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GPS 표시도 보고와 일치합니다. 차가 캐넌 스트리트에 근접하고 있어요." 아싱이 다급하게 말했다.
(중략).
"어머? 길을 잘못 가는 거 아니야?"
"시간이 일러서 가는 길에 야경 보면서 드라이브나 하려고."
칸즈위안의 목소리였다. - P201

쉬유이는 재빨리 칸즈위안의 목적지가 어디일지 추리했다. 커낼로드 고가도로를 따라 직진한다면 애버딘 터널을 거쳐홍콩섬 남쪽으로 갈 수 있는데, 홍콩섬 남쪽은 인적이 드물어 ‘으슥한 산속‘과 별 차이가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쉬유이를 덮쳤다. - P202

아직 커낼로드 고가도로를 달리고 있는 쉬유이가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자치와 아싱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쉬유이는 작전이 틀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이어폰에서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고 주위 소음도 들리지않았다. - P203

"GPS 표시는 거기에 있어요!" 아싱이 외쳤다.
쉬유이는 GPS가 먹통이 됐다는 걸 알았다. 지도에 보이는표시는 GPS가 먹통이 되기 전의 위치일 것이다. - P203

쉬유이가 아이잉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인 척 전화를 걸어 변수가 생겼음을 몰래 알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쉬유이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치닫고 있음을 직감했다. - P204

"아싱, GPS 기계 미리 확인했어?" 쉬유이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 부하들에게 부드러운 그이지만 일에서 실수가 생기면 아주 매섭게 대했다.
(중략). 아싱이 머뭇거리자 쉬유이가 다그쳐물었다.
"아니에요. 몇 번이나 확인했어요. 문제가 있었다면 지원팀 책임이겠죠." - P204

유심칩 접촉 불량으로 신호가 끊겼을지도 모른다. 유심칩을 다시 인식하면 연결할 수 있지만, 아이잉에게 추적 장치에 세게 충격을 주거나 흔들어서 헐거워진 부품을 원래 위치로 되돌려야 한다는 걸 알릴 방법이 없었다. - P205

"잠깐, 어쩌면 GPS 고장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샤오후이가 무전기를 통해 말했다. "그들이 사라진 위치에 도르셋과 엠파이어 두 호텔이 있어요!"
쉬유이도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 P205

한 시간쯤 흘러 쉬유이가 거의 포기하고 순찰대에 지원을요청하려던 그때 아싱이 갑자기 외쳤다.
"GPS가 다시 켜졌어요!"
쉬유이가 고개를 홱 돌려 태블릿을 보았다. 정말로 지도상의 애드미럴티에 차량 표시가 보였다. 동시에 그의 휴대폰이울리고 아이잉의 번호가 떴다. - P206

"아이잉 씨! 혼자 있어요?" 쉬유이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불필요한 질문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잉이 그를 ‘쉬 경위‘라고 불렀다는 건 칸즈위안이 옆에 없다는 증거였다.
"당연하죠! 그런데 어떻게 된....... - P207

"쉬 경위님! 사람 갖고 장난치세요? 왜 약속과 달라요?" 차문이 닫히자마자 아이잉이 속사포로 다그쳐 물었다.
(중략).
"아무 일 없다고요...? 잠깐, 호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게 아니었어요?" 아이잉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 P208

"스터브스 로드로 올라갔어요.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근사하다면서."
(중략).
"네. 왜 길을 돌아서 애드미럴티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자기가 애드미럴티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어요. 내가 길을 잘못 가는 게 아니냐고 물었을 때 이미 애드미럴티로 가는 걸 알고 있는 줄 알았대요." - P209

"파크레인이 아니었어요?"
"네. JW메리어트로 갔어요. 여기는 파크레인이 아니라 메리어트지 않냐고 했더니 그가 어리둥절하게 자기가 아까 뭐라고 했느냐고 하더라고요. 메리어트로 예약했는데 파크레인으로 말이 잘못 나온 거래요! 원래 파크레인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빈방이 없어서 더 비싼 메리어트로 예약한 거라나."
모두 헛웃음을 터뜨렸다. JW메리어트는 애드미럴티에 있는5성급 호텔이었다. - P210

"무슨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어요? 그가 샤워하는 사이에 소지품을 뒤져봤어요?"
"그래서 내가 아까 사람 갖고 장난치냐고 한 거예요. 왜 똑같은 일을 두 번 겪게 하세요?" 쉬유이는 아이잉의 말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 P211

