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61 | 162 | 163 | 16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닥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법정스님<오두막편지>중에서-
 

   
법정스님이 아니면 어쩔 뻔 했나? 
진짜 궁색한 변명이지만,나도 지금의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목수가 되고 싶었다. 
그건 아마 영화 <중독>에서 이병헌이 멋드러지는 목수로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영화<중독>의 그 '목마'가 탐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아무리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도,
가구도 아닌 '장난감 목마'를 그때 돈으로 40~50만원 주고 살 형편은 아니었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추상적으로 목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만 먹었었다.

그러다가 김진송의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이 책을 만났다.
목수 김씨 김진송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것부터가 나의 욕구를 딱 충족시켜주었다. 

글도 매끄럽고,그가 목수질을 해서 만들어낸 가구도 젠스러운 것이 딱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아무리 젠스러워도,내 스타일이어도 거기서 끝나버렸을 수도 있는데,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랑 관련,왜 또 이렇게 찾아 읽게 되었느냐 하면... 

그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건 그의 표면을 나타내는 프로필 쯤이고, 
책을 읽다보면 그가 제 적성을 잘 찾아 전문 목수의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40을 넘어서 시작했다는 그의 목수로서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속성으로부터 시작하여,제품의 쓰임과 모양새의 연관,나무를 벼리고 다듬는데 쓰는 연장의 속성,그리고 목수의 몸과 손도 하나의 아름답고 귀한 연장이자 재료가 된다는 걸 그는 은연중에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지만,목수라는 직업도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른 목수들이 머리가 굵기 전부터 시작하여 고민없이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것들을, 
그는 하나 하나 밥을 꼭꼭 씹어먹듯이 느끼고 체화해 간다. 

그러다 보니,기본 연장을 사용하다가 다치는 것은 애교쯤이고, 
전동공구를 사용하다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깨달음을 얻고,그의 책을 읽는 우리는 또 다른 깨달음에 숙연해진다. 

'작업을하며 늘 두려움에 떤다.남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공구들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말이다.(250쪽)'






*만일 기능을 해치면서 형태의 시각적 즐거움만 강조한다면 그건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때로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 중에서 기능이 결여된 것을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130쪽) 

*옛날 서민들이 손수 만들었던 농기구며 기물들은 어느것 하나 완벽하게 맞추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물건이 되었다....낫이나 깍귀로 다듬고 끌로 파내어 대강 만들어 썼던 물건들은 한편으로 보면 어설프고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렇게 여유있고 넉넉하게 만들어야 쓰임새에 맞기도 하다.(132쪽) 

*날이 너무 단다하면 옹이에 걸리거나 단단한 나무를 팔 때 쉽게 부러져 다시는 못 쓰게 된다.이럴 때는 오히려 무른 강도의 끌이 날이 무너지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는데 그런 끌들은 대개 싸구려일 경우가 많다.단단하고 비싼 것이 싸고 무른 것보다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다.(237쪽) 

*그랬다.오만 궁상을 다 떤 후 겨우 그저 톱밥을 채우고 나서 가운데 구멍을 하나 내고 위에서 불을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으쓱대는 꼴은 우스운 일이다.온갖 수사와 우쭐거림으로 가득한 지식의 본말도 그러한 것이다.간단한 말 한마디면 족할 것을 대단한 것인 양 떠벌리는 것을 보면 지식 자랑이란 무지한 사람들의 취미생할임에 틀림없다.(249쪽) 

이 책을 다 읽고, 
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그의 작품 한점 사는 것으로 내 목수의 꿈을 접어야겠다 싶은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ㅠ.ㅠ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5-26 12:15   좋아요 0 | URL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꿈도 목수예요. 손재주가 뛰어난 친구인데, 적성과 완전히 틀린 일을 하고 있지요... 윤기나는 나무 제품이 너무 이쁘네요. 나무로 만든 물건은,, 손을 탈수록 아름답게 물들지요, 시간이 갈수록 더 기품있어지구요.

저두 손재주가 있다면, 목수도 해보고 싶어요. 아.. 양철나무꾼님. 나중에 은퇴해서 나무 만지시면 되잖아요. 왜 목수의 꿈을 접으세요?

