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역사는 길다.
이백 년 전 프로이센에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태어난 두사람이 있었다. 둘은 풍성한 수염을 길렀고 오래도록 남을 선언문을 런던에서 발표했다. 추종자들은 이십여 년 후 파리의일부를 점거하고 혁명을 선포했다. 바리케이드 안쪽 술집에서 한 철도공이 기분에 취해 몇 줄의 가사를 썼다. 혁명정부는 백일이 되기 전 진압당했지만 가사는 남았고 한 가구공이 멜로디를 붙였다. - P111

수십 년 뒤, 미국을 대표하는 두 팝스타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래를 공동 작곡했다.
<We Are The World>.
노래는 전 세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당시에만 천사백만 장가량 팔렸다. 육 년 뒤에 소비에트연방은 해체되었다.
두 명의 스탠퍼드 대학원생이 기숙사에서 ‘구글‘이라는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을 때 서울의 한 부부는 외환 위기의 여파 속에서 서로의 무능을 탓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 P112

21세기. 평양에서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누었다. 컨츄리꼬꼬가 예능계를 정복하는 동안 다이나믹듀오는 핸들이 고장난 8톤트럭이 되었고 유노윤호는 지상파 무대 위에서 최강창민의 생일을 축하했다. - P113

 대개는 내야 할 어떤 돈을 내지 않았다는 안내문이었다.
그날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중략).
‘너도 봉투 받는 애구나.‘
여자애라거나 남자애라거나, 귀엽다거나 못생겼다거나, 공부를 잘한다거나 못한다거나 이전에 권진주와 김니콜라이는 서로를 그렇게 알아봤다. - P114

남자애들은 유행어를 시끄럽게 주고받으며 조르고 밀치고 뛰었다. 그러다 누가 니콜라이를 이렇게 도발하곤 했다.
"나 러시아어 할 줄 앎. 쓰바씨바! 앙 니콜라이!"
앙 기모띠, 앙 급식띠, 앙 회오리감자 같은 말을 외치고다녀서 별명이 앙맨인 녀석이었다. 니콜라이가 앙맨에게 "씨바 디졌다 너" 하면서 우당탕 추격전이 시작됐다. - P114

진주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동안 니콜라이는 자격증 대비반에서 쇠를 깎았다.
진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담임교사를 신뢰했다. 애들은 비즈니스 담임이라며 욕했지만, 그녀는 진주의 가정 사정이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했고 국내최고의 대기업이 매년 벌이는 장학 사업에 연결해주었다 - P117

"부모님 밖에서 기다리시겠다. 얼른 가봐."
니콜라이는 기능반에서 전국 대회를 준비할 정도로 재주가 좋진 않았지만 성실히 수업을 들었다. 한 고위 공직자의 자녀문제로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시끄럽던 사이 조용히 재외동포법이 개정되었다. 4세대들도 장기 체류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니콜라이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 P118

현장실습은 어째서인지 냉동 만두 공장이었다. 만두 봉지를 스티로폼 보냉 박스에 넣고 테이핑한 뒤 팰릿에 올리는 게 일이었다. 그걸 사백 번쯤 하면 하루가 갔다. 팰릿을 지게차로 옮기는 형은 기능사 같은 건 자기도 네 개나 있다며 차라리 지게차 면허가 쓸모 있다고 했다. (중략).
"그래도 여긴 실습생한테 죽을 일은 안 시켜." - P119

오 년이 지나는 동안 둘은 다양한 사람을 만났으나 그보다많은 사람과 헤어졌고 몇몇은 다시는 안 볼 사이가 되었다. (중략). 대신 버스에서 이런저런 커뮤니티 게시판을 스크롤하며 킥킥거렸다. 검성 고길동이 양아치 둘리를 베어버리는 만화는 진짜 웃겼다. 여윳돈이 없어서암호 화폐를 사지 못했고 ‘떡락‘하는 차트를 본 이병헌이 "으악 안 돼!"라고 외치는 영상을 보며 웃었다. - P119

볼빨간사춘기가 1인 그룹이 되는 사이 맥도날드와 김밥천국으로부터 홍콩반점과 할매순대국으로 혼자 갈 수 있는 음식점이 늘어났다. ‘그 돈이면 뜨끈한 국밥이 삼천 그릇이지‘ 같은 댓글에 추천을 눌렀다. 한 번쯤은 ‘네가 선택했잖아‘라는 말을 들었고 그건 그렇다고 끄덕거렸다. - P120

 두 시간 뒤에 니콜라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커다란 눈이 튀어나온 초록색 개구리가 하얀 이가 보이도록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든 이미지. 진주도 아는 개구리였다. 때로 침울한 표정으로 밧줄을 목에 걸고, 때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춤추는 개구리. 진주는 삼 년전에 구입한 펭수 이모티콘을 골라 답장했다. - P121

니콜라이는 냉동만두와 선풍기, 피부과에서 쓴다는 의료기기 부품 공장을 거쳐 자동차 전조등 생산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2차 하청이었지만 굴지의 대기업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일해본 공장 중에서는 가장 나았다. 벨트에서 하우징을 내려 작업대에 고정시킨다. - P122

진주는 대학생활 내내 편의점과 생과일주스 가게와 무한으로 즐기는 돼지갈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졸업하고는 사무실 두 군데에 취업한 적도 있었다. 수당 없는 초과근무와 급여 지연, 갑질과 성희롱. 차라리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깔끔했다. 주 5일 35시간 근무. 최저임금보다 천원 많은 시급을 칼같이 계산해서 정확한 날에 입금해줬다.  - P123

"다음에는 내가 삼."
<타짜>의 곽철용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묻고 더블로 가!‘라고 외치는 이미지도 함께 날아왔다. 진주는 잔망 루피가 ‘군침이 싹 도노‘라며 짓궂게 웃는 이미지로 답했다.
이 주 뒤 두 사람은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일인용 뼈해장국에는 감자를 안 넣어준다는 ‘국룰‘을 함께 규탄하였다. - P124

"우리 무슨 맛집 동아리 같다. 그치?"
두 사람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페퍼로니 피자와코다리갈비찜과 치즈김치전을 먹으러 다녔다. 한번은 맥주를시켰는데 종업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진주가 "아직 살아 있네" 하며 헤헤 웃었는데 니콜라이가 거소신고증을 꺼냈다.
"나 외국인 노동자인 거 몰랐냐? 헤헤."
이번 공장은 내국인이랑 돈을 똑같이 주고 보험도 다 가입해줘서 좋다고 덧붙였다. - P125

(전략). 물론 영주권을 받는 데도 여러 조건이 있었다.
"소득 기준이 있다고?"
니콜라이는 전년도 한국인 평균 이상을 벌어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그건 연봉 삼천팔백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 P125

수백억을 두고 목숨을 건 게임을 한다는 줄거리의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졌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니콜라이에게는 투표권이 없었다. 진주에게는 투표권이 있었지만 어떤 쓸모가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 P127

(전략).
라면 다섯 봉지와 계란 여섯 알, 조미김 한 팩과 인스턴트건조 미역국을 주문하는 사람. 그것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비싼 캐나다산 개 사료를 한 번에 다섯 봉지씩 주문하는 사람. 오만이천원짜리 스페인산 올리브유 아홉 병을 한 번에 사는 사람은 무엇을 요리해서 먹는지, 십삼만구천원짜리 이탈리아산 소가죽 벨트를 쏜살배송으로 주문하는 사람의 생활은 어떤지 궁금했다. - P127

정말 여유로운 사람들은 마트에 직접 오는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 P126

. 공장에 오래 다닌 아저씨들은 새 정권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손보면 다시 2조 2교대 시절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수군거렸다. 오년 전만 해도 어지간한 공장은 다 주야 2조 2교대였다고, 그정도는 해야 돈을 번다고 하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니콜라이도 셈을 해봤다. 주당 72시간을 근무한다고 치면 연 삼천팔백만원을 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 P129

낙엽이 다 떨어지는 동안 진주와 니콜라이는 서로의 방에몇 번 갔다.
다를 것도 없는 방이었다. 자취생들이 애용한다는 인터넷쇼핑몰에서 낮은 가격 순으로 검색해 고른 가구들. 다이소에서산 생활용품들. 당장이라도 상자 두어 개에 쑤셔넣을 수 있으며 일부는 실제로 상자에 담긴 채 방치된 것들. 집이라기보다는 이사와 이사 사이에 잠시 머무르는 방. - P131

