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원 ‘좋아요‘와 관련하여

안녕하세요, 서재지기 님.

북플을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요며칠 '비회원'이 제 글과 댓글에 무작위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 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하루종일 이어지니,

밤늦게 새벽에도 물론이고,

이건 폭격 수준입니다.

진짜 제 글에 관심을 갖고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들이 묻혀버리는 수준입니다.

오후 3시 이후(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습니다) 3시39분까지의 비회원 '좋아요'현황입니다.

일단 북플 '알림'은 해제하였습니다만,

확인 후 조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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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물선 2017-12-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헤괴망측한 일이...

다락방 2017-12-0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비밀댓글에도 비회원이 좋아요를 누르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12-0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속상여주신 분, 다락방 님,
저도 ‘비밀댓글‘에도 ‘좋아요‘가 뜨는데,
이 문제는 전에 경험한 일이 있어요.

제 비댓을 볼 수 없는 누군가(회원)이 무작위로 ‘좋아요‘를 눌렀더라구요.
한번 시험해 보세요.
비댓이어서 내용이 안 보여도 ‘좋아요‘는 누를 수 있더라구요.
전 속으론 ‘깜.놀‘했지만,
그 회원분이 무작위로 누른게 민망할까봐 아는 척을 못했었습니다~--;

다락방 2017-12-04 17:54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전 너무 놀라서 비댓을 지웠지 뭡니까 ㅠㅠ

transient-guest 2017-12-0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은 여전히 꾸준히 말썽이 많네요

비연 2017-12-05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기분 별루네요...ㅜㅜ

양철나무꾼 2017-12-05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지기 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오전까지 간간히 이어지던 비회원 ‘좋아요‘가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확인한 결과 특정 IP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좋아요˝가 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좋아요˝가 되는 IP에서는 ˝좋아요˝가 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2017-12-05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856쪽의 두꺼운 책을 내달려 읽었다.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어려워서 중간에 막히거나 헤매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맛있는 곶감을 빼먹듯 야금야금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만난 충격으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난 이 결혼 반댈세~!'의 심정으로 '난 이 결말은 절대 반대다~!'라고 하고 싶지만,

책은 내가 쓰는게 아니라, 박지리 님의 그것이니까 말이다.

단편 소설보다 이렇게 두께감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옛날 옛적에 읽었던 '마리샤 페슬'의 '블루의 불행학 특강'도 연상되고,

이윤기 님이 번역한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도 생각난다.

적당히 겹쳐진다.

 

가볍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열여섯 살 아이들의 얘기여서 그런지, 뭔가 어설프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더 마스터'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최백호 님이 부른 '아씨'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 어설픔의 원인을 짐작하게 되었다.

곰삭은 느낌, 잘 울궈낸 곰국 같은 깊은 맛이 들지 않았다.

'마리샤 페슬'과 '도나 타트'도 그 연장선 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순간 거울 속에 다윈과 자신의 모습이 함께 비치는 것을 본 니스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란 때때로 이 거울과 같아서 현재 안에 늘 과거를 품고 있는걸까. (25쪽)

이 문장은 문장 자체만으로도 아포리즘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 복선을 담고 있는 문장이다.

이런 복선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방 안 사물에 닿아 바닥 여기저기에 기하학적인 그림자가 생겨났다. 가장 밝은 빛 옆에서 가장 어두운 그늘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빛과 어둠으로 고약하게 조각난 세계 같았다.(27~28쪽)

이런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다윈은 옛 친구의 죽음에 아버지가 고수하는 엄격함이 좋았다. 죽음을 존중한다는 건 그만큼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삶을 존중한다는 건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의미였다.(30쪽)

극과 극은 통한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죽음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속성까지 완전 일치하지는 않는다.

엄격함은 상대적으로 느슨함이어서,

자신에게 엄격함을 적용하는 순간 타인에게는 느슨함이 자동 적용된다.

자신에게 느슨한 사람이 타인에게 엄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음과 삶이란 동전의 양면 같은 거라서,

이 세상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태어나는 삶이 주어지듯이 말이다.

"다윈 넌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ㆍㆍㆍㆍㆍㆍ다윈은 뜻밖의 질문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있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진 않을 거야."

루미는 호기심이 일어 물었다.

"그럼 어떤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사랑?"

