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특수부대에 특수방위원으로 배속된 이쿠와 테즈카의 훈련기간은 1개월 반 정도 연장되어, 오쿠타마에 확보되어 있는 훈련장에서 각종 사격이나 야영 등을 주로 한 훈련이 기다리고있다.
도서관 공방이라고 하면 주로 시가전일 텐데 웬 야영. 대장인 겐다에게 물어보자 명쾌하게 "폼나잖아!"하고 대답했다. - P84

칸토 도서대의 도서특수부대는 올해 들어온 이쿠와 테즈카를 포함해 총 50명 가량, 칸토 전역을 아우르기에는 소규모이지만 특수부대가 총출동할 만한 사태가 그리 자주 일어나도 곤란하니까 이 규모로 충분하다면 어떤 의미로는 옳은 일이다. - P85

"히노의 악몽이 재래할 때를 대비해서다."
"히노의 악몽?"
그렇게 말한 순간 도조가 눈을 부릅떴다. "너, 강의..."라고 말하다가 험악한 한숨.
"들었을 리가 없지." - P86

"테즈카, 설명해줘라."
도조가 지명하자 이쿠는 얼굴을 찌푸렸다. 테즈카에게 설명을들을 바엔 차라리 도조에게 야단맞으면서 설명을 듣는 편이 낫다. 그러나 도조는 이쿠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분하다면 동기에게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도록 해." - P87

막힘없는 설명에 주위 대원들이 오오 하고 감탄했다.
"너는 그대로 교편도 잡을 수 있겠군."
도조의 이 말은 최대급 칭찬이다. 그 말을 듣고 테즈카는 "과찬이십니다"하고 경례했다.
"하지만 이 정도도 모르는 사람이 도서특수부대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저 개인적으로는 믿어지지 않습니다만." - P88

"아까 한 말은 취소다."
도조의 갑작스런 말을 듣고 테즈카가 눈을 깜박였다.
"너는 우수한 학생이지만 가르치기엔 아직 멀었어. 카사하라는 카사하라 나름대로 너와는 다르게 선발된 이유가 있어. 네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 P88

이쿠가 몰아붙이자 테즈카는 무시하며 사격 순열에 섰다.
너희들 정말이지 서로 안 맞는구나, 주위 선배대원들이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이쿠 나름대로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90

"아무래도 안 되겠어, 카사하라 씨."
이쿠가 쏜 과녁을 쌍안경으로 확인하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코마키였다.
(중략).
시력을 묻기에 2.0이라고 대답하자 코마키가 혀를 내둘렀다.
"나보다 좋잖아. 그럼 과녁은 보이겠네. 방아쇠 당길 때 제대로 가압을 못 줬나?" - P90

"훈련시간을 늘려주세요.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적성에 안 맞는 방면을 훈련하기 위해 탄환을 쓸 만큼 부대예산은 윤택하지 않아. 적재적소는 궁핍한 군대의 기본이지. 카사하라 씨를 저격수로 키우기보다도 테즈카 일사를 키우는 편이 싸고, 전원이 저격수가 될 필요도 없어." - P91

코마키가 그렇게 말하며 이쿠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
"카사하라 씨는 카사하라씨의 적성을 살리도록 해. 테즈카일사와 경쟁해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속셈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통에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지만, - P91

테즈카가 카사하라 이쿠라는 여자대원을 알게 된 것은 교육기칸도 종반에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이미 젠다에게서 도서특수부대로 가도록 은밀하게 지시를 받고 있었는데 신입대원 가운데 한 사람 더 선발될지도 모른다는특수방위원의 후보로 들었던 이름이 카사하라 이쿠였다. - P92

그러나 이런 녀석이 태스크포스의 선발후보라니, 이 녀석과테즈카가 동등한 평가를 받았다는 뜻인데-어째서 나랑 이녀석이 동급이냔 말이다. - P92

뿐만 아니라 경비실습 중에 실수를 저질러서 경상이라고는 해도 도조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한다. 그러니 카사하라의 선발은 취소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올해 특수방위원 선발은 두 명이 되었다.
사령실 앞에서 처음 마주친 카사하라는 같은 신입대원이니까 친근감이라도 솟았는지 처음부터 마음 편하게 말을 걸어왔는데 이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 P93