"요즘 애들은 어쩔티비 저쩔티비 그런 말을 한대."
진주도 들어본 말이었다.
"뒤에 다른 걸 막 붙이는 거지. 어쩔시크릿쥬쥬리미티드에디션, 어쩔엘지트롬스타일러, 어쩔다이슨V15디텍..... 아씨이건 뭔지도 모르겠다. 어쩔메르세데스벤츠에스클래스내돈내산......"
"뒤에 더 비싼 걸 붙이면 이기는 거야?" - P132

 가끔은 나란히 누워서 햇볕을 쬘 사람이 있는 삶.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 불안해졌다. 어느 날 흰 봉투가 날아와 계약 종료 통지서나 처음 들어보는 병명의 진단서를 덜컥내놓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133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
빨간 모자를 쓴 해병 병장은 네가 선택한 길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 했고 김정은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추노꾼 장혁이 오열하며 삶은 계란을 씹었고 개구리도 눈물을 줄줄 흘렸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안 젖을 수 없는 여기는 아마아마 아마존,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미소를 짓는 옆 나라의 정치인, 인생이란 역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입니다(끄덕), 둘리가 답했다. 아이 싯팔 - P134

어느 주말 진주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방에 누워 있다고 답장했을 때, 니콜라이는 ‘이불을 덮은 개구리‘와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고양이‘ 이미지를 고르려다가 그 꼿꼿이 선 소녀를 택했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 P135

두 사람은 경기도 서남부의 한 도시에 함께 도착했고 같이 살아보기로 결정했으며 그것에 대하여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않았다. - P139

진주와 니콜라이가 <인터내셔널가>의 작고 뾰족한 재생 버튼을 눌러본 것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밤이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진주와 니콜라이의 검색어를 기억했다. - P137

나흘 뒤 늦은 밤에 귀가했을 때 현관 앞에 묵직한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중략).
"피자나라 치킨나라도 아니고, 피자왕자 치킨공주도 아니고, 왜 피자나라 치킨공주인 거야?" - P140

처음으로 함께 산 가구였다. 음식이 오고 있었다. ‘메이드인 차이나‘는 역시 ・・・・・・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대륙의 저편에 있는 금형 공장과 달아오른 기계, 기름때가 묻은 러닝셔츠를입은 중국인 혹은 중국인이 아닌 누군가, 그가 점심으로 건져올리는 이름 모를 하얀 국수가 떠올랐다. 젓가락을 쥔 손가락들을 상상하니 어쩐지 탓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 P141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저렴한 각본으로 사랑하느니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어차피 첫 단추부터 이상했으니까.
차라리 이것은・・・・・・ 딩동. 음식 도착을 알리는 초인종이 울렸다. 두 사람이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우리는 친한 사이야." - P142

세상 모든 바다

당신은 ‘세상 모든 바다‘의 팬입니까.
아무에게나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해도 될까. - P9

나는 그날 잠실에 모인 십삼만 명 중 한 명이었다.
서울에서 유학중이었으므로 잠실 주경기장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철로 삼십 분. 콘서트 티켓은 없었다. 구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지만, 나는 공연을 꼭 눈앞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 P10

그리고 공연 며칠 전부터 트위터에서 돌던 소문이 있었다.
첫 투어 종료를 기념하여,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경기장 바깥에서 게릴라 라이브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 세모바다운 아이디어긴 했다. 그녀들은 늘 모든 팬에게, 아니 모든 사람에게 닿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분명히 해두자면,
나는 그 소문을 믿진 않았다. - P11

잠실에 모인 이들은 인권과 환경에 대하여 세모바가 보여준 꿈을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 88올림픽 이후 잠실이 가장 세계적인 순간‘이라고 트윗했던 것이 기억난다. 88올림픽은 군사정권이 꾸며낸 꿈이었지만, 지금의 잠실은 자발적으로 이뤄낸 것이기에 아름답다는 의견이 수만 번 리트윗되기도 했다. - P12

"오 외국인? 일본인이에요?"
그런 질문은 내겐 괜히 까다로웠다. 나의 부모님은 모두 재일 교포 3세다. 나는 스물두 살 때 자이니치 4세가 되는 것을포기하고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나로서는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부모님도 반대하지 않았다. - P13

"Yes. I‘m from Japan."
99솔직히 말해서 한국어로 대답하면 대화가 길어질 듯했다.
영록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투박한 운동화와 어정쩡한핏의 청바지.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가 커다랗게 박혀 있는 땀에 젖은 티셔츠. 바싹 올려 멘 백팩에 도수가 높아 보이는 안경. 어째서 세계 오타쿠들의 패션은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는거야, 라며 나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마이 네임 이즈 백영록. 나이스투미츄!" - P14

일본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나는 나가사키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그 옆 동네지만, 정확히 말해도 그가 알 것 같지 않았다. 영록은 "아이 원트 투 잇 나가사키 짬뽕" 같은 소리를 하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말했다.
"아임 프롬 해진. 유노 해진군? 경상북도?"
평범한 외국인이라면 해진군을 모를 것이다. 한국인에게조차 낯선 곳이니까. - P15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영록에게도 티켓이 없다는 사실을알게 됐다.
나 자신도 티켓이 없었으면서 참 이상하지만, 당연히 영록이 콘서트를 보러 온 줄 알았다. 가본 적이 없어 정확히는 몰랐으나 해진은 경상북도의 어디였고, 분명 먼 곳이었다. 수 시간 버스나 열차를 타야 하는, 아마도 번거롭게 환승도 해야 하는 곳. - P17

나만큼이나 인기가 없던 친구를 따라 후쿠오카에서 열린 라이브에 간 적이 있다. 지하 소극장에는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그대로의 일본 오타쿠들이 잔뜩 있었다. - P18

 라이브가 끝나고 쉰내 나는 오타쿠들 틈에 섞여 극장을 나올 때, 나는 지나가던 여고생의 수군거림을 들었다.
"기모이キモい......"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요새 한국말로는 ‘극혐‘ 정도일 것이다.
나는 그 기이한 오타쿠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다. - P19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쯤 케이팝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블랙핑크나 트와이스 같은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주로 귀여움을 판매하는 일본의 걸 그룹에 비해 케이팝의 그녀들은 더 유능하고 당당해 보였다. 멋있는 프로페셔널로서 지지할 수 있는 느낌. - P19

"하쿠 상은 좋겠다. 좋아하는 거 다 말할 수 있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되묻자 그는 대답했다.
"내가 걸 그룹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두 가지로 반응해첫째는 ‘네가 여자가 없으니까 그러지고, 둘째는 ‘네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야." - P21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한국 굴지의 엔터사에서 빠르게 임원이 된 프로듀서는 말했다. 선도적인 문화 콘텐츠로서 케이팝은 이제 ‘공존‘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답해야 한다고.
어떤 사람들은 왜 그들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후반의 여성이어야 하는지, 열한 명 중에 아프리칸은 한 명뿐인데 아시안은 일곱 명이나 되는지를 문제삼았다. - P22

오래전부터 축적된 케이팝의 팬덤 조직 문화는 세모바에 이르러 결실을 맺은 것처럼 보였다. 빛나는 순간들.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행진하던 성소수자들 속에도, 홍콩 코즈웨이베이의 시위대 속에도 팬들은 있었다. 그들이 세모바의 노래를 제창하는 영상은 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 P23

 트위터에 홍미로운 소문이 있다고. 티켓이 없는 팬들을 위해 경기장 바깥에서 게릴라 라이브를 할지도 모른다고.
"왓? 리얼리?"
영록이 그 소문을, 내가 ‘rumor‘라고, ‘maybe‘라고 강조한 그 이야기를 얼마나 믿었는지는 알 수 없다. - P24

나는 그 일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증언은 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집에 돌아온 뒤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날 잠실에 모인 십삼만 명 중에 한 명이었다는 것 역시 완전한 사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 P25

아니, 이런 것이야말로 내 상상일 뿐이다.
팬들이 장대비 속에서 그곳에 있다고 믿은 세상 모든 바다는 진짜가 아니었다.
가발과 의상까지 준비해 세모바인 것처럼 꾸민 열한 명의사람들, 그리고 몇몇 조력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러야 할까. 어떤 매체들은 그렇게 표현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세모바를 카피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적당히 이목을 끌고 나면 모형 총을 꺼내어 서로 쏘고 쓰러진다. - P26