"응.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혼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잖아. 쓸모없는 건 퇴화하는 게 진화의 법칙이겠지."(47쪽)

이런 진화의 법칙, 즉 적자생존의 법칙 자체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아래 니스가 쓴 축사, 써놓고 보니 아들 다윈영을 위한 헌사 같았다던 이 구절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ㆍㆍㆍㆍㆍㆍ정상이 아닌 산등성이는 그대로 완전합니다. 만개하지 않은 꽃은 그대로 완전합니다.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새는 그대로 완전합니다. 여러분이 남몰래 알 수 없는 불안과 시련을 겪고 있다 해도 역시 그대로 완전합니다. 매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720쪽)

이 구절은 저 위 다윈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와는 상반된다.

어쩌면 다윈의 아버지 니스 본인도 헌사 속의 삶을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회한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린 다윈은 모르고, 또 인정하려 들지 않을 지 모르지만.

 

훌륭한 부모는 어느 훌륭한 종교보다도 낫다. 그러나 훌륭한 종교가 드물듯 훌륭한 부모도 드물다. 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그분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었다. 나에게 신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110쪽)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겠지만,

이 책의 제목대로라면 훌륭한 종교나 선 뿐만 아니라, 악의 근원 또한 대물림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다소 억지스럽고 논리적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필요한게 종교나 부모가 아닐까 싶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좀 다른 얘기일수도 있는데,

다시, '최백호'님의 '아씨'라는 노래로 돌아가,

'낭만에 대하여'란 곡 정도로 접했던 분인데,

'아씨'라는 노래는 완전 죽음이었다.

처연한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저 손을 놀리는 제스츄어는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살짝 다가가 지그시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눌 수 있지 싶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이 먹는 것이, 죽음에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것이 좋아졌다.

 

선이라던가, 악이라던가,

인간의 본질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무색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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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1-20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인간의 영혼에 대한 대화가 인상깊네요.
전 저번주에 뇌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인간-뇌-의식-영혼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참이라서요.

그 다음 문단도 맘에 와 닿구요.
결국 이 자체로서 완전한 인간이라면 우리는 현재의 삶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하고, 죽음마저 그러한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ㅎ
궁금증을 양철나무꾼님 방에 놓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11-20 14:53   좋아요 0 | URL
그쵸?
다만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듯하여 님의 궁금증을 해소해 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박지리 님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 한권으로 그의 전작을 찾아 읽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분 젊은 아니 어린 나이에 사망하신듯 합니다.
사계절 편집자 분의 절절한 연서를 본듯도 하고 말이죠~^^
 

읽을려고 대기중인 책이 몇 권 된다.

그 중 이용마 님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읽을려고 마음은 먹었으나,

가슴 아플까봐 미뤄왔었다.

이렇게 가독력이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재밌지는 않지만(재밌을 수는 없지만~--;) 자리매김하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다.

설득력 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또 한권은 '서민' 님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이다.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민 지음 / 다시봄 /2017년 9월

 

 서민 독서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이 책은 바로 전에 읽었던 '서민 독서'만큼이나 힘들었다.

이 책이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너무(?)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인 것 같다~--;

굳이 이 책의 의의를 생각해보자면,

'남자 페미니스트'가 쓴 책 정도(?),

내용은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들이 책 한권에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이었다.

'서민 독서'를 먼저 읽은 나로서는 '서민 독서'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독서'자리에 패미니즘이나 메갈, 여혐 따위를 넣어도 얼추 말이 된다, ㅋ~.

 

내가 그리 영악한 편은 아닌데,

연달아 두권을 반복해 읽은 탓인지,

충분히 서민 님의 글쓰기 스타일을 파악하였다.

누가 주제와 제재만 잡아주면 얼추 비슷하게 뽑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ㅋ~.

 

책 두권을 연달아 읽으면서 느낀 건,

주제, 문제의식 뿐만 아니라,

문체나 글을 풀어나가는 서술 방식에도 다양한 변화를 줘야 책이 재밌어진다는 거다.

 

저 부분은 '애먼'의 오타가 아닐까 싶다.

혹은 '엄한'을 '엄한'으로 받아친 극도의 반어법?

 

날도 추워져서 웬만한 벌레들은 월동하느라 움추러들텐데,

무슨 벌레들이 그렇게 많은가 모르겠다.