무슨 소리, 상대가 대장이라는 사실도 잊고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을 텐데. 어째서 우리들이 너와 동시에 그 녀석을 뽑았는지."
수습할 틈도 없이 표정이 굳었다. 감각적으로는 조롱에 가까웠다.
"제 잣대로 재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으니까요."
의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상관 앞에서는 굳이 스스로를 ‘자신‘이라고 칭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 P94

"너만큼 우수한 녀석은 드물지만, 우수한 녀석 특유의 나쁜버릇도 고스란히 남은 모양이군. 자기 수준에 이르지 못한 녀석을 떨쳐내고 나면 네 옆에는 몇 명이나 남지?"
테즈카의 귀에 그 말은 상투적인 말로만 들렸다. 무능한 다수보다 유능한 소수가 도덕성도 높고 전력에도 도움이 된다. - P94

겐다가 쓰게 웃었다. 전형적이로군, 중얼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걸렸지만 못 들은 척했다.
"뭐 한 명밖에 없는 동기니까 조금은 허물없이 대해보는 게어때?" - P95

이쿠의 라이플 사격이 그럭저럭 자리를 잡을 무렵, 그제야 이쿠는 테즈카보다 나은 적성을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중략).
강하 훈련에서 자세를 확보하는 요령은 뒤를 향해 뛰어내릴때에 힘껏 뛰어내리는 것이었는데, 원래부터 야생 원숭이였던 이쿠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과목이었다. 어릴 적에는 몸에 안전장치도 매지 않고 밧줄 하나만 묶고서 오빠들과 비슷한 놀이를하며 지냈다.
처음부터 힘껏 뛰어내려 자세를 확보한 이쿠를 보고 지상에서 커다란 동요가 일었다. 착지한 뒤에 말을 들어보니 거꾸로 매달리게 되리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 P96

"뭔가 꾸미고 계시는군요."
이쿠가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중얼거리자 도조도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이쿠는 그 의아하다는 표정에 대고 대답했다.
"도조 교관님이 평범하게 저를 칭찬하시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번엔 어떤 꼬투리로 야단치실 셈이세요?" - P97

그 뒤의 훈련에서도 테즈카의 강하는 눈에 띄게 나아지지는 않았고 매번마다 합격 수준을 그럭저럭 유지한 채로 헬기 훈련일을 맞았다.
칸토 일대에 한 대뿐이라는 수송용 헬기인 UH60JA가 칸토도서대에 배치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울트라C⁵가 있었던 듯하다. 숱한 가설 중에서도 가장 그럴듯한 것은 방위시설청에서 받는 보조금을 현물지급으로 받아내었다는 설이다.



5) 울트라C: 원래는 체조 용어로 최고 난도인 C보다 더 어렵다는 의미. - P98

그 좁은 곳에서 이쿠가 문득 옆을 보자 테즈카가 험악한 얼굴로 슬링 로프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쩐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은 생각 탓만은 아닌 듯했다. 아무래도 높은 곳을 꺼려하는 듯하다는 사실은 지금껏 해온훈련에서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 P99

"도서대원에게 이 훈련이 필요한 의미는 뭡니까?"
무사시노 제1도서관에서 네리마 구립도서관까지 나침반 이동해야만 하는 사태라도 발생하는 건가 하고 말하고 싶다.
"폼나잖아!"
아니나 다를까, 명쾌하게 대답하는 겐다를 보고 대원들이 폭소했다. 겐다가 덧붙였다.
"그 이상 설명이 듣고 싶다면 도조가 대답하도록 하지." - P100

폼 때문에 사흘에 걸쳐 오쿠타마를 헤매야 하는 것도 기운이빠지는데 도조의 설명을 들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물어봐야만 훈련의 의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머리가 나쁜 거야."
노골적으로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린 사람은 옆자리에 앉은 테즈카였다. - P100

겐다가 "맞다, 맞아"하고 생각난 듯이 덧붙였다.
"또한 근교 임업 관계자에게서 곰을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니 조심하도록."
"아니 잠깐, 어떻게 조심하라고요!" - P101

"뭐 혼슈니까 곰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반달곰이다. 기본적으로는 소심한 성격이니까 이 정도 숫자로 행동하면 그쪽이 먼저 피할 거야. 만일 격투를 하게 된다 해도 1대1로 이길 만한짐승이 아니니까."
"곰을 상대로 싸운다는 선택 가능성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범상치 않은데요! 게다가 곰한테 이길 수 있는 인류라니 도서대에서는 겐다 대장 정도밖에." - P102

