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식물에 물이 오르고 꽃망울이 맺히는걸 보니 봄인가 보다.

 

아니, 춘곤증에 시달리는걸 보니 정녕 봄인가 보다.

요즘 같을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잠깐 눈이라도 붙여주면 오후 시간을 한결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점심시간과 동시에 뚱뚱한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두꺼운 솜 외투를 걸치고 등에는 대형 백팩을 멨는데, 입구에 꽉 들어찼다.

접수에서 점심시간이 막 시작했으니 다녀오시라고 했으나,

엉덩이를 들이밀어 앉더니 '허어~!' 목을 풀었다.

무슨 기도를 시작하였는데 몸 전체가 울림통인양 쩌렁쩌렁 울린다.

한쪽에 누워서 눈만 감은 난 통성 기도의 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고 생각했는데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좀 젊은 목소리가 말했다.

"예수님의 성령으로 천국으로 부름을 받으셨다구요?"

"네,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전 이미 천국으로 부름을 받았거든요."

"근데 아까 기도 하는 걸 내가 조금 들었는데,

 일부러 들은건 아니구요...목소리가 크시니까 자연 들리더라구요...

 세어보니 병이 열네 가지던데요.

 병원에 올거 뭐 있어요, 천국으로 그냥 가면 되지?

 부름을 받았으면 그에 응해야지,

 아자씨 말대로 그렇게 훌륭하신 예수님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것도 경우가 아닌거죠.

 하긴 공공장소에서 혼자만 부름을 받겠다고 이렇게 떠들어대는 걸 보면 원래 경우가 없는 분이신것두 같네요.

 천국 가셔서 아버지 만나시거든 제가 가정 교육을 그렇게 시키신게 맞냐고 여쭤봤다고 말씀 드려 주시구요."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다보면 중국에서 만난 도사 얘기가 나온다.

 

사실 제 전공이 도교인지라 가끔 도사들을 만날 일이 있습니다. 도사라고 하면 구름 타고 다니는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도교라는 종교의 교회를 도관이라 하고, 도관에서 활동하는 성직자를 도사라고 합니다.ㆍㆍㆍㆍㆍㆍ제가 만난 도사는 시골에서 수양만 하던 촌 도사였는데, 그 촌 도사가 저한테 전공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제 전공이 철학이라고 했더니 그 도사가 대뜸 이랗게 말합니다.

 

철학이 국가 발전의 기초다. (71~72쪽)

 

위의 뚱뚱한 남자와 좀 젊은 할머니의 대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또 이런 구절도 나온다.

 

그런데 탁월한 시선으로서의 철학적 사유라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일은 아닙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익숙하게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인이 하는 것처럼 언어 자체를 들여다보거나 또 시적인 높이에서 언어를 지배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차원이 달라지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시를 이해하는 사람과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세계를 보는 통찰의 깊이와 높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지배하는 시인과 언어를 단지 사용할 뿐인 보통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높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지배하는 시인과 언어를 단지 사용할 뿐인 보통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높이, 그 차이는 매우 클 수밖에 없죠. 사실상 철학은 아주 높은 차원에서 탁월하게 이루어지는 고도의 지적 활동입니다. 그래서 타고나지 않는 한, 훈련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97쪽)

 

 

 

 시인일기
 박용하 지음 / 체온365 /

 2015년 9월

 

내가 아마도 박용하의 '시인일기'를 읽지 못 했다면 저 부분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작인 '오빈리 일기'와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영혼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던 터라 감흥이 더했다.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스스로 제외된 개인'이라 답하겠다. 다시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말에 걸린 자, 말에 질린 자, 말에 올라 탄 자'라 답하겠다. 또다시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어둠이 되는 자, 빛에 긁힌 자'라 답하겠다. 이 황사 쳐들어오는 난감한 봄날,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용지물, 무용지물, 무용지물, 천하의 무용지물'이라 답하겠다. 다시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순간을 감별하는 자, 순간을 범하는 자, 순간을 데우는 자'라 답하겠다. 또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언어가 생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 답하겠다. 봄비 추적거리는 거리에서 시인이란 무엇인가 재차 묻는다면 '고통하는 사람, 슬픔 받는 인간'이라 답하겠다.ㆍㆍㆍㆍㆍㆍ('시인일기', '서문'인용)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으면 무엇이었을 것이며, 무엇에 열중하고 살았을까 라고 반문한다.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로 느낌을 옮기는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에도 열중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걸 최진석버전으로 옮겨보면 이렇다.

레고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덴마크의 한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구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고객이 가져온 문제를 우선 철학적인 문제로 바꾸어서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레고는 원래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었는데, 그 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따라 기존 질문을 다음과 같은 철학적 질문으로 바꿉니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95쪽)

 

황사가 쳐들어오지만, 봄비가 추적거리지는 않이서 다행이다.

낮잠을 제대로 못 자서 툴툴거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 페이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춘곤증을 이겨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외부의 방해로 실패했다...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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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16 22:04   좋아요 0 | URL
저두 오늘 낮에 어찌나 졸리던지요. 쿠키 아작아작 먹으면서 잠을 쫓았어요. 왜이리 잠이 쏟아지던지...
세상엔 별별 사람 참 많아요^^

양철나무꾼 2017-03-17 09:20   좋아요 0 | URL
요즘 낮에는 졸립고, 아침에는 배고프고 그래요.
저녁 때는 당근 춥고요~^^
세가지가 한꺼번에 오면 거지라는데, 따로따로 와서 거지는 면했어요.