"앤디가 객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나랑 자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 데서 할 얘기가 있어서 데려온 거라고 하잖아요. 그 사람이 정말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욕실로 들여보낼 방법도 없어서 당황했는데, 그가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더니 지난번에 경위님이 호텔에서 했던 말과 거의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 P211

"그가 보여준 사진 속 남자가 아이잉 씨 단골이었어요?" 쉬유이가 물었다.
"네." 아이잉이 휴대폰 속 앨범을 열고 사진을 찾았다. 사진이 약간 흐릿했지만 누군지 바로 알아봤어요."
아이잉이 휴대폰을 쉬유이에게 건넸다. 아이잉이 클럽으로보이는 곳에서 어떤 남자와 함께 찍은 셀카였다. - P212

"경찰은 앤디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된 거죠?"
강력반 형사들도 아이잉과 똑같은 질문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쉬유이는 갑자기 등장한 새 인물 때문에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만약 칸즈위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칸즈위안을 조사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 셈이었다. - P213

소설《(제목 미정)》 발췌  •2

"하지만 비치보이스가 먼저 비틀스를 비롯한 브리티시 로큰롤의 영향을 받아 기존 스타일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걸 잊지 마브리티시 인베이전¹이 없었다면 비치보이스도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서핑록에만 머물러 있었겠지?‘

1 1960년대 중반 영국의 로큰롤, 팝 등이 미국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던 문화현상. - P214

그는 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몹시 마음에 걸렸다.
‘사실은, 나도 집에만 틀어박혀 살고 싶어. 밖에 나가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다면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거야. 평생토록 바깥 세상은 자꾸만 괴로운 기억을 내게 일깨워주거든.‘
L의 이런 반응은 아바이에게 조금 의외였다. - P216

그러니까 내가 껍데기 속에 숨을 수밖에 없잖아, 라고 아바이는 속으로 소리쳤다.
‘자기 생사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 노예지.‘ - P217

18Y 156cm 47kg
데이트만 / 한시간/300홍콩달러
점심식사/한시간/500홍콩달러
저녁식사 / 두시간/ 1000 홍콩달러
RM / 만나서 협의
OVERNIGHT 문의 거절

아바이가 빈둥거리며 영화 스트리밍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는데L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를 보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금세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 P218

아바이가 오랫동안 두문불출했다고해서 바깥세상에 대해 영모르는 건 아니었다. 온라인 세상에 각종 최신 정보가 넘치고, 오히려 일반인은 잘 접하지 못하는 것들도 다 알 수가 있다. 그는 그 메시지가 렌털 애인 가격표일 거라 짐작했다. - P219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인의예지를 입버릇처럼 떠들면서 돈과 권력으로 타인을 착취하는 개자식들이 더럽지!‘ 아바이는 너무 흥분해 심한 말을 한 것 같아서 잠깐 멈췄다가 약간 농담을 섞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더러운 걸로 따지면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는 내가 너보다 훨씬 더러워.‘
아바이는 그때 L이 휴대폰을 보며 숨죽여 울고 있다는 걸 알지못했다. - P220

5장

‘재스퍼는 누굴까?‘
쉬유이가 다른 의자에 발을 걸치고 앉아 아이잉에게 받은사진이 붙어 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만히 응시했다.
온종일 회의를 했지만 쉬유이와 팀원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젯밤 작전은 완벽한 실패였지만 수사에 크나큰 도움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P225

지금까지 모든 수사는 칸즈위안이 범인 또는 공범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졌다. (중략). 하지만 어젯밤 칸즈위안이 탄아이잉에게 제안한 내용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 P226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했더니, 증거는 없지만그 남자에게 살해 동기도 있고 그렇게 볼 만한 정황도 있대요."
쉬유이는 탄아이잉의 이 말에 주목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의 신분과 셰바이천과의 관계를 조사하는데만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할 때 ‘동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 P227

일 처리가 안정적인 한화는 경장으로 자치와 아싱보다 직급이 높았다. 쉬유이가 센트럴구 성범죄 수사에 그를 파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곧 있을 승진 심사에서 직속상관인 쉬유이의 평가 보고서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재스퍼의 신원은 아직 파악이 안 됐어요?" 한화가 화이트보드에 붙어 있는 사진을 가리켰다. - P228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할 때 전화번호로 인증해야 하니까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 쉬유이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 P228

