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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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침공이 없다면 당신은 백세까지 살 수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소리를 듣다가,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노후대비자금을 마련하라는 광고였나 본데,

난 평균 기대 수명이 백세라는 말로 들려, 소름이 오싹 돋았다.

 

알라딘서재에서도 16주년 기념이라고 하여,몇가지 통계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수치가 엉터리다.

논리적 오류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발견되니,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 기회에 부디,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는 죽을 맛이란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80세까지면, 후하게 잡아도 앞으로 35년이다.

전공 관련 서적이나 공부하는 책을 제외하고 내가 1년에 읽을 수 있는 책이 100권 안팎이라고치면,

3500권이 고작인데, 어떻게 저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여느때처럼 생각은 널을 뛰어,

IF...만약에 외계인이 침공을 한다면...

하여 100세까지 살 수 없고, 80세까지 산다면 어떨까?

내게 80세는 쫌 추상적인 시간이고,

내가 앞으로 10년 밖에 더 못산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5년 또는 1년밖에 못산다면?

좀 슬프긴 하겠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내고 싶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1년 미만으로 산다고 생각을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내는 것까지는, 큰 차이가 없는데,

일의 규모와 사람들을 가지치기하여 더 단출하고 홀쭉해진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도서출판 북스피어의 모토이고, 마포 김사장 님이 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재미가 있어야 책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은 연습게임이 아니고 매순간순간이 실제상황인데,

재미타령이나 할 정도로 그렇게 만만한 것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 얘기하자면,

의미있고 진지하다고 하여서 재미있지 말란 법은 없다.

 

인생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순간순간을 각잡고 가드올리고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좋아서 기꺼이 하는 일과,

재미와 의미를 찾아서 의무감으로 하는 일은,

개인적인 성취도와 만족감이란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에 알라딘 서재 대문에 뜬 사진 한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이 출판사의 몇 년전 장르소설 신문 광고였는데,

'여성은 미스테리 장르의 재미는 이해하지 못한채 남성파트너에게 매달려 섹스만을 조르는 존재인 듯 묘사한 북스피어사의 이 광고에 대한 해명을 요구합니다 '

라는 글이 캡쳐되어 있고,

그 밑에 사진 속의 남자, 이 책의 저자인 김홍민이 '자신의 책 85쪽에 나온 걸로 답변을 대신한다'고 했다는 답변을 인용해 놓은 페이퍼였다.

난 궁금한 것은 못 참는고로, 이 책을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했었다.

 

먼저 이 책의 저자 김홍민 사장의 생김새나 외모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내가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지나치게 하트 뿅뿅 발사되는 시선으로 봐서 그런것일 수도 있겠으나,

마케팅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 싶었다.

그동안 내가 알던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마포 김사장보다는, 마케팅의 귀재가 더 걸맞는 수식어라는 느낌이니까 말이다.

 

그가 구상했던 컨셉은,

'ㆍㆍㆍㆍㆍㆍ남자와 여자가 밤새 사랑을 나눈 다음날 아침이다. 여자는 남자와 한 번 더 하고 싶다. 하지만 남자는 어제 읽던 추리소설의 결말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여자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책을 펼쳐 읽는다. 여자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얼마나 재미있기에.'(87쪽)

였다는데,

그러고 보면, 여성은 미스테르리 장르의 재미를 이해하지 못한채 남성파트너에게 매달려 섹스만을 조르는 존재인 듯 묘사했다고 보는 입장 자체가 자격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이랑 연관시켜 보자면, 장르소설의 경우,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시작했는데 중간에 멈추고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반대로 비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오히려 저렇게 재밌는 책이라면, 난 빼앗거나 가로채서라도 내가 먼저 읽고 싶어질 것 같다.

 

암튼,

성을 상품화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은 없다. 아쉬운 마음도 없다. 세 시간 동안 재미있게 찍고 나서 배터지게 삼겹살도 먹었으니까.(88쪽)

여기까지 읽은 나는, 쿨하게 김사장의 손을 들아주고 싶어졌다.

재미를 이기는 그무엇도 알지 못했으므로,

쿨하게 시인하는데,

문뜩 '나 마케팅의 귀재에게 한번 더 낚인거건 아냐?'하는 엉뚱한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뭐 아쉽지는 않다.

이 책 속에는 저런 낚임을 상쇄시키고도 남을만큼 재밌고 기말한 내용으로 가득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그렇고,

(난 말초적인 그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순환장애나 감각마비 따위는 말초부터 비롯되는거니까 말이다.)

재미만을 추구하느라고 책의 본분인 의미를 망각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54쪽에서도, 재미있는 척한 게 아니고, 정말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계속해온 거라고 얘기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명분하에 직업적인 윤리나 도덕 의식마저 말아잡숫지도 않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 출판계의 문제점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진단해 보고 있으며,

해결책을 제시해보기도 하는데,

그것이 제살 깍아먹기 식이 아니라,

'더 재밌는 방식으로 책을 파는' 그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마포 김사장이 마케팅에서 승승장구하여 귀재소리를 듣게 된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지사지의 태도를 취할 줄 알았기 때문이 한가지 이유인것 같다.

독자의 입장과 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안다.

<플레이보이 SF 걸작선>을 예로 든 걸 보자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도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독자가 곤란에 처할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라고 하는 것을 보면 내공이 느껴진다.

 

'출판에 대한 큰 그림을 생각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작은 걸 많이 생각해야 된다. 더 소심해져야 된다. 더 크게 미래를 볼수록 헛다리를 짚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라는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소심하게 만들고 소심하게 팔아야 한다고 소신을 다짐하는 것도 그렇다.

그는 '소심한 편집자는 지지 않는다. 아니, 지지않는다고 믿겠다.'

라고 얘기하며 끝을 맺는데, 난 거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져 봐야 이길 수 있고, 져야 꽃피울 수 있다.