양철나무꾼 2010-05-26 12:46   좋아요 0 | URL
퀼트에,뜨개질에 한 손재주 하시는 것 같던데요?^^

목수의 꿈을 접은 건,
'공구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뜻이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하구요,(노년에 예민하고 뾰족하다는 소릴 들으면서 살고 싶진 않습니다.)
목수의 꿈을 영원히 빛나는 별 쯤으로 가슴에 품어 갖고 싶어서,이기도 하구요~

비로그인 2010-05-26 17:50   좋아요 0 | URL
아~~~
전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 목공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했어요.
만드는 데 재주가 있는 편인데...나무가 좋더라구요.

이 글 읽으니까..
어릴 적 꿈이 생각납니다.

근데요~~울 나무꾼님 직업이 뭐냐구요?
맨날 궁금한데...가르쳐 주시지도 않고말야~~
방명록에 물어본 거는 대답도 안해주시고....ㅋㅋ

2010-05-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쟈니 2010-05-26 20:4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목수가 참 되고싶었는데..
한때 탁자(라고 하기 민망한)를 만든 적 있었어요. 별 도구도 없이, 그냥 톱이랑 드릴로 만들었는데, 그때 무념 무상으로 나무를 다룰 때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목수가 되고는 싶었으나, 목수가 되어 다뤄야 할 그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를 보며 겁을 먹고 시도를 못했습니다. 목수가 되려면 큰 기계에 기죽지 않을 담력을 키워야한다는데, 전 조그만 드릴에도 겁이나더라구요.. ^^

양철나무꾼 2010-05-27 10:40   좋아요 0 | URL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잖아요~
아직도 보관 중이시면,언제 인증샷~이라도 한번^^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라고 무조건 겁을 먹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만든 기계이지만,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잘 만든 건 사실이잖아요~^^

쟈니 2010-06-01 09:27   좋아요 0 | URL
오호호~ 이거 옛날에 찍어둔 사진입니다.

http://blog.aladdin.co.kr/freejani/2347623

꿈꾸는섬 2010-05-29 22:10   좋아요 0 | URL
오, 부럽습니다. 전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재주 가진 분들 보면 부러워만 한답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0-05-31 12:5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마녀 고양이님의 <책과 바람난 여자>의 리뷰를 보면,
'그는 언제나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책을 읽느라 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지만,내가 그 장본인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었는데,바로 어제 내가 <투 미닛 룰>이 책을 읽느라고 밤을 꼬박 새웠다. 단지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책 겉표지에는 "액션의 대가'로버트 크레이스가 선사하는 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어,얼마나 글솜씨가 좋길래 2분을 396쪽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어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책은 엄청,킹왕짱 재밌는 것이 맞지만,'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이라는 말은 '뻥~'되시겠다. 

다시 말해,책제목<투미닛 룰>이라는 건,
돈을 챙겼든 안 챙겼든 프로라면 2분 안에 은행털이를 끝내고 튀어야 한다는 시간상의 룰을 나타낸 것이지...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의 주인공 '마크 홀먼'으로 말할 것 같으면,이 같은 <투 미닛 룰>을 알고 있고, 
그 은행털이에서도 2분을 안넘기고 튈 수 있었으나, 
자신을 보고 놀란 노인의 심장마비를 보고 응급처치를 하느라고 2분을 넘기고 만다. 
그리하여 결국 붙잡혀 감옥에 가게 되고,정상참작이 돼 10년을 복역하고 나오게 되는 그날,
경찰인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이 책이 아쉬웠던 건 '착한 악당'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느라 개연성을 포기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차라리 한사람 안에는 여러개의 다중인격이 존재하고 그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이 발현하느냐에 따라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악당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착한 유전자라는 게 있어서,그는 은행털이범이면서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노인을 구했고,
착한 유전자에서 태어난 아들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리는 없다고 하는 엉뚱한 심리를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 
'마크 홀먼'이 착한 유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은행강도짓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괜히 강한 척하면서 이 일을 혼자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홀먼은 그녀에게 지금 그가 느끼는 이 죄책감과 수치심을 함께 나누고 싶은지 물을 뻔했다.다들 마치 그가 터질까봐 무서워 죽겠다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게 신물이 났다.(69쪽) 