쉬유이는 경찰이 재스퍼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그에게먼저 연락해달라고 탄아이잉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지만 (중략), 셋째, 경찰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져서 다시는 오지랖 넓게 괜한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재스퍼에게연락이 오면 알려달라는 쉬유이의 부탁은 들어주겠다고 했다. - P229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자치가 물었다. "회원 가입할 때문자메시지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데?"
"선불카드 번호였어. 등록만 하면 다시 인증할 필요도 없고, 금액을 충전하지 않으면 번호가 자동 폐기되는 카드야. 실명등록제를 실시하기 전인 3년 전에 개설한 계정이기도 하고."
홍콩 정부는 2023년 초에 비로소 선불카드 실명등록제를 도입했고, 그 전에는 편의점이나 삼수이포¹의 노점에서 선불카드를 수북이 쌓아놓고 팔았으므로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 - P230

"칸즈위안을 잡아다가 직접 물어볼까요?" (중략).
"안 통해, 순순히 굽히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조사할 때도 오히려 우리가 속을 들켰잖아." 쉬유이가 고개를 저으며 얕은 한숨을 뱉었다. - P230

"미끼가 꼭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 쉬유이가 휴대폰을톡 두드렸다. "우리도 가짜 렌털 애인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얼굴을 살짝 가린 섹시한 여자 사진을 올려놓고 재스퍼에게 메시지를 보내 유인하자고. 반응이 없으면 두 번째, 세 번째 계정을 만들어서 유인하면 돼. 어차피 SNS에는 그런 스팸 메시지가 넘쳐나니까. 그중 하나라도 마음에 들어 연락하면 우리가 만나러 나가면 되지. 그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기만 하면 신분을 알아낼 방법이 있을 거야." - P231

"요즘 딥페이크 기술로 여자 연예인 얼굴을 AV 배우의 몸에 붙이기도 하고 AI로 직접 사진을 만들기도 하잖아. 그런 방법으로 렌털 애인 홍보용 사진을 만들 수 있지?" - P232

아싱은 ‘지지‘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개설한 뒤 프로필에 ‘19세 천칭자리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귀여운 이모티콘 몇 개를 붙였다. 이 계정에 하트나 스마일 문양으로 이목구비 중 일부를 가린 사진 10여 장을 업로드하고 ‘#PTGF‘²‘#PTGF홍콩‘ 등을 태그하며 ‘뉴비예요. 오빠들, 예쁘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려요‘라고 썼다.

2 Part-time Girlfriend의 약자. - P232

사실 계정을 만든 첫날부터 추근대거나 가격을 물어보는 메시지가 30여 통이나 날아오고, 10여 명의 낯선 사람이 팔로우를 했다. 아싱은 굳이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재스퍼가 수일 내에 스스로 덫에 뛰어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쉬유이가 빠른 수사를 주문했으므로 상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 P233

하지만 재스퍼를 유혹하는건 예상보다 훨씬 쉬웠다. 바로 당일 밤 아싱은 재스퍼의 답장을 받았다.
"주말에 돈 벌어볼래?‘
아싱은 젊은 여자 말투를 흉내 내어 재스퍼와 토요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 P233

 사실 그를 호텔로 유인해놓고 독 안에 든 쥐를 잡는 편이 훨씬 간단하지만, 쉬유이는 은밀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 P234

아싱은 재스퍼와 데이트 약속을 한 뒤에도 그가 지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계속 볼 거라고 예상하고,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AI로 만든 가짜 사진을 계속 올렸다. - P234

렌털 애인은 단순한 성매매가 아니라 연극에 더 가깝다. 고객의 연인을 연기하며 상대에게 생리적인 욕구 충족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위안까지 제공한다. 애인 렌털업이 일반 성매매보다 더 호황이라는 사실은 이 도시 사람들이 단순히 성적인 욕구만이 아니라 외로움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 P235

"A조, 목표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 쉬유이와 부하들이 침사추이 미라 플레이스 1관에 도착했다. 쇼핑센터 입구는 널찍하고 3층 높이까지 뻗은 중정과 맞닿아 있었다. - P235

그때 쉬유이가 갖고 있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도착했어?‘
재스퍼의 메시지였다. - P236

쉬유이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1층 매장을 휙 훑었다. 정말로 그 위치에 흰색 원피스를 입고 베레모를 쓴 여자가 서 있었다. 재빨리 입구 양쪽을 보니 자치와 한화가 서성이고 있었지만 근처에 재스퍼인 듯한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 P237