저는 커피 한가득 타서 님처럼 쿠키 먹으려고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그 소도시에는 벙어리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늘 같이 있었고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와 팔짱을 끼고 일터로 걸어갔다.(후략)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처음 두 문장을 읽는데 가슴 속 저 밑에서부터 슬픔이 조금씩 차올랐다.

슬픔이 차오르는데 반대로 나는 침잠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속수무책이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저 둘 중 하나는 안토나풀로스이고 다른 한쪽은 싱어인데,

안토나풀로스가 정신병원에 보내지면서 둘은 헤어진다.

그 다음 방문이 마지막 면회였다. 싱어의 2주일 휴가가 끝나기 때문이었다. 안토나풀로스는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렸다. 그들은 늘 하던 대로 병실 구석에 함께 안았다. 빠르게 순간들이 지나갔다. 싱어의 두 손은 절박하게 움직였고 갸름한 얼굴은 창백했다. 드디어 떠날 시간이었다. 일하러 가기 전 헤어질 때 그들이 매일 그랬던 것처럼 싱어는 친구의 팔을 붙들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안토나풀로스는 졸린 듯 그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싱어는 두 손을 주머니에 푹 찌루며 병실을 나왔다.(120쪽)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린 안토나플로스를 탓할건 없다.

사람은 잊어버리니까 사람이다.

새로 기억하는 것만큼 잊어버리니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두통에 시달리느라 얼굴을 찌그러뜨린 채로 살든지,

아마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을 좋아하던 그가 이렇게 쑤욱 밀고 들어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입에 주먹을 쑤셔 넣으며 울던 장면을 흉내내며 눈물을 참았다.

 

믹은 갑자기 얼어붙었고 음악의 도입무만 심장 안에서 뜨거웠다. 그다음에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몰랐지만 계속 기다리며 얼어붙은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잠시 후 음악은 다시 더 힘차고 크게 시작되었다. 하느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것은 자기 자신, 낮에는 걷고 밤에는 혼자 있는 믹 켈리였다. 갖가지 감정과 계획을 가지고 뜨거운 태양 속을, 그리고 어둠 속을 걷는 아이. 이 음악은 믹이었다. 확실히 믹 자신이었다.

  믹은 귀 기울여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음악이 안에서 들끓었다. 어떻게 들을까? 나중에 잊지 않기 위해 한 부분에 집중할까? 아니면 생각도 말고 기억하지도 말고 연주에 자신을 맡긴 채 각부분마다 귀를 기울일까? 와! 온 세상이 이 음악이었고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다 듣지 못할 것 같았다. 도입부가 다시 울렸고 꽉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치듯 여러 가지 다른 악기들이 각각의 음을 동시에 연주했다. 그리고 1악장이 끝났다.(149쪽)

 

믹 켈리가 인생의 음악을 만나는 장면이다.

교향곡으로 쳐도 긴 편에 속하는 베토벤 3번을,

5분일수도 있고 밤의 절반일수도 있다고 표현한다.

 

분위기를 바꾸어,

내 인생의 음악은 뭘까.

그동안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Jackson Brown 의 'The road Out & stay'가 아닐까 싶다.

절정에 이르렀다 싶을때 The road Out 이 끝나고, stay로 넘어가는 그 부분에서,

같이 호흡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된다.

 

아아아~,

이렇게 센치해지는게,

이 책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때문인지,

아님 베토벤 때문인지,

베토벤 때문에 생각난 옛추억 때문인지,

그도 저도 아닌지 모르겠지만,

난 Jackson Brown 의 'The road Out & stay'나 돌려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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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17 13:32   좋아요 2 | URL
역쉬 님은 족집게이신듯~^^
엊저녁 내리는듯 아닌듯 비가 내려주셨고,
저는 뼈다귀해장국의 뼈를 쪽쪽 빨아가며 먹었는데,
뜨뜻한걸 먹으니까 한결 나아지더라구요~^^

ICE-9 2017-02-16 20:00   좋아요 1 | URL
아, 잭슨 브라운의 저 노래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라이브 마지막에 참 어울리는 노래죠. ‘stay‘ 부분에 이제 떠나려는 가수와 그것을 붙잡으려는 팬이 대화하는 것 같은 가사도 재밌고^^ 저 노래가 실려있는 음반 ‘running on empty‘도 무척 좋아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양철나무꾼 2017-02-17 13:40   좋아요 2 | URL
저는 90년대에 저 노래, 저 앨범을 빽판으로 들었는데, ㅋ~.
잭슨 브라운의 아내가 자살을 한 이후로 만든 곡이란걸 알게 된 후,
(제맘대로) 그런 식으로 감정 이입해서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 즐겨듣던 또 한곡이 스모키 ‘왓캔 아이 두‘네요.
추억 돋네요~^^

‘왓캔 아이 두‘를 우리말로 적은 이유는,
(그렇게 귀로 들어 우리말로 옮겨적듯 고래고래 따라 불러서라는~, ㅋ~.)