다시 말해,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고,그것을 억누르고 하는 것이 '착한 악당'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그에 비하면 그의 절친 '치'나'폴라드'요원이 훨씬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폴라드요원의 아들들은 어떻게 된 게 맨날 캠프를 가는 것이고,
캠프를 간 아이들은 어떻게 당일 날 돌아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부모라는 건,그렇게 일방적이고 전폭적으로 주기만 하는 존재라는 걸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그래도 명색이 장르소설인데 이정도의 개연성을 원하는 건 오버스러운 요구인가?(끙~ㅠ.ㅠ)

109쪽의, 
"남자들에게는  때때로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걸 여자보다는 다른 남자에게 털어놓는 게 더 쉬울 때가 있어요.감정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보다는 그게 일인 척하는 게 더 쉬워요."  

같은 구절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냥 그런 견해가 있다.그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른 얘기 같지만,얼마전 칠순의 노부인이 남편이 10년 넘게 메모로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요리법을 전달하는 것에 반해 이혼신청을 했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그녀를 계속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다.폴라드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십년 전,그를 체포했던 젊은 FBI요원은 무서움을 몰랐지만,지금의 그녀는 변해 있었다.그런 사실을 생각하자 자신은 또 얼마나 많이 변했을지 궁금했다.그리고 변했든 변하지 않았든 그에게는 아직 그런 걸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143쪽)  

이 구절은 마크홀먼의 서선이 아니라,지은이의 시선 같았던 부분이고,

이 책은 내게 오랜만에 '녹은 설탕과 따뜻한 기름의 실크 같은 맛 사이에 끼어드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도넛(144쪽)'같은 책이 되었다.

할런 코벤의 '결백'때도 느낀 거지만,'FBI라고 해서 모두 정의롭지는 않다.'정도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 
처음 보는 작가지만,할런 코벤이나 마이클 코넬리,제프리 디버 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5-25 17:2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스릴러나 판타지 좋아하시는군요? 아하하, 저두 그런데.
모중석 스릴러 괜찮지요? 저 몇권 읽어봤는데, 재미있더군요. 확실한 킬링 타임입니다.
오오.. 그렇게 재미있단 말이죠. 할런 코벤 저도 읽었는데.
한번 기회되면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5-26 10:56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고,자다가도 벌떡...수준입니다.

모중석 스릴러 괜찮지요,저는 아마 한두권 빼고 다읽었을텐데...
그 중 존 카첸바크를 제일 좋아한다지요~^^

비로그인 2010-05-25 18:05   좋아요 0 | URL
킹왕짱 재밌다시니 읽어보고 싶다가...
여러군데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니...아닌가 싶고....ㅋㅋ

양철나무꾼 2010-05-26 11:05   좋아요 0 | URL
제가 하룻밤을 꼴딱 세웠다니까요~
그리고 별도 무려 다섯개를 꽉꽉 채워서 색칠해 놨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옥의 티를 찾아라'해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근데,'옥의 티를 찾아라'하게 되면...
마기님 곱디고운 성품에 짱날 일이 발생할텐데,어쩌죠?
개연성 뿐만 아니고 맞춤법 문제까지 터져버릴텐데요~ㅠ.ㅠ

비로그인 2010-05-26 17:44   좋아요 0 | URL
푸하하~~
곱디고운 성품이 아닌건 모두들 알고계신데요~~ㅋㅋ.
하긴, 평소엔 괜찮은 편인데...ㅎㅎ
바뜨~그러나~한 번 뚜껑이 열리면 좀 재수없다는 소릴 듣기도 한답니다.

스릴러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잼있을까요?

양철나무꾼 2010-05-27 10:45   좋아요 0 | URL
전,동화 속에 나오는 콩쥐나 신데렐라,백설공주처럼 걍 착하기만 한 캐릭터는 맹숭맹숭해서 좀 그래요~
차라리,마녀나 마기...이런 캐릭터 베리베리 웰컴입니다.

네,스릴러 안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겠지만,
고 잼난 스릴러를 왜 내치십니까?ㅠ.ㅠ
 

손석희의 <시선집중> 5월 25일자 한나라당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 인터뷰 내용 전문 보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인천시민은 아니다.그리고 한나라당이나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에게 개인적으로 사사로운 감정이 없다.다시말하면 無관심 되시겠다. 

그런데,오늘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다가 이 사람에게 급관심이 생겼다.앞으로 관심갖고 지켜봐야 되겠다.
 
