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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의 시대 - 주자학과 양명학 새롭게 읽기
고지마 쓰요시 지음, 신현승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전체적으로 책은 매우 성공도가 높고 역자가 말했듯이 초보자나 학자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또 번역 문장역시 매우 매끄럽고 책의 디자인도 아름답다.
서평이 모두 찬사로 채워지면 독자의 게으름을 고백하는 것이며 독자와 역자의 안주를 부를 것이니 몇가지 비평도 해두어야 겠다. 하지만 이 비평들이 책 전체의 미덕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평이하다는 점이며 바로 그것이 저자 고지마 쯔요시가 숨긴 칼날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저자도 서문에서 정설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의 입론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밝혔지만 독자들이 그것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해줄지는 두고볼 일이다.
기존의 학자들이 과도하게 청대 한학과의 대립 속에서 새로이 가지게 된 성리학설 위주의 주자학의 이미지에 영향받은 점, 현대신유가들의 오도, 그리고 양명학에 대해 반주자학적-민중적 성향을 강조해온 점 등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도 이책의 주된 논점이며 장점이다. 또한 학술과 그 전달매체인 출판인쇄술에 대한 발달을 연관시켜 설명하는 것도 매우 신선하며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은 저자만이 아니라 기시모토 미오, 미야지마 히로시의 최근 저작 -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양명학이 주자학적 세계관이 근원적으로 별반 다를바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자의 강조된 어조는 마치 주자학이 양명학 둘다 봉건적 사상이기는 마찬가지고 양명학은 변화된 사회에서 봉건적 세계관을 관철시키기위한 변종태일뿐(이전 중공의 극좌적 전통사상 폄하)이라는 식의 독자의 오해까지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반주자학적-민중적 성향강조의 해석관(이 또한 중공의 수정적 - 내재적 발전관 혹은 사상사의 유심-유물론적 이분법적 이해)과 마찬가지로 또다른 오해 혹은 실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난 이지점에서 저자가 정확한 의견을 잘 모르겠다. 또 저자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보여줄지 다음 저작이 궁금하기도 하다.(아니면 다른 책과 저작에서 상술했던 것일까)
다음 저자의 주자학의 일본도래에 대한 서술은 다소 지리하며(나의 빈약한 배경지식때문이겠지만), 조선주자학과의 관련성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그는 다만 서적이 역사적으로 언제쯤 일본에 수입되었는가, 중국으로부터 직접 수입되었을 관련성 등만을 말하는데 이는 매우 불공정한 서술이다. (책 전체를 통틀어 이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한번정도 조선주자학과의 관련성을 언급하는데 그친다) 이러한 태도는 잘 몰라서라든가 자신의 입론이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기는 힘들어보인다.(자신의 입장이 그러한 것이라면 저자가 대부분의 경우 이전의 입장들이 왜 어떻게 잘못되었다고 다른 말하는 것처럼 많은 일본과 한국의 학자들이 말하는 조선유학과 일본유학의 관련성을 짧게라도 논평해야 할 것이 아닌가.)
역자는 자신의 집필로 조선에서의 유학수용이란 장을 집어넣었지만 여기에도 이 점은 서술되지 않고 있으며 조선조 유학의 수용과 특질의 소묘에 있어 원저자의 일본유학의 부분에도 못미치는 질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조선조 주자학은 조선만의 특질을 갖추었다고 말할 뿐이다)
이 책은 개설적이면서도 논쟁점들을 대체로 빠뜨리지 않고 있으며 저자의 입장을 통해 일본학계의 최신 이론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선사한다. 또한 철학과 역사, 문화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편협한 동양철학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