도조도 까다로운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 그, 뭐랄까, 대장도 말했다시피 여러 명이 행동하면 마주칠 일은 별로 없어. 등산객이 습격받은 적도 거의 없으니까 오히려 화제가 되는 거고, 내가 아는 한 장거리 행군에서 실제로 곰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안심시켜주려고 느릿느릿 이야기하는 듯하니-고마워해야 할까. 이거. - P103

당연한 일이지만 신입대원은 둘이 같이 도조가 감독하는 부대에 들어가 장거리 행군에 나섰다. 새벽녘에 두 부대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출발했다.
곰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어, 이것이 현실이었다. 중장비로 여름 산, 심지어 길도 없는 산을 헤치며 나아가는 행군이다. - P104

"시골에서 자랐으니까요. 도조 교관님은 도시에서 자라셨나요?"
"자란 곳은 계속 도쿄였지. 도서대에 들어간 뒤에는 연수 때문에 칸토구내를 다소 돌아다녔지만."
헤에, 맞장구를 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P105

테즈카는 소리내어 불평하지는 않았지만 표정만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쿠도 테즈카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아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쿠의 등 뒤에 선 도조에게는 테즈카의 얼굴만이 보였다.
"부활동에서는 자기만 기준을 달성하면 합격하는 게 아니야.
알고 있겠지." - P105

같은 설교 두 번 시키지 마라. 카사하라."
과연 교육대 때부터 같이 있었던 만큼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쿠가 투덜투덜 등짐을 내리려 하자 도조가 등 뒤에서 삽을 꺼내어 이쿠에게 건네었다. - P106

쉴 틈도 없이 텐트 설치를 개시했다. 이쿠는 여자라서 1인용이다. 설치를 마치자 이미 해는 저물어 휴대식량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카사하라 볼일 보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지 말아주세요~!"
라고. 시집도 안 간 아가씨가 태평하게 외치다니. - P107

이상한 꿈을 꿨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테즈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우와아 하고 상당히 대놓고 초조한 목소리로 외치다니, 저 우등생이 당황하는 모습이라니 거 참 보기 좋다.
(중샤4).
"나왔다!" - P107

ㆍ임업 관계자에게서 곰을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니 조심하도록.
"곰이냐?!"
뛰어들어온 덩치를 후려갈겼다.  - P108

"아하하하하. 그게 뭐야! 카사하라 너, 곰, 곰을 때렸다고?!"
"웃을 일이 아냐!"
이쿠는 웃으며 나뒹구는 시바사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시바사키는 더욱더 심하게 융단 위를 뒹굴었다.
"믿어지지 않아,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보통 곰을 때리니?! 여자애가?!" - P108

"짚뭉치라고 해도 너, ‘곰이냐?‘라고 외치고서 때렸다며? 너나름대로는 곰이라고 인식하고서 때렸다는 말이잖아. 이야, 굉장해, 여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몰라."
(중략).
"아니, 아니, 그럴 수밖에 없지, 웃을 수밖에 없다니까." - P109

-2주일 전쯤에 관장님이 입원했어."
"어, 정말?! 드디어?!"
시바사키가 말하는 관장님이란 도서기지 부속 무사시노 제1도서관장이다. 궤양이니 폴립이니 언제나 건강 상태가 아슬아슬해서 식후에 대량의 약을 삼키는 모습은 일종의 명물이었다. 시바사키의 말에 따르면 긴급 입원해서 위를 잘라냈다고 한다. - P110

아무튼 이번 일은 도서관에 있어서는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인사가 아니었던 듯하다.
"관장님이 얼른 복귀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 P111

"교육위원회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다는 식이지. 추천도서를 넣으라는 둥, 바람직하지 않은 도서는 빼라는 둥. 교육위원회뿐만 아니라 아무튼 권위 있는 곳의 요청을 거역할 수가 없나보더라." - P111

오쿠타마에서 돌아온 뒤 첫 출근 때 이미 도서대 안에는 ‘곰도 때려잡는 카사하라‘의 이름이 널리 퍼져 있었다. 어찌 보면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일이다. 집중훈련에 동행한 대원들이 앞을 다투어 말을 퍼뜨린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시바사키 역시 소문의 확산에 상당히 공헌하고 있었다. - P112