져보고 이길 수 있기를, 져보고 꽃피울 수 있기를 빈다.

그런데, 어쩔 것인가 말이다.

책장을 단출하게 줄이겠다는 다짐에서 시작한 글이었는데,

야매 출판인이어도 출판인은 출판인지라, 장바구니가 불룩하다.

제대로 지름신이다.

이렇게라면 80이 아니라 100세까지 살아도 다 못 읽지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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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05 15:21   좋아요 0 | URL
저는 글보다 사진을 먼저 보았기에 처음엔 뜨악~~했어요ㅜ
그리고 저도 생각에 생각을 더해봤을때 내가 그여자라면? 책을 뺏어 내가 먼저 읽어보겠다!!라는 생각?님과 찌찌뽕이네요^^
그래서 이사람은 좀 똑똑한 사람이란 느낌였는데 님의 글을 읽어보니 많이 똑똑한 사람이구나~싶네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님도 지름신 계열에 속하는 것 아시죠?^^

그래도~~보수적인면이 많아서일까요?
좀 다른시각으로 광고를 했었으면?싶네요 흠흠

양철나무꾼 2015-07-06 09:11   좋아요 0 | URL
네, 많이 똑똑한 사람이죠~^^
책을 빼앗아 읽는 것...찌찌뽕인가요?ㅋㄷㅋㄷ~~~!!!

제가 생각을 비틀어 해본다고 한 것은,
남자가 한번만 더 하자고 조르는데,
여자가 책 속에 홀딱 빠져드는 상황이었어요, ㅋ~.
이실직고하자면, 제겐 너무나도 흔하게 발생하는 풍경이라서...

만약 저 사진에서, 남자와 여자가 바뀐 상황이었다면,
그렇다면 어땠을까요?

당근,
저도 저 광고가 맘에 들지는 않아요, ㅋ~.
남자의 얼굴표정도 그렇고,
여자가 뒷태로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훅~!`들어오지는 않는 것이, the worst를 뽑으라면 1등 감 아닐까요?
ㅋㅋㅋㅋㅋ

만병통치약 2015-07-05 16:00   좋아요 0 | URL
일단 알라딘 구매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돌리니 예상치가 우리 예상과 다르네요/ 광고는 이해는 되는데 남성위주의 시각이군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5-07-06 09:26   좋아요 0 | URL
저의 구매 패턴을 급 반성했어요~^^
근데 제 월평균 구매금액이 337,987원으로 알라딘 회원 중 903번째로 높다고 나왔던데,
제 앞의 902명은 그럼 한달에 얼마치를 구입한다는 거래요?
이제 구입할 생각 그만하고, 읽어야 겠어요, ㅋ~.

그리고 전, 저 광고에 대해서는,
나라면 `여자 주인공으로 바꿔 주세요~!`라고 하겠는데,
암튼 결과론 적으로다가,
(2년도 더된 사진을 들먹이는 이유가 뭘까요?)
진짜 똑똑한 친구다 하는 생각을 한번 더했습니다여~ㅅ!
제 구매 자제 결심을 한방에 무너뜨린걸 보세요~^^

AgalmA 2015-07-05 22:12   좋아요 0 | URL
음...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여러 부분은 동의합니다.
김홍민 씨의 포부가 `어렵고 가난한 사람은 이길 수 있는 데서 승부를 걸어야 하며, 거기서 꼭 승리해야 한다.`말하던 청년유니온의 조성주 씨의 의지와도 맥이 닿네요. 이런 생각, 저는 지지합니다.
진보 인사의 데이트폭력 추문 속에 김홍민 씨의 정중한 사과는 살짝 빛나기도 했지요.

그런데 위의 만병통치약님 말씀처럼 남성위주 시각에 따른 광고전략에서 문제점이 보입니다. 책읽는 나무님 말씀처럼 좀 다른 시각의 광고였으면 안 되었나 싶기도 하고요. 김홍민 씨의 속내까지는 다 모르겠습니다만 그 컨셉의 발단과 광고 이미지는 잘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선한 전위성이나 차별적인 광고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 속에 녹아있는 남성주의와 전형적인 성 상품화 시각 때문에 말입니다. 김홍민 씨는`여성은 미스테리 장르를 이해 못해서..`가 아니라 `그거보다 재밌다`라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제3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기만의 재미 논리란 약점이 보입니다. `그거보다`를 앞에 내세우는 그 자세가 이미 보수적이며 남성적인 판타지입니다. 여성이 저런 포즈인 것이 섹스에 안달난 폼이 아니진 않잖아요? 여성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이 광고의 총체적 전형성이 김홍민 씨가 흡사 새로운 생각, 재미라고 말하는 그 인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책 읽는 것을 방해하는 또하나의 물성으로 여성을 고정시켰단 말이죠. 이 광고에 대해 불쾌감을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리가 있습니다. 성에 보수적이라서 라거나 선동적인 페미니즘의 야단이라고 비판한다면 이 광고야말로 보수적이며 그 취향도 독단적이라고 공격받기 딱입니다. 불쾌 없이 재미만 느낄 사람만 있지 않을 테니까요.

