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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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들끼리만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음 좋겠다. 그들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낙원이고 천국이겠지. 지옥같은 삶을 견뎌낸 무영의 등을 가만히 보듬고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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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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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접하면 항상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굳이 성선설과 성악설을 따지면서 깊이 생각하면 머리만 아플 뿐이라 그냥 세상에는 이런 악마 같은 자식도 있구나 하고 넘기고 싶지만,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뭐, 알아채더라도 어쩌겠는가. 얽히지 않도록 멀리 피할 수밖에.

이 책은 사람의 마음에 드리워진 어두운 감정과 고통을 사회 심리 스릴러 장르로 탁월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건이 일어난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단 등장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차식 화자 서술 방식 덕분에 인물들의 내밀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더욱 깊이 느껴진다.

첫 번째 화자인 태연은 고등학생 딸을 둔 재희의 엄마이자 변호사이다. 태연과 서영은 30년 지기 친구로서 서영에게는 해준이라는 아들이 있다. 재희가 해준의 아이를 임신하여 갑작스럽게 계류 유산을 하고, 태연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재희를 추궁한 결과, 해준이 억지로 관계를 맺은 거라는 걸 알아내고 태연은 서영을 찾아가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서영은 오히려 재희 탓을 하며 돈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집으로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하는 해준이를 보며 태연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딸이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것과 서영이 보여준 태도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어쩔 수가 없다.


page.157 ˝죄책감과 미안함은 사랑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미안하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랑으로 바뀌진 않았다. 그림자가 짙어진다고 해서 빛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2장의 화자는 지완과 수완의 엄마이다. 지완은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하고 성격까지 좋은 집안의 자랑거리이자 장남이다. 반면에 수완은 운동을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아들이다. 어렸을때부터 형에게 비교당하면서 성장한 수완은 어딘가 그늘이 져 있고 위축되어 있다. 수완이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 검거당해서 수완의 변호를 수임하게 된 태연은 그 날의 진실을 알게 되고 형제들의 엄마를 설득하기에 이르르지만 엄마는 진실을 드러내기를 완강히 거부한다.

인물들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지완은 어쩌다 악마처럼 변하게 된 것일까? 동생을 도구처럼 이용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내면에 공허함이 가득한 아이. 지완 같은 인물이 나중에 사회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다닐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완을 향한 엄마의 무모한 사랑은 결국 인간이 어떻게 파괴적으로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뉘우친 해준이와 극명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는 지완의 범죄자적인 성향이 섬뜩하면서도 슬프다.

작품 후반에 재희가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에 데려오는 장면이 참 인상 깊다. 비록 철없는 행동으로 임신을 하고 유산을 했지만 죄책감을 느끼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재희의 마음이 느껴졌다. 재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곁에서 꿋꿋이 재희를 기다려 주고 믿어 주었던 엄마, 태연의 역할이 크다. 이 소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장 유대가 강해야 할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가족끼리 벌어지는 그 내밀한 이야기들과 지완의 섬뜩한 행동과 발언들이 그 자체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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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혼자 살지 않는다 - 고양이 행동심리컨설턴트가 전하는
정효민 지음 / 가나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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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외동묘를 키우는 가정이든, 다묘 가정이든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가정이 있을까 싶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가정이든 조금씩의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를 그냥 방치하고 넘길 것인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것인지는 보호자의 의지에 달린 것 같다. 고양이 두 마리 집사인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꽤나 괜찮은 보호자임과 동시에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을 케어 잘하는 집사라고 여겨왔는데, 이것이 큰 착각임을 알고 조금의 충격을 받고 잠시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다행히 이 상태는 금방 지나갔고, 정신을 차리자 좀 더 이 사실을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와 자책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 책은 고양이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길잡이이자 초보 집사가 자주 겪는 실수를 바로 잡아주는 실용서라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는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한 동물이다. 함께 살면서 보호자와의 관계는 물론,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에서 불화가 발생한다면 같이 사는 동안 아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도 동거인과의 관계가 불편하면 갈등을 빚는 것처럼 말이다. 고양이가 내면의 불안과 스트레스, 긴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이 문제 행동의 종류를 나열하고, 이런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하며 솔루션을 제시한다. 고양이가 갑자기 물거나 하악질을 하는 것이 그냥 예민한 고양이라서라고 생각하는가? 고양이의 이런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것은, 외동묘 가정과 다묘 가정의 고양이를 상황별로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고양이 한 마리만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는 당연히 고양이와 보호자와의 유대감이 중요하며, 다묘 가정에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이러한 두 가지 상황에 대하여 비교, 분석하고 예시를 들어 설명하니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합사를 고민하고 있는 보호자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외동묘 보호자는 혼자 있는 고양이가 안쓰러워서 입양을 생각하고, 다묘 가정 역시 길냥이나 지인들의 고양이를 임보 차원에서 한 마리 더 데려오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서 합사는 정말 신중히 결단 내려야 할 문제이다.

