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론

나는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잘팔리는 어느 애견 훈련 설명서의 제목에 의하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핏불이나 로트바일러에게 물려 크게 다친 아이의 부모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 P171

인간의 재능과 창의성이 드러나는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이 작가들의 양상도 피라미드 형태를 이룬다. 제일 밑바닥에는 형편없는작가들이 있다. 그 위에는 조금 적지만 아직 꽤 많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데, 이들은 제법 괜찮은 작가들이다. - P172

나는 지금 간단한 두 가지 명제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의 중심부에 접근하려 한다. 첫째,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을 (어휘력, 문법, 그리고 문체의 요소들을) 잘 익히고 연장통의 세 번째 층에 올바른 연장들을 마련해둬야 한다. 둘째, 형편없는 작가가 제법 괜찮은 작가로변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훌륭한 작가가 위대한 작가로 탈바꿈하는것도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저 괜찮은 정도였던 작가도 훌륭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 - P172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Chandler: 1888~1959, 미국 추리 소설가-옮긴이]는 일찍이 전후시대의 삭막한 도시 생활을 잘 묘사한 작가로서 이제 20세기 미국문학에서 중요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런 평가를 거부하는비평가들도 많다. 그들은 분연히 외친다. 그 자는 삼류야! - P173

심지어는 소설 문학의 셰익스피어라고 할 수 있는 찰스 디킨스조차도 종종 선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신나게 아이들을 낳고(소설을 쓰지 않을 때 그는 주로 아이들을 만들었다) 당대와 우리 시대의 저급독자층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비평가들의 공격을받았다. - P174

한편 뮤즈는 편안히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자신의 볼링 트로피들을 흐뭇하게 감상하면서 여러분을 싹 무시하는 척한다. 이런 상황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물론 이 뮤즈라는 작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별 볼일 없고 대화 상대로서도 빵점이다(내 뮤즈는 근무중이 아닐 때는 대개 툴툴거리는 소리로 대답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다. - P175

1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 P176

한편, 좋은 책은 한창 배움의 길을 걷는 작가들에게 문체와 우아한 서술과 짜임새 있는 플롯을 가르쳐주며, 언제나 생생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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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정신의학자는 대개 정신질환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이해하고자 했다. 정신질환이라고 알려진 것은 가족 내부 또는/그리고 외부에서 사회적 힘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일부 저자는 바로 이 특징을 반정신의학의 본질로 보았다. - P50

이런 사회적 분석은 정신보건 서비스를 관장하는 체제 전체로 확장되기도 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권력구조와 ‘일탈 억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이 방향의 급진적 정신의학에서는 마르크스주의, 예컨대 서양판 문화혁명인 권력구조 쟁론에서 나타난 여러 형태의 마오쩌둥주의, 그리고 1968년 운동에서 생겨난 새로운 반권위주의관념을 하나로 아울렀다. 이처럼 반정신의학은 비판적인(또한 자기비판적인) 동시에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이었다. - P51

이 용어 내지 꼬리표를 좀더 깊이 살펴보면 유용하다. D. B. 더블은 정신의학의 다양한 ‘지도자‘가 취했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여러 갈래로 세분한다.²⁴ - P51

24 D. B. Double ed., Critical Psychiatry. The Limits of Madness, London:Palgrave, 2006, p.31D. B. Double, ‘Historical Perspectiveson Anti-psychiatry‘. - P503

우리는 또 반정신의학이 무엇에 반대했는지에 따라 그것을 이해할수 있다. 더블을 다시 인용하면 "반정신의학의 본질은 정신의학 자체를 문제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다."²⁶ - P52

26 D. B. Double, The History of Anti-psychiatry: An Essay Review‘,
History of Psychiatry 13, 2002, p.235. 콜린 존스는 "[반정신의학] 운동의 핵심에 있는 거부하고 뒤엎는 행동", 다시 말해 "반정신의학 안에 있는 ‘반(反)‘이라는 요소"에 강조점을 두었다. Gijswijt-Hofstra and Porter,
Cultures of Psychiatry, p.285에 수록된 Colin Jones, Raising the Anti.
Jan Foudraine, Ronald Laing and Anti-psychiatry‘. - P503