맘충, 한남충, 급식충, 일베충 따위,

난 벌레는 책벌레만 좋은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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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08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다가 모기 물렸어요.^^;
양철나무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11-10 13:48   좋아요 0 | URL
처서가 지났는데 아직 입이 안돌아간 모기가 있었나 보네요.
이제 모기는 여름곤충이 아니라,
사계절 곤충으로 세를 확장하려나 봅니다~^^

풀꽃놀이 2017-11-08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슨 충이라는 작명은 벌레에 대한 모독이라고 진정 분노하고 있는 한사람입니다. 이렇게 만연한 혐오의 문화를 어찌해야 좋을지 가끔 무섭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1-10 13:55   좋아요 1 | URL
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댓글입니다.
지금 이용마를 읽는데,
끝까지 읽은 건 아니라서 섯불리 단언하긴 힘들지만,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풀꽃놀이 님처럼 문제 제기를 하는 분이 있어서, 완전 암울하지만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__)

겨울호랑이 2017-11-08 2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용마 기자님 이야기는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얼마나 심적으로 고통스러웠으면 희귀암에 걸리셨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1-10 14:01   좋아요 2 | URL
사실 이 분의 얘기를 접하고 처음엔 암의 원인을 심리적 고통과 연결 시키는 건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싶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분이 어떤 영혼과 가치관을 지닌 분인지 엿볼 수 있었고,
그러고나니 극도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심증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이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분에게 어떤 의미로든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더군요.
눈물을 와락거리며 읽게 되는데,
오늘은 김재철 영장이 기각되었더군요~ㅠ.ㅠ

희선 2017-11-10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먼’을 ‘엄한’이라 잘못 쓴 게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게 아는 사람 많아요 다른 책에도 거의 엄한이라 쓰여 있어요 편집자도 그렇게 쓰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닐지... 전라도에서 애먼을 사투리로 어만이라 하는데 엄한이라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2017-11-10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7-11-11 00:36   좋아요 2 | URL
가끔 그런 거 봤다고 그렇게 아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어쩌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했네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할 텐데... 책 한권 한권 만들 때마다 애쓸 텐데...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만드는 사람도 그것을 자식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나이가 들면서 눈이 여려졌다.

마음이 여려져야 하는데,

마음은 빡빡하니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고, 눈만 여려졌다.

 

하루에 한번쯤은 눈물을 쏟아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은데,

어제 아침엔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이용마 기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랬고,

(책이 완전 괜찮은가 보다, ㅋ~.)

저녁엔 텔레비전 프로의 임종체험을 보면서 그랬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오늘은 책을 읽다가 그랬다.

책은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몰입할 수 있는 다큐물도 아니었다.

 

 

 수작사계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변명을 하자면,

이런 구절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나는 궁금했다. 목수는 정식으로 목공을 배운 적이 없고 이력으로 보자면 미술을 전공한게 전부인데, 어떻게 이런 의자를 만들 수 있었을까?

목수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주었다. 하나는 의자의 모양에 관해, 또 하나는 만드는 기술에 관해서였다. 모양에 관한 설명은 간단했다.

 "가져온 나무들을 보고 의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에 따르면 나무는 앞으로 만들어질 물건의 모습을 안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의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은 숨어 있는 모습을 찾아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대화는 살짝 열어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변기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목수의 습관 때문에 매일 우리의 첫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수작사계 31쪽)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이 모여서 개인의 삶을 이루는 거라는 숙연함이 눈물을 나게 했달까.

 

별 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감동을 먹은 건 이런 구절 때문이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아서 '사람을 선생으로 두지 않는 부류의 목수였다.'는 문장이나 '책은 참고사항이었다'(35쪽)

는 구절로 목수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목수의 아내마저도

'무엇이든 책으로 배우는 책상물림의 습관은 어려서부터 익힌 것이라 쉽사리 변하지 않아 그 후로도 텃밭과 흙, 정원에 관한 책을 틈틈이 사 보았지만, 매일 밭에 나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책 속의 지식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저절로 알게 되었다.'(42쪽)

라고 하는 것이 내 마음에 꼭 들었다.

나랑 완전 닮음꼴이다, ㅋ~.