[그장소] 2017-02-16 21:03   좋아요 1 | URL
잊어버리니까 ㅡ 사람이다...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데도 그런데도 잘 잊고마는걸 .. 나이 탓으로 돌리며 편하게 하룰 또 보내네요. 조금씩 어디선가 제 세상 일부들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져요 ...
당신의 감상에 턱하니 순한 개 앞 발처럼 얹고 .. 끄덕끄덕~

양철나무꾼 2017-02-17 13:48   좋아요 2 | URL
늘상 느끼는거지만 님의 댓글은 뭐랄까, 감각적이예요.
통통거려서 좋아요~^^

잊지않으려고 애쓴다고 하시니 한니발 렉터가 떠올랐어요.
님도 아실텐데 한니발 시리즈 중 ‘한니발 라이징‘에 한니발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는데,
거기서 어린 한니발의 가정교사가 한니발에게 ‘기억의 창고‘란 방법을 통하여 기억하는 법을 가르쳐줘요.

예전엔 뭐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잊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니와,
나이 핑계를 대며 잘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그래요~^^

[그장소] 2017-02-17 20:00   좋아요 1 | URL
세월의 무게는 기억의 창고를 아무리 잘 간수해도 때가되면 물러나지고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걸 피할수 없는듯 해요 . 그걸 그저 노화라고 하면 어쩐지 다 당위를 얻는 것도 같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주는 분이니 그리 보이죠! ^^
한니발 기억법 , 저는 스티븐 킹 에서 드림케쳐 ㅡ를 더 제게 맞는 기억창고 방식으로 받아들였는데, 이것도 재미있네요!^^
그건 읽었을텐데 ㅡ 한니발이 제겐 그닥 매력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봐요... 어느새 밀쳐진걸 보면..!!^^

yureka01 2017-02-16 22:30   좋아요 1 | URL
제가 젝슨 브라운의 광팬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17 13:51   좋아요 2 | URL
잭슨 브라운은 이글스 호텔캘리포니아와 쌍벽을 이뤄줘야 제맛이죠~^^

희선 2017-02-17 02:46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흘러 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것 때문에 잊는다면 좀 슬플 거예요 사람이 잊는다고 하는데 뇌 속에는 그게 다 있다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어떤 일 때문에 잊었던 일이 불쑥 떠오를 때도 있는 거겠죠 책이 베토벤이 옛날 일을 생각나게 했나 보네요


희선

양철나무꾼 2017-02-17 13:58   좋아요 3 | URL
시간은 순차적으로 흘러가지만, 기억은 순차적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군요, 얄궂은 뇌의 장난이군요.
그래서 없어진 손가락이나 발가락 따위가 아프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거군요.

책이, 음악이, 그리고 날씨가 센치해지게 했는데...영화로도 나왔네요.
한번 훑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잠자냥 2017-02-17 12:25   좋아요 1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리뷰로 다시 보니 좋네요.

양철나무꾼 2017-02-17 14:01   좋아요 2 | URL
님이 그 리뷰 쓰셨을때 봤었습니다.
완전 좋았었습니다.

저야 아직 리뷰도 아니고, 페이퍼일 뿐인걸요.
조만간 리뷰를 쓰겠습니다, 불끈~!

2017-02-17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7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18 18:35   좋아요 0 | URL
부코스키가 <고양이에 대하여>에서 베토벤에 대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베토벤 애쓴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양이처럼 내 집 거실에서 뒷다리를 들고 거시기를 핥고 있는 걸 용인할 정도까지는 아니다ㅋㅋ 고양이가 베토벤 이김ㅎㅎ 아, 진짜 이 책 읽으며 짠하면서 폭소 터트리게 하는 부분 많아 유쾌했습니다. 안 읽어 보셨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세요. 부코스키가 괴발개발 그린 고양이 그림이 다른 책 삽화로 실리지 않은 것도 이해됨. 너무 개처럼 그려서ㅋㅋ

양철나무꾼님 본문에 누가 되는 댓글이 아니길-,-;; 조인성 주먹 울상에서 저는 코믹 코드로 넘어가 버렸다는;

양철나무꾼 2017-02-20 11:00   좋아요 0 | URL
찰스 부코스키는 익살스런 표지 때문에 기억하고 있어요.
몇권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해서...그 매력은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조인성 주먹 코믹 모드 맞는데, 아무도 언급 안하셔서...
역시나 내가 너무 진지 모드였나 했답니다~ㅠ.ㅠ
 

며칠전 사촌여동생이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사촌여동생의 딸은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데 외롭다고 했단다.

사는데 치여 아들을 어렸을때부터 어린이집과 각종 학원으로 돌린 전적이 화려한 나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분명 호강에 겨워 요강에 밥 말아먹는다고 했겠지만, ㅋ~.

완전 애정하는 조카의 일이라,

요즘은 애들이 조숙해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며 신경을 써주라는 말로 위로했다.

