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변화의 양상

정부 권력과 기업 권력의 갈등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는 ① 갈등의 발전 내지 확대, 즉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규모의 변화와 ② 지배적 갈등이 종속적 갈등을 대체함으로써 나타나는 갈등의 성격 변화에 관해 논의했다.  - P187

먼저 해소될 수 있는 갈등과 해소될 수 없는 갈등 간의 몇 가지 차이를 말해 두는 편이 좋겠다. 해소될 수 없는 갈등에서는 어느 쪽도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 양쪽은 무한정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며 기꺼이 그렇게 하고자 한다. 어느 쪽도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 P188

충분히 발전되어 있으면서도 해소될 수 없을 것 같은 갈등의 좋은 실례는 정부와 기업 간의 갈등이다. 이 갈등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체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P188

*충분히 발전되어 있으면서도 해소될 수없을 것 같은 갈등의 좋은 실례는 정부와 기업 간의 갈등이다. 이 갈등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체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것이다. - P188

이는 『연방주의자 논설』이나 헌법 관련 문헌에 나와 있는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는, 권력 관념의 혁명적 변화이다. 이것은 의회의 법률이나 연방대법원의 판결 혹은 헌법제정회의나 수정헌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전반적인 동의에 의해 이루어진 변화이다. - P189

몇 가지 다른 예들을 살펴보자. 한 세대 전 널리 공유되었던,
헌법상의 조약 관련 조항*은 현실에서 실행될 수 없다는 견해는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날 제한 정부의 원리 **는 실제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헌법상의 조약 관련 조항 : 미국 헌법 2조 2절 2항은 "대통령은 상원의 권고와 동의를 얻어조약을 체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다만, 그 권고와 동의는 상원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문의 내용은 이 조항을 엄격하게 따를 경우 효과적인조약 체결이 어렵다는 견해가 한 때 미국 정가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말한다.
**제한 정부의 원리(doctrine of limited government) : 개인과 이들로 구성된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이에 대한 정부의 관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정치 원리. 이런 정부운영 원리는 고전적 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 보수주의 이념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나 미국의 헌법, 특히 권리장전으로 알려진 수정헌법1~10조는 정부 권력의 제한을 명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P190

순전히 형식적인 의미만을 따진다면, 마치 헨리 포드Henry Ford의 자전거 정비소가 오늘날의 포드 자동차 회사와 동일하듯 현재의 미국 정부 또한 1789년에 확립된 정부와 동일한 것이라고말할 수 있다. - P191

만약 우리가 정부 구조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권력 투쟁을 연구하기 시작했더라면, 미국 정치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좀 더 커다란 진전을 이뤄 냈을지도 모르겠다. - P191

정부와 기업 간의 갈등은 오늘날의 정치를 지배하는 긴장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 준다. 정부와 기업 사이의 관계가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긴장 가운데 일부를 초래했고, 이와 같은 긴장이 정치체제를 지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명제를 뒷받침하기 위해별도의 증명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 P192

기업은 정부 밖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확고한 우위를 보이기때문에, 정부 자체와도 경쟁할 수 있는 권력 체계이다. 근대 이전의 서구 사회에서는 교회가 주요한 비정부 제도였지만 오늘날의 그것은 기업이다.  - P192

미국 사회의 기반이 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은 긴장을 전제로 한다. 이런 긴장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라는 두 권력 체계의 권력이 매우 다른 원리를 통해 조직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증폭된다. - P194

이에 반해, 경제체제는 배타적이다. 그것은 높은 수준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권력의 집중화를 장려한다. 게다가 기업의 공적책임이 제한적이라는 가정은 기업 활동의 자유와 같은 강한 독단적 교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두 권력 체계의 편향성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 P194

공동체 구성원의 90%가거의 아무런 영향력도행사할 수 없다고 가정해보라. 나아가 진행 중인사안에 대해 소수파는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획득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라. 이것이 바로 기업이 운영되는 방식으로 정치체제가 운영될 때의모습이다. - P194

정부와 기업이라는 두 권력 체계가 아무런 충돌 없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는 어렵다. 만약 어떤 경쟁이 정치체제 내에 뿌리내리게 되었다면, 그것은 바로 정부와 기업 간의 갈등이다. - P194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의 이원성은 우연이나 불운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처음에는 순수한 민주주의를 확립했으나 그 후 금권 세력에 의해 이 체제가 부패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낭만주의적 오독誤讀이다.  - P195

왜 미국인들은 이와 같은 발전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우리의 역사관은 전통적인 인민주권 개념의 관점에서 과거를 해석하려는 충동으로 인해 왜곡되어 왔다. 전통적인 민주주의 정의의 관점에서는 미국혁명 시기에 시민들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는 신화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 P195

오늘날 기업이 정부를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것은, 우리가 정부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 대한 분별없는 논의들이 너무나 많이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이들 두 권력 체계의 분리야말로미국인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정치적 업적 가운데 하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P199

민주주의 정치 이념이 폭넓은 대중적 동의를 얻었던 때와 대략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던, 중상주의*의 몰락과 공공정책에대한 자유방임주의적 관념*의 부상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분리를 용이하게 해주었다.