소수 취향도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취향과 반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거 참 어려운 부분이죠...소수이기에 더욱 논리의 헛점이 없도록 애써야되고, 그래야 성공 여부를 떠나 지지를 받을 수 있죠.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는 연예 오락 부분은 그런 논리의 약세는 좀 감안되죠.
하지만 김홍민 씨는 미묘한 지점에 있습니다. 책도 상당히 오락과 소비시장화 되었지만, 앎과 세계를 따지는 출판 분야 잖아요. 딴지와 이슈가 단순히 차별적 전략으로 머물러서는 곤란할 일이죠. 합당한 근거를 스스로 마련해야죠.
저는 김홍민 씨의 재미-의미 논리에 의문표를 두게 됩니다. 의미 때문에 재미 있는 건 어쩌실 거냐고...세계는 이미 그 삶의 의미 때문에 수많은 것들을 지지고 볶는 재미를 매일매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양철나무꾼 2015-07-06 09:42   좋아요 0 | URL
님께서 제 글의 요지와는 살짝 어긋나는것 같아서 말이죠~--;
저 또한 그런 모든 것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그건 얼마든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였어요.
오히려 몇년이나 지난 광고를 다시 들춰내 이슈화 한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처럼 비춰져서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성 상품화에 대해서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여성만이 성의 상품이고 약자라는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라고 남성을 그렇게 보지말란 법이 어디있단 말입니까여~?

책을 읽어보시고,
저 사진광고가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기획되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저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ㅇ)
그 입장을 그럴 수도 있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암튼, 이 모두를 떠나서,
우리가 몇년된 이 사안을 가지고 이슈로 삼는것 자체가,
어쩜 그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길고 성의있는 댓글에 짧게 답을 드리는것 같아,
고맙고 송구할 따름입니다.
 
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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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휴일이면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삼매에 빠져 지내는데,

지상파 채널로는 부족하다는 듯 종합편성 채널 프로그램까지 두루 꿰어 섭렵해 주고 계신다.

그날 나의 레이더에 포착된건 '삼시세끼'라는 제목이었는데,

산간오지 시골마을에서 자급자족으로 삼시세끼를 해결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냉장고와 선풍기도 없어서, 네모난 얼음을 커다란 고무통에 넣어 천연냉장고라며 능청을 떨고,

가마솥에 장작을 지펴 밥을 한다.

 

마침 지성이라는 남자 배우가 나와서 설거지를 지극 정성으로 하면서,

'아내도 마찬가지로 배우인 이보영인데, 이 프로를 좋아한다,

 출산예정일이 3주 남았다,

 집안일은 주위 도움을 받지 않고 둘이 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아내는 요리를 잘하고 자신은 설거지를 잘한다'

라고 너스레를 떠는데,

그 소박하고 예쁜 마음이 브라운관을 넘어 내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서 따뜻하고 훈훈해 졌고,

그래서 아내가 누군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지성과 이보영이라는 배우가 있다는걸 몰랐던게 아니라,

 그들이 누가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 따위가 나의 관심 사항이 아니어서,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지 못할 뿐이었다~--;)

최근 근황에 이보영이 <사랑의 시간들>이라는 책을 냈다고 해서 궁금해졌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이 책<사랑의 시간들>을 인용해 이렇게 얘기하겠다.

 

내안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기 위해,

사람들의 외로움에 다가가기 위해,

나는 연기를 하고 책을 읽는다.

 

이 말은 '김영하'의 '말하다'를 빌어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

이것이 곧 '간접체험이고 인생의  보험' 이기 때문이라고~.

 

이런 종류의 서평집이나 독서에세이를 종합선물세트 같아서 좋아하지만,

배우의 그것이라길래,

화보집 수준이 아닐까 싶어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아주 좋았다.

 

배우 이보영을 타이틀로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잘 읽힐 수 있겠기에,

배우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반감될까봐 우려스럽다.

글을 분야 별로 묶어 내는 것도 그렇고 필력도 뛰어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국문과 출신이란다.

무엇보다 그녀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그녀가 위로받으며 성장한 책들을 골라놓았다는데,

책의 구비구비에서 느껴지는 삶의 성찰들이 진지하다.

이쯤에서 내가 하게 되는 얘기가 있는데, 신은 불공평하다~(,.)

 

그녀가 골라 놓은 23종의 책들 중,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우쿠노 슈지<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이동원<살고싶다>

이 세 종을 제외하곤 다 내가 읽은 책들이어서 더 좋았다.

취향이 겹친다는 데서 오는 소통이랄까 공감은, 심정적인 거리감을 한뼘쯤 줄여주었다.

 

이 책의 속표지에 보면,

저자 이보영의 사인이 직접 한것은 아니고, (ㅋ~. 인쇄되어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을 반영한다고, 이보영처럼 이쁘고 수박하고 단정하다.

 

사인 속의 '저처럼 책을 통해서 위로받는 분들이 많아지시길' 이라는 글귀도 그렇고,

프롤로그에서도 '당신도 나처럼 위로받기를' 이라고 하고 있는데,

책을 통해서 위로받는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의 뭇 책들을 읽거나,

이 책에 이보영이 읽었다고 언급된 책들만이라도 다 따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속표지의 그녀의 단정한 사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쓴  책 속의 글 한 줄을 입으로 되내이며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마음이 내게 전해져 오고,

'이세상은 살만한 곳이다'하고 무한 위로 받는 묘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이 글의 처음에서 지성이 얘기한,

'집안일을 주위 도움을 받지 않고 둘이 해보려고 한 이유'가 언급된다.

 

이보영처럼 예쁜 배우도 타인과의 관계가 콤플렉스로 작용했다는게,

내겐 용기라면 용기가 됐고 희망이라면 희망이 됐다.