너무 그럴듯한 모형 총을 준비한 게 문제였을까. 목격자들은 누군가 영어로 ‘Gun!‘이라고 외쳤고, 곧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 음악에 미리 덧입혀둔 총소리는 조악했다. 사람들은 총소리보다 비명소리에 겁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 P27

영록은 그 속에서 안경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홉 명이 죽고 이백여 명이 다쳤다. 사고 일주일 뒤, 추모를 위해 팬들이 만든 웹 페이지가 공개되었다. (중략). 영록은 ‘경상북도 해진군의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라는 프로필뿐, 어떤 소셜미디어 계정도 없이 중학교 졸업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 P27

영록이 사망자 중 가장 어리며, 해진 주민이었다는 점을 많은 팬이 언급했다. 그가 영어 회화 동아리의 부회장이었다거나, 늘 교실의 분리수거를 담당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녔다. 영록의 장래 희망은 외교관 혹은 다른 글들에 의하면 선원이거나 만화가였다.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 연금술이 시작된 시대 이래로 이중의 사실이 있었음이 충분히 밝혀졌을 것이다. 하나는 실험실의 실용적이고 화학적인 작업이지만, 또 하나는 심리학적 과정으로서 그것은 부분적으로 의식된 정신적인 과정이었으며 부분적으로는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투사되어 질료의 변환 과정에서 보게 된 과정이다. - P62

연금술사의 정신Psyche이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원인과 출발점으로서 작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실험자의 심적 영적seelisch-geistig 상태와 입장이 왜 그렇게 강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피디우스Alphidiu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⁸⁰ "네가 너의 영Geist을 신을 위해 정화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서 너의 심장에 있는 모든 부패와 타락을 모조리 청소하지 않는 한, 너는 이 학문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 P63

83 Auroral, IX장, 네 번째 우화(p. 76;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 P302

마지막 문장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모리에누스가 일반적인 교화를 이야기한것이 아니라, 신적인 기술Kunst과 작업에 관련하여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하게 미하엘 마이어Michael Maier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학에는 어떤 고귀한 돌lapis이 있다고 한다.
이것의 시작은 상당히 비참하지만 끝은 기쁨으로 충만하고 환희가 넘친다; 그래서 나는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가정한다: 처음은힘겹고 슬프고 불쾌하지만 나중은 기쁘고 밝은 모든 것들이 나를 맞아줄것이다."⁹¹ - P66

91 Majer, Symbola aureae mensae duodecim nationum, Frankfurt, 1617, p. 568, - P303

 만일 "진지한 열중seria meditatio"
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면-물론 우리가 이런 가정을 할 만한 이유가 없지만-우리는 아마도 고대 연금술사들이 비범한 집중력으로,
그러니까 종교적인 열정으로 그들의 작업을 해나갔다고 상상할 수 밖에 없다(아래와 비교). 그러한 헌신적 태도는 물론 가치와 의미들을 헌신적인 탐구 대상 속에 깊이 투사시키고 그것을 형태와 형상으로 채우는 작업에 적합하다. 그런데 이 형태와 형상은 우선 연구자의 무의식에 근원을 둔 것들이다. - P66

C. 명상과 상상


위에서 방금 기술한 견해는 ‘명상meditatio‘과 ‘상상imaginatur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연금술사들의 독특하고도 주목할 만한 방식과 일치한다. 1612년에 편찬된 쿨란드의 연금술사전Lexicon Alchemiae』은 ‘명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메디타치오meditatio‘라는 낱말은, 사람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다른 이와 내적인 대화를 나눌때 사용되는 말이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지된 일기장에 내밀한 욕망을 고백하다
• 옮긴이의 말


『금지된 일기장』의 주인공은 발레리아 코사티다. 그녀의 나이는 마흔셋. 장성한 리카르도와 미렐라 남매의 어머니이자, 은행원인 미켈레의 아내다. 발레리아도 직장에 다닌다. - P431

소설의 초반부터 발레리아를 지배하는 정서는 피로감이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가족만 행복하면 자신의 희생은 충분히 보상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건다. 발레리아는 집안일과 직장 사이에서 지쳐간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노고를 고마워하지 않는다. - P431

발레리아는 모두가 자신의 노고를 당연하게 여기는 데 지친다. 남편도, 아이들도 자기를 노인 취급한다. 미렐라는 새 코트를 사달라고 조르면서, 엄마는 늙었으니 새 옷 같은 건 필요 없지 않냐고 하고 남편은 딸의 말에 동의한다. 그들은 이제 겨우 마흔셋인 발레리아의 욕망과 여성성을 거세한다. - P432

발레리아는 자신이 결혼이라는 늪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일기를 쓰면서 처음으로 깨닫는다. 남편 미켈레는 언젠가부터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런 애칭을 애틋하게 생각했지만, 일기를 쓰면서 발레리아의 생각이 변한다. - P432

『금지된 일기장』은 1950년대 배경이지만, 지금도 독자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독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그런 감정을 더욱 강하게 느낄 것이다. 무려 70년 전에 출간한 소설이지만, 『금지된 일기장』에 묘사되는 갈등은 지금도 유효하다. - P433

극 중 발레리아의 공책이 ‘금지된 일기장‘인 이유는 두 가지다. (중략).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에는 담배 가게와 문방구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일요일에는 담배 가게에서 담배 이외의 상품판매를 금지하는 법이 있었다. 발레리아가 일기장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순간이 하필 일요일이어서, 일기장은 ‘금지된‘ 품목이었다.  - P433

또한 이렇게 구입한 일기장에 그때까지 자기 자신에게조차 숨기고 있던 욕망과 상실감을 털어놓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에서 금지된 일기장이기도 하다. - P434

줌파 라히리는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이 되고, 개인적인 문제가 세분화되고, 작가는 자신의 독자가, 독자는 자신이 읽는 글의 작가가 된다"고 했다. 일기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뒤섞는 모호하고 유연한 용기라는 것이다. 라히리는 "일기는 가장 사적인 형태의 글쓰기이지만, 『금지된 일기장』에서처럼 그 자체가 소설의 구조가 될 때 그 본질을 부정한다"
고 했다. 세스페데스는 영리하게도 일기라는 형식을 선택함으로써, 가장 내밀한 사유를 지극히 자연스럽게 공론화했다. - P4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rologue-프롤로그


이 나라의 왕가는 모계였다.
(중략).
사위가 되는 경우는 국내 귀족이거나 다른 나라의 왕족 등으로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귀한 혈통이어야만 한다.
다만 딱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바로 용사다. - P4

누가 용사가 될지는 사전에 알 수 없었지만, 예언자라 불리는 인물에 의해 인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언자는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예언만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정체는 알 수 없다.
이번에는 4년 전, 국내의 한 작은 마을에 나타나 용사의 출현을 예언했다. - P5

나는 이 나라의 왕녀 알렉시아. 용사에게 바치는 포상이다. - P5

솔직히 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물론 레온은 누가 봐도 훌륭한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나의 혼인에 내 의지는 개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용사가 누가 되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일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면학, 검술, 승마 등에 힘쓰며 주위 사람들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왔지만, 그런데도 자신의 장래를 스스로결정하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이 나라의 공주라는 것은 저주나 다름없는 존재다. - P6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용사에게 걸어가 말했다.
"용사님, 마왕을 쓰러뜨리고 세상을 구해 주세요. 저는 당신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아직 열두 살이라 조금 어리지만 예뻤고, 어떻게 행동하면 상대가 기뻐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를 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본심이지만, 귀환을 기다린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 P7

"하지만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 주세요."

