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좋은 시대와 나쁜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공화국의 시민은 교육을 받고, 제각기의 장점에 따라 통치자, 보조자, 그리고 직공의 세 계급으로 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서열이 지켜지고 시민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지위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안정된 사회가 이루어진다. - P63
이 책은 플라톤 설화의 과학판(scientific version)에 대한 것이다. 그러한 주장 일반을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P65
결정론자들은 흔히 과학이 사회와 정치의 오염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지식이라는 전통적 권위에 호소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펴왔다. - P65
칼 C. 브리검 (Carl C. Brigham)은 이른바 선천적인 지능을 측정할 수있다는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얻은 남유럽과 동유럽의 이민자들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자신의 지적 능력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취해야 할 방법은 정치적 편의주의가 아니라 과학에 의해 명령되어야 한다(1923)." - P66
이처럼 생물학적 결정론이 권력을 쥔 집단에게 명백한 유용성을 갖기때문에 앞에서 인용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결정론 역시 정치적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을 것이다. - P66
상당히 오래 전에 콩도르세 (Condorcet)는 훨씬 간결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자연 자체를 정치적 불평등이라는 죄의 공범자로 만들었다." 이 책은 결정론자들의 주장에서 나타나는 과학적인 약점과 그 정치적맥락을 밝히려는 것이다 - P67
과학은 인간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배태된(socially embedded) 활동이다.* - P67
하지만 나는 일부 과학사가 그룹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과대확장(overextension)에 대해서는 동조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학적 변화가 사회적 맥락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진리는 그 문화적 가정을 제외하면 무의미한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학은 영원한 답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 역시 현역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료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 P68
그러나 숱한 과학적 주제에 관한 역사는 두 개의 주된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이러한 사실에 제약받지 않았다. 첫째, 일부 주제에는 엄청난 사회적 중요성이 부여되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사실과 그 사회적 영향의 비율이 극히 낮을 때, 과학적 태도의 역사는 사회적 변화의 간접적인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둘째, 상당수의 적절한 답이 사회적 선호(選好)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제한적 방식으로만 과학자들에 의해 정식화된다. - P69
과학은 그 기묘한 변증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학은 자기를 둘러싼문화 속에서 배태됨에도, 자신을 키워낸 가정 자체를 문제삼거나 때로는 뒤엎기까지 하는 막강한 소작인인 셈이다. - P70
생물학적 결정론은 한 사람이 한 권의 저서에서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큰 주제이다. - P70
이 대목에서 두 번째 오류에 대해 살펴보자. 그것은 ‘서열화(ranking)‘ 이다.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변이를 점차 상승하는 단계로 질서 있게 늘어세우려는 버릇이 있다. 진보와 이런 점진주의는 서양사상에 가장 깊이스며든 은유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러브조이(Lovejoy)의 존재의 대사슬(great chain of being)*에 관한 고전적 에세이 (1936)나, 진보의 개념에 대한 버리(Bury)의 유명한 논문 (1920)을 참조하라.
*옮긴이 가장 하등한 것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모든 생명이 연속적인 하나의 사슬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으로, 생명을 연속적인 위계로 이해하는 사고의 뿌리에 해당한다. - P71
정량화란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수로 지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책은 하나의실체로 지능을 추상화하고, 뇌 속에 그 위치를 부여하고, 개인별 수치로정량화하고, 더욱이 억압받고 불리한 위치에 처한 집단들이-인종, 계급, 성별-선천적으로 열등하며 그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가 당연하다는것을 찾아내기 위해 사람들을 하나의 가치 체계 아래 서열화하는 데 이 수치가 이용된 문제를 다룰 것이다.
