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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혼자 살지 않는다 - 고양이 행동심리컨설턴트가 전하는
정효민 지음 / 가나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외동묘를 키우는 가정이든, 다묘 가정이든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가정이 있을까 싶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가정이든 조금씩의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를 그냥 방치하고 넘길 것인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것인지는 보호자의 의지에 달린 것 같다. 고양이 두 마리 집사인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꽤나 괜찮은 보호자임과 동시에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을 케어 잘하는 집사라고 여겨왔는데, 이것이 큰 착각임을 알고 조금의 충격을 받고 잠시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다행히 이 상태는 금방 지나갔고, 정신을 차리자 좀 더 이 사실을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와 자책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 책은 고양이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길잡이이자 초보 집사가 자주 겪는 실수를 바로 잡아주는 실용서라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는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한 동물이다. 함께 살면서 보호자와의 관계는 물론,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에서 불화가 발생한다면 같이 사는 동안 아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도 동거인과의 관계가 불편하면 갈등을 빚는 것처럼 말이다. 고양이가 내면의 불안과 스트레스, 긴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이 문제 행동의 종류를 나열하고, 이런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하며 솔루션을 제시한다. 고양이가 갑자기 물거나 하악질을 하는 것이 그냥 예민한 고양이라서라고 생각하는가? 고양이의 이런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것은, 외동묘 가정과 다묘 가정의 고양이를 상황별로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고양이 한 마리만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는 당연히 고양이와 보호자와의 유대감이 중요하며, 다묘 가정에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이러한 두 가지 상황에 대하여 비교, 분석하고 예시를 들어 설명하니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합사를 고민하고 있는 보호자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외동묘 보호자는 혼자 있는 고양이가 안쓰러워서 입양을 생각하고, 다묘 가정 역시 길냥이나 지인들의 고양이를 임보 차원에서 한 마리 더 데려오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서 합사는 정말 신중히 결단 내려야 할 문제이다.
의외였던 점은, 학대당한 고양이 못지않게 잦은 파양과 임보처를 전전한 고양이 역시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사람과의 관계에 기대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를 갖게 된다. 아, 이건 너무 슬픈 이야기다. 우리도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하고 떠나는 것이 반복되면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느니,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데, 이러한 마인드를 고양이도 갖고 있는 것이다. 신뢰하는 대상으로부터 또 상처를 받을까 봐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이 밖에도 저자는 오버그루밍이나 지각과민증후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개선 방법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또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금쪽이 고양이에 대해서도 말해주는데, 내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배려한 행동이 과잉 케어였고, 예민한 고양이에 맞춘 사소한 습관이 고양이를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 결과였던 것이다. 고양이 산책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는데, 예상대로 고양이 산책은 변수나 위험 요소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집 안에 너무 많은 숨숨집은 오히려 고양이를 위축하게 만들며, 배변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고양이의 행동이라는 것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고양이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결점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문제 행동이 없는 고양이는 없다. 다만 보호자는 이 문제를 단순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이 행동을 고양이가 왜 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갈수록 고양이 양육이 참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낀다. 성묘가 되면 더 나아지는 것은 맞지만, 성묘 나름대로의 고집과 드센 기질을 인정하고 계속 맞추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넘어서 가족 같은 존재이기에 나는 오늘도 이들을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보듬으며 평온하고 안락한 동거를 이어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