다른 건 다 차치해 두고라도 7조,2조 4천억,한 6백억 정도를 껌값처럼 얘기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호연지기를 키워야 하는 건지,내가 글 재주가 부족해 이 사람의 호연지기를 다 전달하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강화 마니산이나 인천 계양산의 기상이 얼마나 늠름하길래 이럴 수 있는 건지,나도 요번 주말엔 인천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고양이 2010-05-25 12:3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안상수 후보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저런 사람이 나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저의 호연지기를 키워야 할거 같습니다. 아........ 짱나.

양철나무꾼 2010-05-25 14:18   좋아요 0 | URL
오늘 점심을 먹는데,일회용 김 제목(?)이 "짱구 김"인거예요~
전 이걸 "짱 구김"으로 읽고 "아.......짱나."가 연상돼서 밥알 튀기며 웃었다니까요~^^

쟈니 2010-05-25 15:09   좋아요 0 | URL
취득세, 등록세가 천만원인 집이 20만 가구가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찾아보니 한 4, 5억 정도 되는 주택이 20만 가구가 들어오는 걸 예상했군요. 가능할까요? 인천은 송도때문에 인천 중심 상권이 죽는데, 막상 송도가 붐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역시, 한나라당은 아무 말이나 지르면 되는줄 아는 넘들....(그리고 지들이 한말 까먹는 인간들)

양철나무꾼 2010-05-25 16:57   좋아요 0 | URL
제가 이분의 호연지기에 감복했던 부분은,
"제가 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했던 부분과,
"초등학교 급식비에 한 6백억 정도 들어가는 데..."
했던 대목이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걸,왜 여태껏 안 하고 그냥 있었나 싶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압권은 손석희가 "예?"하고 되물어 보는 부분이었는데,재현할 수 없는게 못내 아쉽네요~
 
페트록의 귀환
핍 본 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작은 이렇다.

술은 마술사.그래서 술에 취한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 눈앞에 마법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거친 사암 재질의 다리에 기대어 시커먼 강물을 내려다보면서,마음만 먹으면 이 황량한 계곡에서 고향의 따스한 강둑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반달과 보름달 사이의 어중간한 달이 내 어깨 위로 떠올라 물의 원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하지만 눈을 질끈 감는 순간,이미 기회를 놓쳤음을 알았다.마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시기를 잘 맞춰야 순간 이동도 가능한데,늘 이렇게 기회를 놓치고 만다.

눈에 띄지 않는 겉표지를 보고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책을 집어들었던 나로서는,이 책의 첫문단을 읽고는 책을 고쳐 잡았다.
'오홀~재밌겠는걸...문장이 딱딱 떨어지잖아!'
이 책은 열아홉살 먹은 풋내기 수도사 페트록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풋내기 수도사가 유물 도둑과 살인자로 몰리는 바람에,
영국 데몬에서 그린랜드까지의 여정을 거치면서 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입체감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건...흡입력 있는 문장력도 문장력이지만,
이런 류의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종교적 색채와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쪽의 '나는 세속의 남정네 같은 음탕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더듬더듬 말했다.'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우리의 '페트록'이 청년은 수도사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세속적이다.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이런 당위성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고민하는 모습-즉 '수도'하는 과정,수도원 밖에서도 '수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한 친구 윌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페트록의 속내는 잘 드러난다.

"밤엔 잘 잤어,페트록 형제?"
"너도 알다시피 마음이 깨끗한 자는 꿈도 안 꾸고 잘 자."
거짓말이었다.나는 밤새도록 정신 사나운 꿈에 시달렸다...(28쪽)

도입부의,풋내기 수도사가 성물을 훔치고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는 것도 적당히 반듯한 페트록이니까 가능한 일처럼 보였지만,

애드릭신부는하느님께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거나 속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저 책과 지식의 보고를 곁에 두기 위해 성직자가 된 듯했다.(88쪽)
책을 좋아하고,책 속에 숨은 역사와 유물을 탐구하기 좋아하는 페트릭과 애드릭 신부와의 연관은 정말 그럴듯한 얼개로 작용한다.

