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암컷 신화
바람둥이 암컷에 대한불편한 발견 - P106
암새의 90퍼센트는 비밀리에 바람을 피운다. 커플을 이룬 새의 새끼 4분의 3이다른 둥지 수새의 친자임이 밝혀졌을 때 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암컷이 진심으로 원했을 리 없어. 진화적으로 여자는 신중하고 소극적이라고!" - P101
나는 사자 전문가인 루딕 지퍼트Ludwig Sief. ert[와 함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있었다. 지퍼트는 오디오를 이용해 사자의 의사소통을 해독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 P103
지퍼트는 이 사자들을 알고 있었다. 수컷 둘은 형제이고 암컷은 아마 발정기 상태로 둘 중 하나와 어울리던 중일 거라고 했다. 암사자가 제 짝을 버리고 우리가 낸 소리 근처에 남은 이유는 포효의 당사자와 정사를 원했기 때문이다. 사자의 여자친구를 빼앗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사자가 다른수컷과의 밀회를 위해 자고 있는 파트너한테서 슬금슬금 멀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¹ - P104
3장 조작된 암컷 신화
1 P. Dee Boersma and Emily M. Davies, Why Lionesses Copulate with Morethan One Male‘ in The American Natu-ralist, 123: 5 (1984), pp. 594-611 - P459
동물학과 학생이었을 때 나는 성적 방종이 생식세포에 명시된 수컷의 생물학적 책무라고 배웠다. 이형접합Anisogamy-암수배우체 크기의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말. 그리스어로 ‘같지않음‘과 ‘결혼‘이라는 뜻이다-은 암수를 정의할 뿐 아니라 그들의행동까지 결정한다고 여겨진다. 정자는 작고 양이 많지만 난자는크기가 크고 수가 제한된다. 그래서 수컷은 방종하고 암컷은 까다롭고 정숙하다는 말이다. - P105
조작된 정절과학의 눈으로도 암컷이 항상 병적으로 정숙한 것은 아니었다. 동물학의 탄생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집에서 기르던 암탉이신중하게 선택한 한 마리 수탉 대신 여러 수놈과 관계를 맺는 게일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⁴ - P106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요약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수컷이 ‘더 강한 성적 열망을 지녔고 ‘암컷 앞에서 끈기 있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⁶ 서로 다툰다고 말함으로써 밀스 앤드분에서 출간한 듯한 로맨스 소설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 P106
성역할의 불변성에 대해 다윈은 모두 정자와 난자의 본질적인 차이로 귀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자는 이동성이있지만 난자는 제자리를 지키며, 그것이 ‘적극적인‘ 남성성과 ‘소극적인‘ 여성성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⁸ - P107
8 Zuleyma Tang-Martínez, ‘RethinkingBateman‘s Principles: Challenging Per-sistent Myths of Sexually Reluctant Fe-males and Promiscuous Males‘ in Jour-nal of Sex Research (2016), pp. 1-282223 - P460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이런 발상들과 일치했다. 그럼에도 자연선택보다 훨씬 심한 논란을 불러왔다. 2장에서 보았듯이 ‘암컷의 선택‘이 아킬레스건이었다. - P107
베이트먼은 수컷은 열정적이고 암컷은 수줍음이 많다는 다윈의 ‘일반 원칙⁹을 확인하기 위해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는 다윈이 제시한 젠더화된 성역할은 실험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오로지관찰에만 기반을 두었기에 이 위인이 "성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쩔쩔맸다."¹⁰라고 지적한 바 있다. - P108
9 Darwin, The Descent of Man, p. 257
10 A. J. Bateman, ‘Intrasexual Selection inDrosophila in Heredity, 2 (1948), pp. 349-68 - P460
베이트먼은 각각 다른 신체 돌연변이를 지닌 초파리 수컷3~5마리와 같은 수의 암컷을 유리 용기에 넣고 그대로 두었다. 그곳은 ‘털북숭이 날개‘, ‘강모‘, ‘이상소두(일명 눈이 없는 작은 머리)‘ 같은 기괴한 이름이 붙은 돌연변이 초파리들에게 제공된 일종의<러브 아일랜드>였다. - P108
베이트먼의 기괴한 짝짓기 파티는 다소 섬뜩하긴 했으나 친자 검사나 게놈 해독 이전 시대에 유전을 공부할 수 있는 훌륭한방법이었다. 덕분에 그는 초파리의 짝짓기 과정을 직접 관찰하지 않고도 누가 누구를 수정시켰는지 추정할 수 있었다. - P109
베이트먼은 64번의 실험 결과를 두고 두 개의 그래프를 그렸다. 생식 적합성(예: 자손의 수)을 짝짓기 횟수에 대해 나타낸 그래프였다. 두 그래프 중에서 첫 번째 그래프는 이제 전 세계 동물학교과서에 수백만 번 이상 실린 전설이 되었다. - P109