재스퍼도 자신처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이게 함정이라는 걸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바로 그 순간, 그를 발견했다.ㅁ - P237

"목표물 발견!" 쉬유이가 그가 향하는 쪽으로 달려가며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검은 외투, 파란 셔츠, 미라 플레이스 2관으로 통하는 구름다리 옆에 있다! A조는 2관 쪽에서 덮치고 나머지는 자리를 지켜!" - P238

"선배, 팀장님이 묻잖아요!" 자치가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아..... 죄송해요. 며칠 전에 요청한 자료가 지금 와서." 샤오후이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중략).
"탄아이잉이 재스퍼와 찍은 사진에 촬영 날짜도 있고, 센트럴구의 ‘CLUB BB‘라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해서 그날 카드 결제 기록을 달라고 클럽에 요청했어요. 재스퍼가 카드로 결제했다면 결제자 명단에서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을 찾을수 있을 것 같아서요…………." 샤오후이가 쉬유이에게 서류를 건넸다. - P239

자치가 계속 말하려는데 쉬유이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샤오후이가 건넨 자료를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 P240

"셰바이천에게 대체 무슨 얘길 들었기에 그의 외삼촌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겁니까?" - P241

셰바이천의 가족 관계를 조사했던 쉬유이는 그의 외삼촌 이름이 셰자오후라는 걸 알고 있었고, 명단 속에바로 그 이름이 있었다.
또 사진 속 재스퍼가 왠지 낯익었던 건 그의 눈매와 전체적인 윤곽이 셰메이펑과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냉정하게 보았다면 쉬유이는 사진을 본 순간 그 남자가 셰메이펑의 남동생이란 걸 알았을 것이다. - P241

6장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칸즈위안이 현관에서 몸을 틀어 공간을 내주며 쉬유이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눈짓을 하고는 그의 뒤를 주시했다. (중략). 옆집 셰메이펑이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았는지 확인했던 것이다. - P253

칸즈위안이 침묵하자 쉬유이가 계속 말했다. "증거는 없지만 셰자오후가 살인을 했다고 볼 만한 정황과 살인 동기가 있다고 신디에게 말했죠? 당신이 아는 정보를 제공해주시죠."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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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발달 단계의 기본 개념


저러한 최종 관점은 움직이는 주객 관계를 보여 준다. 세계관적 과정이 움직이면서 취하는 이런 개별적인 형태들이 고정되면서 일련의 발달 단계들이 형성된다. 일련의 발달 순서가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체계적인 질서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동시에 하나의 실제적인 내적 연관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P77

우리의 시도에서 우리는 단지 모든 경험적 개별 사례에 대해 단순히 타당성만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척도 및 도식으로서의 유효성을 요청하는 그래서 구체적인 개별 사례에 대한 현실적인 조사를 필요로 하는 명백한연관들에만 관심이 있다. - P78

3. 개념들의 변증법적인 순서가 있는데, 여기서 이에 대해 먼저 몇 가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중략). 이것들은 변증법적 순서에 기반해 있는데, 이런 변증법적 순서는 여기서 단순하게 지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P79

 관건은 전체를 분해하는 것인데, 전체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동시에 말해질 수는 없는 관계로 우리는 순서에 준해서 하나하나 차례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 P79

7) 변증법적 순서

변증법적 순서는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유동적인데, 그 이유는 변증법적 순서가 개념들에 순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찰 대상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만 절대화하기 때문에 정신, 세계관적인 힘 및 태도들의 개별적인 과정, 그 어떤 것도 절대화하지 않는다.  - P80

그것이 가지고 있는 모습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면 안 된다. 우리는변증법적 순서와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연관들이, 비록 개별적인 접촉점을가지고 있기는 해도,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세계관의 형태들이 거치는 네 가지 변화 과정,
실체 개념, 형이상학 및 단순한 평가의 위험, 교정 - P81

‘본질적인 것‘이라고도 불리는 실체는 개념이 아니고 이념이다. 실체는 입증되지 않는다. 즉 일의적인 시험적 반응을 통해 존재하는 것으로 확증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 P81

우리가 내리는 판단들이 형이상학적이 되는 것은 우리가 실체 그 자체. 즉 하나의 절대적인 실체를 인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때이다.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 우리는 항상 실체에 대해서 상대적으로만 말한다. - P82

