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3단계

_유전자
오작동 극복


나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2학년 때 충격적인 수업을하나 들었다. 응용인지심리학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수업 주제는 휴리스틱 Heuristic이었다.  - P142

"저거다. 내가 만약 인간이 오류를 저지르는 지점을 이해한다면 인생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어! 휴리스틱을 통해 인간이 왜 편견을가지는지, 왜 감정적인 판단을 하는지, 왜 실수할 수밖에 없는지 배웠으니 내 나이 스물네 살, 뒤늦게 시작했지만 내 인생은 이제 성공할 수밖에 없어." - P142

○ SNS와 유튜브 등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1분짜리 자극적인 콘텐츠를 1시간씩 보면서 인생을 낭비한다.
(중략).
○ 길거리를 걷다가 부딪쳐 시비가 붙은 사람의 얼굴을 쳐서1년치 연봉을 날리고 빨간줄까지 얻는다.
(중략).
○ 유튜브를 하면 현재 연봉의 10배를 버는 게 확정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얼굴 노출이 꺼려져 결국 기회를 포기하고,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을 한다. - P143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처럼 보이지만,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나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밑바닥에서 시작했지만, 유전자 오작동의 개념을 이해한 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선 인간이 왜잘못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143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거의 모든 판단에 ‘선사시대에만 유리한 유전자 코드‘가 발동되면서 장기적인 인생을 망쳐버린다. 이유전자 코드는 과거에는 매우 좋은 심리기제였지만, 현대에는 오히려 삶을 망쳐버리거나 가난을 유도한다.  - P144

* SNS와 유튜브 등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1분짜리 자극적인 콘텐츠를 1시간씩 보면서 인생을 낭비한다.
→도파민 분비로 기쁨과 쾌락을 느끼는 건 선사시대에 우리의 생존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과일을 발견하거나운 좋게 사냥감을 잡아 가족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경우,
짝을 유혹해 번식에 성공하는 경우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이런 도파민 분비에 인간은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동기로 움직이면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SNS와 유튜브는 무의미한 도파민만 분비시킨다. 재밌는 것, 멋진 이성이 춤추는 장면, 신기한 장면 등 무작위 확률로 자극적인 영상을접한다. 도파민만 분비되고 남는 것은 없다. 우리 뇌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면서 착각한다. ‘너는 먹을거리를 찾고 있고, 짝을 찾고 있어‘라며 쾌락이라는 보상을 주지만, 사실은아무 발전이 없다. 나방이 전등에 반복적으로 부딪치듯이,
스스로 인생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뇌손상을 일으켜 지능을 낮춘다. 이것이 유전자 오작동이다. - P145

*길거리를 걷다가 부딪쳐 시비가 붙은 사람의 얼굴을 쳐서 1년치 연봉을 날리고 빨간줄까지 얻는다.
→<동물의 세계> 등 생태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컷들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선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불사른다. 수컷으로서 명예가 실추되면 암컷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몇몇의 남성들은 ‘자존심‘, ‘우두머리 수컷의 지위를 지키려는 선사시대의 본능을따른다. 그 결과 미래를 보지 않고 1년치 연봉을 날려버린다.
과거 도움이 되었던 유전자 코드가 오히려 현대에는 삶을 망쳐버린다. - P146

*유튜브를 하면 현재 연봉의 10배를 버는 게 확정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얼굴 노출이 꺼려져 결국 기회를 포기하고,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을 한다.
→우리는 평생 절대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 앞에서도 알몸을 보이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이와 비슷하게 여자의 유전자코드에는 ‘대중에게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명령이 새겨져있다. 선사시대 여성이 많은 남성에게 노출되는 것은 신상에 좋은 일이 아니었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폭행을 당할 수도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대중에게 노출되었을 때 오히려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본능적인 거부감에 의해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면서도 결국 포기한다. - P147

(전략). 주변에서 도와주고 싶어서 새로운 정보를 건네거나 사람을 소개해줘도 신경질적으로 거부한다. 이젠 돈도 없고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 A는 모른다. 자기가 어느새 서울대 나온 얘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수없이 보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과거에 나와 동급이었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꽁꽁 숨어서 질투하고 자아만 보호하다가 결국 실패한다. 만약 이 서울대생이 ‘유전자 오작동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다. - P149

내 주변엔 100억 넘는 자산을 가진 사업가들이 많다. 종종 ‘이사람의 그릇은 이 정도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고, 겸손함을 잃어버릴 때다. - P149

 앞서 설명한 휴리스틱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게 있다. 인간은 반복적으로 성공을 하면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데, 이는부족사회에서나 유효한 심리기제다. 현대 사회에서 승자의 저주는큰 실패를 맛보게 만든다. 이 또한 유전자 오작동의 일종이다.  - P150

○ 나보다 사업 레벨이 높은 애는 그냥 금수저 아니었나? 뭔가 만나면 불편하고 거만해서 꼴 보기 싫어.
→ 승리를 반복하는 경우 ‘승자의 저주에 걸리게 돼. 그리고 본인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 그래서 나보다 우월한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끔 되어 있어. 이러지 말고 상대방에게 밥 먹자고 제안해서 배울 걸 배우는 게 유전자 오작동을 극복하는 일일거야. - P151

뇌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전략). 뇌는 현대 과학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다. 원래 뇌는 몸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멍게는 유충일 때에는 뇌가 있어서 이리저리움직이다가, 한군데 자리 잡고 살게 되면 자기 뇌를 먹어버린다. 이제 움직일 일이 없으므로 뇌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 P152

1970년대에 폴 매클린 Paul MacLean이라는 신경과학자는 인간 뇌의 진화를 3단계로 구분하고, 이를 ‘삼위일체의 뇌‘라고 불렀다(3중뇌 가설). 즉 우리 뇌 안에는 포유류의 뇌, 파충류의 뇌, 인간의 뇌가들어 있고, 이 뇌들은 저마다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 3중뇌가설은 칼 세이건이 「에덴의 용」에서 언급하면서 대중화되었다. - P153

 그런데 왜 나는 이 뇌 속에 바이러스가 있다고 한 걸까? - P154

진화의 목적은 완벽함이 아니라 생존이다

몇 년 전 내가 유튜브에서 5권의 책을 추천했을 때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바로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다. - P154