반정신의학은 좀더 일반적인 형태의 방법론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는 기존 지식의 권력구조 (그리고 이 경우 의료의 권력구조)를 뒤엎고 부정하려는 전반적인 시도가 있었다. 이 ‘반(反)‘이라는 요소가 이 운동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다.²⁹ - P53

29 Jones, ‘Raising the Anti‘, p.285. - P503

오늘날 이탈리아에서는 대체로 바잘리아 자신은 반정신의학자가 아니었다고 본다.³⁷ 종종 되풀이되는 이 진술은 ‘반정신의학‘을 정신질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평이 나쁘거나 극단적인) 운동이나 사조로 비꼬고단순화하는 관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어쩌면 뜻밖에도 극소수의 반정신의학자는 실제로 정신질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P55

37 역으로, 이탈리아 밖에서는 (특히 영어권에서는) 그를 반정신의학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 P505

반정신의학을 실천한 사람들은 (기자나 이 운동의 추종자들과는 별개로)대개 정신질환의 존재를 부정하기는커녕 정신질환을 대단히 심각하게받아들였으며 그 근원과 그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려 했다.³⁸ - P56

38 토머스 사스는 이와는 다른 입장을 취했는데, 본인이 이를 거부하고 그래서반정신의학 이면에 있는 사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은 그의 연구를 널리 읽었다. 사스가 쓴 글 한 편이 프랑코 및 프랑카 바잘리아가 1975년에 엮은 문집에 다음과 같이 포함돼 있다.
Crimini di pace. Ricerche sugli intellettuali e sui tecnici come addettiall oppressione, Milan: Baldini Castoldi Dalai, 2009 (원래의 판본은Einaudi, 1975), PP.385-98에 수록된 ‘La psichiatria a chi giova?" - P505

반정신의학의 근원이자 거기에 대중적 기반을 부여한 저 운동이 종언을 고하면서 전통적 정신의학자는 권력의 고삐를 다시 쥐고자 했고(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반정신의학을 생각에서 떨쳐내거나 아예 무시하고자 했다. 그 결과 반정신의학은 오늘날 대단히 단순하게 ‘정신질환의 부정‘으로 묘사되는 때가 많고 아예 언급조차 안 되기도 한다. 급진적 정신의학자(또는 그 지지자)와 반(反)반정신의학자가 사용했던 담론이 하나로 수렴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정신보건 체제 전반에 나타난 일련의 실패를 모두 반정신의학 탓으로 돌리는 전술도 가능하다. 이런 방향에서 전개된 것이 ‘반(反)반정신의학 운동 이론이다.⁴³ - P57

43 Crossley, Contesting Psychiatry, p.241. - P506

반정신의학은 오늘날의 세계에선 이해하기도 연구하기도 어려운 대상이다. 전성기일 때 그것은 시대 분위기와 매우 잘 맞는 절충주의적 운동이자 시대정신이었다. 그것은 또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이자 구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어구였으며, 한계를 넓혀가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 P58

반정신의학은 오늘날의 세계에선 이해하기도 연구하기도 어려운 대상이다. 전성기일 때 그것은 시대 분위기와 매우 잘 맞는 절충주의적 운동이자 시대정신이었다. 그것은 또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이자 구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어구였으며, 한계를 넓혀가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한편으로는 끔찍한 체제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기도 했다. - P58

그러면 우리는 반정신의학이라는 용어를 이런 잘못된 설명과 부정적 의미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이 몇몇 있다. - P60

공공시설과 제도-정신질환자 보호소와 가족


비판적 정신의학의 옹호자들은 대개 전통적 정신의학 시설과 관련하여 대단히 명확하게 급진적인 태도를 취했다.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자 보호소를 모두 폐지하거나 폐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부르짖었고(바잘리아가 1960년대 초반 이후 공개적으로 취한 입장이다)그와 동시에 정신질환자 보호소 내부에서 그것을 개혁하거나 인도적으로 바꾸고자, 또는 그곳을 생지옥 아니면 ‘실용적 유토피아‘의 사례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 P62