ㆍㆍㆍㆍㆍㆍ다른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 때문에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많이 부딪치게 됐다.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나도 모르던 모습과 단점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남들 앞에 나서기가 꺼려졌다. 자꾸만 위축되고 말과 행동이 예민해졌다. 대부분 외모에 대한 지적이었는데, 옷을 입을 때마다 결점을 덮으려다 보니 오히려 더 부각되기도 했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것들이 다 콤플렉스가 됐고 새로운 콤플렉스도 만들어졌다. 그때 나는 참 못났었다. 그토록 좋은 날, 그토록 예쁜 날, 집안에만 틀어박혀 콤플렉스에 사로잡힌채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고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ㆍㆍㆍㆍㆍㆍ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47쪽)

 

또 한가지,

여자라면, 더구나 연예인이라면 십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너무 솔직하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나에게는 피터팬 증후군이 약간 있는 듯하다. 아직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여전히 아이처럼 노는 걸 좋아한다.ㆍㆍㆍㆍㆍㆍ시간은 한해, 한해 흐르는데 세월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내 마음은 한참 뒤처져 있는 듯하다. 한때는 그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 어른이 돼야 할 나이인데 여전히 아이 같은 속마음이 비어져 나와서 겉으로 내색하지 않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은 것도 슬픈 것도 아픈 것도 드러내지 말라고, 어른스럽지 못하니 나이답게 처신하라는 충고는 버겁기만 했다. 진짜 내모습이 아닌데 나를 포장한 채 살아간다면 과연 행복할까.(56~57쪽)

이건 나도 자주 맞닥뜨리는 경험이다.

대학생을 둔 아이의 엄마니까 무엇이든 다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게도 처음인것도 있고,

낯선것도 있고, 하기 싫은 것도 있다.

 

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하니 나이답게 처신하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체면이나 사회적 인식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그녀가 말하는 '포장'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의 가식으로 위장하고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 자신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자는 주의이다.

그것이 어른스럽지 못할지라도 본심을 숨겨서 병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단, 여기서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에 가치판단은 전제로 하지않는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인건, 법정 스님의 산문<함부로 인연을 맺지마라>와 관련해서 이다.

연예인이라면 마당발을 자랑하고,

문어발씩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것 같았는데,

법정스님의 산문을 인용하는 진정한 인연, 진정한 관계맺음을 얘기하는건, 의외였다.

(99~101쪽)

 

언젠가 이곳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것 같은데,

나 또한 호ㆍ불호가 분명하고 사람을 몹시 가리는 성격이어서,

'스스로 따'시키는 '스ㆍ따'라는둥,

엉뚱한 이름으로 붙여가며 무리에서 떨어지는것을 나름 합리화하고, 자기 최면을 걸었었다.

그러면서 내심 두려웠었던건, 내 자신을 향하여서가 아니라,

하나뿐인 아들이 엄마의 유전자만을 골라 닮아서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할까봐서였는데,

그건 기우였다.

아들은 아빠의 유전자도 절반 물려받으니까 말이다.

 

겹쳐지는 책이 많다는 것은, 성향이 비슷하다는 의미인듯~!

<미 비포 유>에서 언급되었던 것인데,

아무리 말려도 내가 직접 뛰어들어 다쳐본 이후에야 그게 아닌 줄 깨닫는 다는 점에선 닮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는 그녀와 달리, 난 길들여진 것에 연연하고 익숙한 것이 좋다.

 

음~,

나를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인용한 것처럼, '끈질기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꿈이 이루어졌을때는 더 이상 꿈이 아니듯이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사물의 핵심에 도달하려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야 한다.ㆍㆍㆍㆍㆍㆍ이 야망은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원한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왔고, 열정이 아니라 평온한 느낌에 기반을 두고 있다.ㆍㆍㆍㆍㆍㆍ예술은 끈질긴 작업,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한 작업, 지속적인 관찰을 필요로 한다. '끈질기다'는 표현은 일차적으로 쉼 없는 노동을 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자신의 견해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이보영처럼 예쁜 여자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보대끼고,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하여 체념하거나 퍼질러 주저앉거나 하지 않고,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눈곱 만큼 좀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반성을 하고,

그렇게 그렇게 위로받으며 성장한다는 것이고,

그 매개로 책을 읽고, 독서기록을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그런 위로와 성장들을 엿볼 수 있어서

오늘 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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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2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5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5-07-02 16:00   좋아요 0 | URL
TV를 안봐서 지성도 이보영도 다 모릅니다만,
양철님의 글은 늘 재밌고 좋아요!
저는 늘 책을 통해 인생에서 가보지 못한 길을 대리체험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여유가 많다면 좀 더 많은 길을 책을 통해 가볼 수 있을 텐데,
늘 바쁘기만 한 일상이 안타깝네요.

양철나무꾼 2015-07-05 13:22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께서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좋은걸요, 헤에~^^
특히 글을 잘 쓴다는 것보다 재밌다는 것이 전 더 좋아여~.

길이란게 그런 것 같아요.
가보지 못한 길을 여러곳,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한군데 길을 구석구석 잘 살피는 것도 한 방법이니까요~^^
어느게 옳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의 시 한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게 홀로 외로운 존재이지만,

누구나 다 그 섬에 가 닿고 싶어하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소통과 공감을 꿈꾸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말로는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로 표현하자면, unique- Something that is unique is the only one of its kind. 정도 되겠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란 이런 사람이 되겠는데,

김영하 작가야 말로 unique라는 단어가 꼭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보다><말하다><읽다> 연작 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그간의 인터뷰와 강연 모음집이란다.

난 작가는 작품으로 보여주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설가는 소설로,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작품외의 것으로 이러저러하게 중언부언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산문집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때문에 작가의 그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글보다 말이 좋은 작가라는 것이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아니, 전작 <보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의외로 좋았다,

아주 좋았다.

 

이렇게 좋았던 것은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는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을 하거나 교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고,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작품 속의 인물이나 내용과 소통이나 교감을 하는 것이라는,

(작가-작품), (작품-독자)의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제가 겪은 가장 깊은 소통은 동료 작가와의 만남에서 경험한 적도 없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경험한 적도 없어요. 고요히 혼자 집에서 읽은 책의 내용과 거기 나오는 인물들, 그러니까 책 자체와 소통했던 순간이었어요. 영화는 두 시간이라 너무 짧아요. 뭘 깊이 소통했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가장 깊은 수준의 소통은 소설을 통해서 얻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즉 소설을 통해서 획득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실제의 인간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172쪽)

가장 깊은 소통을 책에서 느꼈다는 작가의 견해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런 작가가 왠지 안쓰럽게 여겨지지만 말이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다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워 졌을 거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 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게 더 중요한 거예요.(38~39쪽)

살아가는데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 또한 심히 못 마땅하지만,

김영하처럼 unique한 인물에게서 나오는 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군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시절 6번이나 전학을 다니느라 속깊은 친구를 못 사귀었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책이 유일한 친구가 되었을 수는 있겠다.