진화란 이전의 종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후 자연선택에 의해서 검증받는 것이기 때문에("우연이 제안하고, 자연이 처분한다"), 어떤 진화도 맨땅에서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즉 진화는 이전 버전 위에 새로 설치된 업데이트나 패치 같은 것이다.  - P155

유전자 오작동을 이기는 역행자의 사고방식

클루지 바이러스를 의식하게 되면 삶이 어떻게 바뀔까. 유튜브 열풍이 불면서 "나도 이제 유튜브 하려고"라고 말하는 사람은100명이 넘지만 정말 시작하는 건 3명이 될까 말까다. 왜 사람들은 결심만 하고 실행을 못 할까? - P156

이처럼 조심성 강한 유전자는 과거에는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오늘날엔 열등한 것, 즉 클루지로 남았다. 과거엔 새로운 도전이 생존과 직결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튜브나 블로그,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다 실패해도 죽지 않는다. - P157

또 하나,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클루지 바이러스로 소외감이 있다. - P157

가장 일반화된 클루지 바이러스로 인지적 편향, 즉 편견을 들 수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두운 곳에서 뭔가 큰 생물을 보면 일단재빨리 도망치도록 진화했다. 그게 그냥 바위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곰이었을 경우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 P158

하지만 오늘날에도 그러한가? 전체의 일부만 보고 재빨리 판단하는 어림짐작은 때로 큰 손해를 초래한다. (중략).
내 주위에는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만 반복하면서 무엇에도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 물론 그들은 착실한 순리자의 삶을 살고 있다. - P158

○ 유튜브 섬네일 2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① 인생을 바꿔준 책 5권
② 오타쿠 흙수저를 10억 연봉자로 만들어준 책 5권 - P160

인간의 뇌는 추상적인 단어를 싫어한다. 그러니 상대를 움직이고 싶다면 구체적인 상황으로 감정을 건드려야 한다. - P160

오작동을 극복하고 30억 원을 취하다


(전략).
"내가 이렇게 망설이는 이유는 유전자의 오작동 때문이야.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실행하는 것을 망설이도록 진화했어. 유전자는 내가 유튜브 하는 것을 막으려 오만가지 망상을 하게 만드는 거야.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유전자의 오작동일 뿐이야. 유튜브를 하려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망상에 시달릴걸. 지금 시작하면 100명 중 90등으로 늦게 출발하는 거라는 착각은 오작동일 뿐이야. 인간은 모두 심리적 오류에 시달려. 하지만 100명중 1등은 타고난 실행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고 이 사람은 이미 출발했을 거야. 내가 만약 지금이라도 유튜브를 시작한다면, 100명 중2등으로 출발하는 거야. 절대 늦은 게 아니야. 모든 사람이 유전자오작동에 빠져 있을 때가 오히려 기회야." - P164

결국 자의식을 해체했고 유전자 오작동을 극복했다. 그리고 그다음 영상이 터지면서 10만 유튜버가 되는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자기계발 유튜버‘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덕분에 인맥이 무한정 뻗어나가며 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튜브 덕에 경제적 자유에 관심이 많은 20대에게 이름을 알려, 이상한 마케팅에 인재들이 몰렸고, 국내 최고의 마케팅 회사로 성장하게되었다. - P165

CHAPTER 6

역행자
5단계

역행자의
지식

인간의 뇌는 ‘단순함을 좋아한다. (중략). 직업을 바꾸면 돈을 더 벌 것이 너무나 분명한 상황에서도 반복속의 편안함‘ 때문에 기존 생활 패턴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210

현대 사회는 전근대 시대와 너무나 다른 삶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일수록 막대한 부를 얻도록 사회 시스템이 설정되어 있다.  - P210

나 또한 역행자의 지식을 통해 하루하루 차이를 만들어냈고, 최악의 인생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은 인생‘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물론 역행자가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유를 얻는 일은 없을 것이다. 1년 만에 자유를 얻을 확률도 극히 낮을 것이다. - P212

기버 이론_역행자는 1을 받으면 2를 준다


내 주식을 대신 굴려주시는 고수분이 있다. 나는 매달 일정액으로 나눠서 1년간 20억 정도를 맡겼는데 이게 1년 만에 30억으로 불어났다. 보답을 하겠다고 해도 절대 안 받으려고 하셨다. 그래서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 2대와 강남 새 아파트 월세 비용을 지원해드리고 있다. - P212

 아래처럼 자의식과 자기합리화가 발동해서 순간의 판단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ㅇ‘주식을 굴려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내가 사람을잘 선택해서 생긴 일이잖아? 자의식)‘
ㅇ‘어차피 이 사람은 수백억대 자산가니까 내가 얼마 줘봐야 의미가 없을 거야. 차라리 이 돈을 더 불려서 나중에 주자(합리화)‘
ㅇ ‘펀드 수수료도 몇 퍼센트 안 되는데 그냥 3퍼센트만 줘도되지 않을까? 10퍼센트는 너무 많아(손실 회피).‘ - P213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가 쓴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을 보면 재밌는 주장이 나온다. 사람을 기버, 테이커, 매처의 세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 기버Giver: 퍼주는 사람
○ 테이커 Taker: 받기만 하는 사람
○ 매처 Matcher: 딱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

그럼 이들 중에 어떤 사람이 제일 부자가 될까? 한번 맞혀보자.
가장 가난한 사람이 기버다. 그런데 가장 부자인 사람도 기버다. - P214

1년 전에 전 템플레깅스 대표 송연주를 도운 적이 있다. 송연주는 한 인터뷰에서 "자청님이 왜 대표님을 그냥 도왔을까요?"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업가들은 1을 받으면 2를 주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잘되는 것 같고요. 자청님도 저를 도우면 큰 게 돌아온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 말이 정답이다. 앞서 나한테 주식으로 1억 6500만 원을 벌게 해줬다는 친구도 바로 송연주다. - P217

그러니 당신도 기버가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아라. 인생이라는 긴 게임에서 이보다 좋은 투자가 없다. 10퍼센트만 벌겠다고 주식도 하면서, 왜 이렇게 가성비 좋은 투자를 하지 않는가. 꼭 큰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 P218

나는 자기계발적인, 감성적인 말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남을 도우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와 같은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싫어한다. 내 경험상 기버 이론에는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 현명한 기버 둘이 만나면, 서로 남에게 절대 주고 싶지 않은 패를 껴내서 주기 때문에 같이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 - P218

다만 하나, 받은 만큼만 갚는 매처나 받기만 하는 테이커를 잘 구별해서 피해야 한다. 겉모습만으로는 이들을 분명히 알아내기 힘들때가 많다. 잘못하다간 테이커한테 계속 잘못된 선심을 쓰게 된다. - P220

. 아래 2가지 연습을 통해 기버에 한 발 더 가까워지자.