 우리는 또한 형이상학적인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이러한 ‘본질적인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기도 한다. - P83

 엄격한 학술적인 의미에서는 개별적인 것만 인식된다. 하지만 전체성의 이념은 학문적인 연구의 힘이자 내적 질서의 가능성을 발달시킨다. 전체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해 주는 양식들은 결국은 늘 경이의 표현, 의문의표현이지 궁극적인 인식의 표현은 아니다. 사람들은 전체성을 절대 알 수없다. 그 언저리만 맴돌 뿐이다. - P84

또 다른 모호성은 실체 개념이 과연 단순한 가치화와 일치할 가능성이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 P84

무엇보다 실체는 사실상 묘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실체적인 형태들이 심지어 인간이 ‘선택해 고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가 하면, 인간 자신이 그중 어느 한쪽에 ‘귀속되어 있을 것 같은 분야 내지 가능성으로 잘못 여겨지기까지 한다. - P86

그때마다의 실체적인 중심에는 이제 그 뒤를 이어 파생되어 나오는 형태들이 네 가지 과정에 걸쳐서 펼쳐지는데, 그 특징을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중심은 진실한데, 일련의 진실하지 않은 형태들이 존재한다.

2. 중심은 구체적이고, 내용과 형식의 종합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중략). 즉 형식화가 존재한다.

3. 중심은 실체적인 것이다. (후략).

4. 중심은 요구 사항도 없고 지배 욕망도 없거니와 종속도 없다. (후략). - P87

1부

태도들

올바른 것은 확고하게 정해져 있고 사람은 올바른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지적인 세계관의 이론은, 주로 주체와 객체 또는 영혼과 세계만 알고 있다. 그에 반해서 심리학은 둘 중에서 그 어느 것도 일반적이거나 고정되어 있거나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 P109

태도들을 질서 있게 분류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그렇듯이 주객 관계로부터 시작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그것을 나와 대상, 즉 주체와 객체 간의 대립으로 이해한다.  - P110

1. 대상적인 태도

대상적인 태도는, 능동적으로는 시공간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는 형태들에 초점을 맞추고 관조적으로는 시공간을 초월해 있는 대상을 파악하는것에 초점을 맞춘다.⁶


6 이러한 대조는 오래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포이에인(TOLETV, 짓다), 프라테인(TQGTTEIN, 행하다), 테오레인(OewQETY, 보다)을 구분한다. 이후 활동적 삶(Blog ngaxtixos)과 명상적 삶(Bios Bewontuxág)의 대조가 일반적이게 되었다. 기독교 세계에서는 이러한 대조가 마리아와 마르타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베이컨(Francis Bacon)은 또한 실천적 본성과관조적 본성을 구별하기도 하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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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법이 현실 세계로 뻗어 나간다면
판타지와 사실주의


판타지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실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두 장르는 서로를 모르고 지냈던 친척처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 P67

판타지가 혼란스러운 개념이라면, 사실주의는 대단히 모순된 개념이다. 반대가 현대주의라면 사실주의는 역사적 시대로 정의해야 할 것이다. - P68

순전한 진실에서 완벽한 날조까지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본다면 그 어떤 서브 장르의 소설도 스펙트럼의 극단에 자리하지 않는다. - P68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유용한 표현 "현실 효과‘effet de réel" 는 사실주의의 본질에 숨은 비밀을 드러낸다. 우리는 결코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의 효과를, 현실에 가까운 것을, 목적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인 것을 본다는 점이다. - P69

 8장에서 보겠지만 아동 문학은 보호된 영역으로, 아동 캐릭터들은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성인의 추억과 소망에 담긴 순수함을 구현하는 존재다. 이영역이 지닌 피난처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 예전부터 많은 주제가 배제됐다. - P69

장르는 서로 뒤섞인다.