나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 책의 목수 내외가 눈물나게 좋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한참 부족한 이 오디오장을 좋아했다.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구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이다.(수작사계 56쪽)

언제부턴가 사람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따뜻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소탈하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람이 있고, 물건이 있고, 글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화두는 따뜻함 내지는 편안함이고,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화두는 귀촌 생활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귀촌 생활이 아닌 전원 주택 생활이지만,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내가 요즘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중에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것이 있다.

초보 귀촌인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잼나게 시청하고 있는데,

첫회부터 꾸준히 보다보니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를 알겠다.

속속들이 다 알진 못하더라도 이런 따뜻함과 편안함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가 있겠다.

오늘은 제룡이라는 친구와의 끈끈한 우정을 보고서 완전 감동을 했다.

그동안 남자들의 우정을 가까이서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으레 남자들의 우정은 욕설을 남발하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이렇게 섬세한 따뜻함이라니,

이런 멋진 남편도, 아내도, 친구도 ,

완전 부러워지는 거라.

 

실은 요즘 나는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라치면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곤 했다.

아들과 대화가 되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고나 할까.

길거리나 공원, 버스 안에서 보면 욕을 '개XX'따위 접두사처럼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의견을 묻거나 설명을 요하는 데도 단답형의 대답으로 끝나서 대화가 단절되는 걸 경험했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고,

점점 입을 다물어야 하고,

입을 다무는게 미덕처럼 여겨져서,

대화를 나눌 상대를 갖는다는 것,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걸,

지금도 감사하게 여긴다.

 

하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고 매번 이런 책과 영상만 볼 수는 없는 일,

10권까지 산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가 11권이 나와서 완결이다.

지금 4권에서 진도를 못 나가는데,

기회를 만들어 읽어야겠다.

 

 춘추전국이야기 1~11 세트 - 전11권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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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1-02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케치북을 뚫어지게 보는 편이에요. 화면에 어떤 이미지가 나타나길. 제 생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겠지만 사물이 주는 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넘 애니미즘 일라나ㅎㅎ; 그런데 이런 태도는 세상을 참 아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귀하지 않은 것, 가치 없는 게 없다는.
그런데 백지는 일단 쓰지 않는 이상 글줄 비슷한 것도 안 보여요ㅋ;

양철나무꾼 2017-11-03 13:46   좋아요 1 | URL
넘 애니미즘일것 없습니다, ㅋ~.
저도 모시는 신 있습니다.
북을 토템으로 한다나 뭐라나~(,.)

정말 병적인게 가지고 있는 책들을 읽어야지 하다가도,
신간만 나오면 지름신이 강림하셔서리,
안 읽으면이 아니고 안 사면 미칠것 같습니다~(,.)

sprenown 2017-11-02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가 들면서 눈도 여려지고, 마음도 여려 지네요.^^

양철나무꾼 2017-11-03 13:4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마음은 눈물에 의해 단련되나 봅니다~^^
미립이 날 그날을 기다리며,
일단은 그저 읽는 수밖에요~(,.)

서니데이 2017-11-03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작은 화면으로 제목을 읽었는데, 처음에는 눈이 어려졌다, 라고 읽었어요.
다시 보니 여러졌다, 더라구요. 어쩌면 양철나무꾼님은 예쁜 조카가 있어서, 눈이 어려지고 계실지도요.
바람이 밖에 너무 많이 불어요. 따뜻한 금요일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11-04 09:50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어려졌다‘는 말이 나쁘지 않네요, ㅋ~.

좀 많이 춥고 쌀쌀한 토요일 아침입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자구요, 우리~!
 

길고 긴 명절 연휴 동안 뭔가를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살살 헐어 야금야금 까먹다보면 어느새 바닥 나 버리는 과자봉지였다.

하루 날을 잡아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호ㆍ불호가 제각각이겠지만, 내겐 지지리도 지루한 영화였다.

캐스팅도 완전 빵빵한 배우들이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것이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뿐이고~--;

 

김훈의 '남한산성'이 생각나는 것이,

김훈이 참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내가 생각하던 김상헌, 최명길과 영화 속의 김윤석, 이병헌은 거리감이 있었다.

나는 내 본위로 생각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고로,

내 속의 이미지들을 고착화시키고 싶어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는 수고도 하였다.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에 나오는 김상헌과 최명길은 이렇게 생기셨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당시에는 팽팽하게 대립을 했을테지만,

감옥에 갇혀서는 시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절 연휴동안 텔레비전에서 '1%의 우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봤다.