또 한가지 이 책이 맘에 들었던 점은,
어떤 책에서는 템플 기사단을 영웅시하고 있던데,이 책에서는 악독하고 타락한 기사단원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이건,내가 뭐 템플기사단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내 알량한 소견으론,세상을 통틀어 절대적인 선이나 절대적인 악은 없는 것 같다.
13세기에 그토록 수도원이 부패되었는데,좋은 뜻과 결의로 뭉친 템플기사단이어도 타락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유물을 훔쳐내고,가짜 유물을 만들어내고 약탈을 일삼는 해적들도 대의와 명분에 따라 움직인다면,의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작가가 얘기하는 대의명분은 하층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다.
다시말해 배안의 수많은 다른 인종과 이교도를 배척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간다.
거기에 비잔틴의 공주였던 안나를 등장시켜 뱃사람들로 하여금 남녀차별과 신분 차별을 깨뜨려 준다.

다시말해,당위성을 가지고 도덕적인 척 하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고민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열아홉살의 청년 수도사의 이런 고뇌가 충분히 타당하고,
그의 여정에 응원하고 힘을 보태고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잔틴의 공주였다는 안나 공주와의 로맨스를 엿보는 것도 내겐 솔솔한 재미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친구 윌이 다시 나타나고 다시 죽는 과정인데,
친구 윌이 나타나 안나 공주와의 로맨스에 연적이 등장하고 삼각구도가 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악당 템플기사단 '휴'경의 노예가 되어 나타났다는 설정은 좀 그랬다.

열아홉의 그들이 겪어낼 수 있는 삶과 지혜의 무게,
애드릭 신부나,몽탈락 선장이 겪여낼 수 있는 사람과 지혜와 연륜의 무게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몽탈락과 페트록의 대화는 어쩜 이렇게 단순하지만 멋질 수 있는 것인지, 몽탈락의 연륜이 돋보였던 부분이고,

"좋아.그거면 됐네.오네포드 사람 페트록,자네 가슴은 텅비지 않았어.가득 채워지고 더욱 강해졌지.거짓된의식의 그을음으로 영혼이 더러워졌지만 언젠가 다시 깨끗해져서 빛을 낸 걸세.이제 자넨 우리와 하나가 되었어.자네 말대로 우린 다른 이름을 두고 맹세를 하진 않아.자네가 자유 의지로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으니 언제든 가고 싶을 때 떠나도 좋다는 뜻일세."195쪽

페트록의 성찰도 멋져보여,가슴 속에서 되내여 보게 된다.

*'어제 길든 짧든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디뎌야 할 때였다.앞으로 걸어가는 것 외에 내겐 달리 선택  의 여지가 없었다.'(130쪽)
*"그자가 마음에 들던데요.거짓말쟁이 사기꾼은 아닌것 같아서요."(249쪽)
*내가 남에게 가한 칼질이 내 영혼에 그만큼의 상처를 남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327쪽)
*"그때 울지말았어야 했어 분노했어야 했어."(393쪽)

'살람 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에,'와알레이쿰 살람(당신에게도 그러하기를)(160쪽)' 이라고 대답하는 페트록의 모습에서,
수도사라고 하여 자신의 종교에 안주하지 않고,다른 사람의 종교를 존중해 주고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참 맘에 들었다.

배 위 생활을 하면서 괴혈병으로 시달리는 일면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의 안나공주를 앞니 빠진 중강새로 만들어버리는 건...좀 심했다.ㅋ~
아프거나 다친 사람을 치료하면서 기도라는 대책없는 방법을 사용하는게 아니라,약초나 민간요법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좋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인물들이 다소 거리감 있었는데,
'숱많은 잿빛머리카락,다소 가운데로 몰린 진회색 눈동자,매부리코,얇은 입술',이라고 묘사하는데서 난 '시라노'의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떠올렸고 그때부터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어찌되었건 결말이 못내 아쉬운 나로서는,<The vault of bones><Painted in blood>로 이어지는 페트록의 다음 활약이 기다려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5-22 20:48   좋아요 1 | URL
저도 첫 문장이 맘에 들긴 하는데...
이 소설이 판타지나 SF 인가요? 첨 보는 소설이예요... ^^

양철나무꾼 2010-05-23 11:53   좋아요 1 | URL
제가 장르를 나누기 쉽지 않을 때,뭉뚱그려 하는 말이 있죠~
"장르소설"입니다.^^

이 소설,재밌는 소재이고 번역도 훌륭하고...참 괜찮은데,
표지도 그저그렇고,'문학수첩'이란 출판사에서 별로 광고도 하지 않았나 봐요.
 