도조의 험악한 말투는 주객전도에 가까웠지만 이는 얼른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도조가 성을 낸다.
"나도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맘대로 미리 폭로 해보라고! 다음 신입대원이 들어올 때까지 원한을 품는단 말이다!"
아무래도 해본 적이 있나보다.
"올해는 여자도 있으니까 그만두자고 내가 몇 번이나 중지를 요청했는지 알아?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나름대로 힌트도 줬더니만!" - P113

코마키는 매우 상식적으로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하지만 도조는 들이닥친 풀뭉치에게 "곰이다!"고 외치며 달려들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몹시 즐거워한 젠다가 신입대원 배속 때의 영구연례행사로 삼았다고 하니, 거슬러 올라가면 도조의 탓이라는 이쿠의 주장은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 - P114

"먼저 서고에 들어가 있어. 빨리 왔거든."
"그럼 서고 출납부터 시작할까."
도조가 그렇게 말하며 이쿠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는 한 번밖에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뒤에 모르는 부분이있으면 테즈카에게 물어."
말하자면 테즈카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다면 단번에 기억하라는 뜻이고, 또한 테즈카는 단번에 기억하리라고 믿고 있다는 뜻, (후략). - P114

서고에서 합류했을 때, 테즈카가 ‘곰 사냥‘ 건으로 뭔가 놀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즈카는 먼저 코마키에게서 서고의 배치를 배워두었던 참이라 이쿠는 도조에게서 배웠다. - P115

"기본적으로는 안쪽 1번 서가에서 일본 10진 분류법에 따라 격납되어 있다. 1번부터 4번 서가가 총류, 그 가운데 1번 반까지가 010도서관학, 거기서부터 2번 첫 단까지가 020도서·서지학, 그 다음이 030은 뛰어넘고 040.."
노도처럼 시작된 설명에 이쿠는 서둘러 도서수첩을 바지주머니에서 꺼냈다. - P115

"저기, 2번 첫 단째에서 030을 뛰어넘고 040이 된다니 왜 그런가요?"
"030은 백과사전이니까. 판이 크고 중량이 있으니까 제일 아랫단에 배치되어 있어."
메모를 적는 이쿠의 속도를 기다리다가 도조가 문득 물었다.
"보기 힘들지 않나?" - P116

"하지만 도서수첩은 반드시 휴대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꼭 갖고 다니고, 분류 일람도 부록으로 실려 있으니까요."
"잘 생각했군."
일단 칭찬 비슷하게 말한 직후에 "뭐 볼 시간이 있다면 말이지만"하고 덧붙여 이쿠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 P116

결과적으로 메모를 뒤적거릴 틈은 거의 없었다.
열람실 카운터 단말기에서 발신되는 요청서는 알람과 함께 서고 단말기에서 장표인쇄되어 나왔다.
장표를 한 장씩 들고 책을 찾아야 하는데 한 건 출납에 10분을 들일 수는 없다. 이용자의 불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5분. 베테랑이 보면 그래도 늦다. - P117

도조 이하 네 명밖에 서고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분류를파악하지 못한 이쿠는 거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2차 구분까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이 가는 분야도 있지만 3차 구분에서는 완전히 두 손을 들어 해당 분야를 처음부터 훑어볼 수밖에 없다. - P117

서가 배치를 표시해둔 서가번호를 분류기호와 관련지어 파악할 수 있다면 검색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의 이쿠에게는 영문 모를 번호에 지나지 않았다.
"미안, 테즈카, 756은 몇 번 서가?!"
"공예 30번대! 너 적당히 좀 해, 공예는 좀 전에도 물었잖아?!" - P118

그런데다 서고로 돌아오는 책의 체크와 배가, 전산처리는 완전히 멈추어 있었다.
"이세권."
코마키가 서적용 엘리베이터 옆에 놓아두었던 책을 집어들었다. 책등을 모두에게 보인다. 이쿠가 찾아서 열람실로 올려보낸 책이었다.
"취소 반납되었어."
코마키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이쿠는 야단을 맞은 것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이용자가 기다리지 못하고 출고를 취소했던 것이다. - P119

"테즈카!"
도조가 강하게 말하자 테즈카의 목소리가 숨을 삼킨 듯이 멈추었다. 코마키가 뒤를 잇는다.
"말이 심하다. 옳다고 해서 무슨 말을 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
테즈카가 불만스러운 듯 입을 다물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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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이 징크스

호수는 어제와 다르게 더 차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를 맡으며 부암동 길을 올랐다. - P110

