는 동물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살펴보았다. 어떤 동물은논란이 있기는 해도 의식이 결여되어 있지만, 다른 동물은 의식이 있고 감응력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믿음이 분명히 결여되어 있다.
또 다른 동물은 의식적이고 감응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믿음, 바람, 기억,
미래감, 감정적 삶, 일종의 자율성(즉 선호 자율성), 지향성, 자기의식을 부여함으로써 그 행동을 지적으로 기술하고 절약의 원리에 의해 설명할 수있다. - P305

복리를 갖는다는 개념, 다시 말해서 편안한 삶 또는 고된삶을 산다는 개념은, 다른 개체의 이익의 대상이 되는 것과는 논리적으로 독립된 개체로서 고려했을 때 시간에 걸쳐 더 낫거나 더 나쁜 삶을 사는 개체에 명료하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 P305

나는 먼저 도덕적 질문에 답할 때 채택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방식을 규정하려고 한다(4.1). 그러고 나서 이상적인 도덕 판단이라는 개념을 규정하겠다(4.2). 이 규정은 결국 도덕적또는 윤리적 (‘도덕‘과 ‘윤리‘를 자유롭게 바꿔 쓸 것이다) 원리라는 이념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나는 그 원리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4.3). - P306

4.1 도덕적 질문에 답할 때
채택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방식

도덕 판단과 개인적 선호

어떤 사람은 무언가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 - P306

도덕적인 불칠이, 곧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불일치는 선호에서의 불일치와 같은가? - P307

 제인은 낙태가 언제나 잘못이라는 것을 부인하고 있으며, 그래서 제인이 말한 것이 맞는다면 리가 말한 것은 거짓이어야만 할 것이다. 어떤 철학자들은 이것을 부인했다. 그들은 도덕 판단은 개인적 선호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려 깊게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잘못이라고말할 때, 그 판단을 지지하는 이유. 그러니까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받아들이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걱은 언제나 적절하다.

1) (옮긴이) 에이어(A. J. Ayer) 또는 스티븐슨(C. L Stevenson)의 정서주의(emotivism)를 가리킨다. - P307

 만약 리가 바닷가에 가는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자신의 판단을 지지하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가 어떤 판단을 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²

2) (옮긴이) 여기서 ‘판단‘이란 참, 거짓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서주의는 도덕 판단이이런 의미에서 판단이 아니라 단순히 그것에 대한 호불호의 정서를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 P308

상반되는 개인적 선호와 상반되는 도덕 판단 사이의 이러한 차이는 도덕적 질문에 대해 대답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 방식을 말해준다. 도덕 판단이 개인의 선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도덕적으로 옳고 잘못임은 특정 사람, 가령 리의 개인적 선호에 대해 무엇인가를 발견한다고 해서 결정될 수 없다. - P308

도덕 판단과 느낌

개인의 선호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개인의 느낌인데, 어떤 철학자들은 옳다거나 잘못이다라는 낱말은 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기위해 사용하는 장치라고 주장한다. - P309

드렇게 생각한다고 햐서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

각자는 자신이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임ㅅ다고 말하고 깄을 뿐이며, (중략).
따라서 낙태가 잘못이라는 리의 생각은 낙태가 잘못임을 규명하는 것과관련해서 그것에 대한 느낌만큼이나 무관하다. 그리고 그가 우연히 생각하는 것에 관해서도 똑같다. 어떤 것을 옳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옳거나 잘못이 되지는 않는다. - P310

통계는 통계일 뿐

도덕적 질문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결함이 있다. 여론조사가 드러내는바는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도덕적 질문, 가령 사형 제도는 도덕적으로 옳은가 잘못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다는 것이전부이다. 그런 여론조사는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주제에 대해 생각한 것이 합리적인지, 혹은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이 적절한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 P311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또는 느끼는 것이 도덕적 질문에 대답할 때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나중에 (4.3) 어떤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옳고 잘못인 것을 찾기 시작할 장소를 제공해주며, 더 나아가 경쟁하는 윤리 이론의 적절성을 검사한다는 것(4.6)을 보여줄 것이다. - P311

도덕적 권위에 호소하기

이 사람이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판단하면, 그것은 정말로 도덕적으로 옳고, 도덕적으로 잘못이라고 판단하면 그것은 정말로 도덕적으로 잘못이다. 어떤실수도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도덕적 권위³라고 부르자. 도덕적 권위에 호소하는 것은 도덕적 질문에 대답하는 만족스러운 방법일 수 있을까?

