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어쨌다고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1
부키 바이뱃 지음, 홍주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윔피키드를 즐겨 읽었던 아이들이라면 푹 빠질 책 ㅡ펭귄 랜덤 하우스ㅡ
저요! 저요!! 저~요~~!!! 어린이는 아니지만 윔피키드에 푹 빠진 어른 여기 있습니다!!! 지금까지 11권이 나온 윔피키드를 다 읽었으며 8권까지 소장 중입니다. 윔피키드에 푹 빠지다 못해서 3권을 읽을 때는 웃다가 까르르 넘어가서 옆에 있는 식구들까지 영문도 모르고 같이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일기 형식의 책을 좋아했고 즐겨 읽었다. 윔피키드는 아이들 읽히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나랑 신랑이 더 재미나게 읽고 있다. 겨울이면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출간되고 있는 책인데 올해는 어떨는지...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라는 부제가 붙은 '내가 뭐 어쨌다고' 는 중학교에 입학 한 사춘기 소녀 에바의 하소연 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나의 중학교 생활이 생각나서 추억에 젖어 들곤 했는데 어젯밤 꿈속에서 가장 친구도 만났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꿈에 나오는 학창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여서 결혼과 출산 후에도 계속 연락했지만 거리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느 날부터 연락이 끊겨버렸던 것 같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날 거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금은 시간의 흐름 속에 맡겨두고 있다.

어른들은 이해를 못 해. 어른들한테 중학교 시절이란 백만 년 전쯤의 일이니까. 나쁜 일 같은 건 다 잊어버렸겠지. 하지만 나쁜 일은 정말 많이 일어난다고. 9쪽
에바의 말처럼 나도 힘들고 괴로운 중학교 시절을 보냈겠지만 돌이켜보면 좋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생각난다. 점심시간에 도시락 먹은 기억이 별로 없는 거의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도시락 까먹은 학생이라서 에바처럼 급식에 대한 불만보다는 엄마의 도시락 반찬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지금은 아이들 학교 급식에 길들여진 나를 보면서 그 시절의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식판에 나오는 밥을 무지 좋아하는 나에게 급식은 또 어떤 세상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내가 변한 건가? 지금 이게 내가 맞나?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제야 깨닫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어. 216쪽
중2 아들을 두고 있는 나... 아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가 더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 들어서 많이 하고 있다. 그전에는 내 마음대로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엄마였다면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고 웬만하면 아들 입장에 맞춰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 모자가 생각하는 게임 시간의 적정선이 이렇게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몰랐다. 
남들은 학원 가기도 바쁜 시간에 아들은 복싱을 배워보겠다고 해서 스트레스도 풀 겸 해서 운동을 시키고 있다. 몇 번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코치님한테 맞아서 입술이 터져가면서도 지금까지는 재미있다고 하니 엄마로써는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 뿐이다. 
모르겠어. 어쩌면 피터 오빠 말대로 중요한 건 내게 맞는 딱 한 가지를 찾는 게 아닐지도 몰라. 그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할지도 몰라. 그냥 이것저것 해 보는 것 말이야. 224쪽
윔피키드 여자 버전 같은 '내가 뭐 어쨌다고' 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쾌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나에게 다시 돌아가싶은 학창시절을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한치의 주저도 없이 나는 대학시절이 아닌 딱 중학교 2학년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선물 같은 책이었다. 몽실북클럽의 에바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끌리는 사람의 다이어리 - 좋은 관계를 만드는 21가지 비밀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랑이랑 나는 책을 사랑하는 공통점이 있다. 요즈음은 둘 다 알라딘 중고 매장에 푹 빠져서 부산에 여름휴가 가서도 제일 먼저 찾아갔던 곳이기도 하다. 추석 연휴에 친정 가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사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주말에는 도서관에도 같이 가는 편이지만 아쉽게도 책을 좋아하는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이사를 하거나 책장의 공간이 부족해서 정리를 할 때마다 본인의 책들은 애지중지 사수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책들을 정리하라고 강요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이렇게 책을 짊어지고 사는 게 우리의 업보인가 보다" 라는 말에 책이 쌓이는 걸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질러대고 있다. 주말부부여서 어느 날 신랑한테 한번 갔다가 곳곳에 쌓여 있는 책을 보면서... 나중에 울 집에 올 때쯤이면 저 책을 다 어떡하지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지금은 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서 뭐라고 할말은 없다.
소설이랑 에세이, 가끔가다 인문학 정도 읽는 나에게...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게 자기 계발서이다. 근데 신랑은 자기 계발서나 인문학, 과학책은 읽으면서 소설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정글만리, 여우가 잠든 숲  3권이 다인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재미있다고 제발 읽어달라고 애걸복걸해서 겨우 읽은 것 이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라는 책도 신랑 책꽂이에 꽂혀 있길래 제목에 혹해서 펼쳐보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내용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서 10년이 넘었지만 기억에 남아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다가 실천편이라는 끌리는 사람의 다이어리가 서평단에 떴길래 신랑이랑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친 덫만큼 끔찍한 덫은 없으며 열등감이나 자기 연민만큼 관계를 가로막는 장벽은 없다. 72쪽
혼자서 밥을 먹어본다. 자신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면 남하고도 평화로울 수 없다. 75쪽
대학 다닐때 나는 혼자 영화보고 밥 먹는 걸 미쳤다는 친구들의 잔소리까지 들으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보고 싶은 영화나 먹고 싶은 메뉴가 달라도 같이 어울려 다녀야한다는 생각에 내 의견이나 취향도 없이 하는 생활에 싫증이 나서 그랬던 건데, 그 때의 경험이 여럿이서도 잘 어울리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노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자기애가 부족하면 과시적이고, 잘 삐지고 상처받으며 냉소적이다. 반면에 자기 사랑이 충만한 사람은 겸손하고, 긍정적이며 쉽게 상처를 받지도 않고 우호적이다. 76쪽
30대초반까지의 나는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너무 치중하면서 살다보니 남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나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는데 신경쓰면서 살았던 것 같다. 나이가 먹는게 얼굴의 주름은 늘어가고 체력은 떨어지지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게 어떤건지는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쁘지만은 않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열심히 듣는 것이다. 88쪽
모르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고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다. 106쪽
이 구절을 읽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잘난 척하면서 지식을 과시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걸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자기 과시욕은 정말이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일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려면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감사할 일을 찾아봐야 한다. 167쪽

