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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임세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건강 영역에서 있어서 전문가들이 안다고 말하는 <병>과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머리와 가슴이 아는 것의 차이랄까.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진단과 해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공감'일 것이다."
저자, 고 임세원 선생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면서 수년간의 만성 질환과 함께 겪게 된 우울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새삼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하튼 스스로의 자살에 대한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적혀 있어 놀랍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다행히 죽지 않아, 이렇게 의미있는 책을 내고, 보고듣고말하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자동차 열쇠를 바로 찾지 못해서였다. ㅎㅎ

자동차 열쇠를 찾는 과정에서 잠든 가족들의 얼굴을 보게 되면서 자살 생각을 멈추게 되었단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생각하지만 내게 소중한 것을 떠올리게 될 때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이제 없다. 2018년 마지막 날,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진료하다가 환자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머리에 폭탄이 심겨져 있다는 망상이 있던 사람으로 폭탄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살해할 생각으로 흉기까지 준비한 상태였단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의료진을 지키고 그 자신은 희생하였다. 유족들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하기 보다는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하였다.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 대한 낙인 보다는 안전한 의료 환경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그 범인의 행동도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옳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다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안다는 것은 생각할 수록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개정판인 이 책에서는 미공개 원고들과 보고듣고말하기 프로그램의 요양본이 실러 있어 더욱 좋았다. 일기 같은 미공개 원고들의 보면 그의 삶을 한켠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늦게 피는 꽃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줄기를 잡아 흔드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니, 왜 아직도 안 피어나고 있냐며 잡아 흔들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데 여전히 증명을 요구하고 있는 세상에서 그럼 어떻게 절충해야 되냐며 다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정신건강분야에서의 일하거나 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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