3) (옮긴이)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는 ‘도덕 전문가(moral expert)‘와는 다르다. 도덕 전문가는 도덕적 물음을 세심하게 연구하여 다른 사람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논증을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데 비해, 도덕적 권위는 도덕적 질문에 대해 단순히 그 사람이 말했다는 이유로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을 말한다. - P312

(전략). 그러나 이것보다 더 어려운 점이있는데, 도덕적 권위인 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 권위가 옳고 잘못임에 대해 말하는 것을 이해했느냐(또는 이해할 수 있느냐)라고 하는 매우 심각한 의문이 틀림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 P312

해석의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도덕적 질문에 대답하는 올바른 방법은 도덕적 권위가 말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도덕적 권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권위가 아닌 사람은 이러한 전문가라고 하는존재의 판단이 참인지 또는 정당한지 검사할 수 없다면 그런 권위가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고, 그 참이나 정당성을 전문가라고 하는 존재가 말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것을 검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 P313

4.2 이상적인 도덕 판단

 나는 "이상적인 도덕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해보면서 시작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상적으로 생각할 때 가능한 한 오류가 없는 도덕적판단에 도달하기 위해서 만족시켜야만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자, 그 본성상 이상적인 도덕적 판단은 그저 이상일 뿐이다. - P314

개념적 명료성

개념적 명료성의 중요성은 명백하다. 누군가 안락사는 언제나 잘못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안락사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전에는 그 진술이 참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없다. - P314

명료성은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명료성 없이 사고를 더 깊이 있게 할수는 없다. - P315

정보

우리는 밀실에서 도덕적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도덕적 질문은 실제 세계에서 생기며, 그 질문에 합리적인 대답을 진지하게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이 생기는 실제 세계의 환경에 대한 지식은 꼭 필요하다. - P315

합리성

합리성은 분석하기에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것은 서로 다른 개념들 사이의 관련성을 인식하고, 어떤 진술이 참이면 다른 어떤 진술은 참이고 또 다른 진술은 거딧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과 관련된다. - P316

 우리가 합리적일 필요성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논리학의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도덕적 판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개념적 명료성을 배경으로 판단을 내리려고 애써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우리가 믿거나 믿지않는 다른 것들과 논리적으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탐구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 P316

공평무사성

공평하지 못함은 다른 사람 또는 다른 대상보다 어떤 사람 또는 어떤 대상을 편애하는 것을 말한다. - P316

(전략). 그러므로 도덕적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하려고 애쓸 때는 극단적이고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는 공평하지 못함이 생기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판단은 심한 편견으로 흐려질 위험에 빠질 것이다. - P317

공평무사성의 이상은 때때로 정의의 형식적인 원리라고 언급되는 것,
다시 말해서 비슷한 개인을 비슷하게 처우하는 것이 정의이고 다르게 처우하는 것이 부정의라는 원리가 핵심이다. 이 원리가 정의의 형식적 원리를 표현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개체를 비슷하거나 다르다고 결정하는 데 적절한 요소를 규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 P317

예컨대, 누군가가 인간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두 경우가 왜 다르냐고 묻는 것이 아주 적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정하고 있듯이 다른 처우가 허용된다면 인간과동물은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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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저 사람은 왜 줄서지 않고들어가는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더 좋아하나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중에서 - P56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

이런 상황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한 놓이동산에서까지 돈으로 등급을 나누다니 ‘돈만 있으면 시치기해도 된다.‘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기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 P58

경제 전문가들도 "돈으로 시간을 사는 행위는 근로, 금융 등 일상 전반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¹ - P58

익스프레스 티켓과 비슷한듯 다른듯한 서비스

놀이동산의 ‘익스프레스 티켓‘ 이슈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 P59

돈을 더 지불하면 웹툰을 미리 볼 수 있고, 택시를 더 빨리 잡을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영상을 광고 없이 더 빨리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불쾌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림2). 그런데 왜 유독 놀이동산의 익스프레스 티켓만큼은 기분이 나쁘다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 P60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략).
2021년 금융 플랫폼 토스가 인터넷 서비스를 츨범했다.
(중략).
이와 함께 진행되었던 독특한 이벤트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순번을 받은 이용자가 친구를 이 서비스에 초대하면 순번이 올라갈 수있게 했다(그림4). 예를 들어, 대기번호가 800번이었던 사람이 친구를 초대하면 300번으로 올려주는 식이다. - P63

하지만 이 이벤트는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사전 신청을 했던한 이용자는 자신의 계좌 개설 순서가 2주 만에 3만 등이나 밀렸다고 밝혔고,⁴ 이런 식으로 순번이 밀린 이용자들에게 이 이벤트는 논란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 P64

4장


4엄형준, 조희연, "게임하듯 대출·투자 ‘파격 마케팅‘...사행성 조장 ‘경고등‘, 세계일보, 2021년 9월 28일,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927514069. - P256