거의 10년만에 읽게 된 이민규님의 책... 거기다 간만에 읽게 된 자기 계발서... 밑줄 치고 싶은 글들이 많아서 그 동안 소설 위주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의 독서를 넘어선 나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다고 끌리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일들이 나에게 아직도 참 많구나' 하는 자기 반성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란 여자는 잔 걱정은 많은데 큰일에는 결정이 빠른 스타일이다. 자잘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하니 신랑이 '우리 마누라는 사는 게 편한가 보네. 별 걱정을 다하고... 10분 고민해보고 결론 안 나면 더 이상 걱정하지 마라" 라고 하지만... 그 걱정이, 그 고민이 자식 때문일 때는 더욱더 머리 싸매고 걱정하는 편이다. 당연히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아빠랑은 다르겠지... 
그런 내가 그래도 살면서 걱정하지 않은 일이 두 가지인데 지진이랑 전쟁 걱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를 다하고 있으니 인생 참...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작년 가을에 경주에서 났던 지진이 문득문득 생각났다.
처음에 아파트가 흔들렸을 때는 '이게 뭐지' 하면서... 아들이 "내일 학교 가면 교실이 시끄러울 정도로 지진 난 이야기하겠네" 라며 여유를 부리며 집에 그냥 있었는데... 두 번째 지진이 났을 때는 아들이 울면서 빨리 밖으로 나가자 해서 나는 귀찮아하면서 학교 운동장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대전에 있는 신랑이 혹여 걱정할까 봐 전화나 카톡을 했지만 불통이라서 발만 동동 굴렀는데... 신랑은 술 먹고 꽐라가 되어서 경주에 지진이 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나 어쨌다나...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면서 차를 공원에 세워놓고 밤새도록 차에서 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무리들 중에서 제일 먼저 집으로 간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나보고 간 크다 그러지만... 나는 지진 나서 꽥 죽는 거는 괜찮은데 안 죽고 어디 깔려서 아들이랑 같이 재난 영화 찍는 게 더 두려운 사람이다. 내가 지진을 겪어보지 않았을 때는 일본에서 지진이 났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라고 했는데 지금은 일본 사람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지진을 직접 겪어보니 그 공포가 지진의 횟수에 비례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누나를 볼 수 없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이 세계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 128쪽
지하철에서 시작된 평범한 이야기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로 전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들... 우리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건 보고 싶어도 다시는 그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래간만에 엄마한테 전화 통화도 했다.