잘 알려진 ‘베이트먼의 경사도Bateman‘s gradient‘는 수컷에게 경쟁이란 종마가 되느냐 숫총각으로 남느냐의 여부를 가리는 과정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암컷은 생식적 결과물에 별 차이가 없었다. 베이트먼의 결과에 따르면, 번식에 가장 성공한 초파리 수컷은 가장 성공한 암컷보다 자손을 세 배 가까이 많이 생산했다. 또한 수컷의 경우 전체의 5분의 1이 전혀 자손을 낳지 못한 반면 자손을낳지 못한 암컷은 4퍼센트에 불과했다. - P110
그는 성역할의 이분법, 즉 수컷의 ‘무분별한 열망‘과 암컷의 ‘까다로운 수동성¹¹‘ 이 동물계 전체에서 일반적인 규범이라고주장했다. 베이트먼은 "일부일처를 따르는 종(예: 인간)에서 조차이런 성별 간 차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 P110
11 A. J. Bateman, ‘Intrasexual Selection inDrosophila in Heredity, 2 (1948), pp. 349-68
베이트먼은 "일부일처를 따르는 종(예: 인간)에서조차이런 성별 간 차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¹²라고 결론지었다. - P110
12 A. J. Bateman, ‘Intrasexual Selection inDrosophila in Heredity, 2 (1948), pp. 349-68 - P460
하지만 그렇게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으니, 24년 뒤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 라는 하버드대학교동물학자가 베이트먼의 실험을 1만 1,000번 이상 인용된 가장 영향력 있는 생물학 논문으로 지정한 것이다. - P111
트리버스의 논문은 마침 사회생물학(현재는 행동생태학으로도 알려졌다. 동물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진화생물학의 새로운 분야이다.)이 탄생할 무렵 출판되어 그 탄탄한 토대가 되었다. 베이트먼의경사도와 함께 ‘빼는 여성과 들이대는 남성‘¹³과 같은 장제를 실은 교과서가 생물핫도의 성경이 되었다. - P111
13 Margo Wilson and Martin Daly, Sex, Evolution and Behaviour (Thompson/Duxbury Press, 1978) - P460
《플레이보이》잡지에서 찬양한 취지가 인간 행동을 진화로설명한 진화심리학에서 계속해서 되살아났다. 앨프리드 킨제이 ALfred Kinsey에서 『욕망의 진화』의 저자 데이비드 M. 버스David M. Buss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행동이 이형접합으로 규정된 동물계의 짝짓기 전략을 닮았다는 가정하에 남성의 난잡함에 초점을 맞춰왔다. - P112
어떤 이들은 심지어 강간, 혼외정사, 가정 폭력 같은 최악의 행동까지도 진화적으로 적응된 형질이라고 정당화했다.¹⁵ - P112
15 Craig Palmer and Randy Thornhill, A Natural History of Rape (MIT Press, 2000) - P460
바람피우느라 바쁜 새들
붉은날개검은새 Agelaius phoeniceus는 북아메리카 농부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다. 매년 봄이면 진홍색·황금색 견장으로 어깨를 장식하고 날개에 검은색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새가 밀밭에 내려와이 나라를 대표하는 곡물을 쪼아 먹는다. 1960년대에 농부들의 반응은 단순했다. 보이는 족족 쏴버린 것이다. - P113
(전랴략). 따라서 미 정부 과학자들은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매년 봄에 벌어지는 집단 살상에 대한 좀 더 인도적인 해결책으로 수컷의 정관수술을 제안했다. - P114
. 테니스공보다 조금 더 무거운 새를 대상으로하기에는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수술받은 새들은 마취에서 깨어난 다음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빠르게 회복했으며눈에 띄는 부작용은 없었다.¹⁶ - P114
16 Olin Bray, James J. Kennelly and Jo-seph L. Guarino, ‘Fertility of Eggs Pro-duced on Territories of VasectomizedRed-Winged Blackbirds‘ in The WilsonBulletin, 87:2 (1975), pp. 187-95 - P460
그런데 얼마 뒤에 조사해보니 정관수술을 받은 수컷의 영역에서 낳은 알의 69퍼센트가 새끼를 까는 유정란이지 않은가. 이런놀랍고도 실망스러운 결과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가장 가능성 있는 가정은 까다롭던 수술이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다는 것이다. - P114
다음으로 과학자들은 암컷이 불임수술 전에 수컷에게 받았던 정자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수정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P115
그렇다면 남은 설명은 한 가지였다. 암컷이 제 영역 밖에서거세되지 않은 수컷과 정사를 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1970년대 인간 세계에서는 성 혁명이 한창이었는지 몰라도 명금류 암컷은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모든 참새목 아과(명금류)의 10분의 9(93퍼센트)가 대개 일부일처를 따른다." 권위 있는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 David Lack이 1968년에 쓴 말이다. "‘일처다부제‘*인 좋은 알려진 바 없다."¹⁷