○ 지난 1년간 자신이 어떤 기버 행동을 했는지 기억해보아라. 책을 덮고 10분간 산책을 나가서 생각에 잠기는 것도좋다.
○ 최근에 본인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에게 카카오톡선물하기를 통해 선물을 보내거나 돈을 송금하라. 혹은 상대가 어려워보이는 점이 있다면 나름대로 해결책을 적어서 보내주어라. - P221

확률게임 역행자는 확률에만 베팅한다

인간은 이득보다 피해에 대해 과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 부른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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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의
어휘력이
학습능력을
좌우한다



어휘력이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만 5세가 되면 아이는 어른과 유사한 문법으로 말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단어도 2~3천여 개에 이른다. "엄마, 나 오늘 어린이집에서 찐 감자 먹었어."
와 같이 6~8개의 단어를 조합해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른과 대화하 - P69

이렇게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용하는 단어-수용언어든 표현언어든-가 늘고 있다는 말은 어휘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과 같다. 단,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어휘력이 단순히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숫자가 많고적음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 P70

아이에게 이런 차이가 드러나는 건 ‘과묵하다‘, ‘수다스럽다‘와 같은 성격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량, 즉 어휘력의 차이 때문이며, 어휘력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불러온다. - P71

모국어 환경 속에서 어른이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수는 2~10만 개정도이다. 과연 2만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과 10만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력과 표현력이 같을 수 있을까? - P71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어휘력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경제적·사회적 환경과 가정환경이 비슷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학교 정규과목만 가르쳤고, B그룹은 정규과목 외에 어휘학습과정을 특별히 추가해 가르쳤다. - P71

 그 결과 어휘학습을 수강한 B그룹 학생들의 성적이 A그룹 학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하게도 어휘력과 관련된 과목뿐 아니라 관련이 없는 다른 과목들도 성적이 높았다 - P72

어휘력 좋은 아이, 3년 후를 따라가다

처음 <어휘인식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생후 24개월 무렵으로 되돌아가보자. 아이의 어휘력이 학습 전반의 능력을 높이는 이유는 ‘어휘처리 속도‘와 관련이 있다. 만 2세까지 습득한 표현어휘지수나 단어인식 속도가 단순하게는 아이의 어휘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어휘처리 속도를 높여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보다 빨리, 쉽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 - P72

어휘처리(lexical process) 

기억 속에 들어 있는 단어 관련 정보를 활성화하고 낱자와 단어를 파악하는 데 관여하는 다양한 인지 과정. - P73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앤 퍼날드(Anne Fernald) 교수 역시 생후24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어휘인식 실험>을 진행했다. 아이의 어휘력이지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3년 후를 추적 조사해보았다.
놀랍게도 당시에 표현어휘 지수나 단어인식 속도가 높았던 아이들은만 5세가 되었을 때 지능은 물론 학업성취도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P73

2~10만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어른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이제 겨우50여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만 2세의 상황이 아이의 지능과 학습능력을좌우한다니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단어를 제시했을 때 누가 더 빨리 이해하고 처리하는지의 능력은, 똑같은 작업량이 주어졌을 때 손놀림이 빠른 것만으로도 작업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것과같다.  - P74

부모의 어휘력에 아이 미래가 달려 있다?

만약 지금이라도 두 살 때 벌어진 어휘력의 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장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언어환경에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 같은 의도적이고 강압적인자극이 가미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 P74

언어학자나 교육학자들에 따르면 아이가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① 새로운 단어 접하기, ② 단어의 형식 알기, ③ 단어의 뜻 알기, ④ 단어 기억하기, ⑤ 단어 사용하기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 P75

학령기 아이들의 어휘력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어휘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어휘력이 높은 아이와 똑같은 책을 읽게 되면 아는 단어가 부족해 독해나 이해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물론이요, 받아들이는 지식이나 정보의 질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P75

어휘를 안다는 건 어휘의 뜻과 용법, 그리고 변형해 사용하는 법까지전제한다.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문맥에 맞게 쓰이는지 함께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 P76

이른 나이에 이뤄지는 어휘습득은 학습이 아닌, 생활 속에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략).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의 수가 아이들의 어휘력을 높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 P76

<어휘인식 실험>의 결과가 가져다준 파장은 아이의 미래, 나아가 삶전반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이의 어휘력은 어휘처리 속도를 기반으로 하며, 이것은 아이의 학습능력과 지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어휘력을높이려면 유아기 때는 주입식이나 강압적인 학습보다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부모와의 대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 P77

높은 언어능력은
두뇌발달이
활발하다는
증거

아기의 뇌는 언어본능을 타고난다


(중략).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타고난 뇌의 능력차이 때문이라고 했으며, 또 어떤 학자들은 인류의 뇌가 진화했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았다. - P78

유전질환 중 하나인 ‘윌리엄스 증후군(Williams syndrome)‘은 그림을 그릴때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일반적인 학습능력이 뒤떨어지는 지적장애이다. 성인이 되었을 때 지능지수가 50에 불과하지만신기하게도 언어능력에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 P79

노암 촘스키 또한 언어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전 세계 언어가 ‘보편 문법‘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갖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 P80

촘스키의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

 모든 언어에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등의 요소가 있으며 이것으로 문장을 구성하게 된다. 모든 언어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며 오직 인간의 언어만이 이러한 문법 체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 P80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빠와 엄마의 모국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일찍부터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조기에 이중언어를 경험한 탓에 언어능력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확장하고 ‘언어영역‘을 발달시켜두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 P80

언어영역

20세기 초, 독일의 해부학자 브로드만(Brodmann)은 인간의 대뇌피질을 기능에따라 1번부터 52번까지 영역(area)을 구분해 지도를 만들었다. 인간을 비롯해 여러동물의 뇌를 현미경으로 관찰, 대뇌피질에있는 세포의 분포를 비교했는데, 그 결과인간의 전두엽 아래층 일부에서 동물에게는 없는 특이한 부위(45~47번)를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인간만이 가진 언어영역으로 보았다.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은 브로드만 영역의 44, 45번에 해당한다. - P81