그제야 나는 절실히 느꼈다.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걸. 누군가가 우리에게 괜찮다고, 이제 괜찮다면서 등을 토닥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걸.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다. 130쪽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누군가의 응원이 이토록 가슴을 뜨겁게 만들 줄 몰랐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trainking74를 비롯해 댓글을 달아준 모두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었다. 356쪽
몽실북까페에 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서평 책 한 번 받아보겠다는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까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누군가의 댓글 하나에 위로받고 기뻐하는 걸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해할 수 없었던 구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변화고 있다는 것도 느끼고 있는 요즈음이다. 좋은 말, 축하하는 말을 예전보다 많이 쓰다 보니 내 생활에도 묻어나면서 주위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고 호응해주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내가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괜히 앞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한동안 멈춰 있기도 하고, 시체에서 나는 냄새를 괴물들의 냄새로 착각하고는 싱크홀까지 달아났다가 다시 오기도 했다. 이런 실수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372쪽
이 구절을 읽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거릴 것 같은 느낌... 살기 위해서,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어린 학생들이 고군분투하는 게 안쓰럽고 세월호의 고등학생들이  생각나는 바람에... 

방금 완독을 끝낸 스프린터 언더월드는 소개 글을 봤을 때 솔직히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생소한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장르에 대한 기대감도 아닌 카페 분들이 믿고 읽는다는 출판사 때문에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선택한 책이다. 이런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햇살 가득한 오후이다. 캐비넷에서 나온 전작 2권이 책장에 꽂혀 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겠다.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1부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장을 덮고 나서 알아보니 2부는 내년 가을 3부는 내후년 가을에 출간 예정이라는데 해리포터 이후로 오래간만에 몇 년 씩이나 출간 날짜를 목 빼서 기다리는 책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벤초 2017-11-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평가를 해주셨는데... 별점은 잘못 체크하신거 아니신지요ㅎ

우와 2017-11-12 11:07   좋아요 0 | URL
실수 했네요...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경선 작가는 '자유로울 것' 이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느니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게 낫다." 라는 구절에 혹하여 읽게 된 책이다.
사람들은 내 인생 속으로 들어왔다가 또 나간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아끼고 좋아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이라고는 나와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놓는 것 정도다. 번지수 틀린 곳에서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서까지 맺을 필요는 없다. 자유로울 것 121쪽
집순이면서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나... 어쩌다 모임이라도 나갔다 오면 정신적으로 진이 다 빠졌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만 계속 만나고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신랑이라고 대답하는 나...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맞는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는 에세이 작가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 작가의 에세이 책이 한번 내 마음에 꽂히면 신작이 나올 때마다 꼭 읽는 편이다. 나랑 생각이 맞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면 더할 나이 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서 공감하게 되고 위로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에세이 작가는 강세형, 이병률 그리고 임경선이다.

이번에 나온 에세이는 임경선 작가가 일본의 교토를 여행하면서 쓴 책인데 읽기 전에 잠시나마 고민을 한 책이었다. 임경선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만 여행기는 이병률 작가처럼 내 감성을 멜랑 꼴랑하게 만드는 류를 좋아하는데 그저 그런 여행기에 그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경선 작가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교토라는 도시를 직접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 나를 교토랑 사랑에 빠지게 한 책이었다.