(전략).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의 《작은 아씨들》 같은 근본 텍스트는 마치네 가족 모두의 이야기와 신예 작가로 성장해 가는 조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 《피터 래빗》은 가족 스토리는 물론 동물 우화로도 읽을 수 있다. - P72

사실주의 소설과 판타지적인 소설을 평가할 때 가장 핵심적인 차이가 바로 공식이다. 공식은 판타지의 필수 요소로, 환상동화 같은 전통적인 형식에 그 뿌리를 둔다. 고대 및 현대 서사시인들의 연구를 통해 미국의 고전학자 밀먼 패리 Milman Parry와 비교문학자 앨버트 로드Albert Lord가 입증했듯, 구전이라는 형식이 스토리에 공식을 부여했다. - P73

 장르는 해당 스토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관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다. 교수이자 작가인 존 리이더John Rieder가 SF 소설을 두고 말했듯, 장르는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라 텍스트를 사용해 텍스트 간의 관계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2010, p.197] - P74

장르는 또한 메커니즘이 가능해지게 한다. 작가들에게어떤 경험은 그것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주고, 그것을 어떤 체계로 잡아나갈 것인지 일정한 방식을 활용하도록 한다.  - P74

성공한 작가들은 모두 유사하게도 자신의 형식에 당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자신이 물려받은 장르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중략). 역사가이자 문학 비평가인 헤이든 화이트Hayden White가 내러티브 역사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고 말했던 것처럼 [p.83]자서전마저도 장르가 된다. - P75

사실적인 척하는 우월감

사실주의 소설이 전적으로 표상적이고 전통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은 특이한 비평으로 이어지는데, 가족 스토리 형식이 특히나 흥미로운 사례가 된다. 캐럴 린치 브라운Carol Lynch Brown과 칼 M. 톰린슨Carl M. Tomlinson의 《아동 문학의 본질 Essentials of ChildrensLiterature》 (1993)에서는 가족 스토리와 사실주의를 동일시하며 현실성이 부족한 가족 스토리를 지적한다. 이들은 루이즈 피츠휴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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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 P9

복도에서는 양배추 삶는 냄새와 낡은 매트 냄새가 풍겼다. 복도 한쪽 끝 벽에 컬러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실내에 붙이기엔 지나치게 큰 것이었다. - P9

증오주간(Hate Week)에 대비한 절약 운동 탓이었다 - P10

층계참을 지날때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 벽에 붙은 커다란 얼굴의 포스터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 얼굴은 교묘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눈동자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얼굴 아래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있다.‘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 P10

검은 눈이 윈스턴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을러댔다. 저쪽 길 한 모퉁이에 모서리가 찢어진 또 하나의 포스터가 바람에 펄럭이며 ‘영사(INGSOC: 영국 사회주의, England Socialism의 새로운 약어)‘라는 낱말을 가렸다 보였다 했다. - P11

 문제는 사상경찰(Thought Police)이었다. - P11

윈스턴은 여전히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있었다. 물론 등진다고 해서 안 보이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2

신어(新語)¹로 ‘진부‘라고 하는 진리부는 다른 건물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1) 오세아니아의 공용어. 신어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부록에 실려 있음 원주. - P12

흰 건물의 전면에는 윈스턴이 서 있는 곳에서도 훤히 보이는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우아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 P13

윈스턴은 갑자기 돌아섰다. 그러고는 짐짓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중략). 그는 다음 날 아침 식사로 남겨둔 흑빵 한덩어리 외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선반에서 ‘승리주(VICTORY GIN)‘ 라는 흰색 라벨이 붙은 맑은 술병을 꺼냈다. - P14

거실의 텔레스크린이 보통의 경우와는 다른 위치에 설치된 데는 이유가 있다. (중략), 이는 아마도 맨 처음 맨션을 지을 때 책장을 놓기위해서 그렇게 만든 듯하다. 그런데 이 움푹 들어간 곳에 앉아서 몸을 잘 숨기기만 하면, 텔레스크린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다. - P15

그러나 그 주요 동기는 서랍에서 방금 꺼낸 노트에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근사한 노트였다. 오래되어 색이 약간 누렇게 바래기는 했지만, 매끄러운 크림색 종이로 된노트는 적어도 지난 사십 년 동안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 P15

윈스턴이 시작하려는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기쓰기는 불법이 아니었다. (법이란 게 없으니 불법이란 것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발각될 경우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노동 이십오 년 형의 선고를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 P16

1984년 4월 4일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앉았다. 무력감이 그를 사정없이짓눌렀다. 우선 올해가 1984년이 맞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나이가 서른아홉인 것만은 거의 확실했다.  - P17

누구를 위해 이 일기를 쓰는가? 그는 별안간 의아스러운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해서? (중략). 문득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신어가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 P17

그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데다 애초에 의도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는 이 순간을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그러면서 용기만 있으면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 P17