그런 그의 성향이 한곳에 정착을 못하고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게 만들고,

결혼은 했으되 아이는 갖지 않으며 고양이는 키우는 '딩크족'의 마인드를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정확한 내용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요시모토 바나나가 어릴 때 친구도 안만나고 책만 읽었대요. 작가의 아버지가 요시모토 다카아키라고 유명한 학자인데, 일본 같은 사회에서 친구 없이 지낸다는 건 좀 위험한 일이다, 아이가 이상하다,주변에서 걱정을 하니까 그가 그렇게 말했대요. 친구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가 그냥 책을 읽게 내버려두라,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거예요. 동감이예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에요. 친구들 만나서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면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진 것 같지만 실은 그냥 빚으로 남는 거예요. 나중에는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해요.(38~40쪽)

 

그러니까 이 책이 좋아진 것은 작가의 unique함, '솔.까.말' 때문이다.

폼 잡지 않고 솔직히 까놓고 얘기한다.

은유의 글쓰기 최전선 때도 나왔던 얘기인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여건이고,

김영하의 사인회에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학생이거나 알바이거나 비정규직, 취업준비생이라고 한다.

 

작가의  '솔.까.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군부대 강연 내용은 책의 초반부터 비중있게 등장한다.

제대를 앞둔 병장이,

자기는 집안형편도 어렵고 스펙도 변변치 않고 학벌도 시원찮은데,

자기 같은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고 묻자,

김영하는 "음, 잘 안 될 거예요."라고 말문을 연다.

ㆍㆍㆍㆍㆍㆍ미안하지만, 여러분 앞에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나는 작가라서 성공하는 법 같은 걸 가르쳐줄 수가 없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곡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어온다. <안나 까레니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충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21쪽)

 

하지만 이 책이 좋아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 따위 시시한 책은 왜 읽냐?"라든지,

"소설 나부랭이는 읽어 뭐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었는데,

'콕~'꼬집어서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따위 시시한 책이나, 소설 나부랭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이것이 곧 간접체험이고 인생의 보험이라고 당당하게 맞서야 겠다.

아무런 대비없이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이따위 책이라도 읽으면서 대비하는게 훨씬 낫지 않은가 말이다, ㅋ~.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표절과 관련하여서도,

김영하 정도의 '솔.까.말'이면 당당히 비껴갈 수 있겠다.

그가 주로 읽는 것은 고전이고, 그가 하는 것은 고전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란다.

 

어렸을때부터 라디오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여서 그렇다면서, 

꿈이 심야음악방송을 하는 거라는데,

새벽 2~3시쯤 외계를 향해 장렬히 전파를 발사하고 사라지는 황당한 방송ㆍㆍㆍㆍㆍㆍ(웃음)(41쪽),

데이비드 미첼의 <유령이 쓴 책>의 결말부와 같은 내용이지만,

그걸 표절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동시대를 살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따위,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와 흡사하여서 더 애정하게 됐다.

 

저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는 단순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이야기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에요.(120쪽)

이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좋은 글(책)이란 새로운 학문적 이론이나 대단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는 글(책)이 아니라,

글쓴이가 체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리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놓은 글이 좋은 글(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 경험이나 고철이 담겨있는 그런 것을 능가하는 것은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자기 자신을 이해시키고 정당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121쪽)

그간의 인터뷰와 강연 모음집이라는 이 책은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도 조금씩 변했겠지만,

일관성을 갖는다.

"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백 개의 세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읽은 책이 다르고, 설령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다릅니다. 자기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 (181쪽)

때문에, 다른 인터뷰 모음집의 경우 중언 부언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것에 비해,

이 책은 김영하가 말하려는 바가 명확하다.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까 묻는 이에겐,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는 몰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라고 하며,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도 자기가 즐거워서 기꺼이 쓰는 글이어야 한다는 의미이겠다.

그리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존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의 하루하루는 즐겁고 기꺼운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그리고 내가 자의로 선택해서 읽고 있는 이 한권의 책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시시해보이고, 책 나부랭이로 보일지라도,

내겐 즐겁고 기꺼운,

그래서 행복해서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가는 그런 책읽기인 것이다.

 

하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정현종이 얘기했지만,

본 조비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고 했단다.

소통과 불통은 한끗 차이지만, 마음 먹기 나름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 여기도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되고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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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6-30 17:06   좋아요 0 | URL
고요한 마음으로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서로서로 사랑스레 흐르는
숨결이 되지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5-07-05 13:23   좋아요 0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cyrus 2015-06-30 20:21   좋아요 0 | URL
이번 표절 사건 때문에 소설의 순기능도 평가절하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썩어빠진 문단이 정신 차려야 할텐데 말이죠. ^^;;

양철나무꾼 2015-07-05 13:25   좋아요 1 | URL
도려내는 것과 가라앉히는 것이 있대요.
어떤 방법을 쓸지 궁금해요.

우리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겠죠~!