‘언어의 뇌‘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언어발달과 두뇌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려면 우선 뇌의 구조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언어능력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P81

대뇌는 다시 우뇌(오른쪽 뇌)와 좌뇌(왼쪽 뇌)로 나뉜다. 보통 우뇌는 감정의 뇌, 좌뇌는 이성의 뇌, 또는 언어의 뇌라고도 한다. 우뇌는 직관적이고 감성적, 비언어적인 특징을 갖고 좌뇌는 이성적, 논리적, 언어적, 분석적 특징을 갖는다. - P82

대뇌의 각 옆쪽에 있는 측두엽은 청각중추이자 인지기능과 기억기능을 조절한다. 청각피질이 있어 청각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며 귀로 들은언어를 이해하는 데 관여한다. 아이가 언어를 듣고 이해한 다음 다시 말로 내뱉을 수 있는 것도 측두엽 때문이다. - P82

두정엽은 ‘아인슈타인의 뇌‘라고 불리는데 공간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한다. 전두엽을 도와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를 재구성하는 데에 관여, 문자를 조합해 의미 있는 단어를 만들거나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 수 있게 한다. - P83

생후 3개월, 뇌의 언어영역은 이미 활동 중

(전략).
2002년, 프랑스의 언어심리학자 렘버르츠(Remberts) 박사는 아이들이언어습득을 하는 데 뇌의 어느 영역이 관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후 3개월 된 아기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 있을 때, 정상적인 언어표현을 들었을 때, 잘못된 언어표현을 들었을 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촬영을 했다. - P84

그 결과 어른들이 언어를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비슷한 부위인, 측두엽 일부를 포함한 두뇌의 좌반구 부분이 아기가 말을 들을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85

뇌 언어영역을 발달시키기 위한 방법

생후 3개월 아기의 뇌는 아직 미숙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언어처리 기능을할 수 있다. 말소리를 들었을 때 무의미한 소리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뇌 영역까지 확장시켜 소리를 이해하고 저장하려는 은밀한 노력을 지속한다. 이것은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는 놀라운 비결이기도 하다. - P86

애착과 애착형성

 영국의 아동정신분석학자 보울비(J.M.
Bowlby)가 정의한 정신분석학적 용어로사랑하는 대상과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행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엄마와 아기사이인데, 둘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집요하게 유지하려고 애쓴다. 아기는 생후 6개월 정도면 주양육자인 엄마 또는 그에준하는 특정 인물에 대해 애착을 가지며,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는다. 이 과정을 무난하게 잘 넘겨야 안정감 있는 정서를 갖게 된다. 포유류, 조류 역시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어미에 대해서는 애착을 갖는 반면, 낯선 대상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는다. - P87

생후 12개월까지 아기는 언어습득과 더불어 운동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많은 힘을 기울인다. 태어나면서부터 걷는 동물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지만, 생후 1년 만에 직립 보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기가 빠른 속도로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 P88

거울신경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리촐라티(G.
Rizzolatti)에 의해 발견되었다. 다른 사람의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의 신경세포가 작동하는것에서 알아냈다. 거울신경에서 일어나는과정은 그 사람의 의지나 생각과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어떤 행동을 인지하면 그 사람의 뇌는 마치 그 행동을 직접 행하는 것과 같이 작동한다. 친구가 풍선을 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볼에 바람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 - P89

언어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언어발달의 문을 여는 열쇠

만 3세까지 아이는 두뇌도 언어능력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 두뇌 용량과 능력은 어른의 70% 수준까지 따라잡으며, 언어능력은 단어를 연결해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문법을 익힌다. - P90

신경언어학의 대가 에드가 쥐리프(Edgar Zurif)는 베르니케 영역이 언어를 수용(이해하고 브로카 영역이 언어를 표현(생성)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 - P91

보통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보다 먼저 발달한다. 베르니케 영역이 포함된 좌반구의 측두엽과 두정엽의 시냅스 수는 생후 8~20개월에 최고에 이른다. 브로카 영역이 있는 좌측 전두엽의 시냅스는 생후 15~24개월에 최고에 다다른다. 단어와 관련된 베르니케 영역이 먼저 발달하기때문에 아이 역시 단어표현의 과정을 거쳐, 브로카 영역의 기능이 좀 더성숙해진 다음 문법이 가미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91

언어는 의사소통이고, 의사소통이란 대인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또 언어는 아이가 속한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며, 아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어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언어능력을 발달시켜야 한다. 대화, 즉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언어능력의 기반을 다져야한다. - P92

대뇌피질 덕분에 인간은 생각하고 말하고 문자를 사용할 줄 알며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대뇌피질 중에서도 전두엽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알아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나는 왜 그랬을까? - P93

무엇인가 열심히 생각하게 하는 힘도 전두엽에서 비롯된다. 전두엽은 뇌가 활동하는 동안 각 부위에 저장된 기억들을 끄집어내 어떤 일의 결정, 계획, 행동을 불러온다. - P93

언어의 질, 창의적인 표현력이 좌우한다

만 6세가 되면 아이의 언어능력은 어른 수준으로 완성된다. 어려운 단어를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능력은 거의 완전에 가깝다. 학교에서 웬만한 난이도의 학습이 가능하며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등 언어발달에 있어 한 획을 긋는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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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마뱀을 보니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입술이 있었을 것 같다?