4년 뒤 용사는 선언한 대로 마왕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P8

-광장에서

"용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그야 물론 마왕을 쓰러뜨려 줬으니 고마운 사람이죠.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용사님 덕분이니까요."
"검도 쓸 수 있는 데다 공격 마법이나 회복 마법도 쓸 수 있었다고 하잖아요. 대단하신 분이었겠죠. 돌아가셨다는 말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중략).
"나는 말이지, 검성이 좀 수상한 것 같아. 어쨌든 백작님이시간아? 차기 국왕 자리를 노리고 처리해 버린 거 아닐까? 용사만 없으면 왕녀님이랑 결혼하는 건 검성이라고 들었거든. 아차, 이 이야기는 비밀로 해 줘. 나중에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니까."
"현자님과 성녀님이 소꿉친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현자님은 성녀님을 좋아하셨던 게 아닐까요? 하지만 성녀님의 마음이 용사님을 향해 버린 거죠. 그래서 현자님이 용사님을 무심코 죽여버린 걸지도 몰라요." - P10

"평민 출신이었다잖아요. 아무래도 귀족분들이 그 부분을 안좋게 생각하신 거 아니겠어요? 돌아오면 왕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평민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싫으니까 누군가에게 명령해서 용사님을 죽여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 P11

레온의 장

"그 녀석은 친구였다."
용사 아레스와의 관계를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 P12

레온 뮬러. 검성 레온으로서 칭송받고 있는 그는 일찍이 용사 후보의 필두이기도 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다만 그 녀석과 만나기 전까지 나에겐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인간이 없었지. 나름대로 신분이 높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니까.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면 인간관계는 위나 아래밖에 없어. 존경하거나 존경받거나, 만난 인간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게 되지. 꽤나 저질이지? 귀족이란 원래 그런 거다." - P12

-지금도 존속하고 있는 팔룸 학원은 용사 육성 기관으로 명망이 높았지만 귀족만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은 아니다. 오히려 실력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
"지금은 그렇지...……. 당시는 달랐어. 설립 당초의 이념은 유명무실해지고 귀족 자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기관으로 전락해 있었다. 물론 돈만 있으면 입학이 가능했으니 표면상으로는 입학에신분은 필요 없었지만, 굳이 그런 곳에 들어가려는 괴짜는 거의없었지. 강해지고 싶었다면 사설 학원에 들어가거나, 유명한 검사의 제자가 되거나, 모험가로서 경험을 쌓거나,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 P13

-첫만남은 어땠나?
"잊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도 꿈에 나올 정도다. 쳐다보며내던지듯 이렇게 말했지. ‘넌 용사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
-아레스는 뭐라고 대답했지?
"그럼에도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민에게 말대꾸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난 격분했지. 그 자리에서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보고 있던 교원이 뜯어말렸어. 학원 안에서 칼부림 사태가 나는 건 곤란하다면서, 교원들도 일면으로는 그 녀석을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 해도 죽이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 거겠지." - P14

"수업 모의전에서는 이기거나, 아니면 본인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싸웠다. 자잘한 상처 정도로는 포기하지 않았어. 교원을 상대할 때도 늘 진심으로 맞섰다. 가르쳐준 내용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해가 될 때까지 교원이나 동급생에게 물어댔지. 검을 휘두르는 반복 연습은 밤늦게까지 했었고."

-그 정도라면 열심히 하는 학생,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용사의 일화라기엔 오히려 약하다.

"열심히 한다는 수준이 아니야. 그 녀석에게는 휴식이라는 개념이 없었어. 자유 시간을 전혀 갖지 않았지. 모든 시간을 용사가 되기 위해서만 사용했다. 그 녀석은 잠을 잔 게 아니야. 움직이는데 한계가 와서 쓰러져 있던 것뿐이지. 평민이라는 이유로 집적거리던 패거리도 금세 그 녀석에게 손을 대지 않게 됐지. 누가 보기에도 정상을 벗어난 집념이었으니까." - P15

-확실히 졸업할 때 아레스는 수석이 아니었다. 수석을 한것은 레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수석을 할 수 있었던 건 백작의 아들이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왕족이 있었다면 그 녀석이 수석을 차지했겠지. 뭐, 물론 난 그에 상응할 정도로 성적도 우수했지만."
레온이 씨익 웃었다. 거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미소였다. - P16

-확실히 많은 희생자가 나온 탓에 마인의 강함이 더욱 강조되었고, 그렇기에 학생 신분으로 마인을 격퇴한 용사들의 용감함이 두드러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마인은 마인 중에서는 강하지 않은 편이었어. 그저 교활했을 뿐, 용사가 될지도 모르는 학생을 죽여서 낮은 리스크로 공적을 세우려는 속셈이었겠지. 교원들이나 기사들도 우리를 지키면서 싸우지 않았다면 조금 더 선전할 수있었을 거다." - P17

-성녀 마리아, 현자 솔론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려진 용사파티의 멤버다. 하지만 이때 그들은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 아레스는 어떻게 했나?
"그 녀석은...... 마인을 보자마자 모두에게 도망치라고 지시했다. 굳어있지 말고 흩어져서 도망가라고, 승부조차 해보지 않고 도망치라니, 겁쟁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지시에 따른 학생들은 살아남았고, 맞서려던 녀석들은 죽었다." - P18

-처음으로 용사들의 파티가 기능한 싸움이었나?
"말만 들으면 참 쉽게 들리는데, 싸우는 와중에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우리의 공격이 효과가 있는지 어떤지도 몰랐으니까. (중략).
나중에 알아차린 사실인데, 그 녀석은 수업 모의전 때부터 이런 전투를 상정하고 있었던 것 같아. (후략)." - P19

-목숨을 구해 줘서 친구라고 생각한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레온은 허공을 응시했다.
"나는 그때 ‘아, 이 녀석이야말로 용사다‘라고 생각했다. 변명하는 건 아니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마인에게 가장 큰 대미지를 입힌 건 나다. 실력만을 말하자면 역시 내가 그 녀석보다는 강했어.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야. 용사에겐 당연히 힘이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물론 신분 따윈 전혀 상관없어. 용사는 그 본연의 자세가 중요하다. - P20

-어째서, 용사는 죽었나?
"그것이 아레스라는 남자의 운명이었겠지. 그뿐이다." - P20

-fragment 1------단장 1



학원에 입학한 직후, 교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넌 용사가 될 자격이 없다."
금발에 옷차림도 체격도 좋은 청년이었다. 푸른 눈이 인상적이고 얼굴 생김새도 단정했다.
"그래도 난 용사가 되어야 해."
내가 그렇게 답하자 청년은 분노하며 허리의 검집에 손을 올렸다. - P22

그가 용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되길 바랐다.
"레온이 용사가 되어 준다면 나는 용사가 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 P22

전사반 교원은 나이에 의한 쇠약과 부상 등으로 은퇴한 전직 기사들이 많았지만 실력은 확실했다.
귀족 계급의 반 아이들을 좀 더 편애했기에 그들이 나에게 직접 지도해 주는 일은 적었지만, 수업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호의적인 교원은 적었어도 모르는것을 질문하면 대답해 주었다.
그 가르침을 머리에 넣어두고 학원의 교사 뒤편 등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 P23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검을 휘두를 때 낭비되는 움직임이 많았다. 정식으로 검을 배우고 온 것이 아니니 당연하지만, 쓸데없는 동작이 많았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레온의 검은 이상적이었다. 검선이 마치 실을 자아내듯 아름다운 군더더기가 없다. - P23

한 번은 실수로 반에 검을 두고 왔는데, 그 검을 다른 반 아이가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던 적이 있었다.
"너 같은 평민 따위에겐 과분한 검이야. 내가 써줄게."
반 아이는 그렇게 말했고, 주위에 있던 다른 반 아이들도 웃으며 그 말에 동의했다.
"그건 소중한 검이야. 돌려주면 안 될까?" - P24

그때 레온이 말을 걸어왔다.
"거기 있는 너, 검은 전사의 뭐라고 배웠지?"
레온은 내 검을 훔친 반 아이에게 추궁하듯 물었다.
"네.....? 그게...... 검은, 전사의 생명이라고......."
질문을 받은 남자는 횡설수설 대답했다.
"흐음, 그럼 네 목숨은 장물이냐?"
질문을 받은 남자는 흠칫 놀랐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전 그냥 장난으로…………….‘
"넌 장난으로 목숨을 갖고 노는 전사가 될 건가?"
그 물음에, 그 남자는 잠자코 나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 P25

반면 레온은 가차 없었다.
"나는 검은 전사의 생명이라고 했다! 그것을 남에게 빼앗기는일은 전사에게 있어 치명적인 실수! 남의 검을 빼앗는 짓도 한심한 일이지만 그것을 놔두고 온 넌 더더욱 한심한 놈이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그 이후, 나는 내 검을 절대 몸에서떼지 않고 들고 다니게 되었다. - P25

"레온의 검을 본보기로 삼았어."
"그런가. 난 그렇게까지 허접하진 않지만 날 제외하면 네 자세가 제일 낫다. 뭐, 다른 녀석들이 제대로 수련하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지만."
(중략).
다만 나와 레온 이외의 반 아이들이 성실하게 수업을 듣지 않았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들은 어설프게 실력을 키웠다가 마왕령으로 가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레온은 그 사실이 못마땅한 거겠지. - P26