**피터 메다워 (Peter Medawar, 1977, p13)는 복잡한 양에 단일한 수치를 부여하려는 갈망에 대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했다. 예컨대 인구통계학자가 인구 동향의 원인을 ‘생식력‘이라는 단일한 척도에서 구하려고 하거나 토양학자가 토양의 성질을 하나의수치로 추상화하려는 열망 등이 그런 경우이다. - P72
지능이 (또는 최소한 그것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 단일하고, 선천적이며, 유전가능하고, 측정가능한 실체라고 가정할 때, 두개계측학이 19세기를 대표했다면 지능 테스트는 20세기를 대표했다. - P73
나는 과학자나 역사가들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사용해, 관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러한 과제를 다루려고 시도했다. - P74
나는 두개계측학과 지능 테스트의 고전적 자료들을 다시 분석하는 데초점을 맞추었다. 그외에도 결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겠지만,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에는 힘이 부치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 P74
(전략). 야간의 주택침입자를 모두 탄산가스로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 우생학자W. D. 맥킴(W. D. McKim) 박사의 사례(1900)를 비롯해서, 19세기 말미국 여행길에 아일랜드인 한 사람이 흑인 한 사람씩을 죽이고 그 죄로교수형을 당하면 인종문제는 말끔히 해결된다는 쓸데없는 조언을 했던영국의 한 교수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다.*
*역시 너무 중요해서 제외할 수 없는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의심쩍은 행동을 변호하는데 생물학적 결정론을 들먹인 자칭 야구철학자인 빌리 (Bill Lee)를 들 수 있다. 그는 빈볼을 정당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뉴욕타임스」 1976년 7월 24일자). "나는 대학에서 세력권의 명령(Territorial Imperative)』이라는 책을 읽었다. 남자는 항상 거리에 있는 그 무엇보다 주인의 집(home)을 강력하게 방어해야 한다. 나의 세력권은 타자에게서 멀리 떨어져있다. 만약 타자가 그곳에서 나와 공을 치려 한다면, 나는 공을 그에게 가깝게 붙여 던지지않을 수 없다." - P76
나는 생물학적 결정론의 최근 부활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생물학적 결정론의 개별 주장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무척 짧기 때문에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은 잡지나 신문 기사 정도로 족할 것이다. (중략). IQ 100 이하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단종(斷種)을 하면 보상금을 준다는 쇼클리(Shockley)의 제안이나 XYY 대논쟁, 또는 도시폭동을 폭도의 신경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등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 P78
사람은 이 세계를 단 한 차례 지날 뿐이다. 비극 중에서도 생명의 성장을 저지하는 것만큼 비참한 비극은 없다. 불공평함 역시 내부에 있다고 잘못 인식되어 외부에서 부과한 제한 때문에 노력하거나 희망을 가질 기최조차 부정되는 것만큼 심각한 불공평함은 없다. - P78
5장
미국의 발명품, IQ
미국의 발명품, IQ
비네의 원칙 딱지를 붙이지 마라비네. 두개계측에 손을 대다소르본 대학의 심리학실험실 실장이었던 알프레드 비네(1857-1911)는 지능측정 방법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 P253
그는 이후 3년 동안 두개계측에 대한 아홉 편의 논문을 1895년에 자신이 창간한 잡지인 『심리학 연보(L‘Année psychologique)』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 작업이 끝날 무렵 그의 확신은 흔들리고 있었다. 초등학생의 머리에 대한 다섯 편의 연구는 그가 가지고 있던 신념을 무너뜨렸다. - P254
비네가 차이를 발견했지만 그것은 주목받을 만큼 크지 않았고, 우수한학생이 더 큰 평균신장을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1.401 대 1.378미터). 대부분의 측정값은 우수한 학생에게 유리했지만,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평균적인 차이는 몇 밀리미터에 불과했다. - P254
비네는 자신의 피암시성(suggestibility)-무의식적 편향에 의한 집착또는 ‘객관적인‘ 정량적 자료가 선입관에 이끌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경향성-에 대한 비범한 연구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회의에 박차를 가했다. 이것은 이 책의 기본적 주제에 해당하는 실험이다. - P255
만약 모든 과학자가 이처럼 자신을 솔직하게 검증했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비네는 이렇게 썼다(1900, p.324). "나는 나자신에 대해 관찰한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작정이다. 다음에 기술한세부사항은 대부분의 저자들이 발표하지 않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 P255
결국 비네는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작고 불안한 승리를 건져올린 셈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표본을 다시 조사해서, 각 집단의 최고값과 최저값에 해당하는 다섯 명의 학생을 분리하고 중간에 해당되는 모든 표본을 배제했다. 양극단의 차이는 훨씬 크고, 더 일관적이었다. - P256
비네 척도와 IQ의 탄생
비네는 1904년에 다시 지능 측정에 도전했는데, 과거의 좌절을 기억하고 다른 방법으로 전환했다. 그는 자신이 두개계측의 ‘의학적‘ 접근방식이라고 불렀던 기존의 방법과 롬브로소의 해부학적 낙인 연구를 포기하고, 대신 ‘심리학적 방법을 채택했다. - P257
1904년에 비네는 교육부장관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연구를 위임받았다. 그것은 보통 학급에서 학습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일종의 특별교육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 P257
과거의 테스트와 달리 비네의 척도는 다양한 활동들의 뒤범벅이었다. 그는 여러 가지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충분히 혼합하면, 아이들의 일반적인 능력을 단일한 점수로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257
비네는 19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척도의 세 가지 버전을 발표했다. 1905년의 최초 버전에서는 단지 난이도 순서로 과제들을 배열했고, 1908년의 버전은 오늘날 이른바 IQ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을 확립했다. 비네는 각각의 과제에 특정 연령수준을 지정해서, 보통 정도의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저연령을 정했다. - P258
1912년에 독일의 심리학자 W.슈테른(W. Sterm)은 정신연령과 생활연령의 차가 아니라 정신연령을 생활연령으로 나눈 값*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즉 IQ가 탄생했다.