마찬가지로 음식점 앞에서 줄을 서 있는데 유명 연예인이라고 먼저 들여보내거나,⁷ 대학 병원에서 관계자의 친인척이라고 예약이 밀려 있는 병실을 잡아주거나,⁸ 미용실에서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을 단골이라고 바로 옆에 자리를 만들어 동시에 머리를 하게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 P64

7 김용현, "나 노홍철인데 넷플릭스 아시냐‘ 예능서 ‘연예인 특혜‘ 논란", 국민일보, 2021년 12월 148일, https://m.kmib.co.kr/view.asp?arcid=0016570016.
8 박소연, ‘빽‘ 있으면 하루, 없으면 1년? 병원 대기시간 ‘빈부격차‘", 머니투데이, 2013년 10월 27일,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3102511240632623. - P256

개인 사업장에서 업주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고, 불법적인 행위도 아니다. - P65

고객을 배려하는 줄서기 디자인

디자인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서비스 내 줄 서기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를 해소하는 방법도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 P65

차라리 투명하고 깔끔하게 서비스를 분리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호텔이나 공항, 은행 등의 VIP 전용 서비스처럼 말이다(그림6).
이 경우, VIP 서비스가 일반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요소는 없어 문제의 소지가 없다. 오히려 빨리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보면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저렇게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해봐야겠다‘라는 기대를 품게 해 서비스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P66

새치기가 허용되는 ‘예약‘ 개념 접목


사람들은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에게 새치기당한다고 느끼면 불쾌감이 들지만, 정당하게 새치기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미리 예약한 손님이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부지런하게 노력해서 예약했고,
자신은 미처 그렇게 못 했기에 어느 정도 납득되는 것이다. - P67

기다리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 제공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덜 지루하고 특별하게 디자인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투어‘는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테마로 한 어트랙션이다.
긴 대기 줄을 기다리는 동안 동선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영화의 뒷이야기나 명장면, 배우들의 놀이기구 안내 영상 등을 틀어주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P68

돈이 아닌 다른 지불 방식 마련

온라인서비스에는 ‘오퍼offerwall‘이라는 개념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사용자에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지급하고 그 포인트로 앱 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전략이다. - P68

익스프레스 티켓 논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줄곧 논란이 되어왔다. 같은 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불편해하고, 또 다른이들은 아무렇지 않아 한다. 경제학자, 윤리학자, 법학자들도 저마다 다른 의견을 펼친다. 돈으로 새치기권을 사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 별문제가 아니라는사람, 나아가 시간과 돈의 소유권을 창의적으로 설계한 사례‘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¹⁴ - P69

14 Flyntz, Matthew E.. "Mine! How the Hidden Rules of Ownership Control Our Lives."
Law Libr. J. 113 (2021): 160. - P256

서비스 측에서도 그런 기대를 하고 찾아오는 고객에게 사소한 디자인 설계 때문에 실망감과 불쾌감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위에 제시한 방법들이 서비스 내 줄 서기 상황을 완벽하게 개선할 순 없겠지만, 소외되는 사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내 갈등이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기대한다. - P69

11장 AI 목소리는 우리의 판단을 어떻게 흐리는가

"무조건 군의 뜻에 영합하여그 뒤의 해로움을 생각지 않으니 너는 간신이고!
또한 아첨으로 주군의 눈을 가려 나라를 말아먹으니 너는 망국신이다!"
영화 <간신> 중에서 - P150

AI 음성비서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

AI 음성비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아마존 알렉사를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네이버 클로바, SKT 누구, KT 기가지니,
헤이카카오 등 많은 기업이 자사의 AI 음성비서를 내놓았다. AI 음성비서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음성으로 기기와 상호작용을 해 사용자의 눈과 손이 자유로워지고, 소통 방식도 빠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¹ - P152

11장

1Carey, Bjorn. "Smartphone speech recognition can write text messages three timesfaster than human typing." Stanford News, 24 Aug 2016, https://news.stanford.
edu/2016/08/24/stanford-study-speech-recognition-faster-texting/. - P266

사용자에게 복종하는 말투

 심지어는 사용자의 성희롱성 발언에도 이를 공손하고 유순하게 받아들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³
‘손님은 왕이다!‘라는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온 서비스의 기본자세를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 P153

3Cosslett, Rhiannon Lucy. "I tried to sexually harass Siri, but all she did was give mea polite brush-off." The Guardian, 22 May 2019,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9/may/22/sexually-harass-siri-virtual-assistants-women. 00 Ch서는 ‘17장 왜 온통 여성 Al뿐인가‘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 P266

사용자가 우울하거나 화날 때도 기분을 맞춰주고 긍정적으로 대해주니 충성스러운 하인을 가진 느낌이 들 수있다. - P154

경쟁자를 밀어내기 위한 꼼수

AI 음성비서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헤이 AI! 민감성 두피에 좋은 샴푸 추천해줘." 음성비서는 특정 제품을 추천해주고, 사용자는 그 제품이 마음에 들면 주문과 구매를 요청한다. - P154