공룡에게 도마뱀처럼 입술이 있었을까, 없었을까에 대한 논쟁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참고). 그러나 최근에 새로운 화석과 코모도왕도마뱀을 근거로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입술이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가 제시됐습니다. - P165

#최휴의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태즈메이니아의 원주민들은 유럽에서 이주민이 건너온 이후, 대량 학살을 통해 말 그대로 박멸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남성은 별 볼 일없이 살다 죽었지만, 그의 시체는 죽어서도 고생을 했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귀중한 인류 샘플이었기 때문에 시체의 소유권을 두고 영국 의사학회와 태즈메이니아 왕립학회가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태즈메이니아 왕립학회가 시체를 가져가기로 했지만, 귀중한 샘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영국 왕립학회의 한 의사가 몰래 시체보관소에 침입해 두개골을 적출하고 백인의 두개골을 끼워 넣은 뒤 대충 봉하고 도망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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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에 관한 여러 가설들
환경요인의 영향


(전략). 1972년에 한 연구진이 새끼를 밴 상태에서 만성 스트레스를 겪은 암컷 쥐를 조사했다. 암컷 쥐의 몸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지나치게 많았고, 태어난 수컷 새끼는수컷보다는 암컷의 성적 태도를 더 많이 보였다.⁴² - P165

42 Ward, I. L. (1972). »Brain response to putative pheromones in homosexual men«. In:Science, Jan 7; 175(4017): 82-4. - P442

앞에서 언급한 쥐 연구에서는, 임신 단계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가 태아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 연구는 또한 높은 코르티솔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수컷 새끼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암컷 쥐의 일반 수치수준까지 떨어진다는 것도 밝혀냈다. - P166

약 90년 전에, 연구자들이 보기에 형이 있는 남자아이가 어른이 되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았다.⁴⁶ 이 가설은 여러 후속 연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모든 게이의 15~30퍼센트가 실제로 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⁴⁷ - P166

46 Terman, L. M. & C. C. Miles (1936). Sex and Personality: Studies in Masculinity andFemininity. New York: McGraw-Hill.
47 Blanchard, R. J. (2004). »Quantitative and theoretical analyses of the relation betweenolder brothers and homosexuality in men«. In: Theor Biol, 230(2): 173-187. - P443

반대로,
네덜란드 행동과학자 헤니 보스Henny Bos는 최근 장기 연구에서 레즈비언 부모를 둔 아이들을 조사했는데(출생 후 최대 3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들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은 이성애자 부모를 둔아이보다 더 높지 않았다.⁴⁹ - P167

49 Bos, H. W. & T. G. M. Sandfort (2010). »Children‘s Gender Identity in Lesbian andHeterosexual Two-Parent Families«. In: Sex Roles, 62(1): 114-26. - P443

1996년에 업데이트된 가설이 제시되었다. 아들을 임신한 엄마는 남성 세포에만 있는 HY 항원에 노출된다는 가설이다.⁵² (중략). 대다수 게이가 형을 많이 가진 것이 아니므로, 모성 면역 가설은 성적 지향과 관련된 여러 환경요인 중 기껏해야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 P168

52 Blanchard, R. & A. F. Bogaert (1996). »Homosexuality in Men and Number of OlderBrothers«<. In: Am J Psychiatry, 153: 27-31. - P443

9

건강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호르몬 균형

노년기

1990년대 초에 미국의 부부 치료사이자 작가인 존 그레이John Gray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¹ 그는 남성과 여성의 전형적인 특징을 제시하고 그것의 일상적 사례와 설명을 붙여 우리의 궁금증, 즉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점을 상세히 밝혔다. - P346

9 건강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호르몬 균형 - 노년기

1 Gray, J. (1993). Männer sind anders. Frauen auch. München: Goldmann. - P459

남성이나 여성이냐는 생물학적 차이 단 하나로 갈린다. 총 46개 벽돌로 지어진 유전자 빌딩 안에 Y염색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346

성호르몬은 출생 전부터 이미 남성과 여성의 신체구조를 다르게 발달시킨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키가 크고 두개골 모양이 다르다(그래서 얼굴형도 다르다). 여성은 아기를 낳아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골반이 더 넓다. - P347

하지만 외형뿐 아니라 내부도 다르다. 여성은 갑상샘, 간, 신장이 남성보다 더 작고, 남성은 뇌, 심장, 폐, 식도가 여성보다 월등히 크다. 나이가 들수록 이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럴까?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아는 것은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 P347

이번 장에서는 60세부터 75세까지 어떤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신체는 이 단계에서 노화를 준비하며 호르몬 변동을 일으킨다. 흥미롭게도 이때부터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 측면에서 서로 닮아가기 시작한다. - P348

부부의 얼굴이 서로 닮아간다고 말하는 이유

성호르몬의 근무 교대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무엇보다 먼저 생물학적 성별을 판단기준으로 삼곤 한다. 인간은 남자 아니면 여자다. 그렇지 않은것처럼 보일 때가 점점 잦아지긴 하지만 말이다. - P349

대부분은 ‘호르몬‘이라는 단어에서 남성과 여성의 모든 차이점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다수 차이점이 실제로 성호르몬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노년에는 뭔가 특이한 일이 일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차이가 서서히 사라진다. - P349

남성과 여성은 평생 호르몬 및 기타 신체적 차이를 겪은 후,
60세부터는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간다. 어떤 노부부는 헤어스타일까지도 똑같이 하여 부부가 닮아간다는 것을 더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나이 든 신체가 생리학적으로 적응하는 방식에서 호르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 P350

털= 힘

털은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 발견되기 오래전부터 육체적·정신적 힘의 원천으로 알려져 있었다. 긴 곱슬머리에 괴력이 숨겨져 있던 성경의 삼손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성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온트코머ontkommer 또는 퀴머니스Kümmernis라고도 불리는 빌게포르티스Wilgefortis 성녀를 떠올릴 것이다.⁸ - P351

8 https://de.wikipedia.org/wiki/K%C3%BCmmernis. - P459

남자들은 털이 매우 중요하다. 케냐 마사이족은 부족장의 얼굴에 털이 줄어들면 지도력도 같이 줄어든다고 믿는다. 늙어 특정 나이가 되면,
여자들이 남자들의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린다.¹⁰ 이 지식이 백악관까지 번졌다고 확신해도 될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활력과 힘을 강조하기 위해 특유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니 말이다. - P352

10 https://www.nomadbarber.com/blogs/barbering/masai-male-grooming. - P459

주름은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

피부와 얼굴형의 변화


(전략).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학습시켜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의 나이를 맞히게 할 수 있을 만큼, 주름은 나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¹³ - P353

13 Mandal, S. et al. (2017). »Automated Age Prediction using Wrinkles Features ofFacial Images and Neural Network«. In: International Journal of Emerging EngineeringResearch and Technology, Vol. 5, Issue 2, February; 12-20. - P459