지난 수년 동안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무수한 독백을 글자 그대로 종이에 옮기기만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런 독백마저 고갈되어 버렸다. 그런 데다 정맥류성 궤양이 생긴 자리가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렵기 시작했다. - P18

그는 별안간 공포감을 느끼며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였다. (후략). - P18

윈스턴은 팔에 쥐가 나서 글쓰기를 중단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쓰기를 중단하고 있는 동안 희한하게도전혀 엉뚱한 기억이 선명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 P20

11시쯤이었다. 윈스턴이 일하는 기록국에서 직원들이 맞은편에 커다란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 사무실 한가운데로 의자들을 끌어 모아놓고 ‘이분 증오(Two MinutesHate)‘를 준비했다. 이윽고 윈스턴이 가운데 줄에 앉았을 - P20

어느 순간, 마치 기름을 치지 않은 거대한 기계 소리처럼 기분 나쁜 굉음이 사무실 끝에 있는 커다란 텔레스크린에서 울려 나왔다. 그 소리는 이가 악물리고 목뒤의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 P22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민의 적인 임마누엘 골드스타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여기저기에서 관중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갈색 머리의 자그마한 여자는 두려움과혐오감이 뒤섞인 비명을 꽥꽥 질러댔다. - P23

윈스턴은 아랫배가 죄는 듯 답답했다. 그는 골드스타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심란했다.
그 유태인의 얼굴은 야위었는데, 후광처럼 넘실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에 가느다란 염소수염까지 기르고 있어서 패지혜롭게 보였다. - P23

‘증오‘가 시작된 지 삼십 초도 안 되어 사무실에 있는사람들의 반 이상이 일제히 고함을 질러댔다. - P24

. 윈스턴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가 "돼지! 돼지! 돼지야!"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두꺼운신어사전을 집어서는 스크린을 향해 던졌다.  - P26

인간은 때에 따라서 의식적으로 증오의 대상을 바꿀 수있다. 윈스턴은 악몽으로부터 깨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사람처럼 갑자기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면서 증오의 대상을스크린의 얼굴에서 뒤에 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로 바꾸었다. 순간 생생하면서도 아름다운 환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경찰봉으로 그녀를 죽도록 패주고 싶었다. - P27

‘증오‘는 절정에 달했다. 골드스타인의 목소리는 진짜염소 소리로 바뀌었다. 잠깐이지만 얼굴마저 염소 얼굴로변했다. 염소 얼굴은 흐물흐물하면서 녹아내리는 듯하더니금세 유라시아 군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P28

 이윽고 빅 브라더의 얼굴이 물러나고 대문짝만 한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 P28

그때 모든 사람들이 "빅브라더! ………빅브라더!
・・・빅브라더!"라는 찬가를 낮고 느린 가락으로 반복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 P29

윈스턴은 노트로 눈길을 돌렸다. 순간 그는 무기력하게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무의식중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그는 펜을 쥐고 매끄러운 종이 위에 큼직한 대문자로 보기 좋게 다음과 같이 똑같은 글을 되풀이하여 써서 반 페이지를 채웠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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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공감하는 뇌,
행복을 느끼는 뇌



심리실험19

뇌는 선천적으로
 ‘거짓말하는능력‘을
타고난다는데?


앨버타대 레그 교수의
‘물건을 숨길 때와 찾을 때의
행동 패턴을 밝히는 실험‘ - P121

(전략). 과연 그럴까? 똑똑한사람은 절대로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이런 말은 인간 뇌에대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뇌의 본질과 동작 원리를 알면그리 쉽게 호언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 P122

구석은 누가 봐도 물건을 숨기기에 좋은 장소로 여겨진다. 그런데 실험 참여자들은 물건을 숨길 때 그런 곳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어서 연구팀은 비슷한 실험을 실험실이 아닌 비디오게임의 가상현실을 활용해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P123

물건을 찾는 사람은 왜 물건을 숨기는 사람의 심리를 읽지못할까? 연구팀은 "물건을 숨길 때 사용하는 뇌 부위와 찾을때 사용하는 뇌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 P424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해 감추고, 위장하고, 상대방을 기만하는 행위는 사람으로 넘어오면 ‘거짓말하기‘로 나타난다. 매순간 상대방의 사고 흐름을 훤히 꿰뚫어 보며 상대방보다 한 차원 높은 고단수로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효과적인 거짓말하기는 가능하지 않다.  - P125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교묘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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