 많은 경우, 자사 제품 혹은 자사에 유리하거나 후원받은 제품을 먼저 추천하고, 자사와 제휴를 맺은 스토어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경향이 있어 ‘경쟁사‘ 제품은 상대적으로 사용자에게노출되기 어려운 구조이다.⁵ - P154

5 김현우. "음성인식 비서가 추천한 물건만 팔릴 수도", 중앙일보, 2018년 2월 28일, https://news.
koreadaily.com/2018/02/27/economy/economygeneral/6038078.html. - P266

무력하게 만들고 좌지우지 조종하기


AI가 주도적으로 알아서 많은 것을 해준다면 신경 쓸 일이 줄어 편해지겠지만 그만큼 AI가 결정해주는 대로 따르는 삶을 살게 되고,
더 시간이 지나면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점점 인간은 무기력해질 수 있다. - P155

목소리에는 볼륨, 피치, 속도, 유창성, 발음, 조음, 강조가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변화를 주고, 은밀하게 설득할 힘이 있다. - P156

또한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기를 바라는 약관이나 마케팅 수신 동의 같은 내용은 일부러 무미건조하게 빨리 읽어버리도록 할 수도 있다.*

*보험 광고 등에서는 이미 행해지고 있는 방법이다. - P156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가 AI 음성비서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있다.¹⁰ - P157

10 Knight, Will., Goode, Lauren. "Google Assistant Finally Gets a Generative AlGlow-Up." WIRED, 4 OCT 2023, https://www.wired.com/story/google-assis-tant-multi-modal-upgrade-bard-generative-ai/. - P267

13장 ‘뽑기‘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사랑하는 내 딸이 황금 티켓을 얻을 수 있게초콜릿을 모두 사버렸죠. 수천 개, 수만 개를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중에서 - P170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사행심을 부추기는 상품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큰돈은 아니기에 별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물론 당시 내게는 큰돈이었지만). (중략). 마침내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개입해 스티커의 종류별 개수를 균일화하고, 스티커별 생산 가격 차이도 없애도록 했다. 결국 스티커로 생긴 문제는 해소되었으나 해당 스티커의 인기까지 사그라졌다.³ - P172

13장

3맘초무. "클립보드로 주소 복사 스티커 한 장에 300만 원!? 컬렉터들의 로망 빅꾸리만 스티커의세계", 데카르챠매거진, 2014년 6월 30일, http://deculture.co.kr/archives/1695. - P269

이 같은 뽑기 마케팅은 온라인에서도 흔하게 활용된다. 이벤트성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룰렛 돌리기, 알 깨기 리워드, 복권 할인쿠폰, 이모티콘 뽑기 등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뽑기를아예 전면에 내세운 온라인 플랫폼도 있는데, 5000~7000원으로 랜덤박스를 구매하면 화장품, 운동기구, 스피커부터 명품 가방, 세탁기,
노트북까지 랜덤으로 얻을 수 있는 랜덤쇼핑 플랫폼이다(그림4). 이 서비스에서도 고가품 당첨을 위해 과도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있고, 많은 커뮤니티에 관련 후기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¹³ - P174

왜 뽑기에 열광하는가

뽑기 상품은 왜 인기가 많을까? 그 이유를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가 찾아냈는데, 이때 그가 했던 동물 실험이 유명하다. - P175

이외에도 "오늘만 할인된 가격에 (뽑기를) 할 수 있다"라거나
"20개 한정!"이라는 희소성을 강조하는 문구도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좋은 상품을 뽑았을 때는 분위기를 확실히 띄워주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 다른 이들의 축하를 받게 해주기도 한다. - P176

뽑기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준비된 상품의 수량이 적고 뽑힐 확률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고객에게 헛된 기대만 품게 하는 미끼 상품이다"라는 비판적 의견이 있는가 하면,¹⁴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다"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 P177

결국 뽑기에 대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행성 가득한 상술이라는 비판적 입장과 재미있는 마케팅의 한 방식일 뿐 절제를 잘해야하는 것은 소비자 몫이라는 우호적 입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 P177

뽑기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

먼저 게임산업에서는 뽑기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다. 2023년 유럽의회에서는 게임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 동안 관행처럼 행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조작적 디자인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이를 ‘도박‘으로 규정해 엄격한 규제를 시행 중이고, 영국과 독일, 스페인,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문제성을 인지하고 규제 법안을 준비 또는 진행하고 있다.¹⁶ - P178

16 Laskowski, Karol and Marcin Prxybysz. "Loot box regulation in the EU-loadingstatus." Dentons, 28 Jun 2023, https://www.dentons.com/en/insights/guides-re-ports-and-whitepapers/2023/june/28/loot-box-regulation-in-the-eu-loading-status. - P269