*중상주의(mecanillism): 15세기부터 18세기 후반까지 유럽 국가들에서 실행되었던 경제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이론, 정책으로서의 중상주의는 자국 산업자본의 발전을 위해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외시장을 개척할 목적으로 채택되었던 일련의 정책, 곧 외국산 완제품의 수입은 금지 및 제한하고, 외국산 원료의 수입과 국내 상품의 수출을 장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론으로서의 중상주의는 상품교환의 등가물인 귀금속이 부의 본원적원천이며, 이윤은 생산과정이 아닌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전제 하에 무역상의 수익 확대를 경제 발전의 중심 목표로 상정했다. - P196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 :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는 경제 이념과 정책, 이 사상을 체계화한 대표적인 학자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이다. 그는 1776년에 발행된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사회적 부를 창출한다고 보았으며, 시장이 부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을 통해 사회적 조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 P197

정부에게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대중은 경쟁적인 권력 체계를 좋아한다. 대중은 민주주의와 높은 수준의 삶의 질 둘 다를 원하며, 체제 내 민주적요소와 자본주의적 요소 사이의 역동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들 모두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198

사람들은 정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왜냐하면 정부야말로 자신들이 전적으로 승인하지 않은 경쟁적 권력 체계로서의기업, 즉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거나 두려워하는 권력 체계에 맞서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 P199

 만약 정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단지 공식적인 정부제도만이아니라 정부의 경쟁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 P199

오직 강자들만이 경쟁할 수 있는 이유는 적대자들의 규모와힘이 늘 경쟁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쟁적인 상황은 상호 비슷한 역량을 유지할 때에만 지속될 수 있다. - P200

균형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사회에서는 권력관계의 촘촘한 그물망을 건드리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 밖의 모든 것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간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사적 갈등에서는 강자들이 승리하는 반면 공적 영역에서는 약자들이 자기방어를 위해 세력을 규합한다는 것이다. - P200

균형이 역동적인 이유는 그것이 권력을 얻고자 하는 모든 경쟁자들의 극적인 성장 속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 P201

기업과의 권력균형을 회복하려는 추동력의 긴박감이 너무나강하고 그에 대응하는 정부의 변화는 너무나 순조롭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그 변화를 인식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대응은거의 자동적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30년에 걸쳐 과거와는 다른새로운 정부가 창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다수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이유이다. - P202

교회와 국가의 갈등, 왕과 귀족의 갈등이 자유의 기원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이유는 약자들은 강자들의 분열로부터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의 미국에서는 새로운 권력 분할의 기반을 만들어 낸 현대 민주주의와 현대 산업주의의 부상이 정부와 기업 간의 새로운 균형을 가능하게 했다. - P202

이것은 헌법을 통해 제도화된 힘의 균형에 수정을 가한 첫 번째 사례도 아니다. 영국의 명예혁명 헌법*은 왕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덫이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이 나라에는 왕이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이 덫을 수입했다.

*명예혁명 헌법(Glorious Revolution Constitution, 1688) : 명예혁명은 가톨릭교도로 왕위에 올랐던 제임스 2세의 전제적 통치와 친가톨릭 정책에 대항해 의회가 새로운 왕을 옹립하면서자신들의 권한을 유지·강화했던 역사적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회는 왕위 계승 및과세, 상비군 유지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샤츠슈나이더가 말하는 "명예혁명 헌법‘이란 이렇게 강화된 의회 권한을 명시해 놓은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의미한다. 명예혁명과 권리장전을 통해 영국은 입헌군주제에 바탕한 본격적인 의회정치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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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가자 사야마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사야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화장실이나 샤워실을 쓰는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1층 로비까지 내려갔다. - P295

나는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움직일수 없었다. 호랑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서였다.
호랑이는 유리 너머에 눕더니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뭔가를 호소하듯 나를 쳐다봤다. 몹시 쓸쓸해 보이는 눈이었다. 자신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같았다. - P296

이튿날 아침, 나는 전망실의 간이침대에서 잠이 깼다.
블라인드를 걷으니 동쪽 하늘이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사야마 쇼이치는 자기 방 구석에 있는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 P296

사야마는 "좋아"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을 벗어나 해도 앞에 섰다.
"난 ‘학파‘에서 파견됐어."
"...... ‘학파‘라고요?" - P298

"얼마 전에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 이야기를 했지. 요새는 그걸 선원의 환각이거나 황당무계한 뜬소문으로만 보고 무시하거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는 건 오로지 학파뿐이야. 내가 이 관측소에서 지내온 건 그 때문이지." - P299

"학파의 목적은 그 수수께끼를 푸는 거죠?" - P300

"확실히 학파는 이 해역의 수수께끼를 풀려 하고 있어. 하지만 진짜 목적은 그 다음에 있지. 이 해역의 불가해한 현상을 성립시키는 기술, 즉 ‘창조의 마술‘을 손에 넣는 게 우리 목적이야" - P300

"마왕이야."
잔교에서 만났을 때 사야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중략)
"이 인물이 다름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의 ‘지배자‘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창조자‘라고 하는 게 낫겠군. 이 해역의섬들은 모두 이 남자가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 P301

사야마는 또 다른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 젊은 여자 사진이었다.
"이 사람은 마왕의 딸이야." - P302

"그날 밤 이 작업실에서 미쳐 날뛰는 폭풍 소리를 듣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어. 세계의 종말은 곧 세계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 폭풍이 지나가면 새로운 전개가 섬에 찾아들게 틀림없다고 말이야. 그랬더니 예상이 적중해서 날이 밝은 다음 앞바다에 이상한 섬이 출현했지 뭐야. 나는 당장 보트를 타고 상륙해 봤어. 역시 그건 ‘창조‘된 섬이었어. 대체 이건 무슨 징조인 걸까생각하는데……………."
"제가 표류해 왔군요." - P303

"Row, row, row your boat."
사야마는 명랑하게 노래하며 노를 저었다. - P304

"아니, 도무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상식이 안 통하는 바다니까."
"제발 호랑이로 변신하지는 말아주세요." - P305

"저게 문제의 자동판매기인데."
사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야자나무 밑을 가리켰다. - P305

・…눈물 나게 맛있군. 자네도 마셔 봐."
나는 사야마가 준 동전으로 콜라를 하나 뽑아 조심조심 입을 대봤다. 마술 같은 시원함과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향기, 목구멍에 남는 강렬한 단맛과 탁탁 터지는 거품의 자극. - P306