비판적 정신의학은 1960년대 말 전세계에서 집중포화를 받은 또 하나의 제도인 가족에 대한 급진적 비판과도 관계가 깊었다. 가족은 정신질환이 생성되는 장소, 정신질환이 설명될 수 있는 유일한 배경이라는 관점을 지닌 사람이 많았다. 랭의 연구에서는 조현병자 본인만큼이나 그 가족을 깊이 조사했다. - P63

비판적 정신의학에서는 자아의 해방이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이 또한 1968년 철학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묘사되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사람들은 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 P64

사회와 정치


정신질환과 자본주의가 서로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 인과관계에서도 그렇고 정신질환자 보호소 체제의 존재 이유로서도 그렇다는사실이 이 운동의 여러 갈래를 통해 그 윤곽을 드러냈다. 바잘리아 자신이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대한 한 가지 사회적 분석을 내놓으면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 배척되기 때문에 ‘앓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⁶⁰ - P65

60 Basaglia, L‘istituzione negata (1968), p.33 - P508

그러나 정신질환자 보호소 내 사람들에 대한 바잘리아의 사회적 분석은 어떤 직접적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고리치아에서 (그리고 그 밖의 정신질환자 보호소에서) 그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⁶¹ - P65

61 아울러 예컨데 August Hollingshead and Fredrick Redlich, Classi socialie malattie mentali, Turin: Einaudi, 1965 (1958)E - P508

반대하는 운동인가, 지지하는 운동인가?

이것은 어떤 종류의 운동이었고,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이것은 전문가의 운동, 정신의학자와 간호사의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는 환자의 운동이었다. - P66

이것은 사회적 운동이고 정치적 운동이었을까? 어느 정도는 특히 1968년 이후에는 그랬다. 1968년 이전에는 지식인, 정신의학자, 일부행정가와 정치가, 일부 학자, 그리고 몇몇 외진 곳에서는 소수의 간호사와 환자에 국한된 운동이었다. 1968년 이후 이 운동은 크게 확장하여 학생, 노동자, 기자, 그리고 비판적 정신의학의 이념과 실제에 매력을 느낀 각양각색의 사람을 끌어들였다. - P67

한편으로 보면 이 운동은 반대하는 운동이었다. 추종자들은 정신병원에 반대했다(때로는 원칙적으로 정신병원 전반에 반대했고 때로는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구체적인 방식에 반대했다). 이 운동은 정신의학 체제에 반대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신의학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흐르는 때도 많았다.  - P68

실용적 또는 실제적 유토피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 운동에서는 일련의 ‘실용적인‘ ‘살아 있는‘, 또는 ‘실제적인‘ 유토피아를 만들어 환자를 보살피는 대안적 형태를 실험하고 세상에 급진적 변화를 알리고자 했다. - P70

비판적 정신의학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여러 가지 생각과 구호를 중심으로 해서 어렵사리 운동을 일으켰다. 이 운동은 국제적이었지만 운동이 뿌리내린 각국에서는 자국 특유의 성격뿐 아니라 지방색과 지역색을 띠고 있었다. - P71

제11장


『부정되는 공공시설』의 기원

당신의 책・・・・・・ 은 그 자체로 전개되는 책의 보기 드문 예입니다. 당신의 책은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긴장 상태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자신의 자기파괴적 성향을 통해 자신을 지탱합니다.
줄리오 볼라티가 프랑코 바잘리아에게(1968년 1월 26일지)

조반니 제르비스와 에이나우디

『부정되는 공공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의 기원과 제작과 탄생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만 고리치아 사람들과 이 책의출판사인 에이나우디를 연결한 사람이 조반니 제르비스였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¹ - P197

제11장 『부정되는 공공시설』의 기원


1 그렇지만 이 연결고리는 가볍게 처리되는 때가 많고 일부 설명에서는 완전히 무시되기도 하는데, 이는 필시 제르비스와 나머지 고리치아 사람들, 또 고리치아 이후의 바잘리아 사람들 사이에 오랫동안 이어진 다툼과 앙금 때문일것이다. - P537