2년 넘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을 휘둘렀는데도 지금 수준이다. 나의 재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괜찮아. 난 용사가 되어야 하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검실력을 올려두지 않으면 안 돼."
"왜 그렇게까지 용사를 목표로 하는 거지?"
레온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우리 마을에 예언자가 나타나서 용사의 출현을 예언했으니까. 내가 하지 않으면 달리 없어." - P27

그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왜 용사가 되겠다며 고집을 부린 거지? 나한테 맡기면 되잖아. 그러면 매일 혹독한 수행을 할 필요도 없었어."
(중략).
"용사라는 건 할 만한 게 아니야. 모두에게 원하지도 않는 기대를 받고, 마왕을 쓰러뜨리는 대역을 일방적으로 강요받으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해. 게다가 실패하면 세상은 끝이야. 이 정도로 수지가 안 맞는 장사가 어딨겠어." - P27

레온은 조금 주저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어제 아버지가 그러시더군. 용사 후보를 사퇴하라고."
"왜?"
레온의 아버지는 용사가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전황이 상당히 안 좋아. 도저히 마왕령에 침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마왕을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거다."
그렇구나. 정세가 안 좋아지면 마왕령에 들어간 용사를 지원하는 일도 어렵다. 지원이 없으면 사지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 P27

백작인 아버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게다가 그의 신변을 걱정해서 내린 결정이다. 레온은 도저히 그것을 배반할 수 없었다.
"내가 용사가 될 테니까 괜찮아‘
나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반드시 마왕을 쓰러뜨리고 올게. 그러니까 괜찮아."
"나보다도 약한 네가?"
레온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P28

한동안 내 얼굴을 응시하더니 레온이 말했다.
"흥, 잘난 척은, 평민이 뭘 할 수 있다고? 역시 마왕을 쓰러뜨리는 건 나다. 너 한 명에게 모든 걸 강요하고 뒤에서 태평하게 기다리는 짓 따위 나는 못 해. 평민의 손에 세계의 명운을 맡긴다는 건 내 긍지가 허락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나는 마왕령으로간다. 반드시 말이지." - P29

"내가 용사가 되면?"
"만에 하나라도 불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레온은 거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는 내가 네 파티에 들어가 주마." - P29

-fragment 2-----단장 2


나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기대를 받으며 자라왔다. 백작가의장남이라는 것은 그런 존재다.
우리 뮬러 가문은 왕국을 지탱해 온 기둥이자 왕국의 무의 상징이었기에 당연히 강할 수밖에 없었다. - P30

하지만 아무리 무가의 집안이라고 해도 검만 잘 쓰면 다 되는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가문에서 가장 검 실력이 탁월했던 것은 숙부님이었지만, 차남이라는 이유로 가문을 잇지는 못했다. - P30

숙부님은 마왕군의 침략을 받고 있던 마리카국을 돕기 위해 달려갔고, 그 용맹함을 가감 없이 발휘하여 마왕군을 격퇴하였다.
다만 도착이 늦어진 탓에 마리카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만약 아버님이 즉시 결단하고 직접 출진했다면 마리카국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 P31

진심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마음먹은 녀석이 없었다. 주위 인간들은 모두 자신이 싸우지 않아도 될 방법을 궁리하기 바빴다. 신분이 높아질수록 그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귀족이라면 더더욱 솔선수범해서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 P32

15살이 되어 팔룸 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용사를 육성하기 위한 기관 선택받은 귀족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용사를 목표로 하는 귀족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 P32

평민은 귀족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귀족이 귀족으로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
(중략).
"넌 용사가 될 자격이 없어."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격? 어째서 자격이라는 것이 있단 말인가. 누가 용사가 되어도 좋지 않은가. 하지만 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이 가짜 귀족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 P33

왜 말리지? 너희에게는 위기감이 없는 것인가? 귀족이면서 평민에게 구원받는다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인데도?
단언해도 좋다. 이 녀석은 진심으로 용사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런 녀석은 나 이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 P33

장래성이 있어 보이는 몇 명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용사를 목표로 하고 있나?"라고,
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용사는 당연히 레온 님이 되셔야죠."
아첨이 담긴 눈빛으로 그렇게 말한다. - P35

팔룸 학원은 용사를 육성하는 기관이다. 이곳에 입학한 이상 용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도 용사를 목표로 하지 않은 채 그것을 목표로 삼은 인간을 비웃는 일만큼 꼴사나운 짓은 없을 것이다.
아레스는 내가 검에 손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녀석은진짜였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귀족이고 이 녀석은 평민이니까. - P36

학원에서의 수업이 시작되었고 검술 모의전이 진행되자 아래스는 나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주위 인간들은 ‘평민 따위가 레온 님에게 상대를 청하다니 뻔뻔하다‘라면서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나는 받아들였다.
간단한 이야기다. 아레스가 나를 상대하지 않으면 달리 나를 상대할 사람이 없었다. - P36

아마 정식으로 훈련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실전에 막 투입된 모험가나 용병의 모습에 가까웠다.
이 시점에서 대단한 기량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검을 한 손으로 늘어뜨리고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힘을 빼면 몸이 가볍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져서 상대의 움직임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 - P37

아레스는 간격을 벌리자마자 바로 자세를 고쳤다.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온다.
그대로 내 공격 범위 안에 들어오기에 아래에서 베어 올리는 움직임을 취했다. 페인트였는데 보기 좋게 낚인 아레스는 과장된 방어 태세를 취했다. 그것을 보고 나서 양손으로 검을 다시 잡고 위에서 내려쳐 상대의 어깨에 일격을 넣었다.
탁! 하는 둔탁한 감촉이 팔에 전해졌다. 연습용 목검이니 베이지는 않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타격은 있을 것이다. - P37

"아직도 계속할 건가?"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누른 아레스는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계속해."
좋은 대답이다. 나중에 성직자반 아이들의 딱 좋은 연습대가 될 것이다.
아레스는 두 번의 시합을 거치고 반성했는지 움직임을 줄이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 P38

그 후의 모의전에서도 아레스는 나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솔직히 아레스는 반에서도 약한 편이었다.
자세는 어설펐고 움직임에 낭비도 많다. 다만 실전 경험이 있는 것인지 다른 학생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기백, 혹은 살기 같은 것은 보였다.
그렇다 보니 무슨 짓을 해 올지 알 수 없었다. 검 승부인데도 발길질을 해오질 않나, 검을 손에서 놓고 덤벼드는 일도 있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천한 녀석이다‘라며 비난을 받았지만, 그 녀석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무슨 짓을 해서든 이기겠다는 집념뿐이었다. - P39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아레스를 눈으로 좇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다. 모든 시간을 실력을 향상하는 데에만 소비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교본을 다시 읽고, 넉넉한 시간이 있으면검을 휘둘렀다. 쉽게 말해 다른 인간에게 시간을 쓸 틈이 없었던것이다.
학원 수업이 모두 끝나면 그는 교사 뒤편에서 검을 휘둘렀다. - P40

얼마 지나지 않아 아레스에 관해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성직자반인 마리아 로렌을 좋아해 수차례 고백했다는 소문이었다.
‘웃기는군.‘
나는 그저 웃고 넘겼다. - P41

그리고 몇 달이 더 지나자, 이번에는 솔론 바클레이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멍청한 녀석이라니까요. 용사가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있을 거라 믿다니."
반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며 그 녀석을 헐뜯었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연금술의 기본개념


A. 서론

연금술은 18세기에 이르러 점차 자가당착의 어둠에 빠져 쇠퇴했다. - P15

연금술의 내적인 붕괴는 이미 야코프 뵈메Jacob Böhme의 시대인 17세기에 활발하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때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실험실을 떠났고 애매모호한 철학을 완전히 포기했다. 화학자는 연금술사와 분리되었다. - P15

관찰자가 질료에서 보고 인식했다고 믿는 것은 자신이 그 안에 투사한 것이며, 그것은 처음에는 그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그러한 사실들의 정신적 성질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질료가 외관상으로 드러내는 특성과 의미 가능성만 보고있는 것이다. - P16