"마왕의 마술로 만들어졌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저는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죠."
"뭐,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인간일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있어. 적어도 같이 생활해 온 내가 보기엔 네모 군은 충분히 인간으로 보이는데." - P306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 사야마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까."
"존재하지 않으면 상륙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 P307

"이 섬이 마왕의 ‘함정‘일 가능성은......."
"당연히 있지."
"어떤 함정일까요."
"가령 우리가 이 섬에 와 있는 동안 관측소 섬이 가라앉는다든지." - P307

"도망쳐! 네모 군."
"무슨 일입니까?"
"멍청아,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고 싶어?"
사야마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당장이라도 변신이 시작될것 같았다. - P308

"사야마 씨, 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손짓하자 그도 바다로 들어와 조심조심 걸어왔다.
"물속에 길이 있는데요."
•저걸 봐, 네모 군."
사야마는 앞쪽 바다를 가리켰다.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차통 같은 섬이 보였다. - P309

 우리는 서커스에서 줄타기하는 사람처럼두 팔을 수평으로 벌리고 조심조심 걸었다. 홀연히 출현한 섬까지 거리가 200미터쯤 될까.
천천히 다가갈수록 섬의 세부가 파악됐다.
"꼭대기에 건물이 있지? 저건 포대야." - P310

"지금 저기서 포를 쏘면 끝장인데요."
"그야 그렇겠지. 그러라고 있는 포대인데."
"이 상황에선 저를 먼저 쏠 겁니다." - P310

"낙담하지 말라고, 네모 군. 긍정적으로"
갑자기 사야마가 입을 다물더니 크게 재채기를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쉿!" 하고 주의를 줬다. - P312

얼마 지나 위를 올려다본 나는 팔랑거리는 하얀 것을 발견했다. 사야마도 "어라" 하며 실눈을 떴다. 가파른 절벽 중간에작은 창문 같은 것이 있고 그리로 털북숭이 팔이 나와 하얀 천을 흔들고 있었다.
"무슨 뜻이지?" - P312

사야마는 창 안에 있는 인물과 뭐라 말을 주고받는 듯했다. 잠시 후 그는 오른팔을 창 안으로 넣었다. 그 위태로운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며 윙크했다. - P313

나는 로프를 잡고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파도 소리가 멀어지고 그것을 메우기라도하듯 바람 소리가 커졌다. 밑을 내려다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 위만 보며 갈 수밖에 없었다. - P313

관측소 섬에서 왔다고 나는 대답했다.
"이름은?"
"네모라고 불립니다."
"네모 군인가...... 좋은 이름이군."
상대방은 어둠 속에서 바스락거렸다. - P314

"당신은 누구죠?"
"난 이 포대의 죄수야." - P314

시커먼 대포 2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너머 나무들을 베어내 관측소 섬이 보이게 했다. 대포는 섬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창조의 마술을 부린다는 마왕그 원리를 훔치려는 학파.
양측 사이에는 긴 싸움의 역사가 있는 모양이다. - P315

그런데도 사야마 쇼이치는 내가 열쇠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바다에 감추어져 있던 길을 발견해 학파의 남자인사야마 쇼이치를 여기 포대의 섬으로 인도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마왕과 학파의 싸움에 말려든 모양이었다.
사야마를 믿어도 되는 걸까? - P316

그런 생갓을 하면서 막사로 이어지는 터널을 들여다봤을 때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 퍼졌다.
주변 공기가 단숨에 변질된 느낌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펄쩍 물러나 터널 입구 곁에 숨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자 막사 문이 열리는소리가 들렸다.마.
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순간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허물어진 계단이 보였다. 벽돌담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 P316

"사야마 씨가 어디론가 가버리니까 그렇죠."
"미안해, 생각보다 번거로워서."
사야마는 권총을 허리에 찬 권총집에 넣고 미소를 지었다.
"내려와 일을 시작하지." - P317

"로프웨이는 아직 움직입니까?"
"꼭 움직일 거야. 다른 섬으로 건너가는 방법은 저것밖에 없으니까."
사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막사 문을 열었다. - P318

"안경을 주워 주겠어?"
"어이쿠, 이거 미안하군."
사야마는 마룻바닥에서 안경을 주워 남자에게 씌워주었다.
"어때?"
"이제 댁의 얼굴이 잘 보이는군." - P319

사야마는 또 다른 의자를 들고 와 남자 맞은편에 놓고 앉았다. 두 남자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흡사 서부극의 한 장면같았다. 두 사람의 옆얼굴을 보다가 나는 그들이 서로 초면이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319

"방심은 금물이라고, 도서관장님." 사야마는 웃었다. "이 포대섬은 이제 우리 거야. 어느 쪽에 붙을지 잘 생각해 보는 게좋을걸. ‘도서관장‘이라는 이름은 그럴싸해도 결국엔 유배당한신세잖아? 그런데도 마왕한테 의리를 지킬 생각인가?" - P320

"이 해역에서 마왕을 배신할 사람은 없어."
"역시 무서운가?" - P320

몸을 똑바로 편 자세로 얼마 동안 사야마를 지켜보던 도서관장은 문득 나를 돌아보더니 뜻밖에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어."
흡사 속마음을 읽힌 기분이었다.
내가 입을 열지 않자 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는 아무것도 모르는군." - P321

문을 열자 다른 하나의 반원형 방이 나왔다.
그곳에는 옅은 청색 타일을 바른 취사장과 창고가 있고 로프웨이 승강장으로 통하는 계단과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다보니 계단참의 알전구가 음울한 벽을 비추고 있었다. 그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 P322

죄수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잊어버린 줄 알았잖나."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아니, 불평하는 건 아니고." - P323

