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브루스는 어쩔 수 없이 앞에나서서 상황을 통제해야 했다. 그가 의욕적으로 처음 한일은 고함을 지르며 환자들과의 상담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약 먹여서 조용히 시키라는 거였다. - P64
"근데 네시의 부재로 여기 직원들은 자기 몫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거든. 자네 방식으로 제 몫을 다해내지 못한다면 그땐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거야." (중략). 거기에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 두 명의 이름과 함께 ‘조셉 E.M‘이라는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 P65
"이런 미친, 파커!" 브루스의 걸걸한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중략). "내 방으로 와, 이 멍청한 새끼! 지금 당장!"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서 있다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 P66
"대체 이게 뭐냐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업무량을 늘리라고 하셨잖아요. 힘 좀 보태려고요."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브루스의 호흡이 격렬해졌다. "어떻게 이 이름을 알았지? 병원에 이런 환자가 있다고누가 말했어? 이게 누군지 알기나 해?" "그럼요, 잘 알죠. 네시에게 들었어요." - P67
나는 화들짝 놀랐다. 등 뒤에서 들린 차분하고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병원장 로즈였다. (중략). "로즈, 여긴 웬일로・・・ 병동에 오면 저야 늘 반갑지만 무슨 일로..." "누굴 좀 만나야 해서요." 로즈가 냉정한 태도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며 침착하게 답했다. "그럼, 이 친구에게 인사 불만을 제기할 구실은 다 준 건가요?" - P68
"널 보호해 주려고 그런 거야. 네가 여기서 잘해왔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잘했어. 그러니까 이 일에서 떨어지라고, 그러다...." "나가요, 브루스. 당장"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 P69
잠시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래, 말해 봐요. 불치병 환자를 치료해보고 싶은 이유가 뭐죠?" "글쎄요, 그 환자가 불치병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환자와 얘기해 봤나요?" "아뇨." "그럼 한번 만나 보지 그래요?" - P70
"실은, 만나겠다고 하면 병원에서 해고될 줄 알았습니다. 다들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거든요." "누가요?" "그게・・・ 보시다시피, 브루스와・・・ 네시가요." - P70
"그러면 단념하고 싶지 않아요? 똑같은 일을 당할까 봐두렵지 않나요?" "아뇨. 오히려 네시가 그렇게 되는 바람에 이 일이 제게도 중요한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그렇군요. 자, 다음 질문. 아직 조와 얘기 안 해봤다고했죠. 그럼 진료 기록은 읽었나요?" "아뇨." - P71
"최초 진단이 정확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굉장히 복잡한 소시오패스 환자를 다루고 있는 걸지 모릅니다. 70년대에 밝혀진 것보다 더 복잡한 환자를요. 가학적인 성격 장애도 분명히 있고, 일종의 정신적 조로증도 있어 더욱 성인처럼 보인 건 아닐까요? 무엇보다 특이한 건 주변 사람에게 망상을 일으키게 하는 능력인데, 흔치 않지만 가능한 일이죠. 그게 아니면 조가 사람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는 장애가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기도..." 그녀가 손을 들어 내 말을 가로막았다. "틀렸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틀렸어요. 실은 정답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당신은 조의 서류를 못 봤으니까." - P73
나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 전에, 이제 와서 조를 격리시킨 진짜 이유가 뭐냐고묻는 건 무의미하겠죠?" "좋은 질문이군요." 놀랍게도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고 해둡시다. 그래도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질문으로 대신한 건 칭찬할 만하네요. 하지만 우선 방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 맞춰 봤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대답을 들어보고 괜찮았다고 생각하면 얘기해줄게요." - P75
"누구든 원하면 조와 얘기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정작아무도 그러지 않는다는 데서 시작해 보죠. 게다가 브루스는 내가 조를 치료하고 싶다고 하자 벌컥 화를 냈습니다. 이론적으로 정신과 치료는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나기 마련인데, 누구나 조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치료‘는 금지되어 있다는 건 조의 경우에는 구술 심리 치료 외에 다른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뭔지는 몰라도 의사의 상담 이상의 무언가가요." "잘못 짚었군요." - P76
그녀가 한 손을 들어 말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나는 꿋꿋하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병원장님은 이미 조가 불치병이라 판단하고 계세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걸 전부시도해봤을 텐데도 조가 계속 이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걸보면, 환자 가족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일 거예요." - P77
순간 나는 멈칫했다. 오싹한 기운이 서서히 엄습해 왔다. "혹시, 그동안 조를 치료한 의사들이 있었다면... 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로즈가 손을 올려 천천히 박수를 쳤다. "이제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군요. 그러려면 먼저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도 하지않고 브루스의 사무실을 나섰다. 나는 서둘러 뛰쳐나와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는 말없이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 병원장 사무실로 향했다. - P79