스타벅스 마케팅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이슈가 되었고 증정품 물량 부족 문제에 대한지적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단순히 품귀라는 이유만으론 처벌하기어렵다"라는 의견과 "공정거래법상 증정받을 수 있는 인원과 기간을명시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엇갈린다.¹⁹ - P179

19 엄민우, "스타벅스 레디백 품귀가 ‘처벌할 일‘ 아닐 가능성 높은 까닭", 시사저널e, 2020년 7월 29일,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778. - P270

온라인 랜덤쇼핑 서비스의 경우는 처벌을 받았다.²⁰ 다양한 사은품을 넣어 보낸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론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제품만을 넣어 보냈고, 상품을 넣는 방식도 랜덤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짓·과장 광고를 한 업체들은 각각 3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19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 P179

20 김혜선. "소비자 기만 ‘랜덤박스‘ 영업정지 3개월, 아직 버젓이 판매 중인 이유", 월요신문, 2017년8월 17일, http://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41. - P270

222024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에서 뽑기 확률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로 116억 원의 과징금을 게임사에 부과했다.²²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매긴 역대 과징금 중 최고액으로, 게임에서의 뽑기 확률을 투명하게 하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 P180

22 황지윤.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조작 넥슨, 116억 과징금・・・ 역대 최고액", 2024년 1월 3일,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general/2024/01/03/VW3PORBGFND-J507EA315S3JS2E/. - P270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뽑기를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절제가 가능하고 건강한 소비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별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미성숙하거나 정신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이 같은 전략에 순식간에 휘말리곤 한다.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보고 생활이 어렵고 불행해진다면, 이는 서비스 측도 원치 않는 결과일 것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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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편협한 한국인의 탄생


이제 우리나라의 독특함에 대해 더 깊게 논의할 때다.
한국은 왜 다양성을 증진하는 문화적 토대가 약한 걸까? 우리 문화는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 - P222

문화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선 큰 맥락에서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인지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222

이른바 소시오그램sociogram 과제도 사고의 차이를 측정하는 도구 중 하나다. 이것은 피험자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에서 자신을 포함한 구성원을 원을 그려 표현해보라는 과제이다. - P223

니스벳을 필두로 한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일련의 흥미로운 실험들을 통해 동서양의 평균적인 인지적 특성이 일곱 가지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 P223

 동아시아인은 물질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물질의 외적 관계를 보지만 서양인은 그 물질 자체에 내재된 성질을 더 중시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서양인은 이른바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문제를 늘 내재적 특성에서 찾으려는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 P224

 다양한 인과적 사슬이 얽혀있기 때문에 몇 가지 인과만으로는 무언가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아시아인은 이른바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을 갖기 쉽다. 반면에 서양인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더 선호한다. - P224

 전체 구조에서 내용을 분리해내는 데에 있어서 동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덜 능숙했다. (중략). 동아시아인은 중용 등의 사상과 같이 중간점의 존재를 인지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서양인은 모순의 존재를 매우 불편해한다. - P224

우리는 ‘왜‘ 획일적인가?

그러나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
전일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위와 같이 정리한 결과는 완결적이지 않다. ‘왜?‘라는 의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 P225

니스벳은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의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을 고대 중국과 그리스의 생태 환경에서 찾는다. - P225

얼마나 그럴듯한가? 문화 간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념이나 종교의 차이로 설명하려는 시도보다는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인다. 이는 한국인의 전일론과 집단주의적 특성을 유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한발 더 깊게 들어간 것이다.  - P226

 ‘병원체 확산 가설‘에 따르면 집단주의적 행동은 병원체 확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더 자주 창궐한 지역일수록 집단주의 성향이 더 크다. - P226

 설령 전염병 발병률이 집단주의 성향에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변인일 뿐이다. 전염병 발병률로 문화 차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 P228

반면에 이른바 ‘농사 가설‘은 앞서 언급된 니스벳의 생태지리 가설의 증보판으로서 문화 차이의 기원에 대해 설명력이 가장 큰 가설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설은 문화 차이를 농사의 유형(쌀농사/밀농사) 차이로 이해한다.³ - P228

12장 편협한 한국인의 탄생


3. Talhelm, T., Zhang, X., Oishi, S., Shimin, C., Duan, D., Lan, X., &Kitayama, S. (2014). Large-scale psychological differences withinChina explained by rice versus wheat agriculture. Science, 344(6184), - P289

이를 검증하기 위해 쌀농사와 밀농사를 짓는 지역의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크게 네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중 두 가지는 앞서 언급한 묶기 과제와 소시오그램이었다.
세 번째 실험은 충성도와 족벌주의 측정인데 이는 자신이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를 재는과제였다. - P229

왜냐하면 이것은 단지 쌀/밀농사 차이와 집단(전일적)/개인(분석적)주의 차이 사이의 상관관계만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농사 가설이 대대로 쌀농사를 짓고 살아온 우리의 인지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 P231

한국인은 집단주의자인가?