정직한 가게에서 정직한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도 정직한 글을 써야지, 하는 초심이 돌아온다. 125쪽
서평 활동하기 전에는 책을 읽는 것으로 그쳤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리뷰를 쓸 일이 많아졌다. 기본적으로 글 쓰는 재주가 탁월하지 않은 나에게 글 쓰는 일은 고역이다. 최근에 쓴 서평 하나는 나에게 자괴감까지 안겨 주면서 숨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나만이 쓸 수 있는 서평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힘을 냈는데... 작가님의 말씀처럼 정직한 글을 쓴다는 것도 참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지도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고급스럽거나 비싸 보이는 무언가로 나를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172쪽
삼대 중반까지의 나에게 백화점은 서점만큼이나 매력적인 공간이었으며 가도 가도 질리지 않으며 사도 사도 사고 싶은 것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명품 백의 상징인 샤넬을 들고 있는 나를 상상하기도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파리에 출장 갔다가 명품 백을 선물로 사 왔다. 너무 좋아서 몇 번 들고 다니던 와중에 갑자기 비가 오게 되었다. 비 맞는 걸 엄청 싫어하는 나지만 이 명품 백을 위해서 우산이 존재하는 마냥 안절부절하면서 집으로 오게 되었다. 주객이 전도 된 듯한 기분에 앞으로 이 가방을 계속 들고 다닌다면 가방이라는 본연의 쓰임새가 아닌 모시고 다녀야 하는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들... 그 후였던 것 같다. 물욕이 없어지고 먹고 없애버리는 것 외에는 옷이랑 신발, 가방 사는 걸 병적일 정도로 싫어하게 되고 에코 백만 메고 다니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열심히 운동하면서 몸이 늘어지게 놔두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에서는 수억 연봉도, 고급 외제 차도, 명품 브랜드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토라는 환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하기에 나답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깊은 충만감을 줄 수 있는지, 반면 무엇이 필요 없고 의미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간다. 그것이 '진짜' 의 인생이니까. 177쪽
책으로만 만난 교토라는 도시를 언젠가는 나도 직접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방콕녀인 나에게 특히 해외여행은 웬만하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꼭 료칸에서는 한번 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진짜로 하고 싶은 것.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고통스럽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은 나도 모른다, 라고 말하는 게 두려워 억지로 그 질문을 피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린 건데, 혹은 한때 품었던 꿈이 멀어져 간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달려버린 것을......83쪽
이 구절을 읽고 있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별로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지금 현재까지는... 진짜로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  뭘 배우는 게 남들보다 느리기도 하고 싫증도 잘 내서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신랑한테 우스갯소리로 가끔씩 "나는 맛있는 거 먹고 책만 읽을 수 있으면 좋아" 라고 말하곤 하니까...책을 읽고 있는 동안  다시 한번 든 생각은 지금 나에게 뿌리내리고 있는 가치관들이나 세계관이 엄마의 삶을 통해서 보고 배운 그러면서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보다는 외할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빠랑 결혼한 엄마는 어릴 때 나에게 이런 말을 곧잘 하곤 했다. "나는 네가 좋아하는 남자라면 문둥이 바보라도 결혼시키겠다" 평강공주 아버지의 세뇌처럼 나는 조건보다는 그 사람 하나만 보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에 엄청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건 내가 결혼을 결심하고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생활도 해보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결혼한 걸 보면 말이다. 문둥이 바보도 아닌 신랑을 반대한 엄마에게 맞서면서까지... 내 꿈은 아이가 학교에 왔을 때 꼭 집에 있는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야망도 뭣도 없는...
DM그룹 입사를 꿈꾸며 DM그룹 디아망 아카데미 인턴으로 9개월째 일하고 있는 88년생 김지혜의 일상은 내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삶이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하고 대리만족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십 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더니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에 결국은 원하던 직장에 신입으로 들어간 신랑의 마음도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솔직히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건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모두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무언가를 외쳐야 한다는 대의에 희미하게 동의했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든 촛불은 아무런 힘도 없었고 수도권 근방에 위치한 대학을 상징하는 우리의 깃발은 서울의 유명한 대학들이 자랑스럽게 내건 깃발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90쪽
40대가 되어서 바라본 20대는 정말 돌아가고 싶은 나이기는 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있는 동안은 혼란스러웠던 나의 대학생활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말씀하신 어른들의 말들과는 달리 대학생활이 어찌 보면 더 큰 시작일 수도 있는 시간인데 모든 에너지와 힘을 다 쓰고 고갈된 채로 대학교 생활을 한 것 같다.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륙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233쪽
30대 초반부터 20대의 젊음을 부러워하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나 되었나 하며 투덜투덜했는데 나이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보니 40대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 없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서 한심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지언정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 또한 나부터가 제일 먼저이지 않을까. 아무리 남들이 인정해줄지언정 나 자신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끝도 없는 불만과 불만족에 힘들어지는 것 본인이니까... 
서른이 아닌 마흔의 나이인 내가 서른의 반격을 읽은 느낌이 서른에 읽은 다른분들이랑은 또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생각이 많아져서 서평 쓰기 힘들었던 책이지만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간... 작가의 전작인 아몬드도 꼭 읽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