에이나우디와 고리치아는 여러 경로를 통해 관계를 맺었는데, 처음에는 제르비스를 통해서였다. - P199

1967년 2월에 제르비스는 『부정되는 공공시설』로 출간될 책을 "우리가 고리치아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⁵ 또 이때 이 책이누오보 폴리테크니코 시리즈의 한 권으로 정해진 것이 분명하다. - P199

5 1967년 2월 1일자, 편집위원회, 메모. - P137

「정신의학이란 무엇인가?』는 임시로 만든 작은 출판사를 통해 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부정되는 공공시설』은 사정이 그와는 완전히 달라질 참이었다. 고리치아는 대성공을 앞두고 있었다. - P204

흥미롭게도 이 편지는 부정되는 공공시설의 저자/편집자로 다른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이 책은 에퀴페의 전체 구성원과 기자, 환자,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만든 집단 작업의 결과물임이 확실하다. 또 제르비스가 편집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 분명하고, 볼라티, 바잘리아, 프랑카 옹가로를 비롯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 P205

『부정되는 공공시설』의 계약서에는 1968년 2월 제르비스와 바잘리아가 공동으로 서명했고, 저작권료는 모두 고리치아에 있는 환자들의 클럽 앞으로 돌아갔다. 책은 1968년 3월에 나왔다. 안토니오 슬라비치는 나중에 조반니 제르비스가 새로 나온 책을 한 무더기 가지고 고리치아로 돌아온 날에 대해 적었다. 책에서 잉크 냄새가 났다. - P206

바잘리아는 에퀴페와 환자들을 대신하여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 볼라티에게 직접 고마움을 표했다("저와 고리치아의 모든 사람을 위해 해주신모든 일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 책과 관련된 홍보 활동은 이탈리아 곳곳에서 청중이 가득 모이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했다. - P207

책 자체는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집필되었고, 고리치아에 있는 바잘리아의 아파트와 병원에서 논의되고 취합되었다. 에퀴페의 구성원 전원및 프랑카 옹가로, 미켈레 리소, 줄리오 볼라티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의견이 들어갔다. 이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글로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작업은 목소리와 글, 토론으로 이루어진 그림 맞추기 퍼즐 같았다. - P209

『부정되는 공공시설』은 꼭 맞는 때에 나온 꼭 맞는 책, 시기가 딱 맞아떨어진 책이었다.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여덟 가지 판이 나왔는데 그중 두 가지가 1968년에 나왔고, 6만 권이 팔렸는데 그중 5만 권이 1968년부터 1972년까지 팔렸다."³⁵ - P209

35 Giannichedda, "Introduzione‘, p.xxv, 출판사는 1968년에 출간된 3판까지의 판매부수가 1만 2500 부라고 보고했다. 1972년 말에 이르러 이 숫자는 5판에 2만 7000부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에이나우디 기록보관소). 1975년 12월에는 2만 5000부 정도가 더 판매된 것으로 보고되어, 7년간 총 7판에 5만2000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1974년까지 8판에 걸쳐 총 6만 부가 팔렸다는 에이나우디의 공식 통계와도 비슷하다. - P541

『부정되는 공공시설』은 1968년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반영하기도 했다.³⁶ - P210

36 다음 장에서 다루는 1968년에 관한 부분과 Robert Gildea, James Mark andAnette Warring, eds, Europe‘s 1968. Voices of Revolt, Oxford: OxfordUniversity Press, 2013 - P541

『부정되는 공공시설』 이후 에이나우디에게 바잘리아는 흥행 보증수표였다. 그는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그곳의 반공공시설 운동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목적으로 250만 리라라는 거액의 선금을 받았다. 이 여행과 관련하여 약속된 책은 결국 출간되지 않았다.³⁷ - P210

37 다만 바잘리아가 미국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짤막한 글이 1969년에 에이나우디에서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Lettera da New York. Il malatoartificiale (Franco Basaglia. L‘utopia della realta, p.323에 있는 참고문헌 목록 참조). 나는 이 책의 실물을 찾아낼 수 없었다. - P541