로즈가 오른편을 흘낏 보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학위들이 눈에 띄었다. 명문 의대 졸업장과 의학박사 학위, ‘진리(Veritas, 하버드 대학교 라틴어 표어)‘라고 새겨진 문구, 미국 최고 병원에서 받은 레지던트 · 펠로우 과정 수료증, 두 개의 별도 전문의 자격증까지, 그야말로 진정한 ‘전문의‘였다. - P80
(전략).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본 뒤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조의 다음 의사는 6개월밖에 버티지 못하고 긴장병을일으켜 이 병원에 수용되었어요. 당신이 오기 한 달 전쯤 그녀가 어디서 날카로운 물건을 구해 목을 베지만 않았더라면, 조의 담당의였다는 것도 모르고 당신이 그녀를 치료할수도 있었겠네요. 아무튼, 그녀 다음에 우리는 조의 병세를 개선해 보고자 조금 거친 사람에게 치료를 맡겼죠. 군경력이 있고 다른 병원에서 정신 질환 범죄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하다 온 인물이었어요. 그는 18개월간 조를 치료하다 한 줄짜리 사직서를 남기고 자기 머리에 총을 쐈죠." - P8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잠깐이지만 차갑고 예리한눈빛 너머로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한때 나처럼 자신감넘쳤던, 그러다 환자 한 명이 본인의 인생과 주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트리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없었던 분노에 찬 젊은 의사의 모습이었다. "저를 시험하고 계셨군요." 내가 조용히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 P82
"그러면 곤란해요. 조를 치료할 거라면 그 질문의 답부터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게 당신의 첫 번째 방어선이죠. 사실 당신이 조를 치료하는 건 내 일이기도 해요. 내가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하면 당신이 조를 처음 진료한 뒤 어떤악재가 우리 병원에 불어닥칠지 전혀 모를 테니까요. 다시생각해봐요. 천천히." - P83
"그렇다면 조가 그걸 바로 알아낼 거란 말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요." 그 말은 곧 ‘그렇다‘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 P84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거예요.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겁나요." 로즈가 정말로 깜짝 놀랐는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 - P84
로즈는 그밖에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책상에서 빈 종이를 하나 꺼내 뭔가를 갈겨쓴 뒤 서명했다. 그러더니 그 종이를 내게 건넸다. "브루스에게 갖고 가요. 지금부터 당신이 조의 담당의입니다. 언제라도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게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내게 와서 정확하게 조가무슨 짓을 했기에 당신이 담당의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낱낱이 알려줘야 합니다." - P85
"병원장이랑 마음 터놓고 얘기는 잘 나누셨나? 왜, 책상이라도 빼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브루스의 어깨위로 병원장이 준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고 그가 얼마나 놀랐을지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P86
"로즈가 널 똑똑하다고 본 모양이야. 안타깝네. 네가 하려는 짓 때문에 이 병원에서 제일 멍청하고 미친 새끼가 될게 뻔하거든. 앞으로 겪어보면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거린지 알게 될 거야. 반짝거리는 새 괴물 친구를 돌본다는핑계로 다른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나 해. 계획서에서 하겠다고 적었던 건 전부 지키고." (중략). 브루스가 피식 웃었다. "아니, 전혀, 이제 내 시간 그만 뺏고 새 환자들한테 뭐라도 하러 가지 그래? 조에게 가보시던가." - P87
Part 4
조의 병실로 가는 길은 유난히 멀게느껴졌다. 복도 제일 마지막 방이었기 때문이다. - P91
로즈와 브루스, 무엇보다 네시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병실까지 걸어가면서 나는 문에 열쇠를 꽂고 손잡이를 당기면 충격적인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91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의 방은 꽤나 넓고 밝았다. 다른병실보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병원 운동장이 한눈에 보여 답답한 느낌도 덜했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방이 주인에 비해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것이었다. 조는 병원 내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환자라고하기엔 너무 무방비하고 왜소했다. - P92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네, 좀 젊은 편이죠. 신경 쓰이세요?" 조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의사들은 선생처럼 젊지 않았어. 감동해야 하는건가?" "감동이요?" "선생 나이에 여기 들어오려고 누군가를 정말 열 받게했을 테니까." - P93
조가 한 번 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여기 직원들, 특히 윗선을 짜증나게 하는 사람에게감동하지. 내게 선생이 동지로 보이거든. 게다가 나를 환자로 맡으려고 무슨 짓을 했건 개같이 힘들었을 테니까." 표현이 거칠어졌다. "아니면 나이 먹더니 이제 될 대로 되란 건지." "누구 얘기죠?" "알잖아." - P94
"이봐요, 로즈는 돌팔이야. 멀쩡한 사람 정신병 환자로몰아서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곳에 30년 동안 가둬놓은 거라고. 그래놓고 이번엔 선생 같은 초짜를 다 보내네. 내가맞춰보지. 당신이 이 병원에 새로 온 가장 똑똑한 의사 양반이지? 아마 선생이, 아니 선생만이 나를 치료할 수 있다생각할 거야. 그치?" - P95
충격이었다. 이 사람이 우리 병원 최고의 골칫거리 환자라고? 조는 원망과 불만에 차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의식이 또렷해 보였다. - P96