서니데이 2015-07-01 09:35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강연용이라서 그런지, 글로 쓰여져 있더라도 술술 잘 읽혔던 기억이 있어요.
양철나무꾼님의 페이퍼로 다시 만나니 또 반가운 기분입니다.
7월 첫날이에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07-05 13:2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더운 여름이예요.
바쁘시더라도 쉬이 지치지 않도록 건강 돌보시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망중한을 즐기자구요~^^

해피북 2015-07-01 11:36   좋아요 1 | URL
책을 왜 그렇게 읽냐고 물어본다면 저두 내 인생에 보험을 들어두는 중이야라고 대답해줘야 겠어요ㅋㅂㅋ 이 책 읽으려고 뒀는데 빨리 읽어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 2015-07-05 13:28   좋아요 1 | URL
전 보험은 싫어하는데,
이런 보험이라면 근사할 것 같아요, 헤헷~^^
그쵸, 그쵸~?^^

icaru 2015-07-01 17:09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보다, 보다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은 제가 읽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권하지는 못하는데, 이 책은 안 그랬거든요.
그리고 잘 읽었다는 즐거운 피드백을 받았고요 ^^;; 한 지인이 김영하가 한 말중에
지나보니, 학창시절(성인기에도 마찬가지겠고요)에서 `친구`라는 존재들에 연연한 것에 대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맥락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작가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되려 작가의 말이 너무 잘 공감이 됐고요. ㅎㅎ
친구는 어릴적부터 관계에 초연한 스타일이고 친구 사귐에 의미를 두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지금은 느낀다는 맥락이었어요. 하하.. ! 자기 성정에 따라 작가의 글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것도 다르죠 ㅎ;;

양철나무꾼 2015-07-05 13: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책은 무궁무진한것 같아요.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뱀은 독을 만든다는 말처럼,
좋은 책 나쁜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케미를 일으키는냐 하는 것이니까, 상대적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메아쿨파가 되고 말이죠~.

더운 여름이예요, 잘 지내시죠~?^^
 

하지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가장 긴 날이다.

태양도 가장 높이 뜨고 낮도 가장 길고 정점에 치달았으니,

이제 태양의 고도도 낮아지고 낮도 짧아질 일만 남았다.

 

그렇게 놓고 보면 세상은 참 공평하지 싶다.

뜰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고, 필때가 있으면 이울때가 있게 마련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옷을 잔뜩 껴입고 움추리고 추워추워 했었는데,

이제는 옷을 풀어헤치고는 더워더워 노래를 부른다.

 

 

 

 

 

 

 

 

 

 독한 것들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꼭지가 팽 돌면 사람들이 독기가 오를대로 올랐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화가 났을때 달래줘야 화가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드리면 더 독을 내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독은 독한 기운, 즉 사납고 모진 기운이나 기색이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또 아침에 먹는 사과는 약,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독이란 것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데,

같은 물이라도 누가 얼마만큼 먹느냐에 따라 우유가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인지,

또 사과를 아침에 먹는냐 저녁에 먹느냐 하는 때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것인지, 하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되는 면을 가지고 있고,

한쪽 끝에 다다르면 정점을 찍고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게 마련인가 보다.

가끔 동전의 앞면이 어디인가를 놓고 헷갈리는 나로서는, 독과 약도 마찬가지이다.

독은 무엇이고 약은 무엇인지,

독은 나쁘고 약은 좋은 것인지,

그렇다면 나쁘고 좋은 걸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천지만물, 사람과 동ㆍ식물 가리지 않고 자연이라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

약과 독을 구분하는 기준은 '인간의 주관'적인 견해라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 약과 독으로 구분을 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다른 동식물에게는 약이나 음식(먹이)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우리 인간이 약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독은 동종(同種) 사이에는 그토록 치명적이지가 않고,

독이 되더라도 치료약 내지는 해독제가 존재한다.

문제는 동종이 아닌 이종( 異種)사이에,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이해받을 수 없는 상황일때 발생하게 되는데,

동종 사이에는 어떤 단계에서 어떤 치료제나 해독제로 사용되던 것들이,

이종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그 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어디로 튀거나 섞여 잡종이 될는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면서, 종족을 보존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쉽게 말해 약과 독을 가르는 기준은,

기준을 정하는 것(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들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이로우면 ,

해롭거나 치명적이면 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고, 인간의 기준으로 약 또는 독이라 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착각만 하는 동물이 아니라 이기심과 욕심도 가진 종족이기 때문에,

눈 앞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외래종이나 변종을 유입하게 되고,

그리하여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던 생태계가 교란된다.

인간은 그들이 독이라고 부르던 것들을 이용하여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건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종의 입장에서만 해롭거나 치명적인 독일 뿐이지,

인간을 제외한 그들, 동족의 입장에서는 독이 아닐 수도 있고,

독으로 작용해도 치료제나 해독제가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두고도,

변이되었을지 모른다,

변종의 가능성이 있다, 고 해서 조심스럽게 의심해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그것이 변이ㆍ변종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메르스의 변이 또한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게 된것이고,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게 되면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짬뽕되면서 출처나 근본을 알 수없는,

어떻게도 되돌릴 수 없고 수습 불가능한 외래종이나 변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독과 약의 구별이 분명하리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그리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15세기 화학자인 파라셀수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17쪽)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처럼,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되었던 소금도 농도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햇빛도 거의 모든 생명체가 의지하고 있는 에너지원이지만,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올바른 용량이나 용법이란 나로 비롯함이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만큼 모호한 것 같다.

 

오늘은 하지다.

하지 감자를 먹는 날이란다.

오늘 밥에 감자를 넣어 먹어야 감자 풍년이 든다고 했다는 걸 보면,

먹을 게 귀하던 시절 구황작물 노릇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사랑을 받은 감자도 처음 유럽에선 감자싹의 솔라닌 때문에 악마의 음식이라고 하여 다 버렸다고 한다.