남성이 여성보다 더 멋지게 늙는다는 가정(비공식적으로 ‘노년의 섹시함‘이라고도 불리는데 조지 클루니와 피어스 브로스넌, 리처드 기어 같은남자들이 대표적인 예다)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올라가는 데 근거를 둔 것 같다. - P354

할머니는 힘이 세다

사회적 역할의 반전


생식 임무가 종결되면서 여성의 신체는 역할을 바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힘을 표현하는 것 같다. 노년의 관계문제 전문가인 미국 과학자 마거릿 주베Margaret Zube와 에스터 페렐먼EstherPeredman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남성은 내향적이 되고 여성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가정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두드러진다.²² - P355

22 Zube, M. (1982). »Changing Behavior and Outlook of Aging Men and Women:Implications for Marriage in the Middle and Later Years«. In: Family Relations, v31 nlp147-56 Jan. - P460

 여성은 평생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앓을 위험이 크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노아민의 양과 관련이 있다. 모노아민은 뇌에 있는 호르몬 신호물질로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다.²² - P355

23 https://www.psychiatrictimes.com/view/geriatric-depression-does-gender-make-difference. - P460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성호르몬의 변화로 스테로이드가 무대에 오르고,
이것이 여성의 모노아민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리고 기분장애의 위험수위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바뀐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자살 사례의 86퍼센트가 남성이다.²⁴ - P356

24 Coren, S. et al. (1999). »Sex differences in elderly suicide rates: Some predictivefactors«<. In: Aging & Mental Health, Vol. 3, (2): 112-8. - P460

선거전에서도 후보자의 외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유권자들은 아주 짧은 순간에 후보자의 외모에서 역량에 대한 첫인상을 갖게 되는데, (중략). 여기서도 턱선이 넓은 사람이 호감을 얻었고, 아이들은 선거 결과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²⁷ - P356

27 Antonaik, J. et al. (2009). »Predicting elections: child‘s play!«. In: Science, Feb 27;323(5918): 1183. - P460

 남자 직원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서열 구조에 가치를 덜 두고 더 인간적이고 더 개인적으로 바뀐다. 반대로 여성직원은 정서적인 동기를 버리고 더 자주 합리적 동기를 찾는다.
물론 이것은 지나친 일반화지만, 집단 역학을 더 잘 파악하고 나이가 많은 직원들을 더 잘 이끄는 데 이 지식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 - P357

남성의 몸이 표준일 때 생기는 문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한 성별이 다른 성별보다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큰 이유는뭘까? 우선 남녀 신체의 해부학적 차이 때문일 수 있다. - P360

여성들은 골반의 배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X형 다리를 갖기 쉽다. 그래서 무릎 관절이 평생 큰 압력을 받고, 남성보다 더 빨리 마모된다.³⁸ 불공평하지만 사실이다. 그로 인해 여성의 활동성이 더 빨리 줄어들어, 운동 부족과 과체중에 의한 질병과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남성은 알코올에 더 강하여 더 늦게 취한다. 여성의 간은더 작을 뿐 아니라,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 그룹인 알코올탈수소효소도 적게 생산한다. 그래서 똑같이 와인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남성의 혈액보다 여성의 혈액에 알코올이 더 많이 남아있다.³⁹ - P361

38 Souza, A. A. et al. (2013). »Association between knee alignment, body mass indexand physical fitness variables among students: a cross-sectional study«<. In: Rev BrasOrtop, Jun 11; 48(1): 46-51.
39 Milic, J. et al. (2018). »Menopause, ageing, and alcohol use disorders in women«<. In:Maturitas, May; 111: 100-9. - P461

이런 물질대사의 차이 때문에 여성은 항상 불리한 걸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 때문에 유리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여성은 지방을 더 효과적으로 연소하므로 당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지구력을 제공한다.⁴⁰ - P361

40 Devries, M. C. et al. (2006). »Menstrual cycle phase and sex influence muscleglycogen utilization and glucose turnover during moderate-intensity enduranceexercise«<. In: Am J Physiol Regul Integr Comp Physiol, Oct; 291(4): R1120-8. - P461

이것은 아무튼 남성과 여성의 신체 차이를 보여주는 수많은 예시 중 몇 가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남녀의 신체 차이가 질병 치료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환자 개인에게 위험을 초래했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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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브루스는 어쩔 수 없이 앞에나서서 상황을 통제해야 했다. 그가 의욕적으로 처음 한일은 고함을 지르며 환자들과의 상담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약 먹여서 조용히 시키라는 거였다. - P64

"근데 네시의 부재로 여기 직원들은 자기 몫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거든. 자네 방식으로 제 몫을 다해내지 못한다면 그땐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거야."
(중략). 거기에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 두 명의 이름과 함께
‘조셉 E.M‘이라는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 P65

"이런 미친, 파커!"
브루스의 걸걸한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중략).
"내 방으로 와, 이 멍청한 새끼! 지금 당장!"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서 있다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 P66

"대체 이게 뭐냐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업무량을 늘리라고 하셨잖아요. 힘 좀 보태려고요."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브루스의 호흡이 격렬해졌다.
"어떻게 이 이름을 알았지? 병원에 이런 환자가 있다고누가 말했어? 이게 누군지 알기나 해?"
"그럼요, 잘 알죠. 네시에게 들었어요." - P67

나는 화들짝 놀랐다. 등 뒤에서 들린 차분하고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병원장 로즈였다. (중략).
"로즈, 여긴 웬일로・・・ 병동에 오면 저야 늘 반갑지만 무슨 일로..."
"누굴 좀 만나야 해서요."
로즈가 냉정한 태도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며 침착하게 답했다.
"그럼, 이 친구에게 인사 불만을 제기할 구실은 다 준 건가요?" - P68

"널 보호해 주려고 그런 거야. 네가 여기서 잘해왔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잘했어. 그러니까 이 일에서 떨어지라고, 그러다...."
"나가요, 브루스. 당장"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 P69

잠시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래, 말해 봐요. 불치병 환자를 치료해보고 싶은 이유가 뭐죠?"
"글쎄요, 그 환자가 불치병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환자와 얘기해 봤나요?"
"아뇨."
"그럼 한번 만나 보지 그래요?" - P70

"실은, 만나겠다고 하면 병원에서 해고될 줄 알았습니다.
다들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거든요."
"누가요?"
"그게・・・ 보시다시피, 브루스와・・・ 네시가요." - P70