 16세기 말에 피시카quoka (물질적인 것, 신체적인 것das Physische)와 미스티카uouké(신비적인 것das Mystische)가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본질적으로 보다 더 환상적인 종류의 문헌이 나타났고, 그 저자들은 ‘연금술적 변화 과정의 심적 성질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다. - P16

B. 연금술 과정의 여러 단계

이미 알고 있듯이 연금술은 하나의 화학적 변화 과정이다.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연금술은 많은 교시敎示를 내린다. 비록 연금술사두 명이 실험 과정의 좀 더 정확한 경과와 변화 단계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더라도, 대부분의 연금술사들은 그 주안점에서 서로 일치했다. - P17

 헤라클레이토스 시대에 이미 언급된 원래의 색色, 자연 그대로의 색은 검게 함(흑화黒化melanosis, Schwärzung), 희게 함(백화白化, leukosis, Weißung), 노랗게 함(황화黃化, xanthosis, Gelbung), 붉게 함(적화赤化, iosis, Rötung)‘으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분류를 철학의 4분법이라 한다. 후에, 그러니까 15,
16세기에 와서 네 가지 색은 세 가지 색으로 축소되었다. - P17

연금술의 과정이 바라던 목표에 이른 적이 없고 또한 개별적인 부분에서 그 과정이 결코 전형적으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계 분류상의 변화 또한 외부적인 이유로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사위일체와 삼위일체의 상징적인 의미, 그러니까 내적이고 정신적인 이유와 관계가 있다.⁴ - P18

1. 연금술의 기본 기념

4 이것은 도른Dorn (도르네우스Gerardus Dorneus)의 저서에 분명히 나와 있다. 그는 삼위일체의 관점에서 완강하게 사위일체, ‘뿔이 네 개 달린 뱀‘과 맞섰다.
『심리학과 종교Psychologie und Religion』(『기본 저작집』 4권, 82쪽 이하) 참조. - P293

검음黒化, nigredo (그림 115)은 ‘원질료原質料, prima materia (제1의 물질)‘
나 혼돈, 혹은 ‘혼돈의 덩어리massa confusa‘의 속성을 지닌 시초의 상태이며 원래부터 있었거나 원소들을 분해 (용해solutio, 분리separatio, 분할divisio, 부패putrefactio)함으로써 생긴다. 때때로 일어나듯이 처음에 분리된 상태를 전제로 한다면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합일이라는 비유(결합coniugium, 결혼matrimonium, 융합coniunctio, 교접coitus)에 따라 대극의 합일이 이루어진다. - P19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이것으로 목표가 성취된 것처럼높이 칭송하였다. 하지만 은이나 달의 상태는 태양의 상태로 더 고양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백화‘는 여명이다. 루베도rubedo [붉어짐Rötung]가 되어야 태양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붉어짐rubedo‘으로 넘어가는과정에서 황화黃化, citrinitas가 된다. 이미 언급했듯이 노랑은 후에 언급되지 않는다. - P21

C. 목표로 하는 표상들과 그 상징

변화 단계들의 순서는 연금술사 개개인이 목표로 하는 표상Zielvorstellung에 달려 있다.  - P21

‘원질료‘의 개념과 나란히 물(영원한 물aqua permanens)과 불(우리들의 불ignis noster)의 개념도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원소는 대극적이며 심지어 전형적인 대극쌍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술사들은 물과 불이 하나임을 증언한다.⁶ ‘원질료‘처럼 물도 수많은 이름을갖는다⁷; 물은 돌의 근원적 물질이다.⁸ - P23

6 Rosarium, in Artis auriferae quam chemiam vocant, Basel, 1593, II, p.264.
‘영원한 물aqua permanens‘은 ‘불의 형태를 한 순수한 물‘이다. Riplaeus, Operaomnia chemica, p. 62: "공기의 혼Luftseele은 우리 철학의 비밀스러운 불, 신비한 우리의 기름, 우리의 물이다." Figurarum aegyptiorum[Ms.], p.6: "현자(철학자)의 물은 불이다." Musaeum hermeticum, p.653: "우리의 물에서는 불이추구된다." Aurora consurgens, I, XI장, 여섯 번째 유비 [von Franz 발행]: "세니오르Senior가 말하기를: 만일 그들이 불로 이루어진 신적인 물을 추출하려고 한다면, 물로 이루어진 불로 데워야 한다. 이때 그들은 목표에 이르기를 기대했는데, 어리석은 자의 우둔함 때문에 비밀로 하였다." Aurora, II, in Artisauriferae I, p. 212: "세니오르가 말하기를: 우리의 불은 물이다." 앞의 책, p.
227: "즉 철학자는 물을 통해서, 보통 사람들은 불을 통하여." (라틴어 원문은「전집』을 보라.)7Zosimos, in M. Berthelot, Collection des anciens alchimistes grecs, Paris,
1887/88, III, LII, 2.
8 Turba, in Artis auriferael, p. 13. Consilium coniugii, in Ars chemica, p. 121:
"돌은 생명력 넘치는 분수에서 솟아나는 물이다." - P294

 하지만 나는 ‘철학자(현자)의 물‘을 말한다. 단순한 것이든 복잡하게 합쳐진 것이든 비천한물이 아니라 메르쿠리우스의 물aqua Mercurialis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천한 메르쿠리우스는 철학자(현자)의 메르쿠리우스와는 다른 것이지만 그 둘은 철학자(현자)의 물이다. 전자의 <물>은 단순하고도 순수하다. 후자의 물은 두 가지 실체, 다시 말해광석과 단순한 물로 이루어져 있다. - P24

(전략).

물에 대한 이와 같은 역할은 불에서도 증명될 수 있다. 그 중요성이결코 적지 않은 그 밖의 개념은 변화시킬 실체들을 담은, 근본적으로는 증류기나 용광로(그림 119)와 다름없는 연금술의 그릇vas Hermetis 이다. 비록 도구에 불과하지만 그릇은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원질료‘,
그리고 라피스Lapis와 고유한 관계를 맺는다. - P26

 예언녀 마리아Maria(『기본 저작집』 5권의 그림 78)는 완전한 비밀은 신비로운 그릇을 알아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릇은 하나다Unum est vas‘라는 말은 항상 강조된다.¹³ 그 그릇은 우주를 모방하여¹⁴ 완전히 둥글어야 한다.¹⁵ 그 안에서 별들이 작업이 성공하도록 영향을 끼쳐야 하기 때문이다.¹⁶ 그것은
"현자(철학자)의 아들filius philosophorum, 기적의 돌을 품고 있는 일종의
‘모체matrix‘ 내지는 ‘자궁uterus‘이다(그림 120).¹⁷ - P27

13 예를 들어 ‘어떤 원 혹은 그릇 안의 어떤 것‘(Scholia zu Hermetis TrismegistiTractatus aureus, in Bibliotheca chemica, I, p.442),
14 ・연금술의 그릇은 자연의 그릇의 전형에 따라 구성되었다. 우리는 전체 하늘과 원소들이 하나의 구형形體들을 닮았고 그 중심에 하위의 불의 열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우리의 불을 우리의 그릇으로부터 밖으로 옮겨서 그 그릇의 둥근 바닥 중앙 아래로 옮겨야만 했다. 마치 자연의 태양처럼." (Dorneus, Physica Trismegisti, in Theatrum chemicum Britannicum,
1602, I, p. 430 "그릇은 상위와 하위를 모방하여 둥글게 만들어졌다." (Liberquartorum, in Theatrum chemicum, V, pp. 148,150) 라이첸슈타인(RichardReitzenstein, Poimandres, p.141)은 논문 Isis an Horus (Berthelot, 앞의 책, Ⅰ.
XIII, 21)에서 합당하게도 천사의 머리 위에 있는 "기적의 그릇"을 Porphyrius에 있는 Chnuphis의 머리 위의 쿠클로스 디스코에이데스Kirklas dlokoedis (원반형의 관원)와 비교하였다[그림 203].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15 그렇기 때문에 "구 혹은 원 모양을 한 유리 집" (Epistola ad Hermannum, inTheatrum chemicum, V, p.896) "그릇(용기)vas"은 "우리가 여과기라고 부르는 둥근 구"이다. Allegoriae super librum Turbae, in Artis auriferae I, p. 144.
이미 그리스 연금술에서 이러한 사상이 등장하였다. 예를 들면 Olympiodor(Berthelot, Alchimistes Grecs, II, IV, 44,Z.17~18), "그릇vas은 하나의 오르가논쿠클리콘opyavov KUKIKóv (둥근 기구), 하나의 피알레 스파이로에이데스apaupoelong (구형의 그릇)이다.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16 ・우리의 그릇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질이 천상의 물체들에 의해 지배받도록, 그렇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천체에 의한, 눈으로 볼 수 없는 천상적 영향과 각인은 무엇보다도 작업에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Dormeus,
Congeries Paracelsicae chemiae, in Theatrum chemicum, 1602, I, p. 574)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17 ‘모체matrix‘로서의 ‘그릇vas‘(Riplaeus,Opera,p.23). In Turbam philosophorumexercitationes, in Artis auriferae I, p. 159; Aurora, II, in Artis auriferae I. P.
203; Consilium coniugii, in Ars chemica, p.204 등등. - P295