 

어쩌면 조카가 진짜 외롭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만,

모든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어른들이 '외로워, 외로워~'하는 걸 듣고 흉내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이고.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해자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3월

 

책을 들이기는 하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아플까봐 한쪽으로 접어두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한참 망설였는데,

읽다보니 웬걸...'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하고 등허리를 쓸어내려주는 느낌이랄까,

무한위로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열한 꼭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취향 탓이었겠지만,

네번째 꼭지 '나는 아직도 책을 먹는다 _아벨서점 곽현숙 傳'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책에 관한 내용이어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아벨서점 주인장인 곽현숙 님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키운 방식에 크게 감명을 받았던 거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자기이길 원하는 게 있어. 두 살 때 친가에 맡긴 아이를 초등학교 때 데려왔어. 아이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지고 어린 아들한테 배운 것도 많아. 젊은 세대도 이해하게 되고, 무엇보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키워지는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 '그 아이 환경이 어떻습니까?' 나는 그 아이가 처한 환경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어. 물질이나 먹는 거, 메이커 사 입혀서 그 아이를 혼란스킬 수는 없었지. 외로움을 똑바로 알아야 하고, 스스로 서야 하고, 네가 지킬 건 지켜줘야 한다, 부족한 것이 우리를 키운다고 가르쳤어. 억눌리면 스스로 일어서려는 꿈틀거림이 생기고, 도전하고 발전하게 돼. 하나뿐인 귀한 아들이지만 경제적으로 절제시키고, 책임질 건 철저히 책임져야 하나고 생각했어.(87쪽)

외로움을 알고 스스로 서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가장하고 흉내내는건 좀 그렇지만,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외로움이라면 나이가 많고 적고, 를 떠나서 존중해 줘야 하는게 아닐까.

사람의 다양한 감정과 마찬가지로,

그 감정 중의 하나인 외로움 또한 귀하고 소중한 감정이다.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바깥으로 확장시키는 감정이어서, 관계를 풍요롭게 한다면,

외로울때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얼마나 고되면 그렇게 울 수 있냐고?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울어질 수가 있냐고? 그 울음을 누가 들을 수 있다면, 누가 그 저릿저릿한 가슴을 안 만져줄 수 있냐고? 그 울음을 누가 들을 수 있다면, 누가 그 저릿저릿한 가슴을 안 만져줄 수 있냐고? 술의 힘을 빌었곤 뭐를 빌었건 그 울음이 기도지. 내가 그 애한테 그랬어. "너 기도가 뭔지 아니? 거 찐찐하게 우는 게 기도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울어질 수가 있냐." 자기 몸을 갖고 이리저리 뒤적여보면서 걸어가는 그 짓이 기도 아니겠어? 눈 하나 얻으려고 수많은 눈을 쳐다보면서 애타게 스킨십 하면서 비적비적 다리에 힘도 없이 비실비실 가지만 진짜 자기를 향해 가는 거야. 균형이 안 잡혀도 하나의 눈은 자기를 보고 가. 비틀거리며 가든 똑바로 가든 움직이는 몸과 눈 속의 나를 향해 가는 게 기도가 아니겠어?

'애 썼어'하고 그냥 봐주는 눈, 그거 하나만 마주쳐도 비가 내려지고 영양분이 섭취돼. 그게 각색해서 되는 거겠어? 그냥 그래지는 거 아니겠어? 대상을 향해 걸어가지만 자기 안에서 뭔가 자라가고 눈을 얻어가는 과정이지. 밖을 향해 걸어가지만 안에서 큰 작용이 일어나. 밖에서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아픔을 일으키고 그렇게 돌고 돌고 겪어내며 앞으로 걸어가게 하는 거야. 다 자기 안에 씨앗으로 인해서 일어나.(94쪽)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외로움에 몸서리쳐본 사람만이,

타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이 사람을 도와야지 사람이 책에 매이면 안 된다는 것도 현실과 부딪히면서 깨닫고. 이 세상에서 행동하게 하지 못하는 거라면 사상이 아니라는 것도, 무엇보다 인간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도 절실하게 느꼈어. 책은 필요할 때 만나는 친구가 돼야 해. 그렇게 친구를 만나면 얼마나 재밌어?

ㆍㆍㆍㆍㆍㆍ책 속에서 만난 일이 현실에 있고, 현실에 있는 일을 책 속에서 만나. 책이 생활과 맞물리지 않으면 죽은 책이야. 소화도 안 된 책을 먹고 휘둘리고 살면 안 돼. 자기도 행하지 못하는 사상이 무슨 사상이겠어? 사람이 책을 먹어야지 책이 사람을 먹으면 곤란하지. 자기도 행하지 못하는 수많은 잣대를 남한테만 들이대게 만드는 생각만의 지식이 되어선 안 돼. (89쪽)

라고 하는데,

이건 책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난 벌써 여러 번 책 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내가 책을 찾고 고르는게 아니라,

책이 나에게 다가온달까, 간택되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건 내 지식의 소박함 때문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ㅋ~.

알아먹을 수 있는 말로 쉽게 쓰여진 책이 좋고,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그건 내가 읽어온 책들이 그렇고,

책과 연결된 삶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수행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잣대를 그대들에게 들이댈 일이 결코 없으니,

편하게 와 머무시라.

쉽게, 편하게 막대해 주어도 좋겠다, ㅋ~.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문리가 트이듯 어느 순간 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경험이 축척되면 미립이 나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맛에 오늘도 책을 읽고,

좋은 경험을 생활화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이 사람 속에서 멀미를 해. 파장이 달라서 그런가, 사람이라는 게 대개 자기 기준으로 보잖아. 밀어내거나 당기거나 하는데, 말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들과 닿는 선이 미식거려서 웅크리고 책방에서 앉아 있기나 하고, 자기 틀을 많이 벗지 못하고 멀미를 하고 살드라고. 머리가 너무 까불면 재주를 부리려고 하니까 못 쓰는 몸이라고 하거든. 몸이 자유로워지려면 머리가 까불면 안 돼. 글을 본다는 것은 자기를 읽기를 읽는 연습을 하는 거거든. (100쪽)

어찌되었건 이 책을 통틀어 이 구절을 새기며,

그렇지만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다'로 끝맺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알라딘 서재 책마실을 다니다 보니 이런 책이 눈에 띈다.