의외였던 점은, 학대당한 고양이 못지않게 잦은 파양과 임보처를 전전한 고양이 역시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사람과의 관계에 기대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를 갖게 된다. 아, 이건 너무 슬픈 이야기다. 우리도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하고 떠나는 것이 반복되면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느니,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데, 이러한 마인드를 고양이도 갖고 있는 것이다. 신뢰하는 대상으로부터 또 상처를 받을까 봐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이 밖에도 저자는 오버그루밍이나 지각과민증후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개선 방법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또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금쪽이 고양이에 대해서도 말해주는데, 내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배려한 행동이 과잉 케어였고, 예민한 고양이에 맞춘 사소한 습관이 고양이를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 결과였던 것이다. 고양이 산책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는데, 예상대로 고양이 산책은 변수나 위험 요소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집 안에 너무 많은 숨숨집은 오히려 고양이를 위축하게 만들며, 배변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고양이의 행동이라는 것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고양이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결점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문제 행동이 없는 고양이는 없다. 다만 보호자는 이 문제를 단순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이 행동을 고양이가 왜 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갈수록 고양이 양육이 참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낀다. 성묘가 되면 더 나아지는 것은 맞지만, 성묘 나름대로의 고집과 드센 기질을 인정하고 계속 맞추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넘어서 가족 같은 존재이기에 나는 오늘도 이들을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보듬으며 평온하고 안락한 동거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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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스테파니 오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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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언컨대 내 삶은, 고양이와 같이 살기 전과 후로 나뉜다. 고양이 두 마리를 모시고 사는 집사이지만 한 번도 이들을 내 영역에 들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들이 내 삶에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퍽퍽했을 것인가. 나름 가족같이 지내고 있지만 나는 우리 고양이들에 대해 다 알고 있는가? 애석하게도 이 책을 다 읽어도 고양이에 대해서는 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쓴 작가나 문학에 대해서는 조금은 깊게 발을 들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고양이를 더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 미리 권고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고양이라는 대상은 더욱더 모호하며 신비한 존재로 각인될 것이다.

오묘한 매력으로 인간들의 혼을 쏙 빼놓는 고양이라는 녀석. 독립적이며 애정을 갈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앙큼하고 도도한 여성을 지칭할 때는 고양이가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밀당의 달인 아니, 달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간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아주 갖고 논다. 애묘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너도나도 냥이 집사를 자처하고 있는 현상을 보아 하건대, 이제 고양이의 매력은 알려질 대로 다 알려져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 아닐까. 고양이의 빠질 수 없는 매력, 그 중 하나는 그루밍일 것이다. 식사 후에, 본격적으로 자기 전에, 사냥놀이 후에도 그들은 어김없이 그루밍을 한다. 이렇게 몸단장에 정성을 들이는 동물을 본 적이 없다. 햇빛이 쨍쨍한 날에 햇빛으로 몸을 소독하며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나에게도 행복을 선사해 준다.