나는 여기서 더 이상 그릇의 수많은 동의어들을 나열하지 않겠다.
그릇의 확실한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면충분하다. - P28

부는 여러 가지 상이한 작업들에 대한 상세한 목록을 작성한다. 연금술사면서 의사였고 외교관이었던 조세푸스 쿠에르케타누스JosephusQuercetanus는 프랑스와 프랑스어를 사용한 스위스 지방에서 파라켈수스Paracclsus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1576년에 열두 가지 작업의 순서를 정립했다(그림 122).²¹ 열두 가지 작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침전, 석회화 Calcinatio
2. 용해 Solutio
3. 원소 분리 Elementorum separatio
4. 결(융)합 Coniunctio
5. 부패 Putrefactio
6. 응고 Coagulatio
7. 공양 Cibatio [영양공급]
8. 승화 Sublimatio
9. 발효 Fermentatio
10. 고양 Exaltatio [혹은 순화純化]
11. 증가 Augmentatio
12. 투사 Proiectio - P28

21 Ad Iacobi Auberti Vindonis De ortu et causis metallorum contra chymicosexplicationem, in Theatrum chemicum, 1602, II, p. 198 lot. - P296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대강의 특징들에서 나타난 이러한 개념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연금술의 기본 틀이다. 근대의 화학적 지식을갖춘 우리로서는 그와 같은 것을 거의 혹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고대와 중세에 살았던 조상들의 원전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수백가지의 처방들을 열심히 이해하려고 든다면 우리는 거기서 비교적 식별할 만한 화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을, 작지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P30

(전략). 더욱이 그는 놀라운 실험 결과에 대해 적잖이 증명된 오랜 전통을 회고할 수 있었다.²² - P30

22 심지어 G. Meyrink (20세기)는 연금술 방법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 자신의실험에 관한 주목할 만한 보고가 다음의 책 서문에 있다. Thomas Aquinas:Abhandlung über den Stein der Weisen, München, 1925,p.XXIX 이하. - P296

2. 연금술 작업의 정신적 특성


A. 정신적 내용의 투사

대체로 연금술의 작업Opus에서는 화학적 실험뿐만 아니라 화학 용어와 유사한 언어로 표현되는, 일종의 정신적인 과정을 다루고 있다.¹
고대인들은 화학적 과정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 P32

12. 연금술 작업의 정신적 특성에볼라 (J. Evola, La Tradizione ermetica, Bari, 1931, p. 28 이하)가 말하기를 "전근대적인 문화 주기 안에 있는 인간의 정신 상태는 이러했다. 즉, 모든 물리적지각은 동시에 정신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다. 정신적인 요소는 그 지각에
‘심혼을 깃들게 하고 단순한 상에 부가적으로 하나의 ‘의미‘를 주고 동시에하나의 특별하고 막강한 감정적 색조를 부여했다. 그러므로 고대 물리학은 신체적인 의미의 물질 속에 있는 물리학에 형이상학적인 실재들 측면에서 조명함으로써 동시에 신학이고 초월적인 심리학이었다: 자연과학은 동시에 하나의 정신과학이었고, 상징들의 여러 가지 의미는 하나의 유일한 지원의 다양한측면들을 파악했던 것이다." - P296

 이러한 차이에 관한 인식은 1세기에 발표된 (위爲) 데모크리토스(Pseudo-)Demokritos (데모크리토스라고 불리는 자)의 논문 「신체적인것과 ‘철학적인 것‘t puouké kai tà puouka」에 이미 표현되어 있다. (중략). 연금술사가 분명한 화학적 과정을 상징적으로만 적용하려고 한다면 왜그는 도가니와 증류기로 실험을 했겠는가? 그리고 그가 항상 그렇게확실하게 화학적 과정들을 기록하려 한다면 왜 그는 그 과정들을 식별 불가능할 때까지 신화적으로 상징화시켜 왜곡시키는가? - P32

비밀주의는 쉽사리 믿어버리는 사람들의 악용을 막을 명백한 목적을 가진 속임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연금술 전체를 이런 측면에서설명한다면 내 생각에는 다음 사실과 모순된다. 즉, 익명으로 쓰고 인쇄된 자세하고도 박식하며 양심적인 논문들이 적잖이 있다는 사실이다. - P34

투사Projektion는 엄격히 말해 결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이다. 즉, 투사는 발견된다. 나는 내가 모르는 외부적인 것 속에서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나 자신의 고유한 내면의 것, 혹은심적인 것을 발견한다. 따라서 내 생각에는 "도덕적 즉, 심리적인 만큼 육체적tam ethice quam physice"이라는 공식을 ‘상응설相應說, die Lehre derEntsprechung"에 귀착시켜 그에 "앞선 것prius" 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 P35

그가 실제로 체험한 것은 본인의 무의식이었다. 그는 그럼으로써 자연 인식의 역사를 반복했다. 잘 알려진 대로 학문은별에서 시작되었다. 인류는 별에서 인류의 무의식의 지배적 특성들,
이른바 ‘신들Götter‘을 발견했다. - P36

(전략).

저자는 계속 말했다:

"모세가 기록한 책에서 말하기를: 육체가 해체되면 흔히 두개의 가지가 나타난다. 때로는 세 개 혹은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파충류의 형상이 나타날 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와 모든 사지를 지닌 인간이 강단 위에 앉아 있는 것 같다."⁷

위에 소개된 두 글에서 보는 것처럼, 호겔란데의 설명도 실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환각, 혹은 환상적 지각들이 일어났음을 증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름 아닌 무의식 내용의 투사였던 것이다. - P41

7 De Alchemiae difficultatibus, in Theatrum chemicum, 1602, I, p. 164 018[번역] 비슷한 것이 Philalethes. Introitus apertus, in Musaeum hermeticum,
p. 687: "대지는 탐욕스러운 생산력을 지니고 있어 항상 무엇인가를 생산한다: 대개 당신은 유리그릇 안에서 새 혹은 동물, 혹은 파충류를 본다고 믿는다."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강단에 있는 남자는 분명 헤르메스-환상Hermes-Vision과 관련된다. 헤르메스-환상에 대해서는 고논문 SeniorisZadith filii Hamuelis Tabula Chymica, p. 1 이하(그림 128)에 나와 있다. 세니오르Senior Zadith는 10세기 아랍인 저자였다. 여기에 묘사된 노현자의 모습무릎에 비밀서를 갖고 있다 은 Poliphile의 권두화로 실렸다(기본 저작집』 5권의 그림 4). 이런 종류의 가장 오래된 환상幻 Vision은 크라테스Krates의 환상일 것이다. 크라테스의 책은 아랍어로 전해 내려오다 9세기에 지금의형태를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은 대부분 그리스의 전통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되었다. 베르텔로Berthelot의 번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프랑스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그런 다음 나는 강단 의자에 앉아 있는 인간 중에 가장아름다운 어떤 노인을 보았다. 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 판자를 들고 있었으며 판자 위에 책 한 권이 있었다. 그 노인이 누구냐고 물으니 사람들이내게 대답하기를 그는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인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토스Hermes Trismegistus 이며 앞에 있는 책은 인간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설명한 책 중의 하나다." (Chimie au moyen áge III. p.46 이하) - P297

연금술서의 저자들은 영적인 눈으로 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때 본 것이 고유한 의미의 환상인지, 혹은 은유적인 의미에서의 환상인지는 항상 분명하지않다. 그리하여 새로운 빛Novum humen』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은 자연을 통하여 지적인 철학자들에게 그림자 속에 숨겨져있는 것들을 드러나게 하고 그림자를 그것들로부터 벗겨내는 일을 허락한다. ... 이러한 모든 것이 일어나도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는 이것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예지적 오성의 눈과 상상력의 눈은 이것들을 진실한, 가장 진실한 관조로 파악할 수있다." - P42