 떨어져 지내던 부녀가 미술관 전시를 계기로 다시 마주하고, 아경 씨와 해주 씨가 우정을 돈독히 다질 수 있게 된것에 호수는 작은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퇴근 무렵내내 기분이 좋아 보이던 오 실장이 다미와 호수에게 저녁을 같이할 것을 제안했는데, 문제는 따라나선 그 저녁 자리에서 호수가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셔버렸다는 점이었다. - P111

저녁을 먹으러 간 해물찜 식당에서 오 실장은 미술에 관심이 조금씩 생긴다면 입문서로 읽어봐도 좋다며 책 한 권을 추천했는데, 그때 이미 호수는 빈속에 소주를 여러 잔 마시고 조금은 취해 있던 데다가 주위가 시끄러워 그의 말을 잘알아듣지 못했다. - P111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호수 씨.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중략).
"아아, 미술관 공구리 친다고요?" - P112

그러고 오 실장은 시들한 표정이 되어 "이제 그만 정리하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호수의 주사가 거기서 그쳤다고 해도 괜찮았을 것이었다.  - P113

아무도 미처 우산을 가져온 이가 없었기에, 오 실장이 "갑자기 웬 비야. 이거 낭패네. 그냥 각자 알아서가고 내일 봅시다" 하며 손짓한 후 서둘러 빗속으로 먼저 뛰쳐나갔다. 오 실장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뭔가 짠한 마음이 된 호수가 뒤이어 뛰쳐나간 게 잘못이었다. - P113

호수는 맹렬하게 오 실장을 향해 달려 나갔다.
"우산 쓰고 가셔야죠!"
한참 앞에서 가방으로 머리를 가린 채 종종걸음으로 걷던오 실장이 호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 P113

빗물이 알알이 가득 들어차 보이지 않는 안경 너머 오 실장의 눈빛을 보았어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어쩌면 호수도 더 빨리 눈치챘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중략), 뒤를 쫓아왔는지 다미가 그 앞에 숨을 헉헉거리며서 있었다.
"그거 우산 아니에요, 호수 씨." - P114

"손 연구원, 이분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거 같은데 잘 좀택시 태워 보내요" 하고 혀를 차며 뒤돌아선 오 실장이 어차피 젖은 머리며 몸을 가방으로 더 가릴 태세도 없이 걸어 나갔다. - P114

"나는 곰브리치를 생선이라고 아는 자네가 어째서 이 미술관에 와 있는지 도통 모르겠는데 말이야."
오 실장이 뒤끝이 없다는 다미의 말이야말로 근거 없는 얘기였다고 생각하며 호수는 완전히 기운을 잃은 모습으로 책상 한편에 상체를 기댔다. - P116

"뭐라도 먹어야 속이 풀리죠. 해장엔 감도 좋대요."
"아, 이런 감사합니다. 근데, 그거 아세요? 감이 잠들면 감자 되는 거요."
"술덜깨셨구나. 가요."
표정 변화 없이 다미가 말하며 걸어 나갔고, 무색한 표정으로 호수가 그 뒤를 따랐다. - P117

"뭔가를 먼저 긍정해버리면 꼭 잘 안 되는 징크스가 있으시대요. 긍정이 징크스라나. 아마 그것 때문에 아니지, 아니지, 그런 말투를 습관처럼 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중량). 오 실장은 매사 신중하고 확실해질 때까지는 그 어떤 일에도 의심하고 회의하는 사람이었다. - P118

"가끔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치고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이렇게 버리고 나면 괜찮아요."
"기운내세요."
웃는 낯으로 건네는 말이었지만 호수의 가슴은 왠지 모를공허함이 가득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다미의 말에 전염된 것처럼 곧바로 자기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돼버린 것 같았다. - P120

걸어 도착한 미술관 앞에는 제법 덩치가 큰 세 명의 남자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중 담배를 피우던 한 남자가 호수와 다미를 알아보고는 대뜸 외쳤다.
"저기, 이봐." - P121

"네, 저희 미술관 작품은 현재 누구에게도 판매하지 않고있습니다."
"허, 씨, 얘들아, 그림 판매를 안, 하, 신, 단, 다."
남자 뒤쪽에 있던 남자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누구마음대로 판매를 안 하는데?"
"누구 마음대로라뇨." - P122