"그러면 단념하고 싶지 않아요? 똑같은 일을 당할까 봐두렵지 않나요?"
"아뇨. 오히려 네시가 그렇게 되는 바람에 이 일이 제게도 중요한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그렇군요. 자, 다음 질문. 아직 조와 얘기 안 해봤다고했죠. 그럼 진료 기록은 읽었나요?"
"아뇨." - P71

"최초 진단이 정확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굉장히 복잡한 소시오패스 환자를 다루고 있는 걸지 모릅니다. 70년대에 밝혀진 것보다 더 복잡한 환자를요. 가학적인 성격 장애도 분명히 있고, 일종의 정신적 조로증도 있어 더욱 성인처럼 보인 건 아닐까요? 무엇보다 특이한 건 주변 사람에게 망상을 일으키게 하는 능력인데, 흔치 않지만 가능한 일이죠. 그게 아니면 조가 사람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는 장애가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기도..."
그녀가 손을 들어 내 말을 가로막았다.
"틀렸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틀렸어요. 실은 정답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당신은 조의 서류를 못 봤으니까." - P73

나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 전에, 이제 와서 조를 격리시킨 진짜 이유가 뭐냐고묻는 건 무의미하겠죠?"
"좋은 질문이군요."
놀랍게도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고 해둡시다. 그래도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질문으로 대신한 건 칭찬할 만하네요. 하지만 우선 방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 맞춰 봤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대답을 들어보고 괜찮았다고 생각하면 얘기해줄게요." - P75

"누구든 원하면 조와 얘기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정작아무도 그러지 않는다는 데서 시작해 보죠. 게다가 브루스는 내가 조를 치료하고 싶다고 하자 벌컥 화를 냈습니다. 이론적으로 정신과 치료는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나기 마련인데, 누구나 조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치료‘는 금지되어 있다는 건 조의 경우에는 구술 심리 치료 외에 다른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뭔지는 몰라도 의사의 상담 이상의 무언가가요."
"잘못 짚었군요." - P76

그녀가 한 손을 들어 말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나는 꿋꿋하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병원장님은 이미 조가 불치병이라 판단하고 계세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걸 전부시도해봤을 텐데도 조가 계속 이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걸보면, 환자 가족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일 거예요." - P77

순간 나는 멈칫했다. 오싹한 기운이 서서히 엄습해 왔다.
"혹시, 그동안 조를 치료한 의사들이 있었다면... 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로즈가 손을 올려 천천히 박수를 쳤다.
"이제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군요. 그러려면 먼저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도 하지않고 브루스의 사무실을 나섰다. 나는 서둘러 뛰쳐나와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는 말없이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 병원장 사무실로 향했다. - P79

로즈가 오른편을 흘낏 보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학위들이 눈에 띄었다. 명문 의대 졸업장과 의학박사 학위,
‘진리(Veritas, 하버드 대학교 라틴어 표어)‘라고 새겨진 문구, 미국 최고 병원에서 받은 레지던트 · 펠로우 과정 수료증, 두 개의 별도 전문의 자격증까지, 그야말로 진정한 ‘전문의‘였다. - P80

(전략).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본 뒤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조의 다음 의사는 6개월밖에 버티지 못하고 긴장병을일으켜 이 병원에 수용되었어요. 당신이 오기 한 달 전쯤 그녀가 어디서 날카로운 물건을 구해 목을 베지만 않았더라면, 조의 담당의였다는 것도 모르고 당신이 그녀를 치료할수도 있었겠네요. 아무튼, 그녀 다음에 우리는 조의 병세를 개선해 보고자 조금 거친 사람에게 치료를 맡겼죠. 군경력이 있고 다른 병원에서 정신 질환 범죄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하다 온 인물이었어요. 그는 18개월간 조를 치료하다 한 줄짜리 사직서를 남기고 자기 머리에 총을 쐈죠." - P8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잠깐이지만 차갑고 예리한눈빛 너머로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한때 나처럼 자신감넘쳤던, 그러다 환자 한 명이 본인의 인생과 주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트리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없었던 분노에 찬 젊은 의사의 모습이었다.
"저를 시험하고 계셨군요."
내가 조용히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 P82

"그러면 곤란해요. 조를 치료할 거라면 그 질문의 답부터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게 당신의 첫 번째 방어선이죠.
사실 당신이 조를 치료하는 건 내 일이기도 해요. 내가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하면 당신이 조를 처음 진료한 뒤 어떤악재가 우리 병원에 불어닥칠지 전혀 모를 테니까요. 다시생각해봐요. 천천히." - P83

"그렇다면 조가 그걸 바로 알아낼 거란 말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요."
그 말은 곧 ‘그렇다‘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 P84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거예요.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겁나요."
로즈가 정말로 깜짝 놀랐는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 - P84

로즈는 그밖에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책상에서 빈 종이를 하나 꺼내 뭔가를 갈겨쓴 뒤 서명했다. 그러더니 그 종이를 내게 건넸다.
"브루스에게 갖고 가요. 지금부터 당신이 조의 담당의입니다. 언제라도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게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내게 와서 정확하게 조가무슨 짓을 했기에 당신이 담당의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낱낱이 알려줘야 합니다." - P85

"병원장이랑 마음 터놓고 얘기는 잘 나누셨나? 왜, 책상이라도 빼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브루스의 어깨위로 병원장이 준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고 그가 얼마나 놀랐을지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P86

"로즈가 널 똑똑하다고 본 모양이야. 안타깝네. 네가 하려는 짓 때문에 이 병원에서 제일 멍청하고 미친 새끼가 될게 뻔하거든. 앞으로 겪어보면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거린지 알게 될 거야. 반짝거리는 새 괴물 친구를 돌본다는핑계로 다른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나 해. 계획서에서 하겠다고 적었던 건 전부 지키고."
(중략).
브루스가 피식 웃었다.
"아니, 전혀, 이제 내 시간 그만 뺏고 새 환자들한테 뭐라도 하러 가지 그래? 조에게 가보시던가." - P87