"그럼 네모 군, 가르쳐 주겠어?" 그는 친밀한 느낌으로 내어깨를 쳤다. "이 포대는 우리 학파 수중에 들어왔나?"
"그런 것 같습니다." - P323

계단을 올라가니 진한 커피 향기가 풍겨왔다. 사야마는 취사장에서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그는 "왔군" 하며 풀려난 죄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P324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잖아?" 죄수가 말했다. "준비도 없이 적지에 쳐들어간다면 마왕의 생각대로 될 뿐이야. 나도 그렇게 해서 당했으니 말이지....."
"그럼 어쩌지?" - P325

나는 책꽂이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책등을 훑어봤다.
학문적인 책이며 외국 서적이 많았지만 제목만 봐도 옛날생각이 나는 책도 있었다. 가령 쥘 베른의 『신비의 섬』, 대니얼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셰익스피어의 『폭풍우』 그리고 『천일야화』도 있었다. - P325

"이건 누가 읽는 거죠?"
나는 물었다. 도서관장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사야마가 대신 대답했다.
"여기 있는 건 ‘금서‘야."
쥘 베른이나 스티븐슨의 작품을 금지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 P326

학파 남자들이 작은 목소리로 의논하더니 금세 ‘작전‘이 정해졌다.
그들은 도서관장에게 재갈을 물려 빛이 들지 않는 방 안쪽으로 옮겼다. - P327

학파 남자들은 마왕의 딸을 인질로 사로잡을 계획이었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으려니 로프웨이의 단조로운 진동이느껴지기 시작했다. 도서관장이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표정이었다. - P327

사야마가 "아가씨" 하고 말을 걸었다.
그녀는 멈춰 서서 돌아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오랜만이군요.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죠?"
"조금 전에 이 포대를 점령했거든요."
그녀는 사야마의 권총을 응시했다.
"......질리지도 않나요." - P328

"필요하면 딸이 탄 배도 침몰시키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그냥 죽게 두지야 않겠죠."
"그래서 원하는 건 뭔데요?"
"말 안 해도 알 텐데요. 카드 상자입니다." - P329

"지금 당장 항복하면 눈감아 줄게요."
"이봐요, 아가씨."
"항복할 생각이 없으면 당신들을 해적으로 취급하겠어요." - P329

나는 앞으로 뛰쳐나가 그녀를 감싸듯 두 팔을 벌렸다.
"이런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사야마 씨."
"이거 봐, 네모 군. 그러다 자네까지 쏘겠어."
"누구 덕에 상륙할 수 있었죠?"
사야마는 "젠장" 하고 중얼거리며 총구를 천장으로 향했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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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산림청의 사로베쓰겐야 대기소가 털린 것입니다만,
발견한 것이 8월 7일 수요일, 발견자는 산림청 홋카이도  소야 출장소의 계장입니다. 특별히 용무가 없을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순찰을 하는데, 그때 창유리가 깨져 있는 것을 알고 안을 확인했더니 작업복 한 세트, 고무장화 한 켤레, 헬멧 하나가 분실되었다는 것입니다. 완장에 관해서는 특별히 개수를 헤아리는 장비가 아니어서 확인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 계장은 곧출장소로 돌아와 홋카이도 왓카나이미나미 경찰서에 통보했습니다. 다만 현장에 동행한 것은 방범과의 순경 한 명으로, 피해 내용을 들은 후 유실물 신고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 P138

"산림청에 물어본 바로는 도난당한 것이 고가의 비품이 아닌 한 경찰을 불러도 유실물로 처리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아울러 같은 시기에 기후현 구조군에서도 대기소가 털렸지만 여기는 도난당한 것이 발전기였기 때문에 경찰은 도난사건으로 취급했습니다."
"공무원끼리의 짬짜미인가?" - P139

"시골경찰답군. 어차피 살인사건보다 사람이 곰한테 습격당하는 사건이 더 많을 테고."
"그래서 산림청의 완장 건은 밝혀지지 않은 채입니다."
"수고했네. 여기에 대해 의견이 있는사람?" - P139

"하지만 짐배에 살고 있던 젊은 남자가 북쪽 지방 사투리를썼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겠군. 사로베쓰겐야 대기소가 털린건과 연결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아니지.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단서야. 오치아이, 이 건은 좀 더 알아봐. 왓카나이미나미서에는 내가 서장한테 편지를 쓰겠네.
기분을 풀어줘야지." - P140

오치아이가 물었다. 니이와 이와무라는 지금 탐문수사반이다.
"아뇨, 요즘에는 상대해주지 않습니다. 둘이서 탐문조사는 저녁때까지 하고 그 후에는 단독으로 움직입니다. 마치 저한테 거치적거리기만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 P141

・죄송합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저는 아직 신용받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무라가 귀염성 있게 고개를 움츠렸다. 오치아이는 폭력단이라는 말을 듣고 피해자의 딸 부부를 떠올렸다. 부부가 모두 화려한 차림새로 적어도 견실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신와회와의 연결은 또 누군가 추적하고 있어?" - P142

"하지만 저는 의문인데요, 형사들끼리 이렇게 서로 의중을 떠보고 있어도되는걸까요?"
"나한테 말해봐야 어쩔 수 없어."
"좀 더 팀플레이를 해도 좋지 않을까요. 다들 서로 정보를 내놓으면 점도 연결되어갈 것 같은데요." - P143

오치아이는 이와무라와 헤어지자 혼자 우에노로 향했다. 부랑자를 쫓는다고는 했지만, 이와무라로부터 신와회라는 이름을 듣고 조금은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슬쩍 속을 떠보기만이라도 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 P143