제14장
사건


어쨌든 미클루스 사건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조르조 베르비¹ - P246

제14장 사건


1 Giorgio Verbi, ‘Superato il clima di paura rimangono gli interrogativi, Il Piccolo, 1968년 9월 30일자 - P549

바잘리아 부부는 환자와 관련하여 정신질환자 보호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과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대해 명료하면서도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정신의학 시설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은 대개병 때문으로 치부되며, 환자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유일한 설명으로 병이 지목된다."⁷ - P247

7Basaglia and Ongaro, ‘Il problema dell‘incidente‘, p.363. - P549

개방된 시설에서 정신의학자는 하나의 모순에 갇혀 있었다. "현재 우리 사회 체제의 강요에 의해 질서를 보장하는 사람을 자처해야 하는 동시에 그 질서의 파괴를 꾀하고 있다"는 모순이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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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사람들을 서로 떼어 놓기 때문에 모여서 함께 불안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불안은 공동체를, 우리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고립된다. - P38

우울하고 탈진한 미래는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이다. 아무것도 열어 내지 못한다. 어떠한 새로운 것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다. 살아 움직이고 자극과 영감을 주는미래, 즉 ‘Avenir‘는 완전히 사라진다. - P41

희망과 행위


희망은 예전부터 행위와는 반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다루어지곤 했다. 희망에는 행위의 결단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통적 비판의 초점이었다. 무언가를 희망하는 이는 행위하지 않는다고, 현실을 직시할 눈을 감아 버린다고 말이다. - P43

그러나 카뮈의 주장을 달리 보면 희망은 판도라의 상자 안에 어쨌든 끝까지 남아 있었다. 희망은 상자를 벗어나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희망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악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준다. 니체는 희망을 삶에 대한 단호한 긍정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의한다. - P44

그렇다면 도대체 희망이 소위 ‘회피‘하는, 심지어는 ‘배신‘한다고들 말하는 ‘삶 자체‘ 또는 ‘그 자체로서의 삶la vie méme‘이란 무엇인가? - P45

희망은 자본주의적 용어에 속하는 말이 아니다.
희망하는 이는 소비하지 않는다. - P48

꿈 없는 현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거기에는 새로운 것을 향한 열정, 가능한 것에대한 열정,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 없이 열정은 불가능하다. 내일 없이, 미래없이 자기 자신으로만 축소된 현재는 새로운 시작을결의하는 행위가 지닌 시간성이라고 할 수 없다. - P50

카뮈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자신의 이론과는관계없는 발언을 할 때, 이전에 본인의 철학 지론에서는 다룬 적 없던 희망의 개념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중략). 그가 말한 희망은 포기도, 회피도, 삶의 거부도 아닌 ‘그 자체로서의 삶‘이었다. 삶과 희망은 하나로 표현되었다. 살아감이 곧 희망함이라고. - P51

희망에 대한 기존의 비판들은 희망이 지닌 복잡성과 내적 긴장을 간과했다. 희망은 수동적인 기대나 바람을 훨씬 넘어선다. 감동한 열정과 약동함이희망의 본질이다. 희망은 ‘호전적 정서‘이며 ‘기치를 세운다‘.²⁹ - P53

29Bloch, Das Prinzip Hoffnung, a. a. O., p. 127. - P164

희망하는 이에게는 세상이 마치 다른 빛 안에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세상은 희망을 통해 특별한 광채를 지닌다. 희망은 세상을 밝게 만든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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폄하와
인간성 말살


우리와 현실 개념이 다른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심리적 방어법은 그들을 폄하하거나 비하하는 것이다.  - P208

여러 연구들을 보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 후 기독교인은 유대인을 폄하하고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를 비난하며, 이탈리아인은 독일인을 경멸하고 이스라엘 어린이는 러시아 아이를 싫어하고, 모든 곳에서 이민자를 조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죽음을 상기한 이후 외부 집단 사람을 덜 인간적이고 더 동물적이라고보게 된다. - P209

문화 동화와
조정


우리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법으로 폄하나 비하 외에도 이렇게 무지하거나 그릇되거나 사악한 사람들을 우리 세계관에 동화시키는방법도 있다. - P209