 

 

 

 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제목부터 재미있다.

아이는 키우면 어른이 되는데,

혼자는 키우면 외로움에 단련되려나.

아벨서점 주인장인 곽현숙 님 버전으로 '외로움은 힘이 세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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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4 20:20   좋아요 0 | URL
외롭다 ㅡ 느낌 든 적 있냐고 초등2때 그랬냐고 이 글 읽으며 물으니 어떤 외로움 이냐고 아이가 되물어요. 어떤 ㅡ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질문 괜히 했구나 ㅡ 그랬어요. 아이도 아이 나름의 고됨이 왜 없었겠어요 . 그걸 아는 것 같아서 그냥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 주고 말았네요 . ㅎㅎㅎ 좋다 ㅡ 이런 글 ..^^

책읽는나무 2017-02-14 21:21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이 글을 읽고 울딸들에게 물었어요.
˝너희들 혹시 외로운적 있나?˝
처음엔 아니오~~하더니 갑자기 있다더군요.
어떤때?물으니
돌아가신 할머니랑 할아버지 생각나면 외롭다고~~~ㅜ
그래서 ‘엄마가 옆에 있어도?‘라고 물으니 그렇다는군요!!!
아이들의 외로움의 의미는 무척 난해합니다요!!!!
슬픈감정과 외로움을 혼동하는지도???^^
저도 그장소님처럼 질문 괜히 했다고 생각했었구요ㅋㅋ

[그장소] 2017-02-14 22:33   좋아요 1 | URL
외로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아이가 안다고 생각하니 참 복잡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어쩐지 기특했어요 .
ㅎㅎㅎ
음 ~ 슬픈감정과 혼동이라... 윤인 좀 커서 그런지 엄마도 알면서 뭘 물어 하는 뉘앙스가 더 많았던것 같아요 . 아직 직접적인 상실 ㅡ 죽음 이런건 아이가 안 겪어본 상황이지만 ...

양철나무꾼 2017-02-15 09:33   좋아요 2 | URL
[그장소]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아침부터 기분이 날아갈듯 합니다~^^

아~, 이 댓글 읽다가...왠지 모를 감정이 벅차 올라 좀 울었습니다.
˝아이도 아이 나름의 고됨이 왜 없었겠어요 . 그걸 아는 것 같아서 그냥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 주고 말았네요 .˝라는 구절에 그리되었습니다.
언제 님이랑 외로운 사람끼리 술잔이라도 기울이면셔~, 회포를 함 풀어야 할텐데...ㅋ~.
이 댓글 너무 좋습니다, 쪼옥~♥

양철나무꾼 2017-02-15 09:37   좋아요 2 | URL
책읽는나무 님은 참 따뜻한 엄마일거 같아요.
님 같은 말의 온도와 배려심을 가진 엄마를 둔 아이들은,
님과 마찬가지로 따뜻하게 자랄 거예요.

뚝뚝이 아들을, 것도 이제 다 큰 아들을 둔 엄마로서 완전 부럽지 말입니다~!^^

책읽는나무 2017-02-15 12:14   좋아요 2 | URL
나무꾼님!!
우리집에도 뚝뚝이 아들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저의 이중적인 무뚝뚝한 성격을 닮은 녀석이죠^^
그래서 전 아들을 둔 엄마 마음도 완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쁜조카가 얼른 외로움?을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랍니다^^


[그장소] 2017-02-15 12:45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댓글도 최루성!! 저까지 울컥울컥 해지잖아요 ~ 아앙~~😂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서 그렇게 또 정이들고~ 🎶 하는 노래 있지요? 빈 잔 였나? 우리한테 지금 이순간 필요한 노래 같네요. 각자의 자리에서 잔하나 들고 저 공간 너머의 당신과 건배 하는 기분 ...이거 낮부터 취하겠어요!^^

순오기 2017-02-15 08:17   좋아요 1 | URL
울 아들은 독립한 것도 아닌데 외로워서 고양이를 키운대요.ㅠ 인간은 다 자기 몫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거겠죠~^^

양철나무꾼 2017-02-15 09:43   좋아요 1 | URL
연예인들이 그러더라구요.
일 마치고 새벽에 들어오면, 가족이나 배우자는 잠을 자는데,
개나 고양이는 자다가도 일어나 반겨준다고요.
그게 좋아서 키우게 된다구요.

이게 사람 위주의 편협함이지 싶다가도,
그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추운 겨울, 건강하셔야 합니다~ㅅ!

나와같다면 2017-02-15 16:28   좋아요 1 | URL
초등학교 2학년 어린 딸의 ‘외롭다‘ 는 말을 들었을때..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서늘하게 내려 앉았을까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02-15 17:45   좋아요 1 | URL
모든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의 ‘외롭다‘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조카는 그나마 젊은 고모 할머니가 같이 살면서 돌봐주는데 말입니다.
쉬는 날 졸린 눈을 비비고 조카랑 놀아주는걸보면...전 사촌동생이 좀 안쓰럽지 말입니다~--;

2017-02-16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늦은 아침을 먹고 어슬렁 어슬렁 목욕탕엘 가려고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총각 하나가 동네가 떠나가도록 혼잣말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또래들처럼 귀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라도 따라 부르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집안사 소소한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못 하고 이러쿵 저러쿵 내뱉는 것이었다.