 

한쪽 끝에 다다르면 정점을 찍고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고,

메르스도 이제 충분히 정점을 찍었으니 수그러들때도 됐고,

날씨도 메말라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걸로 바닥을 쳤으니,

이제 기우제가 없이도 비를 뿌려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귀곡자
 박찬철.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귀곡자
 귀곡자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1월

 

 귀곡자 교양강의
 심의용 지음 / 돌베개 /

 2011년 9월

 

 

내가 '귀곡자'를 이리저리 들추고 있으니,

누군가는 '정치 처세'서적 쯤으로 알고 치부하는데,

그렇지 않다, 중국 최초의 심리학 서적쯤으로 볼 수 있겠다.


처한 상황을 분별해서 심리를 파악하고, 우호적인 말을 하여 서로 간의 뜻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상대의 심리에 맞추어 그의 신임을 얻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고,

기회를 틈타 상대의 약점을 장악해서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둬야 한다는 내용도 있으며,

상대를 잘 위무()해 그의 진심을 끌어내 확인함으로써 상황을 추측하고 파악해서 책략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신영복 님의 '담론'에서도 언급된 내용인데,

귀곡자를 교언영색하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의 처세서로 볼 것이냐,

아니면 상대의 상황을 분별하고 파악해서 나를 맞추어서 서로 간의 공감과 소통을 끌어낼지는 사용자의 몫이다.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지 않던가?

그런데 오늘 날 우리나라 정치인은 우리 국민에게 우유를 만들어내는 소인가, 독을 만들어 내는 뱀인가?

그게 가끔 헷갈린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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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22 18:34   좋아요 0 | URL
어제 저도 비슷한 생각 잠시 했어요. 그자체가 독이 될 수 없고, 이종과의 만남, 남용되는 관계성이 더 문제니 주체의 사용과 선택이 중요하다라고요. 밥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잖습니까....
독, 감자를 먹는 날(감자 먹는 사람들), 교언영색....에서 요즘 시끌한 사태가 계속 오버랩이 되니 제가 독 속에 빠져있는 나날이 오래인 건지, 세상이 독 속에 있는 건지....
이 毒이든 저 瓮(항아리 독)이든 답답하네요.

양철나무꾼 2015-06-30 15:41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을 읽는데 왜 `독안에 든 쥐` 생각이 나죠?
이 독 안에 든 쥐는,
쥐도 달아날 곳을 남겨두고 몰아붙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널을 뛰고,
거기서 공주님이나 독 안에 집어 넣었으면 좋겠다...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실 2015-06-22 19:38   좋아요 0 | URL
하지엔 햇감자를 먹어야하는군요^^
우유를 만들어내는 소,
독을 만들어내는 뱀!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할까요?

양철나무꾼 2015-06-30 15:43   좋아요 0 | URL
장마라는데,
비는 오실 것 같지도 않고...이름 하여 마른 장마래요.
감자 갈아서 감자전 부쳐먹고 싶어요, 아흑~ㅠ.ㅠ

cyrus 2015-06-22 20:32   좋아요 0 | URL
더운 날에 뜨거운 감자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니 처음 알게 됩니다. 아일랜드가 감자 때문에 제일 큰 피해를 입었죠.

양철나무꾼 2015-06-30 15:44   좋아요 0 | URL
이맘때쯤이 보릿고개였다지요.
그래서 밥에 감자를 넣어서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네요~^^

해피북 2015-06-22 22:53   좋아요 0 | URL
어쩐지 마트에 종류별 감자가 많이 보인다고 했어요 ㅎ 감자를 먹는 날이군요 내일 아침엔 감자밥을 ㅎㅎ

이 글을 읽으며 한 권의 책으로 생각의 가지가 다양하게 뻗어가시는 양철 나무꾼님의 깊은 생각들이 참 부럽습니다.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며 저는 소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뱀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였답니다~^^

양철나무꾼 2015-06-30 15:47   좋아요 0 | URL
감자는 오븐에 구워서 아일랜드 드레싱 얹어 먹어도 맛나고,
껍질이 뽀얗게 일어나는 감자는 쪄서 설탕이랑 소금 적당히 뿌려 먹어도 맛나는데,
밥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이것저것 먹고 싶은게 왜 이리많은지~--;
궁금한게 많아서라고 자위해 봅니다여~^^

차트랑 2015-06-25 09:58   좋아요 0 | URL
오랫만 찾아 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그동안 찾아주신 분들께 답방을 드리지 못하고 이제서야 답방을 드리는 중입니다.

말씀해주신대로 그동안 가뭄이 심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곧 비가 올 예정이라니, 비 기다리기를 님 기다리듯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무더위게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양철나무꾼님...
평안하십시요~~

양철나무꾼 2015-06-30 15:5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게을러서 이웃 서재 마실 잘 못 다니는 걸요~--;
님도 별일 없이 건강하시지요~?^^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라는게,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격언인가 봅니다.
헤에~^_______^
 
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말의 일이다.

메르스 때문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손가락의 기능이 텔레비전 리모콘의 성능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나름 분석하고 있는데,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로다주 로다주' 하는거다.

요즘 같이 까마귀 고기를 시시때때로 먹어대는 내가,

첨 듣는 외계어를 아직도 기억한다는건 거의 기적같은 일인데,

아마도 임팩트가 있어서 그런거 같다.

 

그리고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쓸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고,

예의상 그렇게 물어주시는 것인줄 알겠는데,

이젠 충분히 내 주제파악을 하고 있는고로, 나무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은유는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그녀의 필력은 충분히 간파했고,

글들에서 느껴자는 따뜻하고 편안함이 좋아서 찾아 읽는 것이지,

작법서로 이 책을 대하는 것은 아니니 나무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좋겠다.

 

나는 두가지 부류의 (책 또는) 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칠게 나누자면, 공부하며 읽어야 하는 글과 감응하며 읽는 글이다.