Part 4


조의 병실로 가는 길은 유난히 멀게느껴졌다. 복도 제일 마지막 방이었기 때문이다. - P91

로즈와 브루스, 무엇보다 네시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병실까지 걸어가면서 나는 문에 열쇠를 꽂고 손잡이를 당기면 충격적인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91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의 방은 꽤나 넓고 밝았다. 다른병실보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병원 운동장이 한눈에 보여 답답한 느낌도 덜했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방이 주인에 비해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것이었다. 조는 병원 내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환자라고하기엔 너무 무방비하고 왜소했다. - P92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네, 좀 젊은 편이죠. 신경 쓰이세요?"
조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의사들은 선생처럼 젊지 않았어. 감동해야 하는건가?"
"감동이요?"
"선생 나이에 여기 들어오려고 누군가를 정말 열 받게했을 테니까." - P93

조가 한 번 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여기 직원들, 특히 윗선을 짜증나게 하는 사람에게감동하지. 내게 선생이 동지로 보이거든. 게다가 나를 환자로 맡으려고 무슨 짓을 했건 개같이 힘들었을 테니까."
표현이 거칠어졌다.
"아니면 나이 먹더니 이제 될 대로 되란 건지."
"누구 얘기죠?"
"알잖아." - P94

"이봐요, 로즈는 돌팔이야. 멀쩡한 사람 정신병 환자로몰아서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곳에 30년 동안 가둬놓은 거라고. 그래놓고 이번엔 선생 같은 초짜를 다 보내네. 내가맞춰보지. 당신이 이 병원에 새로 온 가장 똑똑한 의사 양반이지? 아마 선생이, 아니 선생만이 나를 치료할 수 있다생각할 거야. 그치?" - P95

충격이었다. 이 사람이 우리 병원 최고의 골칫거리 환자라고? 조는 원망과 불만에 차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의식이 또렷해 보였다.  - P96

"그럼 당신이 멀쩡하다는 얘기인가요?"
"젠장,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조가 쏘아붙였다. - P96

조가 빈정대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나하고 몇 분 같이 있어 보니 막 미쳐버릴 것 같겠지, 안 그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완전 할렐루야고. 근데 이거 어쩌나, 당신 그 똑똑한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자, 말해봐. 뭐 때문에 그렇게 얼굴을 찡그린 거야?" - P97

"네이선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당신 입장에서 얘기해주는 게 어때요?"
(중략).
"말하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
"뭐죠?"
"껌 있어?"
조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P98

조가 생각에 잠겨 껌을 씹었다.
"음, 다들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 근데 실은... 그 녀석이날 꼬신 거야."
"믿기 어렵군요. 네이선은 고작 여섯 살이었어요. 당신은열 살이었고." - P99

조가 짜증스러운 듯 눈동자를 굴렸다.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그 사람들은 생각하고 싶은대로 믿었어.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더군. 뭐, 불평할마음은 없어. 적어도 숫총각으로 죽지는 않을 테니까. 총각 딱지를 그렇게 떼려던 건 아니었는데, 원하는 대로 다할 수는 없잖아?"
내키지는 않지만 조의 얘기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 P100

조는 분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위협할 것처럼 보이나, 선생?"
"아뇨, 하지만 당신이 가스라이팅(Gas-lighting, 정신적 학대의한 유형으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을 하는 거라면...."
"내가 뭘 한다고?" - P101

조는 잠시 그르렁대더니 바닥에 침을 뱉고 말을 이었다.
"당신네 그 대단한 병원장이 오기 전까지 내가 어떻게될 운명이었는지 아나, 선생? 본보기용 환자가 될 처지였다네. 토머스 새끼가 가장 무능한 의사들을 고르고 골라 나를 맡게 했어. 공식적으로 말이야. (후략)." - P102

여전히 미심쩍기는 했지만 웬일인지 조가 얘기를 할수록 안쓰럽게 느껴졌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동정하도록 했는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건 조의 태도였을 것이다. 그는체념하고 있었다. - P103

인정한다. 아주 능숙한 사이코패스라면 이 모든 걸 속일수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 사이코패스가 상대의 감정을 조작하는 수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와의 만남 자체가 완벽하게 예상 밖이었던 데다 나 자신도 미숙했던지라 감정적으로 훨씬 휘둘렸던 것 같다. - P104

 모두 30년이상 한곳에 갇혀 지내며 주변인들의 정신 상태가 서서히 악화돼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환자에게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 - P105

서류에 적혀 있던 온갖 무시무시한 얘기들과 반대로, 이 남자가부모에게 버려진 채 자금난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병원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야 했던 지독히 외로운 희생양일 뿐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설명을 찾을 수가 없었다. - P106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추슬렀다. 하긴이제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조에게 제기된 혐의는 수두룩했다. - P106

규정에 어긋나지만, 그날 나는 조의 서류를 집에 가져갔다. 평소 사무실 문을 잠그고 다니는 로즈도 서랍 속에꽁꽁 숨기고 열쇠까지 채워 보관한 서류다. - P107

그날 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어린 시절 악몽을 다시 꾸었다. 끔찍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꿈이다 보니 평소 같으면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뒤에 일어난 일과 연관이 있어서 아무래도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후략). - P107

다행히 그날 밤 악몽은 되풀이되지 않았고, 다음날 병원에 출근했을 때는 간밤에 꾼 꿈을 어느 정도 잊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전날 가지고 갔다가 그대로 다시 가져온 조의 서류를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 - P118

조의 첫 치료를 녹음한 테이프는 낡고 상당히 뒤틀려있어서 혹시 재생이 안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다행히약간의 마찰음이 나더니, 카세트 릴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 P118

병원에 수용되지만 않았다면 이 꼬마는 커서 대단한 공포 소설가가 됐을 것이다. 조와의 상담은 예상 외로 아주순조로웠다. 토머스는 조에게 ‘그 괴물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침착하게 설명하며, 원한다면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줬다. - P121

두 번째 테이프를 처음 보고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알았다. 아주 오래된 마스킹 테이프 조각이 가늘게 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 ‘새벽 3시~4시‘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왜 한 시간만 녹음한 거지? 그때 문득 떠올랐다. - P122

그런데 20분이 지나자 테이프가 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소리가 들렸다.
서류에서 읽었던 조무사의 숨소리였다. 토머스가 과장한게 아니었다. 그건 의심할 여지없이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 P122

나는 짜증을 내며 테이프를 되감았다. 내가 들은 소리는 뻔했다. 조무사가 밤새 조의 병실에 있기에 너무 겁이나서 도망친 게 틀림없었다. 물론 서류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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