혼잣말의 형태를 띠었지만, 누군가 그에게 말걸고 들어줄 귀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목욕탕에 가느라 갈길이 바빠서 그만~(,.)

기실은 갈길이 바빠서라는건 핑계이고,

남의 가정사, 집안의 은밀한 일은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타인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부분이 아니어서 였다.

 

 

 

 엿듣는 벽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장르소설 한권을 재미나게 읽었다.

장르소설만을 읽을 때도 있었으니, 그간 적조한 편이었는데,

이런걸 심리 스릴러라고 하는구나 싶게 가슴 속 어딘가를 팽팽하게 잡아당겨 쫀쫀하게 만들어놓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장르소설에 미쳐 장르소설만 읽었을 때도 있으니, 초창기의 것부터 제법 읽은 셈이다.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흰옷을 입은 여인'으로부터 시작해서, 윌리엄 아이리쉬, 존 딕슨 카, 코넬 울리치 따위...

그 맛을 알고 읽을 땐 재미 있었지만 그전까진 약간 올드하고 고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어떤 건 장르소설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미를 생각해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것도 있었다.

반면 이 소설은 문체도 그렇고, 글을 서술해나가는 방식도 그렇고, 무엇 하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요즘 나오는 소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제목은 '엿듣는 벽'이고 '벽 너머로는 들리지 않는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다.

표지 그림은 열쇠구멍을 사이에 두고 쥐와 새가 무게감 있게 대립하고 있는데,

'Walls have ears'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극도로 자제하게 되는데, 생각 거리를 충분히 던져주는 내용이다.

'엿듣는 것'에 '몰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정보가 굴절되고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 부분을 살짝 비껴가는듯 여겨지기도 한다.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라도 수많은 귀와 눈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테고,

눈에 띌까봐 조용히 자신을 지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자신을 과장하여 드러낼 수도 있고, 감추고 일부분만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소통 부재를 얘기하고 '외로워, 외로워'하게 된다.

보고 듣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사이의 격차가 크면 큰만큼 비껴가게 된다.

그것을 말에 적용시키게 되면,

말을 안 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사람의 자유 의지라고 하지만,

그 말할 자유와 말하지 않을 자유 사이에서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힘이 든다.

나만 하더라도 때론 너무 수다스러운 것 같고, 가끔은 말을 지독히 아끼는 것 같다.

때론 내가 본 것을 그대로 전달한다고 하면서 사사로운 느낌이나 감상을 추가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인식하지 못 하는 사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코끼리를 한 눈에 다 넣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거리 두기인데,

그렇게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게 되면 코끼리의 털 같은 세세한 것은 또 간과할 수밖에 없다.

"걔도 여자야. 여자는 인생의 반쯤은 자기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몰라. 어떻게 하라고 명령과 안내를 받아야 하지. 난 항상 자네가 좀더 고삐를 당겨야 했다고 생각했네."

"우습네요. 전 고삐를 쥔 쪽이 형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뜻이지?"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제가 언제 고삐를 쥐어본 적이나 있었나요. 또 전 아내를 말과 같은 부류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말과 여자는 공통점이 많아. 들판에 풀어놓으면 도망가버리지."

"대체 어디서 여자에 관해 그렇게 많이 배우셨죠, 형님?"(87쪽)

소설의 초반부에서 에이미의 남편 루퍼트가 어떤 제스츄어를 취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갖고, 그가 원하는 대로 행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저자 마가렛 밀러가 에이미와 남편 루퍼트에게 감정 이입을 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리고는 있지만,

그를 범인으로 유추하도록 해서 였을까, 하나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창가로 걸어가 두 사람 사이의 시간과 공간을 떨어뜨렸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결과적으로 버턴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버턴의 충성심에 관해선 추호의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충성심이 뭐기에? 힘을 받으면 부러지고 열을 받으면 구부러지는 것 아닌가? 거기에 진실이 얼마나 담겨 있나?

ㆍㆍㆍㆍㆍㆍ

루퍼트는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사람보다는 그림자에 대고 거짓말하는 편이 더 쉬우니까.(164쪽)

이런 구절도 그렇다.

문장만 놓고 봤을땐 그럴 듯 하지만,

한개의 창문이 있고 두 사람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에 비춰진 둘의 모습을 루퍼트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서인 버턴 양도 같이 보는 것인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게 가능할까?

거짓말을 하는게 더 쉽다는 당위는 저렇게 사람 형상을 한 그림자가 아니라,

눈과 귀와 입이 없는 까만 실루엣의 그림자래야 하지 않았을까?

둘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라 할 지라도,

각자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제각각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라 하면 할 말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암튼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되면,

남의 가정사를 잘 알 것 같다는, 또는 나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개입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확고히 할 수가 있다.

 

 

 

 독서만담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아니 읽기 시작했다.

책을 '쩜' 읽다보니, 가끔 출판사와도 궁합이란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중 한곳이 '북바이북'인것 같다.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런 책을 좋아하고, 이런 종류의 독서관련 서적에 목말라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저자가 이곳 저곳에 연재했던 서평을 엮은 것인가 본데,

딸이나 아내와 연관된 가족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라는데,

글이 꽁트보다도 잼나다.

