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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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내가 좋아하던 만화프로그램은 꿈과 사랑, 희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스토리를 좋아했지, 미래소년코난이나 은하철도 999 특히 플란다스의 개 같은 슬프거나 각박한 미래사회를 그리는 만화들은 기피했던 것 같다. 꼬마자동차 붕붕이나 호호아줌마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내가 더 짱구를 찾아서 보기도 했다.
책 취향도 추리소설까지는 참 좋아하는데 귀신이나 혼이 들어간 호러같은 장르는 거의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그 전의 나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분야의 책인 호러 미스터리를 요즈음 들어서 체감상 많이 읽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처음 접하는 한국작가라니... 한국소설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작가중심으로 편독하는 경향이 있는 나에게는 모험이나 다름 없는 독서 활동이다.
죽음을 찍어 파는 사진작가인 민호가 옛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25년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광선리에 도착하면서 열세살 때 서로를 독수리 오형제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지냈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솥뚜껑이라는 물귀신을 매개체로 한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나는 참 무서워하는 편이다. 7년의 밤도 그렇게 읽고 싶어서 겨우 책을 손에 넣고는 댐밑의 상황들이 상상되면서 갑자기 너무 뜬금없이 막 무서워지면서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었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 책은 낮에만 읽고 저녁에는 유머스러운 책을 깔깔거리며 읽으면서 완독을 했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씨에 공포가 배가 되는 이 책을 지금 끌어안고 있지 않은 것에 감사할 정도로 무섭고 오싹했다. 몽실서평단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이랑 작가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재미있는 호러 미스터리를 읽는 날이 올줄이야. 이 책은 공포소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구절을 통해서 찾아것도 큰 수확이었다.
생은, 산다는 것은 이리도 고통스럽다.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는 함께하면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493쪽
사람들한테 상처받고 실망한 것들을 우리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서로 사랑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결국은 사람이 답인 것 같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물론 모든 삶의 끝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채 뻥 뚫린 눈으로 차가운 물을 뚝뚝 떨러뜨리는 죽음까지 가는 길은 무수히 많은 갈림길로 나뉘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가끔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길이 펼쳐질 때도 있다. 519쪽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국민학교시절(지금은 초등학교지만)도 새삼 생각나고 학창시절 그들이 없으면 큰일날 것 처럼 붙어나녔던 친구들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 하는 그리운 마음도 들었다. 25년동안 유민에게 연락한번 안한 친구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나 또한 마음만 먹으면 옛 친구들을 찾을 수 있지만 그저 물흘러가는대로 시간에 맡긴채 오늘을 살아가는 것 같다. 현재의 새로운 사람들과...
이 길의 끝이 행복일지 불행일지 알 수는 없었다. 옛날의 우리가 미래를 짐작할 수 없어 짜릿한 나날을 보냈던 것처럼, 사실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모험에 몸을 맡기면 신나게 흘러가는 법. 나는 길의 끝 따위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행복인지 불행인지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명자가 있다는 사실뿐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528쪽
신랑을 만나기전에 나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옆에서 이뻐해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 있다는게 자존감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또 다른 요인들중에 하나인 것 같다. 집순이에 방콕녀인 나... 그래도 주위에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에도 씩씩하게 무서운 책 서평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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