"그럼 당신이 멀쩡하다는 얘기인가요?" "젠장,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조가 쏘아붙였다. - P96
조가 빈정대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나하고 몇 분 같이 있어 보니 막 미쳐버릴 것 같겠지, 안 그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완전 할렐루야고. 근데 이거 어쩌나, 당신 그 똑똑한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자, 말해봐. 뭐 때문에 그렇게 얼굴을 찡그린 거야?" - P97
"네이선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당신 입장에서 얘기해주는 게 어때요?" (중략). "말하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 "뭐죠?" "껌 있어?" 조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P98
조가 생각에 잠겨 껌을 씹었다. "음, 다들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 근데 실은... 그 녀석이날 꼬신 거야." "믿기 어렵군요. 네이선은 고작 여섯 살이었어요. 당신은열 살이었고." - P99
조가 짜증스러운 듯 눈동자를 굴렸다.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그 사람들은 생각하고 싶은대로 믿었어.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더군. 뭐, 불평할마음은 없어. 적어도 숫총각으로 죽지는 않을 테니까. 총각 딱지를 그렇게 떼려던 건 아니었는데, 원하는 대로 다할 수는 없잖아?" 내키지는 않지만 조의 얘기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 P100
조는 분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위협할 것처럼 보이나, 선생?" "아뇨, 하지만 당신이 가스라이팅(Gas-lighting, 정신적 학대의한 유형으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을 하는 거라면...." "내가 뭘 한다고?" - P101
조는 잠시 그르렁대더니 바닥에 침을 뱉고 말을 이었다. "당신네 그 대단한 병원장이 오기 전까지 내가 어떻게될 운명이었는지 아나, 선생? 본보기용 환자가 될 처지였다네. 토머스 새끼가 가장 무능한 의사들을 고르고 골라 나를 맡게 했어. 공식적으로 말이야. (후략)." - P102
여전히 미심쩍기는 했지만 웬일인지 조가 얘기를 할수록 안쓰럽게 느껴졌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동정하도록 했는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건 조의 태도였을 것이다. 그는체념하고 있었다. - P103
인정한다. 아주 능숙한 사이코패스라면 이 모든 걸 속일수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 사이코패스가 상대의 감정을 조작하는 수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와의 만남 자체가 완벽하게 예상 밖이었던 데다 나 자신도 미숙했던지라 감정적으로 훨씬 휘둘렸던 것 같다. - P104
모두 30년이상 한곳에 갇혀 지내며 주변인들의 정신 상태가 서서히 악화돼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환자에게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 - P105
서류에 적혀 있던 온갖 무시무시한 얘기들과 반대로, 이 남자가부모에게 버려진 채 자금난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병원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야 했던 지독히 외로운 희생양일 뿐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설명을 찾을 수가 없었다. - P106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추슬렀다. 하긴이제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조에게 제기된 혐의는 수두룩했다. - P106
규정에 어긋나지만, 그날 나는 조의 서류를 집에 가져갔다. 평소 사무실 문을 잠그고 다니는 로즈도 서랍 속에꽁꽁 숨기고 열쇠까지 채워 보관한 서류다. - P107
그날 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어린 시절 악몽을 다시 꾸었다. 끔찍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꿈이다 보니 평소 같으면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뒤에 일어난 일과 연관이 있어서 아무래도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후략). - P107
다행히 그날 밤 악몽은 되풀이되지 않았고, 다음날 병원에 출근했을 때는 간밤에 꾼 꿈을 어느 정도 잊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전날 가지고 갔다가 그대로 다시 가져온 조의 서류를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 - P118
조의 첫 치료를 녹음한 테이프는 낡고 상당히 뒤틀려있어서 혹시 재생이 안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다행히약간의 마찰음이 나더니, 카세트 릴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 P118
병원에 수용되지만 않았다면 이 꼬마는 커서 대단한 공포 소설가가 됐을 것이다. 조와의 상담은 예상 외로 아주순조로웠다. 토머스는 조에게 ‘그 괴물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침착하게 설명하며, 원한다면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줬다. - P121
두 번째 테이프를 처음 보고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알았다. 아주 오래된 마스킹 테이프 조각이 가늘게 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 ‘새벽 3시~4시‘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왜 한 시간만 녹음한 거지? 그때 문득 떠올랐다. - P122
그런데 20분이 지나자 테이프가 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소리가 들렸다. 서류에서 읽었던 조무사의 숨소리였다. 토머스가 과장한게 아니었다. 그건 의심할 여지없이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 P122
나는 짜증을 내며 테이프를 되감았다. 내가 들은 소리는 뻔했다. 조무사가 밤새 조의 병실에 있기에 너무 겁이나서 도망친 게 틀림없었다. 물론 서류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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