"선생님, 그게 아니라, 전시된 작품 작가님이 그림을 팔기를 원치 않아 하셔서요. 공익적 목적으로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기를 바라시거든요." - P122

남자가 막무가내로 성질을 내던 그때 미술관 출입문 안쪽에서 굵고 엄숙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야, 득열이. 너 지금 뭐 하냐."
(중략).
"그러든 말든 그게 너랑 뭔 상관인데? 야 쪽팔리게 하지말고 어서 가가." - P123

"야, 니들은 뭘 알고 미술관에 데려와야 할 거 아냐. 여기미술 작품 한 작품만 전시하는 거 알았어, 몰랐어?"
금니 남자가 종전의 남자 어깨를 밀쳐내며 돌아서게 했다.
"한 작품만요? 그건 몰랐는데요." - P124

티격태격하며 걸어 나가던 큰 덩치의 남자들이 웬만큼 멀어지자 호수가 한숨을 몰아 내쉬며 말했다.
"휴, 깜짝 놀랐네요. 근데 좀 조폭들 같아 보이지 않아요?
여긴 어쩐 일일까요?"
"그러게요. 낯선 분들이네요." - P124

 새삼 다미가 자신보다 당차고 겁도 없다는사실을 되새김하며 그 자리에서 남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호수는, 그중 한 명이 살짝 고개를 틀어 뒤를 돌아보자 출입구 너머로 얼른 몸을 감추고는 본관을 향해 내달렸다. - P125

흔적을 지워주세요

요즘 대오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건달도 이젠 주먹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주먹을 쓰면 언제든 수사기관에 쫓길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머리를 잘 쓰면 주먹을 사용하지 않고도 용이하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 P126

이전처럼 유흥업소를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보호비를 받거나 각종 재개발과 철거 혹은 이권 개입 같은 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 측의 증거수집이나 신고로 처벌받는 일이 더 많아진 탓이었다. - P127

처음 조직을 꾸렸던 큰형님이 부암동 주택으로 집을 옮겼다는 소식을 들은 대오는 마침 찾아뵙고 결심을 밝힐 생각이었다. 걸리는게 있다면 오래 조직 생활을 함께해온 이들이었다. - P127

"나도 내 눈에는 쓰레기만 보여서 쓰레기 좀 치워야겠네."
난데없이 할머니가 빗자루를 들더니 대오를 향해 휘적휘적 휘둘렀다. - P129

"어서 전시관에 들어가봐요. 미술관에 왔으면 그림을 봐야지 덩치에 맞지 않게 기껏 비닐봉지한테 놀란 걸로 화풀이야."
"아니 근데, 이 할머니가..…………."
"아 장난이라니까. 농담도 못 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버럭 하는 할머니의 기백에 움찔한건 대오였다. 요즘 따라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일이 늘어간다고 생각하며 대오는 차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참았다. - P130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대오는 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이 한 점뿐이라는 걸 알았다. - P130

뭔가에 멱살을 잡혀 끌려가듯 대오가 사연의 방으로 들어간 건 그때였다. 뭐라도 고백하고 싶은 심정으로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대오는 이내 결심한 듯 펜을 들어 뭔가를 써가기 시작했다. - P131

미술관에서 작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말에 대오와 일행은 하는 수 없이 큰형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 P133

"전, 반댑니다. 큰형님." 가만있던 득열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큰형님을 보며 말했다. "갑자기 이렇게 조직을 해산하게 되면 생계도 생계지만, 조직 생활을 계속 원하는 애들까지내팽개치라는 얘기지 않습니까?"
"득열아, 그 얘기는..."
"말이 나와서 얘긴데, 형님한테도 많이 서운합니다. 이런식으로 조직을 내치려고 하시는 게요." - P134

그쯤 되자 큰형님이 나서 둘 사이를 중재하며 말을 돌렸다.
"많이 줄어서 열댓 명 정도 되죠. 새로 조직원을 뽑으려고해도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야죠. (중략). 이래저래시대도 좀 많이 변하는 추세고...... 야, 득열아 우리 막내가 몇 살이지?"
"여기 영택이가 우리 막내잖습니까?"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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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Not Bombs-inspired projects


Food Not Bombs has inspired a number of otherdo-it-yourself projects. These projects share manyprinciples with Food Not Bombs including a critiqueof the economic system, dedication to collective decision making, and a desire to provide a direct service or perform a task that introduces the public toour philosophies of nonhierarchical, decentralizedsocial organization that encourage self-reliance andindependence from corporations and government. The most widespread projects are Food Not Lawns, Homes Not Jails, Indymedia, Really Really FreeMarkets, and Bikes Not Bombs. - P75