"다치키 사장님 계십니까?"
"어머, 오치아이 씨, 웬일이세요?"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났다. "사무실에 있을 텐데, 불러올까요?"
"예, 부탁합니다."
오치아이가 말하자 여자는 젊은 점원에게 다치키를 불러오라고 말했다. - P144

"이 부근에서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이렇게 말했고, 실제로 각종 정보를 얻었다. 야쿠자와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지만 암흑가의 정보원이 없으면 형사를 해나갈수 없다. - P144

"아니, 됐습니다. 오늘은 잠깐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뭔데요?"
"8월 9일에 미나미센주마치에서 야마다 긴지로라는 전시계상이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사장님도 알고 있습니까?"
"예, 뉴스에 나왔으니까요." - P145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다치키가 고개를 갸웃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신와회도 지금은 큰 조직이니까요. 중간 보스 밑에 본부장 다섯 명이 있고 보좌가 열 명 이상입니다. 각자가 수입원을 갖고 있고, 같은 패거리라도 서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간섭하면 싸움이 벌어지거든요. 보세요, 형사님의 세계와 같습니다." - P146

"야마다 긴지로에 관해 뭔가 정보가 있으면 수사1과로 알려줄 수 있습니까? 댁에 형편이 안 좋은 일이 있다면 다소는 에누리해줄 테니까요. 아무튼 살인사건이어서 경찰은 체면을 걸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 애들한테도 넌지시 알아보겠습니다." - P147

야쿠자이면서도 지성을 느끼게 하는 점이 다치키가 두각을나타낸 이유였다. 야쿠자의 세계도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P148

요전에는 가미나리몬 앞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처럼 보이는 중년 부부가
"아사쿠사역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어서 자신이 도쿄 사람으로 보였나 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간지는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져 각도를 바꿔 보고는 혼자 은근히 흡족해하고 있었다.  - P148

사토코는 ‘아사쿠사 팰리스‘라는 스트립 극장에서 일하는무희였다. 간지는 그곳에서 보이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일이 끝나고 나서 식사에 초대하여 따라갔더니 그대로 연립주택으로 이끌려 갔고 육체관계를 맺었다. - P150

커피를 다 마신 사토코가 경대에서 화장을 하며 말했다.
"파친코라니, 돈 없어."
"없으니까 파친코로 돈을 벌리는 거야. 전에 먹은 초밥값, 내가 내주고 아직 안 받았어."
"초밥값이라니, 그거 사준거 아니었어?"
"네 까짓거한테 누가사줘? 우쭐해하지 마." - P151

사토코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여자는 변덕쟁이로, 다정해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하는 등 계속 변했다. 그때는 분명히 사주겠다고 말했었다.
"너 말이야, 도잔회의 조직원 아냐? 파친코에서 잘 나오는기계 좀 가르쳐달라고 해."
"난 출입하는 것만 허락받았지 조직원은 아니야." - P151

간지는 재촉을 받고 옷을 갈아입었다. 최근에는 멋을 내는걸 배워 마드라스체크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다. 신발은 운동화이지만 다음에 돈이 들어오면 부츠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겨울까지는 양복을 구하고 싶다. 같이 어울리는 아키오가 멋쟁이라서 완전히 감화를 받았다.
"간지, 선글라스를 끼면 조직원같이 보여서 좋아." 사토코가 말했다. - P152

무코지마에서 고토토이바시 다리를 건너고 15분쯤 걸어서아사쿠사의 롯쿠에 도착했다. 평일이지만 관광객이나 빈둥거리는 사람 등 잡다한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단골 메밀국숫집에서 판 메밀을 먹고 나서 ‘냉방중‘이라는 팻말이 걸린 파친코로 들어갔다. 적당한 기계를 골라 구슬을 튕겼다. - P153

사토코가 좌우를 보며 간지의 팔을 끌고 자동차가 오가는도로를 억지로 건너려고 했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아주 요란하게 울렸다.
(중략)
"간지, 왜 그래?" 사토코가 초조하게 굴며 말했다. "이런 데서 멈추면 안돼."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의식이 멀어지고 간지는 그 자리에무너져 내렸다.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 P156

간지가 대답했다. 신경을 집중시켰지만 특별히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야. 의사한테 한번 가서 진찰을 받아보는게 어때?"
"아무렇지 않아. 단순한 현기증이니까."
간지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있고, 온몸에는 한기가 들었다. - P157

"병까지는 아니야…………. 빈혈이나 뭐 그런 걸 거야."
"빈혈이라면 빈혈이라고 제대로 검사하고 와. 그래서 약을먹든지 하는 게 낫다니까."
"난 보험증도 없어."
"괜찮아. 산야에 가면 보험증이 없어도 싸게 봐주는 부처님같은 선생님이 계시니까. 다음에 내가 데려가줄게." - P158

"이거 너한테 줄게."
"뭐야, 이거. 외국의 금화야?" 아키오가 손에 들고 이리저리 자세히 뜯어보았다. "뭔가 글자가 쓰여 있는데, 영어라서 모르겠어." - P159

"동인도회사, 라고 해야하나."
"인도 금화라고? 그럼 별거 아니네. 이봐, 간지. 이 금화는 어디서 난거야?"
"주웠어."
"거짓말하지 마. 뭐, 좋아. 네가 갖고 있으면 또 남한테 줘버리니까 내가 맡아두지. 값어치가 나가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말이야." - P159

"나한테도 뭔가 줘야지." 옆에서 사토코가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간지가 대답했다.
"오메가 손목시계 갖고 있잖아. 그거 줘."
"그건 안돼." - P160

9월 5일, 수사 회의에서 유력한 정보가 보고되었다. 전 시계상의 집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인도 금화가 우에노의골동품 가게에 들어온 것이다. 정보를 가져온 것은 우에노서의 형사였다. 수사본부에 우에노서의 형사는 없었지만, 그 형사는 전당포와 골동품 가게를 도는 것이 일과여서 그 그물에 걸린 것이다. - P161