9Musaeum hermeticum, p. 574 [Michael Sendivogius] - P297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 Tractatus Aristotelis』¹³에 연금술사의 심리학에 대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뱀은 지상의 어떤 동물보다 교활하다: 피부가 아름답다는 것때문에 뱀은 순진한 얼굴을 한다. 따라서 뱀이 물속으로 잠겨들면 착각에 의해서, 말하자면 어떤 <근본적 질료materia hypostatica)를 이룬다. 그곳에서 뱀은 자기의 신체인 대지의 세력들virtutes을 모은다. 매우 목이 마르기 때문에 뱀은 취할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신다. 뱀은 자신이 통합했던 자연을 철두철미하게 사라지도록 만든다. "¹⁴

뱀은 메르쿠리우스이며 그것은 ‘물‘에서 스스로 근본 실체Grundsubstanz(hypostatica)를 이루며 그것과 하나된 자연을 삼켜버린다(그림 130; 메르쿠어 분수에 빠진 태양, 태양을 삼키는 사자[그림 169] 가브리쿠스Gabricus를 자신 속에서 용해시킨 베야Beya). - P45

13 Theatrum chemicum, 1622, V, p. 884.
14 중요한 부분의 원문: "...마치 근본적 질료는 착각의 결과에 의하여 스스로 형성된 것으로 비유된다quasi Materia Hypostatica tingit se in aquam demersum perillusionem" 착각lusion은 ‘억누르다(demergere‘ 혹은 ‘형상화하다fingere‘와관계 있다. 전차가 올바른 의미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후자의 가능성을 택하였다. - P297

환상Vision들이 연금술의 작업에 연결된다는 사실은 꿈과 꿈의 환상들Traumvisionen이 연금술의 중요한 막간극, 혹은 계시의 원천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 P45

B. 작업에 임하는 정신적 태도

화학 작업과 정신적인 것의 관계에 대한 약간 다른 측면은 작자 미상인 다음의 인용문에 나타나 있다. "청컨대, 영적인 눈으로 낟알을 가진 작은 밀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라. 그러면 철학자의 나무를 심을수 있다." 등²⁸ (그림 131, 135, 188, 189,221 등등). - P46

28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 P298

『현자의 장미원에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그러니까 소금과 소금의 용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고대의 현자의 숨은 비밀을 안다. 너의 영Geist을 소금에 향하게 하라왜냐하면 오직 그(영) 안에만 (오직 그 자체에 있어서in ipsa sola,
정신mens에 관계됨) 모든 고대 철학자들의 가장 뛰어나고도 은밀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³²

만일 비밀이 소금과 관계 있다고 한다면, 여기서 우리는 이중의 활자 오식誤植을 가정해야 할 것이다. - P47

31 In Artis auriferae Il, p. 244, Ruska (Turba.p.342)가 15세기 중엽의 전자의 장미원Rosarium philosophorums을 간행됐다.
32 ‘그러므로 소금에 관한 너의 생각이나 다른 이에 대한 생각도 아님을 인정하라. 왜냐하면, 오직 그 자체에 있어서 모든 고대 철학자들의 작문, 탁월한 예밀과 최상의 신비로움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Poneerge menten team supsalem, nec cogites de alijs. Nam in ipsa sola occultatur scientia et ancanum praecipuumsecretissimum omnium antiquorum Philosophorum." Mangetus Bibliotheca chemicaII. p.95)는 "ipsa sola‘를 가지고 있다. Rosarimom phalosophomas.secundo pars22alchemiae de lapide philosophico, 1550년 초판. 또한 1593년에도 유스럽게도 나는 필사본을 얻지 못했다. - P299

실제로 연금술사들은 그들의 작업이 인간의 심혼과 심혼의 기능과어떻든 관계가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장미원』의 구절은 단순한 오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 P49

(전략).

룰리우스Lulius의 의견을 끌어들여 같은 저자가 말하기를 인간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철학을 두루 섭렵하기 전까지는 작업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 철학은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게 드러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감추어져 있고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돌은 속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심오한 우리의 철학에 속한다."⁴² - P51

41 De alchimiae difficultatibus, in Theatrum chemicum.p.206 - P299

끊임없이 주장되고 있는 것은 인간 오성(悟性, Versand(inems))의 중요성과 필요성이다. 그것도 이렇게 힘겨운 작업을 진행하는 데 보통의 지성 이상의 것이 필요한 때문만이 아니라, 질료도 변화시킬 일종의마력이 인간 정신에 내재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P53

그러나 그의 사고 과정은 이미 『플라톤의 4부작 논문Traktat der platonischen Tetralogien』라틴어로는 『플라톤의 제4서 Liber Platonis quartorum』-에서 여러 가지로 선취되었다. "실험자를 위한 지침으로 도른은 서로 상응하는 네 권의 ‘문헌들‘에 따라서 네 가지 등급을 설정했다.⁴⁹ - P53

48 Theatrum chemicum, V, p. 114 01.
49 앞의 책, p. 137. - P300

50 이 줄 앞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은 이러한 승급들Erhohungen을 원소들과 비교할수있다."(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51 책에 반드시 분리하고 준비해야 한다quid separetur et pracparetar"라고 나와 있다. ‘분리separatio‘ 혹은 ‘용해solutio‘는 원료가 원소들로 분해되는 것과 같다.

52 본문에서 이르기를 아니마의 찬양, 자연으로부터 자가분리, 그리고 자기 자신의 물질로부터 자기영성과 자기변환에 관한 책liber in exaltatione animac,
cun sit separatio naturae, et ingenium in conversione sua a materia sua." "아니마nina"
는 그것의 체에서 분리된다separatio, 아니마는 자기 고유의 물질 안에서 변화되어야 할 ‘내재적 ingenium‘ 특성 혹은 ‘혼Seele‘이다.

53 "이성이 실제로 진리로 이끈다."(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54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의 준비와 같으며, 단순에로의 자연적 회귀이다. 그리고 이 준비 작업은 최고의 진정한 지성애로 인간을 동화되게 하기 위하여 자연이 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Est sicut praeparatio totius,
et conversio naturae ad simplexet necesse est in eo elevari ab animalitate, plus quamnatura, ut assimuletur pracparation(e) ipsis intelligentiis, altissimis veris." 그러므로지성에 주작업이 주어진다. 즉, 그것은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는 승화이다. 이단계에서는 자연Natur이 단순한 것으로 변한다. 그것은 그 특성에 맞게 영들Geister, 천사들과 영원한 이념Idee들과 동류의 것이다. 두 번째 줄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하는 것은 불이다. "불은 모든 원소들의 우위에 있으며 그 안에서 작용한다qui est super omnia clementa. et agit in cis." 세 번째 줄에서는 변환된 자연의 에테르 같은 영묘한therische 형태이고 네 번째 줄에서는 전 과정의 목표이다. - P300

투사로 인해 연금술사의 정신Psyche 과 비밀 및 변환의 실체, 즉 질료에 사로잡혀 있는 영Geist 사이에 무의식적 동일성이 생긴다. 그러므로『제4서』는 변환의 그릇으로 "후두골occiput" 즉, 인간의 두개골의 뒷부분(5권의 그림 75 참조)을 사용할 것을⁶⁸ 추천하였다. 왜냐하면 두개골뒤쪽에 사유와 지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림 135).⁶⁹ - P59

68 "네가 만일 외적인 작업을 적용한다면, 너는 ‘뒷머리Occiput(지성)‘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너는 발견할 것이다."(앞의 책, p. 124.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이러한 판독은 내가 아직 아라비아 원전을 입수하지 못한 상태여서 그런 유보하에서만 유효하다.

69 "두개골은 순수하고, 인간 내부에 있는 작은 뼈이며, 사유와 오성이 살고 있는그릇(용기)이다." (위에 기술한 곳, p. 124. 라틴어 원문은 『전집』을 보라) - P301

이러한 사고 과정의 전제는 유추 Analogic의 인과적 작용이다. 즉, 정신Psyche 안에서 다양한 감관적 인지로부터 관념의 단일성과 단순성이생성되듯이, 결국 최초의 물에서 에테르적 실체인 불이 생기는데바로 이 점이 결정적인 것이거니와 단순한 유추로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상태가 질료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생성된다는 점이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