 

가족 에피소드가 대부분인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아내와 딸에게 놀림감이 되고 아내와의 냉전에서 패배만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생각해봤는데 사안별로 진즉에 읽었다면 좋았겠다 싶은 책이 늘 있었다.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힘들지만 다행히도 그 다양한 이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책을 소개하고 싶은 욕구가 이 책을 쓴 동기다.(8쪽)

 

 

나이가 들면서 눈과 귀가 비껴가는걸 온몸으로 느낀다.

아무리 좋은 책도 단숨에 읽기는 힘들고,

아무리 좋은 음악이어도 귀를 혹사시킬 정도는 아니다.

때로는 내가 아주 좋아했던 음악들이 소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내가 미쳐서 리핑까지 해갖고 다니는 곡.

Marian Hill의 Down

어디 CF에서 쓰인것 같은데 뭔진 모르겠고,

누가 불렀는지 따윈 관심에도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 완전 좋다.

 [수입] Marian Hill - Act One [2LP]
 메리안 힐 (Marian Hill) 노래 /

 Republic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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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06 16:46   좋아요 2 | URL
부족한 제 책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2-06 18:13   좋아요 2 | URL
오홋~^^
‘독서만담‘의 저자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꾸벅~(--)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

yureka01 2017-02-06 16:48   좋아요 1 | URL
서재 블로그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엿보아 달라고 글을 올리는 거 같아서요.

하기야 마음 속에 있는 거 다 내뱉을 수도..
그렇다고 전혀 안 뱉을 수도 없기도 하겠지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8:18   좋아요 2 | URL
저는 엿보아도 상관 없지만, 엿보아달라고, 는 아닌것 같습니다~^^
가끔 넷상이라는걸 빙자하여,
필요 이상으로 용감무쌍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말예요~^^


서니데이 2017-02-06 16:58   좋아요 2 | URL
그분은 다른 사람이랑 전화한 건 아닐까요. 이어폰이나 블루투스로 통화하는 것 처음 보았을 때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요즘은 속이 답답한 사람이 많은 모양이예요.
벽에 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디선가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은 모르는 척 하면서 듣는 걸지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8:24   좋아요 3 | URL
아~, 전에 님이랑 그런 블루투스 관계로 댓글 나눴던 것 같아요~^^

저 총각은 말예요.
섬어를 남발해서 병원 진료를 요하는 수준이었어요.
저는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할때,
사람들의 수다를 피해 빈 이어폰을 꽂기도 해요, ㅋ~.
오늘은 덜 춥네요, 따뜻하고 맛난 저녁드세요.

2017-02-06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8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2-06 18:54   좋아요 2 | URL
잡식성책장님이 독서만담 저자시군욤~
신기신기~*

양철나무꾼 2017-02-08 12:57   좋아요 3 | URL
저도 신기신기해요~^^
알라딘 서재가 아무래도 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출판 관계자나 편집자, 저자, 역자...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명절 연휴 다음 날 오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다큐 공감'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지리산 산내마을 청춘 식당 '마지' (==>링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청춘식당 '마지'는 지리산으로 귀농한 사람들의 2세대 청춘들이,

마을을 벗어나지 않고도 성장하고 자립할 기회를 갖게 되는 데 초점을 맞춘 곳이었다.

귀농은 자신 없지만,

버리고 비우고 소박해지는 것의 연장선 상에서시골에서 살고 싶은 나는,

그런 종류의 책도 몇권 읽었던 터라,

관심을 갖고, 완전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다.

이들의 모토는 '적당히 벌고 잘 살자' 라는데,

적당히 벌고도 잘 살 수 있을까, 조금 염려스럽긴 했지만 뭐~(,.)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읽었던 '시골생활'과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란 책이 생각났다.

 

 

 시골생활

 정상순 지음, 지리산 이음 기획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경우,

내가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인지 모르지만, 그닥 재미있지 않았었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196쪽)

라고 하고 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라는 부분이었다.

이쯤에서, 그룹 쥬얼리의 맴버였던 조민아가 운영하는 빵집과 그곳의 어마무시한 가격들과 연결치켜 볼 수 있겠다.

저런 논리대로라면 전직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품위유지비가 많이 들고,

손도 금손일테니, (ㅋ~.)

그 금손으로 만든 빵들은 가격이 얼마가 되든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도 적용될 터이다.

 

빵을 만든 이력이 5~6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달인이라고 하는 평가하는 '와타나베 이타루' 도 그렇지만,

어마무시한 가격을 매기고 똥손으로 만든 것보다 못한 솜씨와 맛을 내보이는 조민아 또한, 이해불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와타나베 이타루' 경우,

'빵을 만드는 장인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잘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삼단 논법을 거치는 수고를 하면 취지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도시 생활에 실패하고 시골에서 빵집을 차리게 되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영감을 받는다는 설정은,

좀 무모하게 여겨졌다.

 

'와타나베 이타루'를 보면 그렇게 해서 운영이 될까 싶을 정도로 휴일도 많다.