"어제 다이토구 가미요시초 29-1. 옛날 동전과 귀금속류를취급하는 ‘호라쿠 상회‘에 들렀더니 고액 상품을 늘어놓은 쇼케이스에 ‘희귀품 인도 모후르 금화, 파는 값 상담‘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금화를 발견하여 점주에게 물었더니 일전에 매입한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매입처에 대해서 점주는 당초 말을 흐렸습니다만, 도난품일 가능성이 있으니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더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후략)." - P162

금액을 듣고 수사관들이 약간 술렁거렸다. 72만 엔이라고하면 경시청 과장급 연봉이다. 그리고 점주의 장사 방식을 조소하는 말도 나왔다. 시장가격의 3분의 1로 후려친 것은 어지간히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 P163

"1과의 오치아이입니다. 그 젊은 남자 말인데요, 말투는 어땠습니까? 예를 들어 북쪽 지방 사투리였다든가 이
"그건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사투리를 썼다면 점주가 말했겠지요. 아무 말도 안 한 것으로 봐서 도쿄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P164

"그렇다면 출처가 위험한 물건으로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조심해서 환금했다는 거네요."
"아마 그럴 거야. 그러니 그 남자도 아마추어는 아니겠지."
"과장대리님, 물건은 피해자 집에서 도난당한 금화로 단정해도 되는 겁니까?" - P165

"그렇지. 몽타주를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 그 골동품상이 그다지 협조적이 아니라서." 다나카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 P166

다나카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서 우에노서의 형사과장이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아마 우에노서의 서장이 항의했을 것이다. 경찰의 관할권의식은 야쿠자와 마찬가지다.
수사본부는 이제 60명을 넘는 큰 규모가 되어 있었다. - P166

"오치아이, 금화건 어떻게 생각해?" 곧 니이가 물었다.
"장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팔러 온 남자는 빈집털이가 아니겠지요." 오치아이가 대답했다. - P168

"예상외로 값어치도 모르고 통 크게 친구한테 준 게 아닐까요? 어쩌면 빼앗겼는지도 모르고요."
"그래, 잘 봤어. 어쨌든 금화를 판 젊은 남자를 찾아내면 그출처를 알 수 있겠지. 그건 간단히 드러날거야." - P169

"밀수라니, 마약입니까?" 오치아이가 물었다.
"아니, 권총이야. 출처는 미군으로, 필리핀에서 홍콩을 거쳐."
니이가 대답하자 오치아이는 이와무라와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건 확실합니까?" - P171

"그럼 자네는 그 선을 따라가면 돼. 그것을 위한 회의지. 모두가 같은 걸 하면 망은 넓어지지 않거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고기가 없어졌다. 이와무라가거의 대부분을 먹어버린 것이다.
"네 위장은 어떻게 된 거야?" - P172

동생이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은 마치이 미키코가 미나미센주마치의 카페에서 한창 세무사 시험공부를하고 있을 때였다. - P175

"아무래도 이번은 다른가 봐. 단순한 싸움이라면 아주머니도 그렇게 당황하지 않았을 거야. 무슨 횡령죄라고 했으니까 돈과 관련된 거 아닐까?"
"횡령죄?"
미키코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 P176

"우리 엄마는 어디 있어요?"
미키코가 묻는 것과 동시에 정면 계단 위에서 어머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와 경관은 말없이 턱으로 2층을 가리켰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과연 어머니는 형사부 앞의 복도에주저앉아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어머니를둘러싼 형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엄마, 그만둬." 미키코가 강한 어조로 나무랐다. - P177

한 형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동생의 혐의는 뭔가요?" 미키코가 물었다.
"유실물 횡령 및 사문서 위조, 주운 금화를 우에노의 골동품가게에서 가짜 학생증을 사용해 환금한 죄야." - P178

"엄마, 그만해. 그렇게 해도 아키오는 석방되지 않으니까."
미키코는 어머니의 팔을 잡고 일으키려고 했다.
"그래, 맞아요. 따님이 말한 대롭니다. 포기하고 돌아가세요." 한 형사가 말했다. - P178

미키코는 직감으로 누군가를 비호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동생은 걸핏하면 싸우려 들고 약삭빠른 사람이지만 묘한미학을 갖고 있어 남자끼리의 의리에 집착한다.
"가족의 면회는 어려운가요?"
"힘들지, 힘들어. 접견 금지. 어머님이 흥분하는 걸 보면 만나게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 P180

미키코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동생이 누군가를 비호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든다는 것까지도 털어놓았다.
"환금한 그 금화는 도난품일 가능성이 있을 뿐이고 확실한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네요?"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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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함이란, 믿어지는가, 그들에게 배꼽이 없다는 것이었다. 낙원의 부드러운 해가 닿지 않는, 여호와의 아기들의 창백한 살갗은 너무 드러나 있고, 너무 약하고,
또, 이런 말이 당시에도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외설적이었다. - P17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인간 몸의 모든 것은 늘 개선가능하다는 모토를 내건 몸의 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이다행스러운 외과적 개입이 있고 나서 오십 년하고 하루 뒤에 참사가 일어났다. 천둥이 울리면서 여호와가 나타났다. - P17

 목소리는 목구멍의 앞으로도 뒤로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대답해라, 여호와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아주 위협적인 태도로 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담은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지 의식하면서 말했다, - P18

주여, 낙원에 뱀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거기에서 뱀이 나타나 말하는 거예요,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그래서 나는 말했죠, 아니, 그렇지 않아,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만 먹을 수 없어, 그걸 만지면 우리는 죽으니까. 뱀은 말을 하지 못한다.  - P19