* 용어를 왜곡하지 말자. 복혼polygamy은 어느 성이든 하나 이상의 배우자가 있는 짝짓기패턴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한편 일처다부polyandry는 암컷이 하나 이상의 배우자와 짝짓기하는 특정 형태의 복혼을 말한다. 단어를 풀어서 해석하면 뜻을 기억하기 쉽다. poly‘는 그리스어로 ‘많다‘는 뜻이고 ‘andr‘는 ‘남성‘이라는 뜻이다. 일부다처polygyny는 수컷이 여러 명의 암컷 배우자가 있는 복혼 형태이다. 여기에서도 그리스어가 적용된다. ‘gyne‘는 여성을 뜻한다. 그렇다면 암컷이 하나의 짝만 있는 일부제monandry라는 말도있을 수 있다. 곧 보겠지만 그 용어는 그렇게 많이 쓰일 일이 없다. - P115
17 David Lack, Ecological Adaptations forBreeding in Birds (Methuen, 1968) - P460
붉은날개검은새와 같은 몇몇 다처다부의 예를 제외하고 명금류는 오랫동안 일부일처제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쉽다. 새들이 대부분 쌍으로 번식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탐조가들도 쉽게 아는 사실이다. - P116
. 모리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열성적인 조류학자이자 새에 관한 유명한 책을 쓴 작가로 사람들에게 ‘소박하고 가정적인‘ 유럽종다리 Prunella modularis¹⁹의 수수한 생활방식을 따르도록 격려했다. 이 선량한 목사는 실은 자기가 여성 신자로 하여금 가정을 꾸리기전에 밖으로 나가 연인을 찾고 두 마리 수컷과 250회 이상 짝짓기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 P116
19Reverend F. O. Morris, A History ofBirds (1856) - P460
"다윈이 암컷은 배우자가 하나뿐이라고 했기 때문에 한 세기동안 다들 그렇게 믿어왔어요." 버키드가 말했다. "일부일처가 아닌 게 뻔한데도 사람들은 착오이거나 암컷의 호르몬이 불균형해진 탓에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변명하기 급급했지요. 불편한것들은 모조리 카펫 밑에 쓸어 넣고 덮어버린 겁니다." - P117
이제는 암새의 90퍼센트가 일상적으로 다수의 수컷과 교미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 결과 한 둥지에 있는 알의 아비가 모두 다를 수 있다.²¹ - P117
21Marlene Zuk and Leigh Simmons, Sex-ual Selec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Oxford University Press, 2018), p. 29 - P460
암새는 아주 비밀리에 바람을 피운다. 이들의 이중생활은 동물학자들이 법의학 DNA 지문 분석을 사용해 알의 친자를 확인하고서야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신기술을 활용해 명금류 암컷의 정절을 조사한 첫 번째 인물은 퍼트리샤 고와티 Patricia Gowaty다. - P118
"그들은 암컷이 절대 순진하지 않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다른 짝을 찾아다닐 리가 없어. 그러니까 그건・・・・・・ 죄악이잖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있었죠." - P119
한번은 미국 조류협회 회의에서 어느 유명한 남성 동물행동학 교수가 고와티의 연구에 나온 파랑지빠귀는 ‘강간당한‘게 분명하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고와티의 말이, 그건 애초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명금류 수컷은 음경이 없다. - P119
"명금류는 #미투 운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와티의 말이다. "암컷의 협조 없이는 물리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하거든요." 그 후로 10년 동안 조류 친자 연구의 광풍이 불면서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증거들이 해일처럼 쏟아졌다. - P119
심지어 팀버키드 같은 조류학자도 암새가 강제적인 혼외정사로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으며,²⁴ 어떻게 암새가 수새를 꼬드겨 한 배우자하고만 짝짓게 하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파고들면 들수록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청교도적 발상"이라고 매사추세츠주 마운트홀리오크대학교 생물과학 교수인 수전 스미스Susan Smith가 썼다.²⁵ - P120
24 Tim Birkhead and J. D. Biggins, ‘Re-productive Synchrony and Extra-pairCopulation in Birds‘ in Ethology, 74(1986), pp. 320-34
25 Susan M. Smith, ‘Extra-pair Copula-tions in Blackcapped Chickadees: TheRole of the Female in Behaviour, 107: - P460
"암새는 유독 가임기에 소음을 많이 냅니다." 스터치버리가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아주 어리석거나 적극적인 참가자 둘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건솔새 암컷은 동네의 섹시한 수새를 물색하려고 제 영역을 떠나지만 그런 행동은 가임기일 때만 보인다. - P121
스터치버리는 암새가 자기의 성적 운명과 알의 친부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 하지만 이 선구적인 논문을 출판하기까지 무척 애를 먹었다. "심사위원들이 자꾸 요점이 어긋났다고 지적하는 거예요." 스터치버리의 말이다. - P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