한국인은 전형적인 동아시아인일까? 한국인의 심리적특성을 연구해온 학자들에 따르면 그 둘은 똑같다고 할 수없다. 물론 서양인에 비해 우리가 더 집단주의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집단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은 유별나다. - P231

그러나 ‘서구-개인주의 대 비서구-집단주의‘의 이분법으로는 실제로 각 문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비서구 문화권 사람들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는결론도 사실은 초기 문화심리학 연구에서 일본인이 주로 동양인을 대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P232

하지만 허태균에 따르면 집단주의의 핵심 가치는 어떤조직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에 만족하고 조직을 위해 개인의 목적을 희생할 수 있는 태도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그런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지 않다. - P232

한국인의 심리를 관계주의로 해석하는 허태균의 주장은 신선하면서 꽤 설득력이 있다. - P232

사실 동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느냐는 물음은 심오하지만 여기서는 더 이상 깊이 있게 다루기가 쉽지 않다. 엄청난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 P233

이와 더불어 이런 집단주의 문화에 기반해 새롭게 만들어진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독특함은 인지적 공감력의 확대를 억제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 P233

4장

알고리듬,
"주위에 우리 편밖에 없어"


(전략).
그러나 만일 ‘그‘가 사람이 아니고 알고리듬이라면? 유튜브를 즐겨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고리듬이 추천해주는 영상 콘텓츠를 어떤 방해도 없이 무한정 시청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 P89

알고리듬은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의 과거 클릭을 바탕으로 당신의 성향을 예측하고 자료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검색창에 똑같은 키워드를 쳐도사람마다 다른 자료가 검색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얼마나유용한 맞춤 서비스인가!"라고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상당히 기이하게 느껴진다. - P90

그런데 이런 알고리듬에 의한 검색과 추천은 우리 일상의 의사결정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알고리듬은 초기에는 비교적 단순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네트워크 과학과 인공 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빠르게 진화했다. - P90

 알고리듬은 그저 어떻게든 사용자의 주의를 끌어 자신의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끔 하는 특수 장치로 진화했다. 인터넷 접속을 하는 한 이관심 장치를 사용하지 않기란 매우 힘들다. - P91

취향 맞춤이 만드는 폐쇄성

오늘날의 알고리듬은 한 마디로 ‘마음 읽기mind reading장치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추천하게끔 설계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대체 알고리듬은 어떻게 사용자의마음을 알아내고 조종하는 것일까?  - P91

4장 알고리듬, "주위에 우리 편밖에 없어"

1. Youyou, W., Kosinski, M., & Stillwell, D. (2015). Computer-based personality judgments are more accurate than those made by huma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2(4), 1036-1040. - P284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단 말인가? 이런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 201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데이터 과학자인 알렉산드르 코건Aleksandr Kogan은 사용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주는 ‘당신의 디지털 생활This Is Your Digital Life‘이라는 앱을 개발했다.  - P92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데이터 스캔들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알고리듬의 능력이 계속 진보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독심술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 P93

추천 시스템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하나는 기존에 선호했던 콘텐츠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콘텐츠를 추천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 Contents Based Filtering, CBF‘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와 성향이 비슷한 다른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협력필터링 Collaborative Filtering, CF 방식이다. 이 두 방식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구별된다.⁴ - P94

4.
추천 알고리듬에 대한 아래의 소개는 다음과 같은 책에 기반해 있다.
Schrage, M. (2020). Recommendation Engines. MIT Press. - P284

잘 알려져 있듯이 이제는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 초일류 기업이 된 넷플릭스netflix는 초창기에 주로 CBF 방식을 사용했다. 넷플릭스에 가입해본 경험이있다면 회원 가입 시에 가입자의 기본 프로필과 함께 좋아하는 영화 장르 몇 개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 P94

CBF의 장점과 CF의 장점만을 살리는 하이브리드 전략도 가능하다. - P96

미디어 연구자들은 기존 플랫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의 이런 폐쇄성을 이미 경고했다.
그들은 ‘반향실 효과‘와 ‘필터 버블 효과‘라는 용어로 기존플랫폼이 사용자를 자신의 목소리에 가둔다고 비판했다. - P97

 동일한 원리로 중도 좌파인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우파의 견해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는기회는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친구 신청을 주고받은 사용자들이 대개 중도 좌파일 것이기 때문이다. - P98

타인을 따르라는 마음속 명령

추천 알고리듬은 이런 편향성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를끌어모으고 붙들어놓는 데에는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공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 P98