진작 그런 생각을 했어야지, 그리고 너, 아담, 땅이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았으니, 너는 네 평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을 것이다, 땅이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니 네가 먹을 것은 밭의채소인즉 너는 네가 나온 흙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을 것이다.  - P20

2

신체의 더 약한 부분, 허벅지로는 부분적으로밖에 가릴 수 없었던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털도 더 짧고 두께도 더 얇은 가죽을 이용하여 나중에 치마라고 부르게 된 것을 개발했는데, 이때는 모양이 남자용이나 여자용이나 똑같았다. 이들은 처음 며칠은 씹을 빵 껍질도 없어 굶고 다녔다. 에덴동산은 아닌 게 아니라 열매가 가득했는데, 먹을 것은 그게 전부라 심지어 본성이 육식이라 붉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동물들조차, 그들조차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똑같이 우울하고불만족스러운 식단을 따라야 했다.  - P23

(전략). 그리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남은 두 지류에는 곧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막의 가시와 엉겅퀴사이를 힘겹게 빠져나가는 초라하고 작은 내를 마주하고 보니, 예전의 그 강은 지상 낙원에서의 생활을 더 쾌적하게 해주려고 여호와가 창조한 환각이었을 거라는 느낌도 든다. - P23

 여느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담은 무엇이 되었건 여자의 뇌에서 태어난 기획이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에 하와더러 실망할 각오를 하고 혼자 가라고 말했다. - P24

 그렇다면 여호와한테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해야 돼, 여호와는 먼저 우리한테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목적이 뭔지부터 말해 줘야 돼. 미쳤군. 심약한 것보다는 미치는 게 나아. 나한테 불손하게 굴지 마, 아담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 P25

하와는 내를 걸어서 건넌 뒤 시큼한 장과 몇 개를 따 먹었고, 딱히 영양을공급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잠시, 아주 짧은 시간, 먹고자 하는 욕구를 달랠 수 있었다. 이제 에덴동산은 아주 가까워져,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의 우듬지가 또렷이 보인다. 하와는 아까보다 천천히 걷고 있지만 그것은 지쳤기 때문이 아니다. - P26

하와는 한 걸음 다가갔다. 멈춰라, 천사가 말했다. 그러려면 나를 죽여야 할 거예요. 나는 멈추지 않을 테니까, 하와는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천사님은 아무도 먹고 싶어 하지 않을 썩은 열매만 있는 과수원을 지키게 될 거예요, 하나님의 과수원, 여호와의 과수원, 하와는 그렇게 덧붙였다. 뭘 원하는 거냐, 천사가 다시 물었다. - P27

어휘 싸움에서 이겼으니 하와는 이제 먹을거리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었다. 천사가 말했다, 좋아,
열매를 좀 가져다주지,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내입은 봉해졌어요, 남편은 알 수밖에 없겠지만 내일 남편하고 함께 와라,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 P28

. 오직 타락한 천사들만이 원하는 대로 누구하고나, 또는 그들을 원하는 누구하고나 마음대로 함께할 뿐이었다. 하와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천사의 손 위에 올린 다음 젖가슴 쪽으로 살며시 눌렀다. - P29

이 땅에 인간들이 너희뿐인 건 아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뿐이 아니라고요, 아담이 놀라서 소리쳤다. 제발 한 이야기 또 하게 하지 마라. 누가 다른 인간들을 창조했고, 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어디에나 있다. 여호와가 우리를 창조하듯이 그 사람들도 창조했나요, 하와가 물었다. - P30

(전략), 하와가 물었다. 아, 올 거다, 올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아자엘이 대답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거든, 누가 그런 불을 피웠는지, 왜 피웠는지 알고 싶어 할 거다. 그다음에는요, 아담이 물었다. 그다음은 너희한테 달렸다. 나는 더는 해줄 게 없다. 너희가 그 대상에 들어가는 방법을찾아야 한다, (후략) - P32

3

세상은 그들을 상당히 잘 받아준 편이었다. 그들은 노동 기술이 없음에도 대상에 받아들여졌고,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자세히 설명하라는 요구도 받지 않았다. 갈 곳을 잃었다. - P34

 아담은 물론이고, 공작부인이 될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던 하와 또한 점차 육체노동의 신비에 입문하여 밧줄의 풀매듭을 만드는 단순한 작업만이 아니라 손가락을 너무 자주 찔리지않고 바늘을 다루는 복잡한 작업까지 익히게 되었다. - P35

에덴동산과 광야의 동굴에서 보낸 시절, 가시와 엉겅퀴와 흙탕물이 흐르는 내에서 보낸 시절은 기억으로부터 희미해져 마침내 가끔은 그냥 상상해본 삶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고, 심지어 꿈도 꾼 적이 없지만, 있을 수도 있었던 어떤 삶, 어떤 나, 어떤 운명으로부터 온 것처럼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삶 같았다는 것이다. - P35

 그러던 중 아담이 땅 한 조각을 사서 그것을 자기것이라 부르고 언덕 아래에 거친 어도비 벽돌집을 짓는 날이 왔고, 그곳에서 카인, 아벨, 셋 등 아들 셋이 태어났으며,
그들 모두 그들의 삶에서 어느 시점에는 부엌과 거실 사이를 기어 다녔다. - P36

물론 여기에는 여호와의 귀한 도움이 있었으니, 사실 여호와가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아니겠는가. 카인과 아벨은 연약한 갓난아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여서, 심지어 형제처럼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으며, 한쪽이 가는 곳이면 다른 쪽이 따라갔고, 둘은 상호합의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 P37

카인은 당황하고 걱정이 되어 아벨에게 바람이 문제일지 모르니 자리를 바꾸어보자고 제안했으나, 자리를 바꾸어도 결과는 똑같았다. 여호와가 카인을 경멸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아벨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냈다. - P38