*나누기가 더 적합한 이유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상대적인 값이고, 정신연령과 생활연령 사이의 차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정신연령 2세와 생활연령 4세 사이의 2년의 차는 정신연령 14세와 생활연령 16세의 차인 2년보다 훨씬 큰 결함을 나타낼수 있다. 비네의 뺄셈 방법은 두 사례에 같은 결과를 주지만, 슈테른의 IQ 측정법에 의하면처음 사례는 50. 두 번째 사례는 88이 된다(슈테른은 실제 지수에 100을 곱해서 소수점을없앴다). - P258
지능에 대한 비네의 일반적인 접근방식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척도에서 가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은 그것이 실천적이고 경험적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 P259
(전략). 비네가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취한 데에는 그만한 사회적 동기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용적인 고안물이 하나의 실체로 물화(物化)될 경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식별하기 위한 지침이 아니라 오히려 지울수 없는 낙인으로 왜곡되어 악용될 가능성을 크게 두려워했다. - P260
비네는 IQ를 선천적인 지능으로 인정하는 것은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IQ를 정신적 가치에 따라 모든 학생을 서열화하는 일반적인 장치로사용하는 것도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척도를 오직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한정된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서만 고안한 것이었다. - P261
그러나 비네는 한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을 품었다. 그것은 낮은학업 성적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만든 척도의 목적이 제한을가하기 위한 딱지붙이기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별이라는 점이다. - P262
엄밀한 유전적 결정론자와 그 반대자와의 차이는 일부 풍자만화가 시사하듯이, 아이들의 성적이 모두 선천적이라거나 또는 전적으로 환경과 학습의 영향을 받는다는 확신이 아니다. - P262
비네는 "한번 바보는 영원한 바보(quand on est béte, c‘est pourlongtemps)"라는 모토를 맹렬하게 공격했고, 지능이 낮은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 "학생을 동정하거나 존중하지 않으며, 그들의 면전에서 이런 아이는 전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 선천적으로 무능하고 (.....)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한다. - P264
비네의 테스트에 의해 식별된 아이들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힐 때 상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비네는 확고한 교육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대부분은 실행에 옮겨졌다. - P264
비네의 정신적 교정학이라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에는 그가 학문적 주계를 배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 의지, 주의력, 단련을 지적 능력으로 전환시켜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육체적 훈련이 포함되어있다. - P265
미국에서 왜곡된 비네의 의도 요약하자면, 비네는 자신의 테스트를 이용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세 가지 기본 원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훗날 그의 충고는 미국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에 의해 모두 무시되었다. - P266
1. 수치는 실용적인 고안물이며, 어떠한 지능이론도 뒷받침하지 않는다. 이 수치는 천성적이거나 항구적인 그 무엇도 규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수치로 ‘지능‘ 또는 그밖의 어떤 물화된 실체의 척도를 측정하는것을 원하지 않는다.
2. 이 척도는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미한 지체아들이나 학습불능아들을 식별하기 위한 조잡하고 경험적인 지침이다. 이 척도는 정상적인 아이들을 서열화하기 위한 고안물이 아니다.