다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자를 예사로 내서는 가게가 존속할 수 없다.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맞추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손익 분기점 달성을 이루고 나면 투자한 만큼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렇게 가게는 굴러간다. 이윤 덕에 덩치가 커지지도 않고 손실 탓에 위축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다음날도 변함없이 빵을 구울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하는데,

나는 빵집을 할 것도 아니니, 착한 소비나 현명한 소비 등으로 발상을 전환시켜 보는 것이 좋겠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시노다 나오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앨리스 / 2017년 2월


알라딘 서재 웹서핑을 다니다보니 취지는 다르지만, 이런 책도 있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냥 읽기만 해서는 크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고,

직장에서 벗어나,

적어도 일본으로 식도락 기행이라도 할 수 있어야 묘미를 느낄텐데 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벌어 먹어야 살 수 있지만,

저들의 취지대로 또는 이 페이퍼의 논리대로,

잠시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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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02 18:38   좋아요 1 | URL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라는 책 23년간의 그림일기라는 것이 놀라워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일본이라 모르는 음식과 여긴 없는 음식이 많을거예요 아마도요.
양철나무꾼님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3 13:44   좋아요 1 | URL
그쵸?^^
‘시노다 과장의 삼시 세끼‘란 책 참 따뜻한것 같아요.
무엇보다 전, 23년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저력이 부럽습니다.

일본은 그랬던것 같아요, 음식외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 하나 하나에도 금액이 지불되는게 좀 불편했어요.
전 비린내를 싫어해서 그런 음식을 피하다보니, 인스턴트 음식의 향연, 편의점 음식과 다를게 없었어요~^^

요즘은 일본, 당일치기 여행 상품도 나왔더라구요, ㅋ~.

cyrus 2017-02-02 19:30   좋아요 0 | URL
돈을 적당히 벌면서 책을 많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책을 많이 사고 싶어도 책값이 부담스러워요. ^^;;

양철나무꾼 2017-02-03 13:52   좋아요 1 | URL
저도 얼마전까지 님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채 읽지도 못할 책을 사들인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니 내가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남겨진 유품을 어찌할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유품이래야 별다른게 없고 다 책들일테지만,
그렇게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내팽개쳐진다고 생각하니,
더 견디기 힘들었어요.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좀 견손해지는거 같아요~^^

AgalmA 2017-02-05 21:5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같은 생각을 저도 했더래서 내가 죽으면 책을 어찌 처리할 지 정도는 유언으로 써 둬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책이 자꾸만 늘어서 분류가 너무 어려워짐ㅜㅜ

현재로선 빨리 읽고 세상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하며.... 매우 느리게 읽고 있는-,.-;;;;

꼬마요정 2017-02-02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책값이 부담스러워요ㅠㅠ 전자책은 잘 안 읽히고ㅜㅜ 책 놓을 공간을 살 돈과 책 살 돈이 많으면 좋겠어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2-03 13: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 살 돈도 돈이지만,
책 놓을 공간,
공간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지만,
책꽂이라도 몇 개 맘 놓고 들였으면 좋겠어요~^^

희선 2017-02-03 02:11   좋아요 0 | URL
적당히 벌고 살려는 생각은 괜찮지만, ‘비싼’ 값은 좀... 그게 아주 맛있어야 그렇게 해도 팔릴 텐데 싶습니다 맛이 별로고 비싸기도 하면 누가 사 먹을지... 이름만으로도 팔 수 있을까요 그날 그날 팔 것만 만들고 다 팔리면 문 닫으면 괜찮겠습니다 그런 음식점이 일본에는 있다고 하더군요

많은 걸 바라지 않으면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어요 지금은 물건도 그렇고 먹을거리도 넘쳐나잖아요 조금 편하지 않게 살아도 괜찮다 싶은 사람은 그렇게 사는 거고, 자신이 갖고 싶은 걸 사려고 돈을 벌어도 괜찮겠지요 자신한테 맞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양철나무꾼 2017-02-03 14:06   좋아요 1 | URL
알마전에 무슨 다큐멘터리 프로를 봤는데,
거기 공산주의국가인 체코의 경제에 대해 나오더라구요.
국가가 정한 일이 있고,
그 일을 한 후에는 나름 자신의 소질을 계발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논리는 그럴 듯 한데,
사람들이 국가가 정한 일을 할때에는 대충 시간을 떼우는 식으로 하고,
퇴근후 사유재산을 형성하는 경제활동에 집중한다는 그런 내용이더라구요.

이름만으로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해봤는데,
‘창렬스럽다‘의 판결이 오늘 났더라구요.

적당히 벌고 살려는 생각을 이해 못 하는건 아니지만,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마구 달려온 저같은 사람에겐,
한 순간에 목표를 잃은 듯 허망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중간 쯤 적절한 타협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주시는 귀한 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__)

아무개 2017-02-03 08:39   좋아요 0 | URL
많이 벌려고 애쓰지 않아서 이렇게 나태하게 사는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적당히 라는 것이 어디까지가 적당히 일까 하는 생각도 그렇구요....







양철나무꾼 2017-02-03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적당히‘의 경계가 궁금해요.
저 책에 나오는 빵집이나 우리나라 지리산 청춘식당 마지처럼 해서는,
저의 경우에대입해 본다면,
전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할테니까요.^^

서니데이 2017-02-04 15:5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오늘 입춘이라고 해요.
입춘대길, 올해도 좋은 일들 계속되시길 바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6:26   좋아요 1 | URL
올해는 입춘첩도 못 썼어요~ㅠ.ㅠ

뭐가 그리 바쁜지,
바늘허리에 실을 매 쓸 수 없는데,
왜 그렇게 바쁜 척 서두르는지,
놓치고 돌아보면 저만큼 뒤로 멀어지네요~ㅠ.ㅠ

2017-02-06 1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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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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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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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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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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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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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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