<뚱보>라는 챕터에서는 일명 뚱냥이들에 대한 예찬이 나온다. 인간은 뚱뚱하면 게을러 보이고 둔해 보이지만 고양이들은 덩치가 크고 뚱뚱할수록 세도가 같은 카리스마가 흘러나온다. 야생동물이기도 한 고양이는 뚱뚱하거나 덩치가 큰 것이 힘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뚱뚱한 고양이들은 옛날 문학이나 만화 캐릭터에 자주 등장하여, 귀여움과 유유자적함을 넘어서 오만방자해 보이는 특유의 마력을 겸비한다. 다시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뚱뚱한 고양이는 왜 살이 쪘을까? 인간이나 동물이나 아무 근심 없이 속이 편하면 살이 찌고 비대해지기 마련이다. 즉,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두려울 것이 없는 행복한 상태인 것이다. 이는 인간이 꿈꾸는 삶과 닮아 있지 않은가? 항상 걱정과 고민에 쌓인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여유롭고 뚱뚱한 고양이가 부러울 따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에 대한 매력을 쏟아내고 있는 이 책은 마치 저자가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래도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텐가 회유하고 설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집사의 시선이 아니라 제3자의 시선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인정해버렸다. 고양이는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 멀어져버리는 존재라는 것. 그냥 지금처럼 사랑해주고 건강히 돌보아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것. 고양이 역시 나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는 존재로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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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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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무려 열 두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소설집이다. 내가 방금 뭘 읽은 건가 싶게 아주 짧은 이야기도 있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에 실린 제로섬 작품이 상당히 인상 깊다. 교수님의 집에 초청을 받은 여제자가 그 집에서 교수의 딸을 맞닥뜨리고 그 딸과 나누는 대화가 무척 흥미롭다. 왜 이렇게까지 그 교수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바라고 이러는게 아니라는 점이 더 독특했고,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교수에게 각인시키지 못해서 안절부절하며 전전긍긍하는 제자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결국 교수의 어린 딸에게 일격을 가하고 통쾌해하는 여제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화자가 대부분 여자이지만, ˝상사병˝이라는 작품은 남자가 화자이다. 스토킹 혹은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한 여자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이 여자를 사랑한다. 다소 수동적이고 남자에게 예속되어 있는 듯한 여자이지만, 남자와의 대화로 보았을 때 그녀의 행동은 여유가 있고 그리 급박한 상황도 아닌 듯하다. 경찰에 신고해 봐도 별 반응이 없었다고, 오히려 자신을 의심하는 눈치라며 조용한 분노를 내뿜으며 체념에 빠진 여자. 제목이 스토킹이 아닌 ˝상사병˝이라는 것이 무척 흥미롭지 않은가. 남자가 여자의 남편도 아니고,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이면서도 불안한 여성의 내면이 잘 나타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기˝라는 작품은 세 번째 아이를 유산한 여자의 자책감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두 아이와 남편이 있음에도 유산이라는 기억에 얽매여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한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연구원인 남편이 자신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 건 아닐까 의심한 여자는 끝내 집을 나오게 된다. 그녀는 환상 속에서 예전의 첫사랑을 만나게 되고 유산으로 잃어버린 딸을 꼭 끌어안으며, 드디어 한기의 소굴을 알아냈다고 안도한다. 여자의 근본적인 불안과 슬픔이 소멸되지 못하고 자꾸만 팽창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작품이다.


˝자살자˝라는 작품은 단편작들 중에 제일 재미없게 읽었다. 짜증이 치솟았다. 어느 촉망받는 소설가의 음울한 자살 계획 이야기. 몇 번이나 자살에 실패하고 병원에 실려오고 그 와중에 아내 탓을 하는 꼬라지라니. 심지어 자살 후에 들려올 추문이나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는 꼴이라니. 그냥 빨리 죽어버려.

˝베이비 모니터˝만큼 엄마와 아이의 유대 관계에 대해, 정확히는 엄마가 아이에게 갖는 집착이 잘 드러난 작품이 있을까 싶다. 이것은 집착을 넘어선 공포랄까. 모니터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서, 자칫하면 아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과 공포가 그녀를 덮친다. 그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가진 아이지만 출산 후에 변화한 자신의 체형이라든가, 아이가 생기면서 남편과의 변화된 관계라든가, 시어머니와의 불화 따위 등등. 모든 이유와 원인은 차고 넘친다.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햇살 속으로 나가, 베이비 모니터라는 존재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괴물둥이˝는 흡사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한다. 갑자기 머리에서 솟아오른 혹은 분명히 불청객이었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되어 이 집의 딸 행세를 하다니? 심지어 이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들의 묵인과 허용으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소멸되어야 할 대상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심지어 가족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점이 카프카 소설과는 다르다는 것이 이 작품의 반전이다.

모든 작품이 강렬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일어난 사실이나 서사보다 각 인물들의 내면이 변화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현실적으로 음울한 디스토피아를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 그 끝에는 휴머니즘이라는 작가의 유토피아적 세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인 것 같다.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측은하고도 약한 본성이 어떻게 강하게 변화하고 발현되는지 작품 하나하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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