1950년대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사람들이 타인의 판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⁷ - P98

7. Asch, S. E. (1951). Effects of group pressure upon the modificationand distortion of judgments. Organizational influence processes, 58,
295-303. - P284

이처럼 다른 이들이 우긴다고 줏대 없이 자신의 입장을바꾸는 것을 사회심리학자들은 ‘동조conformity‘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어떤 특정인이나 집단으로부터 실제적이거나 가상적 압력을 받아서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의견을 바꾸는 것‘이다. - P101

가령 "미국인의 대다수가 하루에 여섯 끼를 먹고 너덧시간만 잔다"라든지 "남자 아이의 기대 수명은 25년이다"와같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보이는 문장들에 대해서도 둘째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이 사실이라고 동조했다. 심지어 이 동조에 의한 판단이 전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진술하는 이들도적지 않았다.⁸ - P101

8. Tuddenham, R. D. (1958). The influence of a distorted group normupon individual judgment. The Journal of Psychology, 46(2), 227-241. - P284

이와 비슷한 계열의 연구는 아직도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나와 동료 연구자들도 2016년에 매우 흥미로운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다.⁹ - P101

에고 네트워크란 자기의 절친한 친구, 이른바 ‘절친‘다섯 명까지의 이름을 적게 한 후에 그들 간의 관계를 표시한네트워크다. 어떤 이의 절친이 다섯 명이 있는데 그들이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는 최고치 1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그들이 모두 절친이긴 하나 서로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는 최저치 0이다. - P102

우리 실험의 목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답변자의 예측 정확성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 밀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 P103

극단적으로 다섯 명의 절친이 서로 다른 다섯 가지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P103

그렇다면 가설은 잘 들어맞았을까? 놀랍게도 그 와중에 알파고의 승리를 예견하던 소수의 사람이있었고 그 소수의 에고 네트워크를 분석해보니 우리의 예상대로 밀도가 낮은 사람들이었다. 즉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한다는 가설이 입증됐다. 밀도가 낮은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알파고가이길지도 모른다는 식의 이견도 경청했을 개연성이 높다. - P104

동조라는 감옥

이런 결과는 추천 알고리듬이 편재하는 이 시대에 어떤함의를 주는가? 우리 연구의 출발점은 인간은 누구나 주변사람에게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 P105

흔히 사업가나 정치인 중에 주변에 사람을 몰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 좋게 말하면 지지 세력이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가신 집단이다. - P105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1인 이른바 ‘예스맨‘들의 폐쇄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잘못된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지며 성향이 유사한사람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편향된 공감만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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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중요한 정보를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는 질책을 감수하실 겁니까? 우리가 외국인 범죄자들을 비호했다는?"
"그건 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걸세." 뤼드베리가 말했다. "경찰이 어떤 외국인들을 찾고 있다는 말이 새어 나가면 난민 캠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나?" - P60

크리스마스이브 이틀 전, 이혼 서류가 배달되었다. 봉투를 열었을때 그는 그것으로 끝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면에서 무언가가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달아나려는 시도처럼,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병가를 내고 덴마크로 목적 없는 여행을 떠났었다. - P62

거의 트렐레보리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그는 연노랑 불빛에 물든 부두를 가로질렀다. 대형 트럭이 선사시대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글자가 쓰인 문을 지났다. 그곳에있는 두 명의 수속 경찰 모두 모르는 사람이었다. 발란데르는 자신을소개했다. 둘 중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은 잿빛 턱수염을 길렀고, 이마에 길게 난 흉터가 있었다.
"위스타드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맡으셨군요." 그가 말했다.
"범인들을 잡으셨습니까?" - P63

대화는 페리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하는 승객들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중략).
20분 후에는 아홉 명의 승객만 남았다. 저마다의 이유로 스웨덴으로의 망명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었다. - P63

"오늘 밤은 꽤 조용한 편이군요." 더 젊은 경찰이 말했다. "가끔씩 백 명에 육박하는 망명 신청자가 한 페리로 도착합니다. 그게 어떨지 상상해 보세요." - P64

"말뫼의 출입국 경찰이 그들을 데리러 올 겁니다." 나이 든 경찰이 대답했다. "오늘 밤은 그들 차롑니다. 페리에 여권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 우리는 무선으로 통보하죠. 가끔은 추가 인력을 요청해야 합니다." - P64

"헤드라이트를 꺼야겠습니다." 발란데르가 말했다. "그런 다음 둘이서 얘기를 나누죠."
(중략)
"경찰인 줄 몰랐소" 스트룀이 사과의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발란데르는 큰 망치를 치우고 그 자리에 앉았다.
"뢰브그렌 부인이 지난밤에 사망하셨습니다." 그가 말했다. "와서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 P67