거기에 설민석이 김종민과 짝을 이뤄 나오더라.

설정인지 모르지만, 정말 가까이 하기에 공통분모가 1도 없어 보였다.

이 둘을 이어주는 1%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한명은 유명한 역사 선생님이고,

김종민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둘이 '남한산성'에 오르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스치듯 봤을뿐인데 이 부분을 봐 버렸고,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http://tv.naver.com/v/2136800

 

삼전도비와 관련된 부분인데,

내가 의아해했던 부분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고종이 치욕스럽다고 묻은 것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다시 파헤쳐지고,

이승만 정권 당시 다시 묻었단다.

이 부분과 관련, 내가 좋아하는 N 백과사전의 한꼭지를 볼 것 같으면,

 

이 비는 조선의 모일모화사상(侮日慕華思想: 일본을 멸시하고 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흠모하여 따르려는 사상) 분위기를 우려한 일본에 의해 땅 속에 파묻혔다가 고종 32년(1895) 청일전쟁이 끝나면서 복구되었다. 그후 1956년 국치의 기록이라 하여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 의해 다시 매몰되었다가 장마로 한강이 침식되면서 몸돌이 드러나자 원래의 위치에서 송파 쪽으로 조금 옮긴 지금의 자리에 되세워졌으며 1963년에 사적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라고 적혀있다.

하나는 구술이고 하나는 글자이지만, 곧이 곧대로 해석을 했을땐 완전 뒤바뀐 내용인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모두가 내가 역사에 무지해서 비롯한 것이니 창피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영화 '남한산성'은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치 상황이나 국내 정치 현실, 엊그제 보았던 축구 등 어느 것을 대입시켜도 비슷하게 들어 맞지만, 논쟁을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니 생략하고,

칼보다 무서운 말의 위력을 알고,

말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지만,

너무 집착하여 안으로 감정을 키우진 말기로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15년 개정판 세트 -

 전20권 (본책 20권 + 대형 브로마이드 + 조선왕실 가계도)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남한산성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 친구가 이런 자료를 보내주어 삼전도비 관련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나처럼 궁금해할 다른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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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휴 때 ‘킹스맨 2‘를 봤어요. 영화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설 연휴 방송은 기대한만큼 재미없었어요. 예전에 했던 방송 소재를 재탕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4   좋아요 0 | URL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파업 중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재탕에 삼탕의 느낌을 받았어요.

옛날 저 어렸을땐 티비에서 해주는 주말의 명화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가,
예전만큼 감동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syo 2017-10-1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최명길 약간 이병헌 닮은 것 같지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

양철나무꾼 2017-10-13 10:27   좋아요 0 | URL
님 말씀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영화 속에서 둘의 설전 연기는 대단했는데 말이죠.

순오기 2017-10-1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jtbc 인터뷰에 김훈 작가님 나와서 궁금증도 해소해주고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9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잘 지내시죠?^^
네, 저도 다시보기로 봤어요.
근황이 궁금했는데 반갑더군요.
차후엔 판타지를 쓰고 싶다시더라구요~^^

박균호 2017-10-1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동물의 왕국을 비롯한 다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ㅎㅎ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가 아닌 다큐로 본 걸 수도 있어요. 최명길과 김상헌이 임금 앞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가며 논쟁을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허리를 굽혀 정중이 인사를 하고 격조있게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인조가 바닥에 이마를 댈 때 지금까지는 이마에 상처가 나도록 세게 부딪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살짝 대기만 했다는 것이 팩트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여튼 저는 재미나게 봤어요...그리고 삼전도비에 관한 이야기는 이 포스팅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 유익한 포스팅 재미나게 잘 읽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10-14 09:20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은 아무리 잔인하거나 잔혹해도 읽는데,
영상적 자극에는 무방비라, (밤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워서리~--;)
장면 곳곳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제가 재미없었던건 그래서 일수도~--;

영화에선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올때 김상현이 자살한 걸로 되어있지만,
실제론 김상현도, 최명길도 그후로도 오래오래 살았다죠.
김상현이 훨씬 더요.

명절 연휴는 잘 지내셨는지요.
그나저나 책 쓰시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제가 열렬히 응원하는걸 잊으시면 안됩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