이 책도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쓰여진 작법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매순간순간 어떻게 반응하고 감응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려 하였는지를 그려내는 생활문으로 볼 수도 있겠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눈물겹게,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 ,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대기와,

삶의 따사로움과 인생의 간난신고를 동시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증언이고,

그래서 부제도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인데,

이건 바꾸어서 얘기하면,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을 쓰는 것이다.

삶을 풀어내는데 매개가 되는 것이 글이면 글쓰기의 최전선, 그림이면 그림그리기의 최전선, 사진이면 사진찍기의 최전선이라 이름 붙이게 되는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삶'그 자체이다.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다보면 글의 주제를 쉽게 파악하게 되고,

내 자신이 글을 많이 쓰다 보면 내 자신의 주제를 파악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다 보고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왜 좋으냐 하면,

내 자신의 삶에 기준을 정해야, 이를 반추하여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를 마련할 수 있고,

그리하여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다.

 

삶에 기준과 잣대를 정하고,

그리하여 글쓰기를 삶이란 말로 치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곧,

삶의 매순간순간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를 훈장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고 하고 있으며,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63쪽)이라고도 하고 있다.

글쓰기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인터넷 발달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사적 독서와 사적 글쓰기(일기쓰기)가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거울 삼아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타인에게 공감(내지는 반감)과 소통,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인터넷이 발달되어서  안 좋은 점도 있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여론을 형성하게 되는데,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다 보니 덩어리가 금방 커진다.

대중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에 자신의 개성을 가질 사이도 없이,

영화는 흥행영화만 보게 되고 책은 인기작가의 베스트셀러만 읽게 된다.

 

이 책에서 유난히 와닿았던 구절은 『어린 왕자』의 '여우'가 한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제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점에 가서 다 만들어진 물건들을 사는 거야.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106쪽)

 

글쓰기를 통하여 타인에게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게끔 한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주체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고통 감수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르포와 인터뷰 쓰기'를 가장 좋은 공부로 꼽는걸 보면 말이다.

 

나 혼자만의 주절거림이 아니라, 대화이고 오고감이고,

시시한 대화는 심오한 대화와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글쓰기를 통하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이다.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로다주'는 '버트 우니 니어'였다.

'버트 우니 니어'를 '로다주'라고 부른 것은 임팩트라기 보다는 축약에 의한 낯설게 하기 효과였고,

아이언맨의 주인공답게 겉으로 보기에는 정의의 사도이며 바른생활 사나이일것만 같았던 그가,

한때 마약중독이었었고,

이제는 마약을 끊었다는 사실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는데,

마약을 끊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치즈버거 매니아였던 그가,

'마약중독으로 치즈버거의 맛을 느낄 수 없어'서였단다.

 

임팩트라는 '단어'에서 생각이 널을 뛰어 내 글에 임팩트가 없다고 했던 친구가 떠오르는데,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공부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든 감응하며 읽는 책이든, 체화하여 내것으로 만들고 보는 경향 때문이지 싶다.

나의 글쓰기란 그런 책을 읽은 느낌에 다름 아니다.

꼭꼭 씹어 먹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원재료의 개성을 찾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는 단순히 물리적 변화를 넘어 화학적 변화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래서일까?

내가 쓴 글이 곧 나이고,

내 글은 내 삶의 반영이고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삶의 반영이라고 하여,

나의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글쓰기의 언어로 여러사람을 이해시키려는 욕심 따윈 없다.

대신 한사람이라도 오롯하게,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싶고,

나도 속속들이 이해받고 싶다.

하지만, 이것도 억지로나 일부러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化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글쓰기는 내 독서의 확인이자 끄적거림이고, 내 삶의 반영이다.

임팩트 따위는 없어도 좋으니,

쉬워서 금방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임팩트 있는 글이 순간적인 각인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섬세하고 따뜻하여, 그리하여 편안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혼자 있어도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공감하고 소통할 수 그런 글 말이다.

 

내가 얘기를 했던가 모르겠다.

은유의 이 책도 '표절'이 아니라, 책 통째를 필사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

거기다가 책의 끝에가면 50여권의 참고도서가 나오는데, 알차다.

완전 제대로 지름신이다.

이런 책을 다른 알라디너에게 양쪽 엄지 손가락 곧추 세워가며 강추해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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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5-06-20 11:18   좋아요 0 | URL
로다주가 사람 이름이었군요. ^^
누군지 몰랐는데, 깡통을 뒤집어 쓴 그 사람이라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양철님의 이 글 참 좋네요. ^^

양철나무꾼 2015-06-22 16:34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께 글이 좋다는 칭찬을 받으니 하늘 끝까지라도 날라갈 것 같이 기분 좋습니다.
앗싸~^^

마녀고양이 2015-06-20 12:56   좋아요 0 | URL
우아.... 책에 대한 구분 너무 명확해서 좋네,
공부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과 감응하여 읽게 되는 글, 이렇게 쏙 들어올 수가. ^^

난 정말 로다주를 좋아하는데, 그보다는 셜록 홈즈의 왓슨 역으로 같이 나오는 주드 로가 더 좋더라,
주드 로의 이마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탄스럽지만.

오늘 비가 오네, 다행이야.

양철나무꾼 2015-06-22 16:37   좋아요 0 | URL
그렇군~^^

로다주에서 주드 로로 널을 뛰는 상상력이라니,
우리 끝말 잇기 놀이 함 할까~?^^

해피북 2015-07-01 11:58   좋아요 0 | URL
양철 나무꾼님은 은유저자의 책으로 지름신을 맞으시구 저는 양철나무꾼님 글을 읽으면 지름신이 강림하사 카트는 풍요롭게 식탁은 단촐하게 만들어주신 답니다 꺄르르 꺄르르 ㅋㅂㅋ,,

양철나무꾼 2015-07-05 13:32   좋아요 0 | URL
해피북 님, 댓글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아십니까여~ㅅ?^^
전 이번엔 김홍민 입니다여, 에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