아벨은 늘 똑같이 동정심 없는 태도, 똑같이 경멸하는 발언, 똑같이 무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어느날 카인은 여우 굴이 있다고 하는 근처 골짜기로 함께 가자고 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손으로 아우를 죽였다. - P38

오랫동안 한마디도 없다가 삽자기 두 형제의 불행한 부모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낼 때와 같은 복장으로 나타난 것인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호화롭게 짠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삼중 관을 썼고, 오른손에는 홀을 들었다.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후략) - P39

하지만 주께서 아벨이 죽도록 내버려두신 것보다 큰 신성모독은 아닙니다. 아벨을 죽인 것은 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선고를 하신것은 주이시고, 나는 그저 처형을 했을 뿐입니다. - P40

 카인이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물었다. 아벨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공동 책임에 기초한 약속이라고 하자. 그러니까 이 책임에서 주의 몫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이것은 하나님과 카인 사이의 비밀이 될 것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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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뚝 멈춰 서서 서둘러 셔츠와 재킷을 입기 시작했다. 나는 식당으로 들어가 카이사에게 차가운 로스트비프한 접시와 빵, 커피를 받았다. 어느새 옷을 다 입고 혈색도 조금 돌아온 힌쿠스가 내가 있는 뷔페로 오더니 뭐든 더독한 것을 달라고 했다. - P76

"다음에 또 그런 느낌이 들면 성호를 그으시죠." 그는퉁명스럽게 대꾸한 후 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한 잔을가득 따랐다. - P77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죠." 내가 대답했다. "너무 탈까봐 무서워요. 피부가 예민하거든요."
"그럼 일광욕은 전혀 하지 않으시나요?"
"그렇습니다." - P77

"지붕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십쇼." 내가 그에게말했다.
그는 비틀린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공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먼저 시모네의 방문을 두드렸다. - P78

"부인도 일광욕을 하셨습니까?" 나는 당황한 나머지불쑥 물었다.
"일광욕요? 내가요? 묘한 생각을 하시네요." 부인이층계참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왔다. "정말 이상한 생각을다 하시는군요, 경위님!" - P79

"부인" 내가 말했다. "몸이 완전히 얼었군요......
"전혀요. 경위님."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말실수를 깨달은 눈치였다. "죄송해요. 그러면 이제 뭐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요?"
"그냥 페테르는 어떨까요?" 내가 말했다. - P80

"세상에, 그러다가 죽어요!" 모제스 부인이 소리쳤다.
"그 말대로입니다. 시모네." 내가 성가셔하며 말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요! 안 그러면 목이 부러질 테." - P81

"승부를 내 보세요, 신사분들, 승부를요." 모제스 부인이 말했다. "아름다운 숙녀는 승리자를 위한 상을 남겨 둘게요." 그녀가 당구대 중앙으로 레이스 손수건을 훌쩍 던졌다. "그런데 나는 가 봐야 해요. 나의 모제스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까 봐 걱정이거든요." 그녀는 우리에게 키스를후 불어 날린 후 그곳을 떠났다. - P82

"지금부터 제가 기억을 되살려 드리죠." 시모네가 장담했다. 그는 우아한 몸짓으로 큐를 움직여 흰 공을 굴려멈춘 후 잘 겨냥해 공 하나를 포켓에 쳐 넣었다. 다음으로그는 공 하나를 더 포켓으로 빠트려 피라미드를 허물었다.
그다음으로 그는 내가 포켓에서 그가 집어넣은 공들을 꺼낼 틈도 주지 않고 공 두 개를 연속으로 쳤고 마침내 실수를 했다. - P83

"양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려고 합니다." 시모네가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끙 소리를 내며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창가로다가갔다. 시모네가 공을 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쳤다.
강하게 딱, 딱 소리가 났다. 또다시 공을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말했다. - P85

"경위님은 당구에 관한 코리올리의 회고록을 읽어보셨습니까?" 시모네가 물었다.
"아뇨." 내가 음울하게 대답했다. "그럴 생각도 없고요." - P86

"그쪽도 힌쿠스와 술을 마셨습니까?" 시모네가 흥미를 드러내며 물었다.
브륜이 경멸하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럴 리가! 그 사람은 내가 있는 줄도 몰랐을걸요. 거기에 카이사가 있었거든요......" - P88

"벌건 대낮에 술독에 빠지다니, 그런 건 내게 맞지 않아요." 브륜이 승리를 거머쥐며 이렇게 끝맺었다. "여러분의 힌쿠스나 실컷 마시라고 하시죠."
"그러지." 내가 중얼거렸다. "나는 면도하러 갑니다."
"혹시 질문이 더 있으신가요?" 브륜이 내 등에 대고 물었다. - P89

"경위님이 가정적인 분이라니 하는 말인데, 아까 그젊은이의 성별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알쏭달쏭하더군요."
"카이사나 찾아보세요." 내가 말했다. "이 수수께끼는경찰에게 맡기시고요. 그보다 샤워장에 장난을 쳤는지털어놓으시죠." - P90

"저주받은 소굴." 그는 나를 보자 쉰 목소리로 말했다.
"더러운 굴 같으니라고." - P91

"내가 여기서 뭘 하느냐고?" 그는 이렇게 소리치며 온힘을 다해 양탄자를 홱 끌어당겼다. 그 탓에 그 자신도 하마터면 균형을 잃을 뻔하면서 안락의자를 넘어트렸다. "나는 파렴치한을 찾고 있소. 이 호텔을 배회하고, 점잖은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고, 밤마다 복도를 돌아다니며 내 아내의 방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놈 말이오! 이 호텔에 경찰이있는데 내가 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거요?"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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