 신념이 실존적 공포에 대항하는 데 효과가 있으려면 사람들이 그 신념이 맞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의존하는 핵심 믿음 대부분이 사실보다는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명확히 증명될 수 없다. 따라서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그 신념이 옳다고 더 확신하게 된다. - P211

인간은 타인에게 자기 관습과 신념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관점 중 끌리는 측면을 자신의 문화적 세계관에 통합시킴으로써 그 관점을 ‘길들이려고 하기도 한다. (중략). 이를 가리켜 ‘문화 조정cultural accommodation‘이라고 한다. - P212

(전략).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 Ronald Reagan은 "히피는 타잔 같이 생기고 제인처럼 걸으며 치타 같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입니다"라고 빈정거렸다.
그러나 레이건이 대통령이 될 무렵 히피가 내세우는 ‘사랑과 평화‘의 기치는 무미건조한 코카콜라 광고 속으로 들어갔다. - P213

사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문화적 사물 체계의 일부이다. 따라서 이고정관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외부 집단은 지금 우리의 세계관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반면, 고정관념에 반하는 외부 집단은 우리의세계관을 위협한다. 한편, 자기 세계관을 믿고 싶은 욕구가 클 때 사람들은 내부 집단과 완전히 다른 외부 집단을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 P214

악마화와
말살

폄하, 동화, 조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심리적 압박은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진다. 위협이 되는 타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무력‘이 ‘정당화‘된다. - P215

동서고금을 통틀어 특정 개인과 집단이 죽음 불안에 대비하는 심리적 피뢰침 역할을 담당했다. 대개 ‘악인들‘은 명확히 그런 역할에 들어맞는다.  - P216

기근, 전염병, 경제적 동요, 정치적 불안, 교육 부족, 정전, 문맹, 청년 반항, 무엇이든 ‘그들‘의 잘못이다. ‘우리‘는 선하고 순수하고 올바르며 하느님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어진 반면 ‘그들‘은 골칫거리일뿐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그들을 폄하하고 인간성을 말살하고 악마로 여기고 짓밟아야 한다. 악인을 근절하라. 세계를 정화하라. 하느님이 당신 편에 있음을 증명하라. 지구상의 삶을 천국의 삶으로만들어라. - P217

죽음 불안의 해결책으로 사악한 타인을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이전략은 성공하지 못한다. 전략을 사용한 순간 사악한 타인이 가하는위협은 한층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사악한 타인을 근절하려고 할 때 사악한 타인으로 지목된 대상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되고 이는 갈등의 불꽃에 부채질하는 셈이 된다. - P217

모욕을 받을 때 인간은 자존감을 잃고 의미 있는 세계에 사는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미약한 생물로 전락한다. - P218

현대에도 모욕과 굴욕을 갚고 극복하기 위한 시도는 쉽게 찾아볼수 있다. 20세기에 히틀러는 ‘베르사유의 굴욕‘을 일소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지도자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는 적의 손에 패배하는 굴욕을 겪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희생하는 쪽을 택했다. - P218

치명적인 폭력을 부르는 모욕 행위는 해결되지 않은 채 묻어버린오래된 갈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런 모욕은 희생당했다는 억울함과 영웅적인 구원을 바라는 욕구를 결집하는 계기가 된다. - P219

공격과 반격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미국의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과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후 뒤따른 사건들은 죽음의 공포가 어떻게 증오와 폭력의 상호 순환을 유발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P220

사람들은 조국의 가치는 물론 자기 자신의 가치를 단언함으로써 실존적 위협에 대응했다.
동시에 미국인들 사이에서 죽음의 공포는 상대를 폄하하고 인간성을 말살하고 악마로 만들고 동화하고 말살하려는 열의 또한 증폭시켰다. 기독교 전도사 프랭클린 그레이엄 Franklin Graham은 이슬람교를 ‘매우 악랄하고 사악한 종교‘라고 폄하했다. - P222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는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조차도 부시가 대통령으로서 능력이 부족하고 밋밋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9.11 테러 발생 이후 몇 주 동안 부시에 대한 지지율은 역사상 유례없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 P223