3. 도움이 필요하다고 확인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이든, 특별한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낮은 득점이 아이들의 선천적 무능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비네의 이 원칙들이 지켜지고 그의 테스트가 원래의 의도로 이용되었다면, 우리는 금세기 가장 큰 과학의 악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266
지능 테스트의 오용은 테스트 그 자체의 발상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아니다. 이 잘못된 사용은 주로 사회적 서열화와 차별을 유지할 목적으로 테스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열광적으로(또는 그런 것처럼 보이는) 신봉된 두 가지 오류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물화(物化)와 유전적 결정론이다. - P267
유전적 결정론의 오류는 이 기본적 사실에서 기인한 두 가지 잘못된 함축 속에 들어 있다. 1. ‘유전성‘을 ‘피할 수 없는‘ 것과 동일시하는 가정. 생물학자에게 유전성이란 유전적 전달의 결과로 가계를 통해 그 특성이나 경향이 전해지는 것이다. (중략). IQ가 상당부분 ‘유전성‘이라는 주장은 질적으로 향상된 교육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신념과 모순되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유전된 낮은 IQ는 적절한 교육에 의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후략). - P268
2. 집단 내 유전과 집단간 유전의 혼동, 유전적 결정론의 중요한 정치적 영향은 테스트 점수가 유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확장에서 발생한다. (중략). 마찬가지로 IQ도 집단내에서 유전성이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백인과 흑인 IQ의 평균적인 차이는 흑인들이 생활환경에서 겪는 불리함의 기록에 불과할 수도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는 없다. - P269
알프레드 비네는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비네의 의도를 왜곡해서 IQ의 유전적 결정이론을 발명했다. 그들은 비네의 점수를 물화함으로써, 그것이 지능이라고 불리는 실체에 대한 측정값이라고 생각했다. - P269
이 장에서는 미국의 선구적인 유전적 결정론자들인 세 사람의 주요 연구를 분석하겠다. H. H. 고더드(H. H. Goddard)는 비네 척도를 미국에도입해 그 점수를 선천적 지능으로 물화했다. L. M. 터먼(L. M. Terman)은 스탠퍼드-비네 척도(Stanford-Binet scale)를 개발해서 IQ 점수에 의해 직업을 할당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꿈꾸었다. R. M. 여크스(R. M. Yerkes)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육군을 설득해 175만 명의 군인을 테스트해서 유전적 결정론자의 주장을 정당화했고, 1924년에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나라에서 오는 이민자 수를 낮게 억제하는 이민제한법(Immigration Restriction Act)을 이끌어냈다. - P270
사진을 조작한 고더드-정신박약아의 위협
멘델 유전자로서의 지능 고더드, 노둔魯鈍식별하다
이제 정신박약(feeble-mindedness)을 결정하고, 지능지수 (intelligence quotient)이론을 완성하는 과제가 누군가에게 남겨졌다. -H.H. 고더드, 1917, 터먼(1916)에 대한 논평 중에서
분류학은 항상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이다. 이 세계가 질서정연한 작은 패키지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지능장애에 대한 분류는 20세기 초에 건강한 논쟁을 일으켰다. 분류된 세 종류 중에서 두 범주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 P271
(전략). 그러면 ‘고도 지능장애자(high-grade defective)‘라는 모호하고 좀더위협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훈련에 의해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며, 병리(理)와 정상 사이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분류체계를 위협하는 부류다. - P271
분류학자들은 흔히 새로운 명칭을 고안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착각한다. 뉴저지주에 있는 정신박약 소년소녀를 위한 비네랜드 특수학교(Vineland Training School for Feeble-Minded Girls and Boys)의 정력적이고 개혁적인 지도자였던 H. H. 고더드 역시 이런 결정적인 잘못을 범했다. 그는 ‘고도 지능장애자‘를 위한 명칭을 고안했다. - P275
고더드는 비네 척도를 미국에 처음 보급시켰다. 그는 비네의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비네 테스트를 실시했고, 그 테스트를 널리 이용하도록 열심히 권장했다. - P272
비네는 그의 점수가 ‘지능‘을 결정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를 거부했고, 다만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을 식별하는 도구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고더드는 그 점수를 단일하고 선천적인 실체의 척도라고 생각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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