이 부부는 침묵했다. 여자는 스푼으로 커피를 저었다. 남자는 엽총을 만지작거렸고, 발란데르는 신중하게 총구를 피해 앉았다.
"그러니까, 마리아가 죽었군요." 뉘스트룀이 천천히 말했다. - P67

"왜 그들은 말을 길렀습니까?" 발란데르가 궁금해했다.
"은퇴한 낙농가에 빈 마구간은 시체 안치소나 같소." 스트룀이대답했다. "말은 가족이었지."
발란데르는 이곳 마구간에서라면 질문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도 안 주무시고 불침번을 서셨겠군요." - P68

"선생님은 집 안에 돈을 두고 계십니까?" 그가 물었다. "누군가가그걸 훔치려다가 집을 잘못 안 것일 수도 있을까요?"
"우리 돈은 모두 은행에 있소." 뉘스트룀이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도 적이라곤 없다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커피를 마셨다. 발란데르는 한나 스트룀의 눈이 벌게진 것을 보았다. 자신들이 마구간에 가 있는 동안 숨죽여운 것처럼, - P69

"두 분에게 두려운 기색이 있었나요?" 발란데르가 물었다. "걱정스러워 보인다든가?"
"요하네스는 감기에 걸려 있었어요." 한나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평상시랑 다를 게 없었어요." - P69

"난 총기 허가증이 있소." 그가 말했다. "그리고 당신을 겨냥한 게 아니오. 당신에게 겁만 줄 생각이었지."
"잘하셨습니다." 발란데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좀주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짓을 한 자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당신 같으면 잠이 오겠소?" 뉘스트룀이 물었다. "당신 이웃이 말못하는 짐승처럼 도살당했다면 잠이 오겠소?"
적절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 발란데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70

 침대 밑에 숨긴 돈 한 푼 없는 두 노인, 골동품 가구 한 점 없는 두 노인이 한낱 강도 짓 이상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살해되었다. 증오혹은 복수의 살인.
분명 두 노인에게 예사롭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말이 말을 할 수만 있다면! 그는 말에 대해 편치 않은 감정을 느꼈다. - P71

발란데르는 밖으로 나가 플라스틱 머그잔 두 개에 커피를 담아 뤼드베리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문 앞에 멈춰 섰다. 내 결정이 뭐였더라? ‘수사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마지막 말을 언론에 알리지 않는다? 아니면 알려야 한다?
결정을 내리지 못해 짜증이 난 그가 발로 문을 밀어 열었다.  - P72

두 사람은 다시 수사의 진행을 검토했다. 감식반은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했고, 그것들을 중앙 지문 기록소에 조회 중이었다. 한손은 노인 폭행 전과가 있는 범죄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조사결과, 그들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거나 알리바이가 있었다. 경찰들은 룬나르프 거주자들을 계속 탐문 중이었고, 그들이 돌리는 질문지가 어쩌면 실마리를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 P73

"(전략). 이 사건의 이몀에 복수나 증오가 숨어 있습니다. 그 둘 다거나요."
(중략)
"자네도 알다시피 사람들을 무슨 짓이라도 하게 하는 마약이란 게있네."
발란데르는 그게 뭔지 알았다. 범죄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고, 그 범죄의 이면에는 거의 언제나 마약 밀거래와 마약 중독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위스타드 관할이 증가하는 범죄의 추세에서 벗어나 있다하더라도 그는 환상을 품지 않았다. 범죄가 사람들에게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상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 P74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죠?" 그가 물었다.
"수사 책임자는 자네야." 뤼드베리가 대답했다.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P74

"먼저 회의부터 하러 가죠." 발란데르가 말했다. "그런 다음 림함에가 보세요."
오전 10시에 그들 모두는 발란데르의 사무실에 모였다.
회의는 매우 간단했다. 발란데르는 그들에게 피해자가 죽기 전에한 말을 알려 주었다. 당분간 그 정보를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모두 이의가 없어 보였다. - P76

"아무 의미도 없을지 모릅니다." 노렌이 말했다. "그냥 생각난 것뿐입니다."
"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거야." 발란데르가 말했다.
"그 말을 기억하십니까?" 노렌이 물었다.
"물론이지."
"저더러 그 말에게 건초 좀 갖다 주라고 하셨죠."
"물도"
"건초와 물.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발란데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지?"
"말에게는 이미 건초가 있었습니다. 물도요." 발란데르는 노렌을 보며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 P77

"죽은 사람이 말에게 먹이를 줄 순 없지." 발란데르가 말했다. "누가 줬을까?"
노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한 노릇이군요." 그가 말했다.
"우선 한 사람을 죽인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 올가미를 건다.
그리고 마구간으로 가서 말에게 건초를 준다. 대체 어떤 놈이 그렇게 이상한 짓을 할까요?"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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