백번 양보하여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줄려고 해도,오늘 같은 날 <방아타령>은 영 '꽝'인 선곡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백기완' 선생의 시<묏 비나리>를, 

작가 '황석영'이 일부 발췌 개작하였고,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이 곡을 붙였다고 한다.

 

 

   












  

 

<님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싸우 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끝없는 함성
앞-서서 나가자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자 산자여 따르라
 

 <방아타령>

노자 좋구나 오초동남 너른 물에 오고가는 상고선은
순풍에 돛을 달고 북을 두리둥실 울리면서 어기여차 닻감는 소리
원포귀범이 에헤라이 아니란 말인가
에헤에헤~ 에헤야~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반 넘어 늙었으니 다시 젊기는 꽃잎이 앵도라졌다
 

 

                               


말러:교향곡2번,부활(2cd) 
말러(Gustav mahler)작곡 
텐슈테트(Klaus Tennstedt)지휘 

 


  



 

말러:교향곡2번,부활(2cd) 
말러(Gustav mahler)작곡 
솔티(Georg solti)지휘


난 '말러'나 들어야겠다.

  

그러다가 생각난 만화책,'강풀'의<26년> 

 

 

 


 

 


 

 

 

 
 

그리고 영화 한편,<화려한 휴가> 




 


 

 

"

 

 

 

날씨 따위에는 구애받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오늘은 비가 내려주어서 다행이다.
“자기 등만 따스면 썩습니다.” 

백기완 선생의 한마디가 떠올라 눈가가 자꾸만 촉촉해지는데, 

비 덕분에 들키지 않고 맘껏 되내일 수 있겠다.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눈짓 말일세
그렇지
싸우는 현장의 장단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한 춤꾼은 비로소 구비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저 비록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쳐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졌어도 이기고 있는 민중의 아우성 젊은 춤꾼이여
오, 우리굿의 맨마루, 절정 인류최초의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몸으로 디리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폐허 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위에
희대를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아, 신바람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놈의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라진다 해도
언땅의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 나네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띠기에 일생을 걸어라
 

                  백기완 시 <젊은 날 >중에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쟈니 2010-05-18 12:50   좋아요 0 | URL
참 속상한 하루입니다. 어떻게 방아 타령을 틀 생각을 하는지..
이러다 이 정권 말기에는 5.18 기념식 자체가 아예 시민들만으로 진행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차라리, 이런 정권이라면, 시민들의 기념식이 더 의미있겠죠. 광주에서는 말러의 부할을 연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자기 등만 따스면 썩습니다.” ... 저도 제 등만 생각하며 사는 것같아 맘이 좋지 않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5-18 16:44   좋아요 0 | URL
자기 등만 따스면 썩지만,자기 등을 배제하면 '사상누각'이 될 것 같습니다.
그걸 깨닫게 해주셔서 '쟈니'님의 페이퍼가 제겐 남달랐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5-18 13:14   좋아요 0 | URL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이 음절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눈물이 팽 돕니다.
꿈섬님 글에도 남겼습니다만... 차라리 뉴스를 보지 말걸 그랬습니다.
518... 맘이 아픕니다. 다들 각자의 셈을 하는 꼴을 보려니.

양철나무꾼 2010-05-18 17:00   좋아요 0 | URL
그쵸?자동적으로 눈시울 글썽,두주먹 불끈 하게 돼죠~
기념식장에서 우리의 국무총리께서'노자 좋구나...'하며 어깨를 들썩일 수 있었는지 어땠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ㅠ.ㅠ

2010-05-21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5-22 15:51   좋아요 0 | URL
서울 촌놈인 저는 88년도에 광주를 처음 갔었지요.
그때 목포 유달산에 올라...태산을 보며 호연지기를 노래했던 두보를 흉내내고자 포부를 가졌었던 것도 같습니다.
결국 유달산에 올라,'야호'소리도 못 지르고 눈물만 흘리고 내려왔습니다.
산이 높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제게도,산이 높지 않아서...한참은 낙후된 동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때문에 518을 별개로 하고도 제게는 가슴 저린 아픔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61 | 162 | 163 | 16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