9.11 공격 직후, 대부분의 이슬람교도들은 곧바로 테러리스트들을 이슬람교를 왜곡하는 종교적 열성분자 중 소수 과격파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미국인들이 이슬람을전면적으로 비난하고 종교 및 정치적 전향을 시도하는가 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악의 세계를 축출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을 선포하는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이슬람교도들은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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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반정신의학, 비판적 정신의학, 운동,
그리고 실용적 유토피아



반정신의학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정신의학이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니듯.
-파트리치아 과르니에리¹

우리는 하나하나의 제도-가족, 학교, 대학, 정신보건, 공장-를 하나하나의 예술 형태를 탈바꿈시켜 의식 변화를 위한 혁명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데이비드 쿠퍼²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급진적 정신의학을 연구할 때 핵심적 문제 하나는 ‘반(反)정신의학‘이라는 용어다. 말은 중요하다. 그런데 말은 뜻이 자주 바뀐다. ‘반정신의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 P45

제2장 반정신의학, 비판적 정신의학, 운동, 그리고 실용적 유토피아


1 Roy Porter and Mark Micale, Discovering the History of Psychiatry.
New York an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4, p.252Patrizia Guarnieri, ‘The History of Psychiatry in Italy. A Century of Studies‘.
2 David Cooper, ed., The Dialectics of Liberation, London: Penguin,
1968, p.197] Archives of the Philadelphia Association, Dialectics of Liberation,
(1967). - P500

이 의미 문제는 일반적으로 반정신의학의 ‘지도자‘로 불리는 사람대부분이 자신이 반정신의학자임을 부인한 일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더욱 복잡해진다. 1970년대 중반에 이미 사람들이 이 용어를 꺼리는 느낌이 있었다. - P46

반정신의학-한 용어의 계보와 역사


제정신과 광기에 관련하여 정신의학 안팎 모두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적 정신의학은 300년 전 악마론적 관점이 임상학적관점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존재하게 됐다. 이제 이 임상학적 관점이존재론적이면서 사회적인 관점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나는 이 변화의 의미가 그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로널드 데이비드 랭 (1964)¹² - P47

12 Nick Crossley, ‘R. D. Laing and the British Anti-psychiatry Movement‘,
Social Science and Medicine 47: 7, 1998, p.882° 18 R. D. Laing,
‘Schizophrenia and the Family‘, New Society, 1964416. - P502

그러면 우리는 가장 먼저 ‘반정신의학‘이 그때는 무엇이었으며, 지금은 이것이 역사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리의 출발점은 이렇다. 반정신의학은 정신의학계 자체 내부에서 나타난 비판적이고 급진적인 운동이었다.¹⁵ 이것은 역사에 나타난 하나의 정치적·문화적·사회적 "순간¹⁶"이자 "하나의 징후・・・・・・ 촉매, 그리고 하나의 수렴점"¹⁷이었다. - P48

15 Crossley, ‘R. D. Laing and the British Anti-psychiatry Movement‘, p.878.
16 Gijswijt-Hofstra and Porter, eds, Cultures of Psychiatry, p.236에 수록된 Peter Barham, ‘From the Asylum to the Community: The Mental Patient in Postwar Britain‘.
17 Roy Porter and Mark Micale, eds, Discovering the History of Psychiatr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4, p.396]Jacques Postel and David Allen, ‘History and Anti-psychiatry in France‘. - P502

데이비드 쿠퍼는 1967년에 펴낸 『정신의학과 정신의학』에서 이용어를 처음 만들어 썼고, 이후 런던에서 열린 ‘해방의 변증법 학회‘를바탕으로 엮은 유명한 책¹⁹의 머리말에서 이 용어를 다시 썼다. 그렇지만 이 두 책에는 이 용어가 실제로 무슨 뜻인지 밝힌 내용이 거의 없다. - P49

19 Cooper, The Dialectics of Liberation. - P502

(시초부터 이념적, 실천적, 정치적, 개인적 분열과 논쟁으로 갈라져 있었던)이 태동기의 운동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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