Food Not Lawns


(전략). It starts with volunteer scalling for a work day and party-through word of mouth and flyers-at an abandoned lot, bringing rakes, shovels and other tools and free meals for gardeners and interested neighbors. - P75

Soon Food Not Bombs groups were starting Food Not Lawns gardens, and there are now Food Not Lawns gardens in over 200 cities. Peterborough,
Canada Food Not Bombs started a garden that in-spired a weekly column in the local paper. - P76

Occupy the Farm in Albany, California is agreat example of anarchists uniting with the community to reclaim land that was slated to becomea shopping mall. Thousands of local people occupied property that had been part of the Universityof California‘s agriculture program. - P76

The Really Really Free Market

The first Really Really Free Market was organizedaround 2001 by Food Not Bombs volunteers in NewZealand taking the 1960s Haight Ashbury Free Storeconcept to their local park. - P79

"I shall continue to be an impossible person while those who are now possible remain possible."

-Mikhail Bakunin, Letter to Ogarov, June 14, 1868 - P79

The first Really Really Free Market in the UnitedStates was held during the protests against the FreeTrade of the Americas Agreement summit in Miamiin 2003, providing a unique contrast to the exploit-ative trade policies advanced at the summit. - P79

Really Really Free Markets are great outreachevents, and you and your friends can hold one. Tomake the day even more interesting, ask local bandsto play music and encourage other entertainers to participate. - P79

THE FOOD CRISIS


Food policies may be the most important questionof our time. Food policies impact the climate crisis, civil liberties, trade, poverty, species extinction, public health, civil unrest, migration, hunger, andwar. - P96

The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 2006 report, "Livestock‘s Long Shadow," says
"livestock production is one of the major causes of the world‘s most pressing environmental problems, including global warming, land degradation, airand water pollution, and loss of biodiversity. - P93

The climate crisis, due in part to animal agri-culture, is the principle cause of unprecedenteddroughts (notably in the Plains States and Califor-nia, America‘s breadbaskets). In addition, animalagriculture uses a disproportionate amount of freshwater. - P93

Consider this: Before food reaches your table, it ishandled by farmers, distributors, wholesalers, and retailers. - P94

Over $100 billion worth of edible food per year is discarded in the United States. The situation is similar in many countries in Europe as well as in Australia, New Zealand, Japan, and Canada. With theexception of Africa and parts of Asia, where povertyis so great that little edible food is discarded, it ispossible to recover large amounts of wasted food in every community. - P94

It‘s no accident that this is not already happening. We do not have a democratic say in how foodis produced or distributed.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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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recipes for small groups are for five or sixpeople unless otherwise noted.  - P105

If you‘re grilling, we recommend using a char-coal chimney (cost $10-$15) instead of petrochemi-cal "lighter" fluid. Charcoal chimneys pay for them-selves quickly, are environmentally friendly, anddon‘t give your grilled food a nasty chemical taste. - P105

Home Fries

6 to 8 potatoes, in strips or cubes
1 tablespoon sea salt

In a large pot, bring water to a boil. Carefully addpotatoes so there is no splashing and bring to a second boil. - P105

Granola

Makes about 3 pound of granola

Preheat oven to 300 degrees


1 pound rolled oats
1 pound barley flakes
1/4 cup almonds
1/4 cup shredded coconut
1/4 cup sunflower seeds
1/8 cup sesame seeds
1/4 cup cooking oil (optional)
1/4 cup maple syrup, molasses or dark agavenectar, bananas, raisins or apple cider
1 tablespoon vanilla
1 cup raisins or apple pieces
3/4 teaspoon salt (optional)
Alternatives-wheat flakes or rye flakes


Mix dry ingredients together in a large bowl. Ina saucepan, heat oil, if using it, maple syrup andvanilla only until warm enough to soak into the dryingredients. Pour this mixture over the dry ingredients and mix thoroughly, then spread into severalflat baking trays. The layer of granola should be nomore than one-inch thick. Toast in oven for 15 to 20 minutes, stirring every few minutes. Granola isdone when golden brown. Mix in raisins at this point.
When cool, serve granola with soy milk or fruit juiceand sliced